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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3/09/16 01:57:05 ID : ummnDze5f9h
¤ 해당 내용은 과학적은 무슨 무속적으로도 확실하지 않은 단순 경험담입니다.
이름없음^^* 2023/09/16 01:59:11 ID : ummnDze5f9h
이 이야기를 시작하려면 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함. 정확히 몇 살이다, 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고... 그냥 어릴 때부터 유독 가위에 자주 눌리고 이상한 소리를 자주 듣고는 했음. 그래서 유독 잠자리 홀로서기가 늦어지기도 했어, 중학교 입학하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혼자 잠들 수 있었으니까.
이름없음^^* 2023/09/16 02:04:22 ID : ummnDze5f9h
이상한 소리는 뭐... 누군가의 울음소리기도 했고, 가끔은 발자국 소리기도 했고. 집에 있는 시계들은 전부 무소음 시계라 소리가 안나는데 종종 자려고 누워있으면 어디서 들리는지 모르겠는 째깍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그래서 좀 크고 나서도 엉엉 울면서 안방으로 쳐들어갔던 적이 많음.
이름없음^^* 2023/09/16 02:06:30 ID : ummnDze5f9h
엄마 말로는 우리 집안 여자들 중에 유독 기가 약한 사람들이 종종 이상한 것 보고 듣는다고 하던데, 나이 들면 나아진다고 그냥 도닥여주시곤 했음. 머리가 좀 크고 나서야 가위든 이상한 소리든 적당히 무시하고 신경 안 쓰긴 했는데, 어릴 때는 엄청 무서웠단 말이야. 신기하게 성인되고 한 일 이년 있으니까 감쪽같이 사라져서 기념삼아 글이나 쓰고 있긴하지만서도.
이름없음^^* 2023/09/16 02:09:28 ID : ummnDze5f9h
몇몇 기억에 남는 일들을 풀어보자면 어릴 때 살던 집은 방이 세 개인 빌라였는데, 내 방에는 어린애가 몸 하나 숨길만한 붙박이장이 있었음. 동생이랑 숨바꼭질을 하거나 숨고 싶어지면 항상 거기에 숨어있었는데.. 혹시 돌리면 빛나는 팽이 아는 사람? 문방구에서 500원 주고 뽑아서 요긴하게 가지고 놀다가 잃어버린 팽이가 새벽에 혼자 그 옷장 안에서 반짝거리면서 돌아가고 있는 걸 본 다음부터는 붙박이장 안엔 절대 안 들어가기로 했어. 아무것도 없는 옷장 바닥에서 누가 돌리고 있는 것도 아닌데 뱅글뱅글 돌아가는 게 얼마나 무섭던지.
이름없음^^* 2023/09/16 02:14:31 ID : ummnDze5f9h
그거 말고도 그 집에서 살면서 어린 내가 정한 규칙이 몇 개 있는데, 그 중 하나는 가족이 잠들고 난 다음에는 절대 방문을 열지 않는 거였음. 가위에서 깬 새벽에는 항상 거실에서 발자국 소리가 돌아다녔거든. 가만히 누워있으면 묵직한 남자 발소리가 터벅터벅 거실을 두세바퀴 돌다가 현관문(내 방문 앞)에서 멈춰서서 그대로 사라지곤 했음. 지금 생각하면 뭘까 싶지만, 어린 마음엔 문을 열면 문 앞에 귀신이 날 내려다보고 있을까봐 다시 잠들지도 못하고, 발자국 소리가 사라지고 나서야 안방으로 달려가곤 했음. 헛것을 들은 거 아냐? 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음, 잘 모르겠다.
이름없음^^* 2023/09/16 02:15:27 ID : ummnDze5f9h
적어도 난 그게 발자국 소리였다고 확신함. 한 두번도 아니고 몇 년 씩이나 가위에서 깨고 나면 선명하게 들렸으니까.
