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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9h9dAY7fbx 2020/05/10 06:32:19 ID : krgo3SMqqkk
💻 제목 그대로! 아무 키워드나 상황 같은 거 던져주면 똥손인 스레주가 글 써올거야. 💻 분량은 키워드나 상황에 따라 달라. 스레주의 재량이나 컨디션 따라 갈리지만 기본적으로는 공포 1000자 이상. 💻 보고 싶은 상황 대신 써달라는 식으로 리퀘스트를 해도 되긴 하는데 퀄은 기대하지 말아줘... ㅠ 나 진짜 글 못 써! 글은 취미로만 조금 써 본게 다여서... 💻 필력은 , 정도 참고해줘. 물론 컨디션 따라 필력이 들쭉날쭉하긴 해... 💻 장르 같은 건 허용범위 넓어서 정말 아무거나 다 던져줘도 돼! HL, GL, BL, 삼각관계, 로판, 코미디, 호러, 추리, 기타 등등 다 좋아! 💻 최근 코로나 때문에 집에만 쳐박혀 있기 때문에 시간 때우기 용 + 필력 향상 용! 모바일로 쓸때도 있어서 오타 같은 거 있을 수 있음... 💻 따로 키워드나 상황 던져주는 사람 없으면 알아서 아무거나 끄적임... 💻 관심 가져주면 짱 좋아합니다... ㅠ 관심 가져주세요...
이름없음 2020/05/10 13:06:51 ID : 6lyHvhgpcMm
상황 : 강아지냐 고양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대저 반려동물이란 귀여울수록 사랑스럽고 사랑스러울수록 더 아껴주고 싶거늘. 내 눈엔 강아지나 고양이나 귀여운 것은 마찬가지다. 강아지와 고양이 둘의 귀여움을 상대적이든 객관적이든 비교 예찬하는 글을 원합니다! 둘의 치명적인 귀여움에 제 심장이 녹아내리는 듯한 감각을 원합니다!
◆z9h9dAY7fbx 2020/05/10 13:40:10 ID : krgo3SMqqkk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는 나이가 어느 정도 찬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셰익스피어의 4대 희곡 중 하나인 햄릿에서 나온 대사다. 이 대사에는 아버지를 잃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가 제 아버지의 남동생과 결혼을 한 것을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햄릿의 심정이 잘 드러나 있다. 때문에 이 대사는 햄릿의 내용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나는 이러한 대사를 써내려간 셰익스피어를 칭찬해주고 싶다. 왜냐면 지금, 나는 이 대사를 인용할 완벽한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고양이나 강아지냐, 그것이 문제로다..." 나는 방의 한구석에서 노트북 화면을 빤히 들여다보며 중얼거린다. 이 일의 발단은 몇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인이 된 나는 부모님의 도움을 조금 받아 독립하게 되었고, 덕분에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반려동물 입양 프로젝트를 드디어 실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제라면, 고양이와 강아지 둘 중에 도무지 결정을 내릴수가 없다는 점이었지만. 둘 모두에게 차마 비교할 수 없는 장점과 귀여움이 존재했기에 나는 몇 달 동안이나 이렇게 화면 너머로 귀여운 털뭉치들을 바라만 보며 끊임없이 고민을 거듭했다. 모든 준비는 이미 끝나있다. 눈이 뻐근해져 오는 감각에 나는 잠시 화면에서 시선을 돌려 눈을 감는다. 고양이와 강아지, 둘 중 어느 아이를 데려오더라도 완벽하게 모실 수 있도록 온갖 블로그와 사이트, 그리고 영상들을 내 뇌 속에 고이 저장해두었다. 게다가 쉘터에서 봉사도 하며 두 종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몸소 배우고 느꼈다. 그 기세로 공부를 했으면 하버드에 수석입학을 했을 것이라는 친구의 말은 그저 상큼히 웃어넘기며 한 고양이 집사님의 블로그를 정독하는 것은 이미 나에게도, 내 친구에게도 익숙한 상황이었을 것이 틀림 없었다. 고양이와 강아지 중에서 선택하라니, 이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라는 질문보다도 무자비한 결단을 요구했다. 나는 눈을 감은채 머릿속에 각각 고양이와 강아지를 떠올린다. 고양이. 복슬복슬한 털과 길고 유연한 꼬리. 그 부드러운 털에 얼굴을 묻고 있으면 나는 행복사 해버릴 것이 분명하다. 도도하게 생긴 그 외모 자체도 빼놓을 수 없다. 저를 부디 밟고 지나가 주십사-라는 대사를 절로 부르는 그 도도하고 앙칼진 외모와 그에 어울리지 않게 소리가 들릴때마다 쫑긋거리는 귀는 그야말로 신의 손을 거친 것이라 생각한다. 그 귀여운 울음소리는 또 어떠한가. 높게 울리는 그 울음소리가 내 귓전을 맴돌 그때에 나는 인간이 차마 들으면 안 될 천상의 소리를 들었다는 것을 이유로 귀가 들리지 않게 될 것이다. 거기다 꼬신내가 날 것만 같은 그 부드러운 핑크빛 젤리... 그 젤리를 쪼물거리다가 냥냥펀치를 맞는 것은 많은 집사와 랜선집사들의 꿈이자 목표이다. ... 라는 것을 생각하다보면 절로 고양이를 데려오고 싶어지지만 그렇게 마음을 굳히고 나면 어디선가 강아지가 짖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든다. 강아지. 귀여운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안아보면 의외로 단단한 몸은 내게 달려온 아이에게 맞으면 필시 아플 것임을 증명한다. 하지만 그 고통마저도 강아지의 매력포인트가 아니겠는가. 종에 따라 다르긴 하다만, 그 순수하고 해맑은 표정은 또 어떠한가. 보기만 해도 뽀뽀를 퍼부어주고 싶은 천사의 얼굴 그 자체이다. 기분이 좋을 때마다 이리저리 정신없이 흔들리는 짧은 꼬리는 앙증맞기 그지 없어 사람을 미쳐버리게 하는 무기나 다름없다. 