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한 얘기야, 되게 찌질한 얘기. 우선 나는 30대 초반이고, 10대 후반에 만나서 20대 초반에 이별한 친구 생각에 그 이후로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해봤어. 개인적으로 첫사랑은 처음 연애를 한 사람과 처음 좋아해본 사람으로 나뉘어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그 친구는 나에게 두가지 의미로 모두 첫사랑이 맞아. 그만큼 소중한 친구지. 헤어진 뒤 들들볶여 소개받은 자리에 나가 애프터까지 갔던 적은 몇번 있는데, 이상하게 뭘 하든 그 친구가 생각 나더라고. 고백을 받아 짧게 사귀었던 적도 있는데, 스킨십을 피하게 되거나 관계 중 다른 이름을 불러 차였어. 어, 얘 좀 중증인데 싶긴하겠지만 돌이켜보면 내 모든 행복 속에 걔가 있었던 것 같아서.  그래서 아직 못잊은 걸지도 모르겠다. 그럼 아래로, 그 친구와의 이야기를 풀어볼게. 혹시 몰라 너무 자세하게 적지는 않는다는 점 양해 부탁해.

첫만남은 앞서 말했듯이 고등학생때인 10대 후반이었어. 당시 나는 학생 신분임에도 공부보다는 아르바이트에 비중을 두었어. 부끄럽지만, 형편이 그리 좋지 않았거든.

늦은밤부터 새벽까지 일을 하다 어쩌다 학교에 나가면 잠만 쳐잤어. 아니면 애들이랑 적당히 놀거나. 그러다보니 성적은 바닥을 기었지. 시험날 등교도 안할때가 있었으니 오죽했겠어.

그러다 고등학교 2학년, 성적에 신경을 많이 쓰시는 담임 선생님 반에 배정되었어. 그 선생님은 내가 등교한 첫날 교무실로 부르시더니 진지하게 상담을 해주셨어. 지금 생각해보면 감사하지만, 그 당시에는 짜증나기만 했지. 그렇게 선생님 말씀을 반쯤 흘려 듣고, 그러다 부장 선생님께 뒤통수도 한대 맞고... 한 2시간쯤 되었나. 되게 공부 잘할것 같이 생긴 친구가 교무실로 들어오더라고.

시험기간이라 자습 중이었을텐데, 뭐 부탁드리고 싶은게 있다면서 우리 담임쪽으로 오는데. 담임이 마침 잘되었다는듯 나한테 걜 소개시켜주시더라. 우리반 반장이고 이제 내 짝이 될거래.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얘(나) 좀 잘 챙겨달라는 거였어.

>>6 고마워. 슬슬 힘이 부쳤나 보지... 날 반장이라는 애한테 달려서 그제야 교실로 보내는데. 와, 내 자리 정말 맨 앞, 그것도 정말 반장이라는 애 옆이더라...

한창 흑염룡을 품고있던 난 교실 들어가자마자 엎드려 쳐잤어. 아니 자려고 했지. 근데 옆자리 걔가 자꾸 날 깨우는거야. 아니 절대 가오 부리는건 아니고, 내가 좀 사납게 생겼거든. 양아치라는 소문도 돌았던 걸로 기억해서 학교 등교했을 때도 양아치들 아니면 말을 안걸어줬단 말야.

근데 얘는 되게 끈질기게 나를 깨워서 일으키려고 하더라고. 분명 자기 공부 방해될게 분명한데도... 그 정성 때문에 한 5번째 깨워졌을때는 일어나서 펜 빌리고 노트 빌려서 그거라도 읽었어.

그렇게 남은 시간... 어쩌다 야자때까지 붙잡혀서 줄줄 읽었는데. 집 가려고 노트 돌려줄때, 걔가 전화번호를 물어보더라. 그래서 얼떨결에 알려줬어.

그 다음날은 일하다 뻗어서 학교를 못나갔는데, 깨어나보니 문자랑 전화가 와있더라. 문자에는 늦게라도 오라는 말이 써져있었는데, 연락처가 저장은 안되있어도 딱 누군지 알겠더라. 근데 그..  신경 써줄걸 그냥 넘길수는 없잖아. 그래서 미안 한마디 보내고 다시 뻗었어.

