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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앵커판 관전스레★ (514)
20.🐞허물을 벗고🐜비로소🦋 (404)
전생에 공주로 태어나 호화롭게 살던 앙투안은, 이웃나라 왕자에게 시집을 가기로 한 20살에 그만 요절하고 만다. 다시 눈을 뜨자, 앙투안은 이웃나라 왕자의 곁에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잠시 쓰러진 것 뿐이었나...?"
그러나 그는 초상화에서 보던 것보다 나이들어 있었다. 잠시후 거울과 달력을 본 앙투안은 깨닫고 만다. 이곳은 10년 뒤의 미래이며, 국왕은 새로운 왕비를 맞았으며, 자신은 평민 출신의 정부 엘레노르로 환생했다는 것을...
국왕의 이름
왕비의 이름
앙투안(엘레노르)의 선택
[택1 궁전을 탈출한다, 운명을 받아들인다]
인물, 국가 정리 참고
엘레노르 삽화
앙투안은 이 왕궁에서 속히 탈출하기로 결심했다.
'평생 왕녀로 자라온 내가, 고작 국왕의 정부로 살 수는 없지.'
그런데 탈출한다고 별 수는 있을까? 앙투안은 단 한 번도 평민의 삶을 살아본 적이 없었다.
'이곳을 탈출해서 본국으로 돌아간다면, 아버지께서 나를 반겨주실까...?'
앙투안은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무엇도 대국민 욕받이인 정부의 삶보다는 나을 것이다. 그러나 당장 앙투안은 이곳이 어딘지도 모르는 신세였다. 국왕의 침실인 것은 확실했지만, 어딘지도 모르고 헤매다가는 근위대의 의심을 살 것이다.
이런 저런 상상을 하던 순간, 갑작스레 굉음이 들렸다.
은발의 여자가 시녀를 대동하고 국왕 오토의 침실로 쳐들어온 것이었다. 그녀는 사파이어 같은 벽안으로 엘레노르를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흘긋 쳐다보더니, 이내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폐하, 이제 국정을 돌보실 시간입니다."
엘레노르는 그제서야 국왕을 뜯어보기 시작했다. 비록 얼굴은 나이가 좀 들긴 했지만, 오토의 햇빛같은 금발은 초상화에서 본 것과 그대로였다. 한때 저 금빛에 반해 왕비가 되는 날만을 기다린 적도 있었으니까. 그렇게 살펴보던 엘레노르는 그만 갓 깨어난 오토와 눈을 마주치고 말았다. 아, 평소에 강렬한 태양같다고 생각한 붉은색 눈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어쩐지 지옥불같이 시뻘겋게 보여, 엘레노르는 그만 눈을 피하고 말았다.
비몽사몽 깨어난 오토는 그런 엘레노르가 익숙하다는 듯 신경도 쓰지 않고 말했다.
"페스트 죠, 알겠으니 나가서 기다리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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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 오토와 왕비 페스트 죠 사이에는 어린 쌍둥이 남매가 있습니다. 그들의 이름을 지어주세요
오토가 다스리는 나라 이름 (소설의 주무대)
앙투안의 본국 이름
페스트 죠의 본국 이름
엘레노르의 머리색과 눈 색
엘레노르의 선택 [택1: 자연스럽게 정부의 역할을 수행하며 왕궁을 파악한다, 국왕에게 매달려 국정을 방해하고 왕비의 심기를 거스른다]
'페스티나 죠세핀!'
페스티나 죠세핀, 줄여서 페스트 죠는 트레디움의 공녀였다.
과거 로반 대륙의 서부는 거대한 제국에 의해 통치되었다. 그러나 구 제국이 멸망하고, 아르폴리아, 어콰이아, 트레디움의 세 국가로 나뉜 것이었다.
'아버지께선 어콰이아와의 혼인 동맹을 통해 트레디움을 견제하고자 하셨지.'
그러나 지금 페스트 죠가 어콰이아의 왕비가 된 것을 보면... 아르폴리아는 꽤나 궁지에 몰려있을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있는 엘레노르의 머리카락을 오토가 만지작거렸다.
"오늘은 좀 이상하군."
오토의 용암같은 붉은 눈이 엘레노르를 훑어보았다.
"평소라면 떼를 쓰며 나를 붙잡았을텐데."
엘레노르는 순간 당황했지만, 곧 부끄러운 척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폐하, 저도 이제 공식 정부로서의 의무를 다 해야지요."
"오?"
"왕비님도 저렇게 열심히 국정을 돌보시는데, 저 혼자 폐하와 노닥거릴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습니까."
원래 왕비 폐하가 적절한 호칭이겠지만, 앙투안은 일부러 평민 출신 정부가 할 법한 말을 연기했다.
"그렇지만 너는 아직 예법에도 서툴고... 이 아름다운 별빛 머리카락을 보기만 해도 나는 충분히 기쁘구나."
그제서야 엘레노르는 본인의 머리카락을 제대로 살펴보았다. 같은 은발이지만, 달빛을 닮은 왕비의 머리카락과는 엄연히 다른, 별빛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빛깔이었다.
그리고 이 머리카락은 다름 아닌 아르폴리아 왕실의 상징이기도 했다.
'왜 이 여자가... 나와 같은 머리색을 가지고 있는 거지?'
"엘레노르, 무슨 생각을 하느냐? 오늘따라 영 이상하구나."
"하하..."
엘레노르는 매혹적인 핑크빛 눈동자로 오토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단지 예법 교사를 한 명 붙여주세요. 언제까지 이 왕궁에 폐를 끼칠 순 없으니까요."
---
오후, 엘레노르는 시녀와 함께 정원을 거닐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엘레노르를 수행하는 것을 봐서는 오토가 이전부터 붙여준 시녀인 듯했다.
'동시에... 국왕의 첩자일지도 모르는 일이지.'
"너, 요즘 주변국 소식은 어때?"
엘레노르가 장미꽃을 만지며 물었다.
시녀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제 이름은 랍니다. 음... 특별한 일은 없는 것 같은데요."
"아르폴리아는?"
시녀가 넌 아무것도 모르냐며, 약간은 한심하다는 듯이 대답하였다.
"후작부인. 아르폴리아는... 이제 '주변국'이 아니라 '지방'이죠. 남들 앞에서도 이러시면 큰일나요."
엘레노르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아?"
"네. 작년에 어콰이아에 합병됐잖아요. 그 나라 공주가 갑자기 죽으면서 왕도 충격에 쓰러졌다나? 그래서 어린 왕자가 왕위에 올랐는데, 아무래도 신하들이 보좌해도 잘 안 됐나봐요. 어찌저찌 결국 국왕 폐하께서 평화롭게 합병하신 거죠."
오토에게도 조상에게서 전해 내려오는 아르폴리아의 왕위계승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실, 거듭된 혼인동맹으로 인해 대륙 서부의 모든 통치가문은 다른 통치가문의 순위가 낮은 계승권이 있기 마련이었다.
"그... 그 어린 왕자는 어떻게 됐니?"
엘레노르의 목소리가 떨렸다.
"글쎄요, 아마 어딘가에서 보호받고 있지 않을까요? 폐하께서는 자비로우신 분이니까요."
시녀의 말에 엘레노르는 주먹을 꽉 쥐었다.
'자비로운?'
그 순간, 멀리서 두 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쉿, 프리스 왕녀 저하와 헬리스 왕자 저하께서 오시네요."
몸을 피하라는 얘기였다. 앙투안은 시나를 따라가며 그 아이들을 흘긋 보았다.
그 둘은 참으로 왕과 왕비를 똑닮은 아이들이었다. 단지 여자아이 쪽이 오토를, 남자아이 쪽이 왕비를 닮았을 뿐이다.
