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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3/08/31 00:33:35 ID : AkmmpQq2HCr
3-4년전 하소연 판을 즐겨 사용했던 기억이 있어서 한번 글 남겨봐 판은 좀 작아졌지만 분위기는 그대로네ㅎㅎ 나는 어렸을때 부모님이 이혼하신 후 빚더미와 함께 쭉 편부가정에서 자라왔고, 나를 굉장히 사랑하시지만 편집증같은 피해망상과 자신만 옳다고 생각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왔어 빚은 아버지가 노력한 덕에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모두 탕감했어 아버지가 중견기업에 다니셨거든 어렸을때부터 정말 산만하고 성적으로도,상식적으로도 비정상이였던 나는 항상 지저분하고 혼자였고 사고뭉치였던 기억이 나 그땐 그랬지~~수준이 아닌 교실이나 집에서 대놓고 자위를 하고,궤변을 늘어놓고,가족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면 참을 수 없이 역겨워 찬물에 얼굴을 쳐박고,밤마다 가슴이 쓰려 울고,머리를 뽑는 등등...지금으로썬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많이 해왔어 그러다 초등학교 고학년때 아버지 지인의 인맥으로 반강제로 아무것도 모르고 동남아에 유학을 가게 돼 그전부터 이상한 방법으로 나한테 영어를 가르쳐왔었는데 이때를 위한거였지 거기는 지불한 금액에 비해 교육수준도,시설도 개판이였던 기억이 나 또한 가끔,아버지가 죽이지만 말라며 체벌을 허락했다는 이유로 명치를 맞거나 코가 꼬집혀 피멍이 든 적도 있어 아주 가끔말이야 그래도 당시의 난 부족한 사회성과 상식과는 상반되게,이상하게 학습 능력만은 높아서 그딴 시설에서도 프리토킹 수준으로 영어를 흡수해내고 상위권 성적을 어찌어찌 유지했어(지금으로 따지면 2-3등급?) 그리고 한국으로 복귀하고,본격적으로 벌어지기 시작한 또래와 나의 사회성과,멋대로 유학을 보내놓고 기회비용을 운운하는 아빠에 의해 조금 힘든 삶이 시작됐지 복귀하고 중학교에 올라갈때까진 은따를 당했어 하지만 난 당시 중2병..ㅋ같은 마인드로 딱히 상처는 안 받았었지만.. 중학교에 올라가선 아빠는 나에게 선상학교,스피치대회,토셀 하이주니어,토익공부를 할것을 강요했어 권유라곤 했지만 하지 않으면 책임을 소홀히 한다고 생활에 제약을 주곤 했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해왔지 보통 애들같으면 걍 했겠지만 난 유독 거부감이 심했어서 급기야 스피치 녹음할때 입에 거품이 물릴 정도가 되었고,이게 학창시절 내내 발표를 두려워하게 되는 시발점이 되었어 고등학교 학예외때는 합창을 하면서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시야가 빙빙 돌 정도였지.. 당연히 이리 거부감이 심하고 난 영특한 편이 아니니 결과들은 다 부진했어 이때즈음 부터 머리에 물이 찬듯 시야가 아득해지고 매사 멍해지게 됐어 무엇을 해도 와닿지가 않았고 하루종일 무언가에 취한듯 먹먹했지 아빠한테 용기내서 말하니 내 짝눈 때문이라며 대뜸 안경을 맞춰줬어(…) 이때즈음 부터 학대가 시작돼서 안이 빈 철막대로 맞기 시작했어 동생은 너무 심하게 맞아 엉덩이가 찢어졌을 정도였고 어째선지 변을 조절하지 못해 선생님이 동생을 씻길때 이를 보고 경찰에 신고하는 헤프닝도 있었어 아버지는 중간에 돈을 먹여 웃으며 자백하고 간단히 빠져나갔다고 해 당시 나는 아빠가 체포되지 않음으로써 내가 있을 곳이 유지되는 안도감과 앞으로에 대한 두려움이 공존했어 고등학교땐 아예 나한테 기회비용을 회수하려는 아빠에게 소심한 반항을 해보고자 공부를 아예 놓고 잠만 자기 시작했어 중딩때부터 새벽수영을 시켰어서(시키는 김에 내 몸에 대한 평가와 악담을 늘어놓는건 덤..