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담이라 한다면 기담인 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 있어?
  • 들어주지
  • 우선, 무엇부터 설명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일단 서울에 거주중인 남동생을 하나 둔 장남?장녀? 장녀야. 부모님은 맞벌이 이신 정말 단란하고도 무난한 가족이지. 근데 오늘 만큼은 너무 어색하게 느껴져서 탈이야.. 너희들 그런 경험 없니? 막 내가 내 자신이 아닌 것 같고 그런 느낌 말이야.. 나도 너무 위화감이 장난아니게 들어서 이렇게 글을남겨보네. 이때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8살 때는 5살난 동생과 포항 바닷가에서 해변가를 거닐던 모습도, 내가 고3 졸업식 때 친구들과 기념이라고 담배 사서 피다가 쓰러질 뻔 한 장면들이 이렇게 하나하나 기억나는데, 말 그대로 이런 수 많은 파란만장한 내 인생의 장면 중 왜 하필 오늘만 이렇게 위화감이 드느냐 말이야! 내가 이렇게 과거의 일들을 열거하는 것 에서 보이듯이 오늘만 유독 엄청난 어색함이 느껴져. 정말 왜이러는 것일까?
  • 나는 우선 그 첫날 회사에 지각해버리고 말았어. 항상 시간만큼은 칼같이 지키던 내가 1시간이나 늦잠을 자버렸지 뭐야! 황급히 부랴부랴 정장을 입고 나가려던 찰나에, 현관문 앞에 설치 된 전신거울을 문뜩 보았는데 내가 정장을 걸친 모습이 너무 어색해 보이더라고. 어쨌건 그게 알게뭐야! 나는 냉장고에 있는 쥬스만 하나 달랑들고 부리나케 버스 정류장으로 뛰어갔어. 내가 항상 타던 버스인데도 번호를 잠시 망각하고 한참이나 버스 노선표를 뒤지다가 그만 회사로 가는 버스를 놓쳐서 10분 이상이나 지체됐지 뭐야. 우리 회사는 작은 중소기업이라 그나마 다행이지, 대기업 큰 회사였다면 정말 큰 일이 났을거야. 그래도 지각은 지각이라고 상사에게 정말 크게 혼이났어 ㅠ.ㅠ 그리고 자리로 돌아와 계산에 관련 된 직무를 맡아 일을하려고 컴퓨터를 켰는데, 회사 임원들이 와서 질문공세를 퍼붓더라고.. 하기야 그도 그럴게 살면서 학교든 회사든 단 한 번도 지각한 적 없이 칼같이 시간을 지켜왔는데 갑자기 너무 늦어버린 바람에 사람들이 신기했나봐 ㅠㅠ 대충 생리니 뭐니 이리저리 대답을 하고나서 일을 시작하려고 드니까 딱 내 전공 분야인데도 업무를 못 하겠는거야.. 차트를 정리하고, 계산을 하고 예상방안을 검토하는 과정이 나에게는 너무 생소하기도 하고 내 적성에 맞지 않는 것 처럼 느껴지더라구. 나는 분명 공고에서 취업반으로 이것저것 자격증도 따고 이 분야에서 정말 최우수 성적을 거뒀는데, 왜 이럴까 내가 너무 한심해져서 기분이 내내 우울했어. 불철주야 일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또 버스 번호를 까먹었지 뭐야. 어쨌든 이리저리 치이고 치여 밤 11시에 겨우 집 앞에 도착하고 매우 조심스레 문을 열고 살금살금 내 방으로 들어갔어. 내나이 스물 둘에 부모님 집에 얹혀 사는것도 미안한데 소음공해를 발생 시킬수는 없잖아 ㅠㅠ 그렇게 침대에 눕고 한숨을 한 번 쉬고서는, 어두운 방 안을 둘러봤어. 정말 어색함의 극치였어. 처음 보는듯한 외투, 처음 보는듯한 책, 처음 보는듯한 액자,... 속옷은 왜인지 어색하지 않더라구. 그렇게 나의 어색한 긴 하루가 지나가기 시작하고, 난 휴대폰을 하루 내내 키지도 않았는데 너무 바빴기에 확인할 겨를도 없이 잠에 들었어..
