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부모님 맞벌이였는데 엄마가 독박 가사, 독박 육아 했음. 언니가 좀 크고부터는 언니가 같이 집안일 해서 그나마 좀 나았지만 여튼 그것 뿐 아니라 엄마가 아빠보다 돈 덜 번다고 아빠가 엄마 무시하고, 아빤 집안일도 안 거들면서 집안 상태 꼬투리 잡으면서 맨날 뭐라 하고 그랬음. 우리 엄마 시집살이도 엄청 심하게 하셨음.
난 언니랑 나이차이가 좀 있는데, 언니가 엄마 많이 도와주던 기억도 있고, 아빠도 나이 더 드시고 나서는 좀 순해지셔서 아빠에 대한 이미지가 심하게 나쁘진 않음... 좋진 않지만... 그냥 집에 있는 아저씨 느낌이긴 함. 가끔 혼자 빡쳐서 고래고래 소리 지를 때 말곤 암 생각 안 듦.
여튼 근데 언니는 아빠랑 친가 완전 싫어함. 티는 안 내는데 전에 술 먹고 말해줌. 난 기억 잘은 안 나는데 엄마가 언니 어릴때 언니 안고 집안일 하면서 혼자 우신 적도 많고, 달에 한 번 친할머니 오셔서 엄마 괴롭힘. 맨날 혼내고 뭐라 함. 아빠가 뭐 잘못하면 친할머니가 엄마한테 니가 잘못해서 그런거라고 존나 갈궜다 함. 지금은 좀 덜 오시긴 함...
그런 걸 보고 자라서 그런가 울 언니는 비혼주의임. 엄마는 이해하심. 난 관심 없음. 근데 엄마가 장 보러 나가신 사이에 잠깐 어쩌다 보니 나랑 언니랑 아빠랑 셋이 대화를 좀 했는데 (평소엔 서로 본 척 만 척 함) 아빠가 언니한테 잔소리 머라머라 하면서 왜 결혼 생각이 없냐고 거의 뭐 윽박을 지르심... 너가 뭐가 부족하냐, 애는 낳아야지 기타 등등.
언니가 걍 대꾸도 안 하고 멍하니 듣다가 결국 아빠 눈 똑바로 보면서 "딸은 아빠 닮은 사람이랑 결혼한다잖아. 난 아빠 같은 사람이랑 결혼하기 죽기보다 싫어. 난 엄마처럼은 안 살 거야." 이러고 어디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집 나갔음...
평소 같으면 고함 치면서 난리 났을텐데 뭔가 충격 먹은 건지 아빠 암 말 안 하심...
언니 나가고 좀 뒤에 아빠가 나보고 넌 아빠가 어떤 사람인 것 같냐고 물어봄. 걍 머... 암만 생각해도 빈말로도 좋은 사람은 아닌 것 같아서 "밖에서 어떤지는 모르겠는데 좋은 남편도 아니고 좋은 아빠도 아닌 것 같아." 라고 함.
집 분위기 숨막혀서 나도 그냥 집 나옴. 갈 데 없어서 친구 불러다 노래방 갔음.
엄마한테 연락했더니 언니한테 들었는지 대충 먼 일 있었는지 알고 계심.
근데 그 이후로 아빠 완전 쥐죽은 듯 사심.
얼굴 자주 보지도 않는데 볼때나다 잔소리 하던 거 사라짐. 본인 기분 안 좋으면 일단 목에 핏대 세우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던 게 일상이었는데 요새 고함 안 지름. 친할머니도 안 오심. 그냥 안방에만 계심.
솔직히 조금 불쌍하긴 함. 거의 숨소리도 안 내고 사셔서.
근데 좋음. 엄마나 언니도 별 신경 안 쓰는 것 같고 오히려 평소에 관심도 없으면서 뜬금없이 나와서 잔소리 하다가 대뜸 소리 지르는 일 없어져셔 나도 좋음.
친할머니 뜬금없이 오셔서 엄마 갈구고 언니랑 싸우는 일 없어서 너무 편함. 친할머니 올때마다 숨막혔음.
아빠가 방에서 안 나오니까 집안 분위기가 너무 좋음. 엄마랑 언니랑 나랑 셋이서 화목함. 아빠 나오면 조용해짐.
조금 복잡미묘함.
그래도 가족이고 아빠라서 가엾다는 생각도 드는데 우리 언니랑 엄마 고생한 거 생각하면 기왕 이렇게 된 거 아예 이혼하고 남처럼 사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음.
아무튼 편함.
근데 이렇게 편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음.
머리가 복잡하다.
이름없음2022/12/03 00:46:55ID : NAkk2tvwmpW
거의 그 세대 부모님들은 다 그런 식이더라고 우리 부모님이랑 친구들 부모님들 얘기 들어보면 거의 다 똑같음 근데 레주의 아버지 께선 유독 심하신 것 같음 아무리 불쌍하다는 마음이 들어도 절대 잘해주지 마셈 또 기고만장해져서 소리 지를거임 사람 절대 안 바뀌는데 그런 식으로 냉전하다 본인이 먼저 다가와서 잘해줄 때 까진 절대 다가가지 마셈 지금 과거를 되돌아 보시는 중이신 것 같은데 혼자 생각 하게 냅둬 물론 쓰러지기 직전까지 많이 야위실 때까지 다가오지 않으시면 그냥 져 드려... 자존심이 엄청 강한 사람은 절대 먼저 못 다가감 그렇게 될 때까지 생각을 하셨다면 분명 반성 하셨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