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 여자고...
사실상 인생 첫 커밍아웃은 아니긴 함. 이제까지 4명한테 했었음. 근데 그 중 한 명은 친동생이고(심지어 마찬가지로 바이), 두명은 나한테 먼저 커밍아웃했던 애들, 그리고 다른 한명은 대놓고 그쪽 분위기 풍기던 친구... 이렇게 넷.
근데 나한테 먼저 커밍아웃했던 2명 중 한명이랑은 지금 아예 연이 끊겼고, 대놓고 그쪽 분위기였던 친구도 지금은 드문드문... 1년에 한 두번 연락 닿을까 말까인 수준이야. 다른 친구 한명이랑은 아직까지 잘 지내고 있지만 오래 알고 지낸만큼 오히려 더 조심스러워져서 이쪽 관련된 얘기는 잘 못 꺼내고... 그냥 간간히 드립이나 좀 치게 되더라고 ㅋㅋㅋ; 그래서 그나마 맘 편히 툭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건 동생 정도... 내가 누구 좋아했고 어쩌고 이런 건 동생 말고 아무도 몰라. 근데 그마저도 집에서는 대놓고 얘기하기 힘드니까 이쪽 주제로는 대화를 잘 안 하게 되고.
여튼 그래서 커밍아웃 전적은 네번이지만... 제대로 편안함과 받아들여지는 감각을 느낀 건 내 동생 상대로가 유일한데...
오늘 친구한테 처음으로 내가 먼저 커밍아웃 해봤다.
이름없음2023/01/26 07:03:12ID : 3wpTWmJO8qn
이성친구인데, 그 친구가 내 친구(동성)를 좋아하는 거 같아서... 떠봤었거든. 그래서 걔가 이거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말라고 쉬쉬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해줬었음.
근데 말해주면서 계속 이거 남한테 말하지 마라, 말하지 마라, 이러면서 불안해 하길래 네가 너무 불안해 하니까 그럼 나도 내 비밀 하나 말해줄게, 하고 그냥 질러버렸어 ㅋㅋㅋㅋㅋ;
평상시 같으면 생각도 못했을 일인데 그냥 충동적으로 질러버림...
이름없음2023/01/26 07:05:07ID : 3wpTWmJO8qn
대놓고 "나 바이다"라고 한 건 아니고 약간 돌려말하긴 했는데 "아-그렇구나 ㅇㅋㅇㅋ." 하고 넘겨주는 거 보니까 못 알아들은 거 같긴 않더라고...
아무튼 그래서 이제 서로 비밀 하나씩 알고 있는 거니까 둘 다 주변에 발설 금지라고, 이런 얘기 하면서 나머지 수업 듣고 그랬어.
그때 빈 강의실에서 그 얘기를 나눴었는데 강의실 나서는 순간부터 그 관련된 얘기는 한마디도 안하고...
걔는 놀랐는지 어쨌는지 잘 모르겠는데 적어도 겉으로는? 잘 받아들여주는 것 같더라고. 크게 신경은 안 쓰는 것 같다 해야하나.
이름없음2023/01/26 07:06:22ID : 3wpTWmJO8qn
아무튼 그러고 나머지 수업 들으면서 잘 놀았는데 이제와서 다시 생각해보니까 뭔가 얼떨떨함...
난 누구한테 커밍아웃 같은 거 하면 불안하기도 하고 그래서 하루종일 생각날 줄 알았거든.
근데 친구가 뭐 크게 놀라거나 이런 기색도 없이 흘리듯이 넘겨줘서 그런가 나도 별 신경 안 쓰이더라...
이름없음2023/01/26 07:07:15ID : 3wpTWmJO8qn
나랑 같은 이쪽(퀴어)인 거 확인 안 하고 커밍아웃 해버린 건 이 친구가 처음인데 뭔가 시원하기도 하고...
되게 오랜만에 제대로 받아들여진 느낌 나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