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9/05/26 19:58:47 ID : O4JXz8642E3 0
끊임없이 버틴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 지. 초등학교 4학년 때 쯤부터 다양한 강박과 우울을 겪었어. 다른 애들과 다를 바 없이 지내다가도 나이에 비해 너무 많이 생각하고 살았던 것 같아.
2 이름없음 2019/05/26 20:00:28 ID : O4JXz8642E3 0
자세히 기록은 못 하지만 당시 내가 어린 나이였음에도 단순히 자해가 아니라 죽기를 기도했다는 걸 기억하면 그때의 나는 최선을 다해 버티고 있었어. 그리고 주변에 힘든 걸 털어놓을 때 들을 수 있던 말들은 거의 버티라는 소리였고. 졸업이 곧이니까. 중학교는 다를테니까. 다시 시작하면 될테니까.
3 이름없음 2019/05/26 20:05:56 ID : O4JXz8642E3 0
사람들은 몰랐겠지. 이미 내가 얼마나 버티고 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겨우 어릴 때 엉성하게 시도했던 자살시도 였어. 나는 지쳐있었고 겨우 12살 된 나이에 목에 줄을 걸었어. 예상대로 실패는 했지만.
4 이름없음 2019/05/26 20:07:37 ID : O4JXz8642E3 0
그 이후 결국 나는 버텨냈어. 어떠한 도움도 감싸주는 사람도 없이 혼자 이겨내서 지금까지 살아있어. 하지만 당시 내가 풀지 못하고 삼켜내야 했던 온갖 아픈 것들은 아직 남아있어. 한달에도 수십번 급격한 우울이 찾아와.
5 이름없음 2019/05/26 20:10:51 ID : O4JXz8642E3 0
그때마다 자기혐오와 죽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히 들고, 겁은 많아서 몸에 선을 그을 수는 없었어. 대신 나 자신에게 다른 것을 자행해. 벽에 머리를 박고 숨을 쉬지 못하게 하고.
6 이름없음 2019/05/26 20:14:37 ID : O4JXz8642E3 0
모든 게 내 잘못인 것만 같아. 사실 내가 고쳐야 할 건 아무것도 없는데. 내 표정이 싫다는 사람들을 위해 하루에도 수십번 억지로 웃고, 결과적으론 웃고 싶지 않아도 웃게 되는 얼굴을 가지게 되었어. 아무도 내가 우울해 한다는 건 알지 못해.
7 이름없음 2019/05/26 20:16:53 ID : O4JXz8642E3 0
겨우 털어놓은 주변인들 중 얼마나 가벼운 사람이 많던지. 내가 털어놓은 우울을 다 이해하는 척 하면서 나중에는 자신의 심기를 조금 건드린 일로 날 까내렸어. 그 사람들은 그저 내 이야기를 자기 과시에 쓰고 싶을 뿐이야. 날 이해하는 자신을 생각하면서. 왜 그런 짓을 하는거야?
8 이름없음 2019/05/26 20:19:08 ID : O4JXz8642E3 0
부모님은 분명히 좋은 사람이지만 내가 바라는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은 아니야. 내가 홧김에 상담을 받아야 겠다고 말했을 때, 분명 그분들은 나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내가 그 과정에서 얻은 건 도움이 아니었어.
9 이름없음 2019/05/26 20:20:29 ID : O4JXz8642E3 0
억지로 행복해져야 한다는 또 다른 강박. 결국 상담도 그만 뒀어. 상담분들도 같았으니까. ' 행복한 배경이 있잖아. 금방 나아질거야.' 그렇다면 이렇게 오래 끌지 않았겠지. 뭐라 말해야 할 지 모르겠다. 머리 속이 엉망이야
10 이름없음 2019/05/26 20:21:23 ID : O4JXz8642E3 0
지금의 나는 이제 익숙해진지 오래야. 아픔을 삼키는 법을 알았고, 누구에게 드러낼 생각도 없어. 이제 아무런 도움을 원하지도 않고, 처음처럼 크게 아프지도 않아.
11 이름없음 2019/05/26 20:22:30 ID : O4JXz8642E3 0
조금 허무한 상태가 되버린 것 같지만 어쩌겠어. 다만, 나같이 되어버리는 사람은 없었으면 좋겠다. 익숙해진다는 게 결코 좋은 게 아닌 걸.
12 이름없음 2019/05/26 20:26:35 ID : O4JXz8642E3 0
말할 곳이 없어서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고 가. 익명이지만 자세히 쓰는 건 역시 그렇네. 그래도, 이런 얘기를 한 건 이곳이 두번째야. 그리고 마지막일테고. 앞으로 누구에게 말하는 일은 없겠지. 다들 수고했어. 내일도 힘내
13 이름없음 2019/05/26 20:30:02 ID : jipdWo1A6o7 0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 만나서 반가워. 그냥,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그냥 너무 힘들었겠다. 그 말 밖에 뭘 해야 할지. 잘 버텼어. 잘 해 왔어. 다행이다. 누가 뭐래도 잘 했어. 무거운 마음으로 읽었지만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곳을 레주가 찾아서 다행이라고. 나중에도 만났음 좋겠다. 다음에 봐.
14 이름없음 2019/05/26 20:36:15 ID : 1fQq6ruts9y 0
스레주야 넌 정말 멋진 사람이야. 오늘도 버텨줘서 고마워. 나도 어린 시절부터 수많은 우울을 겪어왔고 지금도 그 PTSD 증상이 여전히 날 조여들어오고 있어.. 난 이렇게나 아픈데 겉으로 티를 낼 수도 없고 그렇게 살아왔는데 지금은 객관적으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게 분명한데도 삶이 우울하고 비참하게 느껴지더라. 그래도 우리 이렇게 버티면서 살다보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수도 있을거야.. 힘내자.. 지금까지 정말 수고 많았어..
15 이름없음 2019/06/23 15:31:42 ID : O4JXz8642E3 0
스레주야 다정한말들 해줘서 고마워. 또 보게되었네 한동안 이리저리 사는라 거의 한달만에 들어왔는데 그냥 적은 글에 글 남겨준 사람이 있어서 기뻐. 오늘 편안한 하루가 된다면 그건 너희들 덕이야. 너희들도 좋은 하루 되기를 바라.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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