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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3 14:25:49 ID : 3PimHDBwGq3
안녕, 일단 나는 20살 남자야. 나한테는 중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가 한명이 있어. 이 친구는 사람들이 흔히들 말하는 아싸같아. 일단 가명으로 지훈이라고 할게. 일단 얘랑 처음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지내왔는지, 어떤 애인지를 적고 싶은데, 읽어주면 고마울 거 같아. 사실 그대로 말할 거라서 내 별로인 인성도 드러나버릴 거 같네.
2018/10/13 14:27:15 ID : jijhcK7z9gY
보고있어~!!
2018/10/13 14:38:30 ID : 3PimHDBwGq3
고마워 이건 내 이야기이긴 한데, 난 중학교 1학년 때 친했던 베프랑 크게 싸우고 정치질을 당해서 반에서 은따가 된 적이 있어. 어떤 느낌이었냐면, 그 후로 그 무리에 같이 다니긴 하는데 은근히 무시 당하는 느낌. 그냥 웃긴 얘기하면 웃고, 붙어있기만 했지. 나는 그때 도망칠 곳으로 오타쿠 문화를 접했어, 흔히들 많이 보는 애니나 만화같은 거 있잖아. 학교 다녀와서 어디 가지도 않고, 연락도 안오고, 보고 있으면 아무 생각 안드니까 좋더라. 그렇게 극단적으로 빠져들지는 않았어. 굿즈사고 캐릭터 좋아하고 그러지는 않고 그냥 막연히 보고 있는 느낌.
2018/10/13 14:44:08 ID : 3PimHDBwGq3
그리고 난 중학교 2학년으로 올라갔는데, 기적적으로 1학년 때의 반 애들이 아무도 같은 반이 안됐어. 내가 막 티나게 따 당하고 그런 것도 아니었고 그냥 은근히 무시 당하는 정도였어서 새로운 반 애들은 그런 거 잘 몰랐어. 그래서 나는 기적적으로 다시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즐길 수 있었어. 물론 내가 애니를 본다거나 그런 사실은 절대 주변에 말 안했어. 어찌보면 당연하지만ㅋㅋ 나는 애들이랑 놀러다니고 여친도 사귀고, 나름 즐겁게 학교 생활을 보내고 있었는데. 그 당시 우리 반에는 조금 겉도는 아이인 지훈이가 있었어.
2018/10/13 14:47:27 ID : nvdyKZjBvzT
같은 취미얐구나
2018/10/13 14:51:15 ID : 3PimHDBwGq3
지훈이에 대한 첫 인상은 그냥 조용한 아이, 친구들이랑 잘 안 어울리는 아이같은 느낌? 그리고 지훈이는, 이런 말을 하면 안되지만 못생겼어. 나중에 알고 보니 어떤 특수한 질병을 가지고 있더라고. 그 질병때문에 매주 금요일마다 조퇴를 했는데, 그 질병의 치료를 위해서 병원에 가는 거였어. 나는 1학년 때의 경험 때문에 지훈이를 애들 다같이 노는데 끼워서 같이 이야기하려고 하고 그랬어. 나름대로 신경을 쓰긴 썼지만, 그냥 안쓰러워서 챙겨주는 느낌에 그쳤지.
2018/10/13 14:58:27 ID : 3PimHDBwGq3
맞아! 그러다가 어느 날 학교를 마치고 폰을 가져갈 때, 지훈이가 뭘 좀 챙긴다고 폰을 늦게 가져가길래, 내가 대신 챙겨서 전해주려고 했지. 무심결에 핸드폰 대기화면을 켜서 봤는데, 거기에는 작년에 내가 좋아했던 애니의 일러스트가 있었어. '소드아트온라인'이라고 하면 아는 사람은 알겠지. 나는 그걸 보고 뭔가 반가웠어. 우리 학교는 오타쿠들을 극혐하는 분위기가 엄청 심했거든. 그래서 만약 그런 애들이 있어도 티를 안냈을거고, 들키거나 밝힌 애들은 전교권의 조롱거리가 됐어. 그래서 주변에 이런 취미를 가진 애가 없었는데, 떡하니 내 앞에 나타난 거야.
2018/10/13 15:04:26 ID : 3PimHDBwGq3
그때 바로 아는 척을 하기에는 주변에 보는 눈이 많았고, 그래서 그냥 아무 말 없이 챙겨줬는데. 지훈이는 내가 대기화면을 본 걸 눈치챘는지 안절부절 못하는 거 같았어. 들키면 큰일이니까. 나는 그냥 모른 척하고 다른 애들이랑 하교했는데, 지훈이의 걱정을 풀어주는 건 둘째치고 애니에 관한 이야기를 다른 사람이랑 꼭 얘기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어. 그래서 그날 저녁에 바로 지훈이한테 카톡을 날렸고, 지훈이거 어디다 말할 애는 아니라고 확신해서 그냥 덕밍아웃했지.
