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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앵커판 팬스레 💌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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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스레주, 당장 돌아오지 못할까!? (110)
20.붕어빵 (218)
주인공의 이름
ex)김민지
주인공
[이백합] 17세.
등교하다 세상이 미연시가 된 불운의 학생. 약간 소심하지만 씩씩한 성격. 다크서클 위로 동그란 안경을 쓰고 적갈색의 머리칼을 하나로 묶었다. 전체적으로 순한 인상. 아이돌 릴리스를 좋아한다.
공략 대상
[윤아람] 17세. (현재 호감도: 12)
차분하고 조용한 외모와 성격을 가졌다. 어딘가 위태위태한 분위기와 흐릿한 미소를 장착하고 모두에게 친절하기로 유명하다. 가을이 떠오르는 이미지다. 고양이를 좋아한다.
[주세현] 17세. (현재 호감도: 6)
싸늘하고 날카로운 외모와 성격을 가졌다. 톡 쏘는 말투와 눈빛 때문에 괜한 오해를 산 이후로 마음의 문을 꽁꽁 닫았다. 창백할 정도로 새하얀 피부에 머리카락은 허리까지 내려온다. 겨울이 떠오르는 이미지다. 책을 좋아한다.
[서연조] 17세. (현재 호감도: 8)
눈웃음이 매력적인 쾌활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의 학생. 오른쪽 눈 밑에 눈물점이 있다. 웃으면 보조개가 핀다. 구릿빛 피부에 가끔 피어싱도 낀다. 친화력 만렙. 유쾌한 성격 뒤에 높은 벽이 있다. 현재까지 그 벽을 통과한 건 소꿉친구인 명수진이 전부. 여름이 떠오르는 이미지다. 바다를 좋아한다.
[명수진] 17세. (현재 호감도: 15)
버섯 같은 단발머리에 언제나 방긋방긋 웃고 있다. 착하고 다정한 성격으로 인기가 많다. 소꿉친구인 서연조조차도 명수진이 화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작은 키 때문에 요정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봄이 떠오르는 이미지다. 꽃을 좋아한다.
-띠리리리링딩띵디딩!
알람이 우렁차게 울렸다. 비몽사몽 한 머리를 부여잡고 손을 뻗어 핸드폰을 찾아 헤맸다. 오늘은 새 학기 첫날이다. 그래서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려고 이른 시간에 알람을 맞췄더니 눈 뜨기가 힘겨웠다.
"어우... 지금 몇 시지?"
겨우 찾은 핸드폰을 들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시간은 였다. 9시까지 등교하면 되니 시간이 모자라진 않다. 가벼운 터치 한 번에 알람을 끄곤 다시 침대에 드러누웠다. 아 진짜 너무 졸리다. 그냥 잘까?
╔══════════╗
1. 그대로 잠에 든다
╚══════════╝
╔══════════╗
2. 5분만 더... 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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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일어나서 학교 갈 준비를 한다
╚════════════╝
이 골라줘!
마음을 다잡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비척비척 화장실로 걸어가며 하품을 하는데 갑자기 걱정이 밀려왔다. 새 학기 첫날에 고등학교 첫날이니까..... 자기소개하겠지? 연습해야 하나? 안녕, 내 이름은 이 백합이야. 또 뭐라고 하지? 잘 부탁한다고 하면 되나?
꼬리에 꼬리를 문 생각들은 머리를 감으면서도, 아침을 먹으면서도 계속됐다. 그러다 교복을 입을 즈음에는 교실에서 제발에 넘어져 창피를 당하는 상황까지 염려하고 있었다. 백덤블링으로 멋지게 교실 바닥에 착지해 반 아이들의 박수를 받는 실없는 상상을 하다가 거울 속의 나와 눈이 마주쳤다.
동그란 안경을 쓰고 머리를 하나로 묶은 여자애가 양말을 신다 말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외모는 무난 무난했다. 전체적으로 순한 인상에 예쁘다는 말보단 귀엽다는 소리를 더 듣고 살았다. 다크서클이 조금 있긴 하지만, 이 대한민국에 다크서클 없는 학생이 어디 있단 말인가? 난 스스로 합리화하며 내 최대의 콤플렉스인 눈 밑 다크서클을 꾹꾹 눌렀다. 마음 한 구석이 쓰라렸다.
철컥-
현재 시각 8시. 집 밖으로 나왔다. 학교는 우리 집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이니 교실에 일찍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미리 적당한 자리를 잡으면 좋겠다. 일단 맨 앞자리만 아니면 될 것 같다. 그렇다고 너무 뒤도 싫은데. 시력이 시력이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 갈림길에 도착했다. 하나는 공원을 가로질러 가는 길이고, 나머지 하나는 상가 쪽 길이었다. 방학에 미리 와봤었는데...... 학교 가는 길은 다른 길이었던 것 같은데...... 근처에 호떡집이 있던...... 그래! 바로 저기! 서둘러 달려가 본 그곳엔 공사 중이라는 팻말이 세워져있었다. 이렇게 된 이상 둘 중 한곳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어느 쪽으로 가지?
╔═══════╗
1. 공원 쪽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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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상가 쪽 길
╚═══════╝
고민하다 공원 쪽 길로 가기로 했다. 아직 꽃이 피진 않았지만 그래도 잘 가꿔진 식물들을 보면 마음에 안정이 올 것 같았다. 그리고 꼭 그랬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이 내 머리칼을 살랑이며 간지럽혔다. 쌀쌀하다고 느낄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왠지 기분이 좋았다.
학교가 보이고 공원의 끝이 다가왔다. 집에서 공원을 가로질러 학교까지 가는 길은 약 15분 정도가 걸렸다. 나쁘지 않았다.
그때, 어디선가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얼른 핸드폰을 내리고 곁눈질로 고양이를 찾았다. 벤치 위에 귀여운 치즈 색 고양이🐱가 골골 소리를 내며 식빵 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엔 쪼그려 앉아 고양이를 쓰다듬는 한 사람이 있었다.
굽이치는 갈색 머리카락과 언뜻 보이는 얼굴에 눈이 부셨다.
와 저 사람 진짜 예쁘다......
하지만 내가 볼 수 있는 건 그 예쁜 사람의 뒷모습뿐이었고 나는 금세 고양이에게로 관심을 돌렸다. 너무 귀엽다. 너무 앙증맞아. 나도 한 번 만져보고 싶다...... 공원에 고양이가 사는 줄은 몰랐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간식 사서 들고 다닐걸..... 앞으로는 그래야지!
핸드폰을 다소곳하게 쥐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고양이를 바라보던 나는 쪼그린 자세가 불편했는지 쭉 일어섰다가 갑자기 홱 고개를 돌린 그 미인과 눈이 마주쳤다.
"어......"
정면으로 마주친 그 애는 우리 학교 교복을 입고 있었다. 학생이었네. 분위기만 보곤 대학생인 줄 알았는데. 아니, 우리 학교라고? 그보다 나 얼마나 오래 눈 마주치고 있었지? 어, 어떡하지?
╔═══════════════════╗
1. 우물쭈물거리다 겨우 고, 고양이 사진...
╚═══════════════════╝
╔═══════════════════╗
2. 같은 학교잖아?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넨다.
╚═══════════════════╝
╔═════════════╗
3. 눈을 피하고 조용히 갈 길 간다.
╚═════════════╝
╔═══════╗
4.
╚═══════╝
선택은가!
