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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9/07/24 23:03:32 ID : qqmHB81bjBx
조금씩 올려 보려고 해 ㅎㅎㅎㅎ
이름없음 2019/07/25 00:22:05 ID : qqmHB81bjBx
첫번째 장편 “지연아. 울어?” 지연의 정신적 지주나 다름없는 혜나가 방에서 울고 있는 지연에게 다가갔다. “언니!” 지연은 혜나에게 안겨 어린 아이처럼 울었다. 혜나는 그런 지연을 그저 안은 채로 토닥였다. “이게 너의 진심인거지?” “언니도 알잖아. 호연씨가 얼마나 좋은 심성을 가졌는지.” 혜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지키면 되잖아. 너의 소중한 존재이니까.” “그럴 수 없어. 그러면 난 더 많은 소중한 사람들을 잃을테니까.” 지연은 몰랐지만 혜나와 지연의 대화는 전 요새로 생중계 되고 있었다. 요새에서 지연을 따르는 많은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것이다. “요새의 리더니까. 여기 있는 사람들이 뱀파이어때문에 어떤 고통을 받고 있는 지 잘 알고 있으니까. 그 사람들의 믿음을 배신할 수 없어. 그 사람들에게 신뢰를 잃는 것보다 내 사랑에 배신을 하는 게 덜 아플테니까.” 지연의 이야기는 뱀파이어 호연이 있는 방에도 들렸다. 호연의 양 폐부에는 굵은 은꼬챙이가 꿰여 있었고, 천장에서는 작살이 달린 쇠사슬이 양 어깨를 꿰어 잡아당기고 있었다. 그리고 바닥에서는 천장과 같은 쇠사슬이 허벅지를 꿰어 잡아당기고 있었다. 뱀파이어는 훌륭한 힐링팩터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렇다고해서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지금 호연은 굉장한 고통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지연의 말은 그 고통도 잊게 해주었다. “일부 순혈 뱀파이어의 어두운 그림자가 잡종 뱀파이어를 만들어 냈고, 그로 인해 고통을 받는 사람이 생겨 난다면, 나도 그 잘못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전투대장 시호가 그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뭐라고 혼자 중얼거리는 거야!” 무심한듯 툭 내뱉은 말이었지만 그 어조에 악의는 없었다. “어떻게 보면 네 놈. 대단한 수컷이군!” “수컷?” 시호의 말에 호연은 웃음을 터트렸다. 시호도 자신의 말이 어이가 없었는지, 피식 웃습을 지었다. “그런데 무슨 뜻이야? 대단한 수.....아니 남자라는 게?” 시호는 호연을 힐끔 바라보다가 시선을 천장으로 옮겼다. “요새에서 제일 가는 여장부 두 사람을 홀렸잖아.” “홀리다니. 그런게.......” “두 사람 다 뱀파이어에게 지독한 일들을 당한 사람이야. 뱀파이어의 ㅂ자만 들어도 몸을 떠는 사람들이라고. 그런 두 사람이 뱀파이어인 너에게 마음을 열었다는 건, 네가 대단한 녀석이라는 것밖엔 안되는 거지.” 호연은 대화중에 고통스럽게 피거품을 쏟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시호가 앞에 놓인 기계의 파란색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호연의 폐부를 찌르고 있던 쇠꼬챙이가 뽑혔다. “크억!” 호연의 가슴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상처가 아물면 숨쉬기가 편해질 거야.” 시호는 잠시 무슨 생각을 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까 한 말. 어둠의 그림자? 그게 무슨........” “시호! 누가 멋대로 꼬챙이를 뽑으라고 했지?” 지연의 목소리였다. “대, 대장.” “지연아!” 평온하던 지연의 얼굴이 무섭게 변하면서 호연을 돌아 보았다. 그리고는 손바닥이 뺨에 부딪히는 소리가 매섭게 들렸다. “말 했을텐데! 그 더러운 입으로 내 이름 부르지 말라고! 시호! 다시 꼬챙이 꽂아!” “대장 그만 둬.” 시호는 지연의 어깨를 잡아 돌려 얼굴을 마주했다. “다 들었어. 우리 요새사람들 전부. 대장의 진심을 다 들었다고. 그러니까 그만해!” 시호의 말에 지연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뭐, 뭐라고?” 그 때 타이밍이 맞게 혜나가 들어 왔다. “무선마이크로 전 요새에 다 들리도록 했으니까.” “언니!” “너의 말과 행동이 진심이 아니라는 걸, 네가 코찔찔 흘릴때부터 알아온 이 혜나님이 모를리가 없잖니.” 혜나는 웃으며 호연을 바라보았다. “당신 참 복받았군요. 이 지혜와 미모를 겸비한 지연이 같은 아이를 연인으로 삼게 되었으니 말이죠.” 혜나는 시호를 향해 손가락을 튕겼고, 시호는 그 행동을 보고 나머지 버튼도 모두 눌러 호연을 자유롭게 했다. “당신이 나쁜 뱀파이어가 아니라는 사실은 진작 알았어요. 하지만 지연은 이곳 요새의 사람들을 위해 당신을 다치게 한 거예요. 그들의 분노가 조금이라도 사그러 들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게 지연이거든요.” 혜연은 숨을 골랐다. “미안해요. 이런 말은 모두 변명처럼 들리겠죠. 그런 게 당신을 다치게 한 이유로 납득이 되지 않겠죠.” “........ 납득합니다.” 호연은 담담히 말했다. “납득....... 한다고요?” 혜나가 묻는다. “네. 납득합니다. 분명히 말씀 드리지만, 여러분의 분노는 이 세상의 모든 뱀파이어들을 죽여도 풀리지 않을 겁니다. 폭력에 폭력으로 대항하는 것은 절대 옳은 일이 아니에요.” 호연의 말에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저 더러운 뱀파이어의 입을 다물게 해!” 한 노인의 일갈이 들려왔고 그 시점부터 요새는 아수라장이 됐다. “롤랜드. 그만 진정해 줘요.” “진정?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리더 지연의 말에도 롤랜드리 불린 남자는 진정하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 얘길 끝까지 들어 주세.......” “이봐! 이게 무슨 짓이.......” 시호가 누군가에게 제압당하는 소리가 나면서 호연의 말은 끊겼고 그와 동시에 쇠사슬이 풀리는 소리가 났다.
이름없음 2019/07/25 00:38:29 ID : xRxwnu7cLcF
엽편소설 얘기구낭
이름없음 2019/07/27 11:51:47 ID : HyLbB85SIMl
두번째 이야기 첫번째 글타래 죽도록 아등바등 살았다. 어선도 타보고, 수산시장에서 쓰는 얼음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도 해보고, 택배 하역장에서도 일해보고 안 해 본 일이 없을 만큼 치열하게 살았다. “젠장!” 하지만 남는 건 없었다. 아등바등, 치열하게 살수록 남는 건 피폐해지는 정신과 육체 뿐. 그렇게 술에 찌들어 바닥에 몸을 뉘었다. 마지막 월세방에서도 쫓겨나고 이제는 역사(駅舎)가 내 집이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지헌아! 지헌이 맞지?” 사촌 지수형이었다. 형은 날 꼭 끌어안았다. “형. 나 더러워.” 무덤덤했다. 딱히 왕래가 잦았던 사촌도 아니었기에 아무런 기쁨도 느끼지 못했다. “이런 생활을 하고 있었다니.” 지수형은 내 어깨를 잡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솔직히 나는 조금 놀랐다. 왜 눈물을 흘릴까? “얼른 가자.” “어딜?” “ 어디긴. 내 집이지.” 나는 반강제적으로 끌려갔다. “여보 나왔어.” 여보. 형은 결혼을 했구나. 현관문이 열리며 형의 아내가 나왔다. 내 얼굴을 본 그녀는 ‘누구?’라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자주 말했지? 나의 우상이자 나의 히어로. 내 작은아버지에 대해서 말이야. 작은아버지 아들이야. 이름은 지헌이.” 형의 말에 그녀, 아니 형수는 놀란 표정이 되었다가 이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어머, 지수씨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형수는 덥썩 내 손을 잡았다. “더, 더러워요.” 나는 형수가 잡은 손을 비틀어 빼냈다. 멋쩍어진 형수는 뒷짐을 지고, “들어와요.” 라고 말했다. “자, 먼저 씻어. 여보는 밥좀 차려 주겠어?” “응. 그러자.” 형과 형수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맞았다. 엉거주춤 형을 따라 욕실로 들어선 나는 내 손을 바라 보았다. 형수의 작은 손에서 나온 온기가 남아 있었다. ‘얼마 만이지?’ “입고 있는 옷은 벗어서 바로 밖으로 내 줘. 내 옷을 줄테니까 그걸 입어.” 형의 우렁찬 목소리가 내 사색을 방해했다. 나는 옷과 속옷을 모두 벗어 욕실 밖으로 내 놓았다. 냄새가 날텐데, 형수가 싫어하면 어떻게 하지? 하지만 밖에선 형과 형수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던 나에게 두 사람의 행복이 전염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난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내가 두 사람의 인생에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어울리네!” 형은 씻고 나온 나에게 말했다. 정확히 말하면 형의 말도 안 되는 마블코믹스 추리닝셋트를 입은 나에게 한 말이었다. “훗. 귀여워요 도련님.” 내 나이 34살. 귀엽다는 소리를 들을 나이는 지났것만....... 형수는 어느새 나를 도련님이라 부르고 있었다. “자. 따끈따끈한 된장찌게에 밥 한그릇 먹읍시다.” 형은 나를 식탁으로 이끌었다. “부담스러워 하지 말고, ‘여기가 내 집이다.’라고 생각하고 지내.”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부모님이 그렇게 된 이후, 난 누구에게나 불청객이었으니까.