그렇게 늦은 밤 알바 갈때 폰을 한번 더 확인했는데. 그 애한테서 온 연락이었어. 미안한데 알바하는 곳을 알려줄 수 있냐는거야. 나 일하는건 담임이 알려줬겠다 싶어서 넘겼는데... 그당시에 내가 일하던 곳이 좀 위험한 곳이었어. 절대 여자애 혼자 올만한 곳은 아니었단 말이야.

그래서 내가 왜? 한마디 보냈는데. 걔가 곧바로 연락을 보내더라고. 필기랑 공지사항 좀 전해주려고 한다고. 머리가 띵했어. 아니 보통 선생님 말씀 좀 있었다고 이렇게 챙겨준다고...? 싶었거든.

그래도 고마운건 고마운거잖아. 그래서 내가, 내일 학교에 가서 직접 받는다고 했어. 등교는 괴로웠지만... 어쩔수 없었어.

그리고 진짜로 그 다음날 등교를 했어. 걔는 진짜 공지사항 적어놓은거랑 각 과목(비주요까지...) 필기를 보여주더라. 거기다 피곤하진 않냐고 초콜릿까지 주는데. 나 진짜 천사를 본것 같았어. 후광 비치는 것 같았다고.

그 뒤로 나는 좀 꼬박꼬박 학교를 나갔어. 피곤해도, 그 신경써주는 성의가 고마워서 어떻게 나가게 되더라고. 물론 안자는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최대한 깨어있으려고 노력했어.

날 1학년때 보셨던 분들은 애가 개과천선했다고 놀라시고 담임 선생님은 만족하신 눈치였어. 그렇게 시험때까지 나름 열심히 학교를 나가서 걔가 빌려주는 필기를 읽었어.

나중에 성적표를 보니 성적이 좀 올랐더라. 워낙 바닥이어서 올라봤자 그리 많이 오르지도 않았지만. 그걸 걔한테 말했어. 그간 필기를 본 덕인것 같아서 나름 형편되는대로 간식을 챙겨서 함께 줬지.

스레나 레스에서 뭐 썻는지 언급하면 안돼 이 스레나 그 스레의 레스 수정 해줄래?

>>19 알려줘서 고마워, 수정했어.

근데, 걔가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거야. 막 웃으면서 내 등을 치는데 너무 기분이 이상했어. 그리고 그게 더 보고싶은거야. 그래서 그 다음부터 나름 공부를 시작했어. 물론 알바는 줄일수없었기에 잠을 줄였고.

1학년 공부부터 막혔던 내가 2학년 공부를 하는건 사치였으니 1학년 공부와 중학교 공부를 병행했어. 모르는건 간식이랑 같이 걔한테 물어봤어. 그때 교과서가 아주 깨끗했던 덕에 그걸로 공부할 수 있었는데, 그걸 본 짝궁 그니까 걔가 어느날 집주소를 물어보더니. 문제집을 가져왔어.

거기다가 새것같아 보이는것도 몇개 있더라... 미안해서 못받는다고 집까지 찾아오게 한것도 미안한데 절대 못받는다고 했더니. 그냥 두고 집에 가버리더라. 그래서 그거 그냥 썼어. 여전히 모르는건 걔한테 물어봤고 걔는 되게 친절하게 알려줬어. 여전히 미안해서 틈만나면 간식같은거 사다주고, 주번일 대신해주고 걔 자리 닦아주고 그랬어. 되게 바보같지만... 그당시의 내 최선이었어.

엄청 상냥한 사람이네

그렇게 우린 사적으로 문자를 주고받을 만큼은 가까워졌어. 그러다 방학이 되었고, 잠시 아는 점장님께 부탁드려 단기알바를 하던 중 우연히 걔를 만났어. 고기집이었는데 가족이랑 왔더라. 괜히 아는척 안하고 괜히 더 신경써서 대접했어. 그런데 나가는 길에 걔가 날 툭툭치는거야. 왜 아는척 안하냐고.

그래서 너 밥먹는데 불편해할까봐 그랬다고 했더니, 아는척 안하는게 더 섭섭하다면서. 방학에 비는시간 있냐고 물어봤어. 근데 그때 난 좀 쉼없이 알바중이었단 말야. 왜인지 모르게 속상해져서 시간 없다고 말했더니...