╔═══════════════════╗
1. 우물쭈물거리다 겨우 고, 고양이 사진...
╚═══════════════════╝
╔═══════════════════╗
2. 같은 학교잖아?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넨다. 🔒
╚═══════════════════╝
╔═════════════╗
3. 눈을 피하고 조용히 갈 길 간다.
╚═════════════╝
╔══════════════════════╗
4. 상대방에게 관심이 없는척 고양이에게로 다가간다.
╚══════════════════════╝
선택
"아......! 저 그 고, 고양이 사진......"
우물쭈물하다가 겨우 말을 내뱉었다. 끝을 얼버무리긴 했지만 뒤에 올 말이 사진을 찍으려고라는 것은 알 수 있을 것이다. 내 손에 든 건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핸드폰이었고, 고양이를 향해 있었으니까. 내 예상대로 그 애는 이해했다는 표정으로 몸을 틀었다.
"아, 죄송해요. 비켜드릴게요."
"아, 아뇨. 괜찮아요! 죄송해하실 필요 없어요! 가, 감사합니다아......"
왠지 모르게 주눅이 들었다. 나는 조심조심 고양이에게 다가가 찰칵찰칵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옆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아까 그 애처럼 쪼그린 자세로 어정쩡하게 있다가 일어나려 몸을 움직였다. 그러다 옆에 있던 그 애와 또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저기, 혹시 청명고등학교 학생이세요?"
"네? 네네. 맞아요......"
"저돈데, 신기하네요."
사실 아까 교복을 보고 나서부터 그 애와 내가 같은 학교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나는 애써 놀란 표정을 치며 맞장구를 쳤다.
"이것도 인연인데, 통성명이나 할까요? 저는 이라고 해요. 나이는 열일곱 살이고요."
그렇게 말하며 악수를 청하던 그 애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공략대상 1의 이름을 지어줘!
ex) 차가을
"이것도 인연인데, 통성명이나 할까요? 저는 윤아람이라고 해요. 나이는 열일곱 살이고요."
"앗, 저도 열일곱이에요! 이백합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깜짝 놀라 두 손으로 악수를 했다. 뭔가 비굴한 간신배 같은 자세였지만, 아람이는 깔깔 웃더니 자기도 잘 부탁한다고 했다. 아람의 눈이 반달처럼 사르르 접혔다. 웃으니까 인상이 확 달라지네...... 나는 어쩐지 그 얼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핑퐁핑퐁 한 마디 한 마디씩 건네다 보니 말도 놓고 우리가 같은 반인 것도 알게 되었다. 같이 앉자고 약속하라며 내미는 아람의 새끼손가락에 내 손가락을 엮었을 땐 어쩐지 휘말린 것만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도 그럴게 아람은 차분한 인상에 말 수도 적을 것만 같이 생겼는데 생각보다 말도 많고 친화력도 좋았다.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다니, 나는 쓰레기야...... 나는 속으로 나 자신을 꾸짖었다.
"아는 사람이 없어서 걱정했는데, 백합이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람이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조용한 목소리로 조잘대는 아람이와 걷다 보니 어느새 학생들로 붐비는 교문 앞에 도착했다. 시간이 꽤 지체돼서 내가 원하는 자리에 앉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는 한 발 한 발을 교문 쪽으로 내디뎠다.
그런데...... 교문 위에 이상한 게 떠 있었다.
ʷᵉˡᶜᵒᵐᵉ!
╔═════════════╗
ㅣ ㅣ
♡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
ㅣ ╭────╮ ㅣ
♡ 시작하기 ♡
ㅣ ╰────╯ ㅣ
╚═════════════╝
미친, 저게 뭐야?
내가 교문을 막은 저 거대한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바라보는 사이, 어떤 학생 하나가 교문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곤 마치 홀로그램에 손을 뻗은 것처럼 가볍게 스쳐 지나갔다. 영화에 나오는 로봇 시스템 같기도 한 무언가는 그 학생이 통과하자 잠깐 일렁였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내가 멍하니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자, 아람이는 갑자기 멈춰 선 내가 이상했는지
"백합아 뭐해? 가자."
라고 말을 걸었다. 나는 바보 같은 표정으로 아람이를 쳐다봤다. 아람이는 저게 안 보이는 걸까?
╔═════════════════════╗
1. 아람에게 아, 아람아 너는 저게 안 보여?라고 묻는다.
╚═════════════════════╝
╔═════════════╗
2. 무시하고 스쳐 지나간다.
╚═════════════╝
╔═══════╗
3.
╚═══════╝
선택은
나는 그냥 무시하고 스쳐 지나가기로 결정했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좀 긴장돼서?"
"그래? 사실 나도 좀 긴장돼."
내가 피곤해서 헛것을 보나보다. 어제 잠을 설쳤더니 몸 상태가 영 별로네. 그래. 그런 거야. 이 백합. 정신 차려. 의식하지 말자...... 의식하지 말자......
나는 내 뺨을 가볍게 두들긴 후에 교문으로 서서히 걸어갔다. 손에는 땀이 흥건했다. 나는 손을 옷에 벅벅 문지르며 눈을 질끈 감았다.
텅-
"아악!"
머리가 아팠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뒤로 넘어진 나는 엉덩방아를 찧었다. 하지만 엉덩이보다 이마와 코가 더 아팠다. 전에 백화점에 갔을 때, 핸드폰을 보고 걷다가 유리벽에 얼굴을 박은 적이 있었다. 지금이 딱 그런 느낌이었다.
"백, 백합아 괜찮아?"
아람이가 손을 내밀어 나를 일으켜줬다. 아직도 머리가 띵했다. 내가 휘청이자 아람이가 내 어깨를 잡아 부축했다.
"아으, 이마...... 이마가 너무 아파......"
"뒤로 넘어졌는데 이마가 아프다고......?"
내 중얼거림에 아람이 이상한 표정을 지었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저 홀로그램. 저 홀로그램에 이마가 닿았을 때 나는 투명한 막이 내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튕겼다. 확실하다. 저 홀로그램에 닿자 튕겨져 나오듯 뒤로 넘어졌다. 아니! 아까 걔는 멀쩡히 지나갔잖아! 왜 나한테만!
나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멀쩡히 떠 있는 저것을 노려보았다.
ʷᵉˡᶜᵒᵐᵉ!
╔═════════════╗
ㅣ ㅣ
♡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
ㅣ ╭────╮ ㅣ
♡ 시작하기 ♡
ㅣ ╰────╯ ㅣ
╚═════════════╝
설마......
저 시작하기 버튼을 눌러야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겠지?
╔═════════════════════╗
1. 아람에게 아, 아람아 너는 저게 안 보여?라고 묻는다.
╚═════════════════════╝
╔═════════════╗
2. 무시하고 스쳐 지나간다.
╚═════════════╝
╔═══════════╗
3. 시작하기 버튼을 누른다.
╚═══════════╝
그 말은 즉슨 그 선택지는 완전 랜덤뽑기 같은거네?? 예측불가의 상황이 되겠구먼...... 근데 그러면 다 랜덤만 고르고 나의 선택지는 버림받을 수도...ㅠ 투표를 받아보자
~까지 스레주가 쓰는 선택지 말고 레더들이 쓰는 선택지가 어떤 방식이면 좋겠는지 골라줘 더 많은 표를 받은 걸로 하자!