이름을 부르면 달려오는데다 말도 잘 듣는 충성심 강한 아이들. 그런 아이를 내가 쉽게 포기해 버린다면 나는 인간이 아닌 인간말종일 것이다. 마치 어린 아이같이 힘을 발산해주어야 해서 매일 같이 나가 산책을 시켜주고 놀아주어야 하는 것은 노동이 아닌 선물처럼 느껴질 것이 분명하다. 매일매일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 테니스 공을 던져준 뒤 그것을 해맑게 물어오는 아이를 꼬옥 안아주는 것이다. 상상만 해도 날아갈 것 같지 않은가! ... 라는 고민을 벌써 수개월째 반복하고 있다. 고양이로 마음을 굳혔더니 어디선가 강아지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강아지로 마음을 굳혔더니 눈앞에서 고양이 털이 흩날리는 것만 같은 감각이 들어 나는 아직도 망설이고 있다. 밥그릇과 물그릇은 이미 사두었는데, 고양이와 강아지 중에 결정을 내리지 못해 그 이외의 물품들은 아직 단 한 개도 구매하지 못했다. 반려동물은 그 종에 상관없이 귀여움이 넘치는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들 중에 결정을 내리라는 것은 너무나도 가혹했다. 나는 다시 눈을 뜨고 고양이와 강아지가 띄워져 있는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본다. 고양이냐 강아지냐, 그것이 문제로다!
◆z9h9dAY7fbx 2020/05/10 13:41:00 ID : krgo3SMqqkk
뭔가 내가 실제로 고양이랑 강아지를 너무 좋아하다 보니까 감정이입이 되어버려서 소설보다는 거의 일기... 가 되어버린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와서 보니까 너무 코믹한 문체인 것 같기도 하고 🤔 쓰고 나니까 마음에 안 드는 점이 한두개가 아니지만 일단은 썼다...!
이름없음 2020/05/10 14:03:16 ID : 6lyHvhgpcMm
3번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지만, 실제로 고양이와 강이지를 좋아하는 게 맞구나! 그다지 긴 시간은 아니었는데 이정도 분량이라니! 대단해! 레주의 실제 경험이 녹아있는 글은 코믹한 문제가 있었다고 하나 부드럽게 넘어갔던 것 같아! 고마워, 잘 읽었어.
◆z9h9dAY7fbx 2020/05/10 14:04:58 ID : krgo3SMqqkk
응 실제로 너무 좋아해서 나도 모르게 글을 쓰기 보다 그냥 내 감정을 담아버린 것 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고마워!
이름없음 2020/05/10 16:43:40 ID : ba2txV87dO7
스레주 글 잘 읽었어! 보면서 나까지 고민하게 되는 그런 느낌이야... 온 김에 키워드 몇개 적고 갈게! 편할때 원하는대로 소재로 써줘! 모래먼지 가득한 사막, 반짝이는 눈동자,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 별 연관성 없이 막 적어봤어!
◆z9h9dAY7fbx 2020/05/11 12:26:16 ID : krgo3SMqqkk
청춘. 사랑. 나는 그것들만큼 오글거리는 단어는 또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청춘이니 뭐니, 그런 것들을 그리워하는 어른들을 도무지 이해할수가 없었다. 이제 고등학생이 되었다는 것을 핑계로 이리저리 놀러다니며 자유를 만끽하는 제 나잇대의 친구들은 더더욱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하고 싶지조차 않았다. 고등학생이 되었다면 그만큼 더욱 학업에 열중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차라리 중학생 때 놀면 모를까, 고등학생이나 되어서는 애인이니 뭐니를 만들려 혈안이 되어있는 모습은 참으로 한심해 보였다. 주변에서 음침하다 하던지 말던지, 나는 관심 없었다. 지금 내게 중요한 건 교우 관계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남들의 시선에 신경 쓰고 전전긍긍 하는 것보다는, 지금 당장의 내 성적이 더 중요했다. 내가 유일무이하게 친하게 지내는 반 아이는 나를 보며 메마른 인생을 살아간다, 고 했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애초에 난 내가 메마르다고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다. "메마르기는. 이게 합리적인거야." "합리적 같은 소리 하네. 도대체 어떤 고등학생이 그런 표현을 쓰냐?" "너도 너무 놀지만 말고 성적 관리 좀 하는 게 어때." "그건 됐고 난 애인이랑 놀러다닐거다 부럽지? 부럽지?" "그러다 낙제하면 어쩌려고." "흥. 그 정도로 아예 놀기만 하는 건 아니니까 걱정 마셔. 그보다 너도 애인이라던가 만들면 어때?" "좋아하는 사람도 없는데 애인을 대체 뭔 수로 만들어." "그러니까 네가 그렇게 메마른거야.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고." 그런 실없는 말에 난 뭐라 대답했던가. 아마 '그렇다면 평생 누군가를 좋아하지 않게 되면 좋겠네.' 라는 식으로 답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진심이었다. 메말랐느니 어쩌니 하는 소리를 듣는다곤 해도, 지금의 내가 변하길 바라지 않았다. 난 이대로 좋아. ... 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도, 나의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그때와 조금 변해버린 것이 있다면 그건 내가 그때의 말을 지키지 못 한 것이겠지. 대체 어쩌다 이리 됐더라. 나는 공책에 수학 공식을 끄적이다 멍하니 창밖을 내다본다. 아무 생각 없이 밖을 내다보다보니 어느샌가 내 정신은 몇 달 전의 그날로 되돌아간다. 분명, 그 날은 음악 수업이 있었다. 