이름없음^^* 2023/09/16 02:18:17 ID : ummnDze5f9h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오고 난 이후엔 집 안에서 저런 일은 전혀 없었고! 다 커서 생각하는거지만 문 한 번은 열어봐도 되지 않았을까 싶어. 이 전 집에서 살 때 저것 외에도 이것저것 사소한 일들은 많았지만, 정말 사소한 것들이었으니까 넘어가고. 헛것들이랑 가위가 심해진 건 고등학교에 올라가고 나서였거든.
이름없음^^* 2023/09/16 02:24:43 ID : ummnDze5f9h
고등학교 때 성적에 관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가. 가위도 심해지고 들리고 느껴지는 것도 심해졌었어. 한 번은 나도 굿을... 받아볼까, 싶었던 적도 있는데. 지금 생각해도 뭘까 싶긴해. 꿈에서 논밭에 알몸으로 엎드려 있는 나를 보고, 대충 가위겠구나.. 싶었어. 원래 이런 으스스한 꿈을 꾸고 나서 꿈에서 깨고 나면 가위로 이어지는 순서였거든. 꿈 속에서 나를 제 3자 시점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내가 엎드린 내 주변을 돌면서 덩실덩실 춤을 추더라고, 손에는 사극에서나 볼 거 같은 망나니칼을 들고 노래도 흥얼거렸던 거 같은데 워낙 오래 전이라 정확히 기억은 안 나.
이름없음 2023/09/16 02:31:29 ID : ummnDze5f9h
그렇게 한참을 덩실덩실 춤을 추다가 그대로 엎드린 등에 칼을 꽂으려고 하는 순간 꿈에서 깨어났어. 번쩍 떠진 눈과 옴짝달싹 못하겠는 몸, 침대 옆으로 보이는 희미한 사람의 형상. 가위에 눌리면 진짜 신기하게 평소 시야로는 절대 안 보일 위치에 있을 것까지 선명하게 느껴지는 거 알아? 그래서 나도 내 침대 옆 귀신이 들고 있는 칼이 꿈에서 내가 들고 춤추던 칼인 걸 알 수 있었어. 몇 번을 겪든, 가위는 항상 무섭고 불유쾌한 경험이라.. 가위를 깨려고 손에 힘을 주고 있었어. 한참을 서있던 귀신이 갑자기 뒤를 돌아서 책상 위에 있던 구형 컴퓨터로 갈 때까지만해도 그냥 손에 힘 주는 것만 집중하고 있었고, 꿈에서처럼 컴퓨터 주변을 돌면서 귀신이 춤을 출 때쯤엔 걍... 이게 뭔 짓인가 싶었지.
이름없음 2023/09/16 02:35:04 ID : ummnDze5f9h
그러다가 가위가 풀려서 꿈에서 깼을 땐, 구형 컴퓨터가 제멋대로 전원을 키고 있더라. 방 안이 컴퓨터 화면에서 나오는 빛으로 빛파랗게 물들고 그대로 기절했던 것도 같아.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컴퓨터에 아무 이상이 없었어서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가위 한 번 거하게 눌렸구나, 하고 말았는데.. 한 한 달쯤인가, 새벽마다 지멋대로 켜지는 컴퓨터가 이상하게 느껴지더라구. 아무리 좀 나이든 컴퓨터라도 말이야 새벽마다 누가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제멋대로 전원이 켜졌다가 한글 파일 열렸다가 닫혔다가, 메모장 켜졌다가 닫혔다가 하는 게 정상은 아니잖아.
