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5/08/04 22:51:06 ID : y2LcFa3zWkm 4
"거기! 빨리 도망쳐요! 들고 있는 건 좀 버리고요!" 온갖 던전의 함정들이 발동되며 그들을 꿰뚫고 뭉개버릴 작정으로 여러 무기가 날아다녔다. "나한테 명령하지 마, 계집!" "이거... 딱히 피할 필요도 없어 보이네." "하하, 죄송해요~" 그녀는 벌써부터 이 여정을 후회하고 있었다. 그저 그녀가 원하는 것은 모험, 그리고 이 지긋지긋한 초보자 마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격 뿐이었다. 레벨이 높다는 말로는 표현 못할 이들의 강함에 빠져 들어왔건만, 이들은 의미 그대로 '답이 없었다.' 그리고 더욱 최악인 건... "하하하! 벌써 즐거운 모험이 되지 않았는가! 안내인, 그대도 웃어보게나!" "하나도 안 웃겨요!!" 사건의 발달은 아침. 이젠 그녀에겐 떠올리고 싶지도 않은 후회스러운 아침까지 돌아가야 했다. '파티를 전혀 못 구하겠어.' 그녀는 후드를 뒤집어 쓴 채, 손으로 입을 가리며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던전의 입구에선 이렇게나 많은 이들이 마음이 맞는 이들을 찾아 다섯이 모여 들어가기 급급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 파티원이나 찾고 있지 않았다. 최대한 강하고, 또 멍청한 것처럼 보이는 파티여야 했다. 그런 이유에서 그들의 파티는 너무나도 달콤한 과육처럼 보였다. 뭔가 멍청한 리더 격의 거구의 남자. 합이 잘 안 맞아보이는 나머지 파티원 셋. 대충 보아도 고레벨의 장비들을 겸비했지만, 그 누구도 그들의 파티원이 되려고 하지 않고 있다. 철저한 외톨이이자 결함 덩어리가 분명한 구성. 그런 파티에 끼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아마 그녀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는 용기를 내어 그들에게 다가갔다. "안...안녕하세요! 저는 그러니까... 뭐라고나 할까... 던전 안내인이에요! 여러분들께 길도 가르쳐주고, 함정도 피할 수 있게 돕고, 또 짐도 들어주고요!" 그녀의 용기에 가득 찬 외침에 귀찮아하는 이도 있고, 관심을 가지는 이도 있고, 관심조차 안 주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단 한 명, 그들의 리더 격으로 보이는 검은 장발의 남성은 신나서 벌떡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대, 우리들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본 것인가! 이 어찌 기쁜 일이! 나, 그대가 가지고 있는 총명함과 용기를 높게 사네!" "아하하... 네... 저기 그래서 말인데, 파티원 한 명이 부족한 거죠? 방금 말했듯, 제가 도울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녀는 그의 독특한 말투를 힘겹게 무시하며 재차 말했다. "물론, 물론! 당연히 가능하고 말고!" 그는 다른 파티원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결정을 내렸다. 한 사람이 마음에 안 드는 듯한 반응을 보이더라도 그들은 의외로 반대 의견을 내진 않았다. 그저 이전의 반응과 같았다. "자자, 각자 통성명을 나누도록 하지! 이런 모험의 시작은 필시 서로를 알아가는 것으로 시작해야 하지 않겠나! 모두의 이름! 염원! 그리고 또 그들이 짊어진 모든 숙명을 밝히는 자리지!" "아, 저는 (여성/20대/갈색머리,이국적)입니다. 뭐, 몇 번이나 말했듯 던전 안내인으로 일하고 있어요! 던전에 대해서는 아주 빠삭해요! 모...모험도 엄청 좋아하고요!" 는 덩달아 신난 듯 그들에게 자기 소개를 했다. 하지만 나머지 셋은 이렇다 할 반응이 없었다. 기 죽은 채 눈치만 살피던 를 보고는 그가 어색하게 헛기침하며 말을 이었다. "크흠, 그대들도 모든 걸 밝혀야 하지 않겠나! 이런 때엔 그것이 예의이네! (여성/30대 초반/금발 장신, 담배, 성녀)! 그대부터 시작해보지 않겠나!" "씨발 뭐 애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이름은 , 직업은 성녀. 이거면 충분하지, 계집?" '그쪽도 여자인데요!' 굉장히 공격적인 첫 소개에 도 그도 굉장히 어색한 웃음을 뱉었다. 외꾸눈의 그녀는 거의 찢어진 성녀복을 입은 채 생기 잃은 눈으로 담배를 물고 허공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의 등엔 화려한 형태와 룬석이 마구 박힌 전투 도끼를 들고 있었는데, 는 도대체 성녀가 왜 그걸 들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다음은 ! 그대도 인사해보는 편이 좋지 않겠나?" "... (남자/50대/미중년, 백발, 방패병). 역할 뭐... 고기 방패 아니겠나." 뒤이어 소개된 사람도 영 좋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거의 무표정하여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표정의 잘생긴 백발의 중년이었다. 그는 리더 격인 남자와 견줄 정도로 거구의 몸을 지녔었는데, 등에 진 몸통보다도 커다란 염소 얼굴이 그려진 방패에 비해 갑옷은 가죽의 경갑에 가까웠다. "마지막으로 !(남자/10대/금발, 절대 긍정, 마법사) 우리 파티의 유일한 마법사라네!" 마지막으로 소개된 남자애는 여태 소개된 사람들과는 달랐다. 오히려 무한한 에너지를 머금은 듯 다리를 동동 구르다가 자신의 차례가 오자 고삐가 풀린 것처럼 쏜살같이 달려와 의 손을 붙잡고 흔들며 격하게 인사했다. "반가워요, 반가워요! 전, 그러니까, 이에요! 하하, 제가 조금 산만하죠? 그게사실은이유가다있는데여기서말하면30분은넘게걸리는..." "아하하... 그...그러면 다음에 듣는 거로 해요!" "하하, 우리 파티가 다음이 있다면 말이지!" 그는 그리 말하고는 쏜살같이 다시 돌아갔다. 다른 이들은 부정적으로 문제였다면, 이쪽은 너무 지나치게 문제였다. 커다란 마법사 로브를 입은 오드 아이의 금발 남자애는 어느 한 것에 집중하질 못하고 계속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며 혼자 무어라 중얼거렸다. 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에 리더 격의 그 남자를 빤히 바라봤다. 그는 곧장 상황을 파악하지 못 하고 미소만 지은 채 가슴을 부풀리고 뿌듯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다 상황을 이해한 듯 다급히 입을 열었다. "그리고, 내 이름은 말일세! (남자/30대/거구, 흑발 그리고...)" 그는 자신의 가슴을 한 번 강하게 두드리며 자랑스럽다는 듯한 표정으로 커다랗게 외쳤다. "용사일세!!" 