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구레딕에 있었지 않아?그리워져서 만들었어...;ㅁ; 내가 먼저 주제 쓰면 되는거겠지? '여름'(누군가...해줘...제발...)
  • 겨울방학이 시작된 날 나는 어느 동네 놀이터 그네에 앉아 얼굴을 푹 숙이고 있었다. 나는 공부도 못하고 얼굴도 평균 이하고 잘 하는 것 하나 없고 친구도...... 없었다. 아이들이 서로 방학 잘 지내라며 인사하고 까불 때 나는 묵묵히 학교를 빠져나왔다. 홀가분하면서도 우울해서 집에 바로 가지 않고 늘 가던 하교길에서 벗어나 놀이터를 찾아왔다. 코를 훌쩍이며 그네를 흔들고 있는데 그림자가 다가왔다. 고개를 드니 낯선 어른이었다. 학생 지금 몇시지? 세 시 삽십이분이요. 나는 폰을 꺼내 확인하고 말했다. 폰을 두고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무슨 상관인가 싶었다. 발로 흙을 문대며 그 어른이 가기를 기다렸는데 가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불편해서 발에 시선을 집중하며 생각했다. 시간 알려줬잖아, 이제 가버려. 하도 안 가길래 내가 일어설까도 생각했지만 워낙 소심해서 몸이 굳어버렸다. 그때 그 어른이 입을 열었다. 학생, 이 장갑 줄까? 손이 시러워 보이는데. 아뇨. 사양말고, 자. 손이 빨갛네. 모르는 사람한테 뭔가를 받기가 싫어서 용기를 끌어모아 자리에서 일어서자고 다짐했다. 그러나 한발 늦었다. 그 어른이 내 무릎에 장갑을 두었다. 내가 돌려주려고 하자 그 어른은 웃더니 말했다. 사양하지 말아. 사실 말이지, 그 장갑을 끼면 뭐든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겨. 그러면서 그 어른은 성큼성큼 가버렸다. 나는 그네에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서 뒷모습을 바라봤다. 손에는 장갑의 맨들맨들하고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가죽장갑이었다. 이런 걸 내가 써도 되나. 손에 끼워봤다. 딱 맞았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그날부터 장갑은 내 제2의 피부가 되었다. 어쩐지 장갑을 끼면 혼자라는 느낌은 사라지고 왠지모를 밝은 기운이 솟아났다. 공부할 때도 산책할 때도 심부름 갈 때도 언제나 끼고 다녔다. 도서관에서도 꼈는데 사람들이 흘금거리며 쳐다봐도 개의치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같은 반 아이 둘이 걸어가는게 보였다. 전에 같으면 고개를 푹 숙이고 못봇 체 하며 갔을 텐데, 나도 모르게 장갑 낀 손을 번쩍 들고 인사를 했다. 좀 놀란 아이들이 이내 반갑게 인사해주었다. 그 뿐이었지만 내겐 놀라운 변화였다. 겨울방학 내내 장갑과 함께 하면서 나는 공부도 열심히 하고 과제도 미리 끝내고 추운 날씨에도 나가서 운동을 했다. 그 덕 분인가 학년이 올라서 본 첫 시험에서 등수가 확 올랐다. 몸도 튼튼해져서 강해진 기분이 들었다. 아이들과도 적당히 인사도 하고 수학문제도 같이 풀고 가끔 농담도 나누게 되었다. 그러다 같이 점심도 먹게 되었다. 수업시간에는 장갑을 낄 수 없어서 가방에 넣어 두지만 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장갑을 꼈다. 날씨가 많이 풀렸지만 털장갑이 아니라 가죽장갑이라서 보기에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학년이 오르고 처음으로 엄마한테 혼났다. 여름방학 때였다. 내 손이 짓무른 걸 엄마한테 들켰다. 이 더운 날씨에 장갑을 끼고 있으니까 그런 거라며 당장 갖다 버리라고 했다. 엄마는 내 손에 약을 발라 주셨다. 장갑은 너덜너덜했다. 가죽소재를 다루는 법을 몰랐던 나는 더러워지자 물로 빨았다. 갈라져서 가루가 떨어지는 장갑을 나는 절대 버릴 수 없었다. 엄마한테는 전에 같은 반이었던 친구한테 받은 선물이라고 해두었다. 엄마는 선물받은 걸 소중히하는 건 좋지만 너무 낡았다며 새로 사줄 테니까 버리라고 했다. 그리고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이 더위에 무슨 장갑이야. 당장 갖다 버려. 갑자기 눈물이 떨어졌다. 나는 이 장갑이 없으면 안 된다. 그렇지만 이걸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작년 겨울 방학이 시작됐을 때 왜 집으로 곧장 오지 않고 남의 동네 놀이터에 갔었는지 어떻게 설명하겠나. 낯선 어른에게 이 장갑을 받았다고, 이 장갑을 끼면 뭐든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고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나는 어린아이처럼 눈물을 흘렸고 그 때문에 엄마한테 더 혼났다. 결국 장갑을 쓰레기봉투에 담겨 버려졌다. 장갑 생각에 잠을 못 이루던 나는 한밤중 몰래 나갔다. 후래시 불빛에 의지해 봉투를 하나하나 뜯다가 경비아저씨한테 걸려서 결국 집으로 전화가 갔다. 한바탕 난리가 가라앉고 나서, 또 한번 울고 나서야 나는 울먹이며 엄마에게 그 겨울날 있었던 일을 사실대로 말했다. 진작에 말했으면 좋았겠지만 그제야 입이 터졌다. 나를 토닥이던 엄마가 물었다. 학교에선 안 꼈다며? 응. 근데. 응? 장갑 없이도 할 수 있다는 거잖아. 공부도, 친구 사귀는 것도. 그런가? 그럼. 그럴까? 응. 다음날은 좀 우울했다. 하지만 점점 진정되었다. 엄마의 재촉에 피부과 병원에 갔다와서는 책상 앞에 앉아 공부를 해봤다. 손이 허전했지만 그뿐이었다. 친구에게서 카톡이 왔다. 평소처럼 시덥잖은 농담을 좀 하고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바뀐 건 하나도 없었다. 장갑이 없이도 잘 해나갈 수 있을거 같았다. 그 장갑을 끼면 뭐든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겨. 그때 그 어른이 한 말이 생각났다. 어쩌면 그 어른은 내게 거짓말을 했는지도 모른다. 의기소침하게 혼자 그네를 밀고 있는 내게 마침 갖고 있던 가죽장갑을 내밀며 희망을 주려 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거짓말이 먹혀들었다. 그 추운 겨울 내 손을 감쌌던 가죽장갑은 유난히 따뜻하고 멋있었고 뭐든 해볼 용기를 주었다. 속으로 그 이름도 모르고 얼굴고 가물가물한 어른에게 고맙다고 했다. 나는 계속 공부도 잘 했고 친구들과도 잘 지냈다. 내 평생 이렇게 즐거운 한 해는 처음이었다. 겨울방학이 되었을 때 엄마가 내게 새 가죽장갑을 내밀었다. 선물이야. 고마워. 근데 가죽장갑 없이도 잘 하는데 뭐. 날씨 추워졌으니까 껴. 어. 새 가죽장갑을 껴봤다. 안의 감촉이 부드러웠다. 엄마의 성의를 생각해서 엄마가 볼 때 가끔 끼었지만 나는 그 장갑을 최대한 끼지 않고 아꼈다. 겨울이 가면 잘 보관해 둘 것이다. 보관해 두었다가 어른이 되면 겨울에 주머니에 넣고 다닐 것이다. 그러다 어떤 아이가 의기소침해서 텅 빈 놀이터나 공터에 혼자 앉아 있으면 다가가 별 시덥잖은 질문을 던지며 다가갈 것이다. 그리고 이 장갑을 건네줄 생각이다. 그 장갑을 끼면 뭐든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겨. 아이고~ 너무 길게 써버렸네. 다음 소재는 시계방 아저씨.
  • 나는 시계방 아저씨다. 뭐 그 외엔 나를 설명할 단어가 없는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시계를 좋아했고, 돌잔치 때 잡은 것도 어떤 좋은 시계를 찬 아저씨가 재미로 놔둔 시계를 골랐다고 한다. 그래서 좋아하게 된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늘 시계에 관심이 있었고 아빠한테 매일같이 졸라서 초등학교 3학년 때 첫 카시오 시계를 살 수 있었다. 정말 행복했다. 시간을 확인하는 일도 그와 동시에 시계를 보는 시간이 흐뭇했다. 그러면서 나는 무의식적으로 굉장히 정확한 성격이 되었다. 모든지 내 시계의 시간을 기준으로 계획을 짜곤 했다. 습관처럼 시계를 보다보니 몸까지 시계가 된 건지 배꼽시계보다 더 정확하게 시간을 맞추는 능력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약속시간을 나는 굉장히 소중히 하는 사람이 되었고, 굉장히 계산적인 사람이 되었다. 이런 성격은 사회생활에 큰 도움이 되었다. 나는 시계방 아저씨가 되기 전까지 꽤 이름있는 기업의 차장으로 있었다. 하지만 뭔가 늘 과제를 끝마치는 느낌이 싫어서 퇴사를 하고, 내가 뭘 제일 좋아하나 생각해보니 답은 시계를 보고있는 내 눈이 알려주었다. 아 나는 시계를 좋아하는 구나. 그 때부터 번 모든 돈을 들여서 시계를 샀고, 여러가지 자격증도 땄다. 시계를 좋아만했지 자격증도 따야하는 줄은 모르고 있었다. 여차저차해서 3년이란 시간이 지나고서야 나는 시계방을 차릴 수 있었고, 약간은 영화 아저씨에 나오는 전당포하는 아저씨같은 가계를 만들었다. 만족스러웠다.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물건과 함께 인 것이. 나는 평범한 시계방 아저씨지만 내 시계들은 특별하다. 시계야 말로 내가 되고자 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 소재는 '도서관'
  • 내가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은 삼촌의 집에 있었다. 그는 졸부였고 책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일찍 죽은 자신의 아내의 취미를 동경했기 때문에 그녀가 죽은 이후 집 안에 도서관과 비교될 만한 서재를 만들었다. 새로 시공한 넓은 실내의 삼층 전부를 차지한 책장은 어딘가 으스스할 정도로 골동품이었다. 이것 또한 삼촌이 아내를 따라 흠모했던 것이다. 그 안에는 동화책이나 청소년 소설, 현대 외국 서적은 물론 라틴어로 적힌 책이나 고전 작품들이 꽂혀 있었는데 저명한 작가들의 책부터 유명하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좋아했던 삼류 작가들의 책까지 뒤죽박죽 꽂혀져 있었다. 삼촌이 새로 산 책도 있었으나 그녀가 죽기 전 그녀의 작은 서재에 있었던 책들도 있었다. 그곳을 자주 쓰는 건 주로 나였다. 어릴 적부터 엄마와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삼촌과 꽤나 친했던 나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삼촌의 집에서 책을 읽다가 잠들었다. 커서는 도서관을 갔지만 가끔 추억 삼아 삼촌네 집에서 책을 읽기도 했다. 내가 그 곳을 유독 좋아하는 건 삼촌의 아내였던 숙모가 어릴 적 내게 다정하게 굴었던 일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하얗고 도도해 보이는 얼굴, 부드럽지만 강단 있는 성격이었다. 피 하나 통하지 않은 사람이었으나 처음 그녀의 작은 서재에서 본 담배곽이라던가, 은색 파이프, 만년필, 온갖 그림과 회화 등 방 안을 구성하는 중후하고 빈티지한 것들이 나를 사로잡았다. 먼지가 금빛으로 산란하는 곳에서 책을 읽는 그녀의 얼굴이 날 향해 우아하게 웃던 모습, 동화책이나 내가 직접 고른 책을 읽어주던 음성이 나를 안온하게 했다. 또한 커가면서 점차 알아챈 그녀의 우울도 내게는 미의 일종이 되었다. 다음 소재는 "손"
  • 서른 살 그는 손이 없다. 예닐곱 살 쯤 되었을 무렵에 골목길에서 공놀이를 하던 것이 화근이 되어 그만 교통사고로 양 손을 모두 잃게 된 것이었다. 워낙 어릴 때 있었던 일인지라 또렷이 기억나는 것은 없어서 그저 원래 없다, 생각하고 산다. 서른 살 그에게는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 그녀는 다리가 불편하다. 휠체어 없이는 벽을 짚고 근근히 움직인다. 서른 살 그는 일용직에 종사하고 있다. 손이 없어 다소 불편한 점은 있어도 일은 잘 해낸다. 그녀는 장애인 교육 센터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다. 최근 들어 그녀가 직장 일을 힘들어 한다. 강사 숫자가 부족한 탓에 많은 사람을 홀로 감당하려니 스트레스가 소리 없이 쌓여 가는 듯 했다. 더군다나 요즘따라 그녀는 다리가 불편한 것에 대해 여러 생각이 드는 것 같았다. 한때 운동선수를 꿈꾸었던 사람이니 운동이 하고 싶은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따라 그녀가 더 불안해 보였다. 서른 살 그는 그녀를 위로해주고 싶었다. "나 정말 뛰고 싶어. 당신은 다리가 멀쩡하잖아. 나도 차라리 손이 없었으면 좋겠어. 당신처럼 손만 없었다면, 다리가 아니라 손이 마비됐다면- " 그녀는 흐느껴 울었다. 미안했다. 위로하려는 그의 의도와는 다르게 그녀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된 것 같았다. 그저 다리가 있다는 사실이 그녀에게 있어 열등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일 줄은. 그는 등 돌린 그녀를 안아주고 싶다. 그러나 서른 살 그는 그녀의 왜소한 어깨를 감싸안을 수가 없다. 서른 살 그에게는 움츠린 등을 토닥여 줄 두 손이 없다. 멍청한 새끼. 등신같은 놈. 서른 살 그는 이십 여 년 만에 처음으로 간절하게 손이 갖고 싶다.
  • >>105 다음 소재를 안 썼네.. 다음 소재는 발바닥
  • 그는 가끔씩 내 발바닥을 쳐다본다. 물끄러미 또 집요하게. 나는 묻는다. 왜 그렇게 쳐다보냐고. 그는 대답하지 않고 웃는다. 그런 그의 행동에 익숙해질 무렵 나는 사고를 당했다. 내 두 다리는 망가졌고, 발레리나였던 나는 더이상 춤을 출 수 없게 되었다. 나는 울었고, 그도 울었다. 그 날 이후로 그는 내 다리는 물론, 발바닥도 쳐다보지 않게되었다. 나는 물었다. 왜 쳐다보지 않느냐고. 그는 역시 웃었다.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는건가 싶어 시선을 돌리는데 어쩐지 울컥하고 눈물이 나왔다. 내가 울자 그는 크게 당황하며 나를 달랬다. 하지만 내 눈물을 쉽게 그치지 않았다. 나는 다시 물었다. 왜 쳐다보지 않느냐고, 내 못생긴 발바닥이 쓸모가 없어졌으니 이제 쳐다볼 가치도 없어진 거냐고. 그러자 그는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예전에도, 지금도 너를 위해 희생한 네 발은 너무 아름다워." 그가 나의 볼품없는 발바닥을 쓰다듬었다. 그동안 혹사당해 뒤틀린 못난 발은 그의 손에서 소중히 쓰다듬어졌다. "아름다워." 나는 울었고, 그는 웃었다. 급 찌통물로 변신시키기 ㅋㅋ 다음 소재는 <물통>
  • 더운 날씨다. 상당히 덥다. 아무래도 안되겠어서 차가운 물을 물통에 담으려 자리에서 일어선다. 정수기는... 제 1영업팀 바로 옆이였던가. 물통의 새겨져 있는 이름을 만지작거린다. '이가온'.벌써 7년 전의 이야기다. 한창 더울 때. 지금같은 날의 여름에, 우리가 만났을 때, 나는 전학생이었다. "어.... 가평에서 전학온 하시운이라고 해. 잘 지내자." 아이들이 수군거린다. 이런건 역시 싫다.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을 때쯤 선생님이 자리를 지정해주셨다.길고 길게 느껴졌던 자기소개 시간이 지나고, 나는 교실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자리에 앉는다. '안녕! 난 이가온이야. 잘 지내보자!' 자리에 앉자 옆의 여자아이가 귓속말로 말을 걸어온다. 짝은 검은색 장발의 여자아이. 활발한 분위기다. 딱 보니 인기가 많은 스타일이다. 솔직히 말해 상당히 예뻐서, 나도 모르게 첫만남인데도 넋놓고 바라보게 되었다. '?' '아... 아니야. 잘부탁해. 나는 아까 들었다시피 하시운이야.' 그런 나의 모습에 배시시 웃으며 '뭐야~' 라고 말하는 너. 그런 너의 모습에 저절로 우리 사이의 거리를 의식하게 된다. 조금의 시간이 흐르고, 우리는 어느새 학교에서 절친으로 떠오르게 된다. 조금은 사귄다고 의심하는 아이들의 의혹을 받으며. 그 또한 웃어넘기면서, 동시에 너를 의식하면서. 그날 밤, 나는 너와 단둘이 만나게 된다. 소년의 설레임을 마음에 담아두며 나갔던 약속장소에는 하얀 원피스를 입고있었던, 그 어느때보다 예뻐보였던, 그리고 어두운 표정을 짓고있었던 네가 있었다. 그리고 너는 말하겠지. '나... 이사가...' '...뭐?' '아버지 일 때문에... 급하게... 내일 바로...' 항상 밝았던 너의 목소리는 힘없게 들렸다. 할말을 잃었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안타까워서, 네가.... 가지 않기를 바라서. 당황한 눈으로 너를 보았을 때 너는 이미 울고있었다. 자신이 울고있는 것 조차 눈치채지 못한 상태로. 우리의 이름이 하나씩 새겨진 두 개의 노란 물병을 건네며. '이거... 마지막 선물이니까...' '...' '계속... 가지고 있어줄거지..?' 간신히 물병을 손으로 받아든다. 어느새 내 눈가도 촉촉해져 있었다. 목이 메인듯한 느낌을 받으며 간신히 몇마디를 한다. '고마워. 잘가.' 그 말을 들은 넌 미소를 짓고는 이쪽으로 다가왔다. 천천히.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천천히. 그리고 눈치챘을때 나는.... 첫키스를 하고있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나는 너의 모습을 어디에서도 보지 못하였다. 네가 적어준 주소로 가봐도 이미 또 다른 곳으로 이사갔다고만 할 뿐. 회상이 끝났다. 나는 어느새 정수기 근처에 도달해 있었다. 그리고 정수기 앞에서는 너를 생각나게 하는 검은색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가 노란 물통에 물을 받고 있었다. 명찰을 봤다. 신입사원...... "이가온?" "....하시운?" 너가 나를 보았다. 나도 너를 보았다. 우리는 서로를 보았다. 물통은 드디어 나머지 반쪽을 찾았다. 우리도였다. 우리가 만났을 때는, 아주 더운 여름이었다. 좀 길게 썼네... 재밌다... 다음 주제는 '기차'
  • 바닥에 주저 앉아, 아득히 뻗어나간 철길을 망망연히 보았다. 선로에 귀를 대었더니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네가 영영 떠나가버린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선로에 손을 때질 못했다. 아주 미약한 진동이나마 느껴지면 그게 네가 아직은 그렇게 멀리 가지 않았다는걸 확인시켜 줄 것 같아서. 차가워지는 바람에 이가 딱딱 맞부딪힌다. 저 궤로가 중간에 끊겨버렸으면. 기차의 엔진이 원인도 모르게 아예 멎어 버렸으면......철길은 끝이 없고 기찻길을 따라 점점 멀어지는 너의 냄새가 아예 없어질까봐 겁이 났다. 애처럼 엉엉 울었다가, 짐짓 무던한 척도 해봤다가, 궤도를 따라가 보려고 일어났다가, 포기하고 다시 앉았다가. 널 뺏어간 철길이 야속하기만 했다. 나는 내 심장을 가로지르는 철길을 떠나지 못했다. 비릿한 피냄새가 몸에 배도록 꼭 껴안을 수 밖에 없었다. 바람이 세지고 덩달아 날카로워지는 바람소리에 혹시나 들려올지도 모르는 기차 소리 마저 듣지 못하게 되니, 나는 할 수만 있다면 너를 실은 기차에 몸을 던지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울음을 터뜨린다. 그러다 내 머리칼을 파고드는 바람이 네가 떠나간 곳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만약 그렇다면 기차 소리를 듣지 못해도 괜찮다. 내가 하는 말이 바람을 타고 너에게 가기라도 할테니. 나는 울음을 그치고 목이 쉬도록 외쳤다. 넌 어디쯤 있냐고. 하지만 넌 분명 그렇게 말하겠지. 기차 소리 때문에 못 들었어. 너무 정신없이 써서 글이 엉망이야 ㅋㅋ큐ㅠㅠ 다음 주제는 [익사] 어때?
