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창작소설판 잡담 스레 2☆☆ (464)
2.청춘은 켜켜이 쌓인 하루하루의 잔상이라고 (27)
3.일상에서 문득 생각난 문구 써보는 스레 (724)
4.If you take these Pieces (487)
5.글 잘 안 쓰는 소재구걸주 (61)
6.이름 남기고 가면 간단한 분위기 대답해주기 (214)
7.ㄱ부터 ㅎ까지 좋아하는 단어 적는 스레 (103)
8.생각난 소설의 개요만 쓰고 가는 스레 (2)
9.나 로판식 제목짓기 잘함 (31)
10.요즘 글 쓰다가 문득 든 생각인데 (1)
11.홀수스레가 단어 세 개를 제시하면 짝수가 글 써보자! (705)
12.✨🌃통합✨ 질문스레(일회성 스레 말고 여기!!!!!!!)🌌 (219)
13.네 홍차에 독을 탔어 (208)
14.내가 작가가 된다면 쓰고 싶은 대사 혹은 문장 (89)
15.요즘 릴레이 소설이 너무 하고 싶은데 (4)
16.제일 쓰기 어려운 게 bl 빙의물인듯 (4)
17.다들 캐릭터 이름 만들때 쓰는 방법있어? (33)
18.:D (64)
19.다치거나 아픈 사람 묘사 (2)
20.소설 써보고싶다 (1)
오늘은 쓰지 않는다. 그녀가 몇 바퀴를 도는지만 본다.
볼펜이 까딱거리기 시작했다. 힘을 주고 멈췄다.
심판이 호루라기를 불고,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얼굴을 볼 차례였다.
그녀는 달릴 때만 얼굴을 가지는 사람 같았다.
달리지 않는 그녀는 또래에 맞지 않게 어른 같거나,
너무 쉽게 무시되는 이론 같았다.
당연하게 존재하지만, 당연하지 않게 사라지는 존재.
그래서 난 그녀를 기록하고 있다. 조금 멀리서.
그녀는 앞으로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흐려지지 않기 위해서 달리는 거 같았다.
가까이 다가가면, 얼굴을 잃고 사라질 것만 같았다.
내가 다가가면, 도망치겠지...
한 번도 말을 걸어본 적이 없는데, 달리기 시작한다.
달릴 때 그녀의 얼굴은 선명하다.
머리를 묶지 않는다.
감독의 말은 스쳐 지나간다.
땀이 나도 그대로 둔다.
바람 소리가 선명하다.
얼굴을 바라보다가 몇 바퀴인지 놓쳤다.
그녀의 자리는 일정하다. 1등도, 꼴찌도 아닌 네 번째. 항상 같은 자리.
펜을 쥔 손에 땀이 차서, 네 번째라는 숫자가 번졌다.
내 머릿속 숫자다.
바람 때문에 눈에 먼지가 들어가 손으로 눈을 비빈다.
시야가 흐려진다. 동시에 그녀의 얼굴도 흐려진다.
다시 트랙을 볼 때, 그녀는 더 이상 네 번째가 아니었다.
언제부터 네 번째라고 생각했더라...
수업이 끝나고 조용히 칠판을 지우는 그녀를 볼 때.
이름은 알았지만 복도에서만 스쳐 지나갔을 때.
그녀가 숨을 고른다.
작은 어깨가 올라오고 내려오는 게 보인다.
급수대로 가 물을 마신다.
땀에 젖었지만 닦지 않는다.
서너 명의 아이들이 그녀에게 가까이 간다.
아니다. 멀어진다.
아이들은 대화를 나눈다.
급식 얘기, 수학 선생님이 너구리를 닮았다는 얘기.
나는 볼펜을 딱딱거린다.
정신을 차리니 아무것도 적지 않았다는 게 눈에 보인다.
다음 날이다.
멀리서 그녀가 다가오는 걸 본다.
긴 생머리를 묶지도 않고, 표정 없는 얼굴로 걷는다.
눈이 잠시 마주치지만 내게 인사하지 않는다.
나도 마찬가지다.
체육 시간이 되기 전에 볼펜을 챙긴다.
"오늘도 써?"
고개를 돌린다. 희진이다.
같은 반, 딱 그 정도 거리.
고개를 끄덕인다.
"뭘 그렇게 써?"
그냥 웃는다.
오늘도 계단에 앉는다.
멀리서 모래바람이 불어온다.
쌀쌀해진 날씨에 몸이 떨린다.
후드집업을 입은 채로 손에 들린 볼펜을 바라본다.
언제나처럼 잠바가 손목을 덮는다.
걷어낸다. 쓰기 위해서.
얼굴을 바라본다.
아무 일도 없다.
호루라기 소리가 들린다.
그녀는 달린다.
표정이 생기고, 입술을 쥐어뜯는다.
나도 입이 열린다.
이름을 부르려던 순간, 무언가 날아올라 시야를 흐린다. 다시 한번 눈을 깜박인다.
하나, 둘, 셋, 넷.
달리는 팔의 각도.
근육의 움직임.
먼지 나는 땅.
어디에도 그녀의 얼굴은 없다.
멍해진 상태로 계속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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