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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안좋았어. 일상생활에 크게 지장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남들보다 좀 더 크게 다치고 자주 아팠지. 고등학교까지는 약을 달고 살았던 거 같아.
난 빠른년생으로 학교에 들어갔어. 어려서인지 배우는 속도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빨랐어. 그런 내게 부모님은 기대를 걸었고, 초등학교를 들어가고 1:1과외를 받았어. 그때만 해도 공부가 참 재밌어서 하루 만에 숙제를 모두 끝내고 노는 생활을 반복했지. 학교에서는 이렇다 할 친구는 없었어. 정확히는 살짝 겉도는 느낌. 힘들지는 않았지만, 눈치가 빨랐던 나는 조금씩 기가 죽었어. 점점 소극적이고 내성적이게 됐고, 학교가 끝나면 집에 돌아가기가 바빴지.
문제는 4학년 즈음부터였어. 대체 왜 그런 소문이 난 건지, 내가 남자애들을 꼬시고 다니는 걸레라고 학교에 소문이 퍼졌더라. 내가 모르는 애들도 내 이름을 알고 있었어. 조금씩 어울려주던 친구는 점점 멀어졌고, 나는 딱히 신경쓰지 않았어. 그런 헛소문 때문에 친구를 잃었다는 사실은 조금 슬펐지만, 굳이 붙잡아봤자 좋을 게 없단 걸 알고 있었어. 그렇게 나는 고립되어갔고, 그때 처음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참 타이밍이 안 좋게도 그때 아버지의 사업이 망해서 집안 사정이 안 좋았거든. 집안의 물건들에 전부 빨간 딱지가 붙었고, 나와 오빠는 친가에 맡겨졌어. 그래서 혼자 감추고 참았었어. 안 그래도 힘드신데, 이런 사소한 일로 귀찮게 굴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날 걱정하시는 걸 알고 참았으면서, 초등학교 5학년에 밤마다 내 목을 졸랐어. 너무 아팠는데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더 아플 거 같아서 소리 죽여 울면서 머리가 어지러워질 때까지 졸랐어.
그러다가 유서도 적었어. 물론 금방 찢어버려서 들키진 않았지만. 그렇게 매일이 지옥 같았는데, 참 좋은 사람들을 만났어. 한 학년 언니 둘과, 같은 학년 둘이었어. 각자 다른 곳에서 만났지만, 알고보니 다들 서로 알던 사이더라. 좀 더 시간이 흐르고, 우리가 더 친해졌을때 언니가 파자마파티를 하자며 날 불렀어. 그래서 나는 할머니께 허락을 받고 처음으로 친구집에서 잔다는 기대감에 들떠 신나게 갔지. 재밌게 놀고 있었는데, 여덟시에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어. 네가 무슨 친구 집에서 자냐고, 당장 집으로 돌아오라는 윽박이 들렸지. 날 걱정하신 거였겠지만, 다른 애들은 되는데 왜 나만 안될까 하고 서러워했었어. 마중 나온 오빠랑 같이 집에 돌아가서 인형을 안고 숨죽여 울었어. 평소엔 연락도 관심도 없더니, 왜 하필 오늘. 그런 못 된 생각도 들었지.
시간은 흘러서 중학생이 됐어. 중학교에 들어가면 이상한 소문 같은 건 없이, 평범하게 잘 지내고 싶었는데 대체 어째서인지 다 같은 중학교로 가게 됐어. 그래도 버틸만했어. 손목을 긋고 목을 조르면 그나마 숨통이 틔었으니까. 그걸 숨기려고 여름에도 난 동복 체육복을 입고 다녔어. 1년이 더 지나고, 적당히 친하던 친구와 같은 반이 됐어. 헛소문도 슬슬 사라져서 점점 내 생활도 평범해져갔어. 그게 문제였나봐. 갑자기 찾아온 평화가, 내겐 폭풍전야 같아서 너무 불안했어. 난 버틸 수 없을거야, 어서 죽어야 해. 그래서 그때 자살 계획을 세웠어. 아파트 층수가 낮으니까, 떨어져봤자 죽지 못할 거야. 그럼 늦은 밤에 배에 식칼을 꽂고 떨어지자. 그러면 바로는 죽지 못하더라도 발견되기 전까지는 죽을 수 있을 거야. 그래서 그때부터 두 번째 유서를 적기 시작했어. 이번에는 찢지 않고 하나둘씩 차곡차곡 모아서 숨겨뒀어.
