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스레드
북마크
이름없음 2024/03/06 09:21:54 ID : ksjhfdSJO7f
들어가기 앞서, 나는 글을 쓰는데에 재능이 없어 따라서 가면 갈수록 귀찮아서 글을 날림으로 쓰는 문제가 있어 이점 양해부탁해 그럼, 잡설은 대충 치우고 궁금해할 이야기를 서술토록 할게 사실 내가 시작부터 도망쳤기 때문에 크게 재미랄것도 내용이랄것도 없지만... 아주 짧은 공포단편선을 읽는다는 느낌으로 보고가 오늘 아침 6시 20분 무렵 잠에서 깬 나는 극한의 스트레스에 못이겨 아주 잠시만 더 누워있고자 했어 그리고 약 15분간의 꿈을 꾸고 일어났어 이 이야기는 그 15분간의 꿈속에서 겪었던 아주 짧은 이야기야
이름없음 2024/03/06 09:24:02 ID : ksjhfdSJO7f
꿈속에서 눈을 뜨니 옷을 갈아입는 락커룸이었어 바로 앞에는 내것인듯한 락커가 있고 주변에는 사람이 가득했지 다들 추리닝같은 녹색의 복장을 입고있었어 남녀는 딱히 가리지 않는듯해 여긴 어딜까? 의아함을 느끼며 옆의 사람과 대화를 나누었어 그는 옷을 다 입고 겉에 걸치고왔던 하얀 패딩을 말아 약간 신경질적으로 구겨 집어넣는중이었어 아저씨 여긴 어디예요? 아저씨는 날 위아래로 훑더니 파하고 바람빠진 소리를 내며 웃었어 뭐야, 신참이냐? 아저씨는 이곳이 회사라고 했어 이제 곧 출근시간이고, 그 안에 옷을 갈아입고 저 앞에 데스크 옆쪽에 나있는 문으로 나가야한다는 등 설명을 꽤 상세히 해주시더라고 생각보다 유한 반응에 내심 놀랐지 솔직히 일상에 지친 얼굴과 신경질적이고 투박한 행동에 건설업에서 일하는 마초스러운 아저씨들의 걸걸한 반응을 기대했는지도 모르겠어
이름없음 2024/03/06 09:28:03 ID : ksjhfdSJO7f
솔직히 듣고 실감이 안났어 내가 왜 여기 있는거지 싶었지 그렇잖아, 갑자기 정신을 차리니까 내가 처음보는 회사에 입사해있다니? 아저씨는 멍청하게 어....하고 말꼬리를 흐리는 나를 보곤 턱짓으로 락커를 가리켰지 그럴 시간 없어, 빨리 옷 갈아입어 음...일단 상황을 알기 어려울때는 사람들의 행동을 따라가기만하면 중간은 할수 있겠지 나는 락커문을 잡아당겼어 내부는 깨끗했어 아무것도 없었다는 얘기야 아저씨는 상체를 기울여 내 락커 안을 바라봤어 이런...운도 없구만 그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옆쪽 코너에서 크게 숨들이키는 소리와 울먹이는 소리가 섞인 흐느낌? 비명? 아무튼 그런 비스므레한것이 들렸어
이름없음 2024/03/06 09:29:59 ID : ksjhfdSJO7f
그 곳엔 어떤 젊은 청년기의 남성이 벌벌 떨고 있었어 순간 옷을 입느라 부스럭대던 소리가 멈췄지 정적에서 입을 연견 내 옆의 그 아저씨였어 자기 짐에서 남는것 있는지 다들 좀 찾아봐 그러고는 다시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들렸어 어디서 바지 하나 어디서 셔츠 하나 어디서 저지 하나 신발 하나.... 하나 둘씩 파츠가 모이고 이윽고 한 세트가 된 옷가지를 아저씨는 수거해서 그 남자에게 건넸어 남자는 덜덜 떨면서 그걸 받아들고 아저씨는 말없이 그의 어깨 위에 손을 한번 얹고는 다시 자리로 돌아왔어 그리고 내게 또 다른 한 세트를 건넸지 나는 그제야 슬슬 상황이 이해되기 시작했어 아, 뭔진 몰라도 내게 뭔가 단단히 문제가 생긴거구나, 좆됐구나