이름없음 2023/09/16 02:39:16 ID : ummnDze5f9h
여느 괴담이라면 여기서 슬슬 무당 지인, 무당집 같은 게 등장해서 원인 찾고 해결할 타이밍이긴 한데 난.. 그때까지 이상한 일을 넘 많이 겪었었단 말이야. 컴퓨터 지 혼자 난리 부르스 광란의 파티를 즐기는 일이야 나한테 무슨 나쁜 일 있는 것도 아니고. 끽해봐야 새벽에 ppt 만들 일 있으면 냅다 피피티 닫고 다른 거 켜지는 정도의 불편함이었어서 그냥 살기로 했어. 새벽에 화면 반짝이는 건 자기 전에 담요 같은 걸로 모니터 덮어두고, 숙제로 발표 자료 만들 때는 그냥 중간 저장을 생활화하는 바른 습관을 가진 고딩으로 살았지! 야호✌️
이름없음 2023/09/16 02:44:06 ID : ummnDze5f9h
그렇게 한 몇 개월 더 살았나, 다시 꿈을 꿨어. 전에 꿨던 꿈처럼 3인칭 시점에, 나는 컴퓨터로 숙제하고 있고.. 일 전의 망나니 귀신(이젠 그냥 망나니라고 할게)이 컴퓨터 위에 쭈그려 앉아있더라고 그제서야 제대로 그 귀신을 볼 수 있었지. 흰 소복에 어쩌구 저쩌구.. 같은 모습은 아니었고, 비쩍 마른 알몸에 머리카락이 무슨 짐승털마냥 이리저리 뻗혀있는 모습이었는데 컴퓨터 위에서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발로 키보드 쾅쾅 내리치고 다시 얌전히 있다가 맛간 컴퓨터 모니터 치는 내 팔을 만지작거리기도 하고.
이름없음 2023/09/16 02:47:13 ID : ummnDze5f9h
그제서야 느꼈는데, 꿈 속에서 보는 내 모습이 너무 나같더라고. 그냥 평소에 아무것도 안 보일 때 맛간 컴퓨터한테 짜증내면서 숙제하는 나. 그때 좀 어라 싶더라. 혹시 평소에.. 저러고 있나? 싶어서. 그러다가 꿈 속에 내가 망나니가 들고 있던 칼에 잘못 손 대서 피가 쭉 나는데 난 멀쩡하게 짜증내고만 있더라구. 내가 보는 책상 위엔 피가 뚝뚝 떨어지는데. 책상에 피 떨어지니까 망나니는 몸 이리저리 흔들면서 좋아하는 거 같더라. 그 때 좀 좆되겠다 싶었어.
이름없음 2023/09/16 02:52:01 ID : ummnDze5f9h
그냥 피흘리는 나, 신나하는 망나니, 덩실덩실 움직이는 망나니에 맞춰 한층 맛이 가고 있는 컴퓨터 삼위일체의 환장쇼 보다가 꿈에서 깨서 가위 눌린 난 가위 풀리길 기다리면서 그제야 결심했어. 저 정신나간 컴퓨터 안 바꾸면 뭔 일이 나도 나겠구나! 가위 풀리고 기절했다 깨어난 아침, 아니나 다를까 책상 위엔 자기 전까진 안 보이던 핏자국이 히끄무리하게 남아있었고 그 날 저녁에 어머니 일터에 남아있던 여분 컴퓨터로 모니터고 본체고 싹 다 바꿨어. 귀신 들린 컴퓨터는 그대로 고물상에 가져다가 팔아버렸고. 사실 일어나서 굿을 해야하나 싶었는데, 이게 그냥 꿈이라 뭐... 확신할 수도 없고. 돈도 돈이고. 일단 바꿔나보자해서 바꿨는데 컴퓨터 멀쩡히 되길래 안심하고 사용했다는 고딩 귀신 1번 이야기.
