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내가 한 7살?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시기였던 것 같아 시골에 계신 외할머니가 갑자기 앓아누우셨다는 소식을 듣고 부모님과 함께 외갓댁으로 내려가게 되었어 그 당시에 우리 외할머니,외할아버지는 시골에서 배농사를 지으면서 살고 계셨는데 넉넉하지는 않더라도 두분이서 지내실 만큼은 되는 크기의 배 밭이였지
이름없음2021/06/22 22:45:25ID : 0leL9g2MqoZ
배 밭은 외갓댁이 있는 골목에서 쭉 빠져나와 오른쪽으로 유턴하면 있었는데 그 쪽이 워낙 사람이 안다니는 곳이고 밭 너머에 무덤들이 꽤나 많이 있어서 밤이 되면 좀 무서운 곳이였어
이름없음2021/06/22 22:46:39ID : 0leL9g2MqoZ
시골에 내려가니 외할아버지가 반겨주셨고 안에 들어가보니 외할머니는 주무시고 계셨어 어른들이 옮을 수도 있다며 나와 동생을 방에서 쫓아내서 우리는 사촌들이랑 같이 밖에서 메뚜기를 잡으며 놀고있었어
이름없음2021/06/22 22:48:17ID : 0leL9g2MqoZ
한참 메뚜기도 잡고 도랑에서 가재도 잡고 하다보니깐 어느새 저녁이더라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서 뭇국에 비빔밥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방에 들어가서 잠을 자려고 했어 근데 풀벌레 소리때문인지 아니면 외갓댁에서 자는게 처음이여서 그런지 잠이 잘 안오더라고
이름없음2021/06/22 22:50:24ID : 0leL9g2MqoZ
그래서 문을 열고 나가서 모기향 옆에 앉아서 멍을 때리고 있는데 동생이랑 사촌도 같이 따라나오더라고? 그 녀석들 잘 자는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그냥 자는척 한거였데 그래서 다 같이 마루에 앉아있는데 갑자기 바람이 엄청 강하게 불기 시작했어
이름없음2021/06/22 22:52:03ID : 0leL9g2MqoZ
근데 도시였으면 바람이 좀 많이 부는구나 하고 넘어갔을텐데 도저히 그러질 못하겠더라고 바람이 세게 부니깐 동네에 있던 오래된 집문, 각종 잡동사니가 서로 부딪히고 덜컹거리는 소리를 내서 갑자기 엄청나게 시끄러워졌어
이름없음2021/06/22 22:53:49ID : 0leL9g2MqoZ
덕분에 어른들도 전부 잠에서 일어났고 다 같이 덜컹 거리는 소리를 조금이라도 줄일려고 창문 사이를 테이프로 막고 문도 벽돌로 고정시켰어 그리고나서 드디어 다시 잘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이번엔 아프시다던 외할머니한테 문제가 생겼어
이름없음2021/06/22 22:57:00ID : 0leL9g2MqoZ
외할머니가 갑자기 사라졌어 아마 할머니 방 바로 옆에있는 뒷문을 통해서 밖으로 나간게 아닌가 싶어 그런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갑자기 빗줄기가 하나둘씩 쏟아지기 시작하다가 점점 굵어지는거야 아빠랑 엄마는 얼굴이 완전히 굳었고 고모는 거의 패닉상태였는데 다행히도 내 동생이 울음을 터트리는 바람에 다들 다시 정신을 차리셨어
이름없음2021/06/22 22:59:13ID : 0leL9g2MqoZ
외할아버지는 바로 마을 이장님한테 전화를 걸었어 마을에 계신 어른분들 중에 힘 꽤나 쓴다고 하시는 분들은 전부 마을회관으로 몰려들었지 원래라면 우리는 집에 있어야했지만 동생이 계속해서 때를 쓰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부모님은 동생을 데려가기로 했어 나는 동생 보호자 역할로 덤으로 끌려갔고 말이야
이름없음2021/06/22 23:00:41ID : 0leL9g2MqoZ
마을 회관에 가니 어르신들이 약도를 펼쳐두고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어 한 5분쯤 지났을까 이장님이 모두를 불러모으더니 랜턴과 예비 손전등 그리고 우비를 지급해주셨어 그리고 우리는 봉고차에 타서 어딘가로 이동하기 시작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