  • 눈 앞에 아득히 멀어져가는 하아얀 빛을 보며, 그저 생각하였다. 아, 내가 물에 빠지고 있구나. 죽는다는 것에 아무런 감흥도 들지 않았다. 다만, 이런 순간에서야 어릴적의 기억들이 떠오른다는 것이 혐오스러웠다. 만약 내가 물에서 빠져 나갈 수 있다면, 동생에게 더이상 괴롭힘을 당하지 말라고 주의를 줄 것이다. 그 다음에는 언니에게 다음에 함께 노래방을 가자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사람에게. 그 사람에게... 그 사람, 누구였더라. 내 마지막까지 따라붙었던 그 사람이 기억나지 않았다. 망할, 끝까지 도움조차도 안되는 사람. 그 사람을 비웃을 거야, 라고. 단순하디 단순한, 어리석은 것을 생각한 순간ㅡ 나는 파랗고 또 파란 하늘속에 스며들어가는 착각을 하였다. _ 음 으음 다음 주제는..,,, 애증!
  • 카페에서 담배를 태우는게 자유로왔던 2004년 7월 어느날. 그날은 유난히 소파 속으로 더 꺼지는것만 같았다. 서둘러 담배를 한개피 꺼내 입에 물고 라이터를 튕겼다. 막힌 숨을 들이키듯 담배 한모금을 삼켰다 뱉어내니 먼저 카페를 나선 그녀가 유리창 너머로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다 이내 돌아서 가버렸다. 그녀는 내가 담배를 태우는걸 무척이나 싫어했다. 담배 한개피 입에 물기 무섭게 아랫입술을 툭 내밀고 미운소릴 해댔는데. 담배를 물고 있는 내 모습에 저렇게 예쁜 얼굴로 작별인사를 하니 정말 이별이구나 실감이 난다. 남자가 생겼댔다. 오래 만난만큼 놓아주는것도 편하게 놓아주자 했다. 느닷없는 이별 통보에 반박도 하지 못했다. 아직 널 사랑한다고도 말하지 못하였다. 그녀를 허무하게 보낸 그 해 여름을 나는 사랑하고 또 증오하였다. *수제비
  • 형이 늦는다. 밥이나 차려놓으라던, 그런 퉁명스러운 말을 하면서도 올때 아이스크림을 사가겠다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해주던 형이 늦는다. 괜히 걱정되어 전화해보지만 부재중을 알리는 음성만이 전화기에서 들려올 뿐이었다. 수제비를 해놨는데. 형이 좋아하는 수제비를 해놨는데. 어째서 오지 않는 걸까. 이미 수제비는 차갑게 식어버린지 오래. 벌써 새벽 1시다. 왜 이럴까. 아무 이유 없이 늦는 형이 아닌데. 자꾸 올라오는 초조한 마음을 억누르려 방을 이리저리 걸어다닌다. 새벽 3시. 형의 직장에도 전화를 걸어보고 형의 여자친구에게도 문자를 넣어보았지만 답은 오지 않는다. 포기하고 잠을 자려던 순간 전화기에서 벨소리가 울린다. "네 ...입니다." "아... 저 ...씨 동생분 맞으신가요?" 전화기에서 낯선 음성이 들린다. "맞습니다. 무슨일이시죠." "경찰입니다." 경찰이라는 말이 조금 불안해짐과 동시에 안도감이 든다. 누구랑 싸운 걸까. 아니면 술먹고 길에서 잔 걸수도. 이런 저런 추측을 하던 중 이어진 경찰의 말이 이어진다. 그래서- "뭐라고요?" 툭. 핸드폰이 떨어진다. 물건을 놓친 손은 단지 허공을 맴돈다. 핸드폰에서 나는 소리는 이미 들리지 않는다. 시계는 계속해서 흘러간다. 내 시간은 멈추었다. 밖에서는 새가 지저귀기 시작한다. 나에겐 소음일 뿐이다. 새벽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소리가 활기차다. 나에겐, 더 이상-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는다. 초점을 잃은 눈동자는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수제비가 담긴 그릇에 고정된다. 이내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걸어가 한숟가락 떠먹어본다. 놀랍게도,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너무 휭설수설했나. 새벽이라... 다음 주제는 '우주'
  • 본인의 뱃속에서 발길질을 해도 그저 기쁘해주시던 그대. 응애 하고 태어났을뿐이었는데 누구보다 나를 사랑해주시던 그대. 두발로 일어나 걸었을뿐이었지만 박수치며 기뻐하시던 그대. 받아쓰기 만점을 받자 천재라며 칭찬해주시던 그대. 사춘기에 접어들며 일탈행위를 해도 유일하게 나를 이해해주시던 그대. 하지도 않았던 공부타령을 하며 온갖 응석과 반항을 그저 가여운 눈으로 나를 보듬어 주신 그대. 대학에 합격하자 나보다 더 기뻐해주셨던 그대. 군대간다는 말에 울며 나를 보내셨던 그대. 취업전선에서 힘들어 하며 포기를 생각할때 동기부여로 유일한 아군이 되어주셨던 그대. 이제는 더 이상 내앞에 없는 그대. 밤하늘에 모든 별을 품어 나를 빛낸 그대여. 그 어떤 은하수보다 아름답고 여명과 황혼보다 더 빛나는 그대여. 어머니라는 이름의 우주. 오늘따라 별 한점없이 흐린 밤하늘이 야속하기만 하다. *다음 주제는 장갑입니다.
  • 그 날은 추운 겨울이었다. 당신은 손이 차가운 사람이었고, 나는 손이 따듯한 사람이었다. 당신과 길을 걸을 때면 나는 늘 손을 잡아주는 게 일상이었다. "당신 손은 늘 따듯하네요." 하고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있었다. 그 후론 줄곧 미적지근한 손을 억지로라도 따듯하게 데우려 입김을 후후 불었다. 따듯하지 않으면 당신의 손을 잡아주는 의미가 없어질까, 아니 실은, 손을 잡을 명분이 사라질까 안절부절 했던 것 같다. "장갑이라도 살까봐." 따듯했던 나와 당신의 손이 만나 미지근해 질때면 당신은 늘 나에게 말을 했다. 나는 당신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냥 손 잡아주면 되는데. '손 잡는 게 더 좋은데.' 하지만 내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고, 당신은 날 무뚝뚝하다며 입을 비죽 내밀곤 했다. 그런 당신이 귀여워 더 말을 않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이거 봐, 예쁘지?" 결국 당신은 민트색 벙어리 장갑을 사서 내게 자랑을 했고, 내게 이제 손이 시렵지 않을 거라며 좋아했다. 그 때는 그 모습이 그렇게 귀여웠다. 비록 직접 온기를 느낄 수는 없지만, 벙어리 장갑을 꼈음에도 내 손바닥 안에 쏙 들어오는 크기의 손을 가진 당신이. "딸, 장갑 껴야지." 당신은 딸의 손을 감싸준다. 당신은 알까. 작은 딸아이가 자신을 닮아 손이 차다며 분홍색 장갑을 사주는 당신이, 그 작은 손에 장갑을 끼워주며 귀엽다고 딸아이를 보고 배시시 웃는 당신이, 내겐 더 귀여워 보인 다는 것을. 딸 아이와 함께 장갑을 낀 채 손을 잡고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우리가 연애할 때 잡았던 당신의 손과 나의 손을 맞잡으며 온도를 맞춰가던 그 때가. >>우와 어려워. 마지막에 갈수록 흐지부지 되는 느낌이라 아쉽다. 다음 주제는 '혼밥' 이야!
  • 혼자가 된 건, 언제부터였을까. 우울한 마음으로 책가방을 맨 채 집을 나섰다. 깜박거리는 가로등, 아침임에도 약간 어둑한 것 같은 회백색 거리. 어쩐지 으스스해서 무심결에 한숨이 나왔다. 새하얀 입김이 뿜어져나왔다. 벌써 겨울이 다가왔구나. 거리를 더듬듯이 걸어가다보니 익숙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정신사나운 노란 간판, 눈에 확 드러오는 화려한 글자들. 편의점이었다. 어둑한 거리에서 빛나는 그 모습이 뭔가 어색해서 살짝 망설이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딸랑하는 벨소리가 귓가를 때리는 것 같았다. 평소 자주 보는 편의점 알바와 시덥잖은 인삿말을 나누고는 선반에 놓여있던 샌드위치와 음료 하나를 고른 뒤 카운터에 올려놓았다. 언제나 앉는 익숙한 자리에 앉아서 기계적으로 포장지를 뜯고 샌드위치를 입안에 우겨넣었다. 마지막으로 누구랑 같이 식사해본 적이 언제였는지 이젠 기억조차 나지 않아. 이제는 맛조차 외워버린 싸구려 샌드위치에서는 왠지 씁쓸한 맛이 나는 것 같은, 그런 착각이 들었다. 으에에, 왜 이리 글은 쓰기 어려운 걸까나. 누구 고쳐야 할 점 지적좀 해주지 않을래. 다음 주제는 '티비'야!
  • 그 사람이 나를 보고있었다. 그 사람의 존재를 알게된것은 얼마전이었다. 평범하게 퇴근을 한 뒤에 집에 누워 tv를 켰더니 그 사람이 날 지켜보고있었다. 그 사람 역시 나처럼 매우 편안한 복장을 한 체 손에는 몇 모금 마신 맥주캔이 들려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그 사람도 다가왔고 내가 멀어지자 그 사람도 멀어진다. 내가 울면 그 사람도 울었고 내가 기뻐하면 그 사람도 기뻐했다. 사람을 안만난지 꽤 됬지만 유독 그 사람은 미소가 아름다웠다. 그 사람에게 잘보이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그 사람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자신의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싶다며 약속장소와 날짜를 잡고 우린 헤어졌다. 몸을 만들며 스타일이라던가 평소에 신경쓰지않던 것들을 조금씩 바꾸어 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나 스스로 완벽하다는 생각을 하고 옷을 차려입은 뒤 약속장소로 향했다. 한적한 공원에는 떨어진 음식 부스러기를 주워먹는 비둘기와 젊은 연인 몇쌍뿐이었다. 그때 누군가 내게 말을 걸었다. 그 사람이다. 우린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지내왔던 것처럼 서로에게 깊은 호감을 가졌고 다음에 볼것을 약속하며 서로의 번호를 교환하고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집에와서 문듯 깨달았다. 우리집에는 TV따위는 없었다. 이 일이 믿겨지지가 않아 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걸자마자 받은 그 사람은 나와 정확히 똑같은 말을 동시에 했다. "오늘 내게 기적이 일어난것같아." *생각나는데로 막썼는데 우리집 구피가 써도 이것보단 잘쓰겠네 망할.. 다음 주제는 '옷걸이'야!
  • 오늘도 어김없이 평범한 길거리를 걷다가 문득 고개를 돌렸다. 유리창 너머로 바쁘게 움직이는 옷가게 직원들. 유명한 브랜드에 쓰는 인력들도 많아서 똑같은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 그중에 너는 없었다. 나는 무의식에 문을 열고 들어갔고 그때조차 네가 없을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아무 옷이나 들어서 대충 거울을 보고 대보면서 사는 척하며 나는 그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혹시나 당신이 있을까봐. "필요한것 있으세요?" 모르는 직원이 와서 물을때 나는 이 옷을 좀 본다고 둘러대곤 했다. 손은 자연스럽게 옷과 옷걸이를 분리해서 옷걸이는 아무대나 던져놓고는 나는 그 옷을 한번 더 몸에 대보았다. 사지도 않을 무의미한 행동. 단지 이곳에 조금이라도 오래 있으려고. "옷걸이 그렇게 막 던지면 안돼요" "옷이 빛나는것은 이런 부속품들이 있어서라구요. 그러니까 조금은 아껴주세요" 그때 너의 얼굴은 그 무엇보다 희망차고 행복해보였어. "손님, 손님?" 한 직원의 부름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빠르게 그곳을 나왔다. 나는 밖으로 나가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너를 만나지 못하는 이유가 네가 더 행복한 곳에 있기때문이라고, 적어도 이런곳에서 빠져나왔으면 더 행복해야한다고. 이런상황에서 조차 너의 행복을 비는 내가 참 원망스러워. 다음 주제는 낭만적인 키워드로 ㅎㅎ '불빛'
  • "아...오늘 버스 끊겼네." 대학에서 뒷풀이를 하고 집에 가려고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가 오지 않아 핸드폰을 보니 시간은 새벽 1시. 할수없이 나는 힘 없는 발로 집을 향해 걸어갔다. "진짜 술 적당히 마셔셔 다행이지. 석준오빠가 계속 마시라고 한거 계속 마셨으면 길거리에서 곯아 떨어졌겠네." 새벽이라 그런가? 터벅터벅 걸어가는 소리는 내 발걸음 밖에 소리나지 않았다. 여기저기 문닫은 가게들. 아무리 내가 둘러봐도 여는데는 없었다. 그런 가게들을 보면서 걷는 나는 왠지모를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뭐야...갑자기 웬 눈물이야. 휴지도 없는데. " 갑자기 저 가게들이 내 심정에 이입되는 건 뭘까? 항상 사람과 대화하면서 느꼈다. 난 얘기하고 있지만 상대는 항상 문닫은 가게처럼 안 듣는다는 것. 항상 얘기해도 그 사람들은 '겉'으로 들어줄 뿐. 내 말을 들어주질 않았다. 그런데도 멍청하게 쓸때없이 눈치보고, 사소한 말에 신경쓰는...그런 내가 너무밉다. '진짜 나 왜 사냐...' 그렇게 자기비하를 하면서 집으로 가고 있을 때였다. 우리동네는 주택가라 불빛이 잘 들지 않는 곳이였다.그런데 조금 멀리서 어느 불빛이 보였다. 그 불빛이 보이는 곳을 쳐다보며 아직 켜져있는 데가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걸어가고 있었다. 거의 다 보였을 쯤에 그 불빛은 다름아닌 편의점이였다. "여기 편의점 새로 생겼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포스터 글 내용이 보였다. 딱 봐도 연예인이 나온 홍보용 포스터. 하지만 내용은 왠지 모르게 공감이 가는 내용이였다. '많이 힘들죠?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고, 그런데 그럴수록 더 강하게 단련해야 된다는 거. 이런분들을 위한 특별한 음료! 00샤워! 00샤워를 마시고 힘든 나를 샤워 하자!' 뭔가 절묘한 포스터라 생각했다. 마침 숙취 때문에 뭔가를 먹어야만 했던 나는 그렇게 편의점으로 들어가 음료수를 사서 계산을 하려고 했다. "이거 1+1원인데 하나만 계산 할까요?" "아뇨. 하나 더 가져올게요." 그렇게 계산 하고 있을 때 점원을 슬쩍 쳐다보았다. 상당히 밝아보이고 씩씩해 보이는 여자 점원이였다. 이런 야간에 여자 혼자서 한다니. 시간이 부족한 모양이구나. "여기 새로 생겼어요?" "네~ 일주일 전에 새로 생겼어요." 인상이 좋아보였다. 싱글벙글한 모습으로 이렇게 힘든세상에도 꿋꿋하게 알바하며 계산하는 모습을 보니 저 점원의 성격이 부럽다고 생각했다. "여기 주택가라 문 여는데가 저희 편의점 밖에 없더라고요. 참 재밌어요~" 정말 밝은 성격의 소유자구나. "일 때문이나 진상들로 힘들텐데 안 힘들어요?" "힘들죠~ 근데 그런 재미로 사는거죠. 이렇게 힘들맘큼 언젠가는 대박나겠지 하고요~" "아, 그렇구나..." "그리고 여기 사람들이 들어 올때 재밌어요. 다들 사람살기 다 갑갑한 모양이더라고요. 이런저런 얘기도 해주신 손님들도 있었구요." "요즘 세상이 다 그렇죠." "그래서 요즘 그런 분들 보면서 더 잘 대접해드리고 싶고 더 웃게되요." 웃으면서 현금 거스름돈을 주는 점원. 마음도 선량하고 옳곧다고 생각했다. 저런 사람들은 어떻게든 성공할 것 같았다. 아니, 분명 성공할거야. "그래서 전 손님들이 나가실 때 더 크게 인사하려고 해요. 많이 힘들만큼 더 기운내라고요." "아, 하하.." "요즘 세상이 내 마음대로 안되고, 여기 치이고, 저기 치여도, 눈 딱 감고 참으면 언젠간 내가 편해질 날이오겠죠~" "그랬으면 좋겠네요." 방긋 웃으면서 올껄요? 하는 점원의 말을 듣고 편의점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할 때. "안녕히 가세요! 또 오세요!" 편의점을 나와 거리를 걷다가 갑자기 울컥해서 눈물이 나왔다.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던 걸까. 저렇게 세상을 당당하게 사는 모습이 비교되었던 걸까. 나도 저렇게 살고 싶었고 언젠간 꽃밭이 열리는 순간이 올꺼라 생각했는데...언제부터 이런 부정적인 생각을 했을까. 점원의 말 한마디가 정곡을 찌른 기분이다. 나도 저 사람처럼 힘들어도 꿋꿋이 살아간다면. 분명 길이 열릴까? 지금까지 치인 관계들도 버텨낸다면 더 나은 길이 열릴지도....모르겠다...이런 생각하고 참 나도... 분명 난 힘들다. 지금도 힘들다. 그런데 왜일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이 험한 세상에 불빛같은 느낌. 새벽에 다 닫힌 가게에서 불빛처럼 환하게 켜진 편의점을 보고 조금이지만 마음이 따뜻해진 느낌이 들었다. "그 점원. 말 참 잘하네. 사람으로 태어난거 힘들긴 해도 한번 끝까지 살아봐야겠지." 아마 난 저 편의점을 자주 갈 것 같다. 어두운 새벽에 길 잃었을 때 저 편의점의 불빛을 보고 길을 찾을 수 있게. . . . 다음은 코미디로 감당~
  • 코미디, 그래, 희극. 희극의 주인공들은 언제나 밝게 웃으며 막을 내리지만, 너와 나는 그렇지 않았다. 비극적인 눈물을 샘에 담은 니가 차디 차고 울먹이는 목소리를 뿜을 때면, 그 목소리가 내 폐부 깊숙히를 찍어눌러 결국 내 생을 종결 하는 거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는 너를 만나지 않았다. 너를 만날 수만 있다면 뭐든 하겠지만, 어리석은 머리는 너를 만날 수 있는다 해도 다시 눈을 감아 환상을 청하기를 요청할 뿐 이었다. "...헤어지자." 호환마마 같은 천둥번개의 목소리, 가녀리지만 관능적인 니 입술이 나에게 고한다. 작은 희노애락이 목 끝 부터 내 귀까지, 끝을 모르는 사람들 처럼 불타게 사랑한 우리는 그 말로써 끝을 맺는다. "..응." 아쉽지만 나는 너를 붙잡을 형편이 안된다. 불우한 인생사에 너란 희극을 끼얹을 수는 없으니, 너를 그만 보낸다. 코미디 같고 희극의 반전을 더해 아름답고 찬란하였던 우리의 생의 종지부를 맺는다. 따뜻한 품결의 아름다움은 결국 멀어져 잊혀지고, 사랑의 찬란함을 숭배하던 나는 그저 죽어버릴 뿐이다. 내 안의 악령은 그저 욕망만을 태우며 사라져갔고, 나는 너란 가시에 묶인 채, 평생을 눈물짓는 밤을 보내며 살아 갈 것이다. 안녕, 나의 희극아. 주제에는 좀 안맞는거 같지만.. 휴 아래 주제는 장미!