이름없음 2023/09/16 02:56:58 ID : ummnDze5f9h
2번은 사실 그렇게 무섭진 않고. 그전까진 막연하게 ㅎㅎ 나... 미친년일지도? 라고 생각하던 게 이게 진짜 귀신인가 싶어진 이야기.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기숙사가 있는 덴데, 필수는 아니고 거리가 멀거나 공부에 집중하고 싶은 상위권 학생들 중 신청을 받아서 몇 명만 지내는 곳이었음. 내 10년지기 친구도 기숙사에 살아서 야자 끝나고 밖에서 야식 먹은 다음엔 산책 삼아 그 친구 기숙사에 데려다주고 집에 가는 게 나름의 루틴이었거든. 그 날도 친구 데려다주던 길이었는데 뒤에서 계속 여자 구두굽 소리가 들리더라고. 경사가 심한 길이라 구구 신고 올라오긴 힘들텐데 보폭도 속도도 변함없이 또각또각.
이름없음 2023/09/16 03:02:13 ID : ummnDze5f9h
그냥 대충 귀신인가 싶었어.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친구한테 구두 소리 들려? 하니까 안 들린다더라구. 그 친구는 나 이상한 일 겪는 거 아는 애라.. 식겁하더라. 무당집 가면 장군감이라는 소리 듣는 사람이 뭘 걱정하나 싶긴하지만서도. 당연함. 어릴 적에 귀신 보는 남자애랑 무당한테 기운으로 귀신 쫒는 애라고 공인 인증까지 받은 녀석임. 그래서 사실 친구 걱정은 안 했고, 나도 우스갯소리로 "너네 기숙사에 이제 가위 눌리는 애들 많아질 걸." 이러고 말았지. 구두 소리가 친구 따라 기숙사 안까지 들어가는 거 확인했으니까 그냥 반 장난 반은 의심이었음.
이름없음 2023/09/16 03:04:36 ID : ummnDze5f9h
그리고 따단, 거짓말처럼 그날 저녁부터 기숙사 애들이 단체로 가위에 눌려서 난 그대로 친구한테 멱살 잡혔음. 나도 이게 진짜로 될 줄은 몰랐죠;; 가위 눌린 애들이 말하는 인상착의가 다 똑같고, 여자 구두 신고있다는 증언도 있었어서 그 뒤로는 어라...ㄴ ㅏ 진짜 잘못하다가 이대로 무당같은 거 되는 거 아닌가.. 싶더라고.
이름없음 2023/09/16 03:05:51 ID : ummnDze5f9h
이거 말고도 성인 된 초반에 한 두개 정도 큰 사건들 더 있는데 이건 나중에 쓰러 올게. 보는 사람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잘 자~
이름없음 2023/09/16 10:02:04 ID : krdPa1bfSHz
우아ㅠㅠ 얼마만에 이런 재밌는 스레가 올라온거냐ㅠㅠ 너무 재밌다 레주야! 시간 날 때 와서 좀 더 풀어주라ㅏㅏ!!
이름없음 2023/09/16 11:53:23 ID : txU588o1yHC
재밌당 더 써줭
이름없음 2023/09/16 16:34:15 ID : 5dWoY3yFdDz
더 더해줘
이름없음 2023/09/16 23:48:17 ID : jwIJWo0r9hh
야호 나왔당 이거 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구나...? 봐줘서 고마워!
이름없음 2023/09/16 23:51:03 ID : jwIJWo0r9hh
고딩 때 사실 저거 말고 자잘자잘한 일들이 있긴했지만 워낙 무던한 성격이기도 하고 해서 상세하게 기억나는 일들이 많이 없다 😞 성인되고 나서는 한동안 잠잠하더니, 양상이 좀 달라졌다해야하나. 신기한 감이 유독 잘 들어맞는다해야하나??? 방을 잘 보게 됐어. 이게 뭐 여기 풍향이 어떻고, 수도가 어떻고 보다는 그냥 친구가 나 집 보러 갔어! 이러고 신나하고 있으면 듣지도 않은 집 구조가 떠오른다 해야하나.