나 정상이였음) 낮잠이 많아지긴 했지만 이때부터는 깨기 싫어서 억지로 하루종일 잔거에 가까웠지 그러다 중딩시절 내내 90 초반을 유지하던 내 성적이 7등급까지 떨어졌고,막상 아빠에게 성적을 보여주는게 두려워진 나는 내 성적표를 친구한테 보내버렸어 그 안에 아빠나 나 둘 중 하나가 죽기를 바랐고 차도 위를 위험하게 건너며 누가 날 차로 쳐줬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기도 했어 물론 한달만에 이를 들키게 되고 2000대를 철막대기로 나눠 맞고 하루에 몇십번을 계단 오르내리기를 했어 학교라도 다녔으면 좀 덜 혼났을텐데 하필 코로나까지 터지니 진짜 세상이 나한테 왜이러나 싶더라 그때부터 미친듯이 불안하고 우울해졌어 이후 맞지 않기 위해 무력감,게으름 속에서도 벼락치기로 어찌어찌 3등급 정도를 맞아도 무릎꿇리고 내가 스스로 머리를 자르게 하고(내가 곱슬이라 머리가 지저분한데,단발로 자르면 그게 해결될거라고,공부하는 사람은 머리가 짧아야 한다고 우기던 아빠였어서 체벌을 이걸로 정한건가봐)학원에 다니면 기회비용이 증가해 더 큰 대가를 치룰 것 같아 말도 안 꺼내는 나에게 밤을 새우고 종용하며 내가 학원에 다녀야할 이유를 본인 앞에서 발표할 때까지,본인이 원하는 “정답”이 나올때까지 잠을 안재우고 계속 괴상한 체벌들을 줬어 그리고 어렸을때부터 이어온 부족한 사회성,기본적인 책임에 대한 회피,멍함에 의한 어리버리함 등등을 내가 장애년이고 자폐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나한테 장애여성에 대한 책을 선물하거나(정말 많이 울었어),자폐 테스트를 시컸고, 내가 말귀를 못알아듣거나 일머리가 부족해보이는 짓을 하면 스스로 내가 만족할 답을 내올때까지 줘패고,뒷산을 끊임없이 뛰게 하고,책을 복기하게 하는 체벌을 줬어 그러면서도 대부분의 시간은 가족과 영화보기,외식,평소엔 다정한 말 하기 등등 여타 부모와 같은 화목하기 그지없게 보냈어서 나는 내가 힘든상황인지 아닌지 헷갈리기 시작해 그러다 대망의 고3이 되고 나는 자기혐오와 멍함,무력감,게으름,우울함이 극에 달아 교실에서도 갑자기 눈물이 떨어질 정도로 한계에 몰렸어 이때는 분명 고3이니 시험 결과가 나올때까지 배려해주겠다는 아빠의 말 때문에 체벌이 확연히 적었지만,아이러니하게도 이때가 내 10대 생활 중 제일 힘들었어 잠이 안와도 계속 잤어 도망치고 싶어서 일어나고 싶었는데 도저히 내가 살아야할 이유를 모르겠어서,근데 죽기는 너무 싫어서 눈을 감고 잠만 잤어 주위는 항상 학대에 불만을 표하고,용돈이 끊겨(고1때부터)같이 놀 기본적인 돈도 없는 나에 대해 질려하기 시작했어 가출을 안하는 내가 너무 미련해보인다고, 그럼에도 노력하지 않는 나를 보고 아빠가 나한테 말할때와 같이 너를 잘못봤다,너는 똑똑한 줄 알았는데 정말 게으르고 멍청하다 같은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어 내가 너무 우울하고 힘들다고 병원에 가고싶다고 울자 이번 변명은 그거야?오은영한테 가보지그래?