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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9/08/11 00:13:40 ID : tjunyFijhdV
장편인데 오늘 1화 썼고 2화는 언제 쓸지 모르겠다. 바빠서 짬짬이 쓰다보니.. 백업용 블로그에만 올려뒀는데 여기다가도 슬쩍.
이름없음 2019/08/11 00:15:08 ID : tjunyFijhdV
“언니는 투명하고 청초했어요. 도저히 이 세상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죠.” “수상한 점은 없었습니까? “전혀요! 언니는 평범한 사서였어요. 아, 하지만...” “하지만?” “이상한 점이라면 있었어요.” 제프는 소녀의 말을 받아적던 손을 멈췄다. 소녀가 뜸을 들였기 때문이다. “딱 한 번, 다른 사람처럼 행동한 적이 있었어요.” 나지막이 말하는 소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명백한 공포였다. 제프는 드디어, 라고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런 느낌이 언제 들었는지 알려주시겠습니까? 가능하면 자세하게.” 소녀는 머뭇거리며 제프의 왼쪽 가슴팍을 바라보았다. 경찰-정확히는 특수 수사과의-뱃지가 빛나고 있었다. 제프는 그녀에게 가장 상냥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10초쯤 흘렀을까, 소녀가 입을 뗐다. “그녀가 사라진 날의 일이에요.” 제프는 자세를 고쳐앉았다.
이름없음 2019/08/11 00:16:42 ID : tjunyFijhdV
* "야일, 왔어?" 야일이라 불린 소녀는 뒤를 돌아보고 활짝 웃었다. 거기에는 짧고 붉은 단발머리를 한 아름다운 여자가 있었다. 그녀 역시 미소지으며 야일에게 다가왔다. “사서보다 빨리 출근하는 이용자는 너밖에 없을 거야.” 여자가 인식 센서에 손바닥을 갖다대자 잠금이 풀리는 소리가 났다. 야일은 먼저 안으로 들어가며 지적했다. “어차피 이용자라곤 저뿐이잖아요.” “아, 그렇네.” 그렇게 말하며 해맑게 웃는 모습은 마치 어린아이 같아서, 야일은 그녀가 서른이 넘었단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사실 그녀의 외모 자체가 그랬다. 야일은 카운터에 앉아 자료를 정리하는 여자를 바라보다가 문득 졸음이 몰려오는 걸 느꼈다. 하품을 하자 여자가 야일을 바라보았다. “졸려? 열람실 구석에 기다란 매트 있는데 가서 한숨 자.” “안 알려주셔도 알아요. 미카 언니보다 제가 더 오래 이 도서관에 다녔다구요.” 야일의 어머니는 항상 버릇없다며 야단쳤던 말투였지만 미카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오히려 야일의 말에 그랬지, 하며 웃어주었다. 확실히 졸리긴 했지만 자고싶지는 않아서 야일은 그대로 미카와 잡담을 나눴다. 대화 주제는 늘 그랬듯 1년 전 오늘, 대지진이 일어난 날이었다. 그때는 미카가 이 도시에 없었기 때문에 야일이 어떤 얘기를 해도 그녀는 흥미롭게 들어주었다.
이름없음 2019/08/11 00:17:27 ID : tjunyFijhdV
“…어떻게 이 도서관만 살아남았는지 모르겠다니까요. 엄마가 평생을 바쳐서, 그 정성 때문에 신이 도우셨던 걸까요.” “글쎄, 나는 신은 믿지 않지만 그럴지도 모르겠네.” “이참에 믿어보는 건 어때요? 가족이 모두 죽어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된다구요.” “아, 그러니.” 이때부터 미카의 표정은 조금씩 굳어갔지만 야일은 눈치채지 못했다. “그렇게 쉽게 죽어버리는 게 인간인데, 신은 인간의 목숨도 영혼도 구원해준다구요. 엄마는 살지 못했지만 분명 영혼만은 구원받았을 거예요.” “누구나? 누구나 그렇게 구원해준다고 생각하니?” 미카의 목소리가 날카롭고 높아졌다. 야일은 살짝 놀란 얼굴로 미카를 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에요. 하지만 신이 인간의 생사를 결정하는 건 사실인걸요. 제가 살아난 건 신이 원했기 때문이고, 엄마는 선택받은 저의 엄마니까 구원해주시겠죠.” “단순한 믿음 아니니?” “이건 확신이에요.” “엄마가 죽고 난 뒤에도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존재이길 바라서가 아니라?” 그렇게 물으며 미카는 야일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야일은 움찔했지만 고양감은 그녀를 놔주지 않았다. 이런 얘기를 할 때마다 그녀는 자신에게 취해 빠져나오질 못했다. 도시에 살던 수만의 인구, 그리고 혼자서 살아남은 자신. 그에 대한 기쁨과 슬픔이 타인의 시선 앞에서 어우러진 것이다. 그 고양감 그대로 그녀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요. 확신이에요. 신도 신의 구원도 분명히 있어요!” “지긋지긋하니까 그만 닥쳐.” 미카가 앉아있던 의자가 뒤로 넘어가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야일이 미카의 입에서 튀어나온 비속어에 당황하는 사이 미카는 성큼성큼 야일에게로 다가왔다. “신따윈 없어. 니가 살아남은 건 우연이고 네 엄마는 사라진 거야. 구원이란 게 있을 것 같아? 죽은 인간이 있을 곳은 그 인간을 기억하는 또 다른 인간밖에 없어.” “미카 언니…?” “알아들었어?” 미카는 야일의 어깨를 붙잡고 소리질렀다. 야일은 잔뜩 겁먹은 채로 확실하게 고개를 저었다. 미카는 그것에 완전히 폭발했다.