아주 잠깐, 정말 아주 잠깐, 는 그를 동경하는 눈빛으로 볼 뻔했다. 그랬다면 그것은 엄청난 실수였을 터였다. 이건 그저.... 완전히 미친 소리로밖에 들리질 않았기 때문이다. '정신 나간 파티야...' 그럼에도 물러설 수 없는 그녀는 자신의 이마에 손을 댄 채 한숨만 깊게 내뱉었다. 심심해서 적어보는 시리어스와 개그 사이의 줄타기 하는 스레 규칙은 딱히 없고 지나친 개그만 피해주면 상관 없어. 예컨대 이름 같은 건 평범하게 하자는 거지. 요즘 보아하니 앵커판이 화력이 영 안 좋은 거 같아서 세 명은 묶어서 앵커했어. 정리하자면 (던전 안내인의 이름) (용사와 던전 안내인을 제외한 성녀 마법사 방패병의 이름) (용사의 이름) 앵커판 화력 적당히 봐가면서 앵커 갯수나 띄워서 두는 거 눈치껏 둘텐데, 관련해서 의견 환영. 상황이 이러니 걍 연속 앵커 달든지 해도 돼. 자기가 반응하기도 전에 다른 사람이 다 앵커 달아버려서 섭섭하면 ㅂㄱㅇㅇ 같은 거 달아서 적당히 합 맞추면 될 거 같아 본문부터 내용이 길어진 이유 << 원래 좀 짧게 끊는 거 잘 못하니까 그리 아쇼. 외에 뭐 더 할 말 있나 모르겠네. 없을 것 같으니 스레나 많관부
2 재밌겠다 2025/08/04 22:59:38 ID : g446jfQnvcn 0
루카
3 이름없음 2025/08/04 23:23:30 ID : A1wnBf808o1 0
성녀 베니, 방패병 클라크, 마법사 가일
4 이름없음 2025/08/04 23:32:25 ID : y2LcFa3zWkm 0
내가 좀 설명을 엉성하게 했나보내 3레스 앵커는 안내인과 용사를 제외한 3명의 이름 전부 짓기였어. 아침까지 수정 없으면 삭제하는 거로 할게. 우선 4레스 앵커는 5레스 앵커로 미뤄서 수정해뒀어
5 이름없음 2025/08/05 03:18:43 ID : Gr84FctyY3y 0
조문
6 이름없음 2025/08/05 07:41:29 ID : y2LcFa3zWkm 0
"좋아요, 그러니까, 아무것도 만지지 마요. 알았죠?" 루카는 던전에 들어가기 전, 몇 번이고 같은 말을 했다. 그들에겐 8번도 부족해보였다. "이 '녹빛 덩쿨'은 굉장히 쉬운 던전이에요. 수많은 초보자 마을에서 벗어날 자격이 괜히 이 던전으로 되어있는 게 아니라고요. 그저, 조심성 있게 탐사하고, 보스 잡고 끝. 간단하죠." 그녀는 최대한 모두를 자극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가일은 반짝이는 눈으로 손을 번쩍 든 채 무언가 물어보려 애썼다. 마치 발끝으로 통통 튀면 질문을 더 빨리 들어줄 것처럼. "...말해봐요, 가일 씨." "하지만 말이야! 엄청 재미있어보이는 유물을 발견하면?" 그는 입꼬리가 스윽 올라가며 속삭였다. "신께 맹세컨대, 그 어떤 유물도 건드리지 마세요. 이 던전이 하루에 수십 명도 오가는데 아직도 남아있는 유물이라니. 뻔하잖아요. 함정이에요." 루카는 콧등을 꼬집으며 설명했다. 언뜻 보기엔 고레벨처럼 보였고, 그들은 이미 자격을 얻어 먼 곳까지 나아간 자들 같이 보였다. 하지만 이젠 이런 곳에서 던전 안내인의 설명이나 듣고 있다니. 그녀에겐 이 상황이 어찌나 우습던지, 이젠 웃음도 안 나왔다. "가보면 알겠지. 빨리 가기나 하자고." 그때, 베니가 짜증이 역력한 투로 외쳤다. 루카는 굉장한 기세로 반박하고 싶었지만, 베니의 엄청난 기세에 눌려 작은 목 긁는 소리밖에 내질 못했다. "맞네, 결국 이야기를 들어봐야 무슨 소용이겠나! 자고로 모험이란, 부딪히고 깨져나가며, 그럼에도 다시 일어서는! 그 영광스러운 행위들의 반복이 아니겠는가!" '이 파티엔 멍청이들밖에 없어.' 루카는 조문의 말에 다시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뱉었다. 즉흥적으로 내부를 설명해야 하는 것과 미리 모두가 아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결코 미리 알려고 하질 않았다. '...거창하게 거짓말은 했지만, 나도 진짜 던전은 처음이라고.' "좋아요. 그럼 들어가보죠." 루카도 지쳤는지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뱉었다. 만약 저들에게 '창공 깃털'이라도 있다면 부활하겠지. 없다면... 아쉽게 되는 거고. 그저 그 생각 뿐이었다. 이끼와 벽을 타고 자라는 온갖 식물들이, 마치 초록색 토를 벽에 칠해놓은 것처럼 퍼져있었다. 개중에는 흔히 알던 것도 있고, 처음 보는 식물들도 있었다. "저 다섯 갈래로 뻗친 잎의 식물을 밟으면 안 돼요. 저걸 밟았다간..." "에잇." 가일이 곧장 정성스레 발로 꾹 밟았다. 모두 사이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고, 가일만이 히죽대고 있었다. 루카는 머리를 붙잡아주지 않으면 정신이 물리적으로 날아가버릴 듯이 양손으로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그 모습을 바라봤다. "대체 왜 그랬어요!!!" 루카가 전력으로 화냈음에도 가일은 싱글벙글했다. "그렇지만 식물에 마나가 흐르고 있었어. 궁금하잖아!" "그걸 어떻게 알..." 루카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어보았지만, 말은 끝까지 이어질 수가 없었다. 던전 어두운 곳에서부터 무언가 질질 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온몸에서 가지가 돋아나고 덩쿨로 휘감긴 무언가들. 언뜻 보기엔 모험가로 보이기도 했고 몇몇은 고블린 같은 주변을 배회하던 몬스터로도 보였다. 그것은 이 던전의 침식된 자들. 던전에서 죽은 자들은 그들의 핵에 융화되어 던전 그 자체가 된다. 아마 다른 희생자를 찾아 그들의 기력으로 핵을 계속 가동하기 위한 무한한 굴레. "자, 힘 좀 한 번 써보자꾸나! 루카, 그대도 어서 무기를..." "어, 음, 전 던전 안내인이라서요! 싸움은 제 분야가 아니거든요, 제 말 무슨 뜻인지 알죠?" 이미 멀찍이 도망쳐 구석에서 얼굴만 빼꼼 내민 그녀가 소리친다. 그럼에도 조문은 그저 껄껄 호쾌하게 웃으며 자신의 허리춤에 있는 숏소드에 손을 올렸다. "그럼 나도 이들의 힘을 시험해볼 때가 된 것 같구나." 조문은 베니, 클라크, 가일을 순서대로 바라본다. 누굴 보낼까? 1. 베니 2.클라크 3.가일
7 이름없음 2025/08/05 08:24:14 ID : xyLgphxTQqZ 0
3
8 이름없음 2025/08/05 10:11:27 ID : PeFimE3CmK7 0
네가 싸지른 똥 네가 치워라 가일. 조문..... 조문의 장례식에 조문(읍읍) 루카의 고생길 훤하네 그런데 스레 이름이 이해가 잘 안 가 싸움은 최강이지만, 던전이 무한히 허접한 그들의 던전 안내인이 되고 싶진 않습니다! 싸움은 최강이지만, 무한히 허접한 그들의 던전 안내인이 되고 싶진 않습니다! 로 순간 이해했는데 다시 읽어보니 던전이 무한히 허접한? 허접한 그들의? 분석하다가 뇌정지 왔어!
9 이름없음 2025/08/05 10:14:48 ID : xyLgphxTQqZ 0
나도 이 말 하려고 했는데 ㅋㅋ 싸움은 잘하는데 던전에만 무한히 허접한... 이걸 의도한 걸까?
10 이름없음 2025/08/05 10:18:02 ID : PeFimE3CmK7 0
오 말 되네!