이름없음 2024/03/06 09:37:10 ID : ksjhfdSJO7f
남자는 옷가지를 보고 울쌍인채로 한동안 망설이더니 옷을 갈아입었어 눈깜짝할새에 갈아입고는 안내 데스크 근처에서 다시 망설였지 그때 지인인듯한 사람이 다가와 그에게 말을 걸었어 야, 그만해 오늘은 그냥 가라 그 말이 오히려 남자에게 결심할 용기를 준거같아 남자는 억울하다는 듯이 소리치더라고 이러려고 내가 아침밥을 든든하게 먹고 이곳에 온 줄 아느냐, 내가 조심하면 되지 않느냐, 선택의 여지가 없다 뭐 대충 그런식의 실랑이였던거같아 그렇지만 난 거기에 신경쓸 새가 없었어 다른 말에 신경이 팔려있었거든 그냥 가라는건 포기가 가능하다는거 아냐? 난 이 수상쩍은 곳에서 위험부담을 지고싶은 생각이 단 하나도 없었어 난 바로 안내데스크같은 곳으로 향했지 그만 두고 싶어요 어떻게 하나요?
이름없음 2024/03/06 09:43:40 ID : ksjhfdSJO7f
데스크원은 뒤쪽에 놓은 탁자를 가리키며 해당 카드를 작성해오라고 했어 그곳엔 고민하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이름을 적을 수 있는 공란이 있는 손바닥만한 카드, 그리고 펜 한자루가 있었지 그리고, 이름을 반드시 정자로 적어주세요 크고 붉은 글씨로 쓰인 카드보다도 수배는 큰 경고문이 붙어있었어 단순한 경고보다 무언가 절대적인 공포가 밀려왔어 어쩌면 카드 주변에 몰려있는 불안에 떠는 인파들 때문에 그런 분위기가 조성된걸지도 모르지 나는 카드를 한장 집고 펜을 들었어 무언가를 할때 사람들은 늘 자기가 첫번째가 아니기를 바라잖아? 그건 꿈에서도 별반 다를바가 없는것같아 사람들은 내 결정을 보고 그제야 내 뒤로 줄을 서기 시작했지 그때 당시에는 속으로 궁시렁댔지만 이 점이 후술할 내 죄책감을 덜어준 최후의 보루가 되어줬기 때문에 고마울따름이야 아무튼 나는 그렇게 카드작성을 시작했어
이름없음 2024/03/06 09:51:44 ID : ksjhfdSJO7f
첫번째장 나는 이름을 쓰다가 손이 쥐가 난듯 버벅이더니 펜을 놓쳤어 떨어진 펜을 주워들고 다시 쓰려했을땐 공란에는 야훼라고 써져 있더라고 야훼는 기독교 신의 이름이야 우리 엄마가 아아주 신실하게 믿는 신이라 나도 아는거야 아니, 이건 또 왜 써져있는거야? 찢어냈어 두번째장 두번째 글자를 쓰다가 내 이름을 잊어버렸어 그럴수가 있나? 싶지만 마치 비밀번호를 잠깐 까먹었을때처럼 비슷한 감각이더라고 어....잠시 넋을 놓고있다가 펜을 미끄러뜨리며 선이 그어졌어 이런 젠장 찢어냈어 세번째 장 카드를 다시 뜯을때쯤 내 뒤에 선 사람들의 표정이 초조해지는게 보였어 나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고있는게 미안했어 출근시간이 얼마 안남았다며 울쌍인 소리가 어께너머로 들리더라고 몇몇은 포기한듯 데스크 옆 편의 문을 통해 터덜터덜 걸어갔어 나는 땀이 맺히기 시작한 손으로 펜을 들었어 첫번째 성 문제 없지 간단한 구조의 내 성씨가 고마웠어 두번째 글짜 그때부터 문제가 발생했어 펜의 잉크가 갑자기 흐릿하게 나오기 시작했지 세번째 글짜에선 아예 흔적만 남는 수준이었어 이걸...정자로 인정해줄까? 모르지만 일단 데스크로 들고갔어 펜도 하나뿐이었으니 펜을 달라고 말을 하려고해도 그리로 가야했지 내 뒤로 사람들이 줄을 선채로 우르르 따라붙었어 하나뿐인 펜을 내가 들고있으니 그랬던거라고 생각해 나는 그들을 대동한채로 데스크로 향했어