앙투안은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복수를 다짐하면서도, 순진하게 뛰노는 아이들을 보니 마음 한편이 무거워졌다.
아니, 그녀는 하늘에서 빛나는 태양을 바라보며 다시금 다짐했다.
'반드시 남동생을 찾아내고, 아버지와 우리 왕국의 원수를 갚겠어. 아르폴리아의 공주로서, 오토 너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끌어내려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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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의 이름
여주 남동생의 이름
예법 교사의 이름
예법 교사를 만난 여주의 행보는? [택1]
1. 난 전생에 왕녀! 완벽한 예법을 선보인다.
2. 수상해보이면 안 되지. 서투르게 군다.
며칠 후, 예법 교사가 엘레노르의 처소에 도착했다.
"후작부인, 처음 뵙겠습니다. 노이만 백작가의 키트리입니다."
키트리는 중년의 여성으로, 선대 왕비의 시녀 출신이었다. 또한 어린 왕족 여성들에게 오랫동안 예법을 가르쳐온 베테랑이었다. 즉, 어떻게 보더라도 공식 정부인 엘레노르에게 배정될 만한 인사는 아니었다.
'왕비의 소행이군.'
아무리 국왕이 정부를 끔찍히 아끼더라도, 모든 것을 스스로 처리할 수는 없는 법이다. 앙투안은 빠르게 키트리가 왕비의 첩자라는 것을 파악했다.
'엘레노르가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보고받으려는 거겠지.'
아마 그동안 평민 출신의 정부인 엘레노르는 왕비에게 큰 위협은 아니었을 것이다. 별다른 세력도 없는, 국왕의 침소 안 여인, 그 뿐이었다. 국왕의 자식을 낳더라도 그 아이는 후계자는커녕 자식 취급조차 받지 못했다.
그러나 엘레노르가 '공식 정부'로서의 권한을 행사하고자 한다면 얘기가 달라졌다. 외국 출신의 왕비는 뒷방으로 물러나고, 국내 귀족과 친분을 쌓은 정부가 강한 권력을, 적어도 국왕을 홀리고 있는 동안은, 누렸다. 사실 그것은 일반적인 현상이기도 했으나 10년간 권력을 잃은 적 없던 페스트 죠 왕비가 반길 일은 아니었다.
'결국 내가 섣부르게 행동해서 일어난 일이군.'
그렇다면 혼선을 주어야 했다. 앙투안은 자신이 벼락출세한, 오만하고 멍청한 평민이라고 되뇌었다. 너무 완벽해도, 너무 서툴러도 의심받을 수 있었다.
"그래, 네가 내 예법 교사니?"
엘레노르의 무례한 태도에도 키트리는 그저 미소지을 뿐이었다. 그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을 통해, 그녀가 어떻게 오랫동안 왕실에서 살아남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예, 후작부인. 앞으로 저와 함께 예법을 차근차근 배워가시면 됩니다. 오늘은 우선 기본적인 왕실 예법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첫 수업에서 엘레노르는 일부러 실수를 연발했다. 커트시를 할 때는 균형을 놓쳤고, 차를 따를 때는 손을 떨었다.
엘레노르는 찻잔을 바닥에 던지며 소리쳤다.
"왜 이렇게 안 되는 거야!"
깨진 도자기 파편이 사방에 튀었음에도, 노이만 백작부인은 침착하게 대응했다.
"진정하세요, 후작부인. 모두에게 처음은 공평..."
앙투안은 키트리의 말을 잘라먹고 시나를 불렀다.
"오늘은 여기까지! 시나, 백작부인을 배웅해드리거라!"
---
"그래, 후작부인은 어떻더냐?"
왕비의 집무실에서 키트리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마치 한 마리의 야생마 같으셨습니다."
페스트 죠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사파이어 같은 벽안이 차갑게 빛났다.
"야생마라. 그럴 만도 하지. 평생 천한 곳에서 살다가 갑자기 궁에 들어왔으니 말이야."
"하지만..."
"하지만?"
키트리는 잠시 망설이더니, 입을 닫았다.
'분명 평민 출신인데, 가끔 보면 묘하게... 품위가 느껴졌단 말이지.'
그러나 확실하지 않은 일을 굳이 왕비에게 전할 필요는 없었다.
"아닙니다."
"좀 더 자세히 지켜보거라. 그리고..."
왕비는 잠시 창밖을 바라보더니 말을 이었다.
"아르폴리아에 대해서도 물어보아라. 은근히."
"아르폴리아요?"
"혹시나 해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보고하도록."
이것은 왕비의 직감이었다.
'폐하께서 그것을 데려올 때부터 수상했어. 어떻게 일개 평민이 아르폴리아의 은발을 가지고 있는 거지?'
키트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왕비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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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시나가 차를 가져오며 말했다.
"후작부인, 백작부인께서 칭찬의 말씀을 남기고 떠나셨어요. 금방 배우신다고."
앙투안은 움찔했다.
'분명히 숨겼는데? 너무 티가 났나?'
"백작부인께서 칭찬하시는 건 흔한 일이 아니에요. 보통은 하급 시녀에게 '자네가 주인을 더 잘 모시게' 하며, 은근히 핀잔을 주시거든요. 물론 저도 들은 거지만요."
왕족의 습관이 여전히 남아있기에 생긴 일이었다. 앙투안은 다음에는 더 망나니같이 굴어주겠노라 다짐했다.
'그리고... 키트리에게 에이든의 행방을 떠보는 건 위험하겠어. 그렇다면...'
엘레노르의 선택은? 택1
1. 국왕 오토에게 직접 에이든의 행방을 떠본다.
2. 오토는 너무 위험해! 나를 도울 새로운 사람을 찾아봐야겠어.
엘레노르의 조력자가 될 귀족의 이름
'오토?'
아니, 이것 역시 답이 아니었다. 물론 에이든의 처분에 가장 직접적으로 관여했을 인물이니 확실한 답은 얻을 수 있겠지만...
앙투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굳이 이런 위험을 감수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을 때였다. 시나가 엘레노르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후작부인, 그... 후작 각하께서 만남을 청하셨습니다."
이거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앙투안의 머리를 스쳤다.
물론 엘레노르의 왕궁에서의 지위는 '공식 정부'였지만, 그녀의 정식 신분은 '후작부인'이었다. 즉, 서류상으로나마 그녀에게는 '후작'이라는 남편이 존재한다는 뜻이었다.
엘레노르와 후작이 어떤 관계인지 앙투안은 정확히 알지 못했다. 하지만 국왕의 정부와 그 남편의 관계는 보통 세 가지 중 하나였다. 직접 아내를 바친 경우, 아내를 빼앗기고 분노하는 경우, 그리고 드물지만...
'여전히 사랑하는 경우도 있지.'
어느 쪽이든 앙투안은 후작을 이용할 수 있을 터였다.
'후작, 당신은 과연 어느 쪽일까?'
---
사실 후작이 들어서자 앙투안은 적잖이 놀랐다. 나이 든 중년 남성을 예상했는데, 의외로 젊고 준수한 미남이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흑발이군.'
"제르토..."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었다. 앙투안은 당황하여 무의식적으로 부채로 입가를 가렸다.
'엘레노르의 본능이 아직 남아있는 건가?'
후작은 잠시 미간을 찌푸리더니 차갑게 말했다.
"후작이라고 불러주십시오, 부인. 우리가 그렇게... 가까운 사이는 아니지 않습니까."
"... 주의하도록 하죠."
"예법 수업을 받으신다는 말이 사실이었군요. 부인께서 이처럼 달라지신 것을 보니 말입니다."
'젠장, 엘레노르는 대체 얼마나 제멋대로 굴었던 거야?'