하지만 번번히 도전에 실패했고, 결국 3학년이 됐어. 매일 고등학교는 어디 갈 거냐, 놀지만 말고 공부 좀 해서 좋은 고등학교에 가야하지 않겠냐. 그런 소리를 들으면서 살았어. 그제서야 아, 이거 때문에 평화로웠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좀 진정이 되더라고. 그거랑은 별개로 매일 그 소리를 들으니까 정신병에 걸릴 것 같았어. 베란다랑 이어진 창문으로 휴대폰을 하는지 안 하는지 감시하고, 어떤 날은 쫓겨나기도 했어.
그런데 친구가 놀러온 날도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서 그런 소리를 하시니, 너무 서럽더라. 꾹 참아왔던 게 하필 그때 터져서 울면서 집을 뛰쳐나갔어. 친구는 내 이름을 부르면서 급하게 따라나왔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날 찾아다녔어.
결국 친구한테 안겨서 엉엉 울었어. 다 울고 난 다음엔 이런 일을 겪게 만들어서 사과를 했는데, 오히려 오늘 널 막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괜찮다 해줬어. 할아버지는 내가 처음으로 집을 뛰쳐나간 게 충격이셨는지 그 뒤부터는 심하게 하시지 않더라. 그땐 참 힘들었지만, 지금 보면 차라리 그런 일이 있었던 게 다행이었단 생각이 들어.
어영부영 고등학생이 됐는데, 하필이면 빡센 학교에 걸렸어. 입학 전 과제가 문제집 두께랑 똑같았지. 그래도 잘 해보려고 수업도 열심히 듣고, 나름대로 노력도 많이 했어. 아마도 선생님들 사이에선 열심히 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은 학생 아니었을까?
반 년을 공부에 치여살았어. 아침 7시에 집을 나서서 저녁 10시에 집에 돌아왔지. 즐거움이라곤 하나도 없었어. 그러다 어쩌다가 위클래스에 가서 상담도 받고, 어쩌다가 부모님도 오시고, 어쩌다가 위센터에 가서 주기적으로 상담을 받게 됐어.
상담을 받으러 갈 때면 조금이라도 숨을 쉴 수 있는 기분이었어. 다섯 번째 상담을 받으러 갔을 때인가, 그제서야 겨우 내 속내를 하나씩 꺼낼 수 있게 됐는데 상담사님이 그러시더라. 다른 애들은 다 잘 버티는데, 왜 너만 못 버티냐고. 그래서 다시 입을 닫았어. 이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해봤자, 난 그냥 부적응자일 뿐이구나 싶어서.
그리고 그 다음 상담부터는 안 가겠다고 했어. 부모님도 이제 됐지? 괜찮지? 하시는데 아니라고 할 수도 없었어. 그 뒤로는 그럭저럭 아무런 생각 없이 지내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난 또 죽으려고 하고 있었어. 이미 전에 부모님이 유서를 봐버린 적도 있어서 유서는 적지 않았어. 꾸준히 쓰던 일기도 훔쳐보는 부모님 때문에 쓰지 않았어.
매일 새벽마다 교복을 차려입고 학생증을 손에 쥐고 가만히 누워있었어. 이대로 뛰어내리면 머리부터 떨어져도 신원확인은 어렵지 않겠지 생각하면서. 그렇게 가만히 누워있다가 새소리를 듣고, 알람 소리를 듣다가 학교에 가기를 반복했어.
1학년 말, 도저히 못 버틸 것 같아서 자퇴를 하고 싶다고 말했어. 2학년 초, 난 자퇴를 했어. 자퇴한 초반은 그 1년 동안 못 잔 잠을 몰아서 자듯, 하루에 17시간씩 자기도 했어. 정말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놀았어. 집에 틀어박혀서 뭘 먹지도 않고 휴대폰만 했어. 내 몸이 망가지는 게 느껴져도 그냥 그렇게 폐인처럼 살았어. 그렇게 사니까 안 그래도 약했던 몸이 더 약해져서 작은 보폭으로 20분만 걸어도 힘들더라. 그래도 딱히 바꿔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 그렇게 폐인처럼 살다가 검정고시를 보고 합격하고 또 놀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폐인생활을 하면서 내 정신건강은 더 좋아졌어. 매일같이 자해를 하던 나는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으로 바뀌었고, 낯선 사람들과 있을 땐 인사 한 마디 하는 것도 어려웠던 나는 웃으면서 크게 인사할 수 있게 됐어.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참 많은 일이 있었어. 내가 자퇴한 걸 안 할아버지는 찾아오셔서 왜 자퇴한거냐, 애들이 괴롭혔냐, 지금이라도 가서 다시 받아달라고 하자. 그렇게 말하시면서 날 끌고 가시려 했어. 이렇게 집에만 있어서 뭘 할거냐며. 그러다가 한숨 쉬고 가시더라고.
