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중에 사소하게 부딪히는 일이 잦은(주로 친구가 무신경해서 내가 화가나는 방향으로) 애가 있었는데 계속 고민하다가 어제 결국 절교하기로 했어.
다른 친구들도 걔가 너무했다, 그만 참아라 하길래 나한테 안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해서 자기 방어 수단이라고 생각하며 굳게 마음먹고 저지른 일이거든
근데 계속 절교할 때 상황이 생각나고 내 손으로 안 좋은 관계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니까 마음도 불편하고 힘들어.
걔가 미안하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줄 몰랐다고 조심하겠다고 장문으로 사과했는데 어차피 앞으로도 계속 싸울 바엔 모른척하고 지내자고 말한 게 너무 심하게 말한 것 같고 미안한 거야....
걔도 내가 너무 단호하게 말하니까 기분 상한 것 같아.
난 오히려 절교하기 전보다 마음이 더 무거운 상태고.
1. 그 친구때문에 힘들었던건 확실해. 근데 똑같이 마음 고생할 바엔 진심으로 사과하고 다시 친하게 지내는 게 맞을까? (걔가 받아줄 지는 모르겠어)
2. 며칠 내내 고민상담해준 친구들이 있는데 걔네 입장에선 기껏 도와줬더니 다시 화해하고 오면 아니꼽게 보일까?
내가 좀 소심하고 간이 작은 성격이거든....
하루에도 몇번씩 이 생각만 하면 얹힌 것 같고 공부도 안되고 가슴이 턱턱 막혀.
여태까지 참은 거 그냥 참고 살걸, 솔직하게 뭐가 화난 건지 대화라도 해볼걸 하고 후회 되기도 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ㅜ 꼭 조언 부탁할게....
이름없음2021/06/02 09:55:01ID : jjxU1DxO01f
1. 지금 마음 고생은 네가 네 손으로 친하던 관계를 끊어냈다는 단절감, 죄책감 등등으로부터 파생된 감정이고 시간 지나면 자연히 잊혀질 문제야. 네가 관계를 계속 잇고 싶다면 별말 않겠지만 그러면 지금보다 훨씬 장기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겠지. 그때는 지금보다 관계 끊기도 더 어려울 거고. 그리고 그 상대 입장에서도 네가 뭐 하자는 건가 싶을 거야. 혼자 화내고 혼자 다시 친해지자고 하는 꼴이니....
2. 걔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결국 상대는 네 친구고 네 마음인데 걔들이 마음 상할 일이 뭐가 있어. 있다고 하더라도 네가 그걸 신경써야 해? 대체 왜? 걔들은 결국 제3자라는 걸 기억해. 걔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너는 네 입장대로 하는 게 맞아.
내 의견일 뿐이지만 지금의 충동으로 기껏 힘들게 끊어 놓은 관계를 다시 잇는다고 하면 진짜 답답할 것 같아. 예전의 너를 한 번 떠올려 봐. 절교를 없던 일로 하고 계속해서 관계를 이어나가면 그 친구는 또 네가 불편할 상황을 만들 거고 이번에 넌 어느 정도 꾹꾹 참겠지. 저번처럼 절교하기 싫다는 이유로. 그러다가 팡 터질 때가 있을 거고 그러면 또 계속해서 후회할 거야. 좀 더 참거나 그때 아예 절교할 걸. 내가 왜 그랬지. 하면서. 지금 감정은 어차피 잊히기 마련이야. 최선의 선택은 이대로 지내는 거라고 봐. 네가 잘못한 건 없으니까.
이름없음2021/06/02 12:37:32ID : kpO3vbii2nA
진지하게 조언해줘서 정말 고마워..!!
지금 심정이 단절감과 죄책감이라는 거 정말 맞는 말같아.
그리고 장기적으로 생각해야한다는 것도 맞는 말이야.
계속 맞지 않는 그 친구 생각한다고 내 감정을 소모해선 안되겠지...
그나마 좋은 기억이라도 남아 있을 때 정리한 게 맞는 일이라고 생각할게. 세상에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는 것도 상기해야 하고....
걔도 마음정리 생각정리 끝났을텐데 얼른 잊고 내 할일에 집중해볼게. 정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