유심히 엘레노르를 살펴보던 제르토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에게 성큼 다가와 귓가에 속삭였다.
"네가 오토에게 몸을 팔면서까지 왕궁에 온 이유를 잊지 마."
"!"
모진 말을 하면서도, 후작의 몸은 떨리고 있었다. 이 남자는 엘레노르에 대한 묘한 배신감에 차 있었다. 그리고 국왕에게 적대적이었다!
'이 남자, 이 남자를 반드시 이용해야 해!'
그에게 어서 말을 전해야 했다. 하지만 정황상 국왕이 감시역으로 붙인 게 확실한 시나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앙투안은 입술을 깨물고는, 제르토를 갑작스레 끌어안았다. 제르토는 당황한 듯했으나, 앙투안은 태연하게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아르폴리아의 에이든. 그의 행방을 알아봐 줘요."
---
제르토가 나간 후, 시나가 넌지시 말을 꺼냈다.
"후작부인, 여전히 후작 각하와 가까우시군요."
"..."
"제가 하나 충언을 드릴게요. 후작 각하와 계속 가까이 지내시면, 국왕 폐하께서 심기가 불편하실 겁니다."
----
제르토와 엘레노르의 후작가 이름 (즉, 성을 지어주세요)
제르토와 엘레노르의 원래 관계 [택1]
1. 후원자 (후작이 이용 목적으로 데려옴)
2. 연인 (사랑에 빠져 결혼하였음)
시나는 국왕의 첩자가 [택1]
1. 맞다
2. 아니다
"시나, '대부분'의 여자들과는 달리 '어떤' 여자들은 한 남자만 고집하지 않아도 된단다."
시나는 경악했다.
"세상에! 후작부인, 물론 '어떤' 남자들은 여자의 줄다리기에 관대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은 그런 여자를 가만두지 않는다고요."
그러고는 조금 슬픈 말투로 덧붙였다.
"이 궁정에서 오래 살아남으시려면 각별히 조심하셔야 해요."
------
사실 앙투안의 예상과 달리, 시나는 국왕의 첩자는 아니었다. 오토는 그저 수족인 모리츠 남작의 아내를 엘레노르에게 붙여준 것뿐이었다.
처음에 시나는 정부의 시녀가 되라는 말에 발끈했다. 부유한 백작가의 레이디로 태어나 한 번 남작부인으로 신분이 격하되었는데, 정부의 시녀까지 하라니 자존심이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리츠 남작의 한마디가 시나를 진정시켰다.
"당신이 궁정으로 복귀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야!"
시나는 예전 백작가의 레이디였던 시절, 왕비에게 상당한 무례를 저질렀다. 당시 '트레디움 공녀'였던 페스티나 죠세핀이 처음 어콰이아 사교계에 얼굴을 비추었을 때, 국왕의 원래 정혼 상대가 아르폴리아 왕녀 앙투안이었음을 들추어낸 것이다.
"왕녀의 죽음으로 가장 득을 본 곳이 어디일까요?"
당시 공국이었던 트레디움을 얕잡아보고 하는 말이었다. 실제로 트레디움은 대륙 서부 북쪽에 위치해 영토도 척박했고, 어콰이아나 아르폴리아만큼의 발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그래서 시나는 본인이 트레디움 공녀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꽤 많은 레이디들이 시나에게 동조했었다.
페스트 죠는 왕비 자리에 오르자마자 그 다섯 명의 얼굴을 기억해내고는 모조리 궁정 출입을 금지시켰다. 가문들이 반발해도 소용없었다. 심지어 시나와 친한 레이디가 마차 사고로 죽는 일까지 벌어졌다. 남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시나는 확신했다.
'공국에서 실제로 왕녀를 죽인 게 맞구나! 벌써 두 명을 죽였으니, 다음은 나일지도 몰라!'
사실은 어떠한 확증도 없는 추측이었다. 그러나 죽음의 공포에 질린 시나는 그날 저녁, 아버지인 백작에게 졸라 국왕의 측근인 모리츠 남작가의 청혼서를 받아들였다. 설마 국왕의 측근까지 건드리겠냐는 생각이었다. 백작은 사위감이 성에 차지 않는다며 투덜댔지만, 시나의 눈물어린 호소에 결국 결혼을 승낙했다.
다행히 시나의 도박은 성공해 모리츠 남작부인이 된 뒤로는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동시에 시나는 8년간 궁정에 출입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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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왕비와 관계 회복은 텄으니, 후작부인을 새로운 권력으로 만드는 수밖에 없어.'
시나의 속내를 알지 못한 채 앙투안이 말했다.
"정말 내가 이 왕궁에서 살아남길 원하는 거니?"
시나는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앙투안은 시나의 진심이 담긴 표정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물론 시나를 완전히 믿지는 못하겠지만, 정보를 물었을 때 거짓을 답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내 소문이 지금 어떤지 알려주지 않겠니? 나도 처신은 해야 하니까."
시나가 잠시 머뭇거렸다. 입술을 지그시 깨물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솔직하게 말씀드려도 괜찮을까요?"
"자기 직면은 가장 위대한 발걸음이지."
엘레노르의 여유로운 대답에도 시나는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
"좋아요. 지옥에서 현신한 서큐버스이자, 두 남자를 홀린... 천하의 요부라고 하더군요."
앙투안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두 남자?"
"부인께서는 파블로 후작 각하와도 연애 결혼에 성공한 것으로 유명하시잖아요? 평민이 유력 귀족과 결혼하다니, 희대의 스캔들이었죠."
시나는 한 번 결심하면 말을 크게 가리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앞서 화를 입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정말 연애 결혼이었다고?'
앙투안은 잠시 말을 잃었다. 대부분의 귀족은 연인을 정부 삼는 것으로 만족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제르토가 무척 순진하게 느껴졌다.
시나는 앙투안의 침묵을 보고 눈치를 보면서도 계속 설명했다.
"잘 아시겠지만... 평민과 귀족이 결혼하면 그 자식에게는 후계권이 없잖아요? 덕분에 방계 귀족들이 승냥이처럼 파블로 후작가의 후계자 자리를 노리고 있답니다."
"!"
앙투안은 엘레노르가 국왕의 정부가 된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공식 정부의 자식은 왕의 친자로 인정받으면, 대부분 작위를 수여받을 수 있지!'
하지만 제르토가 한 말이 영 거슬렸다.
'네가 왕궁에 온 이유를 잊지 마.'
제르토가 한 말의 의미는: [택1]
1 단순히 질투심의 발로
2 무언가 다른 의미가 있다 (본인의 추측도 써주세요)
국왕 오토는: [택1]
1 엘레노르를 사랑한다
2 무언가 다른 목적이 있다 (본인의 추측도 써주세요)
피드백 자유롭게 써주세요
사실 진짜 공주본인 맞는데 그냥 기억만 없어진 거 아니야?
2.제르토도 주인공의 은발을 이상하게 여겨서, 아내가 뜻이 있겠거니 하고 정부로 가겠다는 거에 동의해준거다. 제대로 된 진실을 알고 있는지 아닌지는 모름
그날 밤, 엘레노르는 오랜만에 오토의 침실을 찾았다. 엘레노르가 공식 정부로 데뷔한다는 선언을 한 후, 오토는 무언가에 몰두하느라 굉장히 바빴기 때문이다.
앙투안은 마음의 준비를 했다. 엄청나게 떨렸지만, 차분히 호흡을 고르며 각오를 다졌다.
'오늘 오토가 엘레노르를 취할 수도 있어. 이 몸에 들어온 이상 영원히 피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까...'