어릴 때는 그래도 아빠랑 사이가 나쁘지 않았어. 좋았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난 점점 크면서 난 아빠가 싫어졌어. 이유는 글쎄. 옛날에는 엄마를 힘들게 했다는 사실에 미워했을지도 몰라. 근데 지금은 그냥 그 존재 자체가 싫어.
나한테는 오빠가 있어. 오빠랑 나는 사이가 나쁘지 않았는데, 오빠가 초등학생이었나, 중학생이었나. 정확히 무슨 일이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엄마가 엄청 화내면서 오빠의 휴대폰을 몇 번이고 바닥에 내던졌어. 휴대폰은 산산조각났고, 난 방에서 애써 자는 척을 했지. 오빠가 방에 들어오고, 그날 처음으로 오빠가 소리내서 우는 걸 봤어.
분명 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힘든 사람들을 위로해주고 싶었어. 짧은 글이고, 공감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런 나도 괜찮아졌으니까, 당신들도 괜찮아질 수 있다고.
아무리 더러운 세상이어도, 시궁창같은 인생이어도 마지막에는 참 아름다운 세상에서 아름답게 살았다고 하고 싶었는데
위클래스에서 부모님을 불러서, 엄마가 내 자해와 자살기도를 알았을 때. 말하고 싶지 않았어. 전에도 엄마는 정신과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봤으니까.
엄마 힘든 거 나도 알아. 누구는 안 힘들고, 나만 힘들고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잖아. 나 정말 죽을 것 같으니까 제발 도와달라는 거였을 텐데, 어떻게 그걸 그렇게 넘기는거야?
나는 갇혀서 매일 약을 먹는 삶이 두려웠던게 아니라, 그런 나를 보면서 욕하고 혼자 울 엄마를 보는게 두려웠던거야.
내가 힘들다고 하지 않은 이유는, 걱정 끼치기 싫어서였고, 내 힘듦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취급당할 걸 알아서였고, 말해봤자 변하지 않을 걸 알아서였어.
다 힘들고 자해 안 해본 사람이 어디 있냐고 그러는데, 제발.
다들 힘들다고 그게 괜찮은 게 아니잖아.
그냥 어린 것들이 뭐가 힘드냐고, 본인이 더 힘들다고 불행 대결하고 싶은 거잖아.
너무 우울하고 죽고 싶어서 독한 술 두 병을 사 와서, 빈속에 그냥 들이 부었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때마다 술냄새가 더 짙어져서, 또 그걸 없애겠다고 술을 마시고.
머리는 어지럽고, 세상은 빙빙 도는데. 이상하게 내 정신은 또렷해서.
마치 마취라도 된 것처럼 감각이 먹먹한 팔을 내려보다가, 커터칼을 들어서 손목에 대고 꾹 눌렀어.
정말 세게 눌러서, 어쩌면 이대로 피가 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그대로 그어버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어.
칼을 내려두고 또 내가 바보같아서 울고, 노래를 들으면서 나는 도와줄 사람 하나 없는데, 당신은 있구나. 그런 생각에 또 울고.
그러다 문득 전에 사뒀던 영화가 기억나서 그걸 또 보다가, 올라오는 구역질에 전부 게워내고, 차마 입을 헹굴 생각도 못하고 변기물만 내렸어.
방으로 돌아와서 침대에 쓰러지듯이 눕고, 다시 울면서 잠들고.
일어나면, 입안에 토사물이 남아있어 찝찝하고, 아직도 머리가 무겁고, 속은 쓰리고.
그래서 다시 눈을 감아도, 이미 또렷한 정신은 잠에 들 수 없게 만들고, 그대로 밤을 지새워 멀쩡하게.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고. 또 혼자 방에 들어와 눈물을 흘리고, 다시 죽음을 계획하다 아직은 안된다고 스스로 타이르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온 몸이 차가워져.
그러다가 자해하고 싶은 생각이 들고, 뭔가를 뱉어내고 싶어서 헛구역질을 해.
혀를 내밀어서 토를 하면 눈물이 나고, 그러면 어쩐지 비참한 기분에 잠깐 울어.
