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레딕

헉..말해조!!

>>2 앙녕!! 풀어볼께..

나랑 내 남친은 과학고 다니고있어! 기숙사 학교다보니까 학교 안에 있는이상 많이 마주치고 반도 같고 그래

반 같으니까 아침 운동시간부터 저녁 면학 시간까지 맨날 보기도 하고 동아리가 전부 겹쳐서 자주보기도 하고... 걔가 나보다 공부 훨씬 잘해서 스터디때문에 많이 만나기도 했어

어느순간부터 애가 자리 바꿀때마다 애들한테 말해서 내 앞자리나 옆자리로 자리를 옮긴다거나 급식 줄 설때 타이밍 맞춰서 내 바로 뒤에 선다거나 하는 귀여운..? 짓들을 하는거야

5월까지는 애가 키도 크고 인상도 좀 무섭게 생겨서 안그럴것같이 생겨서는 엄청 순수하고 소심하게? 나 좋아한다고 어필하는게 귀엽네 이런 인상밖에 없었어

근데 5월말에 시험 끝나고 나 완전 불안정해서 (과학고여서 상급진학여부가 달려있었어)다른 애들이랑은 말도 못하겠고 자존감 낮아져있을때 얘랑 말하는건 정말 편하고 행복하다는 느낌이 드는거야

그때부터 아 나도 얘 좋아했구나 싶어서 저녁에 맨날 같이 산책하면서 급속도로 친해졌어

얘가 나 자존감 떨어진거 알고 말을 너무 예쁘게 하는거야..

얘는 공부도 예체능도 다 잘해서 내가 투덜대면서 그래도 너 종이비행기도 못접고 학도 못접잖아! 하면서 웃었더니 자기도 막 웃으면서 자기 장점 말하는 애는 봤어도 단점 말하면서 이렇게 좋아하는애는 처음봤대

그러면서 앞으론 내가 너 장점 찾아줄테니까 너는 내 단점 찾아서 산책할때마다 말해줘 이러는거야

그 뒤로 2주동안 장점 단점 찾기가 오가다가 어제 결국 일이 터졌어(?)

어제 귀갓날이어서 다들 들떠있는데 얘가 지금 날씨에 안어울리는 긴팔 셔츠를 입고온거야 자기 중요한 날에만 입는거라고 했던걸

난 그냥 걔가 어제 있던 입시설명회 참관자였어서 그것때문에 입었구나 했어

난 방송부여서 입시설명회 녹화해놓을 카메라 설치하고 강당 나가려는데 걔가 나 잡고 이따 학교 끝나고 화학실에서 화학 실험 수행평가 마무리하고 귀가 하자는거야

대충 중화반응 엔탈피 측정하는거였는데 우리팀 수치가 말도 안되게 나와서 수치 잘나온 걔네 방법으로 해보자는 제안이었어. 수행평가랑 직결되니까 완전 좋아!! 하고 기숙사에서 미리 짐 챙겨놓고 화학실로 갔어

갔더니 걔가 내꺼 가운까지 챙겨놓고 실험 세팅 다해놨더라

자기가 실험 세팅 다해놨으니까 실험하고 결과 기록 빨리 하라고 하길래 얼른 실험 진행하는데 얘가 맞은편 앉아있다가 내 바로 옆자리로 와서 앉는거야

뭔가 분위기 묘해지면서 좀 부끄러워져서 시약실 간다고 하고 염산 가지러 연구실 안쪽으로 들어갔어.

염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쳤나봐 개웃겨

근데 자기가 시약실 위치 더 잘안다고 하면서 같이 가자는거야 우리학교 시약실은 시약장 두개가 좁은 복도에 양쪽으로 길게 있어서 되게 좁거든? 사이에 쭈그려 앉아서 문 열면 반대편 시약장이 등에 닿을정도로..?

거기 둘이서 있으니까 되게 쫍은거야.. 빨리 산성계 시약장 가서 빼서 나와야겠다 하면서 시약장 열어서 염산병 잡았는데 애가 나 계속 빤히 쳐다보다가 너 눈이 되게 이뻐 이러는거야..