  • `` 있잖아, 수소의 이온을 뭐라고 부르게? `` 라고 또 나타나 쓸데없는 질문만 하는 그녀. 하지만, 그녀의 주변에는 항상 장미꽃잎이 흩날리고 있다. 라고 표현해야 될까. 너무 예쁘고 아름다워서, 소장하고 싶어. 줄기를 꺾어 물이 가득 담긴 꽃병 안에다가 꽂아놓고 싶다. . . . `` 윽... 머리야...? `` 여긴 어디? 탈색을 한 듯한 흰 머리를 가진 여자가 입을 열었다. 어두운 방 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왠지 보기가 꺼려지는, 기분나쁜 곳. 역겨운 듯한 어둠밖에 느껴지지 않지만, 억지로 벽을 찾아 잡고 일어난다. 이내, `` 일어났네? `` 라고 어느 벽 밖에서 들리는 굵은 목소리. 그곳은 벽이 아니고, 문이라 생각된다. 열쇠구멍에 열쇠가 들어가고, 열쇠가 돌아가며, 찰칵. 하고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노란 듯 하얀 빛이 방 안을 가득 메운다. 하지만, 그 앞에 서 있는 남자의 주변에는 기분나쁜 어둠만이 있을 뿐. `` 백장미여, 이제 붉은 장미로 거듭나라, `` 라는 말을 끝으로, 여자의 가슴에는 날카롭고, 예리한 칼이 꽂힌다. 그리고, 남자는 여자에게 서서히 다가가 칼을 뽑고, 칼에 의해 생긴 구멍으로 피가 솟구친다. `` 으윽.. `` 의식이 희미해지고, 어지럽다. 칼에 찔렸기 때문, 이려나. 여자의 흰 머리가 피로 붉게 물들어가고, 털썩. 쓰러져버렸다. 그래도 출혈은 계속되어 여자의 정수리 쪽 까지 붉게 물들어버렸다. 이 광경을 보던 남자는, 만족한다는 듯이 씨익, 웃으며 `` 장미 한 송이 추가. `` 라는 말을 남긴 채 그 방을 떠났다. 소설은 난생 처음써봐 너무 어려워ㅜㅜ 다음 주제는, 부엌!
  • 나의 아내는 며칠 전, 살해당했다. 그것도 처참하게 난도질 당해서. 범인은 택배기사인 척 들어와 아내에게 성관계를 시도하려다 계속 저항하자 화가 나 우발적으로 죽였다고 했다. 하. 우발적. 그래. 그 때의 집 안은 우발적인, 살인이라는 걸 보여주듯이 매우 처참하였다. 내가 발견한 뒤 곧바로 경찰들이 몰려와 자세히 볼 수는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나에겐 충분히 느껴졌다.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진 냄비와 썩은내 사이에서 미미하게 느껴지던 향. 분명 아내는 그 날 저녁 메뉴일 뻔 했던 순두부찌개를 끓이고 있었을 것이다. 처참하게 깨진 화분, 내 와인들, 아내가 아끼던 유리잔부터 장식품들까지. 다 아끼던 물건이였는데. 분명 저것들이라도 던져서 막으려고 했겠지. 부엌 여기저기 흩뿌려지고 끌린 듯한 혈흔.... 떠올리고 싶지 않아도 머릿속에 계속해서 밀려들어왔다. 겁에 질려 물건을 던지며 소리치는 아내를 쓰레기 같은 자식이 미친듯이 칼로 찔러대는 장면말이다. 꿈에서도 나왔고, 집에 가만히 앉아있어도 나왔고, 회사에서 일을 할 때도 머릿속에서 불쑥불쑥 떠올랐다. 항상 아내는 죽어가는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살려달라고, 도와주라고. 그건 날 더욱 괴롭게 하였다. 결혼식 당일의 꿈을 꾸었다. 그 때의 모든 감각들이 생생하게 느껴져 사실 아내가 죽은 것이 꿈이 아닐까 했었다. 나는 웃으며 하객들을 맞이했고, 입장할 차례가 되자 쿵쾅대는 제 심장소리를 들으며 제대로 걷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긴장한 상태로 입장했다. 그 후 장인어른과 함께 새하얀 웨딩 드레스를 입고 입장하는 아내는 다시 보아도 아름다워 반쯤 넋을 놓아 그 뒤에 있던 일은 생각나지 않았다. 다만, 내가 잊을 수가 없는 얼굴을 한 쓰레기 같은 남자가 갑자기 칼을 들고 아내에게 달려가기 전 까지는. 내가 막기도 전에 그 날처럼 아내는 내 눈 앞에서 난도질 당했었다. 역한 시체 썩은내와 순두부 찌개 향이 섞인 그 날의 냄새가 나는 듯 하였다. 나는 꿈에서도 현실에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처음 발견했던 날처럼 멍청하게 서 있을 뿐. 아내는 날 똑바로 쳐다본 채 쓰러져 있었다. 흐리멍텅하게 초점을 잃은 눈이였지만 그 눈은 어느때보다 날 또렷하게 쳐다보는 듯 했다. 원망의 눈빛인지 슬픔의 눈빛인지 알기도 전에 나는 땀에 흠뻑 젖은 채로 일어났다. 정말 끔찍한 꿈이다. 꿈에서 맡은 역겨운 냄새 때문인지 일어나자마자 구토가 쏠리는 감각에 화장실로 달려갔다. 최근에 먹은게 없어 나는 그저 변기를 붙잡고 헛구역질만 몇 번 하다가 입을 헹구었다. 눈가에 맺힌 눈물은 꿈 때문인지 헛구역질 때문인지 모르겠다. 나는 자연스럽게 부엌으로 향한 뒤, 아내가 쓰러져 있던 곳에 털썩 주저앉았다. 지금 내 꼴을 아내가 본다면 엄청난 화난 표정으로 꼴이 이게 뭐냐면서 잔소리를 늘여놓다가 뭐든 먹이려 했을 것이다. 그러면 나는 편식하는 당신이 더 잘 먹어야 한다며 티격태격하다 결국은 같이 서로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주고는 또 서로가 만든 게 맛없다며 티격태격 했을텐데.......... 라는 생각이 미치자마자 의식하기도 전에 눈물이 툭 떨어졌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수가없어. 장례식때도 다른사람들앞에서도 참아냈던눈물이한심하리만큼쉴새없이터져나왔다.미친듯이당신의이름을부르며미안하다고흐느꼈다. 한참을 꼴사납게 울었다. 이젠 너무 울어서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그 자리에 힘없이 쓰러지듯 누웠다. 눈 앞이 희미해지는 듯 하였다. 희미해 진 시야의 끝에 당신이 있는 듯 하였다. 나는 나도 모르게 살짝 미소지었다. 잔소리 들을 각오를 하면서.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나도 첨 써보는데 넘 어렵다..;; 사실 토할 때 부터 점점 띄어쓰기 제멋대로 해서 남자가 무너지고 있다는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읽을 때 힘들까봐 펑펑 울 때만 띄어쓰기 안 했는데 괜찮은건지 모루겠당...ㅎㅎㅋㅋㅋㅋㅋㅜㅜㅠ 다음 주제는 노트!
  • 항상 밝게 지내던 지연이가 세상과 맞잡았던 손을 놓고 떠나버린지 1년. 나는 보잘것없는 내 고등학교 인생을 빛내주었던 지연이의 마지막을 조금이나마 정리하고자 했다. 그동안 많이 망설였었다. 내가 지금 찾아가도 되는걸까. 너무 늦은건 아닐까. 1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지연이와 이별을 하기가 두려웠던 나는 그 이별을 미루고 미뤘다. 얼마전 지연이가 내게 남겼다는 물건이 있다는 것을 들은 후에서야 겨우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이렇게 그 아이를 붙잡고 있는것보단 쿨하게 이별을 택하자. 말라버렸다 생각했던 눈물이 다시 터져나오는 것을 가까스로 막고 지연이의 집으로 향했다. 지연이가 떠난 이후로 타지 않았던 17번 버스를 타고 익숙한 풍경들을 보다 내렸다. 내 앞에 보이는 익숙한 풍경. 그 무엇하나 변하지 않았다. "아.." 목구멍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열기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너는 이미 가버리고 없는데, 여기는 여전이 그대로구나. 너와 함께 장난치며 지나가던 이 거리도, 봄이면 활짝펴서 흩날리던 이 벚꽃나무도, 너의 집앞에서 헤어지길 싫어하며 서로를 꼭 안고는 했던 이 놀이터도 그대로였다. 지연이와의 추억이 막아놨던 둑을 뚫고 막힘없이 흘러나왔다. 오늘은 울지 않으려 했는데. 적어도 마지막으로 떠나보내려 한 오늘은 너에게 웃어주려 했는데. 또 다시 눈물을 흘려버렸다. 주머니에 접어두었던 손수건을 꺼내 조금이나마 진정시키려 했다. 왜냐하면, 오늘은 지연이의 어머니를 뵙는 날이였으니까. 겨우 진정을 한 후, 시계를 보자 벌써 1시간이나 지나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지연이의 집 엘레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 손이 떨렸다. 수십번이고 눌렸던 너의 집을 가는 버튼을 누르는 내 팔이, 무거웠다. 아니야. 오늘 이별하기로 했잖아. 스스로를 타박하며 버튼을 눌렀다. 띵- 침묵속에서 울려퍼지는 경쾌한 종소리에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여기서 몇 발짝만 더 디디면.. 무거워지는 다리를 들어 발걸음을 옮겼다. 띵동- 이번에도 팔이 무거웠다. 오늘 이별하기로 했는데. 벌써부터 이러면 안되는데. 지연이의 어머니께 최대한 밝은 모습을 보이고자 표정관리를 했다. 나름의 미소를 지어보인 나는 열리는 문을 보며 심호흡했다. "안녕하세요." 1년전과는 달리 부쩍 피곤해보이는 지연이의 어머니께서 문을 열어주셨다. 어머니께서는 별말없이 미소를 지어보이며 지연이의 방으로 안내해주셨다. 못본새에 많이 여윈 어깨가 눈에 띄었다. 내 잘못이 아닌데 괜히 내가 죄송스러웠다. "그동안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해요." "아냐. 지금이라도 찾아줘서 고마워." 힘없이 미소를 지어보이는 지연이 어머니를 보며 또 한번 울컥했다. 이게 이렇게나 힘겨운 일이였나. "지연이가 남긴건 이거야." 어머니께서 건네주신건, 지연이와 내가 문구점에서 장난삼아 샀던 자물쇠가 잠긴 노트 한 권이였다. [지연이가 연보라색 자물쇠 노트를 손에 들었다. 분명 문구점을 구경하러 오긴 했지만, 이런걸 사러 온건 아닌데. "이거는 왜 사는거야?? 노트는 이거말고 많은데." "왜? 비밀스럽고 재밌지 않아?" "야, 고딩이 유치하게..차라리 이걸 사." 옆에 있던 파스텔톤의 줄공책을 건넸다. "왜애~이거 귀엽잖아!"] 하지만 지연이는 끝까지 거부했다. 분명 재밌을거라면서. 그리고 내게 열쇠 2개중 하나를 건냈다. 그냥 기념으로 가져라면서.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니 지연이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열쇠는 분명 그때 받아서 지갑에 넣어두었었다. 그냥 기념으로 가지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지연이는 이 날이 올거란 걸 예상한걸까. 그때의 지연이가 생각나 노트를 한번 손으로 쓸었다. 가방에서 지갑을 열어 기억속의 열쇠를 꺼내들었다. 딸깍. 가벼운 소리가 나며 잠겼던 자물쇠가 열렸다. 혹시나 잃어버릴까 자물쇠를 지연이의 책상위에 올려둔 후 의자에 앉았다. <20××년 5월 17일. 오늘 우연이랑 이 노트를 샀다. 앞으로는 애용해야지.> <20××년 5월 20일. 또 이상한 문자가 왔다. 내가 싫단다. 모르는 번호인데. 이거 뭐지?> <20××년 5월 23일. 우연이랑 석식시간에 치킨시켜 먹었다. 존맛. 담에 또 먹어야지.> <20××년 5월 26일. 모르는 사람의 페메가 왔다. 첫마디가 욕이길래 차단했다.> <20××년 5월 29일. 시험공부 안했는데 이제 한 달 남았다. 망했다.> <20××년 5월 30일. 이번에도 이상한 문자가 왔다. 이번에는 검은색 바탕에 빨간색으로 이상한 낙서가 되어있다. 보고있으면 섬뜩한데. 모르는 번호라 전화해보면 받질 않는다. > <20××년 6월 3일. 우연이랑 오랜만에 영화봤다. 팝콘은 역시 카라멜 팝콘이지.> <20××년 6월 10일. 또 이상한 문자가 왔다. 이번엔 녹음파일인데, 이상한소리가 나서 삭제했다. 잊을만하면 오는게 이상하다. > • • • 10일 간격으로 이상한 문자가 왔다는 기록이 있었다. 처음 이상한 문자가 왔다는 기록에 '또'라는 단어가 붙어있으니 처음이 아닌듯 했다. 나한테 이런말은 한번도 해준 적은 없었는데. 기록은 뒤로 갈수록 감정이 격해지는것 처럼 보였다. 계속 이상한 문자가 오더니, 이번에는 스토커가 따라붙었다는 내용이였다. 처음에는 다른 잡담이 적혀있었지만, 뒤에는 오로지 스토커와 문자에 대한 내용들 뿐이였다. 갈수록 심해지는 강도에 신고는 왜 하지 않았나 생각도 들었지만, 지연이의 성격을 생각한다면 딱히 이상할 것도 없었다. <20××년 2월 17일. 짜증나. 다 없어져 버렸으면.> 기록이 끝났다. 손이 떨려왔다. 2월 17일은..지연이가 죽은 날이였다. 지연이가 이걸 왜 나한테 남긴걸까. 내가 그 범인을 찾아주길 바라는걸까? 하지만 이걸 어쩌지..? 내가 이 기록의 주인공인데. 쓰다보니까 개판이다ㅋㅋㅋㅋ좀 차분하고 담담한 글을 원했건만 막판에ㅋㅋ결국 자폭함ㅋㅋㅋㅋ 이걸 읽을 다른 레스주들을 위해 풀이해보자면, 자신의 친구인 지연이 자살하게끔 만든건 '우연'이라고 칭해진 주인공이야. 그 이유는 단순히 지연이 싫어서일수도 있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지연을 증오해서야. '우연'은 세상이 자신이 원하는대로 흘러가는걸 보며 즐거워하는 소시오패스라고 볼 수 있어. 우연은 자신이 살아가던중 자신이 원하는대로 되지 않는 사람을 발견하는데, 그게 지연이야. 우연이는 지연이와 겉으로는 친한척 하면서 스스로가 죽게끔 유도했어. 왜냐고? 증거가 안남으니까. 문자같은거도 자신의 폰이 아닌 대포폰(명의 등록자와 실제 사용자가 다른 휴대전화) 여러개를 돌려가면서 보내는 완전범죄를 계획하지. 스토커인척 한것도 우연이인데, 문자만 보내서는 금방 끝나지 않을것 같아서 심적으로 더 몰아붙이기 위해서 그런거야. 노력끝에 우연이는 자신의 목표를 성취하지. 겉으로는 지연이와 가장 친한 친구였으니 아무것도 모른다고 모르쇠로 일관했어. 그런데 1년이나 지나서 남겨진 물건이 있다는걸 알게 된거야. 지연이가 뭐 때문에 자살했는지 알려지면 자신이 곤란해질 수도 있으니까 증거인멸을 위해 지연이의 집을 찾은거야. 우연이가 묘사한 감정들은 다 평범한 사람인척 연기를 한거라 볼 수 있어. 그래야지 지연이의 어머니 앞에서 슬픈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으니까. 자신이 웃어보이면 안되잖아? 1년간 안찾아간건 당연히 고의야. 자기랑은 상관이 없었으니까. 역시 난 장편소설이 전공인듯..단편 쓰기 넘나 힘들다ㅋㅋㅋ또 궁금한거 있으면 레스 달아줘ㅎㅎ 살짝 막장인 감이 있지만..욕은 하지말고ㅋㅋ 다음주제 : 장미꽃 한송이
  • "안녕" 안녕 "보고싶어서" 나도 "일찍 온다는게 , 너무 늦었네" 아냐, 보고싶었어 "여기 너무 멀어. 버스가 일찍 끊기더라" 미안, 너무 멀리와있지 "보고싶었어" 나도. 보고싶었어 "이건 선물인데, 음... 그냥" 고마워 "너랑 안어울린다. 그래도 그냥 지금 우리가 이런거 같아서, 샀어" 알아. "내 마음 알지? 알면 좀 와라. 어떻게 한 번을 안오냐..." 미안, 그 동안 밀린 잠 자느라 바빴어 "알겠어. 기다린다 나?" 응 기다려 "갈께. 또 올꺼고" 사랑해 "잊지마, 나. 이건 여기 두고 간다" 몇 마디 안한 것 같은데 두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너를 위해 사온, 아니 그냥 내 마음이 담겨진 그 선물은 너의 얼굴 옆에 가지런히 두고, 나는 이른 막차를 타고 다시 돌아갔다. 파란 장미꽃 한 송이 너를 함께 손 잡고 걷는 기적을 바라는 것은 불가능이라는 걸 잘 알기에.. 나는 네게 줄 수 있는 꽃이 고작 이 파란 장미꽃 한 송이 뿐이였더랬다. 다음 주제 '덕후'
