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빡집중해서 경연할 생각 말고 진솔하게 평소 쓰던 대로 써보자 <보기> 준혁이 평소 짝사랑하던 지연에게 쓸 고백 편지의 내용을 고민하는 장면. 종이가 부욱하고 찢기는 소리에 눈을 떴다. 비몽사몽한 정신을 붙잡고 고개를 들었다. 책상에 오래 엎드려 있었던 모양인지 허리가 뻐근했다. 얼마나 잔 거야. 입가에 말라붙은 침자국을 소매로 닦았다. 그제사야 서서히 맑아지던 시야로 비치는 참담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자 버렸다. 그것도 지연이에게 인사 한 마디도 못 한 채. 물론 편지로 말이다. 자다 깬 상태로 다시 편지 내용을 고민해야 한단 생각에 짜증이 북받쳐 머리를 감았다. 하, 그냥 시간 잡고 만나서 사랑한다고 외쳐 버릴까. 끝내 편지지를 구겼다. 무식한 놈이 발로 뛴다 했던가. 글솜씨엔 늘 소질이 없었던 나였기에 정면돌파를 결심했다. 내일 당장 지연이를 만나리라. 일단 지연이에게 만나자고 보내야 하는데. 그렇게 초점이 편지지에서 메시지로 옮겨졌을 뿐, 나는 똑같은 고민에 휩싸이며 밤을 지내고 말았다.

“흐아암.” 잠에서 깨어났다.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주위를 바라보던 준혁은 책상에 놓인, 침에 듬뿍 젖은 편지지를 보았다. 무심코 터치된 핸드폰이 열리고 지연의 모습이 보였다. “제기랄!!” 글이라곤 써본적 없는 준혁에게 달콤해야 할 연애편지는 지옥에 떨어진 스크루지가 몇날 며칠을 기어올라 부활하는 것보다도 더 어려운 일이었다. “닥돌!! 닥치고 돌격이다!!” 준혁에게는 그편이 더 어울린다.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내려 놓고, 학교에서 쓰는 피쳐폰을 집어든다. 메시지 화면. 지연의 번호를 입력하고, 메시지창을 멍하니 바라본다. 그러나 곧 참담함을 느끼는 준혁이었다. 그렇게 전화기를 열고 30분째. 준혁의 눈이 스르르 감긴다.

2 이름 : 이름없음 2019/05/24 00:02:07 ID : 08qqjjs09te “흐아암.” 잠에서 깨어났다.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주위를 바라보던 준혁은 책상에 놓인, 침에 듬뿍 젖은 편지지를 보았다. 무심코 터치된 핸드폰이 열리고 지연의 모습이 보였다. “제기랄!!” 지연에게 고백할 편지를 쓰겠다고 자리에 앉아, 얼마나 잤는 지 모를, 긴 시간을 자 버린 준혁은 나지막히 욕을 내 뱉었다. 애시당초, 글이라곤 써본적 없는 준혁에게 달콤해야 할 연애편지는 지옥에 떨어진 스크루지가 몇날 며칠을 기어올라 부활하는 것보다도 더 어려운 일이었다. “닥돌!! 닥치고 돌격이다!!” 준혁에게는 그편이 더 어울린다.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내려 놓고, 학교에서 쓰는 피쳐폰을 집어든다. 메시지 화면. 지연의 번호를 입력하고, 메시지창을 멍하니 바라본다. 그러나 곧 참담함을 느끼는 준혁이었다. 그렇게 전화기를 열고 30분째. 준혁의 눈이 스르르 감긴다.

