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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0/09/09 00:09:00 ID : 07dTVdRxu6Y
아주 오랜 꿈을 꾸면서 말이야 나중에 다시한번 이 꿈을 꾸고싶어질때 상기하기 위해서 기록하려고 해
이름없음 2020/09/09 00:11:02 ID : 07dTVdRxu6Y
오래 아팠어 몸도 마음도 전부다. 양육의 대가로 위자료를 받고 이혼한 친엄마는 나를 기차역에 버렸고 어쩔수 없이 경찰에 미아로 신고되어 친아빠에게 인도되었지만 아빠 역시 막막했던건 똑같았어. 왜냐면 차와 돈 몇푼 남기고 모두 위자료로 줘버렸거든.
이름없음 2020/09/09 00:16:58 ID : 07dTVdRxu6Y
면이 안선다는 이유로 친척들을 등지고 살 길이 막막해서 도망치듯이 도시를 떠났어. 어영부영 떠난 타지는 새롭고 신기했어. 걷다가 풀밭에 앉을 수 있었고 나비가 흔했고 언제든 푸른 바다를 볼 수 있었지. 작은 여관을 열었던 아빠의 건물에는 맨 윗층에 장기 투숙객 아저씨가 있었어. 그아저씨는 늘 날 보면 사탕을 주셨고 아빠가 없을 때 날 아프게 했어. 많이 아주 많이 많이 많이 많이
이름없음 2020/09/09 00:21:39 ID : 07dTVdRxu6Y
아저씨가 자살했어. 이유는 모르겠지만 난 좋았어. 안 아파도 되니까? 초등학교때는 머리를 아주 짧게 잘랐어. 나만 머리를 못해왔거든 다른 애들은 땋는머리, 묶은머리 예쁘게 해왔지만 서투른 우리아빠솜씨는 엉망이었거든. 그래도 시간내서 내 머리를 해주려는 아빠가 좋았어. 그때 부터 꿈을 꿨어.
이름없음 2020/09/09 00:22:58 ID : 07dTVdRxu6Y
처음 꾼 꿈은 악몽이었어. 누군가가 끝없이 죽는꿈. 한번도 본적 없는 얼굴들이 꿈속의 내가 눈을 감을 때 마다 죽어나갔어 하지만 꿈속의 나는 눈을 감지 않을 수 없었어. 깜박 깜박 깜박 눈에서 눈물이 계속 흐르는데도 깜박 깜박 깜박
이름없음 2020/09/09 00:24:50 ID : 07dTVdRxu6Y
그 꿈을 꾸고 몇일 안되서 나는 아빠와 따로 살아야했어. 아빠는 일을 많이 해야했고 난 한창 자라야하는 어린이였으니까 아무래도 아빠보단 엄마의 손길이 필요하단 이유였지. 아빠의 친구분이 나를 데려갔고 그 집에서 나는 눈치밥을 먹고 커야만 했어. 가족처럼 보였지만 가족이 아니었고 함께 자고 함께 먹었지만 그저 옆에서 자고 옆에서 먹었을 뿐 우린 그냥 동거인이었어. 보이지 않는 동거인
이름없음 2020/09/09 00:27:23 ID : 07dTVdRxu6Y
점점 나는 애니와 만화책속으로만 파고들게되고 인터넷속의 친구들만을 원하게 되었어. 좋아하는 만화책속에서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서 마치 내가 그 세상의 인물인것처럼, 사실 나는 그 세상속의 인물인데 차원이동해서 잠시 여기에 머무르는 것처럼 스스로 캐릭터를 만들고 스토리를 부여해서 현실의 '나'라는 존재를 연기했어.
이름없음 2020/09/09 00:28:58 ID : 07dTVdRxu6Y
왕따를 당할 땐 마치 내 재능이 무서운 사람들이 나를 매도하는 것처럼, 나를 괴롭힐수록 이런건 내 서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라며 현실을 외면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겐 마치 장사치처럼 거래를 요구하고,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에겐 마치 당장이라도 나는 이곳을 떠날 것 처럼 누구에게도 정을 주지않고 누구에게도 믿음을 주지않았어 왜냐면 내 세계는 여기가 아니니까!