이는 확실할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방과후에 음악실에 까먹고 놔두고 온 물건을 가지러 갔기 때문이었다. 그 물건이 무엇이었는지는 이제는 아무래도 좋은 기억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보았다. 홀로 피아노를 치고 있던 한 학생을. 무엇이 나를 사로잡았는지는 이제까지도 알 수 없다. 그 아이의 뽀얀 피부와 순한 인상의 얼굴이었는지, 그도 아니면 감미로운 피아노 소리였는지. 시간이 가는줄도 모르고 나는 아이의 연주를 경청했다. 아이는 내가 있는줄도 모르고 연주를 계속해서 이어갔고, 조금이 지나서야 그 소리가 뚝하고 끊겼다. "... 누가 있는 줄은 몰랐는데..." 부끄럽다는 듯이 말하는 아이의 모습에 나는 답지않게 허둥대며 내 물건을 찾았다. "어-그, 미안. 그냥 놓고 간 게 있어서. 방해하려던 건 아니었어." 급히 교실 밖으로 나서려는 나에게, 아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인사를 건네듯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 밝은 미소와 함께. 밤하늘에 수놓은 별들처럼 반짝이는 그 눈동자와, 방금까지 건반 위에서 현란하게 뛰놀던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내 시선을 가로채가선 놔주질 않는다. 나는 어색하게 마주 손을 흔들어주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겨우 옮겨 음악실에서 힘겹게 벗어났다. 모래바람이 부는 건조한 사막과도 같은 내 인생에, 처음으로 시원한 오아시스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넓디 넓은 사막에 작은 물웅덩이 하나는 그리 큰 변화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그 변화는 거대했다. 사막에서 길을 잃은 방랑자는 오아시스만을 찾아 헤매이기 때문일까. 나는 메마른 사막을 가로질러 걸으며 오아시스를 향해 조금씩 나아갔다. 그 깊은 눈동자를 더 들여다보고, 그 아름다운 손가락을 잡아보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묵묵히 나아갔다. 내 시선 끝에 비춘 물웅덩이가 오아시스일지, 혹은 신기루일지 알지 못하며. // 키워드 고마워....!
이름없음 2020/05/11 12:35:53 ID : 7uk62INtdBg
이별 노래와 바다로 부탁할게!!
◆z9h9dAY7fbx 2020/05/11 13:00:26 ID : krgo3SMqqkk
이별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멍청한 짓이 무어라고 생각하는가. 이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이별노래를 듣는 것과 바다에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별노래를 들으면 그 가사에 공감하게 되어버리고, 바다에 가면 멍하니 파도치는 소리를 듣다가 전애인 생각에 잠겨버리기 때문이다. 애인과 함께 그 노래를 들었거나 같이 바다에 갔었다면 더 그렇다. 내가 그 애랑 이 노래를 들었었는데, 내가 그 애랑 이곳에 왔었는데, 하고 감성에 빠져 추억팔이를 하기 십상이다. 나는 이별 후의 후유증을 이겨내고자 이러한 행동를 하는 사람들을 바보라고 생각한다. ... "... 난 바보야..." ... 그리고 그 바보가 여기에 있다. 심지어는 둘 중 하나만 해본 것이 아니라, 그 둘을 동시에 시도해본 바보가 여기에 있다. 내가 왜 이런 짓을 하였는가를 이야기 해보자면, 몇시간 전으로 시간을 되감아야 한다. 거진 3년을 사귄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 받고 쓸쓸히 집에 돌아온 나는 무슨 정신인지 차에 올라타 몇시간을 달려 바다로 향했다. 바다로 향하면서도 그 이유는 알지 못했다. 그냥 괜히, 시원한 바람이라도 좀 쐬고, 파도소리도 듣고 싶어서. ... 그래서 온 것이 여자친구와 1주년때 온 바다이다. 멍청하긴... 심지어는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선 방파제에 걸터앉아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재생시킨다. 잔잔한 멜로디에 구슬픈 가사. 이별노래다. 그래 안다. 나도 알아. 멍청하지. 하필이면 이별 노래를 트냐. 자각은 하고 있다. 있는데... "썩을..." 가사 하나하나가 너무 내 얘기 같아서 쉽사리 정지시키지 못하겠단 말이지. 나는 맥주를 홀짝이며 멍하니 푸른 바다를 내다본다. 맥주의 시원한 청량감이 내 목을 적셔주고, 바다의 푸른빛이 내 눈가를 촉촉히 적신다. 아니, 굳이 따지자면 바다 때문은 아니겠지만. 눈가가 촉촉해져 오는 기분에 나는 소매로 급히 눈가를 꾹꾹 누르고는 남은 맥주를 전부 입안에 털어넣는다. 궁상 맞은 것을 알지만 뭐 어쩌겠는가. 차키를 집어든 당시의 나는 이미 내가 아니었다. 무언가에 사로잡혀 바다에 가야한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 그래서 지금 여기서 이렇게, 바닷가에서 이별 노래를 들으며 궁상을 떨고 있다. 난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툭툭 턴다. 때맞춰 노래가 끝나고, 새로운 선율이 내 귓전을 두드린다. "또 이별 노래냐..." 나는 혼자 조용히 중얼거리며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헤집어놓다가 그저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왜 다른 음악으로 넘겨버리지 않는가. 그건 나도 모르겠다. 나조차도 알 수가 없었다. 사람이 이별 후에 할 수 있는 가장 멍청한 짓 중 두가지를 시도해본 나는, 또 다른 멍청한 짓을 하기 위해 자리를 떴다. // 소재 고마워....!