1. 먼저 고른 후에 선택지 확인
2. 쓴 후에 내용 다 알고 선택지 고르기
둘 중 하나 골라줘 다른 의견도 조아
나는 2번이 나은거 같다고 생각해
스레 잘 진행하는 도중에 갑자기 어그로가 찾아와서
'제자리에서 똥을 싼다' 같은 분위기 확 깨는 요상한 선택지로 둔갑시킬 수 있으니까 위험한 거 같음
이미 과반수가 넘어서 여기서 끝낼게! 여러분의 의견을 반영하여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겠어용 다음 글 열심히 써올게! 참여해준 레더들 전부 고마워!
'이건 미친 짓이야.'
나도 잘 알았다. 애초에 이게 현실일 리가 없다. 아마 꿈을 꾸고 있나 보다. 그게 아니라면 이 현상이 설명이 안된다. 이마가 아직도 얼얼하지만 원래 꿈은 다 진짜 같다. 예전에 배가 칼로 난도질당하는 꿈을 꾼 적이 있는데 그때도 진짜 너무 아팠다. 깨고 나니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꿈속에서는 정말 아팠다. 비록 그때는 내가 꿈을 꾸고 있는 줄 몰랐고 지금은 내가 자각하긴 했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내 말은...... 저걸 눌러도 되지 않을까?라는 거다.
나는 아직도 영롱하게 떠 있는 '시작하기'라는 글귀를 바라보았다. 누가 봐도 '나 좀 눌러 주세요.' 하고 있는 모양새였다. 대놓고 수상했지만 저게 교문을 막고 있어서 학교에 갈 수가 없었다. 어차피 이건 꿈이고, 꿈에선 내 맘대로 해도 되니까...... 반쯤은 호기심이었다. 한 번 누르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거라는 걸 짐작했지만, 그럼에도 나는 비틀거리는 척을 하며 시작하기 버튼을 눌렀다. 뾰롱!이라는 유치한 사운드가 들렸다.
그 순간 눈 앞이 점멸했다. 새하얀 빛이 앞을 가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빛이 서서히 사라지고 흐릿하게 앞이 보이기 시작할 때쯤, 겨우 눈을 떴다.
윤아람▲
〔호감도 〕
와 씨, 저게 뭐냐.
처음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이제 진짜 시작이라는 듯, 아람의 머리 위에 떠오른 호감도 시스템이었다.
윤아람의 호감도 10~20 다이스
히읗히읗 원래 현실도피 한 번은 해줘야 하잖아-스레주-
ㅎㅎ프롤로그 끝! 이제 진짜 시작이네! 그런 의미로 작은 공지가 있어~ 이제부터는 레더들이 고르는 백합이의 행동은
╔═══════╗
╚═══════╝
이 각진 네모를 쓸 거고,
백합이가 고르는 미연시의 선택지는
╭──────────╮
╰──────────╯
이 끝이 둥근 네모를 쓸 거야~ 어차피 후자도 레더들이 고르는 거긴 한데 이렇게 차이를 두면 좀 더 보기 편할 것 같아서!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해!
윤아람▲
〔호감도 11〕
솔직히 나도 내가 무슨 정신으로 학교에 들어가고 계단을 올랐는지 모르겠다. 일단 꿈이라고 인정하니 마음이 편해져서는 아니다. 그저 아람의 호감도가 내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들어서 인 것 같다. 생각해보자. 보통 미연시 게임은 호감도가 0인 상태에서 일정 호감도를 달성하거나 호감도 100을 찍어 엔딩을 보는 게임이다. 나는 오늘 윤아람을 처음 만났다. 그리고 게임 시작 버튼은 교문에서 눌렀다. 그런데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호감도가 11이다? 차라리 공원에서 아람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미 게임이 시작돼 그 대화하는 사이에 호감도가 쌓였다고 하는 게 더 말이 된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도 게임은 진행 중이었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소름이 돋았다.
"야."
내가 괜히 팔을 문지르고 있던 그때, 뒤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의 행방을 찾아 고개를 돌린 나는 깜짝 놀랐다. 목소리의 주인이 하얀 피부를 가진 눈의 여왕을 연상케 하는 미인이어서가 아니다. 내가 놀란 이유는......
"길 막지 말고 비켜."
▲
호감도 0
호감도 -1
〔호감도 -2〕
공략 대상으로 추정되는 그 애의 호감도가 실시간으로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호감도가...... 마이너스일 수도 있나? 근데 내가 뭘 잘못했길래 저렇게 뚝뚝... 아!
그제야 나는 내가 교실 뒷문을 막고 서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그때, 어디선가 들어본 뾰롱! 소리와 함께 선택지가 떴다.
~Choose~
╭─────────────────────╮
헉, 내가 문을 막고 있는 줄 몰랐어... 진짜 미안해.
(길을 비켜준다.)
╰─────────────────────╯
╭──────────╮
어, 미안(몸을 살짝 튼다.)
╰──────────╯
╭────────────────────╮
앞문으로 가면 되지 존나 띠껍네; (비켜주지 않는다.)
╰────────────────────╯
...... 이게 뭐야? 그리고 이상한 게 하나 껴있는 것 같은데?
공략대상2의 이름
ex)남겨울
이 선택
주세현▲
〔호감도 -2〕
"어, 미안."
나는 몸을 살짝 틀며 말했다. 주세현은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내 어깨를 툭치곤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주세현의 머리 위에 떠있는 호감도 창을 봤다. 호감도는 더 이상 오르거나 떨어지지 않았지만 일단 마이너스였다. 나는 푹 한숨을 쉬었다.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주세현과는 분명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그 애의 손에 들린 문제집에 적힌 '주세현'이나 그 애의 머리 위만 봐도 이름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주위를 쭈욱 둘러보았다. 모든 학생의 머리 위에 이름이 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마 내가 공략해야 할 '캐릭터'들에게만 주어지는 것 같았다.
"백합아! 왜 안 들어가고 있어?"
윤아람▲
호감도 +1
〔호감도 12〕
그래. 얘처럼. 아람이 나를 반겼다. 나는 아람의 머리 위에 떠있는 그것... 그냥 시스템 창이라고 부르겠다. 아무튼 그 창을 바라봤다. 혼자 들어가기 뻘쭘해 서있었던 건데 아람은 화장실에 갔던 자신을 기다려준 것으로 착각했는지 호감도가 늘어있었다. 그래 봤자 1이긴 하지만.
"나 기다려준 거야? 고마워. 이제 가자."
좀 떨떠름했지만 대충 수긍하고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아, 참 그리고 아람과의 약속은 못 지키게 되었다.
"같이 앉을... 자리가 없네...?"
아까 주위를 둘러보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우리가 좀 늦게 왔는지 자리는 딱 네 자리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것도 1 분단, 2 분단, 3 분단 다 따로따로 떨어져 있는 자리였다. 나는 아람에게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그러게...라고 대답했다. 아람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1 분단 첫 번째 자리에 앉았다.
유감스럽게도 네 개의 빈자리 중 하나 빼고 다 옆자리 사람들의 머리 위에 호감도 시스템이 반짝였다. 그 세 개 중 하나에 윤아람이 앉았으니 이제 남은 자리는 공략 캐 옆자리 두 자리와 옆자리에 아무도 없는 자리 하나뿐이다. 자, 그럼 나는 어디 앉지?
