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알았고 거의 매일 연락하는 친구인데, 언제부터인지 성격이 좀 이상해지더라. 툭하면 삐지고, 답정너식으로 내 답변 유도하고, 뭐만 하면 핑계에, 본인 사교성이 안 좋아서 친구 못 사귀는 걸 나더러 뭐 어쩌라는 건지, 내가 다른 친구 얘기 꺼내거나 하면 질투하고...
그래도 첨엔 다 받아줬다. 친구니까. 오래 알았으니까. 심성은 좋은 애라 생각했으니까.
무엇보다 원래부터 이러던 것도 아니었고, 코로나 시작하고 사회성이 많이 떨어지면서 자존감도 떨어지고 우울해하는 것 같길래 그냥 아무 말 없이 받아줬지.
근데 사실 나도 코로나 터지고 집에만 있다보니 사회성 많이 떨어져서, 얼마 없던 친구들도 다 떨어져 나가고, 환경은 바뀌었는데 적응도 못 하고, 당연히 새 친구는 못 사귀고... 많이 힘들고 가끔 벅찰때도 있어서 혼자 울고 오늘 죽을까 내일 죽을까 하면서 우울증에 무기력증으로 고생 많이 했는데 (사실 지금도 좀 힘들어) 주위 사람들까지 같이 힘들게 할까 봐 티는 안 냈어.
근데 나도 정신상태가 온전치 못한데 자꾸 친구놈 개지랄을 다 받아주려니 지치다 못해 화가 나더라. 내가 왜 이걸 받아줘야 되지? 싶고.
그래서 얼마전부터 친구가 짜증나는 말 할때마다 그냥 씹거나 건성건성으로 대꾸했어. 이상한 핑계대면 핑계 대지 말라고 쏘아 붙이고, 답정너식으로 나오면 그냥 뭐래 ㅋㅋ 식으로 넘어가고, 삐지면 삐진 대로 내버려두고. 이틀전에 카톡하다 얘가 또 이상한 소리 하길래 건성으로 대꾸했더니 삐졌는지 답을 안 하더라고.
그래도 나름 친구니까 챙기긴 해야하나... 싶어서 어제 밤에 일상적인 얘기로 카톡 보내봤는데 아직 답이 없어.
근데 걱정되고 초조하고 이런 게 아니라 오히려 후련하다. 답이 없으니 신경 쓸 일도 없고 얘랑 의미 없이 카톡질 할 시간에 다른 일 할 수 있어서 좋아.
물론 나랑 친구의 관계가 이렇게 된 데에 걔 잘못만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 나 스스로 잘 모를 뿐이지 나도 걔 신경에 거슬리거나 걔한테 상처주는 말 아마 자주 했을거야.
근데 잘잘못을 떠나 매일 같이 연락하던 친구 연락이 끊겼다고 해방감이 드는 거면 이젠 손절각이 온 거지?
이름없음2022/11/15 15:07:57ID : jy2GoIK7zgk
그치? 아무래도
서로 잘잘못을 떠나서 서로에게 마이너스만 되는 관계는 끊어내는 게 맞다고 생각해.그리고 그 친구 때문에 레스주도 힘들었다고 했고
굳이 만나거나 해서 서로 감정 상하지 말고 그냥 지금처럼 연락 안 하고 얼굴 안 보고 지내면 서서히 멀어질거야
지금 정신적으로 힘들다고 했는데 꼭 나아졌으면 좋겠어. 요새 하늘 파랗고 예쁘더라. 걷다가 하늘도 한번 올려다보고 할 일 열심히 하면서 지내면 좋은 인연은 또 찾아올거야! 힘내고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