  • >>3 근데 가끔 순간적으로 좀 느낌이 이상할때가 있긴해 뭔가 진짜 위화감 들때 있어
  • >>5 안녕 5! 여튼 이야기를 계속 해보자면, 당연한 일이지만 난 그다음 날에도 일어나서 어제와 같은 풍경을 봤어. 마치 어제부터 인생이 다른 세계에 동떨어져서 시작된 느낌이랄까?? 시간과 날짜감각이 없어졌기 때문에 비몽사몽 휴대폰을 찾아서 들었어. 시간은 얼마나 잤는지는 몰라도, 평소에 내가 기상하던 시간인 아침 8시였고, 토요일이었어! 아참, 나는 평소에 아침 7시에 일어나. 그래야 회사에 지각하지 않으니까. 어제는 8시에 깨서 지각했지만.. 잠시만?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있는거지? 분명 평소에 8시에 깬다고 생각했는데 이때 것 7시에 깼나.. 아 몰라! 그냥 비몽사몽해서 그런가 보다하고 부스스 일어나서 나도모르게 전신거울에 다가가 내 모습을 봤어. 흠잡을때 없이 어제와 똑같은 나였어. 왠지는 몰라도 뭔가 내 모습을 보고 싶더라고. 토요일은 뭐 할게 있겠어? 집 안에서 뒹굴뒹굴 노는거지! 집안에 둘러보니 남동생은 아직 취침중. 부모님은 등산에 나가셨고, 나는 기껍게 컴퓨터를 켰어. 비밀번호를 치는 입력창이 나왔고, 나는 똑같이 비밀번호 'doppelganger' 을 입력했어. 평소에 치듯이 치는건데 오늘만큼은 왠지 오타가 많이 나더라. 왠지 익숙하지 않았거든.. 이상하지? 비밀번호 하니까 이것도 이상하게 느껴지는게, 한 3일전? 아니다, 오늘이 토요일이니 4일전에 원래 컴퓨터 비밀번호는 무난하게 '0514' 이었는데, 갑자기 그때 비밀번호를 바꾸고 싶은 충동이 들어서 비밀번호를 doppelganger로 바꾼거였어. 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의아하더라구. 컴퓨터를 켜보니까 언제나 그렇듯 pc용 카카오톡이 제일먼저 뜨더라구. 뭐, 카카오톡은 폰으로도 할 수 있으니 로그인은 하지 않고 쇼핑이나 하고 있는데 카카오톡 알림이 갑자기 무수히 많이 뜨는거야. 왜, 카카오톡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로그아웃 된 상태로 있으면 알림이 컴퓨터 우측 하단에 잠금 메세지로 뜨잖아? 그거였어. 난 분명 휴대폰 카카오톡엔 톡이 없었는데 뭐지? 하면서 컴퓨터 카카오톡 로그인을 했어. 근데 이게 뭐람? 남길수 라는 사람한테 톡이 여러개 와있는거야! 그것도 다급한 듯. 대화를 해 보니까 내가 친구들이랑 오늘 놀이공원에 가기로 약속 했다더라? 이게 뭐람! 롯x월드에 평소에 엄청 가고 싶었는데 정말 잘 된 일이지! 어찌 된 일인지 기억이 안 나서 언제 약속 잡았냐고 물어보니 길수가 이틀전 부터 가기로 한건데 기억안나냐고 나무라는거야. 어쨌든 약속 시간까지는 아직 30분 남았고 하니 다행이라고 얼른 나오라고 하는거야. 되짚어보니, 이상하게 비밀번호를 바꾼 4일전과 어제의 사이에 있었던 이틀은 기억이 아예 안 나. 그리고 남길수라는 이름이 참으로 어색했어. 분명 고등학교 1학년 때 부터 친했던 아이였는데.. 같이 열심히 공부하고 방학때 계곡도 놀러가고 참 친한 아이인데 이렇듯 즐거운 기억이 남아있는데 뭔가 형식적인 절친이라 해야하나? 뭔가 개념만 절친인 것 같고 되게 어색한거야. 나는 왜 이틀간의 기억은 나지 않으며, 지금 이 인생의 위화감은 뭔지 마땅히 결론을 내지 않은채 길수 포함 친구들 2명과 총 4명에서 롯x월드에 갈 채비를 했어. 정말 기대되더라구!