2018/10/13 15:12:25 ID : 3PimHDBwGq3
지훈이랑 나는 서로 그런 친구는 처음이라서 들떠서 온갖 이야기을 다했어. 확실하 말하다 보니까 내가 엄청 라이트한 오타쿠라서 정보 차이가 많이 나긴 하더라... 지훈이는 좋아하는 캐릭터도 있었고, 내가 모르는 온갖 분야를 섭렵한 소위말하는 씹덕후라고 할 수 있었지. 어차피 나도 애니 보기도 하고, 그렇게 거부감도 안들어서 걍 그려러니하고 친하게 지냈어. 근데 내가 참 이기적인게, 그 이후로 학교에서도 더 많이 데리고 다니고 했지만, 엄청나게 친한 척은 안했어. 나는 기사회생해서 어느 정도 잘나가는 애들 사이에 있었고, 지훈이는 솔직히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이 들만한 애는 아니였으니까.
2018/10/13 15:23:22 ID : 3PimHDBwGq3
그래도 지훈이는 그런 나를 이해해줬고, 우린 카톡으로 그런 이야기를 주고 받았어. 나는 오타쿠 문화를 어느 정도 안보고 있었는데, 지훈이랑 친하게 지내면서 더 많은 걸 배웠지. 일진들한테 술담배 배우듯이ㅋㅋ 그리고 따로 약속 잡아서 놀러가기도 했어. 정말 가끔이었지만. 지훈이가 타고난 집돌이라서. 친해지고 나서 알게 된 점은, 지훈이는 딱히 조용하거나 그러진 않았어. 매사에 진지하고, 치는 드립이 재미없긴 했지만 ...ㅋㅋㅋ 그렇게 비밀친구같은 느낌으로 지내다가 졸업한 우리는 서로 다른 학교에 갔어. 나는 외고로, 지훈이는 인문계로.
2018/10/13 15:33:17 ID : 3PimHDBwGq3
오히려 중학교 다른 애들보다 지훈이랑 연락을 오래하게 되더라, 난 고등학교 올라와서도 오타쿠 친구가 없었거든. 그냥 이미지 관리하고 공부한다고 바빴어. 반면에 지훈이는 다른 오타쿠 친구들을 만나서 행복한 고등학교 생활을 하는 거 같더라. 난 진짜 안심했어, 걱정 많이 했는데, 새로운 고등학교에서 잘 지내는 거 같아서. 나중에 알고보니까 나름대로 엄청 힘들게 인간관계를 유지해갔던거 같지만. 지훈이랑은 가끔 연락하면서 지냈어. 나는 고등학교 올라오고 애니 쪽으로는 거의 완전 손을 때버렸고, 그냥 안부인사 정도만 했지. 내가 이래서 힘들다, 학교 다니다가 겪은 썰이나 풀면서.
2018/10/13 16:03:14 ID : hy0slxwnu2q
보고있오..
2018/10/13 19:18:29 ID : K3O5PdDtfVc
보고있음
2018/10/13 19:31:24 ID : vcslyHva8lC
보고있음
2018/10/13 20:13:56 ID : 3PimHDBwGq3
고마워, 이어적을게.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연락을 하다보니까 지훈이는 점점 성격이 변해가는 거 같았어. 전에는 순둥순둥하고 진지한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센 척도 하고 드립도 오타쿠 드립이 아니라 그냥 일반적인 남자애들이 칠만한 드립을 치더라고. 여전히 재미없었지만ㅋㅋ 솔직히 인터넷에 다른 덕후분들은 센스넘치는 사람 많던데, 이쯤되면 그냥 지훈이의 유머감각이 뒤틀려 있었는듯. 어쨌든 지훈이의 변한 모습에 난 뭔가 안심이 됐어. 학교생활을 나름대로 잘하고 있으니까 이렇게 변하는게 아닐까 싶고.
2018/10/13 20:21:06 ID : 3PimHDBwGq3
나는 솔직히 말하자면 고등학교 때 간간히 연락하는 시점에서 지훈이한테 다른 친구들한테는 느끼지 못하는 편안함을 느끼고 있었어. 난 인간관계에서 이미지 관리를 엄청하는 편이거든, 중학교 1학년 때의 은따 경험이 나를 더 그렇게 만든 거 같아. 오타쿠 취미가 있다는 사실은 당연히 숨기고, 그냥 대하는 사람마다 그 사람한테 호감을 사려고 노력했어. 물론 진짜 친한 애들이랑은 스스럼없이 지내는 편이지만, 걔들한테도 '내가 예전에 오타쿠 취미가 있었다!'라든지 모든 걸 말하지는 않았으니까, 뭔가 '내가 모든 걸 털어놓고 말할 수 있는 친구는 지훈이 뿐이다.'라는 느낌을 받았어.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고.