╔══════════════╗
2 분단 네 번째 줄(의 옆자리)
╚══════════════╝
╔══════════════╗
3 분단 첫 번째 줄(주세현의 옆자리)
╚══════════════╝
╔════════════╗
3 분단 마지막 줄(아무도 없음)
╚════════════╝
공략대상 3의 이름을 정해줘
ex)한여름
선택
나는 고민하다가 2 분단 네 번째 줄에 앉았다. 맨 앞자리는 부담스럽고, 맨 뒷자리는 잘 안 보이니 남은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조용히 가방을 걸이에 건 나는 내 옆자리 여자애를 바라보았다. 긴 머리를 높게 묶은 그 애의 오른쪽 눈 밑에는 눈물점 하나가 박혀있었다.
서연조▲
〔호감도 0〕
내가 의자 끄는 소리를 내며 자리에 앉자, 구릿빛 피부를 가진 내 짝꿍은 그제야 보조개 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안녕!"
"어... 안녕?"
서연조▲
호감도 +1
〔호감도 1〕
시원시원한 눈매의 서연조가 악수를 요청해왔다. 얼떨결에 아까 윤아람과 나눈 악수처럼 양손으로 악수를 했다. 서연조는 호탕하게 웃으며 내 이름을 물었다.
"뭐? 이름이 백합이야? 그럼 동생 이름은 홍합인가?"
"아니. 그냥 민지인데......"
서연조▲
호감도 -1
〔호감도 0〕
얘 뭐지. 설마 농담 안 받아줬다고 그러는 건가. 근데 그렇다고 호감도가 바로 떨어져? 이 게임 난이도가 왜 이래?
"대신 나 중학교 때 별명이 홍합이었어."
"아하하!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서연조▲
호감도 +1
〔호감도 1〕
...... 그냥 얘가 성격이 특이한 걸 지도. 나는 다시 오른 호감도를 보며 떨떠름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어쨌든 서연조의 캐릭터는 확실히 알겠다. 유쾌하고... 긍정적인 인싸. 차분하고 성숙한 이미지의 윤아람과는 확연히 달랐다. 주세현과는 좋지 않은 첫 만남이었어서 그쪽의 원래 성격은 잘 모르겠다.
교실 앞 문이 열리며 인자한 미소를 띤 사람이 들어왔다. 정황상 담임선생님인 것 같았다. 그리고 내 예상이 맞았다. 담임 선생님은 내가 너희 담임이고 앞으로 1년 동안 잘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조회를 시작하셨다.
선생님이 한 달 동안은 이 자리 그대로 가며 자리는 한 달에 한 번씩 바꾼다는 말씀을 하실 때 서연조가
'잘 부탁해!'
하고 주먹을 내밀고 속삭이길래 주먹 인사를 원하는 건가 싶어 똑같이 주먹을 내밀어 부딪혀줬더니 호감도가 2 오른 것 빼곤, 조용한 조회 시간이었다. 나는 서연조가 세 보이는 겉모습과 다르게 속은 의외로 단순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얼핏 한 것도 같았다.
윤아람은 조회가 끝나자마자 자기 짝꿍을 데리고 내 자리로 찾아왔다. 서연조는 윤아람의 짝꿍과는 이미 알던 사이였는지 반갑게 웃으며 아는 척을 했다. 나도 가볍게 통성명을 했다.
"안녕? 난 라고 해. 넌 이름이 뭐야?"
"난 이백합이야. 잘 부탁해."
오늘만 자기소개를 몇 번 하는지 모르겠다고 벌써 기 빨린다는 생각이 들 때쯤, 갑자기 눈앞에서 팡파르와 함께 꽃가루가 날리면서 팝업이 떴다. 어우 진짜 폭죽인 줄 알았네. 깜짝이야. 나는 환각처럼 몇 번 반짝이다 사르르 녹듯이 사라지는 꽃가루를 보다가 팝업으로 시선을 돌렸다.
●▤업적 달성!
╔═════════════╗
ㅣ ㅣ
✰ 𝗟𝗲𝘃𝗲𝗹 𝗨𝗽! ✰
ㅣ ╭───────╮ ㅣ
✰ 𝕃𝕧.𝟘 ➪ 𝕃𝕧.𝟙 ✰
ㅣ ╰───────╯ ㅣ
╚═════════════╝
이건 또 뭐야? 이 게임 레벨도 있어? 나는 갑작스럽게 뜬 팝업을 살펴보았다. 왼쪽 위 업적 달성!이라는 글씨를 보면 내가 뭔 갈 한 것 같은데... 나는 글자 옆 목록 아이콘과 빨간 점을 보며 생각했다. 음... 한 번 눌러볼까?
╔═══════╗
눌러본다.
╚═══════╝
╔═════════╗
눌러보지 않는다.
╚═════════╝
공략 대상 4의 이름을 지어줘!
선택
흐엑 공략대상 4는 예시를 안 들었네. 공략대상 4의 예시이름은 '여이봄' 이었어!! 이쯤되면 눈치챈 레더들도 있겠지만... 공략캐들은 예시로 든 이름이 각각 여이봄/한여름/차가을/남겨울 이야! 캐릭터들을 봄여름가을겨울 컨셉을 짠 거여서 그랫. 물론 지금은 명수진/서연조/윤아람/주세현이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수진이는 봄 같이 따스한 느낌 연조는 여름 같이 열정적인 이미지 이런 식으로 상상해줬으면 한다 이거였어! 너희들이 상상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해~^^
그리고 조회수 200이 넘었던데 정말 고마워ㅠ 앞으로도 열심히 할게!
갠적으로 궁금한건데 이 분은 누구셔...? 마지막 해달까지 너무 귀여우시다....♥♥
나는 목록 옆에 있는 빨간 점을 눌렀다. 그러자 기존에 떠있던 팝업이 내려가고 새로운 창이 떴다.
╔══════════════════════╗
| 『업적』 |
| |
| √ 모든 메인 캐릭터들과의 만남 갖기 (𝕃𝕧.𝟙) |
| |
| -'명수진'의 호감도 10 달성 (매력 +1) |
| |
| -'서연조'의 호감도 10 달성 (매력 +1) |
| |
| √ '윤아람'의 호감도 10 달성 (매력 +1) |
| |
| -'주세현'의 호감도 10 달성 (매력 +1) |
| . |
| . |
| . |
| 더보기 ⬇ |
╚══════════════════════╝
오... 일단 뭐가 많다. 목록이 주르륵 써져 있고 그 옆에 보상이 나와있는 형태였다. 기본적으로 업적에 따라 보상도 모두 달랐지만 내용이 비슷하면 보상이 같기도 했다. 레벨 업도 업적을 이루면 주는 보상인 것 같았다. 그리고 이미 달성한 업적은 앞에 체크 표시와 함께 줄이 쳐져 있었다. 나는 어쩐지 신기해서 조금 들뜬 마음으로 구경했다.
'모든 메인 캐릭터들과의 만남 갖기' 흠 이건 내가 명수진과 대화를 하고 나서 떴으니까 공략 대상들을 모두 만났다는 힌트인가? 잠깐, 근데 메인이라는 건 서브 캐릭터도 있단 소리야? 뭐 히든 캐릭터 같은? 여기서 또 있다고? 뭐야. 호감도 10이나 올렸는데 보상이 왜 이렇게 짜. 매력은 또 뭐야? 이건 어디에 쓰는 거지. 아 혹시 스탯이 있나? 있다면 어떻게 확인하지? 설마 육성으로 '상태창'이라고 외쳐야 하는 건 아니겠지?