이름없음 2019/07/27 14:58:50 ID : Bfe40oGpO3z
세번째 이야기 첫번째 글타래 월광이 내리 쬐는 날. 사방엔 날뛰던 괴물들의 시체가 널부러져 있다. 그 중심엔 현대와는 어울릴 것 같디 않은 화려한 기모노(그렇지만 움직이기 편하도록 밑단을 짧게 개량했다.)를 입은 15살쯤 되어 보이는 소녀가 역시 현대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긴 곰방대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소녀의 이름은 마치노 유키에( 街野 幸恵). 마치 가부키배우처럼 짙은 화장을 한 것처럼 보이는 그녀의 얼굴은 사실 화장기 하나 없는 본래의 얼굴이며 그녀는 살아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녀의 생년은 979년. 지방 영주의 딸이었던 그녀는 그녀를 흠모하던 흑마법사의 저주에 걸려 죽게 되었고 다시 살아....... 아니 죽은 채로 걸어다니는 존재가 되게 되었다. 마치노공주가 걸린 저주는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횡행하고 있었다. 한때의 유행처럼 번져나가던 그 흑마법은 1000년. 그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저주에 걸린 존재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저주는 저주를 건 상대에게도 반사되어 돌아온다. 류타로 케이스케. 당신은 당신을 괴롭히는 저 상사 킨다이치 사지로에게 저주를 걸어 이 구울(ghouls)로 만들었지만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폭발하는 저주의 힘에 휩쓸려 당신도 구울이 되고 말았다. 저주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아저씨.” 마치노 공주는 경멸하는 듯한 눈으로 발밑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이름없음 2019/07/29 12:06:21 ID : lxyJVfcLffa
네번째 이야기. “그녀는 말이죠.......” 남자는 목소리를 깔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꼬챙이에 목이 꿰어 죽었어요. 피를 토하면서 괴롭게 죽어갔죠.” 누구도 남자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지 못했다. “불쌍하게도, 목이 찔린 후에도 오랜 시간 숨이 끊어지지 않아 괴로움에 몸부림쳐야 했어요. 그녀를 죽인 놈들은 괴로워하는 그녀를 조롱했죠. 불에 구워지는 마른 오징어에 비유하며.” 남자는 이번엔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모두 모이셨네요, 살인자들!”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녹이 슨 꼬챙이가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남자들의 목을 꿰뚫었다. “같이 가자. 얘들아.” 남자의 목소리는 여자의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 때 살해당한 여자의 목소리였다. “나랑 저 지옥의 문 앞에서 뜨겁게 지내는 거야.” 남자들의 몸에서 뿌연 영체가 빠져 나와 여자가 사라진 쪽으로 함께 사라졌다. “긴급속보 입니다. 경기도 양주시 아녀자 납치 살해사건의 범인으로 수배를 받고 있던 5인조 남성 강도 그룹이 강릉의 모 펜션에서 일산화 탄소 중독으로 사망한 채 발견 되었습니다. 이들은 양주에서.......”
이름없음 2019/07/30 12:20:13 ID : vu0008qo0q2
다섯번째 이야기. 첫번째 글타래. “당신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샐리는 남자의 목을 팔로 감싸고 말했다. 그녀의 짙은 붉은색의 립스틱을 바른 입술이 남자의 입술에 포개졌다. “정말이야? 내가 불사의 존재라고 해도 날 사랑할 수 있어?” “뭐라고요?” 샐리의 동공이 흔들렸다. “나는 불사의 생명을 가졌어. 그래도 날 좋아할 수 있어?” 벌어진 샐리의 입이 다물어 지지 않는다. “나, 나혼자 늙어가란 건가요?” “당신도 영원한 삶을 살면 돼.” “말도 안 돼요!” 샐리는 소리질렀다. “인생을 80년 사는 것도 지겨워 죽겠는데 영원한 삶을 살라구요?” “....... 그래. 그렇겠지. 지금까지 600년을 살아온 나도 즐거움은 하나도 없었으니까. 미안해.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해서.” 샐리는 아무말 없이 남자를 쳐다보다가 자신의 백을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남자는 삼십분을 멍하니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술값으로 40달러를 지불하고 술집을 나왔다. 바람이 차가웠다. 술집 문 앞에서 손을 비비며 서 있던 한 아가씨가 밝게 웃으며 남자앞에 섰다. “자정에 찍어낸 오늘자 조간 신문이에요. 사보지 않으시겠어요?” 남자는 아가씨를 훑어 보았다. 한 겨울에 동복도 아닌 하복의 드레스를, 외투라고는 춘추용 얇은 점퍼를 입은채 이는 다닥다닥 부딪히고, 몸은 바들바들 떨면서도 애써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신문을 내미는 모습. “자. 하나 줘.” 남자는 지폐를 건넸고 아가씨는 환하게 웃으며 남자에게 신문 한 부를 넘겼다. “어? 잠깐만요 아저씨.......” 지폐를 확인한 아가씨는 잠깐의 순간에 다시 고개를 들었지만 남자는 사라지고 없었다. 아가씨의 손에 들린 지폐는 100달러짜리였다.