라는 조롱도 들었어 그러다 9월 즈음 친구가 우울증으로 자살하고 슬퍼하진 않았지만 묘한 동질감에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나를 휘감았어 수능이 한 달 남았을땐 아빠도 자기가 우울증이라며 광증이 생긴것마냥 뭔 얼룩만 봐도 남동생이 자위중독에 걸렸다고 미친사람처럼 애를 패고,동생이 뭔가를 훔쳤을거라고 방 전체를 쓰레기장마냥 뒤집어 엎고,동생이 화장실을 쓸때마다 문을 열고 쓰게 해 내가 중학생때부터 거실에 설치했던 펫캠에 동생이 다 찍히게 했어 내가 너무 멍하고 우울해서 힘들다고 병원 제발 보내달라고 토로하니 내 목을 조르고 걍 내 의지때문이라고 조롱했어 그러곤 어느날 밤 자고 있는 동생을 이유없이 밤새 패고 병원으로 가 우울증 판정을 받아오더라 정말 어이가 없었어 결국 미쳐버릴 것 같던 나는 고모의 연락처를 얻어 전화하며 아빠가 미친것같다 계속 우리를 학대한다 그리고 나 너무 힘들다 정신과 가고싶다 제발 돈좀 빌려줘라 라고 살면서 처음으로 말도 하기 힘들정도로 오열하면서 전화했어 톡으로 상황을 정리해달라는 고모의 말에 지금까지의 학대와 아빠의 광증 의혹을 싹 정리해서 보내니 아 읽씹하더라 정신이 나갈 것 같았어 멘탈도 준비도 개판인 채로 수능을 본 나는 아빠가 원하는만큼의 실적을 못 낼거란걸 직감하고 도박을 해 수시를 6상향을 넣고 만약 전부 떨어지면 가출을 계획하기로 결국 다 떨어지고 가출에 대해 생각하기로 했어 학교에 간다고 거짓말하며 일머리를 키워보려 아는 어른의 추천으로 알바를 해보았어 조롱도 당하고 배민이 뭔지조차도 몰라 큰 실수를 많이 했지만 처음으로 큰돈을 만져보며 화장품도,옷도 사보고 더이상 신세지지 않고 내돈으로 친구들과 당당하게 놀러다니니 멘탈이 조금씩 나아지는게 느껴졌어
이름없음 2023/08/31 00:39:01 ID : AkmmpQq2HCr
주위의 거의 지쳐가는 타박에 의해 울며 겨자먹기로 전화공포를 무릅쓰고 덜덜 떨며 아는 어른에게 추천받은 집 근처 리조트 매니저직 공고에 전화를 걸고 면접날짜가 잡혔어 기숙사까지 제공되는 곳이라 가출을 생각하는 나에겐 가장 적합한 보건이였지 그러면서 알바를 한다는 사실도 아빠에게 알리고, 아빠는 집에서도 자기가 가르쳐주는 상식을 이해를 못하는데,하등 도움도 안되는 하위의 삶의 정수인 알바를 하는 내가 이해가 안가지만 일단 한번 발악해보라며 허락해줬고, 이제 돈을 버니 나보고 난방비도 엔빵해서 내라고 계좌번호를 준다든가,안내니 난방을 꺼버린다든가 히스테리를 부렸어 이때부터 가출과 진학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게 돼 가출준비를 다해놓고 뭔 고민이냐 싶겠지만, 당시 내가 아빠와 지인들에게 계속 조롱받으며 하던 생각이 있었거든 하나는 내가 가출하면 다시는 평범한 가정의 평범한 루트대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는게 버겁다는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내가 모두의 기대대로 더글로리마냥 보란듯이 가출을 하게 되면 나의 10대는 영원히 그 누구에게도 구원받지 못한 채 멍해져가는 나의 의식과 함께 없어져버릴 거라는 것에 대한 공포감이였어
이름없음 2023/08/31 00:42:50 ID : AkmmpQq2HCr
그러다 어느날,친구와 나가놀기로 했을 때 아빠는 내가 나가서 논다는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해 내가 나가려고 할때 왜 자기를 무시하냐며 나를 벽으로 몰아넣고 미친듯이 머리를 내 얼굴에 쥐어박고 날 구석에 몰아넣고 못나간다고 소리쳤어 그때 갑자기 머릿속에서 이런 생각이 날카롭게 꽂혔어 지금 안나가면 영원히 이 집에서 못나간다고 나는 말없이 짐을 싸고 아빠는 나를 나무라다가 갑자기 무릎을 꿇고 내가 다 미안하다!!! 라고 말했어 조금 흔들리기 시작했지 그러다 뒤이어 아빠는 근데 나도 많이 참았다는건 알아줘라! 라고 말했고 나는 거기서 이 사람은 정말 자기중심적이라 나를 영원히 이해하려는 노력따위 하지 않을거라는 확신을 단단히 가지게 되었고 그대로 짐을 싸서 나가버렸어