이름없음 2019/08/11 00:17:51 ID : tjunyFijhdV
“넌 멍청이야! 가만히 듣고 있는 미카도! 인간의 죽음이 신에게 선택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건 니가 인간이 만든 죽음을 본 적이 없어서야. 거기에 신이라는 허구는 끼어들 틈조차 없어. 철저하게 계산한 함정에 상대를 빠뜨리고 거리를 좁혀 끝내 목을 손에 쥐지. 아무 계획없이 죽일 수도 있겠지만 이것 봐." 미카가 순식간에 야일을 바닥에 쓰러뜨리고 위에 올라탔다. 손은 야일의 목을 쥐고 있었다. 야일은 놀라서 발버둥쳤지만 미카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차가운 시선으로 야일을 내려다보았다. 순간 야일은, 그녀가 푸른 생머리를 길게 기른 다른 여자로 보였다. 하지만 다시 보니 미카였다. 붉은 단발이 가볍게 흔들렸다. “‘이 자식을 죽여버리고 싶다’라는 생각 하나에 어떻게 하면 죽일 수 있을 지 몸이 행동으로 옮겨버리지. ‘진짜 죽을지는 몰랐어요’ 따윈 없는 거야.” 그리고 미카는 일어섰다. 구속이 풀렸지만 야일은 자세 그대로 떨고 있었다. 방금 일어난 모든 일이 믿기지 않았다. 이게 천사처럼 착한 미카의 본성이란 생각도 들었지만 그러기엔 너무 사람이 달랐다. 야일로써는 다른 사람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이름없음 2019/08/11 00:19:10 ID : tjunyFijhdV
“…그리고 미카 언니는, 안녕이라며 평소처럼 해맑게 웃더니 나가버렸어요. 가방도 핸드폰도 남겨두고서. 이게 그날 있었던 일이에요. 벌써 30일 전이네요.” 야일은 말을 마치고 제프의 눈치를 보았다. 그는 그제서야 생각에 너무 깊이 빠져있었단 걸 깨닫고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해주신 증언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보답으로 그녀에 대한 질문을 한 가지 받아들이죠. 묻고싶으신 건 많겠지만….” “미카 언니의 정체가 대체 뭐죠?” 제프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야일의 증언으로써 그는 확신을 얻었다. “부모를 죽이고 도주 중인 살인범입니다.” 얼어붙은 야일을 두고 제프는 일어섰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대단히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나가려다가, 야일이 문득 불쌍해져서 덧붙였다. “당신에게 충격적인 경험을 선사한 건, 아마 미카가 아닐 겁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저기, 경찰 아저씨!” 뒤에서 야일이 애타게 소리쳤지만 제프는 무시하고 도서관을 걸어나왔다. 그리고 프랑키에게 전화를 걸었다. 걸걸한 목소리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제프? 그 여자애 증언 다 받았어? “그래. 드디어 꼬리 잡았다. 유리가 맞아.” —이백년도 넘게 찾아 헤매더니. 지금 다 모여있는데 어쩔래? 와서 한 잔 할래? 수화기 너머로 시끌벅적한 술집의 분위기가 흘러나왔다. 제프는 입꼬리를 올렸다. “주소 불러.”
이름없음 2019/08/11 00:19:50 ID : tjunyFijhdV
/ 열심히 썼는데 왜 4천자도 안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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