11 이름없음 2025/08/05 10:44:32 ID : y2LcFa3zWkm 0
헉 그른가 미안하다 바로 고쳐줄게... 사실 이런 제목 잘 안 좋아하는데 이런 편이 더 좋다고들 들어서 무리해서 짓다보니 이래 됐네 ㅋㅋㅋㅋ 원래 장르 소설 자체를 잘 안 적다보니 무한히 허접한 건 나였나봐. 정답은 9레스처럼 던전에서만 허접하다는 내용이어씀
12 이름없음 2025/08/05 12:00:24 ID : y2LcFa3zWkm 0
"그대가 벌인 일이니 지당 그대가 해결해야 할 일이네! 가일, 그대가 나서야겠군!" "안 그래도 제가 하고 싶었어요!" 조문의 말만 기다렸다는 듯 가일이 앞으로 뛰쳐나갔다. 공격 의지를 느끼기라도 한 걸까, 앞으로 나선 가일을 향해 침식된 자들 또한 달려들기 시작했다. "너희들은 훌륭한 표본이 될 거야!" 그는 허리춤에서 꺼낸 완드를 꺼내 들더니 앞을 향해 힘차게 휘둘렀다. 그것은 놀랍다는 말로도 부족했다. 어두컴컴했던 던전은 가일을 중심으로 마치 새벽녘 아래의 들판처럼 따스하게 밝혀졌다. 휘둘러진 완드의 정면에서 여러 개의 마법진이 펼쳐지더니 여러 개의 엘리멘탈이 뒤섞여, 존재하는 것만으로 하늘을 가를 듯한 굉음을 내었다. 루카는 이해조차 할 수 없는 형상으로 빚어진 그것은 포효하며 눈으로 따라갈 수 없을 속도로 복도를 따라 질주했고, 일대에 있는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며 사라졌다. 주변에 모든 식물들과 침식된 자들이 잿더미가 되며 안개처럼 그들의 주위에 재가 떠다녔다. "아 씨발 ! *콜록* 개 지랄 엠병을 떨어대더니 이게 뭐야!" "그...그건 굉장했어요! 거의 8서클... *콜록* 아니, 9서클이라고 해도 사람들이 믿겠어요! 정말 9서클 마법인 건가요?!" 하지만 베니의 쏟아져나오는 분노에도, 거의 찬양에 가까웠던 뛰쳐나온 루카의 외침에도 가일은 뒤 한 번 돌아보지 않았다. 그저 잿더미가 된 침식된 자들에게로 가더니 재를 손으로 뒤적거렸다. "흠. 수정 핵을 지닌 형태이긴 한 모양이네. 어떤 룬이 부패를 막아주는 거지? 마나동력기반으로움직이는것은이해가되는데골렘이랑전혀다르네오히려루넬라가하던것과비슷해보이는..." 그리고는 여태까지의 미소는 온데간데 없이 싸늘한 얼굴로 번뜩이는 푸른 오드아이 눈을 휘둥그레 뜬 채 거의 속삭임 같은 중얼거림을 내뱉을 뿐이었다. 얼마나 작고 빠른 속삭임이던지, 거의 주문처럼 들릴 정도였다. 그 모습에 섬뜩해진 루카는 더는 그에게 말을 걸 수가 없었다. "강력하구나! 이제 그대들이 허투로 강함을 과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겠네! 역시 용사의 벗이라 함은 이 정도의 강함은 지녀야 하지 않겠는가!" "...뭐, 굉장하긴 하네." 조문과 클라크의 칭찬에 가까운 말에 베니는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혀를 찼다. 루카는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심호흡하던 그때, 끔찍한 소리가 들려왔다. 던전 벽을 메우고 있던 수많은 덩쿨 식물들은 재가 되어 흩날렸지만, 녹빛 덩쿨은 가죽 끈이 끊어지는 듯한 소리를 내며 재생하고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이젠 휑한 복도에는 알아보기 쉽게 오직 녹빛 덩쿨만이 펼쳐져 있었다. "보게나, 던전 안내인! 우리 벗의 과감한 공격 덕분에 더 알아보기 좋아지지 않았는가! 게다가 이들의 강함을 목도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 어찌나 기쁜 일인가!" "네, 그것 참 기쁜 일이네요." 루카는 거의 지친 대답을 하고는 가방을 고쳐 메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아마 10걸음 채 지나지 못해서 그 상황이 벌어진다. "거기! 빨리 도망쳐요! 들고 있는 건 좀 버리고요!" 당연하게도 사건의 전말은 가일 그 자체였다. 가일은 아마 슬라임도 겨우 잡는 초보 모험가조차 걸리지 않을 뻔한 함정 속의 유물을 들어올렸고 그로 인해 수많은 함정이 연쇄 작동하는 걸 막지 못했다. "하지만 이 유물은 *헉헉* 그냥 '아무' 유물이 아닌 걸! 사슬구조로짜여진마나가룬들을얽어매어유물그자체에새겨두었어터무니없이약한마법일뿐이지만그위력은..." 가일이 미소를 되찾고 활기차게 외치는 걸 보고 루카는 거의 죽어가는 비명을 내질렀다. 독화살이 벽에서 의미 그대로 뿜어져 나오고 칼날들이 그들의 사이를 날아다니는 와중에도 저런 말을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말할 수 있는 건 이제 증오스러울 지경이었다. 다른 이들은 이런 달리는 일 정도는 가뿐한 듯 아무렇지 않아 보였지만, 루카는 가벼운 짐을 들고 있을 뿐인데도 벌써 숨이 벅차 목끝에서 쇠맛이 느껴졌다. "힘든가, 던전 안내인? 걱정하지 말게! 무릇 모험이라 함은 역경과 고난을 헤쳐나가 더 나은 자신이 되어가는 길! 이 찰나의 고난 속에서 우린 더 강한 뿌리를 내딛어 살아갈 테니!" "정말 위로가 되는 연설이..." 그녀는 거의 히스테리적으로 소리치던 중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땅이 울려 몸이 조금 띄워 올려졌을 거라 확신할 수 있는 거대한 울림이 퍼져나갔다. 루카가 뒤를 돌아보니 이젠 마차만 한 쇠구슬이 떨어져 그들을 향해 굴러오기 시작했다. 쇠구슬로 망가진 던전의 벽과 뭉개진 녹빛 덩쿨은 곧장 다시 조립되고 되살아났지만, 아마 그들이 그것에 깔린다면 침식된 자들조차도 되지 못할 것이 뻔했다. 그녀는 더욱 바닥을 박차며 앞으로 내달렸다. 한껏 날카로워진 신경으로 주변을 둘러보던 루카는 저 멀리 거대한 틈새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사람이 들어가고도 가뿐할 정도의 크기였다. 하지만 다섯 명을 전부 품을 수 있을 만큼일지는 이곳에서 알 수가 없었고, 거리가 멀기에 제때 도착할 수 있을지도 알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아니면 이들의 강력함은 이미 충분히 검증되었다. 저 쇠구슬 자체를 공격하여 막거나 없애버리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지만 저것이 던전의 핵에 통제되는 무언가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저 단순한 쇠구슬이 아닐지도 몰랐다. 공격으로 해결할 수 없는 특수한 장치가 되어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이들이 고작 그런 것에 구애받을 존재인지도 확실치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1.틈새로 달려! 2.저 쇠구슬을 부숴 막아! (대상 지정 - 베니, 클라크, 가일)
13 이름없음 2025/08/05 12:08:51 ID : xyLgphxTQqZ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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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이름없음 2025/08/05 12:16:11 ID : PeFimE3CmK7 0
가일 설마 어느 세계의 폭렬 마법사처럼 마나 다 써서 저런 위력을 낸건 아니겠지? 아아 그대는 몸만 움직일 수 있습니다. 마나를 회복하기 전에는 마법을 쓸 수 업는 몸이 되었다 이 말입니다.