울면서 칼을 꺼내들고 손목에 가져다 대면 무서워서 다시 내려놓고, 그러다 눈물이 멎으면 내가 뭘 하는 건가 하는 생각에 다시 칼을 들고
내 뇌가 현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건지, 아니면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내 감정을 멋대로 조종하는 건지 모르겠어.
더이상 올 일 없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왔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보단 조금 더 성숙해졌어.
아, 그래. 그런 때도 있었지.
그때의 나는 정말 힘들었단걸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해.
그래도 지금은 조금 더 마음을 내려놓고 살 수 있게 되었어.
모든 고통을 다 짊어지지 않고 살 수 있게 되었어.
있잖아, 나는 모든 일에 신경질적이고 예민하게 반응하는게 정말 내가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해서라고 생각해왔어.
사소한 일에도 소리지르고 욕하던 내가 비정상이라고 생각했어.
이것도 정상은 아니겠지, 알아.
근데 나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아.
정확히는 내게 일어나는 일에 대해 어떤 반응도 나오지 않아.
이상하잖아, 그렇지?
옛날이었다면 화를 내지는 않아도 조금의 짜증이나 투정정도는 나왔을 일이 지금의 나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습관처럼 지금까지 해왔던 말들을 내뱉고, 나는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않아.
그리고 그 무엇도 하고싶지 않게 됐어.
조금이라도 기분전환을 하기 위해서 좋아하던 노래를 듣기도 하고, 과거의 일도 꺼내보고, 친구랑 같이 밥도 먹어보고...
근데 아무리 해도 나아지지 않더라.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아.
아, 나는 이때 이렇게 반응했어.
정교하게 프로그래밍 된 로봇처럼 그렇게 살고 있어.
나는 내가 화 좀 줄이고, 더 친절해지고, 더 얌전하고 예의바르게 살 필요가 있다고 그렇게 하면 건강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야.
오히려 그런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었던 과거의 내가 가장 건강했던 거야.
잃어버리고 나서야 알았어.
난 다시 과거로 돌아왔는데 잃어버린 건 돌아오지 않았어.
잠이 오지 않아서 해가 뜨고 사람들이 다들 집밖을 나설 시간까지 뜬 눈으로 있었어.
그때까지도 정신은 멀쩡하고, 기분은 더 가라앉아서 오늘 강의도 포기하고 눈을 감았어.
그렇게 십 몇분이 지나 겨우 잠들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채 세 시간도 지나지 않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주고 나도 조금 허기진 느낌이 들어서 빵 한 조각을 의무적으로 먹어치우고 애들을 놀아줄 힘도 없어서 다시 잠들어 한 시간을 자고 일어나.
내가 정상이 아니란 것도, 어쩌면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어릴 적부터 각인된 그 공포가 쉽게 떨어지지 않아.
그냥 나만 참으면 모두 힘들지 않을텐데 굳이 내가 정상이 아님을 밝혀서 신경쓰이고 힘들게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들어.
날 위해서라면 그럴 필요가 있다는 걸 알지만, 이미 몸도 마음도 너무 아파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아.
그냥 빨리 죽고 싶어.
오늘은 제법 괜찮은 날이야.
2년 전의 내 이야기를 들으면서 응, 맞아, 그랬지. 하고 기뻐했다가 같이 아파하기도 하고 결국 과거의 날 보며 웃을 수 있는 날이야.
과거의 나는 딱히 지금의 나에게 보라고 적어둔 건 아니겠지만 나는 미래의 나도 오늘의 나처럼 과거를 추억하며 읽을 수 있게 일기처럼 기록해두려 해.
무엇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나는 지금 딱히 건강이 좋지는 않아. 내 삶에 있어서 사랑은 단 한 순간도 빠진 적이 없었는데, 지금은 내가 사랑을 하기는 하는 건지, 아니 그냥 내가 사랑을 받고는 있는 건지 잘 모르겠어. 그건 정말 내겐 너무 과분한 사랑임이 분명한데도 나는 그 사랑을 의심하고 있어. 누가 보고 욕해도 나는 할 말이 없네.