걔가 막 웃으면서 문자 꼭 하라고. 그리고 알바하는곳 다른데도 좀 알려달라고 그러더라고. 그래서 일단 여기 고기집만 알려줬어. 그랬더니 먼저 문자도 많이 하고, 고기집으로 외식도 자주 하러 오더라. 나중에 걔네 부모님이 말씀하시는걸 들었는데, 걔가 꼭 외식만 하려고 하면 여길 오자고 했대.

그 말을 듣고나니 더 고마웠어. 이제는 내가 더 많이 연락했고, 그를통해 나는 걔랑 점점 더 가까워졌어. 없는 쉬는날을 빼서 만날정도로. 걔가 점점 고마워졌고 걔가 점점 사랑스러워졌어. 웃는 모습도 예쁘고 투정 부리는 모습도 예쁘고. 나 신경써주는 것도 좋았어. 동정이라해도 좋았어. 걔가 나랑 같이 있어주는 것만으로 좋았거든.

>>24 맞아, 많이 상냥한 사람이야.

근데 그.. 걔가 공부를 되게 잘했어. 분명 대학도 잘 갈텐데... 나 걔랑 떨어지고 싶지 않더라고. 그래서 공부 시작했어. 같은 지역이라도 가면 만날수라도 있을것 같았어. 등록금같은 현실적인 고민은 못할만큼 그거에만 집중했어. 코피 흘릴만큼 열심히 했고. 그걸 본 선생님들도 걔도 놀랄만큼 좀 힘들게 열심히 살았어.

그렇게 수능을 보고. 진짜 운좋게 찍은게 거의 다 맞아서 내 역대 최고성적을 찍었어. 그 과정에 항상 응원해주고 챙겨주는 걔가 있었어. 결과 나오자마자 걔한테 달려가서 말했는데 걔가 막 울면서 다행이라고 그러는거야. 나도 울컥해서 눈물이 나오더라.

결국 걔는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법한 학교에 갔고, 나는 적당히 같은 지역으로 갔어. 끄트머리지만 장학금 받고 들어갈 수 있어서 좋았고. 이 학교를 갈 수 있게된 데에도 걔의 상냥함이 섞여있었어. 나대신 여러가지를 찾고 알려주었거든. 무엇보다 좋은건, 같은 지역 내에 있다는거였지만, 내가 대학에 갔다는 사실 자체가 벅찼어. 오죽하면 나 가르치던 선생님들이 아직까지 떠들고 다니실까... 그정도로 좀 기적같은 일이었거든.

그렇게 합격하고, 난 다시 일하러 학교를 잘 안나가다가 졸업식 되어서야 학교에 갔어. 그날 거의 처음으로 교복을 챙겨입고 갔어. 걔가 그렇게 입고 오라고 했거든. 그래서 갔더니 걔가 꽃다발 하나를 주더라. 되게 예뻤어. 근데 난 줄게 없었거든, 그래서 안절부절하고 있으니까 걔가 그냥 자기랑 사진 한번만 찍어주면 된다고 달래줬어.

그렇게 걔랑 사진 찍고, 걔네 가족이 내 얼굴을 알아서... 같이 밥 먹으러 갔어. 그 다음에 걔가 자기랑 나랑 따로 놀고 들어간다고 말하고 내 손을 붙잡고 막 가는데. 되게 설렜지

욕먹을 각오하고 알바 대타 부탁한걸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설레고 좋았어. 중간에 발견한 꽃집에서 작은 꽃다발이라도 줄 수 있었고 걔랑 떡볶이랑 오뎅 같은것도 사먹으며 돌아다녔어. 걔가 춥다길래 내 목도리도 둘러주고 옷도 주고 그랬고 손도 잡고 다녔어.

그러다 헤어질때, 걔가 말하더라. 나 사실 너 1학년때부터 알았다? 라고. 그래서 내가 황당하게 보니까, 1학년때 하나있던 내 친구네 반이었대. 가끔와서 눈도 제대로 못뜨고 끌려다니는거 보고 웃었다고 그러더라고. 물론 난 좀 부끄러웠지만

중간에 끊어서 미안 한 2시간 정도 뒤에 다시 올게.