  • 씻고나서 서둘러 옷을입고 약속장소로 나갔어. 다시봐도 서울의 풍경은 참 이쁘다고 생각하고 뛰어서 근처 역까지 갔어. 편하게 운동화를 신은게 신의 한 수 였어! 간당간당하게 9시 5분까지 도착해서 5분 늦었기에 친구들의 잔소리를 조금 들었지만, 롯x월드 갈 생각에 너무 즐거웠어. 그렇게 우린 출발했지! 혜림이라는 친구가 차가 있어서 즐겁게 노래와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고 가던 와중에, 뒷 좌석에 같이 앉아있던 길수가 말을 걸었어. "근데 이수현 왜이렇게 말이없냐?" 나는 뜬금없는 소리에 "잘 모르겠네.." 하고 대답을 했어. 앞에 보조석에 있던 정우도 맞다고 맞장구를 치더라구. 그런데 혜림이는 "뭔 상관이야 남쟁이들아, 오랜만에 여성스럽게 조신하게 있는 수현이한테 웬 말? 그리고 수현이는 원래 말이 많이 없었는데 길수랑 정우 너희둘이 수현이 친구 맞아? ㅋㅋ" 내 편을 들어준 것 같았지만 왠지모르게 기분이 묘했어. 평소엔 내가 여성스럽지 못했나?? 어쨌든 혜림이가 그랬더니 길수가 장난은 떼고 진지스러운 말투로 입을 뗐어. "아니 그도 그럴게 수현이가 과묵하긴 하지만 원래 나한테는 말 많이 했거든. 그리고 우리같이 친한 친구들 사이에 있을땐 욕도많이 하잖아. 그런데 갑자기 왜이렇게 조신하담?" 정우도 그렇다고 맞장구를 치고, 혜림이도 조금 진지하게 그렇기는 그렇다고 하더라구. 나는 딱히 할 말이 없어서 그냥 느낀 바 그대로 말했지. "글쎄.. 나도 너희들이랑 함께한 추억과 재미난 기억이 많은데 갑자기 너희들이 너무 어색하게 느껴져.. 심지어 오늘 롯x월드 간다는 것도 망각했구! 어제부터 왠지 나 자신이 내가 아니라는 느낌?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는 기분이 들어. 분명 내 기억은 다 있고 나 자신이 맞는데.." 갑자기 진지해진 분위기에 정적이 흘렀어. 제일 처음 입을 뗀거는 혜림이었지. "아 오글거리는 멘트뭐냐 이수현! 거기에다 걸맞지 않게 고민상담은 또 뭐람? 것도 평범한 게 아니라 웬 영화내용을 들고왔어 ㅡㅡ" 잇따라, 정우도 "아 이수현 갑분싸!" 그런가, 내가 너무 예민한 탓이겠거니 생각하고 분위기는 다시 회복됐어. 길수는 뭔가 고민하고 있는듯한 표정 이었지만 말이야. 나는 남은 시간동안 차 안에서 카카오톡을 켰어.