이름없음 2023/08/31 00:46:35 ID : AkmmpQq2HCr
당시 나는 리조트 매니저 면접까진 합격한 상태라 기숙사가 배정될때까진 갈곳이 없었어서 평소 가출하면 자기 집으로 오라고 자주 말했던 친구한테 상황을 설명하고 며칠 묵기로 했어 어차피 곧 나갈건데도 그 집 부모가 아주 부담스러워 하시더라고 근데 이틀정도 묵었을까 나때문에 화장실을 가지 못하겠다는 예민한 내 친구의 동생이 내가 왜 남때문에 내 집에서 눈치를 봐야되냐고 울부짖기 시작해서 내 친구와 미친듯이 싸우기 시작했고 불편해서 토할 것 같아서 계속 있으라는 친구의 만류에도 다른 친구 집으로 옮겨다니며 살았어
이름없음 2023/08/31 00:49:21 ID : AkmmpQq2HCr
입사한 곳은 생각보다 더 이상한 곳이였어 아무 스펙도 없는 날 받아준것부터 각오하긴 했는데 인수인계도 없고 사람들도 저질인 이를테면 일진소굴이였지 당시 난 고3때의 폭식으로 20키로정도 찐 상태였어서 들어오자마자 지방덩어리라고 소문이 났을 정도였으니까 기숙사에 더 빨리 들어가려고 부소장에게 문의했을땐 이거 보라며 컴퓨터에 씨발 이라고 써서 웃으며 나한테 보여주던게 아직도 생각난다
이름없음 2023/08/31 00:54:45 ID : AkmmpQq2HCr
부족한 일머리와 여전히 멍한 머리로도 어떻게든 잘리지 않으려고,길바닥에 나앉지 않으려고 무리하게 일을 배우고 손발이 찢어지고 아침미다 다리가 부어 기어다닐 정도로 미친듯이 일했어 기어다니거나 절뚝대는 나를 보고 코끼리가 쿵쾅대는 것 같아 매우 시끄럽고 짜증난다고 꼽주는 룸메도 덤이고 나한테 일을 떠맡는 동료 직원과 지속되는 근무지에나 기숙사에서나 비꼼과 희롱이 판을 쳐서 매일 마리가 아프고,머리가 우수수 빠지고,설사를 하고,폭식을 하고 토하기를 반복했어 그럼에도 여기가 집보다 훨 낫다는게 어이가 없더라.. 인수인계를 아무도 안해줘서 급기야 빠릿하지만 쎄한 남자 신입한테 밤마다 일을 배워가는 수준에 이르렀고 그러다 험한 일도 당할뻔했어 스트레스를 받을때마다 술로 달래기로 했는데 술을 매일 먹고있더라 나.. 덕분에 일은 해도 돈이 안모이니 정말 벼랑 끝에 아슬아슬하게 서있는 기분이였어
이름없음 2023/08/31 00:56:57 ID : AkmmpQq2HCr
그러다 평소에 나를 무시하는 자기중심적인 친구가 하던 일이 힘들다고 때려치고 취업을 하게돼 근데 나를 빌미로 편하게 돈빨아먹으려는게 보이더라…사수인 날 부려먹고.. 홧병이 나서 돌아버릴 것 같길래 결국 내가 차단하고 걘 퇴사했어
이름없음 2023/08/31 00:59:14 ID : AkmmpQq2HCr
그래도 계속 버티니 점점 근무환경이 좋아지더라 날 조롱하던 대부분의 질 안좋은 사람들은 퇴사를 했고,사람 좋은 부소장님이 새로 들어오셔서 근무자들을 많이 배려해줬어 그리고 일을 떠맡기던 동료매니저 언니도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둘이서 새 메뉴얼을 만들어갔고, 이때문에 더이상 술을 입에 대지 않아도 될 정도로 괜찮아졌어
이름없음 2023/08/31 01:01:47 ID : AkmmpQq2HCr
술을 끊고 먹토를 줄이니 올해부터 드디어 월급이 남더라 근무 1년차에 이제 막 모이기 시작한게 한심하지만.. 그래도 내가 당장 잘려도 굶어죽지 않을 최후의 보루가 있다는게 정말 행복했어 작년부터 나를 여기로 소개했으면서 막상 고생하는 나를 보니 말을 싹 바꿔 미련하다,퇴사해라,넌 왜 새로운걸 시도하지 않냐고 다시금 조롱하던 지인들때문에 조금 스트레스였지만 일부러 피하고 다니니 내 귀에 들리지 않아서 마음이 점점 편해졌어