괜찮아 얘기 해 줘서 고마워 다녀와 기다릴게

완전 설레요... 기다리고 있으니까 레주 꼭 이야기 다 풀어주시길.. ㅠㅠㅠㅠ

>>38 들어줘서 나야말로 고마워. >>39 고마워 >>40 너무 기다리게 했나... >>41 설레면 안될텐데... 이야기는 다 풀거야, 고마워 모두에게 미안, 일이 바빴어. 지금은 출근해야 하니까, 퇴근하고 바로 풀게... 어쩌다보니 주말에까지 출근을 하게 되어서....

>>42 날이 더운데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힘내. 다녀와.

>>43 걱정 고마워, 다녀왔어. 그러더니 걔가. 나는 그래서 교무실에서 너 만났을 때 좋았어. 짝인건 알고있었는데 학교를 안나와서 섭섭했거든. 하고 말하더라고. 나는 거기서 그냥 바보같이 어..어 그래... 이러고만 있었어.

그런 나를 보더니 내 등짝 한대를 때리는거야, 걔가 손이 좀 매워서 내가 주저앉아가지고 아파하는 틈에 걔가 좋아한다고 말하더니 도망갔어. 나는 뭐 등 아프지 머리 띵하지 이게 현실인가 싶어서 한참을 그 자리에 앉아 있었어.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정신을 좀 차렸을무렵. 폰을 확인했더니, 걔가 문자로 친구로서 친구로서 이렇게 보냈더라고. 근데 그 눈치라는게 있으면 그런건 아닌것 같다는게 느껴지긴 할거아냐.

물론 난 걔가 좋았어, 이성적으로... 근데 걔는 공부도 잘하고 집도 꽤 잘 사는데 나는 대학도 거의 운으로 갔는데다가 집은 좀... 하루하루 위태롭게 산단 말이지. 자존심 상한다는건 아니었어. 그냥 이런 내가 걔한테 오점이 될까봐, 헤어지면 친구로도 못 지낼까봐. 그게 무서웠던 것 같아.

그런데 저 문자에 이상하게 답을 하면 분명 후회할것 같았어. 그래서 반쯤 미친척 하고 나는 좋아해. 라고 보낸뒤에 잠수 탔어.

>>44 기다리고 있었어 어서와!!😚

>>49 고마워 그... 답답할거 알아 세상천지 어느 누가 고백하고 도망을 가겠어... 그런데 정말 난 어쩔 수 없었어. 걔가 좋은만큼 무서웠거든.

걔도 일주일 정도는 전화랑 문자를 하다가... 몇일 연락이 끊겼어. 그래서 질렸나 싶어 시무룩하게 알바나 나가고 살았지. 그렇게 잠수탄지 2주 가까이 되었을때, 새벽에 문을 열고 나가니 걔가 서 있었어. 겨울인데 목도리도 제대로 안하고 있길래 기겁해서 다시 들어가서 목도리만 챙겨나오려 했는데, 걔가 턱 내 손목을 잡더니 살벌하게 어딜 도망가 이러더라....

무서웠지... 그 전과는 다른 의미로도 같은 의미로도 무서웠어. 그래서 나는 덜덜 떨면서 너 목도리... 이런식으로 바보같이 굴었고, 걔는 다 필요없으니까 대화 좀 하자고 하더라.

근데... 나 알바 가야하잖아.... 그래서 끝나고 대화하면 안되나 내가 데리러 가겠다 이랬는데, 걔가 불안하다고 안된대. 근데 마침 그 시간에 가는건 편의점이라 그래도 위험하진 않았거든. 그래서 걔한테 그럼 나 알바하는거 구경이라도 하겠냐. 이랬어. 결국 그렇게 나는 알바하고, 걔는 앉아서 나를 감시하는 시간이 이어졌지....

어찌저찌 지옥의 감시가 끝나고 걔한테 끝났다 말하니까. 걔가 내 손목을 잡고 작은 카페로 데려가더라. 그렇게 주문 끝나고 앉을때까지 내 손목을 안 놓아주더라고... 그래서 음료 가지러 갈때랑 대화할때는 거의 빌다시피해서 손목 놓았었지...

아무튼 그렇게 음료까지 준비된 떨리는 일대일 대면이 시작되었어. 여유없이 바로, 왜 연락 안받았어? 하고 묻더라.

우물쭈물하고 있으니까, 걔가 변명이라도 해봐. 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어영부영, 그게... 너 좋아해서... 이랬어. 솔직히 말하면 걔가 정떨어질 것 같았거든.