앙투안은 자연스럽게 본인과 엘레노르를 분리했다. 물론 첫날밤을 피하고 싶어 현실을 도피한 것에 가까웠지만, 인간이 언제나 멀쩡한 정신으로 살아갈 수는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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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앙투안의 각오는 기우였다. 오토는 엘레노르를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 단지 엘레노르의 머리카락만 계속 매만졌을 뿐이다.
"다음 달 '별의 연회'가 열릴 것이다."
오토는 유난히 별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정작 그는 별이 아닌 태양이었다. 별이 되지 못한 사내의 피처럼 붉은 눈은, 눈앞의 은빛 머리카락에 계속 고정되어 있었다.
"그날 너를 정식으로 궁정에 소개할 예정이다. 나의 첫 공식 정부로."
앙투안의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손바닥에 식은땀이 맺혔다.
'이제부터가 시작이야.'
"그리고..."
오토가 의미심장하게 미소 지었다. 그의 입꼬리가 올라갈 때마다 앙투안은 본능적으로 경계심을 느꼈다. 그 미소 뒤에는 언제나 예측할 수 없는 무언가가 숨어있었다.
"특별한 손님도 소개될 예정이니 예법에 각별히 신경쓰도록 해. 너와 아주 친하게 될 테니까."
'친하게 돼? 엘레노르의 사교계 입지를 위해 유력 가문의 여성을 소개시켜주는 걸까? 아니면...'
앙투안은 오토의 표정을 살폈다. 그의 눈에 스치는 기묘한 즐거움이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그렇지 않아도 노이만 백작부인에게서 많은 배움을 얻고 있답니다."
"키트리라면 믿을 만하지! 키트리의 말만 충실히 따른다면 아무 문제도 없을 거야."
키트리는 선대 왕비의 시녀로, 지금은 전염병으로 죽은 오토의 어린 여동생을 가르치기도 했었다. 그녀의 예법 교육은 언제나 완벽했다.
"그건 그렇고... 오늘 후작을 만났다고 했나."
오토의 목소리에 묘한 불만이 스쳐나왔다.
'이 남자, 제르토를 질투하고 있는 건가?'
사실은 질투와 소유욕, 그 어딘가에 있는 감정이었다. 앙투안은 엘레노르를 상상하며, 애교 섞인 목소리를 연기했다.
"폐하, 전 오로지 폐하의 것이에요."
오토는 고개를 저었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빛났다.
"아니, 넌 여전히 후작의 것이지. 그날 전까진 말이다."
'그날? '별의 연회'를 말하는 건가?'
그러나 그게 아닌 것 같은 직감이 들었다. 앙투안의 뒤통수가 서늘해졌다.
"너도 잘 알다시피, 나는 동시 소유를 좋아하지 않아. 무엇이든 독점해야만 직성이 풀리지."
그러고는 엘레노르의 귓가에 속삭였다.
"내가 황제가 되는 날, 너는 나만을 위한 황후가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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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도 키트리의 예법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후작부인, 오늘은 연회에서의 인사법을 배워보겠습니다."
'별의 연회... 황후...'
아직 어젯밤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앙투안은 평소보다 더 조심스럽게 키트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했다.
"왕족에게 인사할 때는 이렇게 깊숙이 허리를 숙여야 합니다. 90도 정도로 말이지요."
키트리가 시범을 보이며 말했다. 과연 그녀의 움직임은 완벽했다. 수십 년간 궁정에서 다져진 우아함이 몸에 배어 있었다.
그러나 앙투안은 속으로 씁쓸하게 웃었다. 국왕에게 하는 인사는 보통 45도 정도가 적절했다. 심지어 왕비나 왕자, 공주에게는 왕에게 숙이는 것보다 덜 숙여야 했다. 90도의 커트시는 황제에게조차 하지 않을 수준이었다.
앙투안은 키트리의 의도를 꿰뚫어보았다. 커트시 각도는 판단하기 꽤나 주관적이었다. 지나치게 숙인다면 분명 말이 나오겠지만, 예법 교사의 책임은 희석되고 결국 엘레노르의 평민 신분만 환기될 것이었다. 교묘하고도 치밀한 함정이었다.
'왕비가 나를 철저히 망신시키려고 하는군.'
사실 어젯밤을 떠올려본다면 적절한 견제기는 했다. 앙투안은 왕비의 장단에 맞추기로 했다. 키트리의 말대로 90도의 커트시를 한 것이다.
'아직 발톱을 드러내는 건 이르지.'
"이렇게 말인가?"
앙투안은 일부러 서툰 척 연기했다.
"네, 훌륭합니다. 왕족을 대할 때는 각별히 유의해야 해요. 예의를 제대로 갖추지 않는다면 반드시 뒷말이 나오거든요."
키트리의 목소리에서 가식적인 친절함이 묻어나왔다. 이때 시나가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죄송하지만... 노이만 백작부인."
"레이디 모리츠(Herrin Moritz),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키트리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날카로워졌다.
시나는 겁을 먹으면서도 용기를 냈다.
"부인께서 잠시 착각하신 게 아닐까요? 후작부인께서 너무 깊이 숙이시면 오히려 다른 귀족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
키트리의 눈빛이 순간 차갑게 변했다. 마치 가면이 벗겨진 듯했다.
사실 키트리는 시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키트리는 원래 남작가 출신이었다. 남작의 딸은 '미스트레스(Freifräulein)'로 호칭되는 법인데, 키트리는 언제나 '레이디(Herrin)'로 불리기를 갈망했다. 그렇게 그녀는 끊임없는 노력 끝에 백작부인의 지위까지 올라섰다.
반면 시나는 백작의 딸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레이디'로 불리며, 다른 귀족 부인들과 동등한 신분으로 대우받으며 자랐다. 지금은 왕비에게 한 경솔한 언행으로 인해 특권을 포기하고 남작부인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나는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뼛속 깊이 '레이디'였다.
어려서는 레이디 시나, 커서는 레이디 모리츠.
언제나 고군분투하며 살아온 키트리는 그런 방자한 레이디들을 보면 미우면서도 부러웠다. 안일하게 사는 시나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키트리는 잠시 침묵하더니 답했다.
"... 커트시 각도에 대해서는 견해의 차이가 있으니까요. 후작부인께서 편하신 대로 하십시오."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사실 그런 견해의 차이는 없었으나, 앙투안은 순진한 척 끄덕였다.
'꽤나 잘하는 걸, 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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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교황이 등장할 예정입니다. 교황의 이름을 지어주세요
오토가 별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한 추측을 써주세요
시나가 시집가기 전 백작가의 이름을 지어주세요
온 세상을 별이 자신에게 안겨주는 꿈을 꾼 후, 그게 온 대륙을 자신이 정복하고 통일제국을 세우게 될거라는 예지몽으로 받아들여서.
예법 수업이 끝나고, 엘레노르와 시나는 왕궁의 정원을 거닐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따스한 미풍이 불어와 두 사람의 드레스 자락을 부드럽게 흔들었다. 키트리를 경계하느라 경직되어 있던 앙투안은 이제야 어깨가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노이만 백작부인, 무언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죠?"
시나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왕비 폐하의 사주를 받은 것일지도 몰라요."
"그래도 네가 잘 지적해 주었잖니?"
시나는 한숨을 쉬었다.
"앞으로도 분명히 그런 일이 계속될 거라고요. 오늘은 운이 좋았지만, 전 백작부인만큼 예법에 통달하지도 않았고요."
그럼에도 앙투안은 그저 미소지어 보일 뿐이었다.
'내가 알고 있으니 괜찮닪다.'
두 사람은 왕궁 정원 깊숙한 곳으로 들어섰다. 원래도 사계절 내내 아름답다고 소문난 곳이지만, 오늘은 한창 장미가 만개하여 더욱 절경이었다. 붉고 흰 장미들 사이를 나비들이 분주하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렇게 장미 정원을 구경하고 있는데, 시나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다. 멀리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와 웃음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후작부인, 잠시만요. 왕녀 저하와 왕자 저하께서 오십니다."