"홍합쓰. 너 번호 좀."
아 깜짝이야. 내가 이것저것 추측을 하고 있을 때, 얘네들은 자기들끼리 번호 교환 타임을 갖고 있었나 보다. 부담스러울 만큼 반짝이는 세 쌍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나는 '왜 이렇게 멍을 때리냐'라는 서연조의 질문에 대충 둘러댄 후 윤아람과 명수진에게도 내 번호를 알려줬다.
"홍합아, 내가 단톡방 만들었어."
혼자 뭔갈 분주하게 하던 서연조가 자기 핸드폰 화면을 내게 내밀었다.
← 1-3 해산물즈 4
____________
| 하이욤 |
 ̄ ̄|/ ̄ ̄ ̄
∧_∧
(´・ω・`)
( つ(\
(\_ノ(___)⌒⌒ヽ
・ .) ____ ・_つ
゜ (/+ (/
゜.+.・.゜
+゜+.゜
서연조는 빨리 이것 좀 보라는 듯 핸드폰을 흔들고 있었다. 덕분에 나는 글자는 못 읽고 흐릿하게 고양이가 돌고래를 탄(....?) 이모티콘만 볼 수 있었다. 난 서연조에게 폰 좀 흔들지 좀 말라고 타박을 주는 대신에 조용히 내 핸드폰으로 방제목을 확인했다.
"1학년 3반까진 알겠는데, 왜 해산물즈야?"
난 정말 순전히 궁금증에 질문했다. 그리고 후회했다. 괜히 물어봤다.
"백합이는 이름이 백합이니까 별명은 홍합이고 난 돌고래를 닮았으니까 돌고래. 명수진은 태어날 때부터 복어였음! 그리고 아람이는 비쩍 말랐으니까 해마. 모두 해산물이잖아. 그래서 해산물즈!"
나는 서연조의 말이 끝나자 익숙하다는 듯 박수를 치는 명수진과 옆에서 따라 치는 윤아람, 그리고 나를
[홍하비>ㅠ<]
로 저장하는 서연조를 순서대로 보았다. 그리고 우리를 쳐다보는 주위의 시선에 급격히 쪽팔려져 책상에 머리를 박았다.
옆에서 서연조가 '어! 홍합이 웃는다! 웃는다!'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쟨 목소리도 왜 저렇게 큰 거야... 한숨이 절로 나왔다.
"돌고래가 해산물은 아닌 것 같은데.... 그리고 왜 너만 멋있는 거 하냐."
"에헤이~! 홍합아 이럴 땐 그냥 그러려니 하는 거야! 씁!"
나는 되도 않는 입 소리를 내는 서연조를 흘기다가 방긋방긋 웃고 있는 명수진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은은한 미소를 걸친 윤아람을 바라보았다. 복어는 귀여운 이미지니까 그렇다 쳐도... 해마는 좀 그렇지 않나? 그냥 멸치라고 맥인 거 아니야? 내가 꼬인 건가? 나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아까보다는 조금 더 짙게 웃는 윤아람을 보며 생각했다. 보살인가.
나는 다시 시선을 내려 핸드폰을 보았다.
← 1-3 해산물즈 4
뭐...... 나쁘진 않네. 홀수도 아니고 4명 딱 좋아. 이렇게 1년 동안은 같이 다니겠지? 나 무리 생긴 거 맞지?
그 순간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던 것 같다. 레벨이나 게임 같은 건 다 잊은 채였다. 그리고...
서연조 걔는 참 애가 참 특이해....라는 생각을 했다.
난 아직도 떠 있는 팝업을 바라봤다. 아니 그래서 이건 어떻게 끄는 거야?
-띠로리로디로딩동댕동딩딩딩
그 와중에 1교시 수업 시작종이 치고 있었다. 진짜 미치겠네. 어떡하지?
╔═════════════════════╗
일단 그대로 내버려둔다. 다음 쉬는 시간에 해결한다.
╚═════════════════════╝
╔═══════════════════╗
이게 내 시야를 가린다. 집중이 안 될 것 같다.
선생님 오시기 전까지 어떻게든 해결한다.
일단 아무거나 눌러보자.
╚═══════════════════╝
╔═══════╗
╚═══════╝
늦어서 미안합니답. 그리고 사랑해요^^
씨가 선택지 작성을, 씨가 골라주시면 되겠어욧
"어어억!"
나는 엄마가 내 방에 들어오기 10초 전 바닥에 늘어진 옷가지들을 허둥지둥 줍듯 팝업의 모서리를 잡아서 시야 구석으로 옮겼다. 어? 이게 되네? 시스템 창은 홀로그램이라 잡았다고 말하긴 애매하지만 어쨌든 모서리 부분 허공을 쥐는 시늉을 하고 당기니 시스템 창도 같이 따라왔다. 나는 대충 팔을 뻗어서 이 지긋지긋한 시스템 창들을 내 눈앞에서 치웠다. 그러다 다급한 마음에 이상한 소리를 내자 서연조가 말똥말똥한 눈으로 왜 그러냐고 물었다.
"아냐... 그냥 쥐가 나서."
"그래? 야옹해줄까?"
내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자 서연조는 혼자 큭큭대며 웃었다. 호감도 +3이라는 글자가 반짝였다. 벌써 호감도가 6이었다. 나도 모르는 새 쌓였던 윤아람과는 달리 실시간으로 서연조의 호감도가 오르는 걸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이 기세라면 금방 윤아람의 호감도를 넘을 것만 같았다. 나는 아직도 웃고 있는 서연조를 바라보다 선생님이 들어오시기에 그쪽을 바라봤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반가워요~"
사실 아직도 여기가 꿈 속인지 현실인지 정확히 구분은 안 가지만, 새 학교 새 학기 새 교실에서의 1교시가 시작됐다.
아, 망했다. 처음으로 들어오신 선생님은 국어 선생님으로 첫날이니까 자기소개를 하자고 하셨다. mbti가 I로 시작하는 극강의 내향인인 나한테 자기소개는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선생님은 번호 순서대로 자기소개를 시켰고 1번 친구가 일어서서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음, 저쪽도 만만치 않게 하기 싫어하는 표정이다만 내가 지금 남을 걱정할 처지가 아니었다. 아침에 자기소개 시뮬레이션을 돌렸던 것도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1번 친구는 이름만 말하고 자기소개를 끝내려고 했으나 너무 짧다는 이유로 선생님께 제지당했다. 그렇게 그 친구는 TMI가 탈탈 털리곤 완전히 지친 기색으로 자리에 앉았다. 2번 친구는 자기가 알아서 본인의 정보들을 와다다다 쏟아내고 있었다. 나도 내 차례가 오기 전까지 생각을 해야 하는데... 나는... 나는... 뭐라고 하지?
자기소개 문장을 정해봅시다. 5문장!
첫 번째 줄 담당
두 번째 줄 담당
세 번째 줄 담당
네 번째 줄 담당
마지막 줄 담당
긴 앵커 구간에 도착했군... 이걸... 이걸 어제 했어야 했는데...!! 나 오늘부터는 시간 많은데.... 어찌됐건... 자기소개를 빙자한 백합이의 TMI 시간~ 백합이의 외모묘사를 해주셔두 되구 백합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써주셔도 됩니당.
핫하 오늘이 아니게 되었지만 밤은 맞으니깐..ㅎ
취미는 아이돌 덕질이고... 최근에 좋아하는 아이돌의 헤어스타일을 따라서 적갈색으로 염색했는데, 잘 어울릴지 모르겠네.
