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2/03/14 03:21:22 ID : WmGnCqjeNxQ 5
훈련소 조교 출신이고 우리 훈련소엔 각개전투장이 두개였어 각개전투장이 뭐냐면 그냥 편의상 거대한 훈련장이고 기어서 철조망 통과하고 소리지르면서 돌격하고 그런 곳이라고 생각하면 됨 그 중 하나는 우리가 썼던 각개전투장이고 비교적 작은 곳이였는데 나머지 하나는 비교적 훨씬 컸고 오르막길로 돼있어서 전투장을 벗어나서그대로 산속으로 들어가는게 가능했어 이야기의 주된 장소는 이 거대한 각개전투장이고 동시에 내가 훈련생으로 들어갔을땐 이미 폐쇠되어 사용하지 않고 있었어.
2 이름없음 2022/03/14 03:26:10 ID : WmGnCqjeNxQ 0
애초에 키도 79로 작은편은 아니고(요즘도 평균 이상인지 모르겠네) 뮤지컬배우 지망생이라 발성도 잡혀있고 무용을 하기 때문에 몸도 어쩔 수없이 어느정도는 좋아야 했었던 나는 당시에 중대장의 사탕발림에 넘어가서 (휴가가 많다느니 훈련생들 수료시키면 한동안 쉰다느니) 조교로 지원을 하게 됐고 수료하고 난 뒤 다른 훈련생들처럼 다른 자대로 배치받지 않고 그대로 남아서 조교직을 수행하게 됐어.
3 이름없음 2022/03/14 03:30:20 ID : WmGnCqjeNxQ 0
2주대기가 끝나고 정신없이 교육 밑 여러가지 훈련(애들 가르치려면 나부터 자세가 fm이여야함) 을 받았어 그래도 나름 대본 외우는건 일상이였어서 훈련병들 가르치는 대사?? (전역한지 오래 돼서...ㅎ) 들도 금방 외우고 자세도 금방 잘 잡았고 훈련병들에게 얕보이지 않기 위해 이등병이지만 일병 계급장을 달고 조교직을 수행했는데 문제는 군대란 조직이 항상 만약을 대비하는 조직이란 말이지? 이 넓은 부대를 24시간 cctv와 순찰로 항상 감시해야 하고 특이사항이 있으면 당연히 직접 가서 확인을 해야한단 말이야 근데 새벽 3시쯤에 cctv병이 각개전투장에서 사람이 지나가는걸 봤다는 보고를 해버린거지
4 이름없음 2022/03/14 03:34:42 ID : WmGnCqjeNxQ 0
새벽 3시에 이런 보고가 들어오면 당연히 자고있는 누군가를 깨워서 확인하러 보내야 해. 혼자는 절대 안보내고 무조건 두명 이상 전우조를 활용하게 돼있어. 누가 나가겠어... 당연히 짬찌인 나랑 짬찌를 혼자 보낼 수 없으니까 적당히 짬 먹은 일병말 쯤 되는 선임이 동행했지 군기가 빡세게 잡혀있던 나는 졸릴 틈도 없이 준비하고 선임과 함께 지휘통제실 (상황본부 라고 생각하면 편해) 에 보고를 한 뒤 각개전투장으로 가서 순찰을 돌았어 한바퀴 도는데 10분이면 충분하니까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지
5 이름없음 2022/03/14 03:40:05 ID : WmGnCqjeNxQ 0
그때 이 거대한 각개전투장이 왜 폐쇠 됐는지 들었는데 훈련생이 넘어져 머리를 다치고 죽었대 문제는 몇개월 뒤에 한명이 더 죽었다는거지 높은사람 입장에선 자기 부대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책임은 지기 싫으니까 그냥 폐쇠해버림 대충 이런 상황이였고 우린 당연히 아무런 특이사항도 발견 못하고 복귀했어. 그냥 cctv병이 졸았구나 꿈을 꿨구나 정도로 처리되고 넘어갔어 그리고 몇주 뒤 cctv병이 새벽 3시에 보고를 넣은거야. 각개전투장 한가운데 사람이 서있다고. 뭐 운 좋게 그땐 내가 가지 않고 다른 사람이 갔나봐 역시나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고. 그리고 이게 계속 반복되기 시작했어.