데자뷔였다. 시나는 전처럼 얼른 피하라는 의미로 한 말이었지만, 앙투안은 왜인지 오늘은 피하지 않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이든이 생각나서였을까?
그러나 고민하는 때는 이미 늦었다.
"어? 저기 누가 있네."
활발한 소녀의 목소리가 정원에 울려 퍼졌다. 금발에 붉은 눈을 한 소녀, 프리스 왕녀가 앙투안을 발견했다. 누가 보아도 오토의 딸이었다. 특히 타오르는 듯한 붉은 눈동자는 프리스의 당당한 기질을 보여두는 듯했다.
"프리스, 조심해. 별빛의 은발. '그 여자'야."
차분하면서도 날카로운 목소리가 뒤따랐다. 달빛의 은발에 파란 눈을 한 소년, 헬리스 왕자가 쌍둥이 누나를 말렸다. 그는 왕비 페스트 죠를 닮아 차분하면서도 날카로운 면이 있었다. 같은 나이임에도 누나보다 한층 더 신중해 보였고, 엘레노르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경계심이 가득했다.
앙투안은 어쩔 수 없이 두 아이에게 다가가 약 30도로 정중하게 커트시 했다. 등을 곧게 펴고, 한쪽 발을 뒤로 빼며 우아하게 인사를 올렸다. 하지만 두 아이의 반응은 차가웠다. 프리스는 팔짱을 끼고 거만하게 그녀를 올려다봤고, 헬리스는 아예 고개를 돌려버렸다.
"네가 부왕의 정부 엘레노르냐?"
프리스가 아버지를 따라하듯 근엄하게 말했다. 아직 열 살도 채 되지 않은 아이가 하기에는 너무나 성숙한 말투였다.
"예, 저하. 파블로 후작부인 엘레노르입니다."
엘레노르는 최대한 공손하게 대답했다.
"어머니를 슬프게 하는 나쁜 여자."
헬리스가 차갑게 말했다. 그의 얼음장같은 눈동자에는 날카로운 분노가 서려 있었다.
시나는 그런 왕자를 저지하고 싶었으나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왕녀와 왕자가 그녀를 인지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리스가 더욱 날카롭게 엘레노르를 공격했다.
"평민 주제에 감히 부왕을 꾀어 왕궁에 들어와 살다니, 부끄럽지도 않은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프리스는 왕족으로서의 위압감을 자연스럽게 연기하고 있었다.
듣다보니 억울하고 화가 났다.
'아 그러니까, 그건 내가 아니라고!'
가슴속에서 무언가 끓어오르는 게 느껴졌지만, 그녀는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애써 표정을 관리했다.
"저는 단지..."
프리스가 손을 들어 엘레노르의 말을 막았다. 그 거만한 손짓마저 완전히 오토를 빼닮았다.
헬리스도 거들었다.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지. 너 같은 사람 때문에 왕실의 품위가 떨어진다고."
왕실의 품위. 그 말이 앙투안의 귓가에 맴돌았다. 본인에게 하는 말이 아닌 것을 알지만, 그것은 앙투안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트리거가 됐다.
"왕녀, 왕자! 자중하도록 하세요. 왕실의 품위가 떨어집니다."
앙투안과 에이든의 계모가 늘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었다. 그녀는 늘 완벽을 추구했고,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냉정하게 지적하곤 했다. 물론 객관적으로 계비가 나쁜 어머니였던 것은 아니었다. 단지 왕실의 품위에 지나치게 환상을 품은 나머지 앙투안과 에이든을 엄격하게 교육시켰을 뿐이다. 하지만 그 엄격함 속에서 자란 두 남매는 늘 숨을 죽이며 살아야 했다. 그건 과거에 앙투안이 오토와의 결혼을 고대하는 이유였기도 했다.
앙투안은 갑자기 조금 심술이 났다. 이 아이들이 곧 겪게 될 현실을 생각난 것이다.
'너희 어머니는 언젠가 폐위당할 거라고.'
그 순간 앙투안은 본인에게 위화감이 들었다. 마치 진짜 엘레노르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다행히 그걸 입 밖으로 내지 않은 건, 앙투안이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가릴 줄 알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폭탄 발언을 했다가는 소문이 일파만파 퍼지고 말 것이다.
대답이 없는 엘레노르에게 조금의 꺼림칙함을 느낀 헬리스 왕자는 당황하여 한 마디를 뱉었다. 그녀의 침묵이 왜인지 불안하게 느껴졌다.
"앞... 앞으로는 우리와 마주치지 말거라."
목소리에 살짝 떨림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는 쌍둥이 누이의 손을 잡고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나버렸다.
두 아이의 모습이 정원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엘레노르와 시나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들을 둘러싼 장미들이 이제는 가시처럼 느껴졌다.
"후작부인, 괜찮으시죠? 원래는 두 저하의 유모가 곁에 있었어야 할 터인데..."
시나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앙투안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정부가 될 때부터 각오한 일 아니겠니?"
그러나 목소리에는 피로가 배어 있었다.
"만약 왕녀 저하와 왕자 저하께서 연회에서도 부인에게 난동을 피우신다면... 그렇게 되면 다른 귀족들도..."
그건 분명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었다.
'저 아이들이 망아지처럼 날뛸 것은 상수로 포함해야 해. 다른 부분에서 더 보완을 해야하는데...'
아, 마침 좋은 생각이 났다.
"시나, 연회 준비를 더 철저히 해야겠어."
"하지만 어떻게..."
"네 아버지를 불러올 수 있겠니?"
어콰이아의 대귀족, 앨리슨 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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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슨 백작의 이름
시나와 앨리슨 백작의 외형 (머리카락, 눈 색깔) -> 다른 인물과 겹치지 않게 부탁드려요
'이웃 국가의 정치 상황에 대해서는 아르폴리아에서도 파악하고 있었지.'
시나의 아버지인 로르만 폰 앨리슨은 '오성(五星) 회의'에 참석하는 대귀족의 일원이었다.
오성회의는 예로부터 어콰이아의 대귀족 가주들이 모여 '태양', 즉 국왕을 선출하는 회의였다. 다섯 명의 대귀족은 각각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의 다섯 별을 상징했다.
그러나 지금은 현 왕가가 왕위를 세습하게 되어, 오성회의 원래의 목적인 국왕 선출은 의미를 잃었다. 하지만 국왕의 통치는 혼자서 가능한 것이 아니었고, 결국 일정 부분 대귀족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국왕과 대귀족들이 합의한 끝에, 현재의 오성회의는 일종의 국정 자문기구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앨리슨 백작은 그 중 수성(Merkur)에 위치하여 어콰이아의 외교를 담당하고 있었다.
시나의 말에 따르면, 백작은 모종의 이유로 인해 이미 며칠 전부터 궁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아마 연회와 관련된 일이겠지? 뭔진 몰라도 정보를 미리 알아두면 나쁠 것 없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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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슨 백작은 노년에 접어든 위엄 있는 남성으로, 수성을 상징하는 희끄무레한 청색 머리카락과 빛바랜 보라색 눈동자가 인상적이었다. 확실히 딸인 시나에 비해 침착함과 신중함을 겸비한 듯 보였다.
앨리슨 백작이 응접실에 들어오자, 앙투안은 일어나 그를 맞이했다.
"엘레노르 폰 파블로입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려요, 백작."
'이 여자가 파블로 후작의 아내로군.'
파블로 후작은 오성회의의 정식 일원은 아니었지만, 후작가의 영지가 부분적으로 어콰이아 변경에 있어 오성회의에 자주 초청받곤 했다.