오 이런거 좋다ㅋㅋㅋ폰으로 쓴거라 맞춤법 검사 못한게 좀 걸리는구만 - 준혁은 책상에 앉아 공책과 편지지를 펼쳤다. 학교 마치고 문구점에 들러 사온 편지지와 연습용 공책이었다. 준혁은 공책 첫줄에 'To. 지연'을 썼다가 두줄을 찍찍 그었다. 왠지 영어보단 한글이 더 진솔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지연이에게'를 쓴 준혁은 잠시 손에서 샤프를 데굴 굴렸다. 뭐라고 써야할 지 막막했다. '안녕? 지연아. 나 준혁이야.' 일단 써보자 마음 먹은 준혁이 몇 글자 쓰다가 다시 줄을 마구잡이로 그었다. 너무 진부한 내용이다. 이리저리 써보던 준혁이 결국 샤프를 내던졌다. 편지 쓰는게 이렇게 어렵다니. 하긴 어버이날에 간단한 카드조차 안 쓰는데 쉬울리가 없었다. 포기할까 싶다가도 마음이 넘쳐흘러 어떻게든 마음을 전하고 싶어진다. 후, 한숨을 쉰 준혁이 다시 자세를 다잡았다. 밤이 깊어져갔다.

준혁은 책상에 앉아 편지지를 펼쳤다. 지연에게 고백편지를 쓰기 위함이었다. 지연에게 준혁이 어찌 생각되는지는 모른다만, 짝사랑만 길게 끌다간 죽도 밥도 안 되니까. 연필을 쥐고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가며 생각했다. 과연 이 편지로 인해 짝사랑을 끝낼 수 있을까? 연필이 분주하게 움직여가며 편지지의 반을 채웠다. 슬슬 이쯤에서 맺어도 이상하지 않을 길이였다. 준혁이 그걸 깨닫자 연필이 멈추었다. 눈은 마지막 글자에서 첫번째 줄로 옮겨갔다. 그리고 첫 문장을 읽자 한 생각이 드는 게 아니던가. '별로인가?' 준혁은 글을 쓰다 말고 처음부터 다시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보내는 이, 받는 이, 인삿말, 전할 말…… 편지의 최소 조건은 다 충족된 글이었다. 그 뿐이었다. 준혁은 이 글에서 진심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사랑한다고 말만 하면 그게 고백이던가? 고백은 진심을 밝히는 일이다. 사랑한다는 말은 진심이지만, 그 진심이 밝혀지지는 않은 글이었다. 준혁은 지우개를 손에 쥐고 종이를 문질렀다. 좀 더 진심이 담긴 글이어야 하니까. 싸구려 지우개라 그런지 지우개 가루가 먼지처럼 바스라지고, 종이가 구겨졌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준혁의 편지는 끝끝내 완성되었다. 편지지는 몇번이고 구겨져 휴지조각 같아 보였고, 지우개의 크기가 꽤나 줄어들었다. 책상 한구석에는 지우개 가루가 산더미였고, 연필은 뭉툭해져 있었다. 준혁은 편지지를 펼치고 문장을 다시 읽어보았다. 좋아. 만족스러웠다. 예로부터 진심에는 긴 말이 필요 없다 하지 않았던가. 그랬다. 시행착오 끝의 완성본은 단 한 줄에 지나치지 않았다. 그러나 준혁은 스스로 이보다 더 좋은 내용이 없음을 알았다. 편지지를 봉투에 넣고 밀랍으로 고정시켰다. 편지 봉투를 지연에게 보내며, 과연 지연은 이 편지를 받고 무슨 반응을 보일지, 떨리는 마음이 들었다.

준혁은 연필을 쥐었다. 지연에게. 그리고 십 분, 연필은 그 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준혁은 영 연필을 놀리지 않고 한숨만 푹푹 내쉰다. 사랑하는 이에겐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기 마련이라, 문장을 고르고 고르면서 그저 시간만 보내는 것이었다.