이제 곧 내 차례다. 너무 긴장해서 손에 땀이 났다. 숨이 턱 막히고 가슴이 답답했다. 그냥 도망치고 싶었다. 난 항상 주목받는 게 싫었다.
"다음, 이백합? 자기소개해줄래?"
"만나서 반갑도다. 언젠가 듁음을 맞이할 지상의 필멸자들이여......"
헙. 나는 빠르게 두 손으로 내 입을 막았다. 으악! 긴장을 풀려고 내 차례가 오기 전에 의 뮤비에 나오는 내레이션을 따라한 건데 너무 크게 말했는지 반 아이들의 시선이 모두 내게로 쏠렸다.
"미안해, 많이 놀랐지... 재미있어 보이려고 한 번 했어, 여튼 이름은 이백합이야!"
헛기침하며 웃음을 참는 주세현과 의미심장한 눈으로(경악한 걸로 추정된다) 나를 쳐다보는 명수진의 얼굴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시이발... 망했다. 이건 수습불가였다.
"취미는 아이돌 덕질이고... 최근에 좋아하는 아이돌의 헤어스타일을 따라서 적갈색으로 염색했는데, 잘 어울릴지 모르겠네."
나는 반쯤 체념한 채로 말을 내뱉었다. 그런데 서연조가 갑자기 손으로 확성기 모양을 만들고 "잘 어울려!"라고 소리를 질러 교실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선생님이 다른 사람이 말하는 도중에는 끼어들지 말라고 서연조를 꾸짖었다.
"좋아하는 음식은 감자. 특히 삶은 감자랑 감자튀김이 제일 좋아!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해♬"
나는 애써 밝은 목소리를 내곤 자리에 앉았다. 쥐구멍을 찾고 싶었다.
"백합이는 성격이 참 ㅌ... 아니 감자를 좋아하는구나. 자, 모두 백합이를 향해 박수!"
선생님, 다른 애들은 이런 거 안 하셨잖아요...
"호우~!"
이상한 추임새를 넣는 서연조 때문에 교실엔 다시 한번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나는 서연조의 등짝을 한 대 때려주곤 책상에 엎드렸으나 내 팔을 콕콕 찌르는 서연조에 의해 얼마 못가 일어났다.
"뭐, 왜."
내가 속삭이는 목소리로 물었다. 서연조는 가볍게 씨익 웃더니 자기 교과서를 내밀었다.
-언젠가 듁음을 맞이할 서연조의 국어책-
이... 이...! 아마 내 얼굴은 홍당무처럼 빨개졌을 것이다. 이런 내 얼굴을 본 건지 서연조는 입모양으로 계속 듀금. 듀금이라며 나를 놀려댔다. 나는 정말 서연조의 보조개를 꼭꼭 찔러버리고 싶었다.
"이런 미친..."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를 배경으로 육성으로 비속어가 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 1교시부터 4교시까지 자기소개만 했다. 씹... 기가 쪽쪽 빨렸다. 이쯤 되니 반 아이들의 이름을 모두 외운 것 같았다. 저기 엎드려있는 1번 친구는 자기소개를 하면 할수록 랩이 되어갔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서연조 조차도 4교시가 되니 목소리에 영혼이 없어졌다. 아, 마침 저기 온다.
"뭐야 뭐야. 홍합이 자?"
"안 자.... 그냥 엎드려있었어."
나는 볼에 달라붙은 종이를 떼며 말했다. 진짜다. 진짜로 안 잤다.
"그래? 그럼 일어나아~ 밥 먹으러 가자."
서연조가 팔짱을 끼며 나를 이끌었다.
"다..."
당연하지.라고 말하려는 순간이었다. 내가 얘네 말고 누구랑 밥을 먹는 단 말인가. 하지만 그때, 자기소개에 묻혀 잊고 있던 시스템 창이 떴다.
~Choose~
╭───────────────────╮
명수진, 서연조, 윤아람과 함께 밥을 먹는다.
╰───────────────────╯
╭───────────╮
주세현과 함께 밥을 먹는다.
╰───────────╯
╭────╮
╰────╯
가 백합이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그룹명을,
가 선택지 작성을,
가 선택해주면 돼!
사실... 64번 앵커를 처음 봤을 때 으아 대체 어떻게 하면 캐붕나지 않고 잘 사용할 수 있지!!?라는 고민을 했어..... 65번 앵커야 고마워 따봉 66번 앵커도 고마워 너의 레스에서 힌트를 얻었어...!!! 그 외에도 앵커달아준 레더들 다들 고마워!
음... 예를 들어 보자면
명수진(현재 호감도 0)
서연조(현재 호감도 0)
윤아람(현재 호감도 0)
주세현(현재 호감도 0)
???
???
같은 식으로! 그리고 스탯이랑! 이런 게 있으면 플레이가 훨씬 편해질 거 같아.
나는 고민하다 시간을 좀 더 끌 수 있게 세 번째 선택지를 택했다. 그리고... 만약 메뉴가 별로면 매점에 가서 사 먹을 생각이었다.
"다... 뭐라고? 잘 못 들었어."
"다, 당근! 급식에 당근 나오냐고 물어보려고 했어. 나 당근 진짜 싫어하거든...... 아무튼, 오늘 급식 메뉴 뭔지 알아?"
나는 서연조를 바라보며 말했지만 목소리는 내 옆에서 들려왔다.
"당근 계란 볶음밥, 브로콜리 당근 수프, 소떡소떡, 당근 배추김치, 당근 콩나물 무침, 당근 조각 케이크."
명랑한 목소리가 울렸다. 명수진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나는 귀를 의심했다.
"교장선생님이 당근 농사 망하셨대? 메뉴가 왜 저래?"
난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물었건만 명수진은 어딘가 결연한 표정으로 내게 말을 건넸다.
"그러게... 근데 백합아 너 당근 싫어하면... 점심 안 먹을 거야?"
난 그냥 소떡소떡만 먹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명수진의 표정을 보니 뭔가 내가 점심을 먹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흠 어쩌지......?
그때, 다시 한 번 파앗! 소리를 내며 익숙한 선택지가 떴다.
~Choose~
╭───────────────────╮
명수진, 서연조, 윤아람과 함께 급식을 먹는다.
╰───────────────────╯
╭───────────╮
주세현과 함께 빵을 먹는다.
╰───────────╯
╭──────────╮
√ 메뉴에 대해 질문한다
╰──────────╯
세 번째 선택지는 더이상 고를 수 없는 듯 했다. 그리고 뭔가 바뀐 것 같은데?
선택
하하 앵커보다 1레스 쓰는데 더 오래 걸린 건 안비밀
두 번째 선택지를 골랐다. 주세현과는 딱 한마디 나눠봤지만, 그보다 당근이 더 싫었기 때문이다.
"응. 그냥 빵이나 먹으려고."
"앗, 그러면..."
"그래? 알겠어. 그보다 백합아 잠시 귀 좀."
뭔가 나에게 말을 걸려던 것 같던 윤아람의 말을 끊고 명수진이 나에게 다가왔다.
"있잖아, 이따가 점심시간 끝나기 10분 전에 뒷문 쪽 주차장에서 잠깐 만날 수 있을까? 우리, 둘만."