  • 살아간다는 것은 망한 게임을 억지로 플레이 하는 것과 같다. 고 생각하던 소년은 주저앉은 자리에서 엉덩이를 털며 일어났다. 허연 콘크리트 먼지가 마른 건초를 도리깨로 두드린 마냥 뿌옇게 일어 퀴퀴한 호흡을 일으켰지만 괘념치 않고 그는 익숙하게 나동그라진 가방을 주워 어깨에 들쳐 매고 힘없이 털래 걸음을 옮겨 등나무 벤치 아래를 벗어난다. 오늘 하루는 꽤 완벽한 날이었다고 소년은 생각했었다. 시답잖은 장난에 휘말리는 일도 없었고 심부름도 별 트집 없이 넘어가서 점심시간 동안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하교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의 제품만 산다면 더 없이 좋았을 것이다. 한달 3만원 남짓한 용돈을 6개월정도 모았더니 지갑이 부푼 식빵 같아 그의 마음도 한껏 부풀었건만. 어디서부터 잘 못된 것인지 되뇌어 보면 물밀듯이 생각이 머리를 덮쳐왔다. 냄새를 맡은 승냥이 무리 같던 놈들, 부리부리한 눈으로 위협하던 한수, 말리는 척하며 쿨해 보이려는 진태. 아니 점심시간에 행스와 우진이에게 자랑한 것이 잘못이었나, 자랑한 내 잘못인가. 나는 왜 지갑을 학교에 들고 갔을까, 바보인가 나는. 나는 되는 것이 없지. 너무 불공평한 거 아냐?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 발끝에서부터 뜨뜻하고 저린 기분이 소년을 타고 올라간다. 잠깐 식었던 분노가 휴화산이 다시 끓듯 했지만 이미 가방을 힘껏 내동댕이 치기 위해 한껏 움직였던 터라 신체적으로 표출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가 걸음을 옮기며 할 수 있는 것은 저주를 머릿속으로 퍼붓는 것이 다였다. 연병장에 일렬종대로 세운 병사들이 번호 매기듯 한 사람 두 사람 생각의 끈을 붙잡고 올라간다. 교문을 나설 즈음에는 자기비하가 되어버렸지만 분을 풀기에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가 속앓이 멈춘 것은 생각이 부모님이라는 단어를 떠올린 게 머뭇거려진 것이, 저도 모르게 옮긴 발걸음이 모형취미가게 앞에 도달한 것이 동시였을 때였다. 소년은 쇼윈도 너머 펼쳐진 환상향에 시선이 닿자 깊고 검게 타버린 한숨을 내 뱉었다. 더 이상 소년을 위한 거신의 로봇을, 불세출한 영웅과 오매불망 소년만 바랄 것 같은 소녀를 손에 넣을 돈이 없었기 때문에. 빌린다는 명목을 한 돈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그의 15년 인생만으로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도대체 이런 불공평의 끝을 달리는 세상이 굴러가는지 이해 못 할 일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힘이 있다면 이런 세상의 신을 무찔러 죽이고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며 소년은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한다. 학교를 나선 것이 꽤 늦은 탓에 집에 들러 옷만 갈아 입고 학원을 가야 할 시간이 되어버렸다. 살포시 짜증이 고개를 치켜 들었지만 그때 소년의 주의를 끌며 한 무리의 소녀가 꺅꺅대며 쇼윈도 앞에 다가왔다. 인근고등학교 여학생인듯한 3명의 소녀 무리는 쇼윈도 안에 있는 고양이모양 피겨를 유리라도 뚫어 만질듯한 기세로 손으로 찔러댄다. 연신 귀엽다는 감탄사가 터져 나오는 와중에 소년은 쇼윈도를 보는 척 그녀들의 대화에 귀를 세운다. 한 명이 그 고양이가 요괴로 만화에 나온다는 이야길 하고 한 명은 다른 한 명은 열심히 반응을 하며 일문일답하는 식의 대화였다. 별거 없는 대화지만 으레 그 나이대의 소년의 본능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하이 톤의 목소리가 소년의 짜증을 누그러뜨리는듯했다. :”어휴, 십덕들” 그저 단순한 농담이었겠지만 귀를 찌르듯이 그 말이 소년에게 날아와 박힌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날아든 총알을 찾듯 그는 소녀무리를 흘긋 본다. 안중에도 없이 셋이서 깔깔대며 웃고 있는 그녀들을 향해 오늘 겪은 분노가 담긴 한마디 던져주고 싶은 기분에 휩싸인 소년은 그러나 콧잔등을 손가락으로 긁으며 쇼윈도에서 등을 돌릴 뿐이었다. 딱 집어 말할 수 없지만 역시 세상은 불공평함으로 가득하다고도 생각했다. =============== 다음 주제 '은방울꽃'
  • 은방울 꽃 꽃말: 행복의 방문 후우.... 무미건조한 한숨을 조용히 내쉬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매캐한 연기가 입사이로 물밀듯이 한꺼번에 빠져나왔다. 그렇게 빠져나온 역하면서도 진하고 익숙한 말보르의 담배 냄새는 잠시동안 주위를 뛰놀듯이 맴돌다.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나는 그런 담배연기를 흐리멍텅하게 응시하다, 필터에 제법 가까워져 짧아진 길이의 담배를 바닥에 툭 떨어트리고는 익숙하게 신발로 비벼껐다. 그러자, 담배는 막혀있던 소심한 비명이라도 내뱉는지, 작은 소리를 내고는 연기처럼 순식간에 사그라 들었다. "......." 무턱대고 독립을 하겠다고 패기롭게 집을 뛰쳐나온지 어느덧 반년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도망이겠지만... 아무튼 계획도 없이 무턱대고 뛰쳐나온 사람 답게, 생활은 엉망이었다. 식사는 매번 건너뛰고, 먹는다 하더라도 부실하거나 인스턴트 식품이 고작이었다. 밤에 먹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알콜로 만든 맑은 이슬들뿐... 그런 영향덕인지, 내 모습과 생활은 예전과는 다르게 꽤 망가져 있었다. 하지만 후회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리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예정이었다. 후회를 할 것이었다면 그 집을 이렇게 성급하게 도망쳐오지는 않았겠지. 아무튼 그건그렇고, 무심히 서서 바라보는 맑은 하늘이 오랜만에 참 밝았다. 해는 보석마냥 빛나고, 바람도 하늘도 정말 좋았다. 허나, 나는 그런 풍경을 보고도 섣불리 좋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잘 알고 있기에 입을 더욱 다물었다 그렇게 멍한 눈으로 높은 하늘을 말없이 응시하고 있는데, 갑자기 호주머니에서 휴대전화가 크게 울기 시작했다. 뭐지?, 이 시간에 전화 올일은 없는데... 스팸인가?. 욕을 바가지로 퍼다줘야겠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주머니에서 계속해서 울고 있는 휴대전화를 가늘게 찌푸려진 눈으로 멀뚱히 응시하다, 일단 전화를 대충 받아들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빠르게 흘러나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욕은 자동적으로 목구멍 뒤로 삼켜지며, 놀람 때문에 눈이 커졌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나의 어머니였기 때문이었다. 왜 갑자기 전화를 하신걸까? 어머니는 외국에 나가계셔서 일때문에 바쁘실텐데...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다가, 일단 빠르게 전화를 받아들었다. 그러자, 안부를 묻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잔잔하게 흘러들어왔다. "여보세요, 아가니?" "....어머니...?" "다행이다. 우리아가, 잘 지내니?, 어디 아프지는 않고?" "....예, 저는 뭐 똑같죠...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그럼 다행이구나" 그나저나, 바쁘실텐데 무슨 일이세요?. 변동 없으면서도 작은 의문을 담은 나의 질문에, 어머니는 곱게 입을 여셨다. 으응, 그이랑 아버님이 거기에 계시잖니... 궁금해서... 나도 곧 일자리를 정리하고 그쪽으로 가려는데, 아직은 못가잖니?, 그래서 네 안부도 묻고 아버님이랑 그이 안부도 물을겸 전화했단다. 그것에 나는 속으로 작은 수긍을 보내왔다. 그렇게 작은 대화를 소소하게 이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어머니가 말을 멈추시고는 다음말을 잇는 것을 머뭇거리기 시작하셨다. 그것에, 나는 속으로 물음표를 띄우다가, 조금씩 이어지는 어머니의 뒷말에 본능적으로 빠르게 표정이 굳어갔다. "....거기는 잘 찾아가니?..... 그 아이는 잘 있니?" ".......!" "...엄마라는 작자가, 내 아가가 있는 곳에는 한번도 가보질 않았구나.... 아가, 우리아가는 잘 있니?" "..............." "말은 걸어봤고?, 거기는 편하다고 하니?" "...어머니" "곧.... 그날이니까... 엄마도 곧 올거라고... 전해줄 수 있을까? " "..........." 미안하구나, 그럼 이만 끊을게... 사랑한다, 우리아가. 그런 말을 마지막으로 단번에 전화가 끊겼다. 뚜뚜뚜... 전화가 끊겼다는 특유의 기계음이 한참동안 길게 울려퍼졌지만, 나는 그 자세 그대로, 통화종료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바보같이 서있기만 했다.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시야가 서서히 가라앉으며 흐려졌다. 심장이 내려앉고, 무언가가 나의 목을 조르는 느낌이 온몸으로 생경하게 퍼져나갔다. 두 발은 돌 처럼 굳었고, 무언가가 스믈스믈 뱀처럼 기어올라오기 시작했다. 정말 불쾌한 감각이었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절대 잊혀질 수 없는 낙인 같은 무거운 감각이었다. 그런 감각들에, 자동적으로 입안이 써졌다. '거기는 잘 찾아가니?' "......." 어머니의 말이 머릿속에 울려퍼지며 주먹에 자동적으로 힘이 실렸다. 제기랄.... 이유도 모르는 알 수 없는 감정이 울컥 쏟아져 나와, 본능적으로 아랫입술을 세게 짖이겼다. 기분이 순식간에 바닥을 쳤다. 이유는 역시나 잘 알고 있었기에 얼굴을 찡그리다 미련없이 몸을 돌렸다. 어머니의 말은 내가 더 잘알았다. 그러면서도 나는 입을 열지 않았다. 이유는 아까도 말했다 싶이, 도망쳤으니까... 그곳에서, '그 아이'에게서... 그것들은 내 책임이자, '죄'였다. 그래서 도망쳤고, 지금도 도망치고 있었다. 끝없이... 이것이 잘못된 것은 안다. 허나, 그것들이 너무도 아파서 그것들을 차마 마주할 용기가 나지않았다. 그래서 성급하게 집을 뛰쳐나와 자취라는 되도않는 짓거리를 하고 있었다. 그것을 다시 자각하자, 심장이 극심하게 죄어왔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걸어가고 있는 두 다리를 점점 빠르게 굴렸다. 그래도 아파서 이제는 전속력으로 뜀박질을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쉬지않고 빠르게 달리길 한참...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가 풀릴 그 순간, 누군가와 꽤나 강하게 부딪혔다. 그것에 부딪힌 사람은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뒤로 벌렁 넘어졌다. 그것에 나는 놀라서 발을 얼른 멈추고, 그 사람에게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죄송스럽게 안부를 물었다. 그것에 고통의 신음을 뱉으며 자신의 손으로 엉덩이를 살살 문지르던 이는, 짜증으로 인상을 벌컥쓰다가, 내 얼굴을 보고는 놀란 토끼눈을 뜬체로 나를 부르며, 꽤나 당황스러워 했다. 그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이씨이..... 어, 마루형님?!" "...하아...하아... 장..준혁?" "...헐, 형님이 여기에는 어쩐일이세요?!?!?!" "...글쎄...." 갑자기 찾아온 우연치 않은 만남에, 서로 당황하길 잠시... 그 당황감은 준혁이라는 아이의 특유의 분위기와 입담 덕에 금방 풀렸다. 그렇게 의도치않게 녀석의 동행길에 멍하니 함께 오르게 된 나는, 녀석의 시답지않은 이야기를 멍하니 들어주며, 같이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아무런 생각없이 길을 걷고 있는데, 문득 그 녀석 품에 고이 안긴 조금은 큰 꽃다발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나는 준혁이에게 입을 열어 꽃다발의 정체를 물었다. 옆에서 얼핏보이는 꽃다발에는 여러가지 꽃이 예쁘게 꽂혀있었다. "갑자기 물어서 미안한데, 그 꽃다발은 뭐냐?. 어디 고백하러 가니?" "네?, 아 이거요?. '그 녀석' 만나러가요" "....어...?" "우리 5총사 중에서 가장 병신이었던 친구.... 제 절친이자 형님 '동생'인 미르녀석 만나러가요. 며칠있으면 기일인데, 그날은 시험 하루 전날이어서 못갈 것 같아서 미리보고 오려구요" "........" ㅡ욱씬... 준혁이의 뜻밖의 말에, 또다시 가슴께가 고통으로 차올랐다. 순간, 죽은 동생의 얼굴이 잔상처럼 떠오르다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형님도 보러 오신거죠, 그자식... 그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질문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듯 순간적인 얕은 발작이 일어났다. 그 발작에 반응하듯 반사적으로 조용하지만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미안, 나 일이 좀 있어서, 다음에 보자. 그것에 잠깐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는 준혁이었지만, 나는 말을 마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시 죽어라 달렸다. 그것에 준혁이는 내 이름을 급하게 불렀지만, 나는 들은체도 하지않고, 얼른 그곳에서 도망쳤다. 내 책임이자, 죄 인 인물... 미르...그아이는 나보다 여섯살 아래인 남동생이었다. 특출난 것 하나없고, 미술은 더럽게 못했던 평범한 아이였다. 특별한 것이라고는 어머니를 따라 푸른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과 엉뚱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서 항상 사고를 치고 다닌다는 것이 그 아이의 유일한 특징이었다. 그 아이는 나와는 상반되게 항상 밝았고, 웃음끼가 가득했다. 장난스러운 미소가 매력적인 녀석이었다. 그런 아이는 일을 위해 해외로 출장을 간 부모님을 대신해, 가사일을 도맡아 했고. 항상 집을 지키고 있던 작은 기둥이었다. 그런 그를 싫어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자주 돌아오시지 못하는 두분을 대신에 서로 의지했던 형제였다. 항상 내 뒤에 서 있었고, 항상 나를 믿어주며 지지해주었었다. 항상 행복이라는 것을 들고서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문을 두들겨, 내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밝고도 조금은 엉뚱한 녀석이었다. 그래, 언젠가 네가 나에게 딱지가 앉도록 말했던 단 하나의 꽃과 그 꽃말... 마치 은방울꽃 같았던 너였다. 하지만 네가 은방울 꽃과 다른 흰꽃에 둘러싸여, 달랑 사진한장으로 남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내가 너의 미소가 담긴 그 거무죽죽한 사진을 들고, 다른 이들의 울음소리와 곡소리를 들으며 화장터 안까지 걸어가게 될줄은... 정말 몰랐었다. 사망 동기는 살인이었다. 그것도 묻지마 살인... 