15 이름없음 2025/08/05 13:07:30 ID : y2LcFa3zWkm 0
"모두들 저 멀리 있는 부숴진 곳 보이죠! 커다란 틈이요!" "보이네!" "거기로 달려요! 괜한 도박을 하는 것보단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봐야죠!" 그들은 전력으로 달렸다. 루카가 소외감이 느껴질 정도로 전력이었다. 그들의 달리기는 꽤 빨랐고, 루카보다 훨씬 이르게 그곳에 도착했다. 공간은 충분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녀는 쇠 구슬에 쫓기며 아직 달리고 있었다. '달리기 연습 좀 많이 해둘 걸!' 루카가 후회하듯 속으로 생각하며 틈새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이젠 회전하며 생기는 거센 바람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 탓이었을까, 아니면 진동으로 생긴 벽돌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루카의 절망적인 달리기 실력 때문이었을까. 루카는 그대로 돌에 걸려 절망적으로 넘어졌다. '이런...!' 하지만 그때, 눈 깜짝 할 사이에 클라크와의 위치가 바뀌었다. 루카는 순식간에 틈새의 바닥에 엎어져있었고, 클라크는 그저 쇠 구슬이 날아오는 걸 덤덤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클라크 씨! 뭐라도..." 끝까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아무 감흥도 못 느끼는 듯 그는 그것을 빤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단차에 떠오른 쇠구슬은 그 공간에 있던 상체를 집어삼키듯 흔적도 없이 짓뭉개고는 제 갈 길을 지나갔다. 틈새에 있던 모두가 경악한 채 그 모습을 바라봤다. 어깨를 잃은 두 팔은 바닥에 두 번의 타격음을 내며 떨어졌고, 살점이 담긴 잔처럼 생겼던 나머지 하체가 뒤로 쓰러졌다. 루카는 곧장 달려나가 그 참혹한 현장을 빤히 바라봤다. 그의 방패만이 바닥을 굴러다니며 생기를 발하고 있었고, 그 어떤 온기조차 느껴지질 않았다. "베...베니 씨가 뭐라도 할 수 없나요?! 최...최소한의 응급 처치라도..." "뭐...?" 베니는 떨리는 목소리를 내며 곧장 루카의 멱살을 붙잡은 채 들어 올렸다. 당황한 루카를 벽으로 밀어붙이며 이빨을 드러낸 그녀는 공허한 외꾸눈까지 뜬 채 그녀를 노려보았다. 눈알이 있어야 할 곳에 드러난 휑한 구멍은 그녀에게 충분한 공포를 선사했다. "다신 나한테 그딴 건 바라지 않는 게 좋을 거야." "하지만... 베...베니 씨는 성녀잖아요. 힐이라던가..." 루카는 베니의 말 뜻이 '저런 시체에겐 힐이 의미 없다'일 줄로만 알았다. 사실 그건 맞았다. 이건 그저 억지였다. 하지만 되돌아온 말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난 치유 마법 같은 건 안 써. 여기 있는 놈들 싹 다 뒤져버리는 일이 있더라도 절대 안 써. 알겠어? 날 그냥 성녀라고 생각하지도 마. 그러면 마음이 편할 테니까." 황당한 일이었다. 주조 하지 않는 대장장이. 활을 쏘지 않는 궁수. 적을 베지 않는 전사. 이런 것과 다를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끝내 놓아진 루카는 벽을 따라 떨어지며 컥컥댔다. 이 파티가 미쳤다는 것 정도는 진작에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면 도를 넘었는지도 모른다. "우와, 이것 좀 봐! 하하, 진짜 멋지다!" 그때, 가일의 정신 나간 소리에 모두가 시선을 돌렸다. 가일은 정말 두 눈을 반짝이며 클라크의 시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루카는 그의 소시오패스적인 면모에 기겁할 뻔했지만, 정말 뭔가 달랐다. 떨어져있는 팔과 하체에서 점점 근육과 살점들이 자라나기 시작하더니 다시 엉겨붙기 시작했다. 공허했던 몸둥아리의 간격은 점점 새로운 몸과 이전의 장비들이 되어 채워져갔다. 약간은 역겨운 그 과정을 거친 후 그는 다시 멍한 얼굴로 다시 창조되었다. "...결국, 죽을 수 없는 건가." 그리고 그가 속삭인 말은 그것이었다. 사람이 되살아났다. 온전히 존재가 사라졌던 것이 되살아난 것이었다. 창공 깃털의 힘도 아니었다. 모든 인류가 태어남과 동시에 갖게 되는 창공 깃털. 그것만 있다면 단 한 번 되살아날 수 있게 된다. 누구라도 지니고 있는 두 번째 기회. 하지만 창공 깃털은 놀라운 가격을 자랑하기에 대부분 대부호에게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 그것으로 인한 대부호의 부활은 이제 모두에게 흔한 일이었으며, 그 형태 또한 모두가 알고 있다. 결코, 저런 방식은 아니었다. 저것은 불사의 몸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일이었다. "...저 사람 정체가 뭐죠?" "그것이 좀 복잡하네. 내가 답해줄 수 있는 건, 안내인이여, 나도 모르겠다는 것 뿐이겠구나." 조문은 그저 그렇게 답했다. 이 의문은 그들의 가슴 속에 박힌 채 다시 나아갈 뿐이었다. 베니는 역겹다는 듯 힐끔힐끔 클라크를 바라봤고, 가일은 신기하다는 듯 계속 클라크의 뒤에서 그를 찌르고 베기를 반복했다. "와, 정말 안 죽어! 마법인가? 마법으로 이런 게 가능한가? 최소한내가알고있는모든술식으로이런것을창조해내는건불가능해내가알고있지않은것이란게존재하던가?" 그는 거의 감탄하고 있었고, 클라크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듯 가일을 내버려두었다. 나는 거의 아찔한 광경에 그들을 보다가 한숨을 내뱉었다. "여기서 만난 사람들 아니었나요? 레벨을 보아하니 초보자 마을에 계셨던 분들은 아니고... 용병인가요? 이 정도 용병들이라면 창공 깃털을 판 돈을 싹 다 때려박으셨겠는데요." "흠. 용병은 아닐세. 그저 나의 벗이지. 아마 영원히 내 곁을 함께 할 그런 벗들." 그는 그저 그렇게 답하며 셋의 얼굴을 살폈다. "난 오늘까지도 힘의 각성을 깨우치지 못 했었다네.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아무리 강인한 용사라고 한들, 그런 존재로는 파티에 들어갈 수 없더구나." "...아무래도 그렇죠." 루카가 공감했다. 하지만 금새 미소를 되찾은 조문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러다 깨우치게 되었다네. 단련을 하던 도중, 세 광휘 속에서 저들이 나타나지 않던가. 그리하여! 이 세 신비로운 벗이 나와 함께 하게 되었다는 것이지." 조문이 허공에 손을 뻗자 신의 가호-상태창이 나타났다. 그곳에서는 그들의 짤막한 정보와 그가 깨우친 힘의 이름을 엿볼 수 있었다. 광휘. 사라지지 않을 세 광휘가 그대와 함께 하리. 그리고 그 아래 늘어진 셋의 정보는 수많은 정보라 알아볼 수 없게 일그러졌지만, 천천히 제 모습을 찾아가는 것도 보였다. 베니 - 성녀. 레벨 57 결격 - 치유 가호 - 치유 증폭, 신체 재생, 성검 사우반 가일 - 현자 레벨 82 결격 - 지시 이행, 인내 가호 - 이해의 눈, 언리미티드 마나 클라크 - 방패병 레벨 64 결격 - 자살 희망 가호 - 불사 아직 수많은 것들의 정보에 접근이 불가능하더라도 이 몇 안 되는 극히 일부의 정보만으로도 상황을 이해하기엔 충분했다. 루카는 놀라움에 입을 가린 채 뒤에서 다가오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레벨이 1 오를 때마다 다음 레벨에 필요한 경험은 이전의 제곱을 한다고 하였으니, 이들의 레벨은 천문학적인 수준이었다. 이곳의 강자들에 견주는 수준이거나, 월등히 더 높다. 하지만 그들이 지닌 문제점들은 결코 웃어넘길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특히 그들이 던전을 함께 헤쳐나가야 할 동료라면 말이다. "아하! 이전보다 더욱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되었군! 이전에는 이름만이 보였건만, 이제 그대가 불사의 몸을 지녔다는 것 또한 알 수 있구나. 나의 벗이여, 정말 강력한 힘을 지녔구나!" "..." 클라크는 그저 멍하게 조문을 바라봤다. 한참을 함정이란 함정을 밟아댄 탓일까, 그들은 비교적 아무 소란 없이 던전의 끝에 다다랐다. 거대한 던전의 문이 열리고 그들의 앞에 덩쿨이 뭉쳐 거대한 도마뱀의 형상을 하고 있는 것이 드러났다. "저기, 이번에는 조금만 조심히..." 루카의 말이 이어지기도 전에 이 먼저 앞으로 뛰쳐나갔다. 1. 베니 2. 조문
16 이름없음 2025/08/05 13:53:15 ID : PeFimE3CmK7 0
베니는 신체 재생이 있으니 파이어펀치가 되나.......
