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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미리 말해두지만 우리집 가정사가 조금 복잡해.
외할아버지가 젊으셨을때부터 난치병이 있으셨는데 이 병이름은 말 안할게. 그냥 첫인상으로 보기에는 아무 문제 없는데다 약만 꼬박또박 먹으면 되는 병으로만 알아줘.
하여튼 할아버지는 성격이 원래부터 좋게 말해 느긋하고 나쁘게말하면 게으르고 현실성없는 분이셨어. 외할머니는 그에비해 착실하고 현실적이지만 조금 시니컬한 부분이 있는 분이셔. 두분이 왜 결혼했는지는 아직까지도 미스테리야. 그렇게 우리 엄마 포