6 이름없음 2022/03/14 03:43:33 ID : WmGnCqjeNxQ 0
하도 주기적으로 그런 일이 있다보니까 처음엔 애들도 무서워 하다가도 시간이 지나고 부대 내에선 하나의 밈이 돼버림 "오늘 각개전투장 순찰은 너다" 이런 식으로 그렇게 시간이 몇달 흐르고 나는 어느새 일병이 된지 4개월이 지났어 군생활에 대해 안다면 알고 모른다면 모르는 시기였지 그리고 새벽 3시, 오랜만에 각개전투장 한가운데 사람이 서있다는 보고가 들어왔고 이번 순찰은 나였어
7 이름없음 2022/03/14 03:49:30 ID : WmGnCqjeNxQ 0
한창 잘 자고 있는 새벽3시 누군가 날 깨우면 잠결에 그 사람이 나보다 후임인지 선임인지부터 확인을 하는게 습관이 돼 후임이면 "아 왜 나냐고" 하면서 투정 부리고 선임이면 뭐 "아..접니까 알겠습니다" 하고 전투복으로 환복하고 나가는거지 뭐 그날은 후임이 깨우러 왔고 난 바로 필요한 질문부터 했지 "나랑 누구랑 순찰가냐" "김ㅇㅇ 상병님입니다." 편의상 김상병 이라고 부를게 상병 말기 로서 부대 내의 실세인 사람이였고 나랑 사이가 나쁘지도 좋지도 않았어. 자연스럽게 지휘통제실에 보고를 하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갔는데 지휘통제실 앞에 김상병이 서있더라고 "야 내가 보고 했어 그냥 가자" 아 역시 짬이 있는 사람이라 그런지 절차따윈(원래 둘다 가서 보고해야함) 개무시 하는구나 싶었지
8 이름없음 2022/03/14 03:53:33 ID : WmGnCqjeNxQ 0
그러곤 나에게 96k무전기를 주더라 나는 받아서 옷에 채우곤 먼저 출발하는 김상병을 뒤따라 갔지 그렇게 소소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각개전투장 쪽으로 걸어가가기 시작했어 나는 어차피 순찰해도 아무도 안나오는데 왜 잊을만 하면 새벽에 자다말고 일어나서 순찰을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불평을 했고 김상병은 그냥 성격좋게 원래 군대가 다 그런거다 라며 타일러줬지 그렇게 15분쯤 걸으니 각개전투장에 도착했는데 아 이상하더라...
9 이름없음 2022/03/14 03:56:58 ID : WmGnCqjeNxQ 0
굉장히 싸했어..안그래도 추운데 각개전투장에 들어서니 한기가 뼛속까지 파고드는거 같았음. 김상병은 별 티를 안내길래 나도 말 없이 들어섰는데 김상병도 뭔가 느꼈구나 싶었던게 갑자기 말이 없더라고.. 물론 선임이 조용히 하면 나도 조용히 하는게 맞으니까 나도 조용히 따라갔어 그리고 가장 높은 구간까지 도착했고 이젠 왼쪽으로 꺽어서 밑으로 내려가면 한바퀴 순찰이 끝나는건데 김상병이 갑자기 빠른 걸음으로 산속으로 향하는거야
10 이름없음 2022/03/14 04:01:40 ID : WmGnCqjeNxQ 0
"김상병님? " 별 대수롭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야. 사실 그날 각개전투장의 느낌은 평소랑은 명백히 달랐으니까 무엇보다 계속 들어가면 산이고 더 지나쳤다간 철조망이 나올거고 그걸 넘어버리면 탈영이거든 "김상병님!! 어디가십니까?!" 무서운 마음에 도저히 못따라갈거 같아서 큰소리로 불렀지만 그냥 점점 멀어지는 뒷모습만 보일 뿐 아무 대답도 없었어. 뭐 어쩌겠어....눈 딱 감고 따라 나섰지 따라가면서 나름 절박한 심정으로 계속 불러도 무시하고 걸어가더라고 진짜 뭔가에 씌인 사람 같았어. 무엇보다 뒤를 돌아보니 이젠 막사건물(생활하는곳) 이 나무에 가려서 안보일정도더라고 이대로 더 가다간 큰일이였어..
11 이름없음 2022/03/14 04:09:40 ID : WmGnCqjeNxQ 0
이젠 이판사판이였어 "안 멈추시면 보고합니다!!! 진짜 보고합니다!!!" 이내 나는 무전기를 들었고 상황을 보고 하기 시작했어 "아아 지휘통제실 응답바람" "야이 새끼야!! 너 뭐하는 새끼야!!!" 어떤 선임의 목소리였는데 왜 화가 났는지를 고민할 시간조차 없었다 진짜 난 그냥 주절주절 막 말하기 시작했어 "박일병(이건 나야)입니다. 지금 김상병이 전투장 지나서 계속 산으로 들어가는 중입니다. 어떡합니까?!!!" "뭔 개소리야 미친새끼야!!" 안그래도 무서워 죽겠는데 동문서답이 오니까 미칠 지경이였다. 그 와중 약 5미터 앞에서 계속 달아나는 김상병을 더 따라가다간 무전기 전파가 안닫는 곳 까지 가버릴거 같아서 두려웠어 한번 더 꾹 참고 떨리는 목소리로 거의 소리를 지르듯이 무전을 했어 "아니!! 김상병님이 산속으로 계속 들어갑니다!!! 이대로 가면 탈영 아닙니까?! 저 어떡합니까!!!" "뭔 개소리냐고!! 내가 김상병인데!!!" 앞에 보니까 아무도 없어 ...
