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0/05/23 01:12:30 ID : PcoNwMmK1wq 0
🔒학원 강사 스레주의 일기장🔒
2 이름없음 2020/05/23 01:14:40 ID : PcoNwMmK1wq 0
'네 인생에 내 인생을 건다.', 내가 정말 존경하는 선생님 프로필에 적힌 문구였다. 그 선생님은 내가 처음으로 꿈다운 꿈을 갖게 해준 사람이었다. 부모님이 원하시는 꿈이 아닌 진짜 내가 꾼 꿈. 그리고 미친듯이 노력해서 그 꿈을 이뤄냈다.
3 이름없음 2020/05/23 01:16:54 ID : PcoNwMmK1wq 0
솔직히 이 자리에 서서 아이들을 가르치기까지 정말 힘들었다. 고등학교 시절, 부모님께서는 늘 내 영어 성적표에 1이 찍히지 않으면 불같이 화를 내곤 하셨다. 고등학교 영어 1등은 무조건 내가 해야 됐고, 1등이 뺏기는 날엔 나 스스로를 자책하며 성적표를 받은 시점으로부터 정확히 세 끼를 굶었다. 밥을 먹을 자격도 없는 것 같았다. 부모님은 내가 영어 시험을 잘 본 날에는 그냥 "잘했어." 한 마디 던지고는 더럽게 생색을 냈다. 그게 다냐고 물어보면, 잘했다고 하지 않았냐며, 뭐가 더 필요하냐며 되려 화를 냈다. 내가 뭘 잘못했나, 몰라.
4 이름없음 2020/05/23 01:18:33 ID : PcoNwMmK1wq 0
국어를 할 시간에도, 수학을 할 시간에도, 탐구를 할 시간에도 영어를 붙잡고 있었다. 다른 과목 성적이 4등급 5등급이 되어도 영어는 무조건 1등이어야만 했다. 강박이 미친듯이 심했다.
5 이름없음 2020/05/23 01:20:33 ID : PcoNwMmK1wq 0
나는 그렇게 입시에서 졌다. 붙은 대학이라곤 하향으로 넣은 전문대 뿐이었다. 난 절대 그런 대학 가자고 코피 쏟아가면서, 울면서, 밥 굶어가면서 공부한 거 아니었거든.
6 이름없음 2020/05/23 01:24:10 ID : PcoNwMmK1wq 0
그 뒤로는 잘 기억도 안 난다. 재수로 내 스무살을 그렇게 버렸지, 뭐. 대학 간 친구들 부러워하면서 이 악물고 공부 해본 적도 없던 국어랑 수학이랑 사회랑 챙기려니까 그렇게 힘들더라고. 그래도 그냥 1년 죽었다 생각하고 공부해서 수능 봤다. 옆에서 응원해준 선생님은 저 제목에 있는 저 선생님. 밥도 사주시고, 응원도 해주시고, 아직도 생각하면 정말 대단한 분이셔. 그 선생님 꼭 본받아야지 싶고, 어디서라도 마주치면 큰절 하고 싶다. 선생님 덕분에 서울에 있는 영어교육과 들어갔어요. 감사합니다. 근데 그땐 뭐가 그렇게 슬펐는지 모르겠네. 맨날 울어댔지, 아주.
7 이름없음 2020/05/23 01:26:31 ID : PcoNwMmK1wq 0
사실 공교육 교사가 되고 싶었다. 나를 그렇게 예뻐해주시던 중고등학교 영어쌤들 옆에서 영어쌤을 하고 싶었다. 근데 임용고시 공부는 진짜 사람이 할게 못 되더라. 하루하루 죽어가는게 느껴질 정도... 내가 유난스러웠나 싶긴 하지만, 난 그거 다시 하라고 해도 못하겠어...
8 이름없음 2020/05/23 01:30:34 ID : PcoNwMmK1wq 0
학원 강사가 되었다. 교사도 아니고, 학원 강사가 어디 가서 천대를 받았으면 받았지, 우대 받을 건 못 됐다. 그냥 내가 느끼기엔 그랬지만, 아님 말고. 난 후회 없는 선택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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