17 이름없음 2025/08/05 19:33:44 ID : tAjeGspcKZi 0
가라 조문!
18 이름없음 2025/08/05 22:24:03 ID : y2LcFa3zWkm 0
"뒤에 서 있게, 안내인! 나의 벗들이 이리도 멋진 모습을 보였으니 이 몸 또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을 터! 나의 힘도 그대에게 보여주겠네!" 조문은 숏소드를 한 손으로 쥐고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루카는 그를 멈추게 해야 할지 아니면 놔둬야 할지 확신이 들질 않았다. 다른 이들은 강했다. 하지만 조문도 강할까? 언뜻 보기에 남들 같은 '분위기'는 풍겼다. 하지만 이렇다 할 고레벨 장비가 있는 것도 아니며, 그가 직접 '오늘까지만 해도 힘의 깨우침이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겨우 깨우친 힘도 자신을 보좌하는 힘이 아니라, 그저 이 세 광휘를 다스릴 힘 뿐. 루카에게 그는 그저, 용사를 자칭하는 이상한 사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루카는 그를 지켜보고 싶었다. 그저 그가 입만 둥둥 떠다니는 그저 그런 그릇인지. 아니면 그의 말대로 특별한 무언가일지. 그녀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안내인이여. 그대는 용사를 믿는가?" 조문은 그녀를 등진 채 속삭였다. 믿다마다. 그녀는 그것에 환장했다. 용사라는 존재. 강력한 힘을 거머쥔 정의의 사도. 휘황찬란한 모험. 그 모든 것에 대한 존경, 선망, 그리고 욕망. 하지만 루카는 말하지 않았다. 그저 그가 그것을 채워줄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기다렸다. "용사란 자고로 나아가는 자. 결코 쉼이 없이 나아설 수 있는 자! 나의 앞을 가로막은 죄악의 존재여. 이곳에서 무너져내려 우리를 한 걸음 드높일 거름이 되거라!" 조문의 허무맹랑한 외침은 점점 그녀의 심장을 뛰게 했다. 수정 핵에 비춰 만들어진 그의 그림자는 아무리 어두워지더라도 아마 밝을 것처럼만 보였다. 뒤로 물러서지 않을, 자신의 존재 그 자체를 새겨넣을 자. 이곳의 현을 튕길 자는 단 하나. "베어지거라." 그가 허공을 향해 숏소드를 휘둘렀다. 일순간의 정적. 그들을 덮쳐온 것은 추위와 돌풍, 그리고 침묵이었다. "말하였지 않았는가." 조문은 뒤돌아 칼집에 검을 넣을 준비를 하며 돌아왔다. 루카는 그저 그의 뒤에서 펼쳐지는 광경을 두 눈 똑바로 뜨고 바라보았다. 믿기지 않았다. 갈라진 창공, 허물어진 벽, 그리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산산조각이 난 수정 핵까지. "이 몸은 용사라고."
19 이름없음 2025/08/05 23:37:18 ID : y2LcFa3zWkm 0
그들은 갈라진 틈을 통해서 천천히 밖을 향하였다. 바깥의 공기. 그저 건물 안에 있었다는 것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었다. 필연적으로 모험가로 인정되지 않는 한 넘어설 수 없는 세상의 공기였다. 녹빛 덩쿨과 같은 오색의 던전 중 하나도 클리어하지 않으면, 인류는 ‘인과’라는 힘에 의해 나아갈 수 없는 경계가 있다. 그리고 그 너머로, 또다시 다섯의 새로운 존재가 발을 내디뎠다. 루카는 아직도 오늘 있던 모든 일이 믿기질 않는 듯 뒤돌아 갈라진 던전을 빤히 바라봤다. 던전이란 것이 이리도 훼손이 가능한 것인지 의아했다. 그녀가 공부해온 수많은 던전과 마물들. 그 모든 지식에 반하는 현상에 가까웠다. 녹빛 덩쿨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정 핵이 복구되고 이 모든 난장판도 재생하게 될까? 루카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리지 못한 채 앞서 나가는 이들의 뒤를 쫓았다. 드넓은 초원에 서서 저물어 가는 태양 아래, 그들은 그저 기약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가일이 베니와 클라크에게 던전에서 들고 온 유물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는 동안 루카와 조문은 나란히 걷고 있었다. 그녀는 전에 있던 모든 일을 계속 되뇌며 무언가 묻고 싶은 듯 입을 뻐끔거리지만 쉽게 말로 이을 수가 없었다. “안내인이여, 그대는 이후로도 우리와 함께 할 셈인가?” 조문의 물음에 루카가 화들짝 놀랐다. 그녀는 거의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러려고요. 음. 그럴 수 있다면요...?” “당연히 가능하지. 오히려 바라는 바일세. 앞으로도 여정을 위해선 다섯의 숙명을 지켜야만 할 텐데, 나의 벗으로는 도저히 다섯을 채울 수 없으니 말일세. 게다가, 나는 벗을 사귀는 솜씨가 영 좋질 못하거든.” 루카는 어색하게 웃으며 맞장구쳤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다가 질문을 내뱉었다. “저기, 어, 음, 조문 씨? 아니면 음... 용사님?” “제발, 너무 거창한 것 말고 편하게 부르게나. 그저 이름으로 부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네.” “조문은 어째서 모험을 하게 된 것인가요? 어, 음. 사실 당연한 거죠! 용사라는 숙명이란 것이 있으니 모험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러니까, 뭐, 제 말 아시죠?” ‘세상에나, 너무 어색하잖아!’ 루카는 고개를 돌려 이마를 짚었다. “흠. 이유라. 난 그저... 다시 태어나고 싶었다네. 새로운 삶, 새로운 여정! 그리고 새로운 목적을 지닌 채 나아가고 싶었지. 하지만 이제 나의 곁을 지켜줄 벗이 넷이나 생겼으니, 이 끝맺음이 어찌 되었든 간에 그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모험이 되지 않겠는가!” 조문은 미소로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루카는 그저 멍한 표정으로 그 대답을 들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면, 그러한 질문을 하였다는 것은 그대도 같은 질문을 받을 각오를 하였을 터. 안내인, 나의 벗이여, 그대는 어찌하여 모험을 떠날 각오를 다짐하였는가?” “하하, 그게, 음... 들으면 비웃으실 걸요.” 그녀는 최대한 대답을 회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마 그럴 수 없을 것이었다. 상대는 용사. 뒤돌아가는 자를 이해조차 할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저도 용사가 되고 싶었어요. 잊지 못할 모험을 하고, 선택된 자의 운명을 걷고. 또... 새로운 길을 끊임없이 찾아내 쉼없이 나아갈.” 루카는 자신이 말하는 것 그 자체가 우스운 듯 스스로를 비웃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건 어찌 되어도 좋다고 생각해요. 모험을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은 뒤, 현실을 직시했죠. 난 그저, 칼 몇 번 휘두르며 설칠 뿐인 그런 자라는 걸. 게다가, 현시대의 용사가 이리 똑바로 살아있거늘, 이젠 충족될 수 없는 욕망이겠죠.” 말은 그저 쏟아져나왔다. 그 사실이 루카의 얼굴을 화끈거리게 했다. 그가 정말 용사인가? 그것은 아직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저 강할 뿐. 그저 그녀의 심장이 뛰게 하였을 뿐. 