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차고, 여전히 진행중이야. 궁금한 사람 있으면 간단하게 적어보려고. 외롭고 주절대고 싶어서 쓰는거야. 질문도 마음껏 해줘 (이야기는 끝났지만 가끔씩 근황 기록하러 올게)

일단 시작해볼게. H와 나는 초등학교 1학년에 처음 만났어. 너무 오래 전 일이라 자세한 기억은 없지만 금방 친구가 됐어. 우리는 늘 같이 다녔어. 초등학교 3학년에 반이 갈렸고, 그 나이대 애들이 그렇듯 관계는 소원해졌어.

H의 특징을 묘사하는 건 그 친구에게도 실례니까 최소한으로 할게 우리는 초등학교 5학년때 같은 반이 됨으로써 다시 만났어. 당시 나는 소극적인 성격이었기 때문에 H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했어. 고맙게도 H는 나에게 아무렇지 않게 인사해줬어. 그동안 나는 책만 읽는 범생이가 됐고, H는 그림을 잘 그리는 자유분방한 사람이 되어 있었어. 취미는 완전히 달랐지만, 우리는 다시 절친한 사이로 돌아갔어.

나는 곧 H를 좋아하게 됐어. 처음에는 유치한 소유욕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랑으로 바뀌었어. 그 당시 나는 독실한 기독교 집안의 장녀였어. 당연하게도 종교와 감정 그 사이의 괴리감에 고통받게 됐어. H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어

그때의 건방진 내 감정을 모두 쓰기는 어렵지만...나는 자만하고 있었어.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정말로 각별했거든. 나는 H의 가장 친한 친구였어. 오늘 내가 H를 집까지 데려다주면, 다음날은 H가 나를 집에 데려다줬어. H는 거의 매일같이 우리 집에 놀러왔어.

등교, 쉬는 시간, 하교시간 내내 빈틈없이 수다를 떨고 우리 집에 가는 게 일상이었지. 냉장고에서 보리차를 꺼내 들이킨 다음, 같이 소파에 늘어져서 게임을 했어. H의 청바지와 내 맨 다리를 엮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그게 아주 부끄러워졌어.

다시 종교 이야기로 돌아갈게. 내가 집안 가치관을 따라 성장한 것은 당연했어. 교회에서 동성애가 증오의 대상인 것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알겠지? 나는 혼란에 빠져서 일요일마다 울면서 기도를 했어. 하지만 평일에는 H에게 설렘을 느꼈지. 그런 날이 반복됐어.

이기적이지만, 결국 결론은 H와 멀어지는 거였어. 표면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던 우리 관계를 강제로 부숴서 떼어내야 했어. 나는 냅다 H를 무시하기 시작했어.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H에게 문자가 왔어. 네가 왜 그러는지 궁금하다는 내용이었어.

황당하고 화가 나는 게 당연한 일인데 H는 다정했어. 나는 곧바로 사과하고 예전의 사이로 돌아갔어. 내가 왜 그랬는지는 나중에 말해준다면서 말이야. 그렇게 6학년을 보내고 있었어.

6학년이 되고서도 여전히 괴로웠지만 나는 꽤 단단해져 있었어. 그리고 존재 여부가 의심스러운 신을 원망하기 시작했어. 아직도 마지막 교회 캠프가 기억에 남아. 나는 누구보다 절실하게 울며 기도했어. 제발 이 더러운 감정을 없애달라면서.... 당연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 난 종교를 이만 놓아주기로 했어.

초등학교 시절이 끝나갈 무렵, 절망적인 소식을 접했어. H와 다른 중학교를 가게 되었다는 거야. 내가 모르는 일상을 보낼 H를 생각하니 속이 쓰렸어. 하지만 등하교는 당연히 같이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 우리는 다른 교복을 입기 시작했어.

나는 H에게 카톡으로 [나 여자를 좋아하는 것 같아.] 라고 커밍아웃을 했어. H는 평소처럼 시원스러운 대답으로 받아들였어. 나는 너무너무 행복했어. 가능성이 있겠다고 생각했던 거야.

