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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ㅜ 2021/03/12 22:26:18 ID : 4Zck61wrbu6
딱 하고 싶은 만큼만 글을 쓰고 다음 레스가 그걸 잇는거야! 오늘도 안경을 쓴 상담사는 말 없는 소녀가 있는 방에 들어간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인기척을 눈치챈 어두운 남색을 띄고 있는 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이름없음 2021/03/12 23:08:07 ID : jwMrupTTXy3
소녀는 새카맣게 죽어있었다. 눈은 마주쳤으나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상담사는 조심히 소녀의 앞으로 걸어갔다.
이름없음 2021/03/12 23:26:25 ID : MkrcMi8i5Qq
소녀는 고개를 돌려 창밖의 달을 보았다. 맑은 하늘 덕에 달이 잘 보였다. 달빛에 비친 소녀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이름없음 2021/03/29 00:01:27 ID : mr9ipffcNwG
그런 소녀의 모습의 상담사는 한동안 멍하니 소녀를 봐라봤다. 그리고 그 행동은 소녀가 그 상담사에게 말하기 전까지 이어졌다.
이름없음 2021/03/29 17:24:28 ID : mtvB9he0pXt
"당신은 누구지?" , 소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상담사는 그녀의 경계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차를 한 잔 건넸다. "마시렴. 그리고 네 이야기를 해 봐. 난 그것을 듣기 위해 존재하니까." 그럼에도 그녀는, 털을 비죽 세운 고양이 처럼, 몸을 잔뜩 부풀린 참새 처럼, 상담사를 노려봤다.
이름없음 2021/03/29 17:29:46 ID : Y1eE05TWlA3
이윽고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저기..."
이름없음 2021/03/30 22:03:57 ID : ula1eFjBz9d
상담사의 동료가 덜 닫긴 문 새로 얼굴을 내밀고있었다. 그는 상담사와 소녀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가라앉은 분위기를 느꼈는지 도로 문을 닫았다. "나중에 뵙겠습니다." 상담사는 닫힌 문을 보며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소녀와의 상담을 방해받았다는 게 지독히 기분 나빴다. "저 사람은 신경쓰지 마렴."
이름없음 2021/04/13 03:51:22 ID : E2qZilyGnyN
소녀는 상담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대답했다. 상담사가 볼펜을 들어 틱틱 달칵댔다. "음, 지금 기분은 어때?" "지금은... 괜찮은 것 같다." 소녀가 호흡을 가다듬으며 천천히 말했다. 상담사는 종이에 무언갈 끄적이고 있었다. 침묵이 도는 한가운데 사각사각 볼펜 소리만이 들렸다.
이름없음 2021/04/13 08:42:23 ID : 3A6nTO067ut
"음.. 오케이. 기분은 괜찮고... 아, 오늘 하루 무엇을 했는지 듣고 싶은데. 가능 할까?" 나의 물음에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힘 없이 고개를 휘 젓는 소녀. 아마도 싫다는 말 이겠지. "대답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대신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말 해줄래?" "계획?" "응. 계획." 계획 이라는 말에 가볍게 한숨을 폭 내쉬더니 내가 건네준 차를 홀짝이던 소녀, 이윽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 "계획, 자살."
이름없음 2021/04/13 08:57:59 ID : Zijbba5QoK6
자살. 자살이라. 이런 일을 하며 살다보면, 이 대답은 흔하다면 흔하겠지만... . 자살을 말하는 소녀는 지나칠 정도로 무감각해 보였다. 속으로 감상을 늘어놓으며 차트를 적는 상담사를, 소녀가 미동도 없이 바라보았다. 아, 말을 하지 않았다면 인형이라고 생각했을지도. 상담사는 생각했다. 아름답다, 따위의 사랑스러운 감상이 아니라. 소녀는, 정말로. 이미 죽어있는, 살아있다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눈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그럼, 최근에 좋아하는 것은 생겼니?" 차트 입력을 위한 형식적인 질문이었다.
이름없음 2021/04/13 22:29:33 ID : 2lfTPdDBzbB
소녀는 생각하려는 듯이 고요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이내, 입을 열어 단어를 내뱉었다. '있었다. 좋아하는것. 지금은 없다' "있었다"..? 과거형이었기에 더욱 의문이 생긴 상담사 였다. 정확한 것을 차트에 써넣어야 했기 때문에 싱담사는 다시한번 물어볼수 밖에 앖었다. '무엇을 좋아했는지 말해줄수 있을까?' 그러자 조금이지만 소녀의 눈에 빛이 반짝인것만 같았다. 소녀는 조금은 그리운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비.'