이름없음 2024/03/06 09:59:20 ID : ksjhfdSJO7f
주위엔 이미 우리빼고는 아무도 없었어 시간이 임박했는지 뒤에선 아우성치는 소리들과 짜증들이 날아왔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적인 터치나 방해가 없었다는건 참 신기했어 내가 카드를 안내원에게 막 건냈을때였어 갑작스레 퍼억하는 소리와 함께 뜨뜻미지근한 살점들이 등 뒤에서 날아왔어 울쌍이던 사람들의 소리가 잦아들었어 문득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발상에 소름이 올랐어 출근시간이 지났구나 그래서 지각처리된 이들이 처분 된거야 나는 이곳이 어떤 흐름으로 흘러가는지 깨달았어 이곳은 마치 예전에 유행했던 scp나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이라는 게임같은 회사 혹은 나폴리탄 괴담같은 곳인거야 규칙이 있고, 그걸 어기면 사람 한둘은 우습게 죽어나가는곳 나는 차마 뒤를 돌아볼 용기가 나지 않았어 내가 이름을 빨리 쓰는데 성공했으면 저들 중 몇몇은 살았을까? 죄책감이 밀려왔고 그 쉬운것도 빨리 못해서 사람들을 죽게 한 내 자신의 무능함에 경멸스러웠어 그렇지만 주저앉아 그것을 곱씹고있기엔 내 목숨이 더 급했지 여기서 저 카드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나도 지각처리가 될테니까 나는 지금 행정처리중이라서 유예의 시간이 주어진것 뿐이야 이거, 이름이 잘 안보이는데요? 펜! 펜이 잘 나오지 않았어요! 사형선고같은 말에 황급히 변명을 하며 나오지않는 펜을 내밀었어
이름없음 2024/03/06 10:05:02 ID : ksjhfdSJO7f
설마 펜이 나오지않아 이름이 잘 안보이는걸 문제로 삼거나 하진 않겠지? 물론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이미 나는 처분되어야 마땅하지 않았나 싶어 애초에 출근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행정처리가 진행중이라는건 지각인게 맞는거니까 아마 그 안내 데스크에서 상담을 하는동안만 주어진 짧은 유예기간이었겠지 하지만 누가 자신의 목숨이 걸린상황에서 그렇게 냉철하게 일이 집행되는걸 바라겠어 어떻게든 자신에게 유리한 룰이기를 바라지... 아무튼, 나는 그만큼 절박했어 아, 그래요? 안내원은 내가 내민 펜을 주워들어 다른 종이에 슥슥 그었어 잉크는 나오지않고 여전히 투명한 액만 종이를 적시며 흔적을 남겼지 나는 살았다고 생각했어 적어도 그녀가 펜을 그었을때 잉크가 나오는 대참사는 없었으니까 그렇지만 그 다음은 예상하지 못했지 새로운 펜을 지급해드리겠습니다 다시 작성해주세요 다음 다음? 다음이라니? 어, 재작성을 요청하는거면 내 유예는 지속되는건가? 아니면 보호에서 벗어나 미뤄진 처벌을 받는건가? 그리고 순식간에 시야가 암전됐어
이름없음 2024/03/06 10:07:56 ID : ksjhfdSJO7f