  • 무심코 휴대폰을 키고 카카오톡을 보는데 길수가 뜬금없이 "너, 그거 무슨 폰이야? 돈없고 폰 자주 쓰지도 않는다고 안 바꿀거라더니 웬 듣도보도 못한 듣보잡 폰으로 바꿨네?" 나는 여기서 놀랬어. 내가 폰을 바꿨다니? 혹시 그것도 기억이 안 나는 이틀 사이에 바꾼건가 싶어서 아무렇게나 대충 "아.. 그래 엊그제 인가? 새로 개통했어. 갑자기 구미가 땡겨서 말이지. ㅎㅎ" 라고 대답해 버렸어.
  • 그러고선 혜림이가 "수현이 너, 네 성격에 맞지않게 충동구매라니. 충동구매는 폐가망신의 지름길이야. 그런건 자제하도록 하렴" 라고 해서 대충 웃고 넘겼어. 그것보다 나도 뭔지 궁금해서 집에가서 가족들에게 물어볼 작정이었지.
  • 그렇게 휴대폰 관련 얘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롯x월드에 도착해 있었어. 뭔지도 모를 휴대폰을 볼 겨를도 없이 난 차에서 내려서 티켓예매를 했어. 정말 크더라? 특히 롯데월드의 마스코트가 너무 귀여워서 혼났지 뭐야. 그런데 친구들이 또 뭐가 불만인지 내 상기된 분위기를 보고 표를 끊고 들어가면서 이렇게 말하더라구. "이수현 쟤는 여기 첨와보나? 왜저리 좋아하냐" "야야 병시나 그만 둘러봐 촌뜨기같이 뭐하는거야" 나는 그저 신기해서 둘러보는데 조금 기분이 나빴어. 근데 하기야 나도 조금 기분이 묘한게, 분명 기억상 롯x월드는 어릴때부터 질릴만큼 왔는데 오늘은 너무 새로운거 있지? 정말 갈수록 점점 왜이러는지 미궁에 빠지는 기분이야. 뭔가 정신병에라도 걸린걸까?
  • 여튼 설렘과 기쁨, 고민이 혼합된 정신없는 기분에도 나는 친구들과 실컷 놀았어. 롤러코스터, 후룸라이드 등등.. 놀이기구 이름들은 너무 많아서 못 외우겠더라구. 그러다가 생각난 게 기념품 샵이었어! 친구들 옷소매를 잡아 당기면서 기념품 샵으로 앞당겼지. 친구들은 이때 것 제일 의아한 표정을 짔더라구.. 뭔가 진지한 표정으로 내 손을 놓으면서 "이수현, 뭐하냐 진짜? 어디 정신병 걸렸냐" 안 그래도 나도 모르겠어서 이만저만 스트레스가 아닌데 달랑 이런걸로 욕을 하는 길수가 너무 미워서 순간 울컥해버렸어. 그대로 나는 울먹거리며 말도 제대로 못하면서 내 할말을 속사포처럼 화내면서 쏟아냈지. 친구들은 좋은 분위기 망치지 말자며 우리둘을 말렸어. 뭐 정확하게 하자면 길수는 계속 의아한 표정을 짓고 나만 화를 냈지.. 내가 왜 이런지 제일 이해가 안 가는건 정작 나 본인인데, 친구들이 그렇게 행동하니까 너무 짜증이 난거야. 기분이 많이 상했지만 워낙 오고싶던 롯x월드 였던지라, 대충 넘기고 놀기로 했어. 가장 절친한 친구 길수와는 많이 어색한채로 말이야.
