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8/11/28 23:51:03 ID : jurbvbcty3P 1
아아, 이 얼마나 아름다우신가 아아, 이 얼마나 자애로우신가 가면을 쓴, 우스꽝스러운 광대가 어설프게 고개를 숙이며 속삭였다.
2 이름없음 2018/11/28 23:51:32 ID : jurbvbcty3P 0
아직 중학생이고 뭐 조선시대 용어 이런것도 잘 모르니까 그냥 편하게 봐줘.
3 이름없음 2018/11/28 23:53:16 ID : jurbvbcty3P 0
폐하, 제가 한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지고하신 분의 귀까지 닿지 않는다. 5년동안 함께한 내 님은, 어찌 저를 내치시나요.
4 이름없음 2018/11/28 23:55:37 ID : jurbvbcty3P 0
차가운 냉궁에 유폐된 채로 행복했던 날들을 회상해본다. 12살, 어린나이에 4살 많은 황자의 비로 입궁에 사이좋게 지내다 15살에 황후의 자리에 올랐다. 자애롭고 아름다운 어린 황후는 백성들의 신임을 한 몸에 받았다.
5 이름없음 2018/11/28 23:56:10 ID : jurbvbcty3P 0
눈물이 흘러내린다. 이제 비극이 시작될 차례니까
6 이름없음 2018/11/28 23:56:45 ID : jurbvbcty3P 0
행복한 기억만 꼭꼭 곱씹어보려했는데 하늘은 그것조차 허락해주지 않는구나.
7 이름없음 2018/11/28 23:57:37 ID : jurbvbcty3P 0
천천히 거슬러 올라간 기억의 끝에는 냉궁에 초라하게 앉아있는 여인이 있을 것이 뻔하지만, 이리 열린 비극의 기억은 그녀의 손을 잡고 더 깊은 곳으로 이끈다.
8 이름없음 2018/11/28 23:59:16 ID : jurbvbcty3P 0
영 태자가 들지않아 후궁을 들이라는 말을 거부하시며 끝까지 날 기다려주던 그대는 어디로 가셨나요. 그제야 당신의 기다림에 보답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리 저를 내치시는군요.
9 이름없음 2018/11/29 00:00:01 ID : jurbvbcty3P 0
17살에 아이를 가졌다, 역모에 휘말렸다, 낭군을 잃었다, 아이를 잃었다.
10 이름없음 2018/11/29 00:00:45 ID : jurbvbcty3P 0
아이를 잃었다는 소식을 들으셨을 때, 당신이 하신 말씀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 아이를 떼는 약은 내릴 필요 없겠구나. '
11 이름없음 2018/11/29 00:02:42 ID : jurbvbcty3P 0
그 말을 듣고 어찌나 가슴이 아팠는지 아십니까. 참으로 이상하네요. 행복했던 기억은 아무리 끄집어내도 그 때의 그 감정을 느낄 수 없습니다. 헌데 왜 아픔은 어제 있었던 일인양 이리도 생생할까요.
12 이름없음 2018/11/29 00:04:03 ID : jurbvbcty3P 0
5년동안 폐하만을 바라본 저는 다른 사내와 내통한 여인이 되었습니다. 우리 사랑의, 기다림의 결실은 그 증거가 되고 말았지요. 아버지와 오라버니는 감히 역모를 꾀한 역적들이 되었고요.
13 이름없음 2018/11/29 00:06:47 ID : jurbvbcty3P 0
자애롭기로 소문난 아버지 덕에 항상 발길이 마를 날이 없던 집이 이제는 폐가가 되었다는군요. 아버지와 오라버니의 목은 잘려 국경에 매달려있다 들었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제가 울며 빌었잖습니까. 제가 한 짓이 아님에도, 하나 남은 누이동생을 지키기 위해 제가 한 짓이라 울며 바닥에 머리를 박았지요. ... 그 아이만은 살려주시리라 믿었습니다.
14 이름없음 2018/11/29 00:07:29 ID : jurbvbcty3P 0
정혼자가 있던 아이를 창기로 보내던 중 마차에서 혀를 깨물고 자결을 했다지요.
15 이름없음 2018/11/29 00:07:59 ID : jurbvbcty3P 0
하하, 허탈감 가득한 웃음소리가 적막한 냉궁을 매웠다.
16 이름없음 2018/11/29 00:08:49 ID : jurbvbcty3P 0
이 모든 것이 귀비의 집안에서 꾸민 일이라는 것을 왜 몰라주셨습니까, 저와 폐하의, 우리의 5년은 그리도 보잘것없는 것이었단 말입니까,
17 이름없음 2018/11/29 00:10:56 ID : jurbvbcty3P 0
첫 달은 마음에 희망을 안고 기다렸습니다. 유모와 단 둘이 냉궁에 유폐되어 있으면서도 그 믿음을 놓지않았습니다. 두달, 세달이 지나고 귀비가 황후의 자리에 올라 태자를 품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남아있던 실낱같은 희망의 불씨마저 꺼져버렸습니다.