범인은 잡았지만, 이미 모든게 끝나있었다. 그것에 나는 무너져 내렸고, 가족은 슬픔에 잠겼다. 그로부터 2년이 흘렸다. 가족들은 힘겹지만 어떻게든 상처를 털고 일어났다. 허나, 나는 그러지 못했다. 형이라는 직책, 지금은 그만둔 경찰이라는 직책... 이 둘을 전부 가지고 있었음에도 나는 동생을 지키지 못했다. 그것으로 내 죄는 크게 성립됐다. 가족이자 형인 사람이 동생을 무심히 방치하면서 안일하게 생각했으며, 경찰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가장 중요한 내 가족을 한명도 지켜주지 못했다. 그것들이 크게 작용하여 죄책감과 자괴감을 만들었으며, 트라우마를 세겨넣어 나를 바닥으로 까지 끌어내리며 처참히 무너트렸다. 결국 나는 버티지 못했고, 그 아이의 숨결이 가득했던 원래의 집을 뛰쳐나왔다. 그곳은 이제 아버지가 채우고 계신다. 이게 잘못되고, 비겁하며, 겁쟁이 인 행동이란 것은 잘 안다. 그런데도 나는 도저히 녀석을 마주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마주보면 콘크리트 바닥에서 처참하고 잔혹한 모습을 하고 싸늘하게 누워있는 체로 발견된 너의 모습과, 관에 넣기 위해 삼배로 둘둘 감싸지던 너의 고요하고 딱딱한 모습이 떠오르는 것 같아서, 도저히 네 앞에 설 수가 없었다. 숨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괴로웠다. 그래서 눈물이 터져나왔다. 흑...끄흑.... 아팠다. 그 단어 말고는 떠오르는 다른 종류의 짧은 단어는 없었다. 많이 달려서 괴로운걸까, 동생에게서 도망치는 내 모습이 괴로워서 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동생의 추억과 자책감때문에...?. 몰라, 도저히 모르겠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괴롭고 아파서 눈물이 흐른다는 것이었다. 눈물은 서서히 빠르고 많이 흘렀다. 땀과 뒤섞여, 아스팔트바닥을 한방울 한방울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내 동생은 내게 자신이 줄 수 있는 모든 행복을 내게, 가족에게 배풀어주었다. 시시콜콜한 대화와 농담도, 장난끼 있지만 그 누구보다 진실한 위로도, 소소한 노래도... 매일매일 내 마음을 방문하여 행복을 놓고갔다. 그 사소한 행복에 나는 작지만 웃을 수 있었다. 내가 아주 어렸던 꼬꼬마 시절에도, 반항과 사춘기에 접어들었던 학생시절에도, 방황의 길을 걷던 풋풋하고 고민 많았던 청년의 시절에도 너는 변함없이 내 곁을 맴돌며 내게 소리없이 방문했다. 그래, 그건 '행복의 방문'이었다. 그리고 그 방문이 서로 영원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너는 더이상 내게 방문하지 않았다. 모든게 한순간에 끝나고 말았다. 3일의 이별의 여정을 밟고 돌아온 거실의 탁자에는 네가 마지막으로 놓고간 은방울 꽃만이, 수수한 꽃병에 꽂혀있는 체로 조용히 우리를 맞아주고 있었다. 그것이 너의 마지막 방문이었다. 나는 그 기억들에, 길거리에서 오랫동안 괴로운 울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그것은 행복의 방문이 사라진 것에 대한 내 비참한 후회였다. **** 대충 썼다...! 다음 소재는 '커피와 그 사람'
  • 이른 아침, 고요했던 새하얀 방에 커피포트의 시끄러운 소리와 연기로 가득찼다. 소리가 멈추고, 커피믹스를 담은 컵에 물을 담았다. 새벽빛을 받아 새파래진 손이 컵을 살짝 떨며 잡았다. 컵 하나 드는 것조차 힘이 드는 것에 픽하니 실소가 터져나왔다. "전부 그 사람 탓이야." 그렇게 싫어하던 커피를 마시게 된 것도, 혼잣말이 늘어난 것도, 방을 새하얗게 꾸민 것도, 날이 갈수록 기운이 빠지는 것도 전부. 그를 닮은 고요한 하얀색으로 방을 꾸몄고, 그를 잊을까봐 그가 항상 마시고 풍겼던 커피를 마셨고, 동거하던 그에게 말을 거는 것 마냥 혼잣말을 중얼거렸고, 그가 없어서 점차 메말라갔다. 그러니 전부, "네 탓이야." 다음 주제, "해거름"
  • 야, 이새끼야 같이 좀 가자. 아, 니 뭔데. 덥다, 떨어져서 다녀. 저 개새끼. 내가 자기 좋아하는것도 모르고 자꾸 떨어지랜다. 눈치도 어지간히 없어야지. 아, 왜그러는데! 전엔 싫다해도 지가 어깨동무 하고 가더니! 그때랑 지금이랑 같냐. 여자애가 내숭이 없어. 젠장... 나즈막하게 욕이 새어나왔다. 저 눈새. 이 짓거리를 더이상 하고싶지 않았다. 3년간 짝사랑이라니! 이 무엇보다 참혹한게 있을까. 저는 모르겠지만 나는 3년동안 자기 좋아한다고 들어오는 고백도 다 찼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열불이 났다. 이제는 끝내야겠다. 입술을 꾸욱 깨물고는 다다다 달려가 그 녀석의 앞에 섰다. 야, 너는 왜그렇게 눈치가 없는데? 뭘. 하하... 분위기만 봐도 모르겠어? 우리 이때까지 친구였잖아. 근데 난 아니야, 너한테 난? 밥먹어주는 친구? 영화사줄친구? 장난쳐도 받아줄사람? 그정도겠지. 근데 난 아니야. 하아.. 내가 너 - 한순간이였다. 귀가 멍했다. 으응? 부딪힌 옆쪽뺨이 시큰했다. 귀옆으로 그 녀석의 숨소리가 들려왔다. 너야말로 어떻게 그렇게 눈치가 없냐. 오늘 집가서 전화해서 내가 얘기하려고 그렇게 모르는척했는데. 일부러 심장뛰는 소리 들릴까봐 떨어지라 한건데 그것도 몰랐지, 너는? 좀 얌전히 집가서 전화만 받으면 좀 좋아. 꿈만같았다. 황홀함의 향까지 내 코 끝을 스치고 지나갔나. 내 눈 바로 앞에 그녀석의 얼굴이 있었다. 얼둘이 터질것만같아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석은 내 얼굴을 보고 장난기섞인 얼굴로 웃더니, 세상에서 가장 예쁜말을 나에게 내뱉었다. 좋아해. 그날, 하교하던 길의 평화롭던 해걸음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리고, 그 해걸음과 다르게 요란스러웠던 나와 그녀석의 심장소리도. 다음주제 ' 청춘 '
  • 청춘 연습구장에 잔뜩 쬐이는 여름의 햇빛이 따갑다. 매일 있는 아침훈련을 마치고 어김없이 옷을 갈아입으려는데, 그가 불렀다. "잠깐 얘기좀 하자." 왜 불렀는지 대충 짐작은 간다. 내 성과때문이겠지. 누구와는 다른 수준의. 도저히 눈 뜨고 보기 힘들. 형편없는 성과 말이다. 그는 나를 구장 뒤로 데리고갔다. "너 왜그러는건데?" "뭘." "무슨 말인지 알잖아." 나는 잠시 침묵했다. 넌 모르겠지. 마운드에서의 너는 여전히 빛났고, 또 아름다웠다. 고작 불펜에 서는 게 다인 나를, 빛나는 너의 뒷모습을 잡지도 못하고 보고만 있는 내가 무슨 기분인지, 너는 모르겠지. 나는 그래서 침묵했다. 말해도 모를테니까. "1년이야." 뜬금 없는 그의 말에 의외다싶어 살짝 고개를 들었다. 처음 제대로 마주친 그의 눈빛은 어쩌면 약간의 불안감도 스려있었다. 내 착각일까? "고작 1년 남았어. 우리의 고교야구는." 새삼 머리가 띵해져왔다. 1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그러나 11년간 해왔던 야구가 1년 후에 끝난다고? 내 동요를 눈치챘는지 그가 조금 차분한 눈으로 날 힐책한다. "보여줘." 그는 곧바로 등을 돌려 샤워실로 향했다. 주어는 없었지만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명확했다. 이 시간을. 이 청춘을 이대로 쉽게 보내지 말라고. '파앙-' "오, 이경원이. 오늘 미트소리 착착 감기는데?" "감사합니다." "그래. 진작 그렇게 하지. 잘하고있어." 이 팀에 들어와 처음 듣는 칭찬이었다. 매번 소리만 지르던 코치가 보기 드물게 웃고있었다. 계속되는 투구가 오늘따라 버겁다. 그동안 설렁설렁 한 탓일까. 나는 투구연습을 끝내자마자 배트를 집어들었다. "저 새끼가 웬일이래? 제일 뻗대던 놈이." 팀원 중 하나가 들으라는 식으로 말한다. 나는 그를 돌아보며 씩 웃었다. "1년, 남았잖냐." 내 말에 다른 팀원들이 하나 둘 다시 일어선다. "네가 그러니까 쉬는 게 불편해지잖아." 그리고는 훈련을 바로 시작한다. 항상 '그'와 호흡을 맞추던 주전포수인 녀석도 내 어깨를 도닥여준다. 나는 이번에는 배트를 휘두르기 시작한다. 그저 휘두르기만 하던 전과는 달리, 온 몸의 근육 하나하나에, 세포 하나하나에 신경쓴다. 점점 타율도 올라갔다. 새삼 왜 야구를 시작했는지 상기했다. 어렸을 때도 이렇게 즐거웠다. 공을 던지는 게, 배트를 휘둘러 공을 맞춰날리는 게 즐거웠다. 이제야 다시 느낀 것이다. 여름 해가 산 너머로 서서히 스려질때도, 달이 중천에 뜰 때까지도, 하염없이 연습에 매진할 뿐이었다. 주전이 되고싶다거나 그런 욕망보다는 그저 이 즐거움을 느낀 것 뿐인 것 같다. "이번엔 이경원. 니가 선발 서라." 믿기 힘들었다. '그'가 아니라? 난 나도 모르게 그를 돌아봤다. 표정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썩 유쾌해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담담했다. 훈련이 끝나고, 이번에는 내가 그를 불렀다. "왜?" "어... 미안하다." "뭐가?" 진심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네 자리잖아." 그가 내 말에 잠시 눈매를 찌뿌린다. "내 자리는 뭔데?" "어... 주전?" 그가 잠시 한숨을 쉰다. "원래라면 나 혼자 차지할 자리는 아니었지. 네가 제대로 했다면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을걸. 나는 그게 기분이 나빴어. 네가 포기해서 내가 이 자리에 선 것 같았으니까."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잘 몰랐으니까. "됐어. 그게 원래 네 실력인 거야. 네가 함부로 포기해서 손에서 놓친 거였고." 이번에도 그가 먼저 뒤돌아서 걸어갔다. "----." 그러나 저번과는 달리 잠시 걸음을 멈춰 한 마디 뱉는다. 다시 샤워실로 향하는 그를 보며 내 입가엔 점점 미소가 든다. 짜식. 이빨까는 소리 하고는.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윗옷을 벗어재껴 그를 따라 샤워실로 향했다. '그래도 내가 너보다 위인 건 바뀌지 않아. 남은 1년동안 열심히 따라와보든가.' 햇빛이 유난히도 뜨거운, 한 청춘들의 이야기다. -------------- 크게 휘두르며의 미친팬인 나는 '청춘=고교야구'라는 공식을 갖고 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족한 필력이지만 나름 핸드폰 자판 하나하나 눌러서 짧게 써봤어ㅜㅜ 핸드폰이라 더 힘든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청춘 러브를 기대했을 윗 레스께는 사죄를.. 청춘 야구를 써버렸으니까..ㅎㅎ 완벽하진 않지만 즐겨줘!! 다음 키워드는 '탈모' 가즈아
  • >>128 헐ㄹ 나 윗레스주인데 나 이런청춘 원한거 맞아ㅠㅠㅠㅠㅠ 학창시절이 청춘의 피크잖아ㅠㅠㅠ고마웡ㅇㅠㅠㅠㅠ
  • >>129 엇 그럼 다행이다!!!!!!!!
  • 그 사람은 나에게 부끄러운듯 살짝 가발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이게 내 원래 모습이야, 이래도? 정말 이런 모습인데도?" 나에게 질문을 한 사람 그 사람은 내 모든것을 바쳐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너무나 사랑하는 내 여자친구였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어떻게 이렇게 사랑스러운 사람에게....' 이 사람의 모든것이 좋았다. 이 상황을 알기 전까지는 아무리 이 사람이 아프다고 해도 평생 곁을 지키리라 생각했다 "...괜찮아" 어렵게 입을 떼었다. 나와 평생을 함께할 사람 나의 모든것을 주고싶은 사람 그 사람이였기에 괜찮다고 얘기했다. "역시..괜찮지 않은거지?" 내가 살짝 당황한 모습을 본 모양이다. "아니야, 나는 너의 모습이 어떻든지 상관없어 너와 함께할수 있다면 그거면 된거야" 그 사람이 운다. 알수없는 표정을 지으며 눈물이 떨어진다. 나에게 몇 발자국 뒤로 떨어진 후 나에게 얘기한다. "사랑해, 사랑했고 사랑할께" 그 말을 뒤로 그녀는 나의 모든 추억과 함께 사라졌다. 다음 주제는 '노래'
  • 내 노래를 듣고 미소 짓는 당신의 모습이 좋았어- 우리는 어렸을때부터 늘 함께 였는데, 슬픈 날에도 기쁜 날에도.기억나? 우리가 처음만났던 날. 장난감 가게에 진열 돼 있던 나를 당신이 꺼내주었던 날. 사실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는 요즘같은 시대에 누가 노래하는 인형을 사겠냐며 내 주인은 나를 소홀히 대했어. 매일이 고통스러웠어. 내 친구들은 하나 하나 새로운 주인을 만나서 이 곳을 떠나가는데, 나는 여전히 구석에서 먼지만 쌓여갔거든-. 초라했어. 내가 노래하는 인형이라는게 원망스러웠지. 근데 당신을 만난거야. 진열장에 있는 나를 은하수를 닮은 큰 두 눈으로 빤히 쳐다보는 당신의 시선을 난 아직도 잊을 수 없어. 그 후부터 난 열심히 당신을 위해 노래했어. 그 전에는 항상 노래를 부를때 힘들고 부르기 싫었지만, 당신 앞에서는 아니었어. 노래를 부를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어. 당신과 함께라면 노래를 부르다 죽어도 행복 할꺼라 생각했어. 당신이 처음으로 제대로 된 단어를 말 할수 있었던 날, 당신은 내게 이름을 지어줬어. 이름이 생긴적은 처음이라 말로 표현 할수 없을정도로 기뻤어. 그래서 더욱 더 노래를 불렀지. 무리를 할 정도로. 그게 원인이 될 줄은 몰랐는데, 어느날 부터인가 점점 내 목에는 금이 가기 시작했고, 노래를 잘 부를 수 없게 되었어. 절망스러웠어. 내가 노래를 부를 수 없게 된다면 당신이 날 떠날거라생각했거든. 그건 싫었어. 정말. 난 내 금이 간 목소리를 감추기 위해 더 열심히 노래를 불렀어. 내 몸을 바쳐서. 힘들었어. 노래를 그만 멈추고 싶었어. 근데 내 앞에서 활짝 웃는 당신의 모습을 보니까 멈출 수없더라. 세월이 흘러 당신은 훌쩍 자라 어른이 되어있었어. 성숙해진 당신의 모습을 보니 마음 한켠이 시큰해졌어. 어디 가는 듯 한 모습으로 방 정리를 하는 당신을 난 바라 봤어. 필요한 물건들을 하나 둘 챙겨 박스에 담는 당신을. 그때 밑에서 당신의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어. 이사를 가는 둥의 대화였어. 아 정들었었는데 이 집. 아마 10년은 넘었겠지. 내가 여기 있었던 기간이. 짐을 다 챙긴 듯한 당신은 내게 다가왔어. 나는 당신의 짐칸에 들어 갈 준비를 하고 이 집에게 작별인사를 하려했어. 하지만 당신은 나를 다시 내려놓았고, 방 문을 닫고 나갔어. 혼란스러웠어. 왜 나를 데려가지않는건지. 어째서 나를 버리고 가는건지. 무서웠어. 당신을 다시는 보지 못 할거라 생각하니. 밖에서 이삿짐을 실은 차가 떠나는 소리가 들렸어. 그 소리를 듣고 나니 현실이 와 닿더라. 당신이 나를 버리고 떠난 사실이.. . 눈에서 눈물이 흘렀어. 뺨을 타고 내려와 뚝 뚝 내 옷자락을 적셨어. 노래를 불렀어. 너무 오랜만에 불러서 목에 있는 금이 더 갈라졌어. 신경쓰지않고 계속 계속 있는힘껏 불렀어. 내 노래가 당신에게 닿도록. 점점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어. 목에 금이 너무 심해져서 쇳소리밖에 나오지않았어. 그럼에도 계속해서 노래를 불렀어-. 아무리 불러도 내 노래소리는 당신에게 닿지 않겠지. 하지만 괜찮아 나는 이 자리에서 계속 당신과 함께 노래를 불렀던 그 때를 추억하며
  • 있을테니까.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노래를 부를게. 다음 주제는 ‘곰인형’!