이름없음 2021/04/13 23:37:00 ID : NtjvCjg42IE
죽은듯한 소녀의 눈에서 잠시 보였던 빛. 그리고 무미건조한 음성에서 무엇인가 느껴졌기 때문에 상담사는 일단 종이에 나비라고 끄적였다. 그러고 나니 웬 나빈가싶었다. 그래서 왜인지 생각해보았지만 생각해볼수록 해답은 커녕 의문만 쏟아져 나왔다. 상담사는 빙빙 돌리던 펜을 멈추고 소녀에게 물었다. "왜 나비를 좋아했었어?"
이름없음 2021/04/13 23:49:27 ID : a6Za2nBgqqo
"멀리서 보면, 아름답다. 가까이서 살펴보면 징그러워."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이건 나비를 싫어하는 이유에 더 가깝지 않은가? 소녀는 내 표정을 보고 내 생각을 이해했다는 듯이 말했다. "예쁘기만 한 것.은 없다. 다들 가식으로 스스로를 포장. 나비는 적당히 먼 곳에서. 보면 아름답다. 그러나 가까이서 보면. 추하다. 추한 모습을 가식없이. 보여준다." 나로서는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말이었다. "그러면 왜 다시 싫어진거니? 나비를 '좋아했었다'고 말했지?"
이름없음 2021/04/14 00:04:54 ID : 4INxRwk2pXA
"나비가 죽었다. 손으로 잡아서 몇 번 가지고 놀았더니. 죽어버렸어. 다른 나비를 잡아봐도. 똑같았다. 움직임을 다한 것에는. 흥미가 없다." 소녀는 정말 따분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나비의 아름다움은. 멀리서 날아다닐 때나. 존재하는 것. 가까이 마주한 생명체가 죽어버리니. 추함만 남았을 뿐이다. 이제 그것은. 내게 장난감으로서의 가치조차 없어. 난 이제 나비를 좋아하지 않는다."
와ㅜ 2021/04/14 23:06:22 ID : 2lfTPdDBzbB
헐 야 미쳤다 ㅠㅠㅠㅠ 진짜 글 이쁘게 쓴다 너네 ㅠㅠㅠ 이제 슬슬 다음 글로 넘어가자 시작은 내 밑 스레부터
이름없음 2021/04/15 00:14:23 ID : bhasoY2k3vc
"내 앞가림은 내가 신경 쓸 일 아닌가? 그게 왜 궁금하지?" 책에 고정된 시선을 키가 큰 남학생으로 옮기며 말했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곧 내 도움이 필요할 거 같아서. 안 그래?" 소년은 키가 작은 단발머리 소녀를 눈이 안 보이게 웃으며 장난스레 말했다. 짜증이라도 난 듯 책을 덮고 소녀는 소년의 눈을 보고 말했다.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거야. 명심해." "네 일이 진짜 내 일이 되면 그땐 진짜 어쩌려고?"
이름없음 2021/04/16 22:57:27 ID : 2lfTPdDBzbB
소녀는 정말 지겹다는 눈빛으로 소년을 째려보았다. 그런 눈빛을 알아챈 소년은 능청스럽게 대꾸했다 "이런~그런눈으로 보지는 말아줘. 상처받는다구? 힘든사람을 돕는게 나쁜 일은 아니잖아? 도덕시간에도 그렇게 배웠단 말이지" 소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날카롭게 말했다. "너 같은 사람의 도움 따위 필요 없어. 내 일이야, 내가 알아서 해. 신경꺼"
이름없음 2021/04/16 23:19:19 ID : a6Za2nBgqqo
"역시 이런 말투로 말하는건 역효과만 나네" 방금 전과 같은 사람으로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냉담한 말투. 소녀는 흠칫 고개를 들었다. "왜 그런 표정으로 봐?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 소년의 말투는 여전히 딱딱했지만, 미묘한 떨림이 있었다.