우리라는 말에서 한 템포 쉬고 말을 이은 명수진이 눈을 빛냈다. 뭐, 뭐지? 명수진하고는 뭐 딱히 이렇다 할 접점이 없었는데? 너무 갑작스러운데? 하지만 나에게 선택권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럼, 물론이지."
명수진이 환히 웃으며 고맙다는 말을 하곤 서연조에게 팔짱을 끼곤 결국 다 갔다. 진짜 갔네....... 근데 뭔가 나 말고 쟤네 둘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응??? 그러고 보니...... 나 이때까지 너무 당연하게 장르가 GL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애초에 미연시 하면 남녀의 로맨스가 먼저 떠올라야 하지 않나? 물론 이 학교에서 남자애들을 단 한 명도 못 봤지만... 내가 알기로 청명고등학교는 남녀공학이었다. 그래! 우리 반이 여자반이어서였어! 여자애들 머리에 뜬 호감도 시스템만 봤으니까 난 당연히 GL인 줄 알았지!
나는 당장 xy 염색체를 찾으러 갈 생각으로 교실 앞문을 드르륵 열었다.
"어!"
이 상황 데자뷔다. 싸늘한 시선과 저 미간의 주름. 그리고
"비켜."
저 카랑카랑한 목소리까지 전부. 주세현이었다. 아. 그 순간 나는 문을 연 목적을 잊고 나도 모르게 말을 내뱉었다.
"그...... 나랑 빵 먹으러 갈래?"
주세현의 눈썹이 꿈틀댔다. 미친, 이 느끼한 목소리 뭐야? 멘트도 구려. 입이 내 통제를 잃고 움직였다.
"아, 순서가 바뀌었네. 너 점심 먹었어? 안 먹었으면 나랑 같이 매점 갈래?"
"야."
"응?"
조용히 내 주절거림을 듣고만 있던 주세현이 입을 열었다. 그래. 뭐라고 말 좀 해줘. 여자한테 작업 거는 건 처음이란 말이야...... 나도 지금 내가 무슨 깡인지 잘 모르겠다. 아 혹시 시스템의 강제성 뭐 그런 건가?
"우리 학교 매점 없어."
미, 미친! 번개라도 맞은 것처럼 머리가 번쩍했다. 그, 그럼 빵은 어떻게 먹지......? 아니 나는 당연히 있을 줄 알았지...... 매점이 없을 거란 가정은 해보지도 않아서 많이 당황스러웠다. 내가 어버버 거리며 진짜? 아 진짜? 그래? 따위의 말만 내뱉고 있을 때였다. 주세현이 한숨을 쉬더니 내 손목을 잡고 제자리로 끌며 물었다.
"너 점심 안 먹었어?"
"어...... 나 당근을 싫어해서."
가방을 뒤지던 주세현이 무언갈 나한테 내밀었다. 소시지빵이었다.
"내가 먹으려고 가져온 건데 하나 남아서."
뭔가 뒤에 딱히 널 주려고 가져온 건 아니라는 대사가 나올 것만 같은 타이밍이었다. 나는 소시지빵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고개를 들어 주세현을 바라봤다. 주세현의 표정은 여전히 차가웠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감도 안 잡혔다. 그래도...... 나는 빵을 받아 들곤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왔다. 그러고 보니 이 넓은 교실에 주세현과 나 둘밖에 없었다. 주세현은 갑자기 표정을 확 찡그리더니 가방에서 자기 몫의 빵을 꺼내며 자리에 앉았다. 나도 의자를 질질 끌며 주세현의 앞자리에 앉았다.
"그러던가."
라는 말이 들린 것도 같았다. 나는 홱 오른 주세현의 호감도를 보고 빵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실실 웃음이 나왔다. 원래 먹을 거 주는 사람은 착한 사람이다.
숨 막히는 정적이 찾아왔다. 말없이 어색하게 소시지빵을 먹으니 정말 이러다 체 할 것 같았다. 조용히 우물우물 기계적으로 빵만 씹고 있는데, 주세현이 대뜸 말했다.
"너 친구 없어?"
"콜록, 콜록 아 잠깐만, 뭐?"
갑작스러운 질문에 진짜로 사레가 들어버렸다. 주세현이 양손에 딸기맛 우유와 바나나맛 우유를 들곤 둘 중 어느 쪽?이라고 말하며 흔들었다. 아니, 나 지금 기침하는 거 안보이니. 나는 대충 아무거나라고 말한 뒤 주세현이 건넨 바나나우유를 쪼로록 마시며 진정했다. 빨대까지 꽂아줬네. 주세현은 내 생각보다 친절한 사람인 것 같았다. 근데 쟤 가방에선 뭐가 자꾸 나오냐. 그리고 너무 얻어만 먹는 것 같은데......
나는 벌떡 일어나 내 자리로 향했다. 원래 난 가방 두 번째 주머니에 조그만 간식을 들고 다닌다. 어? 진짜 있네. 사실 가방을 열면서도 없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며 열었는데 정말로 있었다. 내가 평소에 즐겨먹던 브랜드의 젤리와 개학 이틀 전에 산 초콜릿들, 개별 포장된 과자들까지 다. 기분이 이상했다. 내가 이곳을 가짜라고 단정 지어서 그런가? 그냥 좀 의외였다.
음...... 근데 주세현한테 뭘 줘야 좋아하지?
╔════════╗
내가 좋아하는 젤리
╚════════╝
╔══════════╗
유명한 브랜드의 초콜릿
╚══════════╝
╔════════╗
휴대성이 좋은 과자
╚════════╝
╔══════╗
그냥 다 준다.
╚══════╝
선택!
나는 고민하다가 나눠 먹기 편한 과자를 들고 다시 주세현의 자리로 갔다. 그리고 과자를 내밀었더니 주세현은 나를 뚱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넌 나한테 빵도 주고 우유도 줬는데 나만 받기 미안해서...... 아! 당연히 갚을 거야! 이건 그냥 고마워서 주는 거야."
혹시 주세현이 나를 이상하게 볼까 봐 변명을 먼저 했다. 주세현은 조용한 목소리로 고맙다고 했다. 나는 뭐라고오~? 잘 안 들려~!라고 놀리고 싶은 걸 꾹 참고 과자나 먹었다. 아직 나랑 주세현은 그다지 친하지 않다는 걸 상기시키면서 말이다.
또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얘랑 있으면 자꾸 데자뷔가 보이는 것 같네...... 그때 내가 아직 주세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나 친구 있어."
"......?"
주세현은 뭐 어쩌라는 표정으로 날 보다가 아까 제가 한 질문이 떠올랐는지 아아 하고 말을 늘였다.
"내가 당근을 싫어해서 오늘은 그냥 따로 먹기로 한 거야."
"나도."
"응?"
"나도...... 당근 싫어한다고."
어...... 주세현의 TMI를 알아버렸다. 당근이라는 공통점이 생겼네. 나는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또다시 어버버 거리다 우리 통하네! 하하라고 얼버무렸다. 이상하게 주세현 앞에만 서면 내가 어벙벙해진단 말이야.... 아직 어색해서 그런가? 주세현의 호감도는 10이 넘었지만 그건 주세현의 호감도지 내 호감도가 아니었다. 다른 공략 대상들도 그랬다. 아직 만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는데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 근데 지금 몇 시지? 나는 급히 고개를 돌려 시계를 바라봤다. 점심시간이 끝나기 15분 전이었다. 지금은 나가야 명수진과 약속한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는 과자를 한입에 털어놓곤 나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주세현이 몸을 일으켰다.