'평민 출신이라던데, 듣지 않았으면 모를 뻔했군.'
앨리슨 백작 기준에서는 최고의 칭찬이었다. 외교를 담당하는 그와 공식 정부인 엘레노르는 앞으로도 자주 마주칠 사이였다. 사실 대귀족인 백작과 일반 후작 간의 의전 서열에는 미묘한 부분이 있었으나, 앨리슨 백작은 깔끔하게 공대하기로 했다.
"로르만 폰 앨리슨입니다, 후작부인. 저를 부르신 이유가..."
'여기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면 하수지.'
"같은 궁 안에 있으면서도 따님과 마주칠 기회가 없으셨잖아요? 백작과 함께 가벼운 티 타임을 갖고자 했어요."
앙투안은 의도적으로 시나를 '남작부인'이나 '레이디 모리츠' 대신 '따님'이라고 지칭했다. 딸의 신분 하락을 백작이 좋아할 리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요 아버지, 이런 시간은 오랜만이잖아요?"
'시나, 많이 뻔뻔해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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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초반에 한참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경계가 상당히 누그러진 백작이 말을 꺼냈다.
"폐하께서는 최근 대륙 동부 국가들과의 교역 협정에 관해 자문을 구하고 계십니다."
앙투안은 그의 말에 끄덕이며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로반 대륙 서부에서 극동 지역의 신문물을 들여오려면, 동부 국가들을 거칠 수밖에 없겠지.'
백작이 이어서 말했다.
"그래서 이번에 열리는 '별빛 연회'에는 동부 국가들의 사절단이 참석할 예정입니다."
"!"
시나도 상당히 놀란 듯했다.
"아버지! 후작부인께서 처음 데뷔하시는 연회가, 그렇게나 큰 규모의 연회였단 말인가요?"
"그렇단다. 내 추측이긴 하지만... 폐하께서 여시는 이번 연회에는 다른 목적도 있는 듯하더구나."
'다른 목적?'
앨리슨 백작은 엘레노르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와는 별개로, 후작부인께서는... 글쎄요, 어쩌면 외빈들을 응대하게 되실 수도 있겠습니다."
공식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국왕과 함께 외교 사신들을 맞이하는 것이었다.
앙투안은 급하게 머릿속을 정리했다.
'그러니까 지금 왕실 가족 전체가 나한테 적대적인 상황에서, 귀족들도 나를 곱게 보지 않을 게 뻔하고, 무슨 함정이 있을지 아직도 정확히 모르겠는데, 하다못해 이제는 외빈들까지 맞이해야 한다는 거네?'
아, 망했네.
엘레노르의 당황한 표정을 눈치챈 시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래도 연회 준비를 후작부인께서 직접 하시는 건 아니니까..."
'그래, 이게 대체 어떤 연회일지 내가 전혀 감을 못 잡겠다는 게 문제라고!'
심호흡으로 마음을 가라앉힌 앙투안이 백작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혹시 백작께서... 동부의 귀빈들을 맞이할 때 주의해야 할 점들에 대해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물론 아르폴리아의 왕녀로서 동부 국가들에 대해 아예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외교 수장에게 직접 배우는 것과는 다를 것이다.
"물론입니다. 하지만 며칠 만에 익히기에는..."
그 뒤에는 '넌 아직 궁정 예법조차 완전히 익히지 못한 게 아니냐'는 말이 생략되어 있었다.
"괜찮습니다. 최선을 다해 배워보겠어요."
앙투안의 단호한 말에 백작과 시나가 놀란 듯 바라보았다. 백작은 내심 엘레노르에 대한 평가를 수정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는데요."
"말씀하십시오."
"연회에서 제 평판을... 보호해 주실 수 있을까요?"
앙투안의 솔직한 요청에 백작이 잠시 고민하는 듯했다.
"후작부인, 그 부분은 제가 직접적으로 개입하기는 어렵습니다. 역효과가 날 거예요. 하지만..."
그가 의미심장하게 미소 지었다.
"부인께는 후작 각하가 계시지 않습니까?"
"아, 아버지, 그건...!"
시나가 아버지를 만류했다. 공식 정부의 원래 남편은 언제나 민감한 소재였기 때문이다.
"아, 물론 부인의 파트너는 국왕 폐하지요. 하지만..."
앨리슨 백작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후작 각하께서 연회에 참석하신다면, 부인이 오명을 쓰도록 내버려두시지는 않을 거란 생각이 드는군요."
그것은 같은 남자로서의 직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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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국가의 이름을 지어주세요
동부 국가 이름2
예상치 못하게 후작이 언급되자 앙투안은 잠시 당황했다. 백작의 의중을 재빨리 파악하려 했지만, 그의 표정에서는 별다른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
'아직 모든 부탁을 받아주기에는 부담스럽다는 거겠지.'
의외로 백작은 진심으로 말한 것이었으나, 앙투안은 이를 '외교적 수사'로 받아들였다.
"... '제'가 잘 헤쳐 나가야겠지요. 폐하를 만날 때부터 각오는 했어요."
앙투안의 목소리는 의연함을 꾸며내고 있었다. 백작은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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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투안은 시나에게 아버지의 배웅을 맡겼다. 시나는 이를 의심하지 않고 순순히 따랐다.
사실은 '그'가 곧 방문 예정이었기에, 시나와 잠시 떨어져 있기 위한 작전이었다. 앙투안은 시나가 왕비를 몹시 싫어하고 있다는 것은 눈치챘지만, 오토의 첩자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지는 않았다.
잠시 후, 응접실에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조금 긴장한 모습의 파블로 후작 제르토가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그의 시선이 방 안을 훑어보더니 앙투안에게 머물렀다.
"... 혼자 계십니까?"
앙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르토는 그제야 안도한 듯 한숨을 내쉬며 앙투안의 맞은편에 불쑥 앉았다. 긴장이 풀린 모습이었다.
"엘레노르."
전의 만남과 확연히 다른 말투였다. 시나의 부존재 때문일 것이다.
'아하, 서로 격의 없는 사이였군?'
제르토의 말투가 격식을 차린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평범하게 아내를 대하는 듯한 어조였다. 그리고... 아내에 대한 미묘한 갈망 또한 느껴졌다.
그렇다면 이쪽에서도 장단을 맞춰주어야 했다. 앙투안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 제르토."
전과 달리 자의로 뱉어낸 목소리였다. 어색함보다는 묘한 흥분감이 느껴졌다.
제르토 또한 그것을 느낀 듯했다. 후작은 잠시 헛기침을 하더니 물었다.
"그래서 네가 왕궁에 온 이유는, 찾았어?"
직설적인 질문이었다. 앙투안은 그 말에 자신이 예전에 한 추측이 완전히 틀렸음을 직감했다. 만약 엘레노르의 계획이 그들의 자식을 왕의 친자로 인정받으려는 것뿐이었다면, 그의 질문이 굉장히 부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 조금은."
앙투안은 대충 얼버무렸다. 제르토는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네 은발. 아르폴리아와 관련된 거야?"
제르토의 눈이 앙투안의 별빛 머리카락에 머물렀다. 그 시선에는 염려가 섞여있었다.
"!"
'엘레노르 역시 본인 은발의 비밀을 알고 싶었던 거야. 그런데 내가 에이든을 찾아달라고 해서...!'
앙투안의 반응이 없자, 제르토는 계속 할 말을 했다. 그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안 그래도 아르폴리아의 전 국왕, 에이든에 대해 조사를 해봤어. 그런데... 하사받은 성에 선왕비와 함께 있다는 말뿐이야. 그 외엔 어떤 보고된 행적도 없어."