이름없음 2019/08/06 00:28:46 ID : qqmHB81bjBx
다섯번째 이야기 두번째 글타래. “후우. 추워.” 제인 벨은 손을 호호 불어 비볐다. “신문 사세.......” 잔뜩 취한 남자 둘이 “더 마시자!”라고 소리 치며 제인 곁을 스쳐 지나 갔다. “하아. 추워.” 연신 손을 호호거리던 제인의 눈에 어제 그 아저씨가 보였다. “아저씨!” 제인은 그 사람에게 뛰어가 팔을 잡았다. 남자는 힐끔 제인을 내려 보았다. “어제 그 소녀이군. 근데 왜 옷이 그대로지?” “신문값은 75센트에요. 이거 돌려 드리러 왔어요.” “.......” 남자는 아무말도 없이 제인을 쳐다 봤다. 제인의 빨갛게 언 손이 눈에 들어왔다. 남자는 술집에 들어가려던 마음을 바꿔, 제인의 손을 잡고 술집 옆에 열려 있는 찻집에 들어갔다. “몸 좀 녹이자.” 제인은 쭈뼛거리며 찻집에 들어왔다. “뭘 마실거지?” “저어.......” 제인이 주저하며 남자를 바라봤다. “뭐지?” 제인은 남자에게 허리를 낮추라는 몸짓을 했다. 남자가 자세를 낮추자 귓속말로 말했다. “처음 와봐요. 커피숍.” 남자는 웃음이 터지려는 것을 참았다. “점원의 머리위에 있는 글씨들이 메뉴니까.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주문해.” 남자의 말에 따라 메뉴판을 바라보던 제인은, 어차피 어떤 메뉴인지 알턱이 없으니 어감이 가장 좋은 것을 고르자고 마음 먹었다. “에스프레소요.” 흠칫 놀라는 남자의 모습을 보았으나 제인은 그냥 흘렸다. “흐음....... 알았어. 잠깐만.” 남자는 점원에게 다가가 뭐라뭐라 말했다. 잠시후 주문한 음료가 나왔고, 남자와 제인은 자리에 앉았다. “자. 에스프레소.” 간장종지만큼 작은 잔에 찔끔 담긴 액체. 제인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게 1달러라고요? 너무 하네!” 제인은 무심코 소리을 질러 버렸고 주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남자는 그런 그녀를 보며 미소지었다. “마셔봐.” 제인은 남자의 제안에 컵을 들었다. 그리고....... “읏? 이거.......” 제인은 에스프레소를 한 입에 털어 넣었고, 그 모습을 본 남자는 눈이 동그래 졌다. “아, 안써?” “첫 맛은 쓰지만, 고소하게 남는 여운이 괜찮은데요?” 에스프레소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 커피를 처음 마셔봤을 아이가 그 맛을 알고 있다는 것에 남자는 놀랄 수 밖에...... “이건 핫초코라는 음룐데 맛있을 거야. 자 이렇게 양손으로 컵을 감싸 쥐어.” 제인의 발갛게 상기된 손이 컵을 감싸 쥐었다. 남자는 그런 제인을 바라보았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잔에 담긴 음료를 바라보는 눈이 매우 맑았다. 지금껏 만나왔던, 욕심에 가득찬 눈이 아니었다. 남자는 심장이 뛰었다. “이름을 알려 줘.” 제인은 생글생글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제인이에요. 제인 벨. 아저씨는요?” “아저씨는 레인이야. 레인 블라디미르.” “헤헤. 레인 아저씨구나.” 핫초코를 홀짝이던 제인에게 레인이 물었다. “제인. 만약에 제인이 불로불사의 영생을 얻으면 말야....... 뭘하고 싶어?” 레인의 질문에 제인은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동생들이 먼저 늙어 가는 모습을 보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만약에 영생을 얻는다면 그 영원의 삶 중에서 이 빈곤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찰나의 순간도 있을테니까, 그렇게 되면 공부하고 싶어요. 지혜와 지식을 겸비하고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 나처럼 가난하고 힘든 삶을 사는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싶어요.” 레인은 자신이 뱀파이어이며, 불사의 삶을 살고 타인을 그런 불사의 길로 인도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제인에게 제안했다. “영생을 살며 나의 길에 함께 해줄 동반자가 되어 주겠어?” 제인은 남자의 눈속에서 슬픔을 보았다. 그 슬픔은 오랜 외로움에서 온 것 같았다. 하지만........ 하지만 제인은 받아 들일 수 없었다. 레인은 제인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또 거절당하리라. 레인은 직감했다. “미안해요. 이 빈곤 속에서 짧은 삶을 마감하더라도 치열하게 살다가 죽고 싶어요. 차는 잘 마셨어요. 그리고 이거. 어제 신문값은 오늘 차로 받은 걸로 할게요.” 레인은 허망한 눈빛으로 테이블에 놓인 100달러짜리 지폐를 보았다.
이름없음 2019/08/10 02:27:26 ID : qqmHB81bjBx
남자는 로비에 있는 테이블에 놓인 사과를 한 개 집어 들었다. 빨간 사과. 한 입 베어 문 순간 터져 나오는 과즙. 태초에 작은 씨앗이 한 개 있었다. 신은 그 씨앗을 축복했고 씨앗은 곧 싹을 틔웠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도 그 싹은 굴복하지 않았다. 어려움을 이겨낸 싹은 나무가 되었다. 녹음이 무성한 나무. 하지만 그 나무는 아직 불완전 했다. 그 나무를 내려다보던 신은 미소를 지으며 두 번째 축복을 내렸다. 나무는 꽃을 피웠고 열매를 맺었다. 봄직도 하고 먹음직도 한 아름다운 열매. 붉은 색을 띄는 열매. 남자는 망상을 멈추고 사과를 한입 더 베어 물었다. “맛있지?” 한 여자가 웃으며 남자에게 다가온다. “맛있군.” “특상품이니까.” 남자는 대꾸하지 않고 사과를 한 입 더 베어 문다. 최초의 인류 아담과 하와가 그 나무에 다가 왔다. 아담과 하와는 동경하는 눈빛으로 그 나무에 맺힌 열매를 바라보았다. 아담과 하와가 자신을 동경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을 느낀 나무는 뿌듯했다. 나무는 그 기분에 너무 심취해 버렸다. 나무는 저 자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다. 자신의 가지에 주렁주렁 달려 있는 저 열매를……. 하지만 나무는 그 행동이 얼마나 오만한 일인지 알지 못했다. 나무는 자신의 뿌리 아래에서 잠들어 있던 뱀을 깨웠다. 그래서 인간에게 보냈다. 그 인간들이 이 열매를 먹을 수 있도록……. 라디오에서 뉴스가 흘러나온다. 차기 대선 주자로 뽑히던 야당의 당대표 곤잘레스 야부이스가 암살당했다는 소식이었다. “저게 당신의 작품인지는 아무도 모를 거야.” 여자가 요염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러나 남자는 여자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세 입 베어 문 사과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결국 한 입 더 베어 문다. ‘파삿.’ 하고 과육이 으깨지는 소리가 난다. 으깨지는 부위에서 과즙이 튄다. 남자는 배어나온 과즙을 ‘후루룩.’하고 빨아들인다. “오만한 나무의 열매를 먹은 인간은 그 오만함을 배운 거야. 난 언제까지고 오만한 자리에 앉지 않겠어.” 온 로비가 다 들리도록 말하는 그였지만 여자는 그것이 혼잣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담의 사과 이야기는 저 남자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신이 따먹지 말라고 한 열매를 따먹은 아담과 하와는 낙원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나무는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을 동경하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준 것인데 어째서 선물을 받은 자들이 쫓겨나야 하는지……. 인류가 떠나고 낙원은 방치되었다. 나무는 홀로 방치되었다. 아니 낙원을 가득 메운 동물들과 다른 식물들은 있었지만 그들은 나무를 동경하지 않았다. 나무는 괴로웠다. 동경을 받던 자신이 혼자 방치되어 버렸다. 자신을 두 번이나 축복해준 신도 이제 자신에겐 관심이 없었다. 낙원에서 쫓겨난 인류. 신의 관심은 오직 그 두 사람에게만 있었다. 나무는 버려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무는 그것이 자신의 오만함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은 피해자라고 생각했다. 자꾸 동경하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인간의 얼굴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건 나무의 망상일 뿐이었다. 현실은 자신의 열매를 약탈하고 있는 소형 포유동물뿐이었다. 나무는 점점 메말라 갔다. 나무가 혼자서 살수 없는 환경은 아니었지만 나무는 점점 말라 갔다. 그리고……. 결국 그 나무는 말라 죽고 말았다. 상실감과 절망 때문에……. “인간은 오만함과 절망감을 동시에 가지고 있지. 그건 전부 그 오만하기도 하고 절망 때문에 죽어 버린 그 나무의 열매를 먹었기 때문이야. 절망감이야 나도 어쩔 수 없지만, 오만함은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엘리사. 나를 치켜 줄 필요는 없어. 난 비록 이런 일을 하지만 겸손하게 살고 싶어.” 남자는 다 먹은 사과 꼭지를 쓰레기통에 던져 넣고는 여자, 즉 엘리사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나도 이 사과 좀 보내주겠어? 아주 맛있군.”