  • 조금 놀다가 점심을 먹기위해 간이식당에 앉아서 패스트푸드를 먹다가 길수가 잠시 화장실 간다고 자리를 비웠어. 역시나 길수가 가자마자 친구들이 뭐라뭐라 했지. "야, 니 갑자기 왜그랬냐?" "둘이 베픈데 그러면 쓰냐 화해해" 등등.. 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서 "아 몰라 그냥.. 짜증나 다" 라고 말했어. 혜림이와 정우도 어느정도 내 심리상태를 눈치 챘는지 그냥 아무말 없이 식사를 하더라. 그 와중에 혜림이가 입을 열었어. "수현이 너 평소에 인형이나 케릭터에 관심 눈곱만큼도 없었어. 근데 전체적 분위기도 그렇고 뭔가 다른 사람같아. 아니, 기억이라던지 뉘앙스등은 너 맞는데 뭐랄까 분위기나 성격이 조금 다른사람 같아. 이건 장난이 아니라 진지해." 정우도 합세하더라. "인정한다 솔직히 수현이 너 기분나쁘라고 하는 소리는 아닌데 애가 많이 다르다 뭐 최근에 스트레스 받는 일 있었냐?" 나는 정말 크게 놀랐어. 이건 휴대폰 다음으로 제일 확실한 증거였거든. 현재 내 삶의 위화감이 드는 원인 중 하나.
  • 난 인형을 정말 좋아해. 특히 저런 귀여운 케릭터는 믿을수 없을만큼 좋아해. 그런데 평소엔 인형따윈 눈길도 안줬다니? 생각을 해보니 내 방에도 인형하나가 없었어. 뭔가 인형이 있었던 것 같은데.. 뭐랄까 인생 두개가 겹쳐서 보이는 것 같았어. 이런 생각을 하니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오고 눈 앞이 흐려져서 나는 일단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어. "아 몰라! 나도 그냥 회사일 때문에 예민했나봐. 길수오면 너희들이 분위기 업좀 시켜봐." "ㅋㅋ, 이수현 생리 아니냐?" 혜림이가 장난 스럽게 말했는데, 중요한건 정우였어.
  • 대충 이 일은 마무리 될 것 같았는데, 정우로 인해 상황은 크게 번져버렸어 "이수현, 그러고보니 나 너랑 같은 학교출신 아니었냐?" 맞아. 혜림이는 중학교 동창인데 난 고등학교를 공고로 나왔는데 갑자기 내가 어디 고등학교를 나왔는지 기억이 안 나더라. 분명 정우랑 같은 학교여서 친해지고, 정우랑 혜림이는 초등학교 동창이라 우리 셋이서 놀다가 길수랑 나랑 친해지고 내가 길수를 둘에게 소개해서 우리 네명의 우정파티가 결성된 것이었는데.. 분명 내 기억은 그랬어. 아니, 정확했어. 분명해. 그 사실은 길수, 혜림이, 정우도 다 아는 사실이고. 그런데, 길수는 남고였어. 나는 또 머리가 미친듯이 아파왔어.
  • 곱씹어보니 혜림이와 중학교때 친했고, 고등학교 올라가서 어떻게 친해졌는지는 내 기억속 공백 마냥 비워져 있었지만 분명 학교에서 내가 정우랑 친해지고, 혜림이가 요즘 내가 정우랑 노는 것을 알고 우연치 않게 혜림이가 정우와 초등학교 동창이라 셋이서 놀게 된 것이었는데.. 길수도 그래. 길수도 같은 고등학교여서 친해졌는데.. 뭐지? 난 정말 쓰러질듯 머리가 아파왔어. 난 분명 여잔데 남고 출신이라고? 난 갑자기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어. 혜림이 폰을 빌려서 동생한테 전화 할 생각이었지. 근데 분명 가족 번호는 다 아는데 동생 번호만 기억이 안 나. 나는 공황상태에 빠졌고, 우리 셋은 갑자기 말이 없어졌어. 저 멀리서 길수가 오고있었고 우리는 침묵을 지킨 체 콜라만 빨 뿐이었지.