아르폴리아의 선왕비라면, 앙투안과 에이든의 계모였다. 데면데면한 사이였지만 어쨌든 어머니인데, 그녀의 행방이 조금도 궁금하지 않았다는 것에 앙투안은 잠시 죄책감이 들었다.
그렇다면 어머니가 아르폴리아의 섭정이었겠구나. 어머니가 에이든 대신 통치를 하다가, 아르폴리아가 어려워지자 나라를 어콰이아에 넘긴 것이었겠구나.
어머니에게 특별한 원망은 없었다. 아마 별 수가 없었을 터였다.
"대신... 한 가지 재미있는 소문이 있더군."
"?"
앙투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별빛 연회에, 에이든과 선왕비를 필두로 아르폴리아 출신 귀족들이 대거 참석한다는..."
"!"
앙투안의 눈이 크게 떠졌다.
'오토가 소개해주겠다던 특별한 손님이 에이든을 말하는 거였구나!'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이번 연회에서 에이든을 만날 수 있어!
제르토는 앙투안의 반응을 조금 다른 시각에서 받아들이고는 의문을 던졌다. 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래, 아르폴리아의 세력들이 이번 연회에 참석한다는 게, 대체 무슨 의미일까?"
그 순간 앙투안의 머릿속에 번개가 쳤다.
아!
드디어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흩어져 있던 조각들이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아까 외교의 앨리슨 백작이, 이번 연회에는 대륙 동부 국가들의 외빈들이 참석한다고 했어. 아마... 칼로스와 라이벨."
칼로스와 라이벨, 이 두 국가가 극동과 교류하는 동부 국가들 중 가장 어콰이아와 밀접한 관계였기 때문이다. 앙투안의 목소리에 확신이 서리기 시작했다.
제르토 역시 그 말을 듣고 깨달았다.
"그렇다면 별빛 연회는, 너를 소개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구나."
"맞아. 아르폴리아와의 합병 소식을 정식으로 만천하에 알리는 것. 그게 목적이었어."
앙투안은 가슴이 차가워지는 걸 느꼈다. 오토의 계획이 얼마나 치밀했는지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제르토의 분석이 이어졌다. 그의 목소리에 분노가 서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르폴리아 왕가를 철저히 짓밟고 위상을 격하시키려는 거겠지. 아르폴리아와 같은 '별빛 은발'을 가진 너를 전면에 내세워서. '국왕의 정부'로."
이건 아르폴리아를 위한 분노가 아니었다. 엘레노르가 이용당한다는 걱정에서 나온 분노였다.
"... 오토는 자신이 황제가 되겠다고 했어. 아마 이번 연회가 그 첫 단계겠지. 왜냐면..."
앙투안은 한참이나 뜸을 들였다. 이걸 이 남자에게 말해도 될까? 이걸 말하면, 실수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다 문득 아까 앨리슨 백작의 말이 떠올랐다.
'부인께는 후작 각하가 계시지 않습니까?'
앙투안, 아니 엘레노르는, 조금은 충동적으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국왕은 나를 황후로 만들 생각이야. 그래서... 그 전까진 순결을 유지하게 됐어."
제르토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가 풀었다. 동시에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후작의 목소리가 미묘하게 낮아졌다.
"지난 번의 말... 아직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구나."
앙투안은 갑자기 심장이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무언가 위험한 선을 넘나드는 기분이었다.
그 순간 복도에서 시나의 걸음걸이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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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폴리아 선왕비의 이름
앙투안의 선택지는? [택1]
1. 제르토를 숨긴다
2. 제르토와 함께 있는 장면을 당당하게 보인다
피드백 부탁드려요
피드백2
사실 나는 딱히 피드백은 없구... 스레화이팅
살아남기도 해야돼고 나라도 신경써야하는 오토와 앙투안... 그리고 그냥 아내좋아 제르토.
***주요 국가 정리
로반 대륙
1. 서부: 구 제국 -> 아르폴리아 왕국, 어콰이아 왕국, 트레디움 공국으로 분화
2. 동부: 칼로스, 라이벨 등 (극동 대륙과 무역하여 로반 대륙 서부에 공급)
극동 대륙
***주요 인물 정리 <배경 국가: 어콰이아>
1. 앙투안(국왕의 정부 엘레노르)
아르폴리아의 왕녀로 태어난 앙투안은, 이웃나라 어콰이아의 왕자인 오토와 정혼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의문의 죽음 이후 눈을 뜨자, 지금이 10년이 지난 시점이며 자신은 국왕이 된 오토의 평민 출신 정부 '파블로 후작부인 엘레노르'로 환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앙투안은 남동생 에이든을 지키고 아르폴리아의 원수를 갚겠다는 복수심을 키운다.
한편, 앙투안은 환생한 후에도 아르폴리아 왕실의 상징인 '별빛 은발'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는다. 그리고 그것은 원래의 몸 주인인 엘레노르 또한 고민하던 사실임을 알게 된다.
2. 국왕 오토
어콰이아 왕국의 현 군주. 어콰이아 왕실은 태양을 상징하며, 오토 또한 금발머리·붉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 왕위에 앉은지 10년도 채 되지 않았으나 최근 아르폴리아를 합병하였고, 조만간 황제로 등극하려는 야망을 품고 있다.
과거 아르폴리아의 앙투안과 정략적 혼인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그녀의 요절로 새로운 왕비 페스티나 죠세핀을 맞았다. 그러나 '별빛 은발'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황제로 즉위한 후 황후 자리를 정부 ‘엘레노르’에게 주기로 결심한다.
3. 왕비 페스티나 죠세핀(페스트 죠)
트레디움 공국의 공녀로, 어콰이아 국왕 오토의 왕비 자리를 차지한 인물. 달을 상징하는 트레디움 가문 출신답게 사파이어 빛 벽안과 은발머리를 지니고 있다. 예법 교사 키트리를 비롯하여 궁 곳곳에 심어둔 자신의 인물들을 통해 엘레노르를 감시·견제한다.
과거 앨리슨 백작가의 레이디인 시나에게 모욕을 당한 후 그녀의 무리에게 앙갚음을 하는 모습이나, 자식들에게까지 정부 엘레노르에 대한 적대감을 심는 모습 등을 보면,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수단도 동원할 수 있는 인물이다. 즉, 냉철한 통치자이자, 정치적 수완이 뛰어난 인물.
4. 파블로 후작 제르토
어콰이아의 후작(즉, 변경백). 엘레노르의 원래 남편. 젊고 매력적인 미남으로, 평민 출신인 엘레노르와 연애 결혼한다. 사랑에 맹목적인 인물로, 그 결혼으로 파블로 후작가의 계승권이 없어짐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처음 엘레노르가 국왕의 정부가 되었을 때 매우 크게 반대하였다. 그러나 엘레노르의 긴 설득 끝에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보내주게 된다.
***조연 정리 <어콰이아>
1. 모리츠 남작부인 시나
모리츠 남작의 아내이자 엘레노르의 시녀. 어콰이아의 대귀족인 앨리슨 백작가 출신으로, 트레디움 공녀 비하 사건을 주도하여 궁정 출입을 금지당했다. 엘레노르의 시녀직을 수락해 궁중 복귀의 기회를 얻어, 엘레노르를 새로운 권력으로 만들고자 진심으로 돕고 있다.
2. 모리츠 남작
시나의 남편이자 국왕 오토의 측근.
3. 노이만 백작부인 키트리
선대 왕비의 시녀 출신으로, 오토의 죽은 여동생을 비롯하여 유수의 왕족에게 다년간 예법을 가르친 베테랑 예법 교사. 현재는 왕비 페스티나 죠세핀의 명령을 따라 엘레노르를 감시하고 있다.
남작가 출신인 탓에 백작가 출신인 시나에게 묘한 열등감이 있다.