닿지 않았던 짝사랑. 그것이 준혁이를 표현하던 단어였다. 지연이를 좋아해도 어떠한 말로 무어라 표현을 해야 닿을 지 몰랐을뿐더러. 그 나이대 사춘기 소년이란 자기 감정을 드러내는것을 수줍어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준혁이 그녀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중학교때 같은반이 되면서부터였다. 학기초에 담임 선생님 들의 으레 그렇 듯, 짝꿍 정하기를 제비뽑기로 정하게 되었는데. 그때 짝꿍이 된것이 바로 지연이었다. 그녀는 준혁과 짝꿍이 되자, 자리에 앉으며 "안녕?" 이 라며 가볍게 웃어보였고, 그도 마찬가지로 "안녕." 이라 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지연이는 학교에서 성격도 그렇지만, 미소녀로도 유명 한 아이였다. 그 소문을 듣고 3학년 선배중에서 인기 많 은 태원 선배가 직접 그녀를 보러올 정도로. 그러다보니 지연이에게 고백을 하러오는 남학생 들도 있었는데. 그럴때마다 지연이는 자신은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 다며 거절하는것이였다. 옆짝꿍이던 준혁은 그 장면들을 매일 봐왔고, '지연이 가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일까?' 하고 궁금증이 들기도 했다. 그가 지연이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성격도 좋고 인 물도 좋은 사람일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렇게 그녀에 대한 고민들을 거듭해가던 준혁은, 자신과 지연이는 어울리지 않을것이라며 생각하면 서도 매일같이 그녀를 향한 고백편지를 쓰곤 버리곤 했다. 그래. 분명 그렇게 편지를 쓰고 좋아하는 마음을 간직 하려고만 했지만. 준혁은 이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 지기로 했다. 더이상 그녀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런 큰다짐을 하곤, 준혁은 책상 앞에 앉아 편지지 위 에 어떤 문장을 적어갈까 고민했다. 지연이에게 솔직한 감정이 드러나게끔 시적으로 쓸까. 아니면 일기처럼 그녀에 대한 감정이 드러나게 쓸까. 그는 종이를 빤히 쳐다보다가, 결정했다는듯이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미 예전부터 고민해온 내용 이 있어서였다. 그녀에 대한 생각을 하며 한땀한땀 정성스레 글자들로 배열해가다, 멈칫하긴 했었지만 문장들은 완성되가고 있었다. 자신의 마음을 담은 편지지 끝무렵에 마지막 'From. 지연' 이라고 이름까 지 써넣은 준혁은 편지지를 확인했다. 어색한 부분도 없었고, 그렇다고 부담스러운 내용도 아니었다. 다 읽고 만족스레 웃어보인 그는 편지봉투에 편지지 를 반접은 다음, 편지봉투에 집어넣고 봉했다. ㅡㅡㅡ 어쩌다보니 상관없는 이야기도 들어갔는데. 그래도 양해해주길 바랄게! 일단 적었는데 안올 리면 아까우니까 일단 올리고 갈게!

>>8 뒷이야기가 궁금해진다 ㅎㅎㅎㅎ

손에 힘을 주어 첫줄을 쓰곤 눈앞이 막막해서 연필을 또르르 굴려 떨어뜨렸다. "안녕 지연아," 마음을 비우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아야 하지만 과연 그게 쉬운가? '안녕 지연아,나 준혁이야 내가 이 편지를 쓰게 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내가 널 좋아해서..' ".....아니야.." 에잇,하곤 종이를 힘껏구겨 쓰레기통에 눌러담았다. 준혁은 새 편지지를 꺼내 책상에 반듯이 올려놓고 가만히 앉아 지연을 생각하였다. 약간 곱슬거리는 갈색머리,자꾸만 쳐다보고 싶어지는 새까만 눈동자,붉은 뺨과 금방 달콤한 과일이라도 베어문 듯한 입술까지...만약 그가 시인이었다면 지금쯤 멋진 글 한편쯤은 뚝딱 완성했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에게는 그만한 능력이 없었다. 준혁은 정신을 바로잡고 자세를 고쳐앉았다. '안녕 지연아,나 준혁이야' 준혁은 글을 쓰는 법을 몰랐다. 더군다나 러브레터 같은곳에나 쓰일법한 달콤한 단어는 더더욱 알지 못했다.그래서 그는 깊은 내용이 담긴 장문의 편지보단 '오늘 날이 좋다'같이 가볍게 전달할 수 있는,가벼운 산책같은 글을 썼다. 연필깎이가 필요할때까지,지우개가 조그만해져 반으로 갈라질때까지 글을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그와중에 손때라도 묻을라 작은 아이의 볼이라도 어루만지듯 살포시 글을 썼다. 밤은 더욱 깊어갔고 그의 방 창문은 그 후에도 한참이나 밝았다. 참,편지는 새벽해가 빼꼼 떴을때가 되고서야 봉투에 담아 봉했다고 한다. 증거는 그의 눈가에 축 늘어진 다크서클이다.