이름없음 2019/08/14 00:36:21 ID : qqmHB81bjBx
마완 소설 우리는 선을 따르는 집단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이념은 변질되었고, 악이라면 무조건 멸한다는 모토로 일했다. 인간에게 아무 해도 끼치지 않은 추종자들 조차, 악이라는 이유로 살해 했다. 선의 추종자 집단의 지도부들은 개개인의 추종자들이 잘못 되었음을 깨닫지 못하도록 선동하고 세뇌했다. 나역시 그러했으며, 어느 순간 깨닫고 보니 나는 악의 피에 굶주린 또 다른 악이었다. 그래도 선을 추종하던 본성은 남아 있었는지 내 자신이 죽도록 혐오스러웠다. 지금은 회복되어서 선의 은총을 행할 수 있지만, 사냥에 미쳐있을 때는 선의 은총조차 잃어버렸다. 지금 남아 있는 대다수의 추종자들이 그 상태이다. 굿윌즈(SEEKER of Good Wills)에게 버림받은 것도 모르고 살고 있다. 내 이름은 로널드 매카트먼(Ronald McKartman). 한 때는 선의 추종자집단 팔라딘 의회(Council of Paladin)소속 성기사였으나 거기를 빠져 나와, 지금은 워라이언(WereLion)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로널드. 나와서 밥 먹어요.” 워라이언가족의 안주인 새라의 목소리가 들린다. 식당에는 워라이언 가족이 앉아 있다. “매 번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내가 이렇게 인사를 하면 워라이언가족의 바깥주인 앤서니는 항상 이렇게 말한다. “생명의 은인에게 무언들 못하겠습니까.” 저들은 내가 팔라딘의 손에서 구한 첫번째 악의 추종자였다. 이 가족은 본의 아니게 악의 추종자가 되어 버렸지만 평범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존재였다. 워라이언으로 변하게 될 때는 지하실에서 숨죽이며 숨어 있었다. 인간에게 어떤 해도 끼치지 않은 이 가족을 한 팔라딘이 몰살하려 했다. 난 주저 없이 그 팔라딘을 살해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도 큰 상처를 입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선의 은총을 행하는 악의 추종자를 볼 수 있었다. 나조차도 잃어버린 은총을....... 그날 나는 펑펑 울면서 회개했다. 악을 잡는 데에 혈안이 되어 있어서 선한 본성을 버리고 악을 추구하는 자로 변질 되었던 나의 모습을 말이다. 그 날. 나는 오래 듣지 못했던 굿윌즈의 음성을 들었다. 그리고 다시 선의 은총을 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날부터 나는 앤서니부부와 동거하게 되었다. 하지만 언제나 이렇게 살 수는 없었다. 나는 저녁식사자리에서 이야기 했다. “두 달동안 보살펴 줘서 고마워.” “별 말씀을요. 내 집이다 생각하시고 편히 지내십시오.” 나는 앤서니와 새라의 손을 잡았다. “그동안 고마웠어. 난 의회로 돌아 갈거야.” 나의 말에 두 사람의 표정이 어두워 졌다. “하지만 그러면.......” 나는 고개를 흔들어 새라의 말을 끊었다. “굿윌즈의 은총이 함께 한다면 저들은 날 해치지 못할 거야. 의회에서 해야할 일을 마치고 돌아올게.” 새라의 이마에 키스를 하고 앤서니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동안 고마웠다.” “지금 가시는 겁니까?” 자리에서 일어나는 나에게 앤서니가 묻는다. “응. 지금 갈거야. 오늘은 나때문에 눈치보며 했던 밤일 신경쓰지 말고 열심히 하라구.” 나의 농담에 새라는 내 옆구리를 때리며 “죽으러 가는 사람이 쓸데 없는 농담 말아요.”라고 말했다. 나는 멋쩍은 웃음만 흘리고 현관을 열었다. &&& “선배!” 의회의 현관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던 모리스가 다가왔다. “어떻게 된거예요 선배!” 모리스는 나를 다그쳤다. “모리스. 나는 진실을 깨달았고, 내가 옳다고 생각한 일을 한 것 뿐이야. 오늘 나는 처벌을 받으러 왔다.” “선배. 의원들에게 싹싹 빌어 보세요. 살 지도.......” “나를 죽이고 살리는 것은 오직 굿윌즈뿐이다. 내가 옳았다면 난 살아서 나올거야. 그러니 문열어, 모리스.” 의회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맨 꼭대기 층. 의장실에서 흘러나오는 빛이 보였다. 나는 마치 홀린 것처럼 그 빛을 따라 갔다. 의장실 앞. 의장은 내가 도착한 것을 알았는지 들어오라고 했다. “로널드! 넌 날 배신했어!” 노인의 일갈이 귀를 울렸다. “나를 속인 것이 당신이시죠, 야마다 의장님!” 노인의 지팡이가 내 어깨를 때렸다. 하지만 그것은 힘없이 부러져 바닥에 굴렀다. “네가 감히 성스러운 팔라딘의 일원을 죽이고도 살아남을 성 싶으냐!?” “나를 살리고 죽이시는 것은 오직 굿윌즈의 뜻에 달렸습니다.” “네가 감히 성스러운 굿윌즈의 이름을......” 나는 또 나를 내려치려는 야마다의장의 팔을 잡고 밀쳤다. “너의 더러운 입에서 성스러움을 논하지 마, 야마다 의장. 아직도 모르겠나!? 굿윌즈는 너희들을 버렸다는 걸 말이야!” “뭣이!? 이 놈이!!” 야마다 의장은 나를 밀쳐 낸 후, 부러지고 남은 지팡이로 나를 때렸고 나는 아무 저항도 하지 않았다. 묵직한 통증이 밀려온다. 하지만 난 의장 하나와 싸우러 온 것이 아니었다. “체포하시지.” 나는 지하 감옥에 갇혔다. 나와 친했던 사람들이 나를 찾아 왔다. 근무를 마친 모리스와 나의 소대원들. 그리고 전 연인이었던 캘리도....... “로널드.” “후후. 뭐하러 왔어. 슬프게 말야.” “로널드. 잘못 했다고 빌어.” 캘리도 똑같이 말한다. “나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어. 잘못을 하고 있은 것은 바로 의회야, 캘리.” “우린 선의 추종자야! 이건 굿윌즈에 대한 신성모독이라구!” 캘리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캘리는 화가 나면 오히려 목소리가 차분해 졌다. “캘리. 너에겐 선의 은총이 남아 있니?” “뭐, 뭐? 그, 그건.......” “난 말이야. 선의 은총을 쓰는 워라이언가족들을 만났어.” “거짓말 마!” “굿윌즈는 너희들을 버렸어.” “괜히 찾아 왔구나. 너랑 만나면 항상 이렇게 돼.” “너도 깨달음을 얻을 날이 올거야.” “시끄러워, 로널드. 더이상 그 한심한 주둥이를 놀리면 내가 널 죽일거야!” “.......” 난 입을 다물었다. 백번을 말해도 깨달을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다음 날, 나는 재판장에 끌려 갔다. 재판장은 소란스러웠다. 이단을 심판하는 자리니까. 열혈 추종자(Zealots)들이 재판장을 점령하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모두 조용!” 의회안에 재판부는 따로 없었다. 의원들이 곧 판사들이었고 의원들의 눈 밖에 나면 바로 처형이었다. 난 처형이 기정 사실이었다. 하지만 두렵지 않았다. 굿윌즈가 축복한 악의 추종자들을 봤었고 난 그들을 지키려다가 이렇게 된 것이다. “성스러운 기사단원을 살해한 극죄인 로널드 매카트먼.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으면 해 보아라.” 야마다 의장이 나에게 발언권을 주었다. 나는 아무말없이 품에 갖고 있던 단도를 꺼내 어깨를 찔렀다. 잠시 장내가 술렁였지만 이내 조용해졌다. “우리 선의 추종자들이었다면.......” 나는 선의 은총을 행했다. 상처가 아물었다. 