4. 프리스 왕녀
어콰이아의 현 왕녀. 금발에 붉은 눈동자를 물려받았고, 어린 나이임에도 아버지 못지않게 위엄이 있다. ‘평민 출신 정부’ 엘레노르를 향한 경멸과 뿌리 깊은 반감을 거리낌 없이 드러낸다.
5. 헬리스 왕자
어콰이아의 현 왕자이자 제1계승권자. 프리스의 쌍둥이 동생. 어머니를 닮은 은발·벽안에 차분하면서도 날카로운 면모를 지녔다. 프리스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엘레노르에 대한 적대심을 표출한다.
6. 앨리슨 백작 로르만(로르만 폰 앨리슨)
어콰이아의 오성(五星) 회의에서 ‘수성(Merkur)’을 상징하는 대귀족. 푸른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다. 외교를 관장하며 현재는 대륙 동부 국가들과의 교역 협정을 준비중에 있다. 차분하고 위엄있는 성격. 시나의 아버지로, 딸을 위하여 엘레노르에게 외빈 접대 요령을 알려주고 정치적 조언을 해 준다.
***조연 정리 <아르폴리아>
1. 에이든
아르폴리아의 전 국왕이자 앙투안의 남동생. 원래 어린 왕자였으나, 누나 앙투안과 아버지의 연이은 죽음으로 인해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계모의 의사에 따라 아르폴리아를 어콰이아에 넘겨준다.
2. 선왕비 마가렛
아르폴리아의 선왕비이자 앙투안과 에이든의 계모. 에이든이 국왕이 된 후 섭정을 맡았으나, 역부족이라는 판단 하에 에이든으로 하여금 차기 계승권자인 오토에게 왕위를 넘기도록 설득한다.
"제르토, 시나예요!"
앙투안은 다급하게 속삭였다. 제르토는 순간적으로 엘레노르의 손목을 잡으며 일어났다.
"어떡하지?"
마땅히 숨을 만한 곳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응접실 한 쪽 구석의 커튼이 눈에 띄었다.
"여기로!"
급한대로 앙투안은 제르토의 손을 이끌어 거대한 커튼 뒤로 향했다. 제르토의 가슴팍이 앙투안의 등에 닿자, 그의 호흡이 앙투안의 목덜미에 스쳤다.
"움직이지 마요."
앙투안이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제르토의 손이 무의식중에 앙투안의 허리 근처에 놓였다. 앙투안은 그 손을 뿌리치고 재빨리 자리로 돌아왔다.
시나가 문을 두드리며 들어왔다.
"후작부인, 아버지는 잘 배웅해드렸어요."
앙투안은 시나가 자신의 상기된 표정을 눈치채지는 않을까 잠시 걱정했다.
"그래. 다른 일정도 없겠다, 처소로 돌아갈까?"
앙투안은 애써 평상심을 유지하며 대답했다. 미묘하게 떨리는 목소리였다.
"네, 부인."
앙투안은 방을 나서며, 제르토가 있는 쪽을 흘긋 쳐다보았다.
'별 일 없겠지?'
제르토의 눈에 어떤 감정이 어려 있는지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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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앨리슨 백작이 후작부인과 응접실에서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시녀의 보고를 받은 페스트 죠 왕비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녀는 이를 악 물었다.
"정말이지 그 여자는 나에게 도움이 안 되는구나."
시나를 말하는 것이었다. 당시 시나의 궁정 출입을 금지시킨 것은 왕비로서도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었었다. 시나와 그 무리의 궁정 출입 금지가 발효되었던 그 날, 앨리슨 백작과 그를 따르는 귀족들은 바로 왕비를 찾아와 단체로 항의했다.
"제 딸의 부족함은 저 또한 잘 아는 바입니다만..."
"그렇다면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외교를 담당하는 그대라면 이 일의 심각성을 더 잘 알 터인데."
"... 노여움을 거두어주신다면, 어콰이아와 트레디움의 '더 많은' 협력을 위해 제가 백방으로 노력하겠습니다."
돌려 말해 '나의 협력 없이는 양국의 추가적인 관계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는 뜻이었다.
사실 이때 앨리슨 백작에게 빚을 지워놓는 것이 현명한 처사였겠지만, 혈기 왕성했던 젊은 시절의 페스트 죠는 기어오르는 신하의 버릇을 고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리석은 판단이었다. 결혼 조약을 통해 체결된 '가장 긴밀한 협력들'이 차례로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참금과 신부대 같은 요소들은 이미 끝난 일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조정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앨리슨 백작은 대귀족이자 외교 수장답게 그의 친구들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가장 우선 트레디움 출신 유학생들의 대학 입학이 불허되었다. '트레디움 유학생을 매년 20명 파견한다'는 조약을 위배하지 않으면서도, 원래 조약의 의도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수법이었다.
이런 류의 교묘한 조약 파기는 날로 계속되었다. 그중 치명타는 공동 광산 개발이었다. 어콰이아와 트레디움은 국경 인근의 아르벨 광산을 함께 개발하기로 했지만, 앨리슨 백작은 광산의 실질적 소유자인 케셀하임 남작으로 하여금 개발을 무기한 연기시키도록 했다.
이쯤되자 본국에서도 페스트 죠를 재촉하는 편지가 날아오가 시작했다. 아르폴리아 왕녀의 죽음 이후 어콰이아의 왕비 자리를 위해 원래 페스트 죠의 약혼을 파기하느라 상당한 금전을 소비했기 때문이다.
페스트 죠는 그제서야 심각성을 깨닫고 다시 앨리슨 백작을 호출했으나, 이미 시나는 모리츠 남작부인이 되어버린 후였고 페스트 죠는 앨리슨 백작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이제는 트레디움 공녀가 아닌, 아르폴리아의 왕비로서 살아가시길..."
앨리슨 백작의 완전한 승리 선언이었다.
그때의 일을 떠올리자 페스트 죠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왕비의 심기가 불편함을 눈치챈 시녀가 화제를 바꿨다.
"폐하, 그러고 보니 어제 왕녀 저하께서 멋진 시를 읊으셨답니다. 그 구절이 어찌나 당당하고 우아하던지..."
페스트 죠의 눈빛이 조금 누그러졌다. 다른 시녀 또한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왕자 저하께서는 며칠 전 정원에서 아주 따끔하게 후작부인을 야단치셨다고 합니다."
"참 효자이시지요."
"왕비 폐하를 쏙 빼닮은 헬리스 저하를 보면... 왕실의 품위가 살아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왕비의 입가에 미세한 미소가 떠올랐다. 왕비는 오토를 닮은 딸도 물론 사랑했지만, 그보다 자신을 닮은 아들에게 더 큰 마음이 가곤 했다.
'그래... 어차피 이 왕실은 헬리스의 것이지. 엘레노르가 무엇을 하든 이걸 뒤집지는 못해.'
그래도 조금 아쉬웠다. 소재가 더 필요했다. 왕비는 키트리를 불렀다.
"레이디 노이만, 후작부인은 요즘 어떤가?"
키트리가 재빨리 대답했다.
"배움은 빠르나, 사교계에 선보일 정도는 아닙니다."
"아르폴리아에 대해서는 반응이 있더냐?"
"전혀 관계가 없어 보였습니다."
그래, 경계할 것 없어. 왕비는 엘레노르에게 조금 더 관대해지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왕비는 아르폴리아 귀족들의 참석에 대해서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날 엘레노르의 동태를 살펴보면 어차피 답은 나올 것이다.
그렇게 왕비는 엘레노르의 목줄을 채울 기회를 한 번 놓쳤다. 오토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까맣게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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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간은 유성같이 흘러, 어느덧 별빛 연회 당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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