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너무 좋은데 너무 싫어
너랑 친해지고 싶은데 네가 좋아하는 화제가 나한테는 스트레스야
네가 나를 좋아해줬으면 좋겠다가도 너한테 아예 다가가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
그치만 이런 고민도 다 쓸데없는 거겠지..... 애초에 너는 나랑 친해질 의향조차 없을 테니까
아무리 내가 짝사랑만 했다 하면 망하는 사람이라지만 내가 친구 썸남을 좋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그치만 그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 난 그냥 평화롭게 걔를 좋아하고 있었을 뿐인데..... 그러다가 걔가 내 친구랑 친해진 거고 그러다 썸을 타기 시작한 거고
아무한테도 말을 안 해서 다행이야 정말
남들한테 말하기 좀 그런 말들을 하려고 이 스레를 만든 건데.... 막상 만들고 나니까 딱히 안 쓰는듯
사실 하루에도 몇 번씩 레스를 썼다 지웠다 하긴 하는데
요즘 들어서 그냥 내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게 어려워진 것 같아
앞으로는 내 감정이 뭔지 글로 정리하는 연습을 해야겠어
내가 얘를 좋아하는 걸까....
떠올리면 뭔가 기분이 싱숭생숭해지기는 하는데
엄청 설레고 그런 감정은 아니야 그냥 미적지근한 느낌
연락하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들고 계속 생각나거나 얘 때문에 학교에 가고 싶거나 하지는 않는데
막상 학교에서 만나서 껴안고 그러면 또 기분이 이상하고.....
솔직히 소름끼친다고 해도 할 말이 없어
옛날에는 남이 슬퍼할 때 진심으로 슬퍼했는데..... 그래서 막 친구가 울면 나도 슬퍼져서 덩달아 울고 그랬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됐지
이제는 위로의 말을 건넬 때 그게 기계적으로 느껴지진 않을까 걱정해야 하는 사람이 됐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누군가를 위로해주는 게 너무 피곤해.....
참 웃긴 점은..... 나랑 비슷한 사람을 보면 동질감이 아니라 혐오감이 느껴져
정확히 말하자면 과거의 나랑 비슷한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
자기연민이 강한 사람이나 자부심이 넘치는 사람 등등...... 그게 나쁜 게 아니라는 걸 아는데도 그런 사람들만 보면 짜증이 나
왜냐면 나는 내가 그런 모습이었을 때의 과거의 나 자신이 너무 싫거든
어렸을 때 잘난 척하던 내 모습이 너무 싫고 세상에서 자신이 제일 불쌍한 줄 알았던 내 모습이 너무 싫어서
그런 모습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혐오스러워
그런데 진짜 웃긴 점은, 사실 따지고 보면 그 사람들은 나랑 하나도 비슷하지 않다는 거야
자기연민이 있는 그 애는 불행한 척만 했던 나랑은 다르게 실제로 힘든 상황에서 힘들게 살아왔고
자부심이 넘치는 그 사람은 나처럼 은근슬쩍 잘난 척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자신감 있게, 당당하게 사는 것 뿐이야
그런데도 그 사람들을 미워하는 내가 가장 혐오스러워
놀랍게도 내가 조금 미워하는 자기연민이 있는 그 애랑 나는 상당히 친한 편
내가 고민상담도 몇 번 들어줬고..... 연락도 자주 하고..... 그 애한테서 내가 본인한테 태양같은 존재라는 얘기까지 들어봤어
물론 이게 거짓말인지 진실인지는 모르지만 그 애는 나랑은 다르게 진실되고 착한 애라 아마 진짜일 거야
그 애가 항상 밉지는 않아. 그냥 걔의 자기연민을 마주할 때마다 그 애가 미워지는 거지.....
걔는 정말 착하고, 똑똑하고, 정말로 행복할 자격이 있는 애거든. 평소에는 나도 그 애를 좋아해. 내가 안 꼬여 있는 사람이었다면 그 애를 정말정말 좋아했을 거야
그래서 더더욱 그 애가 미워질 때마다 나 자신이 혐오스러운 것 같아
>>16 얼마 전에 동아리 모임 있었을 때 머리 묶고 왔는데 진짜진짜 예쁘더라..... 자꾸 눈길이 가서 설마 또 짝사랑 시작하나 싶었는데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 호감이 가는 것 같음
요즘 인간적인 호감을 사랑으로 착각하는 일이 몇 번 있었는데 짝사랑을 안 하니까 허전해서 그러는듯
얘 어차피 뼈헤녀인 데다 동성애에 대해 그렇게 좋게 생각하는 것 같진 않아서..... 짝사랑이 아니라서 다행이야
나중에라도 반하지 않게 조심해야지
오늘 애들이랑 얘기하다가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동성연애 하는 친구가 있다는 애들이 은근 있더라고
심지어 한 명은 친구가 숨기려고 했는데 자기가 먼저 눈치챘다고 함 ㅋㅋㅋㅋ 딱 봐도 친구가 아니라는 게 보였대
이 틈을 타서 커밍아웃할까 고민했는데 입이 도저히 안 떨어져서 그냥 안 했음
커밍아웃은 다음 기회에.....
불안한 거 없애려고 유튜브를 보려고 했는데 불안해서 유튜브도 눈에 안 들어와
한동안 안 불안하더니 또 왜 이래
생각해보니까 안 불안할 수밖에 없었지..... 요새는 실수를 해도 자잘한 실수들만 했고 대화를 통해 상대방과의 관계가 아직 괜찮다는 걸 확인받을 수 있었으니까
그걸 못하니까 진짜 불안해서 죽을 것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