궁극의 치유은총. “누구나 행할 수 있었겠지만 이젠 우리 누구도 행할 수 없습니다. 3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 기사단원 누구나 할 수 있었던 은총이 우리 곁을 떠난 겁니다.” 장내가 다시 한 번 술렁였다. “나도 5살때 까진 할 수 있었어.” “나도. 언제 부턴가 할 수 없게 됐어. 마치 젖니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15년전!” 내가 큰소리로 외치자, 장내가 조용해 졌다. “15년 전. 우리는 선의 은총의 능력을 잃어 버렸습니다. 굿윌즈가 우릴 버린 그 해에 말이죠. 그리고.......” 나는 한 의원을 바라 봤다. “로베나의원이 만악해체론을 들고 나와 새로운 정신교육을 주입하기 시작했던 해죠. 그렇죠, 로베나 의원? 아니. 이블 윌즈(Evil Wills).” 로베나 의원의 굳었던 얼굴에 웃음이 피어 났다. “하아, 로널드 매카트먼. 넌 너무 섹시해. 나를 뜨겁게 만든다니까.” 로베나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다가왔다. “널 가장 갖고 싶었는데. 넌 역시 안 넘어 왔네.” 로베나 의원, 아니 이블윌즈는 의원들을 향해 돌아섰다. “성스러운 팔라딘 의회의 여러 의원 여러분. 그리고 그 추종자들이여. 나! 이블윌즈의 추종자로 전향한 것을 환영하오!” “뭐라고!” 야마다 의원의 일갈이 들려 왔다. 하지만 이블윌즈는 어느새 가에게 다가가 입을 막고 있었다. “쉿! 엄마한테 그렇게 소리지르면 안 되지, 야마다 의장. 이 의회를 악의 소굴로 만드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준 게 바로 너니까 이 엄마가 큰 선물을 줄 게.” ‘우드득우드득.’하는 소리와 함께 야마다의 의원의 머리가 척추와 함께 몸에서 분리 되었다. 귓불은 커다랗게 변해 날개가 되었으며 척추는 두개로 갈라져 다리가 되었다. “나와 영원히 함께 사는 거야.” “그웨엑. 그웩.” 야마다의 머리는 이상한 소리로 울었다. “어머 어머. 그래. 알았어. 배고프다고? 저녀석을 먹어!” 이블윌즈가 가리킨 곳에는 가장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던 여성 팔라딘이 있었다. “안 돼!” 나는 그녀를 밀쳤다. “그만해, 이블윌즈!” “왜? 내가 왜 선의 추종자의 말을 따라야 하지? 하아....... 널 가장 갖고 싶었는데, 넌 넘어오지 않았어. 뭐, 좋아. 갖지 못하면 파괴해 주지. 야마다. 네 먹이는 저녀석이야!” 이블윌즈는 타깃을 나로 바꾸었다. 야마다의장의 머리는 재빠른 몸놀림과 날카로운 발톱으로 나를 공격했다. “크윽.” 인간의 몸짓으론 피할수도 없다. 야마다가 내 팔을 물었다. 살점이 두툼하게 뜯어져 나갔다. “으억!” 나는 고통을 삼키고 뒤로 물러 섰다. 야마다가 내 뜯겨진 살점을 게걸스럽게 우물거리고 있었다. “야마다 돌아와! 나의 검이 되어라!” 야마다는 이블윌즈의 오른팔 하박에 앉아 그녀와 동화하더니 하나의 붉은 검이 되었다. “나에게 충성하지 않는 자는 필요 없으니까 죽어!” 너무나도 빨라서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그녀를 인지한 순간, 그녀의 검은 나의 심장을....... “크아악.” 갑자기 그녀가 튕겨져 나갔다. 나의 앞에 선 빛나는 존재. “굿.......” “그래. 내가 굿윌즈다.” 덮수룩한 수염에 가죽자켓과 가죽 바지를 입은 남자. 어딜 봐도 악을 대표하는 사람처럼 생겼지만 그에겐 빛이 났다. “감히 내 아들에게 손을 대다니. 이게 무슨 짓이야, 이블린.” 이블린?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말랬지, 굿윌즈.” “뭐 어때? 귀엽잖아.” “시끄러!” “어머 얼굴 빨개진거야, 이블린?” 나는 멍하니 두 추구자들의 대화를 들었다. 이게 무슨 상황일까?
이름없음 2019/08/18 20:38:24 ID : qqmHB81bjBx
완성판 우리는 선을 따르는 집단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이념은 변질되었고, 악이라면 무조건 멸한다는 모토로 일했다. 인간에게 아무 해도 끼치지 않은 추종자들 조차, 악이라는 이유로 살해 했다. 선의 추종자 집단의 지도부들은 개개인의 추종자들이 잘못 되었음을 깨닫지 못하도록 선동하고 세뇌했다. 나역시 그러했으며, 어느 순간 깨닫고 보니 나는 악의 피에 굶주린 또 다른 악이었다. 그래도 선을 추종하던 본성은 남아 있었는지 내 자신이 죽도록 혐오스러웠다. 지금은 회복되어서 선의 은총을 행할 수 있지만, 사냥에 미쳐있을 때는 선의 은총조차 잃어버렸다. 지금 남아 있는 대다수의 추종자들이 그 상태이다. 굿윌즈(SEEKER of Good Wills)에게 버림받은 것도 모르고 살고 있다. 내 이름은 로널드 매카트먼(Ronald McKartman). 한 때는 선의 추종자집단 팔라딘 의회(Council of Paladin)소속 성기사였으나 거기를 빠져 나와, 지금은 워라이언(WereLion)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로널드. 나와서 밥 먹어요.” 워라이언가족의 안주인 새라의 목소리가 들린다. 식당에는 워라이언 가족이 앉아 있다. “매 번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내가 이렇게 인사를 하면 워라이언가족의 바깥주인 앤서니는 항상 이렇게 말한다. “생명의 은인에게 무언들 못하겠습니까.” 저들은 내가 팔라딘의 손에서 구한 첫번째 악의 추종자였다. 이 가족은 본의 아니게 악의 추종자가 되어 버렸지만 평범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존재였다. 워라이언으로 변하게 될 때는 지하실에서 숨죽이며 숨어 있었다. 인간에게 어떤 해도 끼치지 않은 이 가족을 한 팔라딘이 몰살하려 했다. 난 주저 없이 그 팔라딘을 살해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도 큰 상처를 입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선의 은총을 행하는 악의 추종자를 볼 수 있었다. 나조차도 잃어버린 은총을....... 그날 나는 펑펑 울면서 회개했다. 악을 잡는 데에 혈안이 되어 있어서 선한 본성을 버리고 악을 추구하는 자로 변질 되었던 나의 모습을 말이다. 그 날. 나는 오래 듣지 못했던 굿윌즈의 음성을 들었다. 그리고 다시 선의 은총을 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날부터 나는 앤서니부부와 동거하게 되었다. 하지만 언제나 이렇게 살 수는 없었다. 나는 저녁식사자리에서 이야기 했다. “두 달동안 보살펴 줘서 고마워.” “별 말씀을요. 내 집이다 생각하시고 편히 지내십시오.” 나는 앤서니와 새라의 손을 잡았다. “그동안 고마웠어. 난 의회로 돌아 갈거야.” 나의 말에 두 사람의 표정이 어두워 졌다. “하지만 그러면.......” 나는 고개를 흔들어 새라의 말을 끊었다. “굿윌즈의 은총이 함께 한다면 저들은 날 해치지 못할 거야. 의회에서 해야할 일을 마치고 돌아올게.” 새라의 이마에 키스를 하고 앤서니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동안 고마웠다.” “지금 가시는 겁니까?” 자리에서 일어나는 나에게 앤서니가 묻는다. “응. 지금 갈거야. 오늘은 나때문에 눈치보며 했던 밤일 신경쓰지 말고 열심히 하라구.” 나의 농담에 새라는 내 옆구리를 때리며 “죽으러 가는 사람이 쓸데 없는 농담 말아요.”라고 말했다. 나는 멋쩍은 웃음만 흘리고 현관을 열었다. &&& “선배!” 