  • (수정, 위에 글 마지막에 침묵을 지킨 체-> 침묵을 지킨채 오타수정합니다.) 길수는 왔고, 싸늘한 분위기에 적잖아 당황을 했어. 길수가 어렵사리 차가운 분위기를 깨고 입을 열라 할 때, 내가 말을 가로챘어. "길수, 너 내 동생 전화번호 알지?" "어..어? 어 그래! 알긴 알지.. 수혁이.. 왜?" "잠깐 전화좀 빌려줘." 왠지 출처를 모르겠는 내 폰은 써봤자 안 될것 같아서 길수폰으로 전화를 걸었어. 동생이 비몽사몽 받더라구. "어.. 네 형 왜요" "야, 난데 물어볼게 좀 있어. 좀 이상하긴 한데.." "아 니가, 뭔데" 진짜 다시 생각해봐도 내 동생은 싸가지가 없는 것 같아.. "하.. 이 싸가지.. 됐고, 수혁아.." "아 결론만 말해라 결론만 피곤해 디지겠는데" "후.. 나 고등학교가 어디었지?" "니 진짜 병신이가 끊는디" "야 잠깐 이수혀...!" 전화는 끊어졌어. 화가 날려던 참에, 길수가 입을 열었어. "엥? 너 xx고 출신이잖아 갑자기 고등학교는 왜?" 나는 순간 사고회로가 정지했고 뭔가 기묘하게 상황이 흘러갔어. "아.. 아.. 그래 맞아 그 고등학교였는데, 길수야, 나랑 정우랑 그리고 나랑 너는 어떻게 친해졌더라?" "뭔 소리야 갑자기 ㅋㅋ.. 혜림이가 정우 소개시켜주고 정우가 나 소개해준 거잖아. 그리고 너랑 나랑 코드 잘 맞아서 엄청 친해졌고." 정말 내 머리가 어떻게 된 탓인지, 길수가 말한데로 기억이 다시 되살아났어. 근데 기억 마저도 위화감이 너무 커서 나는 어찌할 줄을 몰랐어..
  • 옆에서 보고있던 혜림이도 입을 열었어. "그래, 임정우 너도 뭐 잘못 먹었냐? 정신병은 수현이가 아니라 너구만.. 갑자기 니랑 수현이가 같은 학교? 아니 상식적으로 수현이는 여잔데 남고에 가겠냐 등신아?" 길수가 맞장구를 치더라. "뭐야 ㅋㅋㅋ 정우가 수현이 놀리는 거였어? 디테일한데? 그건 그렇고 수혁이 사투리는 진짜 믿고 듣는다. 구수해 죽겠어 아주그냥." 사투리.. 사투리 하니까 나도 썼던것 같은데.. 아 모르겠다 그냥 나는 생각 안 하기로 했어. 그랬더니 편해지더라. 하지만 정우는 아니었나봐. 혜림이가 정우보고 물었어. "근데 너도 분위기 업시킬려고 그랬는진 몰라도 너무 뜬금없다. 갑자기 같은 학교라니?" 정우가 미간을 찡그리면서 머리가 아픈 듯 이마를 짚으며 말했어. "아니, 혜림이 네가 생리라고 하니까 갑자기 수현이가 여자였나.. 싶더라고 근데 갑자기 수현이가 나랑 같은 고등학교에 다닌 기억이 나는거야.. 아니 거짓말은 아닌데. 하.. 잠깐만" 정우는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부여잡으며 화장실로 달려갔어. 뉘앙스가 딱 봐도 토를 하려는 뉘앙스였지. 혜림이와 길수는 심상치 않은 상황이었지만 애써 분위기를 살릴려고 노력하는게 눈에 선하더라구.. "아이고 저 등신 그래도 여자한테 남자가 뭐냐 아무리 드립이지만 좀 심했다." "ㅋㅋ 저거 자기가 놀이기구 못 타서 토하는 거면서 분명 변명거리 만들려고 저런다 또." 길수와 혜림이가 웃으면서 정우를 놀릴 때, 나는 그저 침묵을 지켰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이 상황을 완전히 겪고 있거든.. 나는 지금 내가 xx고에 있었던 생활과 정우와 같은 남고에 있던 생활의 기억이 겹쳐서 정말 복잡한 상태였어. 결국 간이 음식점을 나설때 까지 나는 말 없이 땅만보고 생각에 잠겼고, 정우는 화장실에 무척이나 오래 있었어.