이름없음 2020/05/11 14:13:08 ID : VeZio1AZiqj
30대 남자 피아니스트와, 팬으로 시작해 사랑으로 번진 20대 여자.
이름없음 2020/05/11 18:59:22 ID : INwE2oGqY9t
퇴마/슬픔/커플 갑자기 떠오른 단어 멏개 두고가봐!
이름없음 2020/05/11 20:47:41 ID : 7uk62INtdBg
헐헐ㄹ 완전 정성가득이야 고마워!!!!
◆z9h9dAY7fbx 2020/05/12 08:35:23 ID : krgo3SMqqkk
당신을 알게 된 것은 단순한 우연이었다. 카페 내부에 퍼져나가는 대화소리를 배경음 삼아 혼자 조용히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던 나는 그 대화들 아래에 더욱 잔잔히 깔린,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조용하지만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소리를 듣게 되었다. 당시의 나에게는 별 생각이 없었다. 그저 좋은 노래네-정도의 감상 뿐. 그 연주는 금새 머릿속에서 잊혀지고 나는 카페에서 나와버린다. 며칠이 지나서야 그러고보니 그때 피아노 연주도 나쁘지 않았지, 라는 생각이 들어 유튜브에서 '듣기 좋은 피아노 연주' 따위를 검색해본 것도 큰 의미가 내재된 것은 아니었다. 그런 의미 없는 행동 속에서, 유난히 제 흥미를 잡아당기는 연주를 듣게 된 것은 또 한 번의 단순한 우연이었다. 이 노래, 이 연주가 유난히 좋다고 생각하며 알아보다 알게 된 피아니스트 한 명. 그를 알게 된 것 역시, 방금 유튜브에 피아노 연주들을 검색해볼때와 비슷하게, 큰 의미는 담기지 않았다. 우연, 별 의미 없는 행동. 당시에는 뿐이었다. "아 역시 피아노 너무 잘 친다, 저 예쁜 손가락 좀 봐..." 뭐... 지금은 이리 되어버렸지만.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 그뿐이었다. 그의 연주가 너무 부드러우면서도 감미로워서, 비록 노트북 스피커 너머였음에도 내 달팽이관을 따스하게 감싸주는 것과 같은 감각에 조금, 호기심이 생겼을 뿐이었다. 이과출신인지라 예쁜 표현들을 사용해서 그의 연주를 묘사하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았다. 그의 연주는 그러한 매력이 있었다. 음악에 대해 아는 것이 전무한 사람의 흥미마저 사로잡아 버릴 정도의, 그런 연주였다. 여느 피아니스트처럼 길지만, 가늘지 않고 두껍고 남자다운 손가락과 피아노와는 어울리지 않는 날카로운 눈매, 거기다 단정하다기 보다 어딘지 흐트러진 듯한 프로 연주자에게 적합하지 않은 분위기. 그런 모든 요소들에 이끌려 나는 그의 팬이 되었다. 그렇다. 팬. 이제껏 아이돌 조차도 좋아해본 적이 없던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마음을 품게 된 것이다. 나는 내 핸드폰의 플레이리스트를 그의 연주들로 꽉 채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번 돈을 꾸준히 모아 그의 연주회에도 참석하며 나의 마음을 무럭무럭 키워갔다. 그는 당연히도 수많은 팬들 중 하나에 불과한 나를 기억하지 못했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부드러운 연주와 어울리지 않는 두꺼운 손가락이 희고 검은 건반 위에서 현란하게 뛰노는 것도, 검고 날카로운 눈이 피아노에 고정되어있는 것도, 그 모든 것이 좋았기에. 한참을 그가 피아노 앞에 앉은 모습만 보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를 TV 방송으로도 보게 되었다. 요새는 연주자들이 여러 방송에 출연하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닌만큼, 카메라 앞에 얼굴을 비추기 시작한 것이다. 비록 그가 출연하는 방송이라 해봐야 음악 관련 프로 뿐이었지만, 피아노 앞이 아닌 카메라를 정면으로 보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신선하고 만족스러웠다. 방송에서의 그의 모습은 내가 생각한 이미지 그대로였다. 과묵하고, 점잖은 사람. 그의 여러 일면을 보며 나의 마음은 더욱 커져만 갔다. 그 마음이 커지다 못해 펑! 하고 풍선처럼 터져 새로운 마음이 싹트게 된 것은 그의 팬미팅 때의 일이었다. "드디어 실물 영접인가..." 나는 긴 줄의 중간쯤에 서서 나의 차례를 기다리며 방방 뛰는 마음을 최대한 가라앉히고 있었다. 짧게도, 길게도 느껴지는 시간 동안 마음은 여전히 가라앉히지 못한채, 드디어 앞으로 한 사람. 이 순간을 내가 얼마나 고대해 왔던가! 줄이 줄어들길 기다리는 시간은 마치 빛처럼 빠르게 느껴지기도, 억만광년처럼 길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 기다림 끝에 돌아온 내 차례. 나는 퍼뜩 손을 내밀며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인사한다. "아, 안녕하세요! 