18 이름없음 2018/11/29 00:12:34 ID : jurbvbcty3P 0
이제 이 시린 냉궁에는 저 혼자 뿐입니다. 다 늙은 유모는 겨울의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지 못했습니다. 그 어리석고 미련한 사람은 죽어가면서도 제 걱정뿐이었지요. 저는 하루하루를 죽지못해 살았습니다.
19 이름없음 2018/11/29 00:13:03 ID : jurbvbcty3P 0
헌데, 제가 재미있는 소문을 하나 들었지 뭡니까
20 이름없음 2018/11/29 00:14:26 ID : jurbvbcty3P 0
귀비, 아니 황후의 일가 친척은 물론 그 일에 조금이라도 가담한 자, 거짓증언을 한 자, 다 알고있으면서 모르는 척 한 자의 목을 손수 잘라내신다더군요.
21 이름없음 2018/11/29 00:14:59 ID : jurbvbcty3P 0
폐하, 아무래도 제가 이 냉궁에서 나갈 때가 된 모양이네요.
22 이름없음 2018/11/29 00:15:38 ID : jurbvbcty3P 0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여인은 미소를 머금고 잠에 빠져들었다.
23 이름없음 2018/11/29 00:16:17 ID : jurbvbcty3P 0
똑똑, 경첩이 두드려지는 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텅 비어있던 눈동자에 한순간 생기가 돌았다.
24 이름없음 2018/11/29 00:18:08 ID : jurbvbcty3P 0
" .. 문을 열어줄 이가 없습니다. 열고 들어오시지요. " 일어나 물 한모금 마시지 못해 목소리가 쩍쩍 갈라졌다. 그 목소리에 더욱 애가 탔는지 오랜만의 단잠을 깨운 장본인이 얼른 문을 열고 들어섰다.
25 이름없음 2018/11/29 00:19:30 ID : jurbvbcty3P 0
" 내가, 내가 질투와 어리석음에 눈이 멀어 큰 실수를 했소.. 아무런 잡음없이 준비하느라 바로 찾아오지 못한 나를 용서해주시오.. "
26 이름없음 2018/11/29 00:20:41 ID : jurbvbcty3P 0
그리 말하는 사내의 눈동자에는 여러 감정들이 담겨있다. 미안함, 속상함. 드문드문 기쁨. 하지만 무엇보다 큰 건 원망이다. 아마 귀비를 원망하고 있겠지. 귀비만 아니였으면, 귀비만 아니였으면.
27 이름없음 2018/11/29 00:22:35 ID : jurbvbcty3P 0
나는 왜 이리도 어리석었는가, 만약 날 쳐다보는 저 눈동자에 오롯이 나랑 향한 미안함과 죄책감만 들어있었다면 나는 당신을 누구보다 믿고 의지하고 사랑했던 어린날의 나를 기꺼이 이해하고 받아들였을터인데.
28 이름없음 2018/11/29 05:02:51 ID : O5RA0rcK2E0 0
헐.... 뭔가 절절하고 좋다...ㅠ
29 이름없음 2018/11/29 22:01:02 ID : a4LapVf9bdA 0
" 나를 마음껏 원망하시오. 그대에게 못할짓을 하였는데, 어떠한 말로도 용서받지 못할짓을 하였는데, 용서를 바라는 내가 나또한 원망스럽소. " " 제가 어찌 감히 당신을 원망하겠습니까. " " 그런 말 하지마시오, 제발.. " " 저는 다시 태자를 품기 어려울 것입니다. 후궁을 들이시지요. " " 난 그대밖에 없는데 자꾸 그런말을 하느냔 말이오.. " 마침내 눈물을 떨어뜨리며 사내의 몸이 무너진다. 웅크린 몸이 떨린다.
30 이름없음 2018/11/29 22:02:56 ID : a4LapVf9bdA 0
그렇게 한참을 바르작거리다 눈가를 붉게 물들인 채 냉궁을 나선다.
31 이름없음 2018/11/29 22:05:38 ID : a4LapVf9bdA 0
여인은 다시 황후의 자리로 올라갈 준비를 한다. 날때부터 양반집 아가씨로 태어나 몸에 익어버린 우아함은 눈을 감는 그 작은 동작에서도 느껴진다.
32 이름없음 2018/11/29 22:11:27 ID : a4LapVf9bdA 0
제가 어떻게 해야 저 원망스러운 사내에게 가장 큰 고통을 선사해줄 수 있을까요. 제가 하려는게 양쪽 모두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라는 것을 잘 알고있습니다. 하지만 그 고통의 차이로 만족하려합니다. 손가락을 자르고 그 자의 팔을 잘라낼 수 있다면 몇 번이고 제 손가락을 도려내렵니다.
33 이름없음 2018/11/29 22:11:41 ID : a4LapVf9bdA 0
제게 약과를 훔쳐먹었던 어린시절을 들썩이며 말을 붙이던 오라버니가 그립습니다. 제 정혼자와 있었던 얘기를 하며 볼을 발갛게 물들이던 아이도 그립습니다. 항상 피와 살이되는 조언을 해주었고 누구보다 든든하게 제 뒤를 받쳐주셨던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립습니다.
34 이름없음 2018/11/29 22:15:09 ID : a4LapVf9bdA 0
봐주는 사람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너무 졸려서 조금밖에 못쓰겠어.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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