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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9/10/02 22:27:33 ID : XwL9haoE5Wn
ㅈㄱㄴ
이름없음 2019/10/02 22:27:51 ID : XwL9haoE5Wn
아밀리아, 내가 보고싶었다고 말해줘요. 당신의 미소를 위해 엠보르 산의 정상까지 올랐던 남자, 한겨울의 민들레를 찾아 옮겨심어 왔던 당신의 심복, 목이 퉁퉁 부은 당신을 대신해 광장에서 노래를 불렀던 절친한 친구이자 그대를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왔어요. 미로를 돌고 돌아서 당신에게로 왔어. 어여쁜 그대, 그 새벽에 들었던 달콤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러줘요. 우리가 해도 달도 별도 눈을 감은 찰나 엉큼한 장난을 쳤던 그 때, 그림자에 숨은 아기 고양이 같이 사뿐걷는 발걸음으로 내 품에 안겼던 그 안개 속, 차갑게 식은 뺨을 데우고 유리구슬처럼 빛나던 눈을 바라보던, 나 죽어도 잊지 못할 내 영혼까지 각인된 그 시간을 우리 함께 다시 펼쳐보는 거예요. 아밀리아, 나를 다시 한 번 사랑한다고 말해줘요. 우리의 약속의 증표를 가져왔어요. 고결한 당신의 미소를 담고 나의 웃음으로 감싼 사랑을 말이에요. 당신을 사랑해주던 이들의 악보도 만들어왔어요. 광장의 꽃송이는 꽃망울을 한껏 부풀리고 메인 홀은 주인을 기다리느라 매일 외로워해요. 당신이 필요해요. 나의 아밀리아, 너무 날 나무라지 말아줘요. 오트 신의 바람처럼 하콧의 번개처럼 달려왔어요. 그러니 어서 그 눈동자, 별빛 찬란한 그 눈을 나와 맞추고 안아줘요. 붉게 달아오른 장미꽃잎을 장난스레 물던 그 입술로 내 차디찬 입술에 온기를 나눠줘요. 보물과 왕좌와 과자와 용을 가르키던 그 손끝으로 이제는 나를 덧그려줘요. ..... 그래요, 솔직히 말할게요. 그러니 부디 나를 돌아봐줘요. 나 전부 괜찮아요. 부끄러워 할 필요없어요. 사랑하는 아밀리아, 내 곁에 있어줘요. 그러면 나도 기꺼이 당신을 따라, 그대 그림자를 따라 곱디 고운 그 곁으로 갈텐데. 그리하면 우리, 다시 한 번 사랑을 해요. 왕도 신도 부러워할 그런 사랑을요, 서로의 이름을 목이 쉴때까지 부르고 살이 짓무를 때까지 껴안고, 눈물이 흐를때까지 시선을 맞추는. 치기어리고 사랑스럽고 달콤하고 흔들리지만 결코 부서지지 않는 사랑을 해요, 나의 아밀리아.
◆JXta09uk04L 2020/05/13 22:52:03 ID : XwL9haoE5Wn
밖에선 이제 비바람이 불고 있었다. 꼭 닫은 베란다 너머 방충망이 속절없이 휘날리고 유리창에 수없이 부딪쳐 흐르는 빗물들을 보고있으려니 이 모든게 질 낮은 연극처럼 느껴졌다. 자퇴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면서 기숙사 짐을 줄이던 룸메이트가 마지막으로 이별을 고하던 아침, 불쾌하게 살갗에 들러붙는 축축한 공기를 마시며 나갔던 오전 수업. 모든 일과가 끝나고 마치 노아의 방주를 떠올리게 하는 어마무시한 굵은 빗줄기들에 기겁하며 기숙사로 뛰어들어왔을때 거실엔 배웅했던 룸메이트가 피투성이로 쓰려져있고. 의식이 없어서 떨리는 손가락으로 119를 눌러 내 목소리가 아닌 것 같은 기분으로 주소를 부르고. 울음이 솟아올라 이를 악물고 지혈이라도, 싶어서 차게 식은 팔을 붙잡고 손목을 들여다보면 붉은 액체가 코팅된 것 마냥 머물러있다가 내 손목으로 타고 내려왔다.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다. 반사적으로 핏자국이 점점이 떨어진 바닥을 보고, 혈향은 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네 깨끗한 손목을 보고나서야. 