하지만... “이유물은아마감히값을매길수없을거야하지만굳이값을매긴다면금화하나도받을수없겠지만...” “아, 씨발! 이 애새끼 턱 날려버려도 되냐?!” “...턱을 부수는 것은 한 번에 죽이지 못할 거다.” “너한테 물어본 거 아니거든, 노인네?” 그저 저렇게나 결함 덩어리인 그들이라도. 틀림없이 강자들인 것은 분명했다. 아직 그 힘의 척도를 드러내지 않은 베니마저도 절대 나약할 일은 없을 것이었다. 그런 광휘를 셋이나 다스리는 것이 그의 힘의 깨우침. 본인의 강함도 절대로 뒤처지지 않는다. 루카는 용사라는 것이 무엇인지 판별할 능력 따윈 없었다. 하지만 이 세상에 용사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조문과 같은 모습을 하리라 스스로 믿고 있었다. “나아가보려고 합니다. 넘어졌음에도 멈춰서는 안 되니까요. 그렇죠?” 조문은 미소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가볍게 웃음 소리를 뱉었다. “나의 벗들은 아직 나아가야 할 길이 멀고도 멀어 보이는구나. 하지만 그대를 보아하니 거리는 더는 중요치 않음은 분명히 알 수 있겠네.” 조문은 언덕 끝자락의 바위 앞에 서서 뒤돌아 모두를 바라보았다. 루카도 그의 발걸음에 맞추어 그의 앞에서 멈춰 섰다. “이제 슬슬 다음은 어디로 향할 것인지 생각해보고자 하네.” 그의 외침에 베니와 클라크는 무관심해 보였지만, 가일과 루카는 눈을 반짝이며 귀 기울였다. “아직 이렇다 할 계획은 없는 건가요?” “아무래도 그런 편이지. 자고로 모험이란 악의 자취를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거늘,” 조문은 너무나도 평화로워보이는 언덕 너머의 초원을 바라본다. 그의 표정은 살짝 무표정하였지만, 결코 빛을 잃은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이 세상은 평화롭구나. 아직까지는. 그러니 우리의 여정도 아직 정해진 것이 없네. 게다가 즐거움은 즉흥에서 오는 법 아니겠는가?” “음, 그러면 저희 부족에서 사용하던 방법은 어떤가요? 다우징이라고 불리우는 기술인데.” 루카의 제안에 그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안내인이여, 그대는 부족 출신인 겐가?” “아, 뭐, 그렇죠. 부...족 출신이죠.” 그녀는 헛웃으며 곧장 시선을 피했다. 어색함으로 무장한 듯한 그 반응에도 조문은 그저 어깨를 으쓱이며 더 묻지 않았다. 그녀가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은 누가 보기에도 극명했기 때문에. “몸을 진정시키고 주변의 모든 감각을 느끼려 집중하는 거예요.” 루카의 설명에 조문은 바위 위에 앉아 명상하듯 숨을 길게 내뱉으며 집중하기 시작했다. “명상과는 다른 걸 잊어선 안 돼요! 주변의 것을 덜어내서 자신에게 귀 기울이는 것이 아닌, 자신을 덜어내고 주변의 것에 예민해지는 거예요.” 그녀의 설명에 따라 점점 수많은 감각이 흘러퍼졌다. 용사는... 1. 북적이는 사람들의 소리를 듣는다. 2. 어디선가 느껴지는 광풍을 느낀다. 3. 어디선가 느껴지는 탄 내음을 맡는다.
20 이름없음 2025/08/05 23:49:40 ID : tuk8rupQrdQ 0
용사는 루카에게서도 무언가를 본거같네
21 이름없음 2025/08/05 23:51:33 ID : Zcq2FfUY7e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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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이름없음 2025/08/06 09:48:00 ID : y2LcFa3zWkm 0
“소리가... 들리는구나.” 조문이 속삭이며 일어섰다. 그는 약간 무표정하게 허공을 바라보았다. “가자꾸나. 수많은 이들이 미소를 짓고 있는 것 같으니. 그들의 웃음 소리가 어찌 이리 울려 퍼지는지 알아봐야겠다네.” 그들은 그의 걸음을 그저 따랐다. 며칠을 걸었을까. 아직도 루카는 세 광휘와 어색하였지만, 이상하다고 생각하기만 했던 조문과는 비교적 가까워진 것 같았다. 그녀가 읽어왔던 수많은 모험담의 이야기, 그간 공부해왔던 자신의 이야기. 수많은 것들은 그들의 연결점이었고 수많은 것들이 그들에게서 그저 이야기가 흘러나오게 했다. 세 광휘는... 여전했다. 가일을 알 수 없는 마음을 지닌 채 미소와 속사와 같은 말들을 내뱉었다. 베니는 그저 분노로 모든 것을 밀어냈다. 클라크는 그 어떤 것에도 목적을 지니지 못한 채 그저 황량하게 그들을 뒤따를 뿐이었다. 아마 그것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지는 것은 루카뿐이었던 것 같다. 걷고 걸어, 그들은 철옹성의 도시, ‘아이언 힐스트리트’에 다다랐다. 거대하고도 거대한 장벽이 이어진 그 도시는, 어찌나 크던지 멀고도 먼 언덕에서조차 흐릿하게나마 보일 정도였다. 중앙에 솟아오른 첨탑은 그 도시만의 특색으로 산보다도 드높고 거대해, 그들의 기술력과 마법에 대한 이해도가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는 증거였다. “아이언 힐스트리트네요.” 루카가 입을 뗐다. 넷 모두 그 이름이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다들 처음 들어보세요? 뭐... 세 분은 그렇다 치지만, 조문은요?” “처음 듣는군. 원래부터 세상 밖의 일엔 그다지 관심을 지니지 않은 채 살아왔으니 말일세.” 루카는 곧장 무어라 물으려다 입을 닫았다. 생각해보면 다른 오색의 던전이라면 모르겠지만, 녹빛 덩쿨의 주변은 시골이 많았다. 자연인마저 꽤 많아, 이러한 것들을 모르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이곳은... ‘포이즌 팽’과 호각을 이루는 유일한 길드. 아마 ‘길드로서’ 가장 강한 ‘순백의 범’이 있는 도시에요.” 시작된 루카의 설명에 웬일로 베니마저 귀를 기울이는 듯했다. 조문은 도시를 바라보며 아는 듯한 끄덕임을 했다. “순백의 범은 들어본 적이 있군. 포이즌 팽도. 길드라는 것이 모험가들이 모여 공통된 꿈을 펼치는 곳이라고 하였던가.” “뭐, 표면적으로는 그렇지만, 조금 나쁘게 표현하면 심부름 센터랑 다를 것이 없어요.” 그녀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가방을 고쳐 맸다. “특히 포이즌 팽이 그렇죠. 돈만 주면 뭐든 하는 사람들이 득실거려요. 새로운 곳을 향하고 모험하며 토벌하는, 우리가 아는 그런 모험가들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나, 나! 질문 있어! 그럼 쟤네는 그냥 도시에 죽치고 앉아서 나무에 올라간 고양이 내려주세요~ 같은 부탁이나 듣고 있는 거야?” 가일이 나서며 묻는다. 루카가 답하기도 전에 클라크가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답했다. “...저런 이들은 보통 공개적으로 내려진 임무들을 행한다네. 왕족들의 눈에 거슬렸거나, 혹은 그들의 비밀스러운 이익 관계에 이용되는 것이지.” “그건 참... 별로네!” 가일은 밝게 외쳤다. 루카는 적나라한 설명에 어색하게 웃었다. “뭐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요, 의외로 시민 단체나 모두의 안전을 위해 길드가 지명을 내리기도 해요. 뭐, 사사로운 이익 관계가 또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긴 하지만요. 순백의 범이 그나마 그런 이미지에 가까워요. 시민 친화적이고 비교적 정의롭죠.” 그녀는 설명이 끝나갈 때 즈음 두 눈이 반짝였다. “게다가 순백의 범이라 하면 빠질 수 없는 남자가 있죠. 길드 마스터, 카다르! 아마 가장 강한 존재가 아닐까요. 검을 휘두르면 산을 가르고, 주먹을 내지르면 바위를 무너트리는 자!” “그런 인재가 도시에 썩고 있다는 거네!” 가일의 웃음 섞인 외침에 루카는 거의 할 말을 잃고 얼어붙었다. “결국, 여긴 던전도 뭣도 없단 거잖아. 이 좆 같은 곳에 우리가 왜 왔는지 물어봐도 되나?” 베니가 곧장 짜증을 부렸다. 그녀의 입에 물린 담배는 마치 살의를 담은 듯 느릿하게 좌우로 흔들리며 그녀의 숨결을 형태화했다. 루카는 어색한 미소와 함게 어깨를 으쓱이고는 조문을 바라본다. 다우징을 한 것은 그녀가 아니라 그였기에 그것에 대한 답을 내어줄 수 없었다. “걱정하지 말게. 해야 할 것을 아주 확실하게 알 것 같으니 말일세.” 조문은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우리는 이제부터! ” 1. 이곳을 살피며 휴식을 가진다. 2. 길드를 찾아간다 3. 쇼핑을 한다 4. 카다르를 찾아본다
