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레딕

너무 엄한 분위기 속에서 자라 왕비는 친구가 없었어 그녀의 방에는 거울이 하나 있었는데 일찍이 그녀는 그 거울을 마법 거울이란 애칭으로 부르며 자신의 진짜 속마음을 털어놓는 존재로 삼곤 거울과 대화하기 시작했지 시간이 흘러 그녀는 다른 왕국에 정략결혼을 가게 되고 그곳에서 새 왕비가 된 왕비는 백설공주의 의붓어머니가 되었어 백설공주는 자신과는 달리 굉장히 사교적이었고 무뚝뚝하게 느껴지는 자신을 별로 안 좋아했어 평소 거울과의 대화로 외모에 대한 프라이드만큼은 강했던 왕비였지만 백설공주의 엄청난 인기로 인해 그것이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지 거울이 아무리 왕비가 가장 예쁘다고 해줘도 그건 자기 자신에게 하는 거짓말일 뿐 도무지 자존감이 회복이 안 됐어 한편 왕족들은 독살에 엄청 민감했거든? 그래서 음식에 독이 없는지 항상 까다롭게 관리했어 어느 날 여왕이 과일을 먹는데 다른 과일엔 씨가 있어도 사과에는 씨가 하나도 없는 것을 보고 물으니 왕궁의 요리사에게서 사과의 씨앗엔 독이 있어서 뺀 거라는 얘기를 들었어 바깥세상 물정 잘 모르고 왕궁에만 틀어박혀 자라왔던 왕비는 훗날 이를 이용해 백설공주 살해 계획을 세웠던 거야 즉 왕비가 백설공주에게 건넨 사과는 독 사과가 아닌 씨앗이 들어있는, 그냥 평범한 사과였던 거지 그럼 평범한 사과를 먹은 것뿐일 텐데 백설 공주는 갑자기 왜 쓰러진 걸까? 왕궁에서의 균형 잡힌 식습관에서 갑자기 드워프들의 식습관에 맞춰나가는 과정에서 평소 맥주를 지나치게 섭취했을 거야 그러니 이미 당뇨 끼가 있는 와중에 마녀가 건네준 사과에 더해 꿀을 섞은 땅콩버터를 쳐 찍어 먹다 순식간에 뇌졸중이 와 쓰러졌던 거지 이를 숨바꼭질을 하다 무리에서 떨어져 있던 어느 소년이 백설공주를 발견하곤 자신의 응급처치 지식을 십분 활용해 인공 호흡을 시도해 기적적으로 깨워냈어 소년이 왕자라 불린 이유는 아이들이 어릴 때 자신은 무슨 무슨 왕자 혹은 기사라고 역할극을 하며 노는데 깨어난 백설공주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도 자신은 무슨 무슨 왕자라고 했고 소년과 나이대가 비슷했던 백설공주는 그 말을 믿었던 거야 백설공주는 소년에게 자신이 마녀가 건네준 사과를 먹고 쓰러졌다고 얘기했어 그러자 이를 들은 소년은 "못된 마녀!"라고 외치며 자신의 무리를 이끌고 그들에게 마녀를 물리칠 것을 명했어 아직 미처 숲속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왕비는 소년의 무리에 발각되곤 흠씬 두들겨 맞았지 그리고 그땐 아직 마녀사냥이 남아있던 시대라 마을 사람들에게 끌려가 화형을 당하게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