이름없음 2023/08/31 01:04:35 ID : AkmmpQq2HCr
너무 이야기가 산으로 갔네 이제 곧 본론이 나올거야 이제는 돈도 좀 모였고 일도 손에 익어 여유도 생겼겠다 나는 전화기를 붙잡고 엉엉 울던 19살의 나의 염원을 이뤄주기 위해, 그리고 멍한 정신과 부족한 사회성,예전부터 남달랐던 나에 대한 해답을 위해 내 마음속 최후의 수단으로 항상 생각해왔던 정신과를 예약했어 가자마자 adhd를 핑계로 내 가정사를 다 털어놓았어 이때가 아니면 다시는 남에게 내 이야기를 할 일이 없을것만 같았고,제발….제발 내 인생의 정답을 찾아줬으면 했거든
이름없음 2023/08/31 01:10:07 ID : AkmmpQq2HCr
간단한 설문과 뇌파검사를 통해 나는 불안에 의한 멍함이 adhd와 같은 형태의 증상으로 표출되는 것 같다는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시작했어 그러다 갑자기 나한테 부모 애착도 설문조사지를 주며 이걸 작성해어라데? 열심히 작성해서 보여주니 찬찬히 읽어보며 이건 나를 이해하는데 아주 중요한 내용이 될 것 같다고 말씀하셨어 뭔 개소린가 싶어서 들어보니 처음부터 내가 내 이야기를 아무 떨림과 망설임 없이 털어놓고,기억이 안난다고 묘사하고,내 모든 묘사에 감정이 결여된거에 이상함을 느꼈고,이게 내가 해온 설문에서 확실시되었대 내가 지금까지 일어난 사건들의 감정을 무의식속에 잠가서 객관적 사실만을 기억하고 있고,이때 느낀 감정은 내가 방어기제로 잠가둬서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된다고 하시더라 아 그동안 내가 나에게 가졌던 근본적인 의문 나는 왜 남들과 다를까 나는 왜 죽을만큼 힘들지는 않아서,매순간을 허덕이지 않아서 맘껏 이파할 수 없을까에 대한 자괴감과 소외감이 그 한마디에 의해 너무도 허무하고 명쾌하게 정리되어버렸어
이름없음 2023/08/31 01:12:47 ID : AkmmpQq2HCr
그 이후로 나는 adhd 치료제를 먹으며 일상생활을 이어갔어 그러면서 틈만 나면 의사가 말한 나의 증상에 대해 끊임없이 찾아보며 가출하면서 어느순간 멀어져버린 10대의 아픈 나를 잡아 다독이기 위해 억지로 기억을 끄집으려 노력했지 그런데 그러면 그럴수록 스펀지마냥 아팠던 부분만 휑하니 사라져버린 나의 사라져가는 기억에 대해 자각하게 될뿐,10대의 나는 내 손에 도저히 잡히지 않았어
이름없음 2023/08/31 01:15:37 ID : AkmmpQq2HCr
어떻게든 잡고싶었어 물론 지금의 난 그때의 나보다 외적으로도(콘서타 먹고 예전 몸무게로 돌아옴),내적으로도 남들도 다른사람 같다고 할 정도로 달라졌고,더이상 성욕과 식욕의 노예가 되지도 않는데다 그때의 나는 누가 봐도 혐오스럽기 그지없지만 자신한테마저도 버림받을까봐 두려움에 떨던 그 19세 소녀를 완전히 잊어버리면,정말 내가 사라져버릴 것 같아서 그게 너무 무서웠어
이름없음 2023/08/31 01:23:03 ID : AkmmpQq2HCr