중학교 생활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H에게 생일 선물을 받았어. 소박한 선물이었지만 소중했어. 그게 H에게 받는 마지막 선물이 될줄이야. H에게 내 일기를 들켰어. 거기에는 내가 H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쓰여 있었어.

H는 나에게 역겹다며 욕을 쏟아부었어. 너무 고통스러워서 1년 내내 방에서 울기만 했어. H가 미웠던 시기도 있었지만, 그건 금방 더 강렬한 감정으로 변했어. H를 원망했다가, 그리워했다가, 다시 복수심에 잠식되곤 했지. 하지만 생각의 끝은 늘 그럼에도 H를 사랑한다는 것이었어. 매일 하교 시간엔 H의 옷자락이라도 보려고 몸부림쳤어.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리의 하교 동선은 같았어.

9년...정말 힘들겠다.. 보고있어.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은 허망하게 흘러갔어. 3년 내내 H를 본 것은 스무 번도 채 되지 않을거야. 어쩌다 저 멀리 H의 가방을 보게 되면, 몇 달은 그 생각에 빠져 보냈지. H의 생각 없이 보내는 시간은 결코 없었어. 잊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잊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어.

중학교 졸업식이 다가왔어. 가고 싶은 고등학교를 써야 했어. 빠른 독립을 원했던 나는 특성화고를 알아보고 있었어. 하지만 결국 H의 고등학교를 따라 썼어. 뒷조사를 한 것은 아니야. 단지 감으로 알았어. 내가 아는 H라면 당연히 그 학교를 갈 것이라고 생각했지.

예비소집일, 나는 임시 반배정 표에서 H의 이름을 봤어. 역시나! 하는 안도와 함께 불안함이 심장을 마구 쥐어짰어. 개학을 한 후에야 H를 볼 수 있었어. 우연히도 당시 가장 친한 친구가 H의 반 반장이 되었어. 그건 H의 반에 눌러앉을 수 있는 좋은 명분이었지.

나는 H의 반에 이상하리만큼 집착했어. 쉬는 시간마다 H의 반 앞문에 매달려 있었고, 종종 교실에 들어가기도 했어. 나는 곁눈질로 H를 봤고, H도 나를 봤어. 매일같이 밀려드는 진짜 H의 모습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어. H가 미술 동아리 홍보 포스터를 유심히 쳐다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어. 동아리 생각이 없던 나도 바로 지원했어.

동아리 면접을 봤어. H와 같은 공간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의식을 흐려지게 만들었어. 3년만의 공식적인 재회였으니까. H의 입장에선 별 거 아니었겠지만. 동아리는 수준 이하였어. 그들 사이에 H가 있다는 사실에 짜증이 났어. 인원이 부족한 비인기 동아리였기 때문에, 우리 둘 다 합격했어.

H를 따라 그림을 그려둔 것이 천만다행이었지. 크로키 시간에 난생 처음으로 H를 그렸어. H가 나에게 자신을 그린 것을 보여달라고 했어. 나는 허둥지둥 파일을 열어 부끄러운 그림을 내보였어. H는 우와, 한 마디 하고 자리를 떴어. H의 반 청소를 도와주다가 함께 자장면을 먹기도 했어.

그 외에도 많은 일이 있었지만....간단하게 말하자면 H는 남자친구를 사귀었고, 나는 자퇴했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짝사랑을 하다가 자퇴했다고 말하면 얼이 빠진 표정을 지어. 그러나 나는 정말로 심각한 상태였어. 종교와 감정의 괴리로부터 시작된 우울감이 점점 병적인 지경으로 치달았거든. 쉽게 말하자면 우울증이었지. 하교 후에 침대에 쓰러져 울면서 몸을 떠는 게 일과의 전부였어.

생각보다 H의 연애 소식은 충격적이지 않았어. 일기에 내 건방진 생각을 늘어놓다 호되게 당했기 때문일까? 나는 H를 상대로 주제넘은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제어하고 있었거든. H가 누군가와 연애한다고 해서 질투할 권리는 내게 없다고 생각했어. 아니,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했어.

ㅜㅜ 너무 슬프다....

자퇴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H에게 연락이 왔어. H는 나에게 심하게 군 것을 사과했어. 우리는 텍스트로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에 실제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H는 눈물까지 흘렸어. 솔직히 나는 H와 친구로 돌아갈 자신이 없었어. 그러고 싶지도 않았고.... 하지만 H는 나와 친구가 되길 바라는 눈치였어.

