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난다의 뜻은 사귄다가 아냐, 그냥 정말 말 그대로 한 번만 만나서 원래 친구였던 것처럼 이야기 나누고 신나게 놀고 싶어. 나는 걔랑 중학교 1학년때 처음 만났고 그때 썸을 조금 탔다가 내가 너무 좋아한게 악영향이었는지 사이가 멀어졌어. 당시엔 걔가 날 싫어한다는 걸 알고 너무 힘들어했는데 지금은 나아졌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아닌가봐 나 걜 너무 사랑하나봐

새벽에 노래 듣다가 감성 탔는지 계속 그 애 생각이 나서 울컥하고 그러네. 혹시 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애랑 나 사이에 있었던 일을 좀 읊어보고 싶은데 괜찮을까? 그냥 누군가의 짝사랑 썰이라고 생각해도 괜찮아. 단순히 들어줄 사람이 필요해서 그래. 필력이 좋진 않아서 보는데 불편할 수도 있어. 들어줄 사람 있니?

잠 안 오는 밤에 심심풀이로 슥 읽어줘도 돼! 괜찮다면 여기서 조언도 구해보고싶다. 난 이야기하고 싶어서 온 거였니까 혼자 좀 주절거려볼게.

근데 인증코드 어떻게 다는거더라;?

헉 됐다 이제 주절거려볼게 위에서 얘기했듯이 걔랑 나는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만났어. 초등학교 때 그닥 좋은 추억이 없었어서 중학생이 되면 꼭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멋진 학교생활을 해야지! 라는 마음가짐으로 일부러 초등학교에서 좀 떨어진 중학교를 골랐어. 날 아는 애가 있으면 새롭게 시작하기 어려우니까...ㅎㅎ 다행히 순조로웠고 난 첫날부터 친구를 몇 사귀는데 성공했어. 내가 좀 소심한 성격인데 친구들이 말을 잘 이끌어주고 다들 밝아서 금세 친해졌던 것 같아! 첫날? 둘째날? 아침시간에 친구들이랑 얘기를 하던 중에 담임선생님이 들어오셨는데, 들어오셔서 하는 말씀이 교탁에 한 명씩 나와서 자기소개를 하자는 거야. 1교시가 마침 담임선생님 담당 수업이었거든.

반 애들 반응은 그닥... 좋진 않았던것같아ㅋㅋㅋ 근데 난 좋았어. 자기소개하는 거 자체가 좋았던 게 아니라, 친구들이랑 막 친해졌을때 나오는 그 하이텐션 있지, 그것 때문에 뭐든 상관 없었어. 새로운 친구들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좋았고. 자기소개 시간때 친구를 한 명 더 사귈 수 있었어서 나로서는 너무 좋은 시간이었지. 비록 내 자기소개는 별 임팩트 없이 밍밍하고 평범했지만... ㅎㅎ 번호순대로 여자애들이 먼저 자기소갤 하고 그 다음이 남자애들 차례였는데, 걔는 뒤에서 두세번째? 아무튼 뒷번호였어. 걔가 나와서 다른 애들 하는 것처럼 자기소개를 했는데, 그게 내가 처음으로 걔라는 사람을 알아가기 시작한 때였지. 이렇게 쓰니까 좀 오글거린다; 첫인상은 약간... 야무지고, 지적이고 묵묵히 뭐든 해낼 것 같은 아이였어. 실제로 어느 정도는 맞았고.