  • 정우가 마침내 화장실에서 나왔고, 혜림이랑 길수는 등을 두드리면서 괜찮다, 더 탈수있다 임마! 등의 말을 했어. 그래도 나는 석연치가 않아서, 대뜸 물었지. "정우, 내가 너랑 같은 학교에 있으면서 같이 놀았던거 자세하게 좀 알려줘." 길수는 "아.. 개꿀잼 몰칸가 또 뭐냐 끝났어 임마.." 혜림이는 "1절만 하자 1절만" 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더라. 나만큼은 되게 진지했어. 그랬더니 정우가 하는 말이, "글쎄? 딱히 기억은 안 나는데 나도 그냥 튀어나온 말이었어 왠진 몰라도 아까는 분명 그렇게 느껴졌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당연히 넌 xx고 였지 나랑 같은 고등학교 일리가 ㅋㅋㅋ" 혜림이가 옆에서 "그럼 그렇지 등신들.. 이새끼 귀신씌인게 분명해." 정우가 "그런가 본데 ㅋㅋㅋㅋ" 길수가 "그럼 귀신의 집 고고? ㅋㅋㅋ 더 재밌겠는데?" 서로 각자 떠들 동안에 나 혼자 멍때리고 있었어. 난 확실하게 깨달았어. 지금 현재의 나는 뭔가 아주 크게 잘못됐다는 것을.
  • 와.... 너무 몰입된다
  • 평범한 후룸라이드를 지나쳐, 평범한 탬버린을 지나치고, 평범한 롤러코스터를 지나쳐서 평범한 귀신의 집에 도착했어. 모든 것들이 평범했어. 나를 제외하고서는. 심란한 마음을 가지고 친구들과 귀신의 집에 입장했어. 철판으로 된 바닥을 지나 울타리가 쳐진 곳 너머에 해골모형이 벌떡 일어서고, 괴기한 비명소리가 주위에서 울려퍼졌어. 근데 귀신의 집 내부가 너무 미로같았어. 롯x월드에서 귀신의 집 와본 기억은 그리 많지는 않기에, 원래 이런가? 라고 회의감을 가지고 나는 주위를 대충 둘러보면서 인상을 찌푸리고 다녔어. 괜히 친구들에게 떠밀려서 왔다.. 싶어서 울먹이는 듯한 표정으로 뒤로 돌아봤는데, 웬걸? 뒤따라오던 친구가 없더라.
  • 얘들이 날 놀리려고 그러나.. 싶고 막상 귀신의 집에 와보니 무섭고 그래서 이런 장난을 치는 아이들이 미워서 짜증이 났어. 착잡한 마음으로 이리저리 쏘다니다가 다른 일행과 만났어. 아, 일행이라 보기단 남자 한 명이었지. 어쨌든 그 남자도 일행이 몰래 버리고 간 듯 했어. ㅋㅋ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 남자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눈이 마주쳤어. 난 괜히 머쓱해져서 눈을 바로 회피했고, 그대로 지나갔어. 잘생겼는데 고등학생이었어. 아무래도 친구들과 놀러왔나봐. 잘생겼지만 와.. 잘생겼다도 아니고 설레는 기분도 안 들고 뭐라해야하지 오묘한 느낌? 귀신의 집 통로가 오고 가는 길 두개로 나뉘어 있는데, 중간엔 울타리? 가 쳐져있고 그 위에 유리가 있었어. 한 마디로 그 남학생과 나는 유리칸막이 하나를 두고 지나치는 셈이지. 내가 굳이 이걸 설명하는 이유는, 그 남자와 딱 지나칠때 분기점에서 눈을 마주쳤는데, 마치 유리가 아니라 거울같은 느낌이었어. 귀신의 집의 연출인가 싶기도 하고.. 그저 난 남학생을 보고 "파릇파릇한 청춘 이구나.. 아.. 부럽다" 라고 생각하며 지나쳤어.