12 이름없음 2022/03/14 04:21:51 ID : WmGnCqjeNxQ 0
머리가 띵 하고 아파오기 시작했어. 그때부턴 잘 기억도 나지 않아 무전기에서 지지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왜 혼자 쳐 가서 무전도 계속 안받냐고 소리를 지르는 김상병의 목소리가 들렸고 나는 무의식중에 무전기를 손으로 꽉 지고 도와달라고 말하고 싶었나봐 하지만 무전기에서 치지직 소리가 더 심해지더니 그대로 꺼져버렸고 이내 정신병에 걸린것처럼 방향 구분이 안되기 시작하더라고 어디가 내가 올라온 방향이고 어디가 내가 향하던 방향인지 어디로 가야 이 지옥같은 곳을 벗어날 수 있는지 혹시 꿈은 아닌지 ...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눈 감고 귀 막고 자리에 주저앉는게 전부였어 분명히 무전기는 꺼졌는데 무전기에서 김상병님의 목소리도 들려왔어 화난 목소리가 아니라 굉장히 상냥한 말로 "이 방향이야 뒤돌아봐" 라고 말한게 마지막 기억이야 당직사관(간부) 이랑 당직병이 올라 왔을땐 내가 귀막고 계속 아아아아아아아아ㅏ아아아아아아ㅓ!!!!! 하면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대 그렇게 날 의무실로 부축해서 데리고 가서 침대에 눕히니까 그냥 기절하더래 죽은 사람 처럼 기상송이 들려왔고 아직 정신을 못차린 상태로 눈을 떳는데 눈 앞에 김상병이 있길래 소리 지를뻔 했다. 근데 확실했음 앞에있는 김상병은 귀신 아니였어 분위기가 사람임 그리고 진짜 살면서 그렇게 꺼이꺼이 울어본건 처음이야. 당직사관도 나 보러 왔다가 놀라서 달래줌ㅋㅋㅋㅋㅋ 아니 개쪽팔리네 생각해보니까 암튼 울면서 설명 하는데 뭔 말 하는지도 모르고 엄청 횡설수설 했던거 같아
13 이름없음 2022/03/14 04:29:28 ID : WmGnCqjeNxQ 0
암튼 이 일은 덮기로 했음 나 진짜 재수 없으면 의가사 제대 한다고 ㅋㅋㅋ 정신병으로 제대하면 기록이 남아서 안좋거든 나중에 듣기론 내가 혼자 지휘통제실에 들어가서 김상병 화장실 갔다고 내가 데리고 순찰 돌고 오겠다고 하곤 무전기 받아서 혼자 나갔대 1분 있다가 김상병이 와서 당직사관은 놀라서 너 같이 간다며!!! 라고 소리쳤고 김상병은 그냥 ??????? 이러고 바로 나한테 무전을 했는데 계속 무전을 안받아서 바로 당직사관이랑 당직병이 출발하고 김상병이 남아서 무전 계속 했다고 하더라고 ㅋㅋㅋㅋ 근데 한참을 대답이 없다가 대뜸 무전와서 김상병님이 어쩌고 저쩌고 그러니까 얼마나 어이가 없었겠음ㅋㅋㅋ 자긴 여기에 계속 있었는데 그렇게 쉬쉬 하고 덮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대대장 귀에 들어가서 나는 보고체계 무시하고 단독행동한 죄로 징계받고 다른 부대로 전출감 ㅋㅋㅋㅋㅋㅋ 거기서 이 얘기 하니까 바로 유명인됨 전화로 김상병이랑 연락 했는데 신기하게도 그 뒤로는 아무일도 없었고 심지어 잊을만 하면 cctv에 보이던 그 사람도 안보였다는거야. 암튼 그렇게 조용히 군생활 하다가 전역함 ㅋㅋㅋ 아직도 술안주다 이 얘기는ㅋㅋㅋㅋ 그리고 그 이후로 내가 제일 잘 하는 연기는 두려움에 떨고 숨는 연기임 영상 찍어서 봤는데 개리얼 하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내 썰은 여기까지고 들어줘서 쌩큐~!
14 이름없음 2022/03/14 09:12:22 ID : XBuoMjilAZe 0
재밌당
15 이름없음 2022/03/14 21:05:52 ID : HA0nB88mFip 0
사실 말로 전하는거나 잘했지 글로 쓰는건 처음이라 많이 부족했을텐데 서툰글 읽어줘서 고맙다ㅋㅋㅋㅋ
16 이름없음 2022/03/15 16:35:14 ID : Ds4Ny5e2JRx 0
와 대박이다... 잘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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