>>21 나도 우리가 웃곀ㅋ큐ㅠㅠㅠㅠ

얘랑 그래도 맨날 친남매 마냥 살다가 갑자기 목소리 깔고 눈 예쁘다 같은 고전 멘트 날리니까 갑자기 설레긴 하는데 너무 웃긴거야

그래서 얼탱 없게도 웃으면서 뭐?? 너도 눈 예뻨ㅋㅎㅎ 이래버렸거든? 그랬더니 걔가 내 뒤에 시약장 문 닫으면서 나 너 좋아해 밑도끝도없긴한데 나 너가 너무 편하고 좋아 나랑 사귈래? 이러는거야

뇌정지와서 3초 정도 굳어있다가 되게 째끄맣고 좋아.. 했어...

막상 고백을 받긴했는데 그따구로 대답한 나도 너무 한심해보이고 부끄러워서 주변 쳐다보는데 보이는게 영어로 된 시약명이랑 화학식이랑 시약장밖에 안보이는게 너무 웃겨서 말하고 나서 엄청 웃었거든?

근데 한편으론 엄청 억울한거야. 내가 머릿속이 좀 꽃밭이라 고백은 로맨틱하게 받고싶다! 이런 꽃밭 회로를 가지고 있었는데 막상 고백받은 장소는 화학실 시약장이고...

그날 발표 수행평가 3개있어서 준비하느라 새벽 6시에자서 6시40분에 아침 점호해서 다크서클도 엄청 내려온것같은데 심지어 앞머리에 그루프도 안말고 옷도 그냥 청바지에 내가 별로 안좋아하는 티 입고간 날이었단말이야

시약 가지고 실험하니까 머리는 대충 실험실 한구석에 있는 노란고무줄로 대충 묶었고.. 손에는 염산병이 들려있고... 쑥쓰러운 상태에 이런 억울한 감정들이 막 섞여서 얘한테 있는그대로 다 말해버렸거든?

그랬더니 걔가 웃으면서 그래도 이런 고백 처음이지 않아? 완전 이과충 같아서 우리 같고 좋잖아 하면서 그리고 너 그루프..? 안말아도 완전 예뻐 이러는데 너무 순박한 모범생 다운거야... 그래서 나도 모르게 나 너랑 사귀게 돼서 존나 기뻐! 이랬더니 또 여동생 취급하듯이 엄청 웃더라

그리고 내가 이 학교에서 있는그대로 감정을 말해주는 유일한 애라고.. 그래서 너무 특별해서 좋아하게 됐다고 그랬어..

사실 난 완전 감정적이고 있는그대로 감정이 흘러넘치는것 때문에 중학교 친구랑 같이 학교와서 멀어지기도 했거든.. 걔가 나한테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기도했어. 넌 감정이 너무 흘러넘쳐서 제어도 못하는게 완전 조울증 환자같다는거야. 사실 난 몇년 전까지만 해도 조울증 환자가 맞았어서 그게 더 크게 다가왔고..

그리고 주변 애들도 다 감정을 어느정도까지 절제하고 안보여주려고 하는게 느껴지기는했어.. 그 사이에서 난 버틸 수가 없어서 있는 그대로 싫은건 싫다 좋은건 좋다 행복하다 슬프다 다 말하고 다녔던거고

그거 때문에 상처 엄청 받고 자존감도 낮아졌는데 얘는 그 부분이 좋다는거야 내가 제일 혐오하던 부분을 장점으로 바꿔준거야. 그래서 난 내 남친이 너무좋아(???)

과연 언제까지 사귈수있을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얘라면 완전 괜찮을것같다는 생각도 들고.. 지금은 이별은 생각 안하고 행복할 생각만 하려고!!

잘 만났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귀엽다 둘 다

>>38 ㅋㅋㅋㅋ 고마워.. 안그래도 학교에서 제일 순수하게 사귈 커플이라는 소리도 듣고 그랬어...

귀엽고 서윗한 내 남친 보여주고 난 간다 뿅💖

미친 아 설렌다

와 대박 이과의 고백 미쳤다 시약실에서 고백을 와와 말이 안 나온다

ㅅㅂ...우리학교 이과충들은 이과충 임티밖에 안써서 오만정 다떨어지는데 거긴...이상세계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