심하게 군거는 과거에 일기장을 보고 심한 말을 했던 것을 말하는거야?

H는 내게 '우리 관계를 네가 원하는대로 하자'고 했어. 나는 어떻게 되든 H가 좋으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해서 친구가 되기로 했어. 연애 감정은 잊은지 오래라고 거짓말을 했지. 이상하게도 H는 내가 자기 때문에 자퇴를 한 것을 눈치채고 있었어. 그리고 H는 내가 감당하기 힘든 말들을 와르르 쏟아냈어.

>>29 맞아. H가 그걸 보고 꽤 긴 분량의 욕과 증오하는 말들을 나에게 보냈거든

-학기 초에 반에 어떤 아이가 있었는데, 네 생각이 나서 들이댔다. -함께 자장면을 먹을때 변함없는 네 모습을 봐서 좋았다. -네 그림에서 너라는 게 느껴지고, 너무 좋다. 그 외에도 오래 전 우리의 추억으로 안고 있던 이야기들.... 나는 그때 느낀 감정이 설렘인지, 절망인지 알지 못했어. 내가 상상하던 재회와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할 뿐이었지.

그렇게 친구 비스무리한 관계로 돌아가게 됐어. 나는 H에게 도저히 먼저 연락을 할 수가 없었어. 그건 완전 비겁한 이유에서였어. 언젠가 내가 여전히 H를 좋아하고 있는 것을 들키게 된다면, 네가 다가온거야! 거부할 수 없었어! 라는 핑계를 대려던 거야. H는 그런 성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늘 먼저 다가와줬어.

하루는 내가 고등학교 친구들을 보러 하교 시간에 정문으로 가기로 했어. H에게도 그걸 말했어. 나는 정문에서 하교하는 H를 봤어. 아는 체를 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는 않았어. 모두 잊었다는 사람처럼 보일 자신이 없었거든. [5시에 온다면서, 코빼기도 안보이네!! 그나저나 하늘 정말 예쁘다] H에게 연락이 왔고, 나는 널 봤다고 H에게 말했어.

H는 아주 실망한 듯했어. 그러면서 긴장해서 화장까지 했다고 말했어. 그 말에 나는 혼란스러워졌어. 내가 알기로는 아무도 친구를 만나는 데에 긴장해서 화장을 하지는 않는단 말야. H는 이후로도 잔인하게 행동했어. 하지만 한 달이 지나고, 연락이 끊겼어.

나는 매일 H를 그리워하면서도, 섣불리 연락은 하지 못했어. 어떤 것에도 집중을 하지 못하고 상담 센터를 전전하고 있었지. 그렇게 2년이 지나서야 H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어. 우리는 열아홉이 됐어. 무려 2년만에 온 그 연락의 내용은, 다름아닌 이모티콘 두 장이었어.

그 날이 여전히 생생해. 나는 상담을 받기 위해 건물에 들어서고 있었어. H의 연락을 보자마자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울었어.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웃으면서 답을 보냈어. H는 자기가 연락하는 게 불편하지 않느냐고 물었어. 나는 불편할 게 뭐 있냐며 웃었어. H는 여전히 다정했어.

이모티콘은 나와 H의 친구인 R이 막무가내로 보낸 거였어. 역시나. H는 그렇게 조심성 없는 사람이 아니란 말이야. 근황을 이야기하면서 또 신나게 떠들었어. 2년의 공백은 없는 일이라는 것처럼.... H는 나를 만나고 싶다고 했어.

뭔가.. 다정하면서도 잔인해.. <-미안해 스레주..

H에겐 정말 미안하지만 난 정말로 준비가 되지 않았어. 사실은 평생 볼 마음이 없었다고 하는 게 맞는 것 같아. >>34 이때처럼 일방적으로 스쳐 지나가듯 보는 게 나에게는 최선이었어. H는 여름 방학 중에 만나자고 했어. 나는 대충 얼버무렸어.