23 이름없음 2025/08/06 10:53:28 ID : tuk8rupQrdQ 0
순백의 범 길드원들과 대련 혹은 모의전을 하는걸까 부패한 도시를 부수고 순백의 범 길드를 세상에 해방시켜주는 걸까
24 이름없음 2025/08/06 13:11:17 ID : 1vfO3A1zU1x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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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이름없음 2025/08/07 21:13:33 ID : y2LcFa3zWkm 0
“우선, 카다르라고 하는 그 자를 찾아보도록 하지!” “엑, 왜요?!” 루카는 벌써부터 불안감을 느끼기라도 한 듯, 기겁하여 외쳤다. 카다르를 찾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싸워보고 싶은 거라도 아닌 이상. 하지만 조문이 그런 남자인가? 루카가 생각하기에,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최소한 ‘아니’였다. 그런데 도대체 왜? “그저 그러고 싶었다네. 그 이름을 들은 순간부터 무언가 들끓었지!” “절대 아닐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혹시나 해서 묻는데, 싸우려는 건 아니죠? 그렇죠?” 루카는 속으로 거의 수십억 번을 제발 아니길 되뇌며 물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그 답은 너무 모호했다. “그건 만나서 결정할 문제 아니겠나.” 조문의 한가로운 모습은 더욱 그녀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 그들은 그의 제멋대로인 모습에 어쩔 수 없이 뒤를 따랐다. 루카는 어차피 그를 만날 일은 없을 거라며 거의 어색하고 빠르게 혼잣말을 중얼거렸고, 덕분에 베니에게 정강이를 차였다. 조문은 무작정 길거리를 들쑤시며 카다르에 관해 물었지만, 당연하게도 좋은 답이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한 길드의 마스터, 심지어 세계에서 손 꼽히는 길드의 마스터였다. 이곳에 없다고 할지라도 놀랍지 않았고, 행방을 모른다고 하여도 놀랍지 않았다. 루카가 겨우 안심하고 있던 그때. “너냐. 마스터를 찾고 다닌다던 의심스러운 무리는.” 그때, 백색의 해진 옷들, 거의 누더기 같은 것들을 입은 두 남녀가 다가왔다. 겉모습이 비슷한 것이 쌍둥이인 것처럼 보였고, 그들의 가슴팍에 붙어있는 뱃지로 보아 그들은 순백의 범 길드원인 것처럼 보였다. 금속으로 된 야구방망이를 들고 있는 여자와 석궁을 들고 있는 남자. 단순한 ‘경계심’은 아닌 것처럼만 보였다. “아, 그...그게 아니라, 저흰 그저 한 번 뵙고 싶어서...!” “요즘 안 그래도 포이즌 팽이 설치는 것 같더니만, 이젠 대놓고 도시에까지 쫓아오는구나.” “부끄럼 없는 자객들이여, 그들은 발소리를 숨기는 법은 모르는 듯하네만 용기는 가상하구나.” 순식간에 피어오른 오해에도 조문은 그저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는 되려 낮게 웃으며 그들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오해 풀 거죠? 그렇죠?” “그걸 바라는가, 안내인? 그것 또한 방법이긴 하겠구나. 하지만... 그것보다도 저들의 그릇은 어떠한지 엿보고 싶구나. 마치 그들을 대표하기라도 하는 양 이리 나타난 자들을 그저 돌려보내는 건 그들의 체면에도 맞지 않는가!” 그는 그들의 견적이라도 재듯 훑어보더니 피식 웃었다. “해결하고 오거라, ” 1. 베니 2. 가일 3. 클라크 (추신, 어제 쉰 이유 : 아버지 퇴원하시느라 바빴음)
26 이름없음 2025/08/07 21:36:37 ID : Zcq2FfUY7e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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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이름없음 2025/08/08 00:26:58 ID : tuk8rupQrdQ 0
베니의 턴인가 신체재생의 힘으로 신성무투가일거 같은 느낌이
28 이름없음 2025/08/08 20:52:36 ID : y2LcFa3zWkm 0
“해결하고 오거라, 베니.” “안 그래도 슬슬 몸을 풀고 싶었단 말이지.” 베니는 곧장 도끼를 빼 들며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바닥에 질질 끌리는 도끼는 황금빛이 일렁이며 옅게 진동했다. 루카가 무어라고 외쳐 그들을 말리려 했지만, 조문의 팔이 그녀를 가로막았다. 조문은 그저 푸른 눈을 번뜩이며 베니와 그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마치 이 모든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듯. “그래도... 우리의 수중에 돈이 있지 않으니, 조심하여 싸우게. 그들을 죽일 필요도 딱히 없으니... 내가 말하는 게 무엇인지는 알 걸세.” 조문이 웃음 섞인 명령을 하자, 베니가 뒤를 향해 중지를 치켜세운 채 뒤돌아보지도 않았다. “내 싸움에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 죽여버리기 전에.” 베니의 대답과 함께 상대 쪽의 여성도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뒤에 선 남성은 천천히 석궁에 볼트를 끼워 장전하며 시선을 베니에게서 떼지 않았다. “이대로 괜찮아요? 이러다가 순백의 범과 척을 지게 된다면...!” “네게 들은 것으로 보아 카다르라는 자가 그렇게 그릇이 작은 자로 보이지는 않는구나. 먼 곳에 있는 것을 보지 못하고 눈앞의 것을 쫓아 여기까지 다다른 어리석은 자들의 잘못을 우리에게 따질 정도의 자라면... 그 자도 그저 그 정도의 그릇인 거겠지.” 그는 진지하게 그르쳤다. 루카는 뭐든 반박하고 싶어 입을 뻐끔거렸지만, 대답이 나오질 않았다. 그저 사람들에게 물어보며 카다르를 찾았을 뿐. 그 어떤 적의도 보이지 않았다. 그것을 오인하여 먼저 다가온 것은 저쪽. 하지만 그저 루카는 존경하던 인물에게 미운털이 박히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날카로운 바람이 루카의 후드를 젖힐 듯 불어닥쳤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베니는 이미 적군의 앞까지 질주해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첫 합. 