이름없음 2023/09/16 23:55:10 ID : jwIJWo0r9hh
내 친구 중에 겁 많은 친구가 하나 있는데, A라고 할게. A랑 당시에 대학교 기숙사에 살던 B, 나하고 셋이서 술 마시고 우리 집에서 수다 떨고 있었어. 당시 A가 자취하다가 실패하고 본가에 들어가있던 상황이었거든, 가위도 자주 눌리고 피곤하고 그런다더라고. 사실 이때가 난 정확히 기억 안나! 그냥 애들이 너 어제 ㅈㄴ 무서웠다면서 말해줌. 내가 술 마시다가 말고 다짜고짜 "사람 그렇게 좋아하는 애가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그렇지. 앞에도 옆에도 사람이 살 수가 없는데 어떻게 기가 살아?" 이랬다는 거. 나는 걔가 자취하는 데랑 멀리 살아서 그동안 그냥 건너건너 듣기만 했거든. 방 구조고 위치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몰라.
이름없음 2023/09/16 23:58:49 ID : jwIJWo0r9hh
A가 뭔소리야?? 하다가 식겁했대. 걔가 자취하려고 계약한 집 구조가 좀 특이해서, 오른쪽으로는 건물 설계가 잘못된건지 남는 빈공간에 이것저것 기계장치들 모아져있은 창고가 있고, 맞은 편에는 어른 하나는 들어가고도 남을만큼 큰 소화전이 하나 있다는거임. "그거 어떻게 알았어??" "몰라? 그냥 보여. 다음에 자취할 때 넌 차라리 층간소음 있어도 사람 많은데로 가. 해도 좋아하는 애가 왜 그런 방을 잡았어?" 계약할 땐 몰랐는데 살다보니까 앞에 건물 하나가 해를 가려서 어둡다고 하더라고. 이런 이야기 나한텐 하나도 안 해줬는데..
이름없음 2023/09/16 23:59:42 ID : jwIJWo0r9hh
그 순간부터 술자리가 엄청 흥미진진 소름 끼치는 괴담 레스토랑이 되어버림.
이름없음 2023/09/17 10:40:12 ID : IK46kts8p9f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3/09/17 22:36:42 ID : pWmIFcspfdU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3/09/18 14:12:44 ID : Wi4FeNzdO05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3/09/18 15:32:04 ID : SHA5dWqpalh
존재무
이름없음 2023/09/18 16:20:38 ID : bdva5RDy43T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3/09/21 20:20:53 ID : xPhak01bclb
꺅 내가 왔다!
이름없음 2023/09/21 20:26:45 ID : xPhak01bclb
쨌든 저 다음에 그 누구야 복습 좀... B가 야 우리 기숙사는 뭐 안 보여? 나 요즘 가위에 눌려서 너무 심란해. 이랬나? 가위 관련 고민을 토로함. 별 얘긴 안 했고 내 친구들이 다 기가 쎄서 평생 살면서 가위 눌려본 적이 없는 애들이라 기분도 더럽고 무서웠나보더라구. 근데 또 내가 무슨 귀신 들린 마냥 "아 책상 위에 쪼그려 앉아있는 아저씨? 괜찮아." 이랬다는거야. 원래부터 그 방에 있던 귀신인데 너가 요즘 많이 힘들고 지쳐서 체력이 약해지니까 보이나보다. 괜찮아. 너 원래 기 쎄서 뭐 못할걸? 아무것도 못해서 심통나 보이긴 하는데... 별 일 없을거야! 그 말을 들은 B는 처음에는 에이~ 하고 못 믿다가 내가 기숙사 구조 그림 그려서 설명해주니까 흠칫하더라구. 기숙사다 보니까 본교 학생 외엔 못 들어가고, 내가 기숙사를 찾아봤을리도 없잖아. 어떻게 알았냐는 질문에 또 아까마냥 몰라, 그냥 보였어~ 라고 하더래. B가 그쯤되니 소름도 돋고 많이 무서웠나보더라구
이름없음 2023/09/21 20:31:08 ID : xPhak01bclb
그래서 내가 그냥 음... 너 방 책상 서랍에 팔찌 하나 있지? 검은색이랑 흰색으로 된 거, 산 거 말구 만든 거 하나 있는 거 같은데... 그거 나중에 기숙사 나올 때 챙기지 말구 두고가, 별 의미는 없구. 너가 만든 거 말고 남이 만들 걸로! 이랬다는데 마침 그 며칠 전에 얘랑 친했던 동기가 수제 공방에서 비즈로 만든 팔찌를 선물해줘서 서랍에 넣어놨다지 뭐야..^^ 나도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당시에 무슨 의미로 말했는지 몰라... 내 기억엔 당시에 술 꼴아서 필름이 끊겨있거든. 팔찌까지 맞추니 B는 내 말을 무한신봉하기 시작했고. 몇 주 뒤에 기숙사 나오고 자취방으로 이동하면서 짐 챙길 때 팔찌 하나는 내가 말한대로 옷장 구석에 숨겨서 두고 나왔다고 해. 그 날 뒤로 사람 보고 그 사람이 사는 방 구조같은 건 종종 그려지긴 했는데, 이 날 밤처럼 막 무슨 점사보듯이 맞추거나 조언할만한 게 생각난 적은 없어.