진짜 진짜 팬이예요! 제 플레이리스트에 그, 그쪽 연주 밖에 없고, 나오시는 방송도 다 챙겨보고 있고 그리고..." 아이고 바보야. 이 순간만을 고대하며 그렇게 할 말을 연습하고 또 연습했건만, 하고 싶은 말은 제대로 하지도 못한 채 어버버 거리기만. 게다가 그쪽은 또 뭔데 그쪽은? 아직 20대인, 그것도 그의 팬인 내가 30이 넘은 그에게 쓸만한 호칭은 아무리 봐도 아닌 것 같았다. 상상속의 나를 후드려패며 혹여나 그의 기분이 나빴을까 눈치를 살피고 있자 곧 그에게서 풋-하는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의아함에 조심히 고개를 들어 그를 제대로 마주보았을 때, 나는 보고야 말았다. 그의 환한 미소를. 당신의 날카롭던 눈매가 살풋 접힌 채 나를 봐주었을 때, 당신의 크고 단단한 손이 내 손을 맞잡아주었을 때, 옹졸하게 다물려 있던 입술이 호선을 그렸을 때, 당신은 나에게 연주자 그 이상이 되어 다가왔다. "고마워요." 방송으로 들었을때도 목소리가 낮은 편이라 생각했는데, 실제로 들으니 그보다도 낮다. 차분히 울리는 그의 목소리에 맞춰 심장박동수가 미친듯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나는 벌게졌을 것이 분명한 얼굴을 숨기려 고개를 푹 숙이곤 뒷사람을 위해 황급히 자리에서 벗어난다. 아쉽지만 이 이상 지체했다간 뒷사람들에게 폐가 될 것이 분명하고, 시간 끈다고 욕 먹을 테니까. 응. 당신의 손이 닿았던 내 손을 반대손으로 조심히 감싸며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어떻게든 진정시키려 심호흡을 한다. 이거, 왠지 평소에 팬으로써 좋아하던 마음과는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것 같았다. 아니, 다른 것이 분명했다. 왜냐면 난 그의 손이 내게 맞닿는 그 찰나의 순간에,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건반 위에서 춤을 추던 그 손가락이 내 손가락과 사이사이 얽혀들 수 있길, 늘 피아노에게만 향해있던 당신의 날카로운 시선이, 나를 마주봐 주길. 당신이 나에게 미소지어주길. // 좋은 소재 너무 고마워~! 상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뭔가 설레여서 즐겁게 쓸 수 있었어! 잘 살리진 못한 것 같지만...
◆z9h9dAY7fbx 2020/05/12 09:10:35 ID : krgo3SMqqkk
당신은 '퇴마'라는 것에 대해 얼마만큼 알고 있는가. 아마 일반인이라면 귀신을 쫓는 행위 정도로만 알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퇴마라는 것은 그만큼이나 평화로운 일상과는 동떨어져 있는, 미지의 세계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었다. 퇴마라는 개념 자체가 일반인에게 생소한 만큼 퇴마사라는 직업은 더욱 생소하고, 낯설수밖에 없었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생소하고 낯설며, 두렵기까지 한 그런 존재.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귀신을 쫓아주는 직업을 가진 그가 되려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누군가는 이에 대해 부조리함을 느꼈을지 모르나 그는 아니었다. 그는 언제나 덤덤히 제 취급을 받아들일 뿐이었다. "어쩔 수 없잖아. 사람들이 보기엔 귀신이나 우리나 별 다를바 없는걸." 그가 늘 버릇처럼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었다. 일반인이면서 그를 이해해주거나,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불평을 토로할때마다 그는 무심하게 대답했다. 어찌보면 제 일인데도, 그는 그렇게나 무심했다. 그는 본인이 이러한 말을 하면서도 이에 그 어떠한 불만도, 좌절감도 느끼지 않았다. 그에게는 이게 당연한 일이었기에 그랬을 것이다. 그보다 두 살 어린 한 여자를 만나기까지는 그러했다. "그렇지만 그런 거 슬프지 않아요?" "... 뭐가?" "어떻게 보면 사람들을 위한 일을 하는건데, 사람들이 기피하잖아요. 그런 건 슬프지 않아요?" 그는 그런 여성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째서? 라고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었다. 이런 게 당연한 거 아닌가. 기피하고 두려워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게 생각했다. "네가 이상한거야. 보통은 무서워한다고." "하지만 저는 무섭지 않은걸요." "그러니까 네가 이상한 거라고." 뭐라 말해도 들을 생각 없어 보이는 여성의 모습에 그는 한숨을 내쉰다. 하여튼, 이상한 사람.