의회의 현관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던 모리스가 다가왔다. “어떻게 된거예요 선배!” 모리스는 나를 다그쳤다. “모리스. 나는 진실을 깨달았고, 내가 옳다고 생각한 일을 한 것 뿐이야. 오늘 나는 처벌을 받으러 왔다.” “선배. 의원들에게 싹싹 빌어 보세요. 살 지도.......” “나를 죽이고 살리는 것은 오직 굿윌즈뿐이다. 내가 옳았다면 난 살아서 나올거야. 그러니 문열어, 모리스.” 의회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맨 꼭대기 층. 의장실에서 흘러나오는 빛이 보였다. 나는 마치 홀린 것처럼 그 빛을 따라 갔다. 의장실 앞. 의장은 내가 도착한 것을 알았는지 들어오라고 했다. “로널드! 넌 날 배신했어!” 노인의 일갈이 귀를 울렸다. “나를 속인 것이 당신이시죠, 야마다 의장님!” 노인의 지팡이가 내 어깨를 때렸다. 하지만 그것은 힘없이 부러져 바닥에 굴렀다. “네가 감히 성스러운 팔라딘의 일원을 죽이고도 살아남을 성 싶으냐!?” “나를 살리고 죽이시는 것은 오직 굿윌즈의 뜻에 달렸습니다.” “네가 감히 성스러운 굿윌즈의 이름을......” 나는 또 나를 내려치려는 야마다의장의 팔을 잡고 밀쳤다. “너의 더러운 입에서 성스러움을 논하지 마, 야마다 의장. 아직도 모르겠나!? 굿윌즈는 너희들을 버렸다는 걸 말이야!” “뭣이!? 이 놈이!!” 야마다 의장은 나를 밀쳐 낸 후, 부러지고 남은 지팡이로 나를 때렸고 나는 아무 저항도 하지 않았다. 묵직한 통증이 밀려온다. 하지만 난 의장 하나와 싸우러 온 것이 아니었다. “체포하시지.” 나는 지하 감옥에 갇혔다. 나와 친했던 사람들이 나를 찾아 왔다. 근무를 마친 모리스와 나의 소대원들. 그리고 전 연인이었던 캘리도....... “로널드.” “후후. 뭐하러 왔어. 슬프게 말야.” “로널드. 잘못 했다고 빌어.” 캘리도 똑같이 말한다. “나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어. 잘못을 하고 있은 것은 바로 의회야, 캘리.” “우린 선의 추종자야! 이건 굿윌즈에 대한 신성모독이라구!” 캘리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캘리는 화가 나면 오히려 목소리가 차분해 졌다. “캘리. 너에겐 선의 은총이 남아 있니?” “뭐, 뭐? 그, 그건.......” “난 말이야. 선의 은총을 쓰는 워라이언가족들을 만났어.” “거짓말 마!” “굿윌즈는 너희들을 버렸어.” “괜히 찾아 왔구나. 너랑 만나면 항상 이렇게 돼.” “너도 깨달음을 얻을 날이 올거야.” “시끄러워, 로널드. 더이상 그 한심한 주둥이를 놀리면 내가 널 죽일거야!” “.......” 난 입을 다물었다. 백번을 말해도 깨달을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다음 날, 나는 재판장에 끌려 갔다. 재판장은 소란스러웠다. 이단을 심판하는 자리니까. 열혈 추종자(Zealots)들이 재판장을 점령하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모두 조용!” 의회안에 재판부는 따로 없었다. 의원들이 곧 판사들이었고 의원들의 눈 밖에 나면 바로 처형이었다. 난 처형이 기정 사실이었다. 하지만 두렵지 않았다. 굿윌즈가 축복한 악의 추종자들을 봤었고 난 그들을 지키려다가 이렇게 된 것이다. “성스러운 기사단원을 살해한 극죄인 로널드 매카트먼.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으면 해 보아라.” 야마다 의장이 나에게 발언권을 주었다. 나는 아무말없이 품에 갖고 있던 단도를 꺼내 어깨를 찔렀다. 잠시 장내가 술렁였지만 이내 조용해졌다. “우리 선의 추종자들이었다면.......” 나는 선의 은총을 행했다. 상처가 아물었다. 궁극의 치유은총. “누구나 행할 수 있었겠지만 이젠 우리 누구도 행할 수 없습니다. 3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 기사단원 누구나 할 수 있었던 은총이 우리 곁을 떠난 겁니다.” 장내가 다시 한 번 술렁였다. “나도 5살때 까진 할 수 있었어.” “나도. 언제 부턴가 할 수 없게 됐어. 마치 젖니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15년전!” 내가 큰소리로 외치자, 장내가 조용해 졌다. “15년 전. 우리는 선의 은총의 능력을 잃어 버렸습니다. 굿윌즈가 우릴 버린 그 해에 말이죠. 그리고.......” 나는 한 의원을 바라 봤다. “로베나의원이 만악해체론을 들고 나와 새로운 정신교육을 주입하기 시작했던 해죠. 그렇죠, 로베나 의원? 아니. 이블 윌즈(Evil Wills).” 로베나 의원의 굳었던 얼굴에 웃음이 피어 났다. “하아, 로널드 매카트먼. 넌 너무 섹시해. 나를 뜨겁게 만든다니까.” 로베나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다가왔다. “널 가장 갖고 싶었는데. 넌 역시 안 넘어 왔네.” 로베나 의원, 아니 이블윌즈는 의원들을 향해 돌아섰다. “성스러운 팔라딘 의회의 여러 의원 여러분. 그리고 그 추종자들이여. 나! 이블윌즈의 추종자로 전향한 것을 환영하오!” “뭐라고!” 야마다 의원의 일갈이 들려 왔다. 하지만 이블윌즈는 어느새 가에게 다가가 입을 막고 있었다. “쉿! 엄마한테 그렇게 소리지르면 안 되지, 야마다 의장. 이 의회를 악의 소굴로 만드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준 게 바로 너니까 이 엄마가 큰 선물을 줄 게.” ‘우드득우드득.’하는 소리와 함께 야마다의 의원의 머리가 척추와 함께 몸에서 분리 되었다. 귓불은 커다랗게 변해 날개가 되었으며 척추는 두개로 갈라져 다리가 되었다. “나와 영원히 함께 사는 거야.” “그웨엑. 그웩.” 야마다의 머리는 이상한 소리로 울었다. “어머 어머. 그래. 알았어. 배고프다고? 저녀석을 먹어!” 이블윌즈가 가리킨 곳에는 가장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던 여성 팔라딘이 있었다. “안 돼!” 나는 그녀를 밀쳤다. “그만해, 이블윌즈!” “왜? 내가 왜 선의 추종자의 말을 따라야 하지? 하아....... 널 가장 갖고 싶었는데, 넌 넘어오지 않았어. 뭐, 좋아. 갖지 못하면 파괴해 주지. 야마다. 네 먹이는 저녀석이야!” 이블윌즈는 타깃을 나로 바꾸었다. 야마다의장의 머리는 재빠른 몸놀림과 날카로운 발톱으로 나를 공격했다. “크윽.” 인간의 몸짓으론 피할수도 없다. 야마다가 내 팔을 물었다. 살점이 두툼하게 뜯어져 나갔다. “으억!” 나는 고통을 삼키고 뒤로 물러 섰다. 야마다가 내 뜯겨진 살점을 게걸스럽게 우물거리고 있었다. “야마다 돌아와! 나의 검이 되어라!” 야마다는 이블윌즈의 오른팔 하박에 앉아 그녀와 동화하더니 하나의 붉은 검이 되었다. “나에게 충성하지 않는 자는 필요 없으니까 죽어!” 너무나도 빨라서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그녀를 인지한 순간, 그녀의 검은 나의 심장을....... “크아악.” 갑자기 그녀가 튕겨져 나갔다. 나의 앞에 선 빛나는 존재. “굿.......” “그래. 내가 굿윌즈다.” 덮수룩한 수염에 가죽자켓과 가죽 바지를 입은 남자. 어딜 봐도 악을 대표하는 사람처럼 생겼지만 그에겐 빛이 났다. “감히 내 아들에게 손을 대다니. 이게 무슨 짓이야, 이블린.” 이블린?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말랬지, 굿윌즈.” “뭐 어때? 귀엽잖아.” “시끄러!” “어머 얼굴 빨개진거야, 이블린?” 