이름없음 2020/09/09 00:31:28 ID : 07dTVdRxu6Y
그러다가 또 꿈을 꿨다. 꿈속의 나는 엄청나게 큰 사막에 서있었는데 그냥 아무것도 없는 모래 사막이었어. 끝없이 이어진 그 사막을 걷다가 문득 앞에 커다란 구멍이 있더라고 엄 - 청 큰 구멍. 분명히 모랜데 그 구멍의 주변은 시간이 지나도 줄어들거나 커지거나 하지않고 끝없이 모래가 흘러만 갔어. 너무 어두운 그 아래가 궁금해서 한번 떨어져볼까 하고 발을 딛을려는 순간에 그 구멍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어
이름없음 2020/09/09 00:33:04 ID : 07dTVdRxu6Y
가늘고 힘없는 목소리로. 그 목소리는 나에게 묻기 시작했어 '감당 할 수 있겠니? 무섭지 않니? 마주 할 수 있니?' 들릴리 없지만 되물었어. 뭘? 난 뭘 마주해야해? 뭘 감당해야해? '채울 수 없다면 돌아가야 해' 뭘? 모래를?
이름없음 2020/09/09 00:34:37 ID : 07dTVdRxu6Y
계속 목소리는 똑같은 말을 반복했어. 채울 수 없다면 돌아가야해 라고, 근데 어디로? 하염없이 그 구멍앞에서 앉아서 바라보다가 결국 꿈속의 나는 잠들었어. 그러고 잠을 깬 나는 울고 있었어. 슬프지도 무섭지도 않았는데도 그냥 눈물이 났어. 아무렇지 않게 닦아내고 다시 잠을 잤어. 꿈을 꾸지않았어.
이름없음 2020/09/09 00:36:41 ID : 07dTVdRxu6Y
방학이 시작되었어. 이 집 가족들은 모두 여행을 갔어. 나는 보조학습을 핑계로 집에 남았어. 딱히 슬프다거나 마음이 아프진 않았어. 원래 내가족이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혼자있는 시간이 더 좋았어. 컴퓨터도 밥도 내마음대로 할 수 있었고 누구도 내게 뭐라하지 않을테니까. 밤새도록 컴퓨터 게임을하고 아침이 되서야 잠을 잘 수 있었어. 그리고 모험이 시작 되었지.
이름없음 2020/09/09 00:40:57 ID : 07dTVdRxu6Y
꿈에서 나는 엄마였어. 엄마. 모쏠인 내가 무슨 엄마? 라고 황당한 생각을 하면서도 어딘가에 있을 내 아이를 찾으러 가야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어. 꿈속의 나는 낡은 천으로 만든 원피스를 입고 거적데기같은 숄을 두르며 지저분한 머리카락을 한갈래로 묶은뒤 정처없이 계속 걸어나갔어. 달빛만 비추던 아무도 없는 조용한 마을을, 햇빛이 사라진 음습하고 축축한 물가를, 모두가 쉬지않고 떠들며 먹고 마시며 낭비하는 궁궐을, 아무도 일하지않고 나체로 돌아다니며 유혹하는 숲속을, 끝없이 걷고 걷고 걷다가 나는 한 시장에 도착하게 되었어.