지연이에게. 소년의 손이 다섯 글자를 쓰고 멈췄다. 이제 무엇을 써야 할까. 소년은 머리를 부여잡고 끙끙댔다. 하지만 그렇다고 반짝이는 생각이 툭 튀어나오진 않아, 소년은 더더욱 고민에 빠질 따름이었다. 이렇게 머리만 쥐어짜지 말고 직접 쓰자. 편지지는 많고, 쓰다 보면 어떤 글이라도 나오지 않을까. 그는 꽃무늬가 둥글둥글 올려진 분홍빛 편지지에 펜을 올렸다. 올린 손은 바위를 짊어진 것처럼 무거워서. 소년의 손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더랬다. 그가 정신을 차린 건 편지지에 거먼 구멍이 뚫린 후였다. 당황한 소년은 편지지를 들췄다. 어쩌지, 한 장 밖에 남지 않았어. 덜덜 떨며, 소년은 마지막 편지지에. 펜을 꾹꾹눌러 자국이 남게끔 힘을 주어 글씨를 썼다. 지연이에게. 지연아, 좋아해. 내일 점심시간에, 옥상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편지 봉투에 풀을 붙이며, 소년은 왜 이렇게밖에 글을 쓸 수 없었는지 계속 후회했다. 하룻밤 내내 곱씹고 곱씹어서, 신발장에 슬쩍 넣고 점심쯤 나도 좋아한다는 말을 듣기 전까지. 니가 그렇게 싸움을 잘해? 옥상으로 따라와! 느낌의 글로 마무리 짓고 싶었는데 갑자기 개그가 될 것 같아서 이쯤에서 멈췄어... :3

준혁은 조용히 아랫입술을 악물었다. 쓰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써지질 않았다. 차라리 말로 할까도 싶었지만 바로 마음을 접었다. 그럴 수 있었다면 벌써 하고도 남았다. 준혁에게 지연을 마주하고 고백할 용기 따위는 없었다. 애초부터 준혁은 이런 면에선 유약하게 생겨먹은 놈인 것이다. 이거 알맹이가 없는 놈이야, 아주 그냥. 언젠가 들었던 대머리 담임의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런 거야 있건 말건 무슨 상관입니까, 하고 궁시렁대던 게 먼 옛날 일처럼 느껴졌다. 이러다간 너와도 멀어지고 말겠어. 한숨을 내쉬며, 준혁은 지연을 떠올렸다.

>>13 기억 속의 지연은 언제나 책을 읽고 있었고, 가끔 점심시간에는 축구를 구경하러 운동장에 나왔다. 열심히 공을 차다 고개를 돌리면 스탠드에 앉아 경기에 집중하고 있는 지연이 보이곤 했다. 스포츠는 하는 것보단 보는 것이 즐겁다고 지연은 말했다. 시원한 스탠드 돌바닥에서 반 아이들을 구경하면 꽤나 재밌다며 지연은 웃었다. 사실 처음에 준혁은 지연을 이해할 수 없었다. 운동은 역시 직접 발로 뛰는 맛이란 게 준혁의 지론이었고, 누구에게나 상냥한 지연은 무뚝뚝한 준혁 자신과는 몇만 광년쯤 거리가 있는 사람 같았다. 그리 생각하면 애초부터 지연은 멀리 있는 것이 맞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왜 이렇게나 싫고 답답할까. 준혁은 머리를 싸맸다.

ㅎㅏ. 지연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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