  • <곰인형> 하늘. 까맣다. 3번째 밤. 오늘도. 춥다. 여자. 아니, 소녀. 허리를 숙인다. 하늘. 날다. 따뜻하다. 따뜻한 이 집. 들킨다. 아줌마. 하늘. 또 난다. 큰 원통. 빙글빙글. 물 한가득. 축축하다. 무거운 몸. 꼬집힘. 뜨거운 햇빛. 바싹바싹. 건조한 피부. 하늘. 맑다. 점점 마른다. 좋은 냄새. 햇빛 냄새. 소녀. 화장. 처음의. 더이상 소녀가 아니다. 남자친구. 입맞춤. 서로만 보는. 난 이제 없어? 필요? ...슬픔. 혼자. 혼자. 혼자. 누구 없어? 혼자. 이곳은 밤. 없어. 외로워. 외로워. 소녀? 아니, 이젠 여자. 여자. 여자. 또 하늘 날아. 날아. 추워. 이곳. 어디? 비닐? 하늘 안보여. 흐릿해. 냄새. 쓰레기냄새. 어디? 뜨거워. 뜨거워. 뜨거워. 뜨거워. 뜨거워. 타는 냄새. 누구에게서? 팔 한쪽은 어디? 발이 사라졌어. -------------. 아무것도 보이지 않... ...날 기억해 주긴 하는거니?.... ---------------- 띠용 내용 이해는.. 되겠지? 곰인형 하니까 생각나서ㅋㅋㅋ 곰인형은 항상 언젠간 버려지더라고 다음 주제는 '소맥'
  • 언제나 항상 미안해라는 말을 달고 살았던 너였다. 사랑한다면서 미안해, 내가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이런 말을 난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들었지. 오늘도 한숨을 쉬곤 폰을 조심스레 내려 놓은 뒤 냉장고로 힘 없이 터덜터덜 걸어갔다. "소주랑 맥주..." 소주랑 맥주를 찾은 이유는 단순하다, 이 꿀꿀한 기분을 풀 방법은 이 두 친구밖에 없다는 것을 난 매우 잘 알기 때문이다. 상당히 차가운 소주병과 맥주캔을 제 양 손에 든 뒤 탁자로 가져갔다. 잠시 내놓자 송골송골 물방울이 맺힌 병 표면을 손으로 닦곤 소주부터 먼저 땄다. "망할 놈." 평소에 하지도 않던 욕을 하곤 컵에 소주를 미친 듯이 콸콸콸 부었다. 이내 맥주를 딴 뒤 마찬가지로 그 컵에 부었다. 노랗게 변한 소주를 보곤 허탈한 듯 웃었다. 내가 지금 뭐 하는 짓인지, 그 놈 하나 때문에. 컵을 들곤 제 입에 소맥을 털어 넣었다. 짜릿한 맛과 쓴 맛이 제 온 몸을 감싸는 느낌이 들었다. 이내 다 원샷을 하곤 컵을 탁자에 내려 놓았다. "미안해라는 말, 더 이상 안 받아." 가소롭다는 듯 웃었지만, 이미 제 눈에는 눈물이 가득 맺혀있었다. ㅡ 다음 주제는 무용수
  • 나는 다른 애들이 야자를 할 때 학교 무용실에서 연습한다. 어느 날은 더워서 바닥에 누워있는데 갑자기 선풍기가 꺼지는 소리가 들려서 쳐다봤다. 꼰대같이 생긴 여자애가 나한테 걸어와 욕을 하며 따졌다. 우리는 공부해서 지방대 가는것도 힘든데 너같은 년은 교장이 밀어주니 춤만 추고 대학을 간다는 내용이었다.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교장이랑 잤냐, 교장한테는 섹시댄스를 추냐, 허리는 잘 돌리냐 등.. 나를 조롱하는 말만 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교장은 내가 입학할 때 부터 나를 보고있었다. 내가 좀 성숙한 편이라 그런 것 같다. 내가 무용을 준비하는 것도 어떻게 알았는지 한 번은 교장실에 불러서 무용을 준비하는 학생은 내가 유일하다며 밀어주겠다고 했다. 순수했던 나는 그걸 그대로 믿었고 교장이 하자는 대로 했다. 교장은 무용실을 쓰게 해주고 봉사활동을 빼주기도 했다. 물론 대가도 치렀다. 짧은 치마를 입고 있는데 교장 앞에서 펜을 줍게 시키기도 했다. 어느 날, 갑자기 무용실 열쇠를 뺏겼다. 다시 야자를 하라는 말만을 하고 교장실에서 나가라고 했다. 그 뒤에도 교장실에 몇 번 찾아갔으나 번번히 쫓겨났다. 야자가 끝나 무용실 앞에 가봤다. 항상 잠겨있더니 오늘은 열려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불이 켜져 있고 아무도 없다. 무용실 창고에서 삐걱대는 소리만 나고 있다. 창고 커튼을 조심스레 젖혀보니 교장이 어떤 년이랑 몸을 섞고 있었다. 들킬까봐 숨어서 지켜보는데 그 년의 발이 많이 울퉁불퉁 한 것으로 보아 무용이나 발레를 준비하는 듯 하였다. 교장과 내가 저 짓을 할 때, 사실은 나도 교장을 이성의 상대로 보았다. 그러나 지금은 교장을 증오한다. 배신감도 든다. 교장실 창문을 깨고 들어가 정수기 안에 수면제를 타 두었다. 깨진 창문은 안 쓰는 교실 창문과 갈아 끼웠다. 다음날, 야자가 끝나고 교장실 근처에 숨어있는데 교장이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교장이 물을 떠 마신다. 생각했던대로 교장이 쓰러졌다. 난 그대로 교장의 허리벨트로 목을 감아 천장에 매달아 두었다. 창문은 블라인드를 쳐 두고 선생님들 채팅 앱이 켜져 있길래 그걸로 교감에게 출장간다고 전해두었다. 적어도 시신은 2일 뒤 발견 될 것이고 수면제는 분해될 것이다. 교장실 문을 잠그고 문앞에 출장중 이라는 종이를 붙여두었다. 가방을 챙기러 교실에 갔다가 무용실 생각이 나서 가보았다. 문이 열려있다. 좀 더 연습하고 가야겠다. -- 다음 주제는 주기율표
  • 너와 나의 거리감을 내 식대로 표현하자면. 넌 가볍고 저 높이 올라가는 수소가 있는 곳이고 내가 있는 곳은 우누녹튬이 있는 곳이다. 주기율 표에서 끝과 끝에 있는 두가지. 대다수의 사람들은 알지도 못할 희안한 이름의 녀석의 자리만큼, 내 존재감도 딱 그정도로 없다. 그리고 이 거리감은 결코 변할 일은 없을 거다. 너가 거기서 이쪽으로 내려올 일도 없고, 내가 그쪽으로 올라갈 일도 없으니까. * 여느 때와 같은 날이다. 미세먼지 잔뜩 끼어 흐린 하늘. 텁텁한 공기. 시끄럽게 울리는 클락션 소리와 횡당보도를 바삐 건너가는 사람들. 특징적일 것 하나 없는 이 무리 속엔 나또한 들어가 있으니. 얼마나 평범할지. 버스안의 흔들림조차 평균적이라고 생각하며 적당히 정신을 놓고, 졸음의 세계로 빠졌다. * 졸음에 이기지 못해 멍한 와중에도 버스에서 제 때에 내린 자신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여." "...!" "놀랐어? 미안. 버스에서 내내 졸길래 깨울까 했었거든. 근데 신기하게 때 되니까 비틀 거리면서도 잘 내리더라?" "아, 응. 뭐.. 습관인거지. 여기에 벌써 3년째니까." "벌써 3학년이라니.. 선배들한테 얻어 먹었던게 어제만 같은데. 하하." * 거리가 변했다. 한... 1족 만큼. =다음 주제 [과거에서 온 편지]
  • 잘 지냈어? 그녀는 대답없이 환한 미소만을 지어보였다. 육년 전과 다름없이 웃었을 때가 가장 예쁜 친구다. 이런 아이를 때려 죽인 건 여섯 살 많은 애인 이었다고 한다. 동거 중이라는 말 한마디 없었다. 언제는 혼전순결을 그렇게 주장하더니.. 빈 방이 고요하다. 벌써 늦은 밤이다. 나의 많은 동창들이 이곳에 찾아왔다가 하나같이 벌건 눈으로 돌아갔다. 나는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기위해 속을 뒤적거리다 분홍색의 얇은 공책 두어권을 집었다. 오늘 장례식장에 미처 참석 하지못한 친구가 내게 들려준 공책이었다. 고개를 쳐들어 눈물을 대강 삼키고 '교환일기'라고 쓰여진 공책을 바라보았다. 표지 밑부분에 조그맣게 적혀진 여섯명의 이름들. 너의 이름 바로 뒤에 나의 이름이 빠짐없이 줄지어 적혀 있었다. 문득 웃음이 났다. 난 결혼을 할거야. 꼭 멋진사람과 결혼해서 아이는 한 두세명은 꼭 낳아야지. 일기장을 펼쳐 그녀가 쓴 페이지를 넘겨보다 이렇게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그녀가 그토록 기다리는 것이 백마 탄 왕자님인지, 천사같은 아이들인지, 아니면 그 둘 다 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나의 소중한 친구가 원하는대로 다 잘 되기를 바랄 뿐이었다. 이른 하교를 하며, 우리는 시덥잖은 얘기를 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길을 가다 이야것거리가 떨어지면 너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면 나는 조금씩 박자를 타고 맞잡은 손을 흔들곤 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원래는 이 곳에 두고갈 생각이었지만 이 속도로는 날이 샐 것이 틀림없기에 일단 집으로 가서 남은 밤동안 일기를 마지막 장까지 느긋히 감상할 요량이었다. 그 순간, 노트에서 반듯이 접은 종이쪽지 하나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나는 쪽지가 떨어져나온 마지막 장을 펼쳐보았다. 날씨, 조금 비. 우리 벌써 졸업이야~ 시간 진짜 너무 빠르다 그치ㅠ 이 교환일기도 내가 마지막 타자네. 교환일기치고는 사람이 좀 많아서 한 바퀴 도는데 좀 오래 걸리긴했지만 정말 재밌었어. 우리 우정 영원하자! 너희는 앞으로 뭐하고 싶어? 물론 일단은 즐거운 대학생활이 먼저겠지만ㅋㅋ 난 대학교 졸업하자마자 일찍 결혼할거야! 예쁜 아기도 낳고 싶어ㅎㅎ 이 일기는 십년 후에 꼭 다같이 펼쳐보면 좋겠다. 이건 그 때 다음 타자가 펼쳐볼 쪽지. 먼저 보면 안돼! 그럼 안녕~ 밑을 향하도록 그린 화살표, 살짝 뜯어진 테이프 자국. 거짓말해서 미안해. 첫사랑에게
  • >>138 다들 너무 길게길게 잘 써서 부담된다.. ㅠㅠ 다음 주제는 '미소'
  • 그녀를 향해 싱긋- 하곤 미소를 지어보았다. 그녀도 나를 향해 입가에 호선을 그리며 맞받아주었다. 학교에서 음료를 뽑으려 만난 너는 오늘도 내게 예쁜 웃음으로 인사 했다, 마냥 해맑은 어린 아이처럼. 그녀에게 말을 붙이려 다홍빛 혀를 쪼고맣게 내밀곤 입을 열었을까. 가버리는 너였다. 왠지 모를 실망감에 너의 뒷자락만 빤히 쳐다보았다. 다시 돌아 내게로 와 예쁜 미소로 인사해 주기를 바라며. 한 달은 반복했다. 그녀가 오늘도 내게 와 변하지 않는 예쁜 웃음을 자아냈다. 왠지 모를 이질감에 바로 말을 덧붙혔다. "저기요." 몇 초간 망설이더니 입을 뗀 그녀의 목소리는 청아했다. 상상조차 못 할 만큼의 아름다움이었다. 마냥 천사가 있다면 진짜 이럴까, 하고 생각할 무렵에 "기다렸어요." 무얼 기다렸다는건지 알 수 없었다. 이내 다시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에 알 수 있었지만, "당신이 말을 건네길 기다렸어요." "수줍어서 말을 못 건넸거든요." 귀여웠다. 그녀의 미소를 보고파 대답 대신 싱긋 웃어보았다. 다음 사람 주제 자각몽.
  •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에게 고백을 못한게 후회가 되서.. 자각몽이라도 꾸고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싶다고 생각한지 벌써 7년 그 사람을 좋아한지는 10년이 다 되어간다 '근데 어떻게 꿈에 한 번을 안찾아오냐고.. 보통 좋아하는 사람은 꿈에 나오고 그런다는데 고등학교 입학때부터 좋아했으니까 학교 다닐때는 주말빼고는 봐서 그저 보고만있어도 좋았는데.. 지금은 졸업하고 다른지역이라 볼 수도 없는데 꿈에라도 나와주라 좀!!' 생각을 마치자 팀장님이 찾으신다 "주영씨 잠시 이리좀" "네.. 팀장님 부르셨어요?" "주영씨.. 주영씨가 타는 커피 맛있는거 알고 있었는데 그 맛에 비법이 오래저어주는건가?" "네?" "아니 주영씨가 타준커피가 맛있어서 집에서 타먹어 봤는데 주영씨가 타준 커피맛이 안나더라고" 하며 웃으신다.. 아마 내가 탕비실에 들어가서 오래 안나오고 있으니까 본디 착함이 몸에 베인 사람이라 뭐라고 하지는 못하고 농담하시는거겠지.. "죄송해요 팀장님ㅜㅜ 제가 너무 오래 자리를 비웠죠? 이제부터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요..^^" '하.. 이 모쏠 생활을 청산하던지 해야지 팍팍 묵은 묵은지 같은 짝사랑인데 쉬어도 버리지도 못하고 씻어서 보관하고 있는 꼴이라니..' 또 짝남 생각을 해버렸다 일에 집중하자는 의미로 머리를 때리고 모니터 앞에 앉아 하던 일을 마저했다 마무리를 하고있는데 퇴근시간이 됐는지 팀장님이 "퇴근시간인데 다들 의자에서 궁둥이 떼고 회사 밖을 벗어 납시다!" 라고 얘기하셨고 퇴근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직원들이 하나둘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어수선하게 움직이는게 줄어들자 누가 뒤에서 콧바람을 불었다 "으악! 깜짝이야!" 뒤를 돌아보니 친구였고 난 친구를 째려보면서 얘기했다 "조금만 기다려 이거만 마저하고 가자" 친구는 일하는 시간에 짝남 생각한다고 시간 뺏어먹더니 퇴근시간에 일한다고 투덜댔다 하던 일을 끝내고 집으로 가는 길에 친구는 간단하게 골뱅이에 소주한잔 어떠냐고 물어봐서 나는 바로 콜했고 우리가 자주가는 포차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주문을 하고 친구와 한창 얘기하고 있는데 그림자가 져서 보니 팀장님 포함 직장동료 셋이 서있었다 "합석해도 돼?" 직장동료 2가 물어왔고 친구는 흔쾌히 그러라고 했다 직장동료들이 모자란 의자를 들고와 앉았고 안주를 추가해서 나올때까지 기본찬으로 술을 먹기 시작했다 술을 못하는 나는 3잔 째 알딸딸한 기운이 돌때 쯤 안주가 나왔다 술을 잘 먹는 친구와 직장동료 그리고 팀장님은 본격적으로 술을 먹기 시작했고 나는 안주를 먹으면서 술을 홀짝홀짝 마셨다 홀짝이다보니 어느새 주량을 넘어서고 있었고 술자리 분위기는 2차를 향하고 있었다 친구도 알딸딸한지 평소 안하던 스킨십을 하면서 "쥬용아~~ 우디 노래봥가쟈~~" 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칭구야~~ 나눈.. 이미 술이 턱끝까지 챠올랐댠다.. 여기서 더마시면 내일 출근 못할거 같우니까 나는 먼져 둘어갈게" 친구는 내 주량을 알기에 더 잡지는 않고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면서 "아랐또.. 구대쉰 이번주 금요일 같이 데이뚜 하는고다" 라고 했고 난 "웅웅! 꼭 데이뚜하자" 하면서 친구 볼에 가볍게 뽀뽀해주고는 직장동료들과 팀장님한테 인사를 했고 뒤돌아서 집으로 가려는데 발이 갑자기 멋대로 움직이면서 넘어질뻔 했지만 뛰어난 운동신경으로 중심을 잡는줄 알았지만 결국 넘어지고 말았다 놀란 친구와 동료들은 잠깐 멈칫하다 다가왔지만 팀장님은 어느새 옆으로 와서 나를 부축해주고 있었다 "오! 튐장니임~ 술 마셨는데도 반사신경이 뛰어나시네요 짱입니다" 하고 엄지척을 한뒤 배꼽인사를 하려는데 이번에는 엉덩이가 멋대로 튀어나와 엉덩방아를 찢고 말았다 친구는 배꼽을 잡고 웃었고 직장동료들은 웃음을 참으면서 괜찮냐고 물어왔다 나는 괜찮다고 괜찮다고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한번 인사를 하고 이번에는 꼭 제대로 걸어서 집에 가야지 다짐을 하면서 신중한 한걸음 한걸음을 하고 있을때 옆에 누가 말을 걸어왔다 "데려다 줄게요 괜찮으시면 제 손잡고 기대서 가요" 팀장님이였다 항상 앉아있는 모습만 보다가 이렇게 보니 키가 참 크다라는 생각을 했고 팀장님 입장에서는 아무말도 없이 보고만 있으니까 답답했는지 그냥 내 손을 끌어 부축을 하며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팀장님.. 괜찮은데요 진짜 괜찮아요 혼자 갈 수 있어요" "네.. 아는데요 근데 이렇게 혼자 보내면 내일 회사에 제대로 걸어서 못나올거 같아서 그래요" 또 시덥잖은 농담을 한다 사실 술김인지 모쏠이여서 남자사람 냄새를 못맡아서 인지 구분은 잘 안갔지만 포근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냥 아무말 없이 걸었다 한참을 걷는데 팀장님이 물어왔다 "근데 주영씨 집이 어디에요?" '포근함에 취해 집도 안가르쳐주고 걷고 있었구나' "쭉 직진하다가 첫번째 모퉁이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바로예요" 집이 술집에서 조금만 더 멀었으면 좋겠다는 응큼한 생각을 하고 있을때 집에 다와갔고 팀장님은 집근처 계단에 앉혀주고 아이스크림을 사오겠다며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고 뛰어가셨다 앉아있으니 어질어질 땅이 움직이는 느낌이 들어서 잠깐 누워있었는데 팀장님이 거친 숨소리를 내면서 뛰어오시더니 아이스크림을 건네 주셨다 다시 앉으면서 아이스크림을 건네 받고 아이스크림을 뜯고있을때 팀장님이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내 옆에 앉았고 둘이 한동안 아무말 없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사람들 지나다니는 모습을 보고만 있었다 정적이 깨진건 아이스크림을 다 먹을때쯤 내가 "팀장님 오늘 데려다 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안다치고 무사히 집앞에 왔으니 내일도 출근 잘하겠습니다" 라고 얘기했고 팀장님은 "그래요 근데 난 앞으로도 주영씨가 걱정되서 술안먹을때도 매번 이렇게 데려다 주고싶은데 어떻게 생각해요?" '뭐지.. 또 농담인가' "안그러셔도 돼요ㅜㅜ 술은 친구랑만 먹는데 매번 친구가 데려다 줘서 그럴일 없을거예요" "아.. 사귀자는 말이였어요 당황스럽겠지만 주영씨 좋아한지 꽤 됐어요 대답은 천천히 하셔도 됩니다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라는 말만 남기고 팀장님은 집으로 돌아가셨고 난 한동안 벙쪄서 팀장님이 사라진 길목만 바라보다가 정신이 돌아와서 집으로 들어갔다 집에 돌아와서 옷갈아입고 씻고 잠자리에 눕는 동안 계속 팀장님의 고백만 생각이 났다 평소같으면 묵은지같은 짝남 생각을 했을텐데.. 그 고백을 들어서 놀랐는데도 여전히 술은 깨지 않았고 나는 서서히 잠이 들었다 그리고 그 날 나는 묵은지 같은 짝남이 10년만에 처음으로 내 꿈에 나타났다 꿈인걸 알아서 였을까.. 짝남을 좋아하면서 하고 싶었던 데이트를 다해봤다 손잡고 놀이동산도 가고 사진도 찍고 술도 마시고.. 그렇게 행복한 데이트를 마치고 짝남이 집에 데려다 주고 집 앞에서 짝남이 얘기했다 '예쁜사랑하고 그 동안 나 좋아해줘서 고마워' 라고 얘기하면서 짝남이 뒤돌아 설때 꿈이 깼다 짝남이 마지막에 한 말은 뭐였을까.. 정신이 없고 몽롱함에 취해 있다가 정신차리고 시계를 보니 출근시간이 얼마남지 않은걸 보고 허겁지겁 준비해 출근을 했다 그렇게 원하던 짝남이 꿈에 나왔으니 오늘 좋은 일이 있을것만 같은 느낌을 가지고.. 다음주제는 출근 입니다
  • 날이 밝았다. 창 밖에선 새가 짖어대고, 윗 집도 꽥꽥 울어대고. 아주 그냥, 자명종이 필요없다. 개같은 아침. 솔직히 말야, 야근을 하면 출근 시간 정도는 늦춰 줘야하는거 아냐? 이게 한 두번도 아니고. 이래서 받아준다고 좋다구나! 하고 오는게 아니였는데. 괜스레 입을 삐죽이며 몸을 일으켰다. 무거운 머리를 마지막으로 올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참... 말도 안나온다. 양말이랑 티셔츠는 방바닥에 널부러져 있고, 청바지는 뭘 했는지 책장 꼭대기에서 달랑거리고 있다. 저 멀리선 가방이 내용물을 열심히 토해내고, 이러다 구더기라도 나올 것 같다. 더럽다, 더러워. 기분도 더러워진다. 팍! 씨. 결근하고 싶은 맘이 굴뚝같았지만, 어떻게든 잘 참아냈다. 먹고 살려면 까야지 뭐. 얼굴에 대충 물 좀 끼얹은 다음에 그나마 상태가 괜찮은 옷을 집어 들었다. 가방에 토사물을 겨우 욱여놓고나니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아침밥은 오늘도 물 건너 갔나보다. 회사 앞 편의점에서 뭐라도 사먹을 생각을 하며 난 집 밖을 나섰다. 태양빛을 고스란히 받으며 겨우겨우 버스 정류장에 왔다. 시간이 꽤나 남았다 싶었더니, 이번에는 버스가 늦는다. 후... 진정하자. 나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해 진정하는 것이다. 달궈진 아스팔트 위를 돌아다니는 아지렁이를 멍하게 보고있자니 잡 생각들이 떠오른다.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 걸까. 학생때는 그래도 밥만큼은 잘 챙겨먹었는데... 이렇게 여유없이 사는 게 과연 좋은 걸까. 노후생활이라, 흠... 한 삼십년후에나 올려나? 12분도 이렇게 긴데, 삼십년은 개뿔. 아, 진짜. 어떻게 하지? 확 내 자아찾기 여행이라도 가? 짜증나는 부장 얼굴에 사표라도 던져? 새벽 감성도 아니고, 오전 감성이냐. 웃기지도 않아. 이러저러 정신을 놓고 있으니 드디어 버스가 온다. 그래, 회사나 가자. 하루 살기도 힘든데 몇 십년 후를 생각해서 뭐하냐. 나는 오늘도 나를 구겨넣으며 출근을 한다.