2018/10/13 20:25:31 ID : vcslyHva8lC
ㅇㅇ 얘기해 듣고있음
2018/10/13 20:37:01 ID : 3PimHDBwGq3
나는 그냥 할일 없이 심심하거나, 다른 곳에 털어놓을 수 없는 고민이나 뒷담같은 게 있으면 툭하면 지훈이한테 연락했어. 물론 지훈이가 그걸 듣고 다 안다는 듯이 뭔가를 말해주긴 했지만, 솔직히 별 도움이 되는 내용은 아니였어ㅋㅋ 그래도 내 말을 잘 들어준다는 게 느껴지는 말을 해줬고, 대나무숲에 털어놓는 거 같은 느낌이었어. 그리고 그러다보면 지훈이의 이야기도 듣게 되는데, 듣다보면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서 안쓰럽더라고. 지훈이의 표현을 빌려서 적자면, 고등학교는 인간관계는 꼭 밀림같다. 온갖 거에 맞춰줘야 되는 게 너무 힘들다. 나중에 내가 결혼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친한 여자가 진짜 아무도 없다. 친하게 지내는 오타쿠 친구들 사이에서도 관계로 고민을 많이 하나보더라고.
2018/10/13 20:54:17 ID : 3PimHDBwGq3
그래도 언제나 대학교애 대한 희망을 가지고 사는 거 같았어. 나름대로 인간관계에 대해서 깨달은 게 있으니까 대학교에 가면 잘할 수 있을 거 같다고 하더라고. 나도 진심으로 응원했어. 정말 솔직하게 말하자면, 지훈이는 내가 느끼기에는 다른 또래애들보다는 정신연령이 좀 어린 편이야. 어리다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는데, 예를 들면 중학교 졸업 때 한 여자애가 롤링 페이퍼에 "넌 참 인성이 올곧고 일을 진지하게 대하는 거 같아! 그리고 예전에 대화해봤을 때 애가 참 진국이라고 느꼈어." 대충 이렇게 적은 걸 지금까지도 인생의 모토라고 생각한대. 그 여자애가 그렇게 느껴준게 정말 감동이라서 앞으로 평생을 그렇게 노력할거래. 어찌보면 감동적이지만 나는 '그걸 그렇게까지...'란 느낌이었어. 티는 안냈지만. 나도 솔직히 지훈이가 주도하는 대화에서 재미를 느낀 적은 거의 없고, 그냥 같이 대화하면 편안한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대화를 좋아해. 그래, 진짜 막말로 솔직히 말해서 성격이 너무 아싸야...
2018/10/13 21:00:12 ID : 3PimHDBwGq3
솔직히 내가 그런 부분들을 하나하나 찝어가면서 좀 고쳐라... 라고 말하고 싶기도 했어. 그런데 그건 내가 너무 지훈이를 깔보는 거 처럼 느낄까봐 못 그러겠더라고. 내가 지훈이를 대할 때 제일 신경썼던게, 나를 동등하게 봐줬으면 했거든. 지훈이는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기를 밑으로 두는 경향이 있어서, 나한테는 그런 거 없이 편히 대했으면 했어.
2018/10/13 21:44:40 ID : BbBbzSFdDzb
보고있어
2018/10/13 23:52:18 ID : k09zcGr84Fd
아직 너가 이야기를 다 풀진 않았지만, 여러가지의 생각이 드네 ㅎㅎ 너 얘기를 다 안들어보긴했는데 지금 하고싶은말은..음..일단 그친구가 넘어야할 산인거같아. 난 너의 기분에 공감을 하고, 또 그친구의 기분에도 공감을 해 ㅎㅎ그저 너가 할수있는 최고의 역할은 그친구가 사람에대한 불신이나 불안때문에 사회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완전히는 끊어지지않을수있는 친구? 넌 잘하고있어. 물론 그친구는 모르겠지만 너가 그친구에 대해서 (어떤방식으로든) 진지하게 고민하고 안타깝게 여기는것 자체가 정말 잘하고있는거야. 물론 현실적인 조언으로 하고싶은말은 먼저 나서려고 하기보단, 그친구가 언젠가 너에게 와서 진심으로 해결하고 개선하고싶다는 의사를 보일때 그때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면돼. 그때는 분명 올거같고 너가 그친구에게 할수있는 최선의 도움은 그거인거같다 ㅎ
2018/10/13 23:54:14 ID : hcIE5SE783w
뭔가 보기둏다.. 나도 오타쿠였고 아싸랑 칭구했다가 너무 좋아서 고등학교 엄청 먼데도 연락하고있어서 뭔가 공감돼...아 내 칭구는 인싸됐어 칭구한테 연락해야겠다ㅎ
2018/10/14 02:54:19 ID : NusrtdA5bvd
ㅇㅇ보고있음
2018/10/14 15:27:34 ID : snU3SGreZhc
보고잊ㅎ어
2018/10/14 23:47:16 ID : rAlB84K7xWo
지훈이 나랑약간 비슷하네 물론난 그런쪽 오타쿠는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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