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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밤 10시, 10살로 보이는 소녀가 어머니에게 성적표를 보이며 말했다.
"..엄마. 저 이번에 성적 잘 나왔어요."
"응. 잘 나왔네."
소녀의 어머니는 성적표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소녀는 그런 어머니의 무심한 반응에 잠깐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이내 포기한 듯 안녕히 주무세요. 라고 말한 뒤 방에서 나왔다.
달칵
"....후"
소녀는 침울한 얼굴로 한숨을 하며 문에 등을 기대었다.
...집은 조용했다.
마치 아무도 없이 자신 혼자만이 남겨진 듯했다.
소녀는 아무런 외로움을 느끼지 못했다. 지난 3년간 가족에게 제대로된 애정조차 받지 못하고. 애정을 오직 친구와 학교 선생님께 받으며 자란 소녀는 가족이 이리 무심해도 외롭다는 생각을 하지 못 했다.
긴 방치에 외로움이란 감정이 무뎌진 것인가.
2년전 알수없는 공포감에 벌벌 떨며, 전화를 들고 수십번 어머니에게 전화해도 돌아오는 건 없음을 깨달고나서부터 이리 된 것인가.
"아빠가 보고싶다."
문득 든 생각이었다.
아빠가 지금도 살아계셨다면, 그때 돌아가시지 않으셨다면 어떻게 됐을까.
애정을 받으며 나는 행복히 살았을까.
소녀의 아버지는 소녀가 6살때 희귀한 암으로 사망했다.
그 희귀암은 수술 시도조차 불가능했다.
몸 곳곳에 점처럼 박혀있는 수많은 암 덩어리를 모두 제거하는 것을 불가능에 가까웠다.
남은 해결방안은 약물치료, 허나 희귀암이라서 제대로 효과가 있는 약도 없었다.
어른들은 결국 포기했다.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모를 위험한 약들을 희귀병 치료라는 목적으로 자신의 아들이자 남편을 '실험'한다는 소리를 듣고 말이다.
기적은 없음을 죽음의 막바지에 깨달고. 고통받는 아버지를 멍하니 바라보던 소녀는 생각했다.
'왜 아프신거지?'
당시 소녀는 어렸다. 죽음이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소녀는 아버지가 죽었음에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그저 멍한 눈으로 장례식장을 봤을 뿐이었다.
장례를 마치고.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이 일상이 시작되었다.
소녀는 어느새 적응했다. 가정에 아버지라는 존재의 공백이 생겨졌으나 소녀는 그 공백을 느끼지 못했다.
소녀의 어머니는 살기위해서 직업을 가졌다.
가장의 자리를 대신 한 것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소녀는 방치되었다.
유치원생 시절에는 유치원에 맡겨져 밤 10시를 넘어 유치원버스를 타고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남아있었다.
초등학생이 되자 방과후 학생들을 학교에서 늦게까지 맡아주는 방과후교실에 맡겨져서 혼자 늦게 남아 퇴근하는 선생님과 함께 하교했다.
...소녀는 알게모르게 망가졌다.
활발하던 소녀는 점차 고개를 숙이고다니기 시작했고.
낯선 사람이 말을 걸면 말을 더듬었고.
친구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웃는 표정 대신 무표정을 지었고.
이젠 넓은 곳이 아닌 창고에 문을 잠그고 들어갈 정도로 좁은 곳을 좋아한다.
참고로 90% 실화
레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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