우리 화장실 전구가 나갔던 것 기억나? 그래서 내가 머리 감다가 비명을 질렀잖아. 싱크대에서 사과를 씻던 너는 놀라서 문을 열고.. 안 그래도 좁아서, 그 문에 얻어맞은 나는 또 소리를 지르고. "잠깐만 나와봐. 내가 고쳐줄게." 바로 새 전구를 가져온 네가 능숙한 솜씨로 갈 동안에 나는 수건으로 샴푸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칼을 감싸고 아래만 쳐다보고 있었잖아. 그래서 헌 전구를 들고 나가던 네 손이 물기로 잔뜩 젖어있던걸 봤어. 네 손바닥이 굳은 살 없이 실크처럼 부드럽던 것도 알았는데, 그땐 그냥 정신이 없어서 모른체 했었어. 머리를 다시 씻을 땐 그 의문이 세찬 물줄기에 거품처럼 흘러가 버렸어. 누구에게 말하는지 모를 회상을 입술 새로 뻐끔대며 나는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사이렌이 들릴까봐. 들리면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혹시라도 내가 널 죽였다고 소방관들이 그러면 어떡하지. 고장난 너를 사과처럼 새빨간 사이렌을 단 구급차에 환자처럼 싣고, 붉은 물감이 엉성하게 스며든 옷을 입은 나를 경찰에 넘기겠다고 하면은. 방안에서도 물비린내가 나기 시작했다. 축축하게 젖은 공기가 건조한 실내를 야금야금 잡아먹고 있다. 그 중간에 앉아 여전히 귀를 기울이며 어떡할지를 고민한다. 문득 네가 이별 선물이라며 두고 간 사과 한 박스가 떠올라, 차라리 웃기지도 않은 물감 대신에 사과 껍질이라도 흩뿌려져 있다면 더 나았을텐데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나는 먹지도 않을 사과들을. 너, 진짜 사과 좋아하는구나.
◆JXta09uk04L 2020/05/13 22:56:24 ID : XwL9haoE5Wn
우리 둘만 있던 밤이 끝나가. 잠시후면 그들이 들이닥칠거야. 그전에 우리는 눈을 감자. 그러면 이 밤은 영영 우리로 남아, 사랑스러운 채겠지.
이름없음 2020/05/19 10:30:42 ID : XwL9haoE5Wn
질투가 달아올라 내 뇌를 익혀버렸어. 그래서 맛이 간 머리로 생각을 해봤는데, 아무래도 나는 널 사랑하는 것 같애.
이름없음 2020/05/19 10:33:17 ID : XwL9haoE5Wn
이 비는 널 붙잡고 싶은 내 마음이야. 추적추적 내려서 네 발길을 부추기는게 아니라, 귀가 멍멍해질만큼 한 치 앞도 장대비에 가려져 보이지 않도록 해서 네가 떠날 엄두도 못 내게 하려는거야.
이름없음 2020/05/19 17:53:56 ID : XwL9haoE5Wn
이제 우리 다시는 사랑으로 세상에 오지 말기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김광석
이름없음 2020/05/19 18:04:01 ID : XwL9haoE5Wn
그는 기어코 제 몸을 꾸역꾸역 움추렸다. 등을 둥글게 말고 팔을 접어 손을 겨드랑이 사이에 끼운채로 코가 무릎뼈에 부딫히도록 끙끙대며. 답답하지도 않은가, 성인 남자가 취하기에는 너무 기괴한 행동을 했으면서도 거기서 더 몸집을 작게 하려는지 꾸물대기를 멈추지 않았다. 곧 자세가 마음에 들었는지 더 이상은 어찌할 수가 없었는지는 몰라도 가만히 앉아있던 그는 아무리 기다려도 암것도 닿아오지 않자 흡사 강아지가 낑낑대듯 애처로운 목울림을 내며 고개를 쑥 내밀었다. 그리고 제 팔을 꺾일 것처럼 휘청이며 꺼내어 옆에 앉은 이의 팔을 제 머리 위에 얹었다. 다시 만족한 표정으로, 등을 말고 팔을 접고... 남자는 마치 어린아이가 어리광을 부리듯 그렇게 있는 것이었다.
이름없음 2020/05/19 18:12:11 ID : XwL9haoE5Wn
어린아가 애정을 갈구하듯.