이름없음 2021/04/18 04:32:26 ID : 2lfTPdDBzbB
"이제서야 본성을 드러내는 거야? 처음부터 그렇게 나올것이지 괜히 시간만 버려서 어째" 소녀는 아까전과는 180도로 태도가 달라진 소년에게 비꼬듯이 말했다.그녀는 읽던 책을 책꽃이에 꼳고 새로운 책을 꺼내려는듯 손을 위로 뻗었다. "아까도 말했던것 처럼, 너의 도움을 받을 정도로 내 앞가림은 내가 신경써. 왜, 날 '도와서' 네 필요를 증명하면 그렇게 네가 사랑받고 싶어했던 부모님이 널 아껴줄것 같았니? 웃기지마, 내가 그딴 시답잖은 이유를 모를것 같았어?" 비수같은 말들이 소년의 심장을 꿰뚫고 상처를 낸다. 예상하지 못한 반응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사람의 말' 을 사용할줄 알았던 소녀였기에 그저 빈정거림 이었음에도 그는 주먹을 쥘수 밖에 없었다. "너의 그 애정결핍으로 범벅된 이유와는 달리, 나는 이 계획을 성사 시켜야만 하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어. 그렇게 관심을 받고 싶다면 그냥 지금까지 알아낸 정보라도 쪼르르 가서 일러 바쳐. 혹시 몰라? 그러면 사냥감을 잡아온 개새끼마냥 머리라도 쓰다듬어 줄지?" 침묵을 유지하며 그저 소녀를 차갑게 쏘아보는 소년은 지금 당장이라도 저 나불대는 혓바닥을 잘라내고 싶었다. 네까짓게 뭔데 감히 나에게 그런말을해? 분노가 일렁이며 이성을 사로잡는 것을 느끼자, 소년은 자신의 목적을 생각하며 그의 분노를 고요히 잠재웠다.
이름없음 2021/04/25 01:10:10 ID : bhasoY2k3vc
"이미 다 알고 있다는 거지? 그럼 괜히 돌려 말할 필요 없겠네. " 아까의 화난 표정은 어디 갔고 다시 여유 넘치는 표정이였다. "나랑 결혼하자. 너는 빽이 필요하고 난 네가 필요하지. 안 그래? 이제 서로가 서로에게 쓸모 없어지면 그때 깔끔히 이혼하자. 애 같은 건 너나 나나 귀찮잖아." '저게 미쳤냐?' 소녀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래, 물론 나에게 빽이 필요한 건 맞다. 그러나 쟤에게 내 능력이 그렇게나 쓸모 있나? 분명 저렇게 생겼으면 나처럼 생긴 애들보다 훨씬 미인들에게 꽤나 고백을 받았을 텐데 굳이 이런 계약 결혼은 걔에게 엄청난 손해 아닌가? 이런 바보 같은 제안을 내가 승낙할 거라고 믿는 저 태도가 너무나 이해가 안 됐다.
이름없음 2021/04/25 16:39:01 ID : mtvB9he0pXt
"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야? 너 따윈 필요없어. 날 그렇게 무능력한 사람으로 생각하지마." "나랑 결혼하는게 네 목적을 이루기에 가장 쉽고 편한 길일텐데?" "대체 왜 나인거야? 난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할거야. 그리고 난 널 사랑할 수 없고, 너도 날 사랑하지 않지." "널 사랑해. 이거면 됐나?" "닥쳐. 너 한테 그딴말 듣기 싫으니까. 난 너랑 계약결혼 할 생각없고, 설령 내가 널 사랑하게 된다 할지라도 난 지금 로맨스 영화 따위 찍고 있을 여유없어." "그럼 동료가 되어줘. 사랑한단 말은 거짓이었어. 근데 사랑은 차치해도 믿음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 "난 아무도 믿지 않아. 너도, 그리고 나 또한."
이름없음 2021/04/26 05:36:57 ID : eFba7dXupTP
"이미 거짓말을 하고 믿음이 필요하다니." "누군가를 믿는다는 건 약점이 생기는 것 뿐이니까, 난 믿음이 싫어." "왜 그렇게 생각해?" "상대방도 너를 믿어준다면 꽤 좋은 관계가 될 텐데." "나를 믿는 사람따윈 없어. 이젠 나조차 나를 못 믿게 됐고.. " "사랑과는 별개로, 난 널 믿어. 이건 진심이야." "왜?" "눈을 보면 아니까. 넌 믿을만한 사람이야." 소녀는 소년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참만에 대답했다. "...좋아."
이름없음 2021/04/28 04:24:43 ID : 2lfTPdDBzbB
"네가 그렇게 날 믿는다니 어쩔수 없네. 난 오로지 나를 향한 너의 그 믿음을 믿도록 하지. 결혼식 준비 관련된건 네가 알아서 해. 그정도도 못하는건 아니지?" 소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의외라는 듯이 동공이 수축된 소년은 딩황한듯이 입을 열었다. "...그거면 된거야? 너를 향한 내 믿음?" 새로운 책을 핀 소녀는 어이없다는 듯이 소년에게 눈을 돌렸다. "왜, 나랑 결혼하기 싫어?" "아니..너무 간단하지 않은가 해서" 픽- 하며 헛웃음을 흘린 소년의 말의 소녀는 똑같이 웃음으로 답하며 말을 꺼냈다. "그 꼬라지와는 다르게, 넌 고집이 좀 센편이니까 걸어볼만은 하겠지. 앞으로 잘 부탁해." "이쪽이야 말로" 세상을 뒤흔들법한, 거래가 성사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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