>>40 아냐아냐 미안할 것 없어ㅋㅋㅋㅋ봐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걸

다시 애매한 관계가 시작됐어. 평범한 친구처럼 게임 얘기만 하면서 보냈던 것 같아. 한번은 H가 나를 빨리 만나고 싶다고 말했어. 나는 아르바이트가 잘 구해지지 않는다고 했고, H는 내가 괜찮을때 보자고 했어. 그렇게 한 달에 한 번 정도 근황을 나눴어. 하지만 그마저도 다섯 달을 못 가서 끝났어. 우린 결국 만나지 못했어.

나는 H에게 먼저 연락하는 일이 거의 없었으니, 관계가 끝나는 것은 당연했지. H의 얼굴을 본지도 벌써 3년이 넘었네.... 최근에는 R을 통해 H의 sns 계정을 알게 됐어. 죄책감에 들어갈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가, 어느 날 홧김에 보고 말았어. H는 자신을 레즈비언이라고 정의하고 있더라. 이야기는 슬슬 끝이야.

세상에... 세상에?!! 에에?!!

우리 둘 모두 이제는 성인이 됐어. 나는 항상 H를 기다리는 것에 지쳐 전화번호를 바꿨어. 나는 H의 카카오톡 계정을 알고 있지만, H는 아닐거야. 얼마 전에 나와 H 둘 모두에게 친구인 J를 만났어. J는 나를 만나는 전날 H를 만났고. H는 나를 만나봐야 할 것 같다고 J에게 말했다고 해.

언젠가 H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물어보고 싶은 것이 아주 많아. 왜 내가 본인 때문에 자퇴를 한 것을 알고 있었는지. 일기를 들킨 직후 그렇게 분노했으면서 어떻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됐는지. 나는 정말로 네게 어떤 존재였는지.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한가득인데, 시간이 얼마나 흘러야 다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 모르겠다.

흡 ㅜㅜ H는 스레주를 계속 만나고 싶기는 하구나...

내가 사라졌음에도 H가 찾아온다면, 그때는 솔직히 말하려고 해. 언젠가는 H를 다시 만나고 이야기를 이어서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궁금한 점이 있다면 편하게 물어봐줘. 비슷한 경험이 있다면 공유해줘도 좋고!

만나는 용기를 가지는 것(선택)은 한순간이지... 그래도 스레주의 마음이 중요하니까! 언젠가 만나게 된다면 어떤 형태든 잘 해결되기를 바랄게:)

그리고 스레주의 이야기를 공유해줘서 너무 고마워 여기에 글을 써서 조금이나마.. 슬픔이 덜어졌기를 바래:) 난 자러 가야겠다. 스레주도 잘 자~

>>52 들어줘서 고마워! 좋은 밤 보내

여기에 이야기를 풀어놓은지 벌써 한 달이나 지났네. 오늘도 잠이 안 오고 외로워서 들어와봤어. 연락을 전혀 하지 않으니 쓸 이야기도 없지만.... 며칠 전 sns 친구 추천에 H의 이름이 떴는데, 머리를 짧게 잘랐더라. 점점 내가 모르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아서 기분이 묘했어. 관계에 진전이 없어도 좋으니 잘 지내는지만이라도 알고 싶다. 돌아오는 휴일에 J를 만나기로 했는데, H와의 이야기를 털어놓을지 고민하고 있어.

며칠 전 J를 만나서 H와의 이야기를 전부 말했어.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H에게 여자친구가 있다고 하더라고. 일 년도 넘게 사귀었대 들을땐 괜찮은 것 같았는데 사실 좀 힘들어.... H는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겠지

레주 마음고생이 정말 심했겠다. 토닥토닥 해주고 싶어... 과거에 역겹다며 상처를 줘 놓고 지금와서 상처를 준 그 사람이 자기에게 역겹다고 한 점을 가지고 있는 모습이 되어있으면 나라도 너무 힘들고 비참할거 같아. 자연스러운거야. 내가 레주 네 입장에서 생각해보아도 너랑 똑같았을것 같아. 문득 H라는 사람을 증오했음에도 사랑한다는건 그만큼 너에게 소중하고 잊을 수 없는 사람이란 뜻이 아닐까 생각해봤어. 힘을 내라던지 잊으라던지 가식적인 말은 위로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쓸데없는 말이라는걸 알아. 나는 그냥 레주가 진심으로 행복했으면 좋겠어. 네가 무얼 하던 더이상 너무 아파하지도 말고 그 무엇도 널 아래로 끌어내릴수 없었으면 좋겠어. 오늘하루 잘 지냈으면 좋겠고, 또 힘든일이 생기거나 한다면 여길 찾아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여기에 익명으로 존재하는 내가 있단걸 기억해줘!