  • 남자애와 지나칠 때, 핑- 하고 정신이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어.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나친 남자애의 뒷 모습을 보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들어서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고개가 돌아갔어. ? 없었어. 아무도. 애써 귀신의 집 트랩인가 보다.. 하고 넘기기엔 너무 정상적인 고교생의 느낌이 물씬 풍겨졌었고, 심지어 울타리와 유리창이 다 제거돼 있었어. 언제 있었냐는 듯. 주위는 엄청 고요하고 적막한 어둠일 뿐이었어. 여기가 어딘가 할 정도로..
  • 앞은 보이지 않고, 나는 심각한 공황에 빠져 도대체 왜 나한테만 이런일이 생길까 하고 울먹이며 더듬더듬 앞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어.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말이야. 귀신의 집이 이렇게 무서운 곳이었나 하고 생각하게 된 계기야.. ㅋㅋ
  • 반쯤 정신이 나가서 헤매고 있을때에, 내 뒤쪽에서 소리가 들려왔어. 밝은 랜턴 불빛과 함께. 여러 잔해물 사이로 빛이 삐져나왔고, 아까 귀신의 집 데스크탑에 있던 안내원이 말을 걸며 다가왔어. 그리고 그 뒤엔 친구들이 괜찮냐며 달려왔고, 나는 다리에 힘이풀려 주저 앉았어. 혜림이가 가장 먼저 안내원을 제치고 달려와서 괜찮냐며 주저앉아있는 나를 부둥켜 안아서 위로해주었고, 나는 계속 흐느끼면서 울었어. 꼴사나웠지 참..
  • 훈남 알바 안내원이 다가와 괜찮냐며 셔츠 앞 주머니에서 휴지 몇 장을 꺼내서 건네주었고, 나는 정말 꼴사납게 훈남 안내원 품에 안겨서 엉엉 울어댔어.. ㅋㅋ 나중에 친구들 한테 들어보니, 저년 저거 정신나간년맞다고 실컷 욕했다더라.. ㅋㅋ 내가 친구들에게 위로받으면서 안내원 따라 나오면서 들어보니, 내가 맨 뒤에서 따라오다가 어느 새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졌다 하더라구. 계속 찾다가 안내원이 너무 안 나와서 들어왔다가 사정설명을 하고 나를 찾으러 돌아다녔는데, 아이러니하게 소품용 창고에 들어가 있었다고 하더라.. 심지어 그 창고의 문은 굳게 잠겨있었다고 안내원이 말해줬어.
  • 조앙 조앙
  • 영문도 모른채 창고에 있던 나는 공황상태에 빠져 멍하게 있었어. 찾아준 친구들과 훈남 알바한테 너무 고마웠던 순간이야 ㅠㅠ 알바가 나와서 직원 휴게실에서 음료수 한 잔 꺼내주더니 젠틀하게 괜찮냐고 물어주는데 너무 매력적이었어 흑 ㅠㅠ 근데 뜬금없이 훈남 알바가 음료수를 건네주면서 번호좀 받을수 있을까요? 하고 능글맞게 묻는거야 ㅋㅋㅋ 어머, 이게 웬 횡재? 나는 바로 덥썩물고 친절하게 번호를 쳐주고 툼오브호러? 에서 나왔어. (롯x월드 귀신의 집 이름이야.)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친구들에게 환한 미소를 띄어주고서는 즐겁게 폰을 들고 흔들었지. "무슨의미냐 미친년아" "모긴 모야~ 혜림아 이 온니는 솔로인 너와 다르게 이제 커플이 될 거라는 암시지~" 혜림이를 비아냥 거렸더니, 친구들이 미친년.. 호구잡혔네 점마 라는 둥 욕을 했어..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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