나는 멍하니 두 추구자들의 대화를 들었다. 이게 무슨 상황일까? “죽인다!!” 이블윌즈가 굿윌즈에게 달려 들었지만, 굿윌즈는 가볍게 그녀의 공격을 흘리고는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지금 바쁘니까 잠깐 잠들어 있어.” 굿윌즈는 자신의 입술을 이블윌즈의 입술에 포갰고, 이블윌즈는 추욱 늘어졌다. 지금 의회는 난리도 아니었다. 이미 3분의 1이상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들은 대부분 열혈 추종자들이었다. 굿윌즈는 슬픈 눈으로 머리가 터져버린 시체들을 바라 보았다. 그때 캘리가 비틀거리며 나와 굿윌즈에게 다가왔다. “아아....... 저는 어쩌면 좋습니까?” 캘리가 가슴을 치며 통곡했다. “굿윌즈시여. 당신의 손으로 나를 죽여주십시오.” 캘리가 굿윌즈를 향해 손을 뻗었다. “지금 네가 통곡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아라. 그 이유를 알게 된다면 넌 살아남을 자격이 있다.” 굿윌즈는 캘리의 손을 잡았고, 그의 빛이 캘리에게 흘러 들어갔다. 캘리는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오열했다. “로널드.” “네, 굿윌즈.” “네가 이들을 모두 걱정할 필요는 없다.” 굿윌즈는 마치 나의 마음을 모두 간파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의회에서 자유로워 져서 다시 그 워라이언 가족에게 돌아 가거라. 그리고 그들과 함께 선하게 살기로 한 악의 추종자들을 도우며 살거라. 그리고 로널드?” 나는 계속 말씀하시라는 의미로 그의 눈을 쳐다 보았다. “세상에서 ‘절대적’이라는 단어를 믿지 말거라. 이 세상은 기울어져 있어서 절대선도 절대악도 존재할 수 없는 거니까. ‘절대’라는 말에 현혹되지 말고 균형잡힌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거라.” “알겠습니다. 좋은 가르침 감사합니다.” 굿윌즈는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가라는 손짓을 했다. “돌아가거라. 앤서니와 새라 부부의 집으로.” ### “누구세요?” 새라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나야, 로널드.”라는 말로 . 문이 열리고 새라가 커다래 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로널드! 돌아 왔군요!” “응. 새라.” “몸은? 몸은 괜찮아요?” “그럼. 얘기 했잖아.” 새라는 나의 여기저기를 훑어 보다가 포옹했다. “어서 들어와요. 남편은 아직 퇴근 전이예요.” “응. 고마워.” 우린 평소처럼 즐거운 이야기 꽃을 피웠다. 얼마 후, 퇴근한 앤서니까지 돌아 왔고, 우리는 와인파티를 열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발신자 표시서비스에 캘리의 이름이 떴다. “캘리.” “....... 로널드.” “응. 말 해, 캘리.” 그러나 전화에선 침묵만이 전해졌다. “.....게 해야 돼?” 울고 있는 것 같았다. “캘리. 캘리!” “로널드. 나 너무 혼란스러워.” 나는 두 사람에게 잠시 양해를 구하고 밖으로 나왔다. “캘리. 지금 어디야?” “핑크 블리자드.......” 나는 앤서니와 새라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핑크블리자드로 갔다. “캘리! 모리스?” 거기에는 모리스도 함께 있었다. “두 사람은 충격이 큰가 보군.” 캘리와 의자 두개를 옆에 두고 앉은 크리스 선배가 말했다. 나와 10년이상 경력차이가 있는 대선배였다. “선배님.” “차라리 나도 저들처럼 충격을 받았으면 좋았을 것을.......” 선배는 독한 술을 연거푸 세잔을 들이킨 뒤 말했다. “알면서도 행하는 건 더 나쁘다고 했었나? 나도 자네처럼 어렴풋이 깨닫고는 있었네만, 용서할 수 없었네.” 나는 크리스 선배의 이야기를 들었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선배는 이야기를 마친 뒤 미소지으며, “들어줘서 고마워. 하지만 그것이 내 죄를 용서할 이유는 되지 못하겠지. 이제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어. 선하게 살려는 의지가 있는 자들을 도우면서 말이야.” 라고 말했다. “선배님. 의회에 남아 주십시오.” “의회에? 안 좋은 추억이 있는 곳에 남으라니 너무 가혹하군.” 선배는 쓴웃음을 흘렸다. “새로운 의회를 만들겁니다. 그러면.......” “남아있으라고 이야기 해주다니 정말 고맙네. 하지만 어떤 형태, 어떤 목적이라도 이제는 더 이상 의회라는 굴레에 남고 싶지 않네.” 선배는 잠들어 있는 모리스와 캘리을 바라보았다. “이 녀석들이라면....... 좋은 동료가 될지도 모르지. 그럼, 이만.......” 술집을 나서기까지 잠깐동안 보였던 선배의 뒷모습이 초라해 보였다. 그 등에는 수많은 죄책감과 후회가 지워져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난 강력하게 선배를 붙잡을 수 없었다. “보드카 한잔.” 나는 술을 마시며 생각했다. 굿윌즈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일어나게 한 것일까? 나는 왜 이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일까? 혼란스러워 하는 팔라딘들을 어떻게 이끌어야 할까? 이런 저런 생각에 나마저도 혼란스러워 졌다. “생각을 한다고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머리만 더 복잡해 지네.” 두 뺨을 탁탁치고 정신을 차린 나는 모리스를 하지만 “어이, 일어나 모리스!” 조금이나마 달 취한 모리스를 깨워 걷게 하고, 캘리를 들처 업은 채, 의회의 기숙사로 향했다. “돌아오셨군요.” 야마다 의장의 수석비서였던, 타치바나 스미에가 웃으면서 나를 맞았다. “당신. 의외로 멘탈이 괜찮군요. 야마다의 최측근이었던 사람이?” 나의 의문에 스미에는 손을 들었다. 그러자 그곳에 선의 은총이 나타났다. “하하. 당신도.......” “하지만 죄에서 자유로울 순 없겠죠.”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안에서 많은 것이 느껴졌다. “저는 우리 의회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막을 수 없었습니다. 알면서도 하지 않은 게 더 나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일순간에 그녀의 얼굴에 슬픔이 지나갔다. “캘리님의 방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으, 응.” 캘리를 방에 눕히고, 비틀거리는 모리스를 이끌고 그의 방에 갔다. “오늘은 여기서 묵고 가십시오.” “아닙니다. 저는 돌아가야 할 곳이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스미에는 공손하게 인사하고 돌아섰다. “타치바나씨도 같이 가죠.” “네, 네?” “지금 당신을 혼자 두면 큰 일이 날 것 같으니까요. 유쾌한 사람들이니까 즐거울 거예요.”
이름없음 2019/08/22 16:31:37 ID : mL9gY1io1Dw
여덟번째 이야기. 만약 나에게 다음 생이 허락 된다면, 이번 생엔 하지 못했던 사랑을 마음껏 해보고 싶다. 그래 사랑은 못해도 적어도 후회는 없이 고백이라도 해보자. 이렇게 외롭진 않겠지.