"크흠, 나 도서관 갈 건데, 너도 같이 갈래?"
아니, 나 명수진이랑 만나기로 했는데...... 그 순간, 화려한 빛과 함께 선택지가 떴다.
~Choose~
╭──────────╮
명수진을 만나러 간다.
╰──────────╯
╭──────────╮
주세현과 도서관을 간다.
╰──────────╯
╭──────────╮
╰──────────╯
선택!
~Choose~
╭──────────╮
명수진을 만나러 간다.
╰──────────╯
╭──────────╮
주세현과 도서관을 간다.
╰──────────╯
╭────────────╮
주세현에게 상황을 설명한다.
╰────────────╯
나는 첫 번째 선택지를 골랐다. 미안하지만 명수진하고 먼저 약속을 했다. 아무리 그래도 선약이 먼저다. 나는 살짝 웃으며 가볍게 거절했다. 나름 미안한 표정을 지었는데 통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미안, 선약이 있어서."
주세현▲
호감도 -1
〔호감도 9〕
예상은 했지만 호감도가 떨어졌다. 안 돼! 겨우 두 자리 수로 올려놨는데! 그나마 이보다 더 안 떨어진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솔직히 주세현 성격상 호감도가 반절은 깎일 줄 알았다. 좀 의외인 걸.
"다음에 같이 가자."
주세현의 손을 꼭 붙잡고 말했다. 어쨌든 뭐,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니까. 언젠가 주세현의 호감도를 올려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른다. 그때 써먹을 여지가 필요했다. 아, 피곤하다. 공략법 외우느라 고생했던 과거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주세현의 손을 놓고 교실을 나왔다. 이제는 명수진을 만나러 가야 했다. 주세현이 언뜻 다음에...라고 중얼거린 것도 같았다. 주차장으로 달려가며 주세현의 호감도를 곱씹던 그때 문득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어떤 생각이 있었다.
주세현은 애초에 별로 기대를 하지 않은 건 아닌가 하고. 어쩌면 아예 기대를 하지 않아서 호감도도 조금밖에 안 떨어진 게 아닐까?
하지만 이 상념은 나를 알아보고 양손을 흔드는 명수진에 의해 사라졌다. 그래. 지금은 명수진에게 집중해야 한다. 난 아직 명수진이 왜 갑자기 날 부른 건지 모르니까. 어휴. 뭐 이리 고민해야 할 게 많냐. 아이고 바쁘다, 바빠.
"백합아! 나와줬구나! 고마워!"
"어... 뭘. 급식은 맛있었어?"
당연히 맛없었겠지. 명수진이 공략 대상만 아니었어도 용건만 말하라고 했을 거다. 자질구레한 인사치레할 생각 하니, 벌써부터 기가 쪽쪽 빨렸다.
"응! 난 괜찮았어..... 아, 백합아 너는 빵 잘 먹었어? 우리 학교 매점 없는데. 따로 싸온 거야?"
"아, 사실 난 이 학교에 매점 없는지 몰랐어."
"헉! 그럼 점심 굶은 거야?"
"아니, 세현이랑 같이 먹었어. 세현이는 빵을 싸왔더라고. 아, 너는 주세현 모르나? 같은 반인데."
"이름은 외웠어. 어떻게 몰라... 자기소개만 4시간을 했는데."
그렇게 우리는 자기소개 4시간이 얼마나 힘들었냐에 대해 토로하다가 이것저것 수다를 떨었다. 이제 슬슬 다리가 아픈데... 입가에도 경련이 날 것 같았다. 내가 지루해한단 걸 알아챈 건지 갑자기 명수진이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백합아, 있잖아... 사실 내가 널 부른 건 다른 이유가 있어서였어."
그래! 그 말만을 기다렸다! 나는 허리를 숙여 귀를 쫑긋하며 명수진의 말에 경청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그러고 보니 나도 나름 작은 키인데, 명수진은 키가 정말 작았다.
"너, 혹시 아이돌 릴리스 좋아해?"
"ㅁ, 뭐?"
바짝 긴장했는데 아이돌 좋아하냐는 질문이라니. 나는 조금 헛웃음이 나올 뻔한 걸 참았다.
"네가 1교시 때 그랬잖아. 만나서 반갑도다. 언젠가 듁음을 지상의..."
"그, 그만!
나는 내 목소릴 흉내애는 명수진의 입을 틀어막았다. 개쪽팔렸다. 내 흑역사를 더빙당하다니...
"아무튼. 이 대사, 릴리스 <Black Dragon> 뮤비에서 처음 깔리는 내레이션이잖아. 팬들 사이에서 오글거린다고 까였던... 난 그저 네가 이 대사를 알고 있길래 너도 혹시 플라워인가 하고... 난 플라워거든."
명수진이 내 손을 치우고 이어서 말했다. 참고로 플라워는 릴리스의 팬덤명이었다. 그리고 나는... 플라워가 맞았다. 젠장. 올해는 일코 하려 했는데. 아 여기는 현실이 아니니 올해가 아닌가? 명수진이 주머니에서 릴리스 키링을 꺼냈다. 와! 저거! 나오자마자 품절돼서 이젠 플미 오지게 붙이고 사야 하는 건데! 명수진의 키링을 보자마자 부럽다는 생각이 드니 난 역시 플라워가 맞나 보다...... 나는 체념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명수진이 반색하며 또다시 조잘조잘 떠들기 시작했다. 나는 명수진의 허락을 받고 키링을 구경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릴리스는 죄가 없다!
명수진, 아니 수진이는 내 생각보다 훨씬 열성팬이었다. 대충 들은 얘기에 따르면 데뷔 때부터 팬이었던 것 같다. 모든 멤버 포카 드볼을 성공했단 걸 듣곤 조금 놀라웠다. 우린 교실로 돌아가면서 다음 컴백 때 앨범깡을 같이 하잔 약속을 했다.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주세현과 눈이 마주쳤다. 주세현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고개를 돌렸다.
주세현▲
호감도 -1
〔호감도 6〕
호감도가 그새 더 떨어져 있었다.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돌려 수진이를 보았다.
명수진▲
〔호감도 15〕
와우. 수진이는 아이돌 토크가 꽤 맘에 들었나 보다. 근데 이건 릴리스에 대한 호감이지 나에 대한 호감도가 아니지 않나? 아닌가 플라워여서 호감도가 쌓인 걸까? 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5교시 시작종이 울렸다.
학교가 끝났다. 이제 겨우 하루가 지났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서연조, 윤아람, 수진이와 함께 자박자박 운동장을 걸으며 얼른 꿈에서 깼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만약 이게 꿈이 아니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들을 했다. 엄마가 보고 싶었다. 어느새 교문에 다달랐다.
"홍합! 넌 어느 쪽으로 가? 우린 이쪽인데."
같은 방향인 윤아람은 집 가기 전 들를 곳이 있다고 먼저 갔다. 서연조와 수진이는 우리 집에서 반대 방향이었다.
"아... 나는 저쪽. 내일 학교에서 보자."
혼자 걷고 싶었다. 알겠다는 인사를 듣고 몸을 틀어 막 발을 뗀 시점이었다. 이젠 지긋지긋해서 더 이상 듣고 싶지도 않은 알림음이 울렸다. 띠롱!
╔═══════════════════╗
| Day 1: fini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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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리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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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정이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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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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