공기를 가르며 내려찍어진 도끼는 양손을 겨우 써가며 막아낸 그녀의 방어에 막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짓눌리는 형태. “단순한 강철은 아닌 모양이야? 베어지지 않는다니.” “...큿, 뭔 놈의 힘이...!” “하지만...!” 베니는 그대로 칼날이 야구 방망이를 긁어 날을 내렸다. 그리고 자세를 틀어 곧장 위를 향해 다시금 휘둘렀다. 단 한 번의 합을 겨루었을 뿐이건만. 그녀의 무기는 곧장 날아가 저 멀리 바닥에 떨어졌다. “자, 우선 한 놈!” 전진 본능과 공격성으로 일그러진 그녀의 얼굴은, 더는 사람이라기보단 마물 그 자체였다. 비어있는 눈구멍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허함은 주변의 모든 숨결을 멎게 할 듯 어두움으로 빛났다. 하지만 다행이라고 할까, 그녀의 공격은 끝을 맺지 못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틀어졌다. 발사된 석궁의 볼트가 자세가 흐트러진 그녀의 머리카락을 뚫고 나타나 베니의 반대쪽 눈을 노렸다. “날 미끼로 쓰지 않을 수는 없었나?!” “미끼로 쓴 게 아니라, 죽을 뻔한 걸 구해준 거지. 기량으로.” 둘의 호흡은 눈에 띄게 빨라졌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건 베니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떨어진 볼트를 빤히 바라보더니 석궁을 든 남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너희, 단순한 힘을 다루는 것이 아니구나.” 다시 야구 방망이를 주워든 여성은 거의 억지 미소를 지으며 베니를 바라봤다. “눈치 하나는 빠르구나.” “눈치만 빨랐으면 네가 죽을 뻔하진 않았지.” 남성이 눈을 굴리며 빈정대자, 여성은 곧장 팔꿈치 끝으로 그를 찔렀다. “저주를 스며들게 하는 힘이라. 무기를 다루는 자 중엔 흔하지 않지.” 베니는 혀를 차며 말한다. “나랑 상성이 좋진 않구만. 귀찮게 됐어.” 그녀가 도끼를 앞으로 겨눈 채 속삭였다. 도끼를 든 자신의 팔을 다른 손으로 감싼 채 베니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 주변의 공기는 눈에 띄게 서늘해졌다. 무언가 변하고 있었다. “할아범, 아는 게 많아 보이니까 하나만 묻자.” 가일이 클라크에게 말을 걸었다. 클라크는 거의 미동도 안 했지만, 슬쩍 그에게로 눈이 간 것을 보아, 동의에 가까운 반응이었다. “그쪽도 성검 본 적 있어?” “...있지.” “그럼 있잖아, 성검에 영혼을 담을 수 있는 거였던가? 심지어는 귀속도 없어.” “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네.”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루카는 의아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에 대한 신의 가호를 둘러보았을 때 분명 성검 사우반이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저것이 아마... 그 성검. 귀속이니 하는 것들은 그저 유물이라거나 전설에 의해 부풀려진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들의 반응을 보아 그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와 동시에 베니의 성검은 그들이 이해할 수 없는 형태인 듯했다. 어쩌면 성검의 힘을 볼 수 있을까 유심히 바라보던 그때... “그쯤 해두지. 레아, 세바스찬.” 어디선가 들려오는 낮은 울림. 백색 범의 모피 장식이 달린 견갑을 입은 자가 천천히 다가왔다. 레아와 세바스찬은 곧장 무기를 내리며 고개를 떨궜고, 베니도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듯 도끼날을 바닥에 내리찍으며 시선을 돌렸다. “이방인인가. 이곳의 규칙은 잘 모르는 걸 보아.” 휘어진 거대한 날의 무기를 등에 메고 있던 그자의 떨림 없는 눈빛은 곧장 조문으로 향했다. 마치 별은 별을 알아보듯, 둘은 직감적으로 이곳의 중심 되는 자가 누구인지 알아챈 것 같았다. “만나서 반갑게 되었네! 내 아무래도 인사를 전하려던 것이 쉬이 전해지지 않은 모양일세.” “그래. 저들의 잘못을 그대들에게 묻지는 않도록 하지. 하지만 소란을 피운 점은 그저 지나칠 수 없겠더구나.” “하여, 그대는 이곳에서 우리와 겨루겠다 말하는 건가?” 카다르는 그저 묵묵하게 조문을 바라보며 말을 아꼈다. 그리고는 가볍게 눈을 감으며 헛웃음을 뱉었다. “술을 사게. 피해를 일으킨 것은 아니니. 이리도 뻔뻔한 자는 처음 보는구나.” 그의 입꼬리는 옅게 올라가며 웃기다는 듯한 반응을 지었다. 그에 만족한 듯 조문도 얼굴 가득 호쾌한 미소를 지으며 발걸음을 내디뎠다. “우린 돈이 없네. 한 푼도 가져갈 것이 없다, 이 말이지!” “그것 참 자랑일세.” “유물은 있는데!” 가일은 녹빛 덩쿨 때 주워온 유물을 마치 자랑스럽다는 듯 머리 꼭대기까지 들어 보였다. 베니와 클라크, 레아와 세바스찬이라는 자들도 마음에 들든 안 들든 그들의 뒤를 쫓았다. 루카만 빼고. “안내인. 안 오는가?” “허억...” 루카는 아직도 실감이 안 나는 듯 양쪽 눈에 별을 가득 품은 채 덜덜 떨고 있었다. 그녀는 중얼거리다가 함박웃음을 한 채 후드를 꽉 붙잡고 그들의 뒤를 쫓아 달렸다. “있잖아요, 오늘이 아마 가장 이 파이에 들어오길 잘했다고 생각이 드는 날일 거예요.” “그리도 이 자를 사모하는가.” 그의 말에 뺨이 붉어진 그녀는 끙하는 소리를 내며 조문의 옆구리를 찔렀다. “요새 정서가 어지러워 이러한 일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음을 용서하게.” “뭐, 그런 것은 깊이 마음에 두지 않는 편이라 상관없네! 허나, 궁금한 것이 조금 있군.” “그것으로 빚진 것 없이 나아갈 수 있다면, 말하여도 좋다. 내 친히 하나 답해주지.” 조문은 그의 나긋한 답변에 곧장 질문으로 받아친다. 그가 물어본 것은... 1. 어지럽다는 정서에 대하여 2. 길드에 대하여 3. 마을이 조용한 것에 대하여 4. 이곳의 규칙에 대하여 선택되지 못한 질문은 스토리 전개 직전까지 설명받을 수 없습니다. 각 큰 파트 별로 스토리가 A와 B의 형태로 전개될 건데, B는 스포일러니까 넘어가고, 현재 진행될 A 방식은 탐정/추리 – 스토리 전개 – 전투(사실상 스토리 전개의 연장선) - 결말 이 형태로 진행이 될 거야. 뭐, 그냥 기승전결이긴 한데, 여긴 앵커판이니까 이게 뭔 느낌인지 알 거야. 스토리 초반과 스토리 전개 부분에선 선택을 잘 해야겠지. 깜짝 서술형 문제도 낼 거야. 그리고 ai 그림으로 캐릭터들 어깨 위 초상화(아마 무기 제외? 무기 사진 따로 뽑거나, 한다면.) 만들어서 써먹어볼까 싶기도 한데 괜찮을지 의견 적어주면 좋겠어. 잡담 스레 보다가 생각해보니 하면 재밌을까 싶기도 해서.
29 이름없음 2025/08/08 21:00:16 ID : A1wmpU6nSLg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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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이름없음 2025/08/09 01:46:03 ID : tuk8rupQrdQ 0
초상화 멋지겠는데! 이미지가 더 명확해질지도! 루카는 개인적으로는 던만추의 서포터 릴리루카 아데가 상상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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