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꾸준히 여성과 만남을 가지는 것은 그 본인도 이해하지 못할 따름이었다. 그는 자기 자신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낯선 감정에 두려움을 느꼈다. 봐, 낯선 것에는 두려움을 느끼게 마련이라니까? 원래 그런 거라고. 그리 의미도 없는 말을 속으로만 되뇌이면서도, 그는 두려움 만남을 꾸준히 이어나갔다. 하지만, 그 만남도, 두려움도, 낯설다는 감정도, 결국엔 오래가지 못했다. 여성의 뜬금없는 고백 때문이었다. "애인 있어요?" "애인?" "네 애인. 커플이냐고요 솔로냐고요." "애인이 무슨 말인지는 알아. ... 그건 왜?" "... 있죠, 혹시 솔로면, 슬슬 솔로탈출할 생각 없어요?" "뭐?" "나도 솔로인데, 솔로끼리 합쳐서 커플 한 쌍 만들어 볼 생각, 없냐고요." 겁도 없고, 당돌한 사람. 그는 여성의 말에 싱긋 웃었다가 수 초도 채 지나기 전에 딱딱하게 얼굴을 굳힌다. "없어." "... 왜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앞으로는 보지 말자는 일방적인 통보와 함께 자리를 급히 자리를 떠버렸다. 어째서? 그야, 나는 일반적이지 않으니까. 평범하지 않으니까. 모두에게 낯설고 생소한, 두려움의 대상이니까. 사람들이 퇴마라는 개념을 두려워하는 데에는 자기방어적인 요소 역시 있었다. 혹시 나도 잘못되면? 나한테도 귀신이 들면? 퇴마사를 두려워하는 것도 비슷한 원리였다. 그리고 그는, 그런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위험한 직종에 발을 담구고 있는 사람은 본인뿐 아니라 주변인들마저도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있었으니 그 두려움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그는 두려웠다. 그녀에게서 고백을 받았을 때에 느꼈던 행복함과 설레임이. 그 모든 감정이 낯설고 새로워서, 그는 이들을 거부했다. 남들에게 생소한 개념과 친숙하게 지내는 그는 되려 남들에게 친숙한 개념과는 낯을 가렸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지나치게 낯을 가린 나머지 그녀를 아예 밀어내 버렸다. 그녀를 밀어낸 뒤, 그가 느꼈던 낯설고 생소하던 감정과 두려움은 슬그머니 슬픔으로 바뀌어갔다. 슬픔이란 감정은 외롭고 괴로웠지만 괜찮았다. 적어도 슬픔이라는 감정은 그에게 있어 낯설거나 생소한 것이 아닌, 이미 익숙한 것이었으니. 그는 자기자신이 점차 슬픔에 잠식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채, 그저 익숙하고 제게 편한 것들에 의지해 살아간다. 오늘도, 내일도. 언젠간은 이 감정도 저를 떠나버리리라 믿으며. // 좋은 키워드 고마워~!
◆z9h9dAY7fbx 2020/05/12 09:11:02 ID : krgo3SMqqkk
나야말로 소재 줘서 고마웠어!
이름없음 2020/05/12 09:37:49 ID : nyFbeGk8i5R
글이 정말 예쁘다!!! 고마워! 단숨에 읽었어!
◆z9h9dAY7fbx 2020/05/12 09:40:51 ID : krgo3SMqqkk
헉 글이 예쁘다는 소리는 처음 들어봐 ㅠㅠㅠㅠㅠ 나야말로 고마워!
이름없음 2020/05/12 09:53:14 ID : 7y5fhwLdPbf
글들이 하나 같이 다 예쁜 거 같아ㅜㅜ 진짜 너무 잘 읽구 있어 그래서 혹시 <첫사랑 / 복숭아 / 성공적> 키워드로 글 써 줄 수 있을 까??
◆z9h9dAY7fbx 2020/05/12 10:28:13 ID : krgo3SMqqkk
첫사랑은 달다.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다. 사실, 누군가라고 말하기에도 애매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그리 주장하며 많은 글들이 그러한 표현을 사용했다. 하지만 나는 알 수 없었다. 첫사랑이 단지, 쓴지, 그도 아니면 매운지. 감정에 맛이 있을리가 없다는 그런 감성을 깨부수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 그보다 더욱 단순하고 간단한, 사랑이란 것을 해본 적 없기 때문에. 그것이 이유였다. 주변의 아이들은 하나둘씩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고 심지어는 애인을 만들어 오는데 나 혼자 변하는 것이 없어서, 가끔은 내가 이상한 것인가 고민에 잠길때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고민을 곧 떨쳐냈다. 사랑 같은 거, 안 해도 문제 없잖아? "... 문제는 없지만..." 그래, 문제다 없었다. 하지만... "음..." 나는 짧게 신음성을 흘리며 내 입술을 손가락으로 매만진다. 짝사랑의 그 맛이라는 거, 왠지 알고 싶단 말이지. 