입학하고 이틀밖에 안 지나서 그런지 선생님들 대부분은 수업 안하시고 오리엔테이션만 하셨어. 끝나면 친구들이랑 친해지라고 자유시간을 주셨고. 그날 마지막 수업시간도 자유시간이었는데, 내가.. 놀랍게도 글 쓰는 걸 좋아해... ㅎㅎ 잘 쓰진 못하지만 좋아하거든. 그래서 그 전 시간동안 친구들이랑 얘기해서 글 쓰면 친구들끼리 공유해서 읽고 피드백해주고 그런 걸 하기로 했어. 단톡방 이름도 기억난다; 글무리 톡방........... 마지막 수업시간에 내가 무슨 용기인지 똘끼였는지 호기심이었는지 그 남자애한테 말을 건거야... 자연스럽게 얘기 몇번 하다가 너 혹시 글쓰는거 좋아하냐고 물어봤어. 자기소개할 때 말 하는거나 취미나 들어보니까 잘 쓸 것도 같고 사실 친해지고 싶었거든... 근데 지금 보니 진짜 미쳤나 싶다. 걘 당연히 황당한 눈치로 아니. 했고.........

걘 황당해했지만 난 전혀 당황하지 않았지. 왜냐면 그때 난 중학생으로서 깨끗이 새출발을 하겠다는 의지로 가득찼었거든. 초등학생 시절이 어지간히도 싫었나봐. 그냥 사람 좋게 웃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막 했어. 우리 반 애들 괜찮다느니, 급식이 맛있다느니... 진짜 무슨 친화력이었는지 지금도 조금 본받고 싶을 정도였다니까. 그렇게 혼자 재잘재잘 거리는데 얘가 웃는거야. 그러면서 글쓰는 거 자기도 하겠다고.(근데 그 톡방은 거의 안 썼어. 얘 포함 다른 애들이랑 심심할때 말 붙이는 정도? 이 톡방보단 개인톡을 더 많이 했었기도 하고...) 그 말밖에 안 했는데 난 얘랑 어느정도 친해진 것 같아서 진짜 기뻤어. 나 되게 서투르고 순진한 애였구나....

그 날은 그 뿐이었어. 번호 교환하고, 그냥 그렇게 아무 일 없이 지나갔어. 기억 살린다고 방금 걔랑 나눈 톡방 들어가봤는데 좀 현타온다... 가슴이 쿡쿡거려

그때까지만 해도 난 걔한테 별 감정이 없었거든. 그냥 좀 무뚝뚝한데 재미있는 남자 사람 친구? 딱 그 정도였어. 근데 한 하루 지났을 때 즈음이었을까, 얘 태도가 갑자기 바뀌는거야. 어떻게 바뀌었냐면... 내가 자리에 앉아서 책 삼매경에 빠져있으면 갑자기 옆자리로 와서 앉아 내 책을 같이 보기도 하고, 점심시간에 책상에 엎드려 있으면 다가와 책상을 톡톡 두들기며 밥 먹으러 가자고 하고. 걷고 있으면 내 옆으로 와서 걷기도 했어. 진짜 하루만에 저 행동을, 그것도 되게 자주, 거의 매 쉬는시간마다.

>>11 봐줘서 고마워! ☺ 시간이 늦었는데 건강에 무리가지 않게끔 일찍 자! 나는 원래 내 친구들이랑 같이 다니는 게 일상이었는데, 걔가 내 옆에 와서 슥 끼니까 애들이 몰아가기 시작하는거야. 쟤가 너 좋아한다고. 계속 쟤 걔 얘 하긴 좀 그렇다. 한별이라고 부를게, 방금 막 순우리말 찾아왔어. 크고 밝은 별이라는 뜻이야. 내 맘의 별. 오글거린당... 근데 또 나만 따라다녔다고 하기도 뭐한게, 한별이도 은근 성격이 좋단 말이야. 공부도 잘했고, 글씨도 잘 썼고. 그래서인지 한별이 근처엔 친구들이 많았어. 같은 남자애들. 걔네랑도 잘 지내고 곧장 놀길래 내 친구들이 한별이 쟤 너 좋아해서 따라다니는거 아니냐고 했을 때 그럴 리 없다고 퍼드득 손을 저었지. 글쎄, 좋아했던건 한별이가 아니라 나이지 않았을까.