  • 다음 주제는~ 양초야!
  • 아이가 양초를 만들어 왔습니다. 색이 특이하여 물었더니 아로마 오일을 넣었다고 합니다. 기어코 그런 감식안이 생겼니, 대견하구나 말하니 아이가 화를 냅니다. 강사가 시켰을 뿐이라고. 창의력을 기르라고 말하면서, 자기가 마음에 들어하던 하얀색을 기어코 없애버렸다면서. 한 번 다른 색이 섞여 다시는 돌아갈 수 없게 되니, 조원들이 하나 둘 씩 초록 염료를, 보라 색소를, 마신 적도 없는 커피 가루를 넣었다고. 아이의 말을 잠자코 들어줍니다. -그래서 너는 어떻게 했니? -그대로 두었어. 더는 더럽힐 수 없어서. 아이가 자신이 만들었다던 양초를 제 손에 담아줍니다. 소주잔 크기의 유리잔에 담겨있습니다. 칙칙한 색입니다. 질 나쁜 기름을 썼는지 불쾌한 악취가 납니다. 심지에 불을 붙이면 무엇인가 달라질까요. 다만 폭탄처럼 터질 것만 같은데. 방 하나도 골격 하나도 무너뜨리지 못하고 오직 사람 한 명만 박살낼 것 같은데. -태도를 보니 후회하지 않는구나. 잘했어. 아이의 등을 쓰다듬어줍니다. 아이는 불만을 드러냅니다. 좋은 징조입니다. 아이는 아직 저를 믿고 있습니다. -후회해. 색을 넣는 편이 좋았어. 이대로는 보기에 흉해. -아냐. 우리 딸 잘 만들었어. 어찌 이리 위를 평평하게 했니. -엄마는 바보야. 그거야 자연 법칙이고. 흰 색이 되지 못한다면 성심껏 꾸몄어야 했는데 괜히 고집을 피워서. 딸이 침대에 앉습니다. 저에게서 양초를 돌려받습니다. 자신의 철없는 투정을 만회하겠다는듯이, 모처럼 대견스러운 말을 합니다. -그래도 건강에 좋대. 아로마 오일을 넣어서. 우리도 다시 타오르는 거다, 알지? -난 곧 죽어. 이제 아흔이잖니. -시끄러워. 엄마는 안 죽어. 죽어도 엄마는 내 엄마야. 딸이 제 옆에 붙어 앉습니다. 그녀도 이제 늙었습니다. -난 진짜 훌륭한 사람이 될 거야. 지금도 늦지 않았어. 그래서 말이지, 엄마가 죽으면 난 딱 30년 뒤에 죽을게. 그리고 신문에 커다랗게 부고를 내는 거야. 훌륭한 이 선생 돌아가시다. 그날 신생아를 낳은 사람 중에 가장 예쁜 사람이 우리 엄마라고 기자에게 적도록 부탁할게. 그러면 세상에서 제일 예쁜 우리 엄마는, 자기 아이에게 내 이름을 붙이면 되는 거다. 알겠어? -그러면? -난 또 엄마 딸이 되는 거지. -관두렴. 넌 나보다 좋은 엄마를 만나야 해. -엄마는 다음생에 더 좋은 엄마가 될 거야. 경험이 쌓이잖아. 우리 딸을 나보다 더 잘 길렀듯이. 아이는, 우리 아이는 탁자 위에 양초를 올립니다. 불을 붙입니다. 저는 만류합니다. 아깝다고, 그 조그만 양초는 너무 빨리 닳고 만다고. 심지에 비해 직경이 너무 넓어, 양초가 다 타지 않고 한가운데만 뻥, 자식 잃은 어미 마음처럼 비어버린다고. -건강에 좋아. 제발, 엄마는 몸 좀 챙겨. 딸이 잔소리를 합니다. 정말 못된 아이입니다. 저는 흰색이 아닌, 꾸미지 않은, 딸이 만든, 다 타오르는 대신 중간에 구멍을 낼, 건강에 좋다는 양초의 향기를 맡습니다. 아이는 기어코 그 동안에도 투덜대고 마는데, 하루는 굳혀야 단단해질 양초를 강사가 시간이 없다며 두 시간만 굳히고 말았다는 겁니다. 저는 원래 우리네 삶이 그렇다고, 굳을 새도 없이 태어나 남의 손아귀에 잡힌다고, 그리고는 아이가 양초를 더 굳힐 시간을 주기 위해 제 몸을 깎는다고 말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늙은 어미의 잔소리일 것이 뻔해, 이만 입을 다뭅니다. 빛도 아닌 것이, 향도 아닌 것이, 음도 아닌 것이, 양초에서 나오는 것만 같으나 이 좁은 단칸방도 다 채우지 못합니다.
  • 음... 이번 주제가 양초였으니까, 다음 주제는 생일잔치로!
  • 생일이다. 잔치를 열었다. 초대손님은 없다. 내가 손님이자 주인공이다. 너무 기분이 좋았고, 소원을 빌었다. 내가 죽길바란다고. 내가 태어난 날, 날 누군가 먹어삼켜 없어져버린길 원한다고. 이깟 나따위년 사라져봤자 세상이 슬퍼하지않으니. 그말을 끝으로 나는 손목에 세상깔끔한 직선을 긋기시작했다. 다음 주제 ' 고열 '
  • 형이 앓는다.처음에는 미열로 시작해서 밤새 고열로 번진 모양이였다.애들과 펜션에서 몇박 뒹굴다 오니 그 꼴이 돼 있다.온 몸에 묻은 알코올 냄새를 숨기지 않고 기세 좋게 단칸방 문을 열어젖히고 들어가니 형은 하얗던 얼굴이 발갛게 익은 채로 이불에 파묻혀 있는 것이였다.내가 오자 힘겹게 눈뜨면서 하는 말이 이거였다. "야.......술마셨냐 내가 너 콜록,술마시면 어떻게 한다 했어" 아니 술 마신게 문제냐고.지금. "형 뭐하다가 또 아파?" "술 마시면 어떻게 한다 했냐고," 눈도 제대로 못 뜨면서 결국 내 걱정이다.형이 병을 얻어 올 공간은 딱 세 군데 밖에 없다.공사판,대리 운전,편의점.그중에서 도 제일 악질인....... "소장새끼가 뭐 철야라도 돌렸어?" "어.존나 아프다.콜록,야 너 계속 술 마시고 애들이랑 그딴식으로 놀아봐"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말이 나오기 일보 직전이다. "그날부로 일 더 잡을거니까." 왜?대체 왜 그렇게 열심일까.형은 늘 내가 너만큼은 대학 졸업하는거 보고 죽을거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본인은 대학은 커녕 고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한 주제에.나이도 겨우 네 살밖에 차이 안 나면서 죽긴 뭘 죽어.내가 형이 그 말만 하면 짜증을 냈기 때문에 요즘은 별로 하지 않는 눈치다.그 대신 형은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새벽에는 공사판,늦은 오후부터는 편의점,자정쯤에는 대리운전까지.솔직히 내가 겉돌게 된 건 형 책임도 있다.새벽즘 되서 들어오고 또 새벽즈음 되서 나가는 형을 기다리며 혼자 집에 있는 건 죽어도 싫었으니까. 그저께 친 모의고사에서 난 또 바닥을 기었다.씨발.이딴 놈이 뭐가 예쁘다고. 언젠가 인근 술집에서 대리 운전 손님에게 머리채를 잡히던 형을 본 순간,나는 그만 빡 돌아버렸다.그 자리에서 튀어나가 형을 잡고 있는 손을 꺾었다.경찰서까지 가서 형은 또 죄인처럼 쉴새없이 용서를 구했다.잘못했다면 죄는 내게 있는 건데. 왜 형이. 그날 집으로 가서 차라리 내가 학교를 그만두고 같이 일하겠다고 난리치다 뺨을 얻어맞았다. 형,형은 왜 그러는 거야?왜,친동생도 아닌데 왜.......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억지로 구겨넣었다. 몇마디 더 하려던 입술이 바짝 마른듯 잠잠해졌다. "병원은?" "보험 안 되는거 알잖아." 잔뜩 쉰 목소리가 대답했다.형은 다시 눈을 감았다.잔뜩 붉어진 얼굴이 위태롭다. 사람은 열이 40도가 넘으면 죽는다고 했는데.눈앞의 형이 금방이라도 사라질것만 같다. "형 죽으면 안돼." "죽긴 뭘 죽어 임마.갑,자기 애기가 됐네.너,콜록 어릴때 귀여웠는데." "지금은?" 형이 웃는다.기침 사이로 간간히 말하면서도 꽤 힘겨워 보였다. "형 가만 있어.내가 죽 사올게.그거 먹고 병원도 가자." "새끼 다컸네 " 형이 내가 나가기 전 흐릿한 시선을 던졌다.나는 문이 닫기기 전까지 그 시선을 맞추었다. 사거리 죽집으로 달려가면서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났다. 다행이 바람이 얼굴에 맞부딪히며 눈물을 식혀주어 죽집에는 멀쩡한 얼굴로 들어갈 수 있었다. 쓸데없이 길어진 느낌이다....... 다음 주제는 평상!
  • 우리집 옥상 한켠에는 커다란 평상하나가 있다. 엄마가 어렸을적 엄마의 아버지.. 그러니까 외할아버지가 만들어 줬다는 평상. 가난한 시골 농부의 딸인 엄마가 부잣집 아들인 아빠에게 시집올적에 바득바득 우겨 가지고 온 평상. 바람이 솔솔 잘 부는 날이면 옥상에 있는 그 평상에서 우리 세 사람은 나란히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펼쳤었다. 너무 낡아버려 이젠 그 위에 올라설수도 없지만 그곳에 깃든 추억을 버리기 아까워 여전히 옥상 한켠에 놓여 있는 평상. 그 평상을 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따스해진다. 다음 주제는 '지하실'!
  • '대체 내가 왜....' 새벽 2시 학원갔다가 오는 길 뒷통수를 쎄게 맞고서 정신 차려보니 햇빛이 아주 조금 내려오는 지하실이다. '아프다.. 뒷통수 꼴에 상처는 나지말라고 치료해준건가' 나를 때린 누군가가 상처를 치료 해 주었다. 이럴꺼면 그냥 눈만 가리고 데려가지 굳이 때렸어야 했나? 감옥같이 생긴 창살이 있는 6평 남짓하는 이방. 나만 있는건 아닌듯 여기저기 자그마한 목소리들이 들린다. "여긴 대체 어딜까요?" "암호는 다 푸셨나요?" "그래도 밥이라도 주니까 다행이에요." "내가 살던 방보다 좋은걸요 아예 눌러 살고싶네요 돈걱정 안하고..." " 난 우리집 아이들이 너무 걱정이에요... 어서 풀어야할텐데" . . . 암호? 하긴 나 방금 눈떴구나.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6평 남짓한 방 오른쪽에 꼴에 화장실이라고 분리 해놓은건지 귀여운 칸막이와 좌식변기 그 옆에 세면대가 있다. 왼쪽을 보아하니 누가봐도 나는 침대에요 라고 하는 침대와 누가봐도 나는 책상이에요 하는 독서실에서 쓸법한 책상에 접혀있는 쪽지가 있었다. 쓰라린 뒤통수를 부여잡고 쪽지를 폈다. "햇빛은 15g 시멘트는 30g 휴지는15칸 물은 50ml 어떻게 하시겠어요?" 무슨말이야? 빛은 무게가 없다고 개새끼들아!! 그리고 여기서 무게를 어떻게 재라는거야 사람잡아놓고 이거 납치 감금이잖아 나가기만해봐 일단 뒤통수 후린 새끼부터 똑같이 깜방에 쳐 넣어 줄테다. 라는 말이 목 끝까지 나왔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문제 푸신분 계신가요? 정보 공유 좀 해주세요 정도다. 그래도 사람들은 착한건지 무게를 재는 방법과 계량 하는 법 정도는 알려주었다. 이 닭장같은 지하실에 지내고 있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서 총 10명. 10명중 제일 먼저 온 사람이라 주장하는 사람이 그랬다. 문제를 다 풀면 나갈 수 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그래 아직 젊고 공부도 하다가 왔으니 이정도는 금방 할 수 있을꺼야. 그리고 당장 뛰쳐 나갈테다. 라는 생각과 이 병신같은 지하실에서 이 사람들과 얼마나 생활을 해야할까 라는 고민과 함께 침대에 누웠다. 다음주제 : 인형
  • 뜨겁다. 피부가, 피부 아래 근육이, 뼈, 내장, 그 위에 얹힌 신경들이 눌어붙는다. 육신과 정신을 한 데 뒤섞어 주조틀에 들어붓는 느낌이다. 고통스럽다. 물. 물이 급하다. 난 어째서 이딴 짓을 하는거지? 멍청이들. 한 마디가 뇌리를 스쳤다. 익숙한 목소리. 누구더라? 기억이 나질 않는다. 잠시 기억을 더듬어 봤지만, 영 떠오르지 않는다. 이 빌어먹을 열기 때문이다. 꺼내줘! 빨리! 죽을것 같아! 소리를 질렀다. 목이 아프다.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긴 했는 지도 모르겠다. 귀가 잘 들리지 않았다. 무섭다. 난 여기서 죽어선 안되는 사람이다. 내게는 숭고한 사명이 있다. 데미안 허스트의 얼굴이 떠올랐다. <살아있는 누군가의 마음에서 불가능한 물리적인 죽음>. 그 작품을 처음 봤을 때 느꼈던 설렘이란... 나도 어서 작품을 완성해야한다. 이념과 사상, 사랑과 증오, 삶과 죽음. 이 모든 감정을 쏟아부을 대작을, 나도 만들던 중이었다. 여기 오기 전까진 말이다. 그 작품은 불현듯 떠올랐다. 여느때처럼 전시회 작품을 그리던 와중이었다. 아름다운 곡선. 그 속에 담긴 진중한 메세지. 누구도 도전하지 못할 창의성. 난 머릿속에 떠오른 그 작품이야말로 신이 내게 남긴 사명이라 확신했다. 다빈치, 고흐, 데미안 허스트를 따라 나에게까지 이어진 숭고한 임무. 의심치 않았다. 난 작업중이던 모든 작품들을 다 버리고, 이 작품 하나에 매달렸다. 모두 날 미쳤다고 했다. 동료들은 점점 날 피했다. 내 구상을 무시했다. 멍청이들. 놈들은 항상 그랬다. 팔리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가 입버릇이었다. 서로 그린 그림들을 칭찬하며 자위했다. 그 새끼들은 영원히 이해하지 못하리라. 돈과 지위와 명예를 넘어선 어떤 경지를 말이다. 그리고, 내게는 그런 우매한 인종들을 일깨워줄 의무가 있다. 그렇다. 난 보여주어야한다. 진정한 아름다움을. 미학을. 서로의 상처나 핥아대는 꼴사나운 짓거리들을 멈추고 예술을 찬양해야한다. 잠깐.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내 작품. 구상. 뭐였지. 방금 전 까지도 작업중이었는데. 정신이 몽롱하다. 예술. 죽음. 뭐더라. 잡힐 것 같으면서도 멀어져가는 이 감각... 야. 걔 소식 들었어? 난 마시던 커피를 잠시 내려놓았다. 누구? 걔 있잖아. 왜 맨날 혼자서 작업하던 걔. 아 걔. 모를 리가 없다. 뉴스에도 나왔던 일이다. 하지만, 별로 달갑진 않았다. 오랜만에 만난 대학 동기와 하기에는 너무 음침한 얘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런 내 심중은 거들떠도 안 보고 신나서 떠들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그녀는 대학 시절에도 이런 괴담들을 좋아했다. 정말, 난 걔가 그런 짓을 저지를 줄은 상상도 못했어. 원래도 별로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말이야. 참 나, 항상 우릴 깔보듯 보고 말야. 정이 가는 놈은 아녔지. 확실히. 그래도 자살할 줄은 몰랐어. 정말. 글쎄. 근데... 그녀가 내게 몸을 기울였다. 목소리를 낮추고는 걔가 유언장에 뭐라고 써놨는 줄 알아? 하고 말했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작품 카탈로그를 써놨대. 카탈로그? 그러니까, 작품 제목하고 의미하는 바를 써놨다는거야. 어떤 작품? 왜, 걔, 마지막에 화덕에 들어가서 죽었잖아. 석고를 치덕치덕 바르고. 그래?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근데? 유언장에 적힌 작품 제목이, '인형' 이었다나. 그녀가 목소리를 낮췄다. 무슨 재치있는 말이라도 되는 것 마냥 말을 했지만, 난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별로 구미가 동하는 이야기도 아니어서 아 그래? 하고 넘겼을 뿐이다. 그녀는 김이 샜다는 표정을 했다. 다음 주제는, 위에서 고열을 재밌게 봐서 형제 로 합시다
  • '큰 형 편지야.' 막내가 흰 봉투를 던지듯 건넸다. 편지 주인의 성격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 정말 아무 것도 없는, 그저 목적지와 이름 석 자 만이 버젓이 적힌 심심한 것이었다. 막내는 썩 내키지 않는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는 '난 싫어.' 라고 고개를 세차게 젓더니 이내 자기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싫을 만도 하지. 봉투에 흠집이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편지를 빼내었다. 가로로 4번 반듯하게 접힌 종이는 습기 때문에 조금 눅눅했다. 열어보지는 못했다. 용기가 나지 않았을 뿐더러 사실 내용이 빤했기 때문이다. 좀 더 솔직히 말해보자면 형의 필체를 보면 창피하게 울어버릴지도 모른다. 희미하게 멀리서 들리는 빗소리가 우울했다. 가지런히 접힌 편지의 모서리를 보다가 숨을 크게 한 번 들이쉬고 천천히 뱉었다. 어찌나 꼭꼭 접어놓았는지 온전히 펼쳐지지 않았다. 집에 봉투가 남았는가, 펜은 서재에 있을텐데. ** 편지가 와서 놀랐어. 사실 잊고있지 않았다면 그건 또 거짓말이거든. 막내는 싫다고 방에 들어가버렸는데 걱정은 말아, 제 호기심 못이겨서 찾아볼 게 뻔하니까. 우리 막둥이가 좀 착해. 용서는 빌지 마. 아무것도 잘못되지 않았어, 형. 우리 모두 솔직하지 못했던 것 뿐이야. 내뱉고 적고 울 줄만 알지 전하고 받는 걸 배우지 못했잖아. 그러니까 사과하진 말아줬음 좋겠어. 죄라고 치부하고 감정을 홀대하지 마. 나도 막내도 자랐고 이제 배웠으니까 이제 나아지겠지. 우리도 점점 더 괜찮아 질 거야, 형. 여긴 심심하면 비가 오는데 거긴 어때? 똑같나? 막내는 요새 요리에 맛이 들렸나 봐. 날이 갈수록 솜씨가 늘고있어. 이제 슬슬 얼굴 좀 비춰. 오라고 강요는 안 할게, 막내도 정리할 시간이 좀 필요할거야. 형도 그렇겠지. 장마 그치고 낙엽 질 때쯤에 다시 한 번 더 편지할게. 안녕. 다음주제는 새벽!