그리고 현재의 시점 며칠전까지 나는 사라지는 기억에 대해 여기저기 질문했고 돌아오는 답변들은 전부 그것을 천천히 끄집어 극복해야 한다는 것들이였어 그리고 오늘 병원에 방문해 adhd약과 최근 추가된 소량의 불안약을 처방받으며 현재 내가 느끼고 있는 사라져가는 기억에 대한 불안감에 대해 쏟아놓았지 근데 의사는 내가 인터넷에서 받은 답변들과는 상반되게,너무도 간단하고 별거 아니라는듯 그걸 잊게 된게 극복한건지 극복하지 못하고 자기방어로 없애버린건지는 몰라도 중요한건 지금이다 과거를 돌아보지 말고 앞으로만 생각해라 지금은 안정기다 회복하고 앞으로 나아갈때다 라고 알단락지었어 그리고 내가 계속 느낀 멍함도 상대를 신뢰하지 못함에서 생기는 불안에 의한 뇌의 과부하라는 현재로써는 전혀 와닿지 않는 결론을 내주셨지 이때문에 지금 정말로 혼란스러워 나는 이제 이 기억들을 놓아주고 지금부터 가출하고 다시 태어난 2살 아기처럼 모든걸 새로 시작해야 할까? 이런게 진짜 극복인거야..? 나는 어렸을때부터 창피한 흑역사나 아픈 기억은 잊어야한다고,나만 잊으면 없던 일이라고 끝없이 최면을 걸곤 했는데 그때 바라던게 가장 바라지 않는 순간에 이루어져버릴 것만 같아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꺼져가는 기억을 붙잡고 하나하나 흡수해야할까 아니면 꼬리를 자르고 다시 태어나야할까 제발 알려줘 왜 내 인생은 늘 이렇게 어려울까 싶네ㅎㅎ..
이름없음 2023/08/31 01:41:30 ID : u9wNta8nSIG
실시간으로 쭉 지켜봤는데 엄청 험난하게 살아왔구나. 나라면 못 버틸 걸 알고 있어서 스레주가 대단하다고 느껴. 있잖아, 기억을 잊는다고 해서 그게 아예 없던 게 되는 게 아니야. 우리는 과거를 기억하고 있든 아니든 과거에 대한 영향을 받으면서 살고 있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구성하는 한 요소가 되어 있지. 과거를 극복한다는 둥 끊어낸다는 둥 하지만 그건 어려워. 지금의 내가 있는 건 결국 옛날의 그 모든 게 있었기 때문이지. 잘라낸다고 해서 사라질 리가 없어. 그래서 망각한다고 해서 그게 없어졌다는 게 되지 않아. 우리는 평생 그걸 짊어진 채 영향을 받으면서 살아가지. 그걸 자각해서 기억하든 자각하지 않고 잊어 버리든. 그니까 스레주가 어린 날의 자신을 붙잡지 않는다고 해서 그게 두고 가는 걸로 이어지지 않아. 그냥 기억은 못하지만 같이 걸어가고 있는 거지. 19살의 나를 잊는다고 해도 그 흔적과 살아온 궤적은 현재의 너를 형성하고 있어. 우리는 게임 캐릭터가 아니야. 막 잊어서 새로운 인생을 살겠다고 하지만 진짜로 인생이 재시작되는 게 아니야. 0세부터 시작했던 자기 삶의 연장선상이지.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펼쳐지기 시작하는 것뿐. 그니까 잊는다고 해서 과거의 네가 사라지는 건 아니야. 어느 날 갑자기 돌연 옛날 기억을 떠올릴 수도 있어. 언제든 내 안에서 솟아날 수 있어. 왜냐하면 과거는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가 없는 삶의 일부분이니까. 지금은 그냥 잠시 회복을 위해 뒤로하는 것뿐이지.
이름없음 2023/08/31 02:07:51 ID : cE9zbCpdO03
.
이름없음 2023/09/09 22:54:33 ID : AkmmpQq2HCr
그렇구나 내가 그걸 무의식에 묻었든 어쨌든 결국 내 안에 있는건 같다는 말이지? 그러네 너무 과거에 수몰되지 말고 알아서 올라오길 기다려야겠다 고마워
이름없음 2023/09/09 22:56:31 ID : AkmmpQq2HCr
생각해보니 나도 어느 순간 갑자기 아 이땐 이래서 그렇게 된거구나 싶은 생각이 번뜩 들거나 상황이 오버랩 되기도 하던데 나만 그런게 아니고 자연스러운거라고 하니 위안이 된다 니말대로 과거는 내 안에서 알아서 흘러가게 두고 앞으로의 일에 열중해볼게 소중한 조언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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