이름없음 2020/09/09 00:43:42 ID : 07dTVdRxu6Y
시끄러운 시장속에 마치 내 발을 길을 아는 것 마냥 한 집을 향해 거침없이 걸어나갔어. 문 앞에 서서 나는 두르고있던 거적데기를 내 머리위부터 뒤집어 씌우고는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어. 문을 두드린 후 나는 한쪽 무릎을 살짝 굽히고 '지혜를 나눠주십시오' 라고 아주 작게, 속삭이듯이 얘기하자 소리없이 천천히 문일 열렸어
이름없음 2020/09/09 00:48:07 ID : 07dTVdRxu6Y
머리부터 둘러진 숄 때문에 분명 앞이 보이지않는데도 내 손을 문고리를 잡고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아까의 시장거리와 전혀 다른 신전 같은곳이 펼쳐졌어. 알수없는 누군가의 조각상이 복도 곳곳에 세워져있고, 그 조각상 무엇하나도 같은 인물이 아니었어. 천천히 복도를 걸어가면서 주변을 둘러 보니 푸른 녹음 아니, 숲과 신전은 하나였어 마치 신전을 위해 존재하는 숲처럼.. 살랑이는 바람결이 마치 이리로 오라고 손짓하는거 같았어, 속삭이는 소리처럼 들릴정도로 따듯하고 다정한 바람... 어디선가 물소리가 들렸지만 보이지않았어, 더 둘러보고싶었지만 나는 아이를 찾아야 하니까, 발길을 더 보챘어
이름없음 2020/09/09 00:50:26 ID : 07dTVdRxu6Y
복도를 걷고 걷고 걷다가 어느순간 발을 멈췄어. 마치 여기서 기다려야하는것처럼. 아무도 없는 그 복도에서 나는 아까와 같이 무릎을 살짝 굽히고 고개를 숙였어. 숄 때문에 앞이 잘 안보여서 발을 내려다 보는데 인기척이 났어. 걸어오는 소리도, 뒤따라오는 소리도 없었는데 말이야
이름없음 2020/09/09 00:52:42 ID : 07dTVdRxu6Y
고개를 들수가 없더라고 뭔가 고개를 들면 안될거같았어 조용히 계속 자세를 유지하는데 계속 아이가 생각이났어 내아이, 나의아이, 지금쯤 그 아이는 어디있을까 다쳤을까? 잘 지내고있을까? 빨리가야하는데, 빨리 데려와야하는데, 그렇지않으면... 그렇지않으면...... '꼭 찾아야 할까?' 머리속으로 생각하고있는데 내 앞에있던 '그/그녀'가 말했어
이름없음 2020/09/09 00:55:21 ID : 07dTVdRxu6Y
여자같기도, 남자같기도 한 그 목소리는 나에게 아이를 꼭 찾아야 하냐고 물어봤어 당연한거 아니야? 내 아이인데! 내 아이야! '확신 할 수 있니?' 그럼 내아이인데.. 꿈이지만 내아이인데.. 꿈인데..꿈이라도..? 혼란스러워 졌어 꼭 찾아야 할까? 하지만.. 나는 찾아야겠다고 마음먹었어. 이 찝찝함을 남겨두고싶지않아서. 이게 꿈이라면, 내 마음대로 깰 수 없다면 엔딩을 봐야겠단 생각을 했어. '확신할 순 없지만.. 찾아야해요' 어렵게 뱉은 말에 그사람은 웃었어 그냥..웃었던거같아
이름없음 2020/09/09 01:00:00 ID : 07dTVdRxu6Y
'지혜를 빌려줄게, 대신 찾고나면 꼭 다시 내게 돌려줘야 해, 이리와' 나는 꼭 그러겠다고 대답하고 굽힌 무릎을 피고 그사람을 따라갔어 복도를 벗어나 숲길을, 잔가지와 수풀을 헤치며 나아갔어. 잔가지가 만든 생채기가 따끔거리게 아팠지만 내 상처를 보면서 그사람을 따라가기엔 벅찼기에 참고 쭉 따라갔어. 그 끝엔 넓은 호수가 있었어 . 새벽녘처럼 반짝이고 고요한 호수가. 분명히 아까 시장에선 한낮이었고, 그 긴 복도를 걸었던 신전에서 조차 밤이 오는걸 느끼지 못했는데 잔잔한 안개와 반짝이는 물결이, 소리조차 고요한 그곳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사람마저 잊고 쳐다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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