맛에 비유가 되는 감정은 사랑이 유일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알고 싶었다. 사랑이라는 게 도대체 무슨 맛인지. 사랑이 달고 쓰다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달다는 건, 아마 그 사람이 좋다는 감정이겠지? 쓰다는 건... 글쎄. 첫사랑은 주로 실패한다고들 하니까, 그 실패에서 오는 좌절감을 쓰다는 맛에 비유하는 거려나.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며 교실 밖의 운동장을 내다본다. 축구공을 쫓으며 놀고 있는 남학생들을 눈으로 쫓다가 어느새 내 시선이 한 아이에게 고정된 것을 눈치챈다. 그러고보니까 쟤, 요새 묘하게 신경쓰인단 말이지. 자꾸 나한테 말 걸고, 바보처럼 어버버 거리고. "야 뭐해? 아 네 남친 보고 있었냐?" 기분 나쁘게 웃으며 말을 걸어온 친구를 올려다 보며 나는 표정을 구긴다. "누가 남친이냐 누가..." "왜, 쟤 정도면 괜찮잖아? 야 그리고 쟤 완전 너한테 마음 있다니까? 사랑이라고 사랑!" "그러냐..." 쟤가 나를 좋아하면 뭐하냐, 내가 쟤를 안 좋아하는데. 자꾸 주변에서 저런 말을 들으니 괜히 의식하게 되는 것도 꽤나 귀찮다. "너는 쟤 어때?" "응? 글쎄... 관심 없어." "에이, 너 방금도 쟤 뚫어져라 보고 있었잖아. 좋아하는 거 아니야? 사랑인가~" 친구의 말에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아니, 그러니까 이건 사랑 아니라니까? 신경 쓰이는 건 사실이지만 달지 않았다. 하물며 쓰지도 않았다. 그러니까 이건, 사랑이 아니야. "어 그러니까... 나 너 좋아하는 것, 같아. 아니, 좋아해." 그러니까... 사랑이 아닌데.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쩌다 상황이 이리 되었는지 천천히 되짚어 보았다. 분명 나는 학교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달려가려고 했고, 그런 나를 붙잡아 세운 게 내가 요즘 신경쓰고 있는 그 아이. 아무도 없는 빈 교실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제 마음을 전하는 그 애의 얼굴은 마치 잘 익은 복숭아처럼 분홍빛을 띄웠다. 나는 눈을 깜빡였다. 그 애는 거기에서 멈출줄을 모르고, 쉬지 않고 말을 이었다. 내가 자기의 첫사랑이라는 말에는 순간 숨을 멈출수밖엔 없었다. 첫사랑. 나는 알고 싶었다. 네가 지금 어떠한 맛을 느끼는지. "저기, 첫사랑이라는 거 말이야... 달아?" 나의 질문에 그 애는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어? 어... 글쎄, 지금은 조금... 쓸지도." 쓰다라. 거절당할거라 생각해서 그런걸까? 신기하다-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 가슴에서부터 목구멍을 타고 올라와 입안에 느껴지는 달디 단 맛에 나는 당황했다. 내가 오늘 단 걸 먹었던가? 아닌데. 정말로, 아닌데. 목구멍 끝자락에서 나기 시작한 단맛은 어느틈엔가 내 입안 전체를 구석구석까지 채우며 나를 안달내기 시작했다. 내가 그렇게나 좋아하는 복숭아처럼 은은히 퍼져나가는 단 향. "그래?" 나는 늘 첫사랑이 무슨 맛인지 알고 싶었다. 그 맛을 알기 위해 온갖 로맨스 소설을 읽고, 친구들에게 질문을 쏟아부으며 내 호기심을 달랬다. 그 '맛'에 대해 알고자 하는 내 노력은 집요할 정도여서, 친구들이 종종 내게 핀잔을 주곤 했다. 무슨 첫사랑을 연구라도 하냐고, 네가 무슨 연구자냐고. 나는 그러한 핀잔들을 늘 웃어넘기며 궁금한데 어쩌냐고 답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연구'들도 결국엔 나를 만족시킬만한 답을 내어주지 못했다. 적어도, 오늘 이 순간 진행한 마지막 연구 전까지는 그랬다. "난 지금 입안이 엄청 단데." 첫사랑에 대한 연구, 성공적. // 칭찬도, 귀여운 소재도 너무 고마워!! ㅠㅠㅠ
이름없음 2020/05/12 13:21:34 ID : INwE2oGqY9t
와...글 진짜 잘쓴다! 몰입도 최고야!
◆z9h9dAY7fbx 2020/05/12 13:32:07 ID : krgo3SMqqkk
헉 나 글 잘 쓴다는 칭찬은 거의 들어본 적 없는데 빈말이라도 고마워! ㅠㅠㅠㅠ
이름없음 2020/05/14 16:12:59 ID : O4JTSILdTUZ
드디어 좋아하는 감정을 깨달은 철벽남과의 데이트!!!!! 글 너무 보기 편하게 잘 쓴다 ㅠ 지금 내 상황이라 더 설렐 것 같아 ㅎㅎ
이름없음 2020/05/14 16:16:38 ID : O4JTSILdTUZ
윗글 쓴 앤데 좋아하는 감정을 깨달은 건 아니고 이제 깨달아가는?... 뭔지 알 것 같아? ㅠㅠ 흑흑 편하게 써줘!
◆z9h9dAY7fbx 2020/05/14 16:17:48 ID : pe0lipalcpT
헉 소재 고마워! 지금 밖이라 글은 나중에 쓰게 되겠지만... ㅠㅠ 혹시 좋아하는 감정을 깨닫는다는 게 철벽남 얘기야 아니면 데이트 상대? 얘기야?