이름없음 2019/11/15 23:15:33 ID : O2pU1vdyMrA
짧은 이야기 1 비가 쏟아졌다. 마치 그녀의 슬픔을 씻어내려고 하는 듯이 비가 쏟아졌다. 공기를 채우고 있던 피냄새가 씻긴다. 그녀는 저멀리 후퇴하고 있는 적군을 바라 보았다. “추격할까요?” 제3 백병장의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가로 젓고 철수의 나팔을 불었다. 전선에서 약 3킬로미터 쯤 뒤에 형성되어 있던 야전막사에서는 신성치료사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계속 되었다. 전선에 나갔던 전우들이 돌아 왔고, 부상병들은 재빠르게 막사의 한 켠으로 옮겨 졌다. 모든 부상병이 옮겨지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자신의 집무실로 들어 갔다. “크윽.” 옆구리부분의 갑옷이 깨져 있었고, 그 곳에 난 상처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안녕하십니까?” 한참 고통을 억누르고 있을 때, 한 신성치료사가 들어 왔다. “오늘 장군님을 맡게 된 신성치료사 루나 벨기에르입니다. 갑옷을 벗어 주시겠습니까?” 루나는 뭐라고 말하려는 그녀에게 다가가 흉갑을 벗는 것을 도와주었다. “나는 됐으니까.......” “레깅스 벗으십시오!” 일개 평민출신의 신성치료사가 백작인 그녀에게 소리쳤다. 그녀는 놀란 눈으로 루나를 바라 보았다. “병사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장군님의 안전입니다. 어제 한 병사가 치료 받는 내내, 장군님의 안부에 대해 알 턱이 없는 저에게 묻더군요. 장군님은 무사하시냐고요. 다치신덴 없냐고요. 큰 부상을 당해 장군님 곁에서 더 싸우지 못해 한이 된다고요.” 루마의 말에 그녀는 털썩 주저 앉았다. 그리고 울었다. 펑펑. 흐느껴서 어린 아이처럼 울었다. 울면서 그녀의 몸을 탄력있게 조이고 있던 레깅스를 벗었다. 윤기가 흐르는 살결이 드러났다. 근육이 붙었지만 그녀의 여성스러운 몸매를 해칠 정도러 많지는 않았다. 오른쪽 옆구리에서 피가 뿜어지고 있었다. “조금 아프실 겁니다.” 루나는 그녀의 상처에 알콜 70%의 술을 부었다. 그녀는 극심한 고통에 몸이 들썩였지만, 애써 비명을 삼켰다. “기도를 준비하는 동안 힐링포션으로 상처를 진정시키.......” “그건 됐어요. 포션은 병사들을 위해 아껴 둬요. 나는 참을 수 있으니까, 천천히 기도 준비 하세요.” 루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포션의 뚜껑을 닫았다. 루나가 기도를 준비하는 동안 그녀는 고통을 참으려 애썼다. 하지만 고통이 너무 극심해서 신음이 새어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녀의 이마를 타고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 다시 심호흡을 하고 고통을 견딘다. 루나의 기도가 길어 진다. 기도가 길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치료해야할 부분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짧은 숨을 반복해 내쉬는 그녀에게 루나가 다가왔다. 따뜻한 온기가 상처에 스며드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내 고통이 사그라 들었다. 손에 맺힌 오라가 전부다 사그러 들고 상처가 전부 아물었을때 루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콧물과 눈물로 범벅이 된 채 울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그녀는 귀족답지 않게 백성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부하가 전장에서 목숨을 잃으면 몹시 슬퍼 했다. 그녀의 리더십은 병사들이 스스로 충성하도록 만들었다. 루나는 확신했다. 에스카 라슈미르. 그녀가 이끄는 황금사자기사단의 병사들은 전쟁에서 목숨을 잃어도 기쁜 마음으로 죽을 것이라고. “얼굴을 좀 씻으십시오.” 루나는 그녀에게 물이 담긴 그릇을 내밀었다. 그녀는 울면서 미소지으며 감사를 표했다. ‘제가 말한 그 것이 병사들의 진심입니다, 장군님. 그 리더십 언제나 변치 말고 가져 주세요.’ 루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허리를 숙였다. 그녀는 집무실을 빠져 나가는 루나에게 말했다. “고마워요. 그런 기쁜 소식을 알려 주어서.” 루나는 뒤돌아 서지 않았지만, 미소를 지었다.
이름없음 2019/11/24 09:18:04 ID : xWpglyFcpVg
제이나 프라우드무어 -1- “후아암.” 제이나는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일어났다. 어제도 새벽까지 마법을 연구했던 모양이다. 해는 중천에 떴고, 거리엔 활기찬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전쟁이 끝난지 1년이 지났다. 적군의 성에 위고르 제국민들이 이주했고, 라슈미르 백작의 남편, 베버 클라이든 라슈미르 남작의 통치에 놓였다. 라슈미르 백작은 출산 휴가를 얻어 남편과 함께 남편의 영지에서 요양하는 중이다. 제이나는 씻지도 않고 제일 먼저 아기의 방으로 쳐들어 갔다. “클라이든!” 때마침 아기는 밥을 먹고 있었다. “제이나, 노크 좀 해.” 에스카의 미간이 찌푸려 졌고, 제이나는 실없이 웃으며 뒷통수를 긁었다. 아기 클라이든은 두 눈을 꼭 감고 열심히 엄마의 젖을 빨고 있었다. “아우 귀여워.” 에스카는 해맑게 웃고 있는 제이나를 보았다. 그녀는 오래 전, 제이나가 자신에게 해주었단 이야기를 떠 올렸다. ‘17살 때까지, 날 길러준 엄마 항상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몬스터가 그득한 숲속 한 가운데에서 사는 특이한 인간이라고 생각했었죠. 열일곱번째 생일날 엄마는 항상 짓던 장난스러운 표정을 버리고 엄청 진지해지셨어요. 너도 알아야 할 것은 알아야 한다고 하시면서요. 그리고는 당신의 본모습을 드러냈어요.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보이지도 않는 거대한 드래곤이었죠. 고개를 숙인 그 거대한 존재의 붉은 눈이 보였어요. 하지만 하나도 무섭지 않았죠. 지금까지 날 정성으로 돌봐준 분이잖아요. 엄마의 콧잔등을 쓰다듬어 봤어요. 너무 하얘서 은빛처럼 보이는 화이트드래곤의 비늘. 차가웠어요. 당연하죠. 빙설계의 드래곤이니까요. 아니, 후훗. 화염계의 레드드래곤이라도 차가웠을 거예요. 파충류는 냉혈동물이니까. 흐흠, 이야기가 잠깐 샜네요. 어쨋든, 엄마는 본체 드래곤의 모습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어요. 내가 태어난 동네에서 은발을 가진 아기가 태어나면 저주받은 아이라고 여겼대요. 내가 은발을 가지고 태어났고, 난 저주받은 아이였죠. 날 낳아준 부모는 나를 숲속에 내다 버렸고, 추위와 어두움에 울고 있는 걸 엄마가 찾아 낸거래요. 그런 나를 데려다 오크의 젖을 먹이며 키웠다고 해요. 어쩐지 어금니가 간질간질하더라니 어렸을 때 오크젖을 너무 많이 먹었나봐요. 하하 농담 미안해요. 엄마가 나에 대해서 알려 준 후 나를 뚫어지게 쳐다 봤는데, 뭔가 이야기를 해주었으면 하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내가 한 첫마디는 이거였죠. ‘그래서요?’ 본체인 드래곤의 얼굴에도 당황한 표정이 드러나더라고요. ‘날 버린 사람에 대한 기억은 하나도 없고, 날 정성어리게 길러준 사람, 아니 드래곤이 여기 있는데 뭐가 문제예요. 저의 엄마는 당신이에요.’라고 말하고 커다란 엄마의 콧잔등에 온몸을 기댔어요. 볼이 닿는 비늘에 제 볼을 부볐죠. 그러다 엄마가 갑자기 다시 인간으로 변신하는 바람에 나는 바닥에 처박혔죠. 우리 엄마 나이만 많이 먹었지 완전 장난꾸러기거든요. 엄마는 나를 일으키고 포옹했어요. ‘고맙다.’고 말하면서요. 제 이름은 제이나 프라우드무어에요. 엄마의 이름 프로스트무어에서 따 지은 거죠. 저의 엄마는 프로스트무어 한분 뿐이에요. 버려졌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보지 않았어요.’ 에스카는 클라이든이 태어난 직후에 제이나가 한 말을 떠올렸다. ‘언니는 무슨 일이 있어도, 클라이든을 끝까지 지켜주고 책임져 주세요. 설령 그가 자라면서 은발이 되더라도.......’ 에스카는 클라이든을 바라보고 있는 제이나를 보았다. ‘괜찮다고는 하지만, 넌 마음속에 응어리가 있구나.’ 젖을 다 먹고 시원하게 트림을 내뱉은 클라이든은 색색거리며 잠에 빠졌다. 제이나는 그런 아기의 모습을 미소지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제이나.” 낮은 목소리로 그녀를 부른 에스카는 차를 마시자는 제스처를 취했고, 제이나도 좋다는 제스처를 취하며 방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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