나 지금은 단식을 하려고 해. 사실 하루이틀 정도는 20:4단식을 했어. 근데 4시간동안 하루에 먹을 세 끼를 한 번에 먹는 느낌이 들어서 그냥 한달 단식하려고. 건강이야 물론 나빠지겠지만 그래도 지금의 나는 살 빼는 게 더 중요해. 이걸 미래에 읽고 있을 때는 이런 걱정 안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더 늙어서 고생하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젊고 건강한 내가 해줘야지. 지금은 인형 하나 마음대로 못 산다고 엉엉 우는 한심한 어른이야. 나중에는 작은 원룸이라도 독립해서 스스로 돈 벌면서 마음에 드는 건 적당히 생각해서 다 살 수 있는 어른이 되었으면 해. 항상 주변에 있는 사람들 소중히 대하고, 사랑하도록 노력했으면 해.
손목이 아파서 더 쓰지는 못하겠다.
다음에 또 생각이 난다면 다시 찾아와서 글을 읽고, 다시 기록을 한 줄 써내려가야지.
오늘도 수고했고, 잘 버텼고, 사랑하도록 노력할게.
안녕, 또 왔네.
사실 요즘 너무 힘들어서, 그래서 다시 찾아왔어.
짧은 시간동안 스트레스 받는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서 또 죽고싶어져서, 그래서 왔어.
있잖아, 나도 알아. 언제까지고 이렇게 살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이제 내 미래를 생각하고 준비해야하는 걸 알아.
근데 나는 미래를 생각하는게 두려워. 내 미래는 모두 부정적일 것 같아. 그리고 무엇을 해야하는지도 모르겠어. 미래를 생각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조차 내게 너무 스트레스야.
무엇 하나 잘 해내지 못하고 노력조차 안하면서 쉽게 낙담하고 세상 모든 불행이란 불행은 다 내 몫인것처럼 불행한 사람 흉내를 내는 내가 너무 역겨워.
그냥 죽으면 다 끝날텐데.
난 평생 날 사랑할 수 없나봐.
미안해, 오늘은 정말 우울하고 스트레스 받아서 내용이 엉망이야.
자꾸만 부정적인 생각이 멈추지 않아서 또 그런 내가 싫어서 울고, 날 위해 노력한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울고, 지금도 이 글을 쓰면서 울고있어.
평생을 우울과 함께 살았는데, 아직도 얘가 적응이 안돼. 그냥 덤덤하게 넘길 수가 없어.
최근 큰 스트레스를 받는 사건이 생겼어.
아마 내가 지금까지 모든 일들을 기억하는 것처럼 미래의 나도 이 일을 기억할 거야. 평생 잊지 않을지도 모르지. 나는 내 이야기를 곱씹어 보는 것을 좋아하니까.
그래, 사실 이게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모르겠어.
나는 지금까지 인생의 절반 이상을 우울과 함께 살았어.
아주 어릴 적부터 나는 나도 모르게 죽음을 원했어. 참 어린 나이인 초등학생일 시절 유서를 적기 그 전부터 나는 이 우울과 함께였었어.
우울이 잠들면 나는 얘가 깨지 않게 조심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고, 일어나면 적당히 상대하며 행복하진 않더라도 느긋하게 휴식을 취했고, 갑자기 몸집을 부풀리면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휩쓸려서 이곳저곳 혼자 상처냈지.
그걸 나는 알아. 아주 오랫동안 함께 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어느정도 상태를 파악할 수 있고 제어할 수 있었는데, 갑자기 숨어버렸어.
난 정말 모르겠어. 분명 여전히 함께였는데, 근데 이렇게 갑자기 사라지는 건 정말 처음 있는 일이라서.
마냥 사라졌다고 좋아하기에는, 우울이 스트레스를 양분삼아 몸집을 키웠는데 내가 그것을 감당하기 어려워 외면하고 있는 것이라면 어떻게 해야하지?
난 어떻게 해야할까?
나 초등학생인가 중학생때는 방학에 정말 방에 틀어박혀서 씻지도 않고 뭘 먹지도 않고 살았었어. 방학이 끝날때가 되어서야 씻으려고 욕조에 들어가서 물을 틀자마자 눈 앞이 캄캄해져서 바로 주저앉고 2분정도 가만히 있었어. 물은 80ml마시니까 더 못먹겠더라. 그리고 오랜만에 엄마랑 외식하는데 국밥이었던 거로 기억해. 한 숟가락 먹고 그만 먹고 싶었는데 꾸역꾸역 두 숟가락을 더 먹었었어. 그러고 배불러서 그만 먹으려했는데 엄마가 나한테 화난 얼굴과 목소리로 다 먹으라고 그러더라. 오랜만에 만났는데 잘 만나지도 못하는데 미움받고 싶지 않아서 혼나고 싶지 않아서 토할것같은데도 꾸역꾸역 밀어넣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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