눈을 다시 떴을때는 침대 위였지 꿈속에서 나는 결국 죽음으로 이야기가 끝이 난것같아 뭐, 예상한 결과긴 했어 일어나자마자 습관처럼 확인해본 시간은 마지막으로 시간을 확인하기전보다 약 15분정도 지나있었어 참 알차게도 꿨구나 싶었지 아, 특이사항이 있었는데 일어난 직후 온 몸이 굉장히 아팠어 커다란 망치로 내려쳐져 온 몸이 으깨진것같이 머리부터 발기락 하나까지 말단에서 말단까지 욱신거리고 혈관을 흐르는 피에 독이 도는것처럼 화끈거리더라고 급격히 나빠진 컨디션 덕분에 오늘 하루는 병원을 가야하나 싶었지 꿈쩍도 못하겠더라니까 그래도 시간이 10분, 20분 지나니까 슬슬 괜찮아졌어 그러지 않았다면 여기서 꿈 얘기나 작성하고있진 못했겠지 이야기는 끝이야 꿈치고는 나름 시점도 명확하고 시간도 일관되어서 꿈이라는 인지가 힘들어서 더 무서웠던거 같아 깨고 나서 몸이 아픈것도 공포에 한 몫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걸 괴담에 적어야할까 꿈에 적어야할까 고민했어 괴담이라기엔 너무 밋밋하고 꿈이라기엔 오컬트적인 느낌에 더 가까운 느낌이라 뭐 그래도 귀신한번 나오지 않는 이야기인데 괴담보단 꿈이 낫지않을까 싶어 적긴 했는데 문제있으면 삭제할게 음...어떻게 끝맺어야할지 모르겠네 이게 다야 그럼 안녕
이름없음 2024/03/09 23:41:04 ID : oHu08i8rs9t
오 재밌다... 진짜 나폴리탄 괴담 느낌 남

레스 작성
2레스싸우는 꿈new 488 Hit
이름 : 이름없음 23시간 전
390레스어디서든 빠질 수 없는 그것☆잡담판 31629 Hit
이름 : 이름없음 2024.04.26
14레스 1217 Hit
이름 : 이름없음 2024.04.21
4레스정오에 갇히다 1642 Hit
이름 : 이름없음 2024.04.20
6레스꿈에 나온 이성이 너무 이상형이라 안잊혀진적 있어?? 1390 Hit
이름 : 이름없음 2024.04.20
9레스우린 사실 게임 캐릭터였던거 아닐까 1048 Hit
이름 : 이름없음 2024.04.20
6레스의도적으로 가위에 눌리는 법 725 Hit
이름 : 이름없음 2024.04.17
2레스루시드드림 꾸는법 알려줘 2281 Hit
이름 : 이름없음 2024.04.17
6레스. 1169 Hit
이름 : 이름없음 2024.04.13
6레스난 꿈 속의 세계가 있다고 믿어 2861 Hit
이름 : ◆k5VbxCmNtbg 2024.04.13
8레스개꿈 꿨다 1314 Hit
이름 : 이름없음 2024.04.09
451레스그대는 얼마나 많은 꿈을 거쳐 나에게로 왔는가? 31191 Hit
이름 : ◆gmGk4E67xXt 2024.04.06
1레스오늘 꿈에서 우리팀 운동선수 돼서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1512 Hit
이름 : 이름없음 2024.03.31
2레스몇년째 꿈에 똑같은 남자애가 나와 1748 Hit
이름 : 이름없음 2024.03.28
1레스요즘은 꿈 속에서 수면마비 걸리네.. 1804 Hit
이름 : 이름없음 2024.03.25
3레스다들 꿈 이어서 꿔 본 적 있어? 2111 Hit
이름 : 바다 2024.03.25
1레스옛날에 꿔본 꿈인지 아니먼 내 착각인지 모르겠는데 1905 Hit
이름 : 이름없음 2024.03.24
3레스나 이거 대체 뭔 꿈임? 1931 Hit
이름 : 이름없음 2024.03.23
2레스다들 신기했거나 기억에 남는 꿈들 있어? 1984 Hit
이름 : 이름없음 2024.03.23
1레스오늘 꿈을 꿨는데 이거 귀접은 아니지? 1985 Hit
이름 : 꿀주먹 2024.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