이름없음 2023/09/21 20:35:17 ID : xPhak01bclb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저 일이 있고 몇 주쯤? 거의 한 달 정도 다 되서부터 등이 화끈거리는 느낌을 받았어. 그냥 근질거리고 따가운 느낌? 그래서 난 그냥 벌레가 물었나보다 했지. 사는 곳이 산 근처 저층이라 벌레들이 종종 들어오거든. 크게 신경 안 쓰고 지내고 있는데 샤워하면서 거울을 보니까 햇빛에 살가죽 벗겨진 애마냥 등 한 가운데만 벌겋게 익어있더라구. 난 야외할동 안 좋아하는 집순이에 유교걸이라 바깥에서 등을 내놓을 일이 없는데 말이야. 둔감 성격의 저는 그조차 아.. 뭐... 익었나보지... 이러고 넘어갔습니다. 사실 위에 저런 일들을 겪고도 칠렐레 팔렐레 사는 건 이 성격 덕이 아닐까 싶어. 그걸 인식하고 나선 자각몽을 꾸는 빈도가 많아졌어. 흔히들 인터넷에서 보는 꿈을 조종하고 만드는 루시드 드림 같은 느낌보다는 꿈꾸는 중간에 이질감을 눈치채는 정도?
이름없음 2023/09/21 20:43:18 ID : 47ta4Hwq45c
그러다가 나중에는 아, 이거 꿈이구나. 하고 내 맘대로 말할 수 있을 정도까지 됐던 거 같아. 그 날 꿈은 친구랑 둘이 산길을 걷는 꿈이었는데, 어릴 때부터 꿔오던 악몽 배경이랑 똑같았어. 기괴한 원숭이 모양 미끄럼틀이 있는 놀이터, 물이 마른 분수대가 있는 공터, 춥고 서늘한 분위기와 낙엽. 그 길을 친구랑 하하호호하며 걷다가 원숭이 모양 미끄럼틀을 보고 깨달았지. 이거 꿈이구나. 종종 꾸던 악몽이다. 이전에 이 배경으로 꾸던 꿈에서는 여기 정상에 있는 레스토랑에 올라가면 회색 몸뚱이를 한 괴물한테 잡혔거든. 그래서 이게 악몽인 걸 눈치챈 내가 친구한테 올라가지 말자고 칭얼거렸어. "우리 그만 올라가자. 내려가서 놀자. 여기 기분이 너무 나빠." "왜? 여기 위에 식당 맛집이래! 오픈런하려면 지금 가야해!!" "아냐, 이 위에 식당 별로야. 내가 가봤어." "너가 언제 가봤어? 처음이잖아." "아냐 나 가봤어. 이 꿈 자주 꿨어." 이러고 말한 다음에 그 괴담이 떠오르더라구. 꿈에서 꿈이라고 말하면 모든 사람들이 나를 쳐다본다는 악몽. 아차 싶어서 친구를 바라봤어. 내 손을 꼭 잡고 있는 건 내 친구가 아니었지. 눈꺼풀이 없는 것 마냥 큰 눈, 창백한 백색 피부, 축 늘어진 회색 원피스. 이 꿈에서 날 쫒아다니던 회색 옷의 무언가! 화들짝 놀라서 손을 쳐내고 고개를 돌렸을 땐 회색 사람이랑 똑같이 생긴 것들이 숲의 나무 사이사이에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어. "왜 말했어, 왜!!" 화난 듯이 소리치던 게 얼어붙어있던 내 등을 쳐내는 순간 꿈에서 깨어났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몇 년만에 꾸는 생생한 악몽이었어.