이름없음 2020/05/14 16:22:11 ID : O4JTSILdTUZ
철벽남이 데이트 상대야!! 여자애가 '나'고 엄청 치댔는데 너무 철옹성 같아서 슬슬 포기하려는 시점에.. 철벽남이 '나'를 좋아한다는 감정을 깨닫는 중에 하는 데이트!! 내 말이 어려웠을까 ㅠㅠㅠ 글을 잘 못 써가지궁,,,
◆z9h9dAY7fbx 2020/05/14 16:26:17 ID : pe0lipalcpT
앗 그렇구나! 아냐아냐 내가 지금 밖이라 급하게 슥 읽느라 그랬나봐 ㅋㅋㅋㅋ 최대한 빨리 써오려고 해볼게 다시 한 번 소재 고마워~
◆z9h9dAY7fbx 2020/05/15 07:37:08 ID : krgo3SMqqkk
"야, 슬슬 포기해 그거 가망 없어." 그 아이에게 시선을 보내고 있던 나에게 친구가 건넨 말이었다. 나는 교실 책상에 엎어져선 친구를 째려본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잖냐..." 그리 중얼거리며 나는 책상에 내 얼굴을 묻다 싶이 한다. 사실, 말은 이렇게 해도 속으로는 어느정도 느끼고 있었다. 이거 진짜 가망 없을 것 같다고. "열 번이나 찍힌 나무는 무슨 죄냐?" 쯔쯧-하고 혀를 차가며 대꾸하는 친구의 모습이 얄미워 주먹이라도 한 대 갈겨주고 싶은 충동이 들었으나 지금은 그보다는 좌절감이 더욱 커서 나는 책상에서 고개를 들지 않았다. 머리 위쪽에서 친구의 한숨 소리가 들리자 나는 몸을 움찔거리며 떨 수 밖에 없었다. 그래 나도 알아, 안다고. 나는 고개를 돌려 멍하니 내가 좋아하는 그 아이를 바라본다. 나에게 관심이라고는 개미 눈꼽 반만큼도 관심이 없어보이는 아이. 하필이면 이런 가망 없는 사랑을 할 건 또 뭐란 말이야?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내 머리를 감쌌다. "... 어떻게 저렇게까지 철벽일수가 있냐고..." 나는 친구에게 하는 것인지 나 자신에게 하는 것인지도 모를 푸념을 늘어놓으며 땅아 꺼져라-한숨만 내뱉는다. 부끄러움도 감수하고 자존심도 버렸다. 학교에서 날 잘 모르는 사람들도 내가 그 아이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나는 열심히 대쉬했다. 열심히 치대고 관심을 내비치면 그래도, 그 아이도 나에게 아주 조금 정도의 관심 정도는 보여주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 애는 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일관된 태도로 대했다. 마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 자리를 같은 자세로 지키는 목석마냥 일관되었다. 일관되게, 철벽이었다. 내가 치대거나 말거나, 그 애는 단호히 내칠 뿐이었다. 당연히 이에 상처받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 이상으로 그 애가 좋았기에 나는 굴하지 않고 노력했다. 하늘은 노력하는 자의 편이라잖아? 결과는... 뭐, 보시다싶이. "... 나 진짜 포기해야 할까?" 문득 고개를 들며 진지하게 내뱉은 물음에 친구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어, 포기해." 저런 피도 눈물도 없는 녀석 같으니라고... 냉정한 녀석이었지만 그만큼 친구의 말에 틀린 것은 없었다. 내가 그 아이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아는만큼, 내가 매번 처참히 내쳐지고 있다는 사실 또한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보통 누구 한 명이 이렇게까지 치대면 주변에선 장난으로라도 몰아가느라 바쁘던데, 우리, 아니, 나의 경우, 그 애가 너무 철옹성 같은지라 그런 몰아가는 장난 조차도 없었다. 그 아이의 친구들 중에 나를 불쌍히 여기는 놈들이 있을 정도이니 말 다했다. "포기해야지..." 툭, 하고 내뱉은 중얼거림에 친구는 못 믿겠다는, 경악한 표정을 짓는다. 자기가 포기하라 그랬으면서 저런 반응을 보일 건 또 뭐람. 나는 연신 한숨만을 내쉬며 너를 향한 마음을 접었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러려고 했다. "야 근데 있지-아... 아니다." "뭐야 왜 말을 하다 말아." 그 아이가 이상했다. 내게 철벽인 건 여전했으며, 뭐라 말로 콕 집어낼 수 있는 변화는 아니었다. 하지만 확실하게 무언가가 바뀌었다. 비록 누군가 물어보면 무엇이 바뀌었다고 말해줄 수 있는 변화는 아니었지만, 변했다. 이상했다. 너 왜 그래? 하고 물어봐야 뭐가, 라는 대답 정도만이 돌아왔다. 혼란스러운 마음에 나는 그 아이를 더욱 주의깊게 지켜보기 시작했다. 내가 무언가를 잘못했나, 그도 아니면 더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질렸나 하는 생각에서 비롯된 두려움 반, 그리고 무슨 일이라도 있나 싶은 생각에서 비롯된 걱정 반. 그렇게 너를 지켜보다 알게 된 건 말이지, 달라진 너의 눈빛이야. 사람의 감정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곳이 바로 눈이라고들 한다. 눈동자가 감출 수 있는 것은 없다고들 말한다. 나는 이제까지 그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람의 눈을 본다고 상대의 감정을 읽어낼 수 있을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지만 아니었다. 이름 모를 그 사람들이 맞았다. 무엇이 달라졌나 했더니, 너의 눈동자, 너의 눈빛, 너의 눈에 담긴 감정이 달라진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했을 수 있으나 나만은 알 수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나는 너와 같은 눈을 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니까. 그래서, 어느정도의 믿음이 생겼다. "우리 데이트 할까." "어? ... 그래." 믿음은 곧 확신으로 바뀌었다. 어쩌면 나 혼자만이 확신한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너는 아직 무언가를 확신한 눈을 하고 있지 않으니까. 나와 비슷하지만, 완전히 같은 눈빛이 아니니까. 포기하려던 와중에 이런 변화는 비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과는 별개로 내 가슴은 멋대로 뛰기 시작해서 나는 자꾸만 치솟으려는 광대를 애써 누른 채 그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렇게 영겁 같이 길게도, 혹은 채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 한 과목의 시험시간 같이 빠르게도 느껴지던 그 시간을 어떻게 흘려보냈는지 모르겠어. 너와 나는 그 장소에서 만났고, 나는 평소와 같은 눈빛으로 너를 올려다 보았다. 너는, 나를 평소와 조금은 다른 눈빛으로 마주보아 주었다. 우리의 시간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 예쁜 상황 고마워~! ㅠㅠ 레스주의 상황을 자세히 모르니까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대로 막 썼는데 어떨지 잘 모르겠다... 짝남이랑 잘되길 바랄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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