  • ㄱㅅ
  • 곧 알았다, 나는 과분하게도 역사에 이름을 남기겠구나. 손수건으로 입을 가리고 침을 삼키기를 계속한다. 세 도막의 스케르초가 오직 피아노 하나만으로 연주된다니. 이런 떨림은 단수의 악기로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앞의 관람객을 본다. 뒤의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휴대전화로 피아니스트를 찍고 있다. 무례하다. 분명 가문도 없는 졸부겠지. 마침 손을 들면 그의 머리를 떄릴 수 있을 만한 거리에 앉아 있다. 그러나 참자. 레닌이 말하기를, 베토벤의 음악은 마땅히 맞아야 할 자들을 보듬어 주고 싶게 한다 하였다. 영광스러운 자리다. 16분 음표의 트레몰로가 들린다. 사람들은 지금 저 명망 높은 피아니스트만을 보고 있다. 그러나 틀렸다. 이 곡을 지은 이는 다름 아닌 내가 후원하는 예술인인 것을. 피아니스트는 악보에 담긴 기교의 채 절반도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병에 걸렸다며 자살 시도까지 했던 그녀를, 나는 어르고 달래 예술적 열망을 회복하게 만들었다. 드디어 꽃이 핀 것이다. 베토벤으로 치자면 영웅 시대의 개막이다. 발트슈타인 소나타가 공개된 순간인 셈이다. 이제 우리 가문의 구호가 예술 작품의 제목이 되어, 문명에 새겨지겠구나. 나는 당연하다는듯 담담히 받아들인다. "어떠셨나요?" 그녀는 특실에 있다. 한강이 보이는 위치다. 오한이 드는지 가디건을 걸치고, 싸구려 녹차를 들고 있다. 나는 지갑에서 명함들을 꺼낸다. "영향력 있는 비평가들이야. 모두가 앞다투어 자기 이름을 건네려 했지." 그녀는 창문을 연다. 내가 문을 닫지 않은 탓에 바람이 강하게 분다. 그녀의 건강이 악화될까 걱정되어 다가갔더니, 그녀는 나를 만류한다. 투신을 막기 위해 쇠창살이 걸려 있다. 자신의 얼굴이 비치는 것이 싫다 하여, 창살은 매끄럽지 않은 재질로 되어 있다. 그녀가 손톱으로 티백을 꺼낸다. 창살 사이로 던져 버린다. 나는 그녀를 바라본다. "베토벤이라더군. 들었어? 베토벤이라고." "그런 칭찬이야 잡지 호마다 거듭돼요. 신진 예술가의 이름만 바뀌지요." "서둘러. 소나타 이름을 확정지어 전해 주어야 해." 그녀는 발로 차인 말처럼 나를 바라본다. 가소로움과 경외심이 뒤섞여. "저는 정했습니다. 아실 텐데요. 가문의 구호를 그대로 쓰겠다고." 카펫을 보고 있었다. 실이 눈에 보이던, 눈만으로도 모든 실을 쫓을 수 있을 것 같던 투박한 카펫을. 그녀의 말이 들린다. "제 마음대로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제목이란 것이. 베토벤 운운 거리는 평론가들에게는 더더욱." "어째서야?" "피아노 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 백작에게 헌정되어 발트슈타인 소나타라 불리지만, 프랑스에선 새벽 소나타라 불리죠." "그게 어때서 말이지?" "베토벤 영웅 시대의 시작이잖아요? 부자에게 반항하기를 낙으로 삼는 비평가들은 재벌에서 잘려나간 가문과 엮일 바에야 반항하는 제스처를 취할 거예요. 저희가 정한 제목을 쓰지는 않겠지요." "그래도 원하신다면 길은 있어요." 그녀가 권한다. 나는 묻는다. 그녀가 답한다. "제가 발전하지 않는다면 비평가들은 소나타 제목에야 연연하지 않을 겁니다. 가문의 구호가 문제 없이 정착하겠죠." "하지만 그런다면." 그렇다면 역사에 남지 못하게 되지 않니. 나는 속물 같은 말을 참는다. 그녀의 의도는 무엇인가. 자신의 새벽을 내 가문의 이름으로 덮는다면, 자신은 더욱 나아갈 수 없다는 일종의 협박인가? 그녀가 싸구려 포장지에서 싸구려 녹차 티백을 꺼낸다. 갑자기 티백을 씹는다. 송곳니를 내보이며, 그러나 종이가 찢어지지 않을 만큼. 그러더니 선언한다. "다른 곳에서 후원 제의가 왔어요." "설마." 나는 떤다. "네. 거기요. 재벌 쪽에서." 당신의 아버지가 밀려난 그 재벌요. 나는 말해진 적 없는 말을 듣는다. 이 이상 이곳에 있다간 허물어질 것 같아, 나는 서둘러 일어선다. 지갑도 명함도 병실에 둔 채로. 우리 가문에 굴러들어왔다 떠났던 돌을 잊기로 했다. 병원을 나오며 벤치에 주저앉았더니 가슴이 아프던 환자가 누웠다 갔는지 따뜻하더라. 걱정 말자. 돈으로 치료를 받을 것이다. 순간, 이 나라에 사는 사람 중 내 적과 결탁하지 않은 자가 있나 싶더라. 이 대지, 저 하늘마저도. 과분한 바람이었다. 곡의 이름은 우리나라 최대 재벌인 새벽 그룹의 이름을 따, 새벽 소나타가 될 것이다. 재능과 자본이 결탁한 장에서, 애매한 자리에 놓인 우리 가문이 들어설 길은 없었다.
  • 다음 주제는 관람차
  • [관람차] 자료를 찾아 집안 구석구석을 뒤졌다. 침대 밑, 책꽂이의 위부터 아래까지, 책상의 서랍들과 옷장 안에 넣어둔 각종 상자들, 거실에 놓여진 선반위와 온갖 물건들을 박아 넣어놓은 작은 방까지. 결국 자료를 발견한 곳은 가방의 한켠이여서 허탈했다. 그렇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던 건 아니였다. 우연히 찾은 앨범 한 권. 기억도 하지 않고 있던 앨범은 과거의 추억들을 꺼내기 딱 좋은 물건이였다. 표지를 넘기자 가장 먼저 보이는건 '사랑하는 내 아들의 첫 앨범'이라는 글귀. 동들동글한 글씨체와 끝이 둥그스름한 펜은 퍽 잘 어울려서 절로 웃게 만들었다. 다음 장을 넘겼다. 빨갛고 쪼글쪼글한 못생긴 아기. 저렇게 작았던 내가 벌써 이렇게 커버려 곧 있으면 저렇게 생겼을 아이를 보는 입장이 되었단 것에 감회가 새로웠다. 첫 사진을 필두로 한 장씩 넘기다 보면 점차 커가는 모습과 달리 갯수가 점점 적어지는 것을 느끼며 진한 아쉬움이 몰려들었다. 후회는 언제나 늦는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늘 남는건 사진밖에 없다며 이리저리 사진기를 가지고 다니며 사진을 찍으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찰칵거리는 셔터음이 뭐가 그리도 마음에 안들었었는지 중, 고등학교때의 사진의 얼굴은 미묘한 표정이 가득이라 뿜어버렸다. 젊은 부모님의 표정은 밝았다. 햇볕에 인상이 찌푸려진 사진 몇 개가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햇볕에 의한 것임을 모르지 않았다. "이건 챙겨둘까." 어느덧 마지막 장까지 전부 본 뒤, 중간에서 조금 뒤에 있던 사진 한 장을 꺼내 조심스럽게 지갑 안에 넣었다. "뭘 챙긴거에요?" "아, 당신. 언제 왔어요?" "내가 먼저 물었는데 질문으로 대답하기 있기, 없기?" "아하하.. 별것 아니니까요. 그냥 사진 한 장이죠 뭐." 내 말에 바로 눈을 빛내며 표정으로 재촉하는 이사람의 모습에 방금 집어 넣은 사진을 꺼내어 보기좋게 들어올렸다. "가족끼리 관람차를 타러가서 찍었던 사진이에요." "잘찍혔네요. 아, 그러고 보니.. 언제 한 번 내려오라고 했었는데. 주말에 갈까요?' "당신이 괜찮으면 난 좋은데요." 당연히 괜찮다며 어깨를 툭 쳐오는 행동에 눈을 휘며 웃었다. 이제부터라도 사진은 계속 찍으면 되니까. 아주 유익했던 시간이다. 다음주제 : 어린시절의 꿈
  • 어릴 때 꿈은 아이돌이었다. 춤추는 언니,오빠 혹은 내 또래의 아이돌을 보며 즐거운 망상에 사로잡혔던 나다. 나는 데뷔하면 메인보컬이 될까, 아니면 랩을 할까? 아니면 춤? 귀엽거나 오글거리는 건 잘 못할테니 멋있는 걸 할까? ...하지만 오늘도 여전히 나는 '꿈'만 꾼다. 다음주제:녹색
  • 항상 높디 높던 하늘을 올려다보면 이름모를 녹색의 푸르른 나무들이 아른거렸다. 언제나 시원한 추억을 선사해주던 그 푸르던 나무들은 어느새 봄,여름을 지나 가을에 도착해 잎들이 찬란한 빛을 잃었지만, 내 머나먼 기억 속 파편 한 자리에는 어딘가 짙은 녹색빛을 띤 빛줄기들이 각자 열띤 빛을 내며 기억하고자 발버둥 치리라. 기억하리라. 내가 올려다본 하늘의 높던 푸르른 녹빛을, 가볍게 얼굴을 스치던 잎들의 손길을, 조용히 그늘을 내어주던 넗은 품을 녹색이 하늘을 물들일 날, 나는 잊지 않겠다. 다음 주제: 무지개
  • 다음주제: 무지개 하늘이 우중충 하내. 혼자 내 방에서 밖을 내다봐. 안녕. 하늘의 비구름아. 창문위에 덮힌 끈적한 무언가에게도 인사를 건냈다. 무언가. 비오기 전 창문에 손을가져다 대고 쭉 그어보면 비가 내릴때와 다른 끈적한 불쾌감이 든다. 그리고 나는 그 끈적한 무언가를 창문에 덮힌 무언가라 부르기로 했다. 사실 끈적한것은 내 손가락일지도 모르고 그렇다면 무언가라 지칭한 것은 장마에 흘린 습기 일지도 모른다. 또 그렇다면 사실 내가 인사를 건낸 무언가는 나 자신일지 모르고 나는 내 자신에게 인사한 꼴이 되고 만다. 또한 그 무언가란 장마에 의해 태어난 꼴이니 장마또한 어떤 그 무언가 일지도 모른다. 그냥 그 장마를 계절에 하나로 포함 시키자. 그렇다면 또 장마란 여름의 모든 시기질투를 안고가는것이 되어버린다. 사람들은 비가 습하고 덮게 내리는 날은 유독 여름이라고 하지 않고 장마때문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장마란 그런것이 아닌가? 문득 나는 창문을 닦아 무언가를 지워보려고 했다. 닦은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빗방울 지나간 흔적이 있었는대 이것이 마음에 들지 않다. 이것은 장마 때문일 것이다. 머침 뒤를 돌아보니 친구가 나를 보고 싱긋 웃고 있었고. 아마 내가 창문을 닦는사이 들어온 것 같았다. "뭘 그렇게 열심히 닦는거야? 어차피 비가 올거같은대" 나는 무언가를 지우려 한다고 대답하기 사뭇 망설여져 이렇게 말했다. "비오는 모습을 선명하게 보려고." "하하하, 정말 너다운 놈이라니까" 나는 아랑곳 하지 않고 창문을 닦았다. 빗방울 자국을 하나도 남기지 않기 위해 세세하게 닦아나가느라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고. 하는수 없이 나는 손가락을 창문에 대고 죽 그어보았다. 아까의 끈적한 불쾌감은 사라졌지만 그것은 내가 창문을 세세하게 닦았기때문인지, 아니면 비거 내리기 시작해서 인지 알 수 없었다. 또 뒤를 돌아보니 웃고만 있을줄 알았던 친구는 나를 아련하게 바라보며 가볍게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그래, 오늘이었나." 나는 말 뜻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충동적으로 대답했다. "그래" 무언가 고개를 푹 숙여야할 것 같은 압박감에 고개를 푹 수그린 채로 친구의 반응을 살폈다. 사실 바닥을 보며 끈적한 무언가에 대한 행방에 대해 좌뇌와 우뇌가 나뉘어 열띈 토론 중이었다. 친구가 말했다. "게다가 딱 오늘같은 날이었지. 벌써 일년이라니. 지금 당장에라도 문을 열고 나를 반겨줄 것 같은데." 좌뇌와 우뇌는 아직 행방을 찾느라 바쁜나머지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 "참 예뻣는대." 나는 너무 많은 생각에 어지러움을 느꼈다. 토할것 같은 생각에 미간을 짚었다. 미간이 끈적했고 내 손은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찾아 눈을 비볐다. 아마 끈적한 것은 눈물이었다. "울지 말게 친구,나도 슬퍼지잖아."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계속 눈를 비볐다. 눈이 아파왔고 나는 다시 끈적한 무언가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아파왔다. 그러는 사이 친구는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울고 있었다. "너는 왜 우는대" 내가 묻자 친구는 침묵으로 답하는듯 하더니 입을 열고는 이렇게 말했다. "사실 내가 먼저 좋아했다." "뭘?" "시연이" "..." 한동안 침묵이 계속 되었다. 나는 침묵이 계속될거같아 다시 바닥을 보며 이번엔 시연이에대해 생각해 보기로 했다. 하지망 침묵은 오래가지 못했다. "행복하게 보내줘서 고맙다.아니,이런말 하는것도 우습내, 처음부터 나는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었는걸" 나는 침묵하지 않을수 없었다. 내 손은 덜덜떨리고 고조되는 분위기 속에서 오열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래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고 또 다시 내 왼편의 뇌는 그래야만 할것같은 이유와 분위기에대해 논의 하고 있었다. 사실 그녀가 죽었다는 사실은 나에게 그렇게 슬픈일은 아니었으나. 그녀의 장례식장에는 나의 부모님과 장모님과 장인어른과 나의 친구와 그녀의 친구와 나와그녀의 친구와 친척들이 와있었고 그런 분위기는 나에게 퍽 슬픈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나는 그런 의미에서 슬픈것이 맟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만약 장례식에서 나오는 찬송가 대신에 가요나 발라드가 들렸다면 나는 그때 울지 않았을까? 그녀가 죽던날도 오늘처럼 비가 오던 날이었다. 피곤하던 나를 졸라 창문을 깨끗히 닦게 하고 꼭 내 무릎에 누워 창문을 하염없이 바라보았었다. 나는 참 좋은 사람이라는말, 함께 있어줘서 고맙다는말, 자기 죽으면 꼭 좋은 사람 만나라는말. 그녀는 창백하고 또 창백한 얼굴을 하고선 말을 멈추지 않았다. 나는 그냐를 바라보면 하염없이 머리를 쓸어넘겼었다. 그때 그녀가 무지개를 보고 싶다고 내게 말했었는대. 만약 그녀가 무지개를 봤다면 나는 정말로 슬펐을까. 사실 정말 어떤 감정이 솟아 올라 눈물을 흘렸다명 그건 하나의 감동이 아닐까. 좀 이따 쓸래 다음주제~ 스펙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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