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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의 고질병>
철수는 완벽한 나의 이상형이었다. 그러나 나만의 이상형은 아니었다. 철수를 아는 여자애들은 모두 각자의 마음속에 철수를 한 명씩 숨기고 살았다. 철수는 한 명인 동시에 여러 명이었다.
나의 철수는 과묵하지만 외로운 사람이었다. 나와 사귀게 된다면 날마다 그 애와 어울리는 화려한 장미꽃을 한아름 안겨주고 싶었다. 산뜻하게 손을 잡고 숲길을 산책하기도 하고 기회가 되면 같이 꽃구경도 갈 것이다. 한때 그를 위한 네잎 클로버를 찾기 위해서 클로버만 보면 무릎을 꿇고 뒤적거리기도 했었다. 남몰래 눈물을 보이는 그를 안아주면서 외롭지 않게 해주고 싶었다.
철수는 1주일 전 영희에게 고백을 받았다. 영희는 철수가 외롭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철수는 좀처럼 울지 않는 성격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영희는 철수의 외로움에 대해 상상하는 대신 철수가 좋아한다고 했던 게임들을 모조리 외우고 다녔다. 음악을 들을 때마다 자신의 에어팟을 보면서 부러워하던 철수를 떠올렸다. 생일을 맞은 철수에게 영희는 꽃 대신 에어팟을 선물했다. 철수가 좋아하는 곡으로만 가득 채운 플레이리스트를 함께 들으면서. 진짜 철수를 좋아한 사람은 영희뿐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좋아했던 것은 대체 뭐지? 조각상? 그림? 신기루? 난 그저 상상속의 철수를 좋아했을 뿐이었다. 철수의 이름과 얼굴을 빌린 허상을. 뒤에서 영희와 대화하는 철수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다시는 짝사랑은 하지 못할 것 같다고 직감했다. 그러나 겨우 16년 살아온 내 직감은 쉽게 빗나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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