근데 걔가 여전히 더 말해보라는 것처럼 나를 보고있더라. 그래서 솔직히 말했어. 내가 너한테 너무 부족한것 같아, 그래서 너를 좋아한다고 해도 괜찮을지 모르겠어. 이런식으로.

그랬더니 걔가 속탄다는듯 음료를 빨대없이 들이키더니. 내가 먼저 좋아했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이러더라고.

그래서, 너는 친구로서 라며... 그리고 너 반장이었잖아... 이런식으로 막 횡설수설 대답하니까. 이제는 내 두 손을 잡고. 좋아해, 이성으로서 좋아해. 이런식으로. 말해주더라.

꼴사납게 거기서 울었어. 심지어 카페였는데... 사람들 별로 없고 좀 구석이었다고 해도 분명 쪽팔린건데... 그때는 그걸 신경쓸 정신도 없이 손 붙잡힌 채로 눈물만 줄줄 흘렸어.

그랬더니 걔가 막 웃으면서 눈물 닦아주고 묻더라, 너는? 하고. 그래서 나는 계속 눈물 줄줄 흘리면서 좋아한다고 말했어. 그렇게 소박하게 우리는 사귀게 되었어.

그래도 고백인데, 너무 부끄러운 모습만 보인것같아서, 나중에 알바 열심히 해서 꽃다발이랑 걔한테 어울릴것 같은 목도리 두개사서 커플로 하고 다녔지.

>>58 고마워 입학하고 나선 공강 생길때마다 연락해서 괜찮다고 하면 찾아가고, 걔도 나 알바 중인 곳에 만나러 오고. 그런식으로 꾸준히 만났어.

걔가 공부도 잘하고, 잘하게 생겼을 뿐더러. 예뻤어. 상냥하고 털털하고. 성격도 좋았어. 그래서 혹시 다른 사람이 걔를 좋다고 하면 어쩌지, 나보다 더 괜찮은 사람이 걔한테 호감을 표하면 어쩌지 싶었어.

걔를 믿지 못한 것은 아니었어, 그냥 내가 나에 대한 자신이 없었어. 그래서 더 열심히 나를 가꾸었어. 운동을 하고 공부하고 알바도 하면서 나를 가꿨어. 그럼 내가 조금이라도 늦게 질리지 않을까 싶었거든.

사실 내가 아직 밖이야, 틈날때마다 이어갈게. 아직 본론은 들어가지도 않았기도 해서.... 열심히 풀게 내가. 기다려줘ㅠㅠ

>>68 천천히 풀어도 돼~! 잘 보구 있어

>>69 고마워 걔는 정말 나한테 신뢰를 줬어. 내가 온 날 과 애들한테 남자친구라 소개하고, 남자들이랑은 따로 밥 먹는것도 요리조리 피해다닌다고 하더라고. 참고로 그 얘긴 걔 만나러 갔을때 걔 친구들이 놀리는 식으로 말해준거야.

난 걔가 하루하루 더 좋아졌어. 알바 후에 걔를 데려다주거나, 시간 날때마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걔를 만나러가는 것이 정말 힘들지 않을 만큼.

그러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우리는 점점 편해졌어. 서로에 대한 애정이 식었다는건 아냐, 오히려 서로가 서로를 너무 사랑한다,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해야할까.

그사이 나는 운전면허를 땄어. 걔가 면허가 있긴 했지만, 어디 갈때 걔만 고생시키고 싶지 않았기도 했고, 일 할때 필요하기도 했거든.  군대도 다녀왔는데, 군대 갈 때 그거 기다리게 하는게 너무 미안해서 헤어질까 고민하다가 대판 혼난거 말고는 걔네 학교 우리학교에도 알음알음 알려질 만큼 대놓고 사이가 좋게 다녔지.

싸운적도 별로 없었어, 서로를 배려하기 바빴어. 많이 사랑했으니까.

이쯤되면, 저런 커플이 어쩌다 헤어졌을까 싶기도 할거야. 무려 군대도 견뎠는데 말이지.

...다들 그거 알아? 사고는 언제나 갑작스럽고,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다는거.

알아. 그러니까 조금만 더. 힘들지. 얘기 하는거. 그래도 있잖아, 나 네 얘기를 조금만 더 듣고싶어. 고마워. 말 해줘서. 계속 기다릴게. 잦게 찾아온단 말은 할 수 없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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