>>56 이렇게까지 깊은 이해를 바라고 남긴 글이 아닌데 정말 고마워.... 다행히 마음을 내려놓으니까 요즘은 좀 편해. 사실 이런 공개적인 공간에 너무 나만의 이야기를 쓰는 건 아닌가 걱정했는데...덕분에 안심하고 찾아올 수 있을 것 같네. 고마워!!

>>57 그래그래. 나아졌다니 다행이다. 좋은하루 보내~

또 한 달이 지났네.... 벌써 겨울이라니 시간 참 빠르다. H의 검은 후드집업이 떠오르는 날씨가 계속되고 있어. 마음이 꽉 찬 요즘도 H는 항상 떠올라 나는 내년에도 H10으로 돌아오겠지 H가 사랑하는 사람과 따뜻한 겨울을 보내길 바라

>>59 스레주도 포근한 겨울 보내길 바래~

즐거운 새해를 맞았을까 나는 요즘 무척 버거워 고단한 일상에 비로소 네가 멀어지는 것 같다가도 너로 인해 이런 인생을 살게 되었다는 게 좋아져 출근중인데 너무 춥다

매일 빠른 길을 두고 굳이 네 집을 지나치는 버스로 출근을 해. 너와 걷던 동네, 함께 용돈을 모아 가던 분식집, 네가 눈길에 넘어졌던 보도블럭의 어느 부분.... 그런 것들을 보면서 생각에 잠기는 게 좋아. 그래서 나는 출근길을 사랑할 수 있어. 잘 지내는지 몰라. 친구들도 네 얘기는 잘 해주지 않거든 하루는 초등학생의 모습을 한 네가 꿈에 나왔어. 나는 그 작은 애를 세게 끌어안아 버렸어 지금의 너를 거부하는 내가 싫더라

잠도 못 잘 정도로 나를 몰아붙이는 중이야. 자기연민에 빠져 무기력해지는 게 싫어서. H를 그리지 않으니 삶이 속 빈 껍데기가 되어버린 기분이야 맞는 길로 가고 있는 걸까

뭐야 마지막 글이 4개월 가까이 지났다니.... 일이 너무 바빠서 생각할 틈도 없었네 이런 걸 보면 H는 그냥 도피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 오래 잊지 못하는 게 정상은 아니겠지. 분명 어린 시절 어떤 결핍의 증상일 거야. 늘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결론은 항상 사랑이라는 거.

4년 전 H와 나눈 대화를 오랜만에 꺼내 읽었어. 내 눈을 가리던 연약한 막이 깨진 것 같아. 아무렇지도 않은 척 살고 있었지만, 여전히 갈망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 H에게 사랑 받고 싶어. 그 애에게는 여전히 여자친구가 있지만. 어떻게 지내? 너는 날 하나도 궁금해 하지 않겠지. 난 너무 생각이 많아

너도 너만의 사랑을 하고 있는 지금 내 마음은 아무 의미 없다는 거 알아 평범한 친구처럼 지낼 수도 있었을까? 우리 사이를 잃게 만든 어리석은 나에게 너무 화가 나 너무 보고싶어

계속 곁에 있었다면 이렇게 끊임없이 사랑할 수 있었을까? 여느 짝사랑이 그렇듯 어느 순간 식어버리지 않았을까. 아마 이게 마지막이 될 것 같아. 나도 이제 네가 아닌, 다른 사는 의미를 찾고 싶어. 이제 감정을 쓰고 제자리에 돌려놓는 법을 배웠거든. 네가 불쑥 찾아온다면 어쩔 수 없이 격렬하게 요동치겠지만. 잘 지내! 미안함 같은 건 다 잊고. 난 너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어. 원하는대로 사랑하고 사랑받는 삶을 살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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