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단순한 머릿속 세계만은 아니란걸 알것 같기도 해

나는 초4때 처음 자각몽을 꿨어. 겨울에 우리 아파트 앞에서 친구들이 던지는 눈에 맞으면서 슬퍼하고 있었는데 아, 꿈이지 하는 생각이 퍼뜩 들자마자 시야가 맑아지고 내가 친구들을 막 얼리고 그랬거든, 자의로.. 그 이후로 나는 별다른 준비나 방법 없이도 매일같이 자각몽을 꾸게 되었어.. 심지어 꿈을 조종할 수도 있었으니까, 루시드 드림이라고 봐야겠지 초4부터 초5까지, 매일 밤마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을 불러 놀고 원하는 곳에 가고, 마법도 부려보고 마치 무대 연출가처럼 내가 원하는 배경, 인물, 장면을 상상하면 그게 그대로 짜맞춰지면서 나왔어 그땐 순수하던 시절이라 루시드 드림을 악용해서 사람을 괴롭히거나 사리사욕을 챙기거나 한 적은 없었어 대부분.. 마법을 써서 악당들을 물리치고, 친구들과 놀러가고, 가족이 다 모여 노는 그런 식으로 놀았어

이름없음 2021/07/13 21:30:04 ID : 2mmpTRxCqo1

그런데 초6부터는 나도 게임을 하기 시작하고, 친구들도 달라지고 하다 보니까 저절로 꿈에서 원하는 내용도 달라지더라고, 점점 내 멋대로 굴고 싶어지고, 어차피 꿈인데? 하는 생각이 강해졌어 점점 도를 넘는 행동을 하기 시작하고, 루시드 드림이랑 자각몽은 내 만행을 알았는지 중1 초반에 딱. 멈췄어 그 이후론 한번도 꾸지 못했어. 아무리 노력해도 꿔지지 않았어 그러다가 중3 쯤일까, 갑자기 다시 꿈 내용들이 기억나고 자각몽을 꾸게 됐어 처음엔 익숙한 기분이 들어서 루시드 드림인줄 알았어. 그래서 몸에 익은대로 사람을 부르고 놀았지. 근데... 내가 원하는게 왜곡돼서 나오는거야

이름없음 2021/07/13 21:35:19 ID : 2mmpTRxCqo1

예를들어 난 마법을 쓰려고 했는데 연기만 난다거나, 원하는걸 먹으려 했더니 녹아버린다거나, 사람을 조종하려 했더니 반대로 움직인다거나. 이게 아닌데 싶었어. 분명 꿈인걸 자각하고 있었고 깨어났을때도 꿈 내용이 기억 났는데, 전혀 내 마음대로 안 되는거야 그리고 내가 비참하리만큼 내 마음대로 하려고 매달리니까 점점 더 심각해지더라고 뭔가 좋아하던걸 먹으려고 했는데, "먹고 싶어? 먹어보던가" 하는 여자 목소리가 하늘에서 들리고 내가 음식에 입을 대자마자 녹아내리면 여자 웃음소리가 계속 났어 사람을 조종하려고 하면 그 사람이 날 보고 비웃고 여자도 똑같이 비웃었어 원하는 곳에 가려고 하면 항상 길을 잃었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부르면 보기 싫은 사람 얼굴이 합성돼서 나왔어

이름없음 2021/07/13 21:43:39 ID : 2mmpTRxCqo1

깊게 생각한적은 없지만, 그 여자는 소위 말하는 내 꿈 관리자였을지도 몰라. 난 꿈속에서 내 멋대로 굴었던 것에 대가를 치르는것 같아. 고등학교 1학년까지 그렇게 농락을 당했고, 그건 또 어느순간 뚝 끊겼어. 이젠 매일 꾸는 꿈 내용조차 거의 기억이 안나.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온 것 같아. 조금 달라진게 있다면.. 꿈 내용이 가끔 기억이 나면, 전부 정말 좋은 꿈이었고 농락이 뚝 끊긴 이후로는 3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번도 악몽을 꾼적이 없어. 기억이 안 나니 장담은 못 하지만.. 대부분 꿈을 안 꾸고 푹 잤을거야 내 인생에서 가장 독특했던 경험 중 하나였던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