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레딕

기분은 좀 나빴는데 대충 밥 먹고 교실 들어갔엉 암튼 나 그 날 집 가서 엄청 일찍 잠 들어서 친구들 연락 아예 못 봤는데 단페방이 난리가 난거야 무슨 페메 캡쳐한거 막 보내져있고 오~ 김스레~ 이런 내용 막 있고 잠결에 대충 확인하고 내일 일어나서 봐야겠다 하고 덮어놨는데 애들이 싹 다 보내기 취소 해놨더라…?

어제 급식같이 먹은 친구들 다 있ㄴ느데서 물어보니까 대충 자기가 엽사 보냈는데 너무 심각해서 지운거였다고 얼버무리길래 거짓말 못 하는 친구한테 물어보니까 최 누구(이름이 누구가 아니라 ㄹㅇ 기억이 안나서 누구라고 했던거야!)가 날 소개시켜달라고 했다는거야

당황스러웠는데 폰 확인해보니까 최씨인 우리 학교 남자애가 친신 보내놨길래 신청 받아주고 페메를 시작했는데 애가 너무 노잼인거야…

그냥 그렇게 마음 없이 진짜 연락만 하는 후배…? 인사하면 받아주고 정도로만 생각하고 지냈는데 얘가 내 앞에서는 엄청 목소리톤도 높고 이상한 짓? 약간 관심을 끌려는 짓을 많이해서 별로 호감이 없었는데 얘 친구들이랑 얘기하는거 보니까 엄청 어른스럽고 목소리도 중저음이고 왜 나한테는 이런 모습 안보여주나 싶은거야…

편의상 얘 이름을 최누구 라고 할게!

뭔가 내가 생각하던거랑 완전 다르게 차분하고 애가 알고보니까 공부도 엄청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매력둥이라서 약간 나도 호감을 갖고 있는 상태로 여름방학이 됐어

누구가 방학동안 어학연수를 갔다왔는데 글쎄 거기서 마음을 다잡았는지 이제 날 대하는 태도가 아예 달라진거야… 말투도 원래는 “아 헐 진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러던 애가 “아 네” 이러고 이젠 마주쳐도 아예 모르는척 하길래

친한 후배들이랑 걔랑 친한 친구들 싹 다 시켜서 물어봐달랬더니 글쎄 ㅋㅋㅋ

원래는 최누구가 작년부터 좋아하던 이정정 이라는 애가 있었는데 걔랑 싸워서 잠깐 연락이 끊긴 사이에 내가 눈에 띄어서 날 조금 좋아하다가 방학 동안에 이정정이랑 다시 연락이 되니까 걜 다시 좋아하기로 마음을 먹은거라는거야

정말 … 난 … 귀를 의심했어………..

근데 뭐 내가 얠 약간의 호감 정도로만 생각했지 깊은 사이는 아니라서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했었는데 뭔가 너네 그런 기분 알아? 내가 좋아하던애가 날 좋아한다 그러면 급격히 호감도 떨어지는거?

얜 아예 그 반대니까 점점 얘가 좋아하지는거야 나도 왜 그런지는 모르겠어… 그냥 좋은점만 보이고 연락할때는 예쁘다 귀엽다 애기같다 그러고 전화도 하고 얘는 공부도 잘해서 나 모르는 문제도 알려주고 다 하다가 학교에서만 보면 애가 나한테만 쿨해지니까 미치겠는거야

정말 매번 얘 때문에 울었던거 같아 우리 학교는 모든 수업이 이동수업이라 얘 시간표 다 외운 다음에 우연인척 그 반 가서 놀다가 마주친척 하고 전에도 한번 날 좋아했던 앤데 다시 또 날 못 좋아할까? 라는 어리석은 마음이 컸던 거 같아

매번 약간 선 넘은 말 해도 “누나 화났어ㅠㅠ?” 이러면 다 용서해주고 넘어가주니까 점점 마음이 너덜너덜 해지길래 더 상처 안 받으려고 점점 마음을 접어가서 이젠 아예 마음을 접은 시점이 거의 졸업 한 두 달 남았을 때쯤??

말만 접었다하지 걔 이름만 나오면 바로 달려가고 쳐다보고 그랬었어 ㅋㅋㅋ

그러다가 정말 졸업 얼마 안남았을때 최누구랑 친한애들이 날 따로 부르길래 따라가봤더니 너 최누구한테 아직도 마음 있냐는거야

마음 접은지 얼마 안됐고 진짜 체육 하다가 울고 도라에몽 보다가 울고가 일상이라서 더 이상 안좋아한다 해ㅛ더니 에이 너 최누구가 고백하면 안 받아줄거야? 이러는거야

그게 뭔소리냐고 물었더니 걔가 다시 날 좋아한대 그러니까 잘 해보라는 식으로 얘기를 꺼낸거여ㅛ어

이게 왜 고민?? 잘못 쓴 거 아니야?

날 갖고 노나 싶었는데 말했잖아… 말로만 접었다 하고 다닌거라고… 행복회로 돌리면서 하필 동아리도 바로 옆 교실이라 맨날 이런저런 핑계대고 찾아가고 한번씩 쓱 보고 행복한 날들만 펼쳐질 줄 알았는데

어머나? 초반에 말했던 이정정이라는 애 타임라인에 걔가 예쁘다면서 분홍샏 하트 도배해놓은 게시물을 내가 봐버린거야

너무 충격적이고 속상하고 화나고 말론 다 표현 못 할 감정이 들어서 최누구를 제일 잘 아는데 나도 제일 잘 아는 친구한테 엄청 뭐라 그랬어 욕도 엄청하고 또 환승 당한거냐고 화냈는데 그 친구가 다음날

원래 절대 먼저 전화 잘 안하는 친군데 전화로 야… 너 ㅈ됐어… 이러는거야

왜그러냐했더니 이 친구는 폰을 안내는 친군데 최누구가 잠깐 폰 빌려달라하길래 잠깐 빌려주고 양치하고 왔더니 반 분위기가 이상해져 있었다. 보니까 최누구가 나랑 그 친구가 신나게 최누구 뒷담 깐 내용을 하나하나씩 다 읽고 있었고 다른 친구가 뭐하냐면서 폰을 뺏은 상황이었대

걔가 차라리 따지고 싸웠더라면 그나마 다행이었을텐데 아예 대화를 싹 지워버렸도라고… 차단만 안했지 내용이랑 뭐 다 지웠더라… 졸업식날에는 또 축하해준다고 걔가 먼저 연락 해주길래 그렇게 아직까지도 가끔씩 연락 하고 있고

사실 나 작년까지도 얘 좋아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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