이름없음 2023/09/21 20:52:18 ID : xPhak01bclb
그 날은 다시 잠들지 못했던 거 같아. 다행히 어스름히 아침해가 떠오를 때 일어나서, 샤워하고 학교에 등교했지. 그리고 그 다음날, 너무 피곤해서 침대에 누워있다가 깜빡 잠이 들었어. 등이 너무 화끈거리더라구. 꿈인데도 불구하고 아프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 아픈데 꼭 가위라도 눌린 것처럼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데 귀에서 킥킥킥거리면서 웃는 소리가 들리더라구. 직감하건데 그건 어젯밤 꿈에서 본 회색 사람의 소리였어. 등 뒤에서 앙상하게 마른 길쭉한 손가락이 슬금슬금 어깨를 타고 얼굴로 향해 오더라. 가위 깨고 싶어서 항상 하던데로 주먹에 손을 꽉 쥐면서 벌벌 떨고 있는데, 젊은 여자 목소리가 호통하면서 들려오더라구. "이 잡것이 어딜 손을 대!! 샹노무 시키가, 내 거 탐내지 말고 꺼져!" 그리고 내 등짝을 무슨 마미손마냥 후려갈겼어. "이 년은 어디서 이런 호로잡것을 붙여온거야! 조금만 참으면 될 것을 일 망칠 뻔 했잖아, 이것아!" 다시 한 번 짝! 난.. 울 엄마한테도 등짝 안 맞아봤는데 그 귀신인지 조상인지 뭔지 모를 분한테 처음 맞아봤어. 어떻게 꿈인데 그렇게 아플 수 있을까... 안 그래도 화끈거리던 등짝에 무슨 화롯불 단 것마냥 얼얼해지더니 하얀 소복 자락이 눈 앞에 아른거렸어. "다신 오지마. 보지도 말고!" 이러고 낮잠에서 깨어났어. 일어나서 거울을 확인했을 땐 정말 신기하게 벌겋던 등이 아무 흠적 없이 말끔하더라구. 피부과 갈 생각도 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그 뒤로는 이전처럼 이상한 소리를 듣거나, 방 구조같은 게 떠오르거나 하는 일은 없었어. 가위는 가끔 눌리긴 하는데 뭐가 보인다거나 소리가 들린다거나 그런 건 일절 없고, 그냥 몸만 굳어서 한 10초 세면 풀리는 정도...? 지금 와서야 생각하는 건데 조상신 같은 거 아니었을까 싶어. 아님 말구! 뭐가 됐든 그 소녀 귀신한테는 정말 고마워.
이름없음 2023/09/21 20:54:12 ID : xPhak01bclb
이걸로 이야기는 끗! 별 거 없었는데 질질 끈 기분이라 미안하다🙄 픽션이라 생각해도 좋고, 그냥 괴담이라 생각해도 좋고... 재밌게 봐줬으면 좋겠어! 나는 이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같은 건 없으니까 읽으면서 이런저런 추론해주는 것도 좋고!🤭 이 다음부터는 이어질 이야기 없으니까 편하게 떠들어도 괜찮아. 긴 이야기 들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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