...사실 내가 성격이 좀 꼬였어... 그래서 약간 누가 나한테 호감을 보이면 금방 알아차리고 괜히 떠보고 장난치고 괴롭히고 막 이러거든... 외에도 좀 여러 모로... 좋은 사람은 아니야. 내 생각엔 한별이랑 멀어진 이유에 이것도 가담했다고 생각해. 친구들이 한별이랑 날 몰아가도 난 계속 벽을 쳤지. 아니라고 그만하라고. 근데 사실 그렇게 기분 나쁘진 않았어. 걔한테 반한건 그때가 아니었는데 처음부터 호감이 있었나봐. 아무튼 난 끝까지 좋은 티를 내지 않았지. 처음에만. 그 후로 비슷한 일상이 반복되다가, 동아리 조직 시간이 왔어.

동아리 조직할때 꼭 몇개는 오디션 보고 먼저 뽑잖아. 밴드부, 댄스부같은 거. 난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서 과감하게 밴드부 오디션을 봤다가 떨어졌고....ㅎ.. 그래서 사실 무슨 동아리를 가든 상관 없었어. 동아리 시간도 몇주에 한번? 그렇게 조금밖에 없었거든. 선생님한테 대충 사람 빈 곳에 넣어달라고 했는데 세상에, 그 동아리에 한별이가 있었던 거야. 지금 생각해보니 운명 아닌가 싶어. 아니겠지만... 근데 난 동아리 첫 수업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한별이가 나랑 같은 동아리인지 몰랐어; 그땐 한별이가 무슨 동아리인지보다 내가 밴드부에 떨어졌다니, 하는 실망감 뿐이었든. 근데 동아리 시간에 가니까 딱 마주친거지. 그리고 같은 모둠으로 같이 앉았어. 학교에서 모둠대형으로 책상을 바꾸면 책상끼리 마주보게 되잖아, 나랑 한별이가 딱 마주보는 대형으로 앉았어. 사람은 없었는데 책상이 많아서 6명? 8명? 분의 책상을 한별이랑 나, 그 외 조원 두명이서 낑낑 옮겼던게 생각이 나.

첫 동아리 시간은 너무 즐거웠어. 진짜로. 동아리 수업 내용이 재미있기도 했지만 한별이랑 쌓은 추억이 많거든. 하나만 뽑아보자면, 동아리 수업 준비를 하려고 수업 도구를 책상에 늘어놓고 쉬고 있었는데, 도구를 만지작거리는 한별이 손이 보였어. 손이 되게 커보여서 홀린 듯이 너 손 되게 크다, 몇 센치 되냐? 물어봤는데 얘가 손 대 볼래? 하는 거야. 별 말 없이 서로 손을 포갰고, 한별이 손이랑 내 손 크기가 꽤 차이났던 게 기억이 나. 난 지금 친구들 사이에서도 손이나 키가 유달리 작은 편이거든. 한별인 큰 편이었고. 다른 것도 많은데... 난 그 기억이 많이 생각나네. 동아리 수업은 제빵류 음식을 만드는 수업이었는데.. 내가 요리에 재능이 없는 편이 아닌데 진짜 다 망쳐버린거야. 동아리 수업에서 음식만들면 다같이 나눠먹잖아....... 한별이가 내꺼 한입 먹고 표정이 일그러지는데 진짜 개쪽이었지.

새벽감성 타서 갑자기 줄줄 쓰긴 했는데 걔 생각하니까 또 가슴이 쿡쿡 쑤시는 느낌이 든다. 사랑은 맞는 것 같은데 그닥 좋은 기분은 아닌가봐...ㅋㅋㅋㅠㅠ 늦었으니까 이만 잘게. 썸탄(짝사랑한) 얘기는 아직 시작도 안했고 궁금해할 사람도 없겠지만 혹시라도 보고 있고 뒷이야기가 궁금한 레스더들이 있으면 내일 늦게라도 이어서 써볼게. 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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