이름없음 2020/05/25 22:21:23 ID : XwL9haoE5Wn
개웃겨, 개웃겨. 웃겨서 입꼬리가 안 내려가. 니 인생 꼬라지가 웃겨서 견딜수가 없어
이름없음 2020/05/25 23:23:09 ID : XwL9haoE5Wn
너만은 손에서 놓지 않을 줄 알았어. 막연히 함께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분기점이 오고 나니까 하나 둘씩 다들 떠나가고, 그러면서도 남은 친구들에게 한마디씩 남겼을 때 말야. 그동안 열심히는 했지만 최선은 아니었고 좋아했지만 진심은 아니고 그렇다고 억지로한건 아닌 애매한 나만 멀뚱멀뚱 네 옆에 남게되었을 때 있잖아. 솔직히 내가 남은 건 애정보다는 조금이라도 익숙한 곳에 있고 싶었고 갈데도 없는데다 나 없으면 혼자남을 너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어. 처음엔 나라도 남아 있으니까, 하고 같이 해보려했는데, 그 애들만 떠난게 아니었더라. 너도 이미 우리에게 마음이 떠나 있었어. 나는 그걸 몰랐어. 근데 한번 알고 나니까 영 의욕이 안 나는거 있지. 나만 우리에게, 그때의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부여잡고 있다는거 그거 좀 충격이었거든. 그리고 창피하기도 해서. 왜, 다들 자기 앞가림하러 나아가는데 나만 남겨져있잖아. 그럼 뭔가 계획이 없어도 마음이 조급해져서 걸음부터 떼고 보게 되잖아. ...그게 내가 떠난 이유야. 너 이젠 별로 붙잡지도 않고 순순히 보내주더라. 사실 네가 붙잡으면 남을 생각이었는데. 다시 같이 해볼 생각이었는데. 처음엔 방황도 많이 했어. 그럴 수 밖에 없었지. 아무 생각도 없이 무작정 나온거잖아. 그땐 붙잡는 시늉이라도 해주지 하고 너 원망도 많이 했었어. 이젠 남아봤자 아무도 없는데 시간 낭비였을거란 생각이 드니까 차라리 떠난게 다행이었다고 생각해. 비록 나는 떠났지만 너는 남아서 그 시절 조각이라도 갖고 있어줄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탓도 있어. 들춰보지 않을 사진을 담고 있는 앨범 같다고 해야되나. 이렇게 표현해서 미안해. 널 비하하거나 내멋대로 이용하려는 그런 의미는 아니었어.
이름없음 2020/05/25 23:30:18 ID : XwL9haoE5Wn
어쨌든 그래서, 결국 너도 버렸다는걸 듣고 음... 우습지만 너라면 그럴리 없다고 생각해서 나도 이것저것 찾아봤어. 그랬더니 놓은 거 맞더라고. ...그날은 오랜만에 우리 앨범이랑 추억이 담긴 상자를 열었어. 여지껏 긴긴 밤이 한순간이더라. 재밌었어.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하고 싶은 기분이 든건 처음이었기도 했고. 그치만 역시 할 수가 없더라. 내 추억이 망가질까 무서워서 손 댈 수가 없더라. 그래서 다시 넣어뒀어. 한동안은 또다시 볼 일이 없겠지. 오랜만에 봐서 좋았어. 넌 생각도 깊고 똑똑하니까 뭘 하든 잘할거야. 앞으로 종종 밥이나 같이 먹자. 응. 잘가. 응. 안녕, 어리고 소중했던 우리에게 마지막 인사를.
이름없음 2020/05/26 21:39:43 ID : XwL9haoE5Wn
나는 내내 널 기다려왔어 내 인생은 오지 않는 널 위한게 아니었을텐데 대체 네가 뭐라고 나는 머무르는지 몰라 궁금해서 이해하고 싶어서 그래서 지금도 나는 여기 있어
이름없음 2020/05/30 19:17:19 ID : xDvu5XyY2nw
야아 우리 사인은 별똥별에 죽는 걸로 하자. 열에 타 죽든, 바람에 찢어지든 깔려죽든... 몇만년 전에 죽은 별에게 죽는다니 우리 인생 좀 낭만적으로 보이지 않아?
이름없음 2020/05/31 15:29:37 ID : RvcoMpcHCo7
혀 끝에 쓰게 맺혔던 너의 미소. 그 미소가 가장 먼저 생각날 내 청춘의 끝. 끝을 생각하며 흘릴 눈물. 넌 너의 청춘을 생각했을 때 내 눈물이 가장 마지막으로 생각나겠지. 이게 너와 나의 차이점이자 공통점.
◆JXta09uk04L 2020/06/07 10:03:57 ID : XwL9haoE5Wn
우리가 이 땅에 이르러 평야를 보았다. 저 평평한 대지 끝에서 생명이 비상하였다. 생명은 모든 것을 붉게 물들이고 뜨겁게 불타올랐으며, 그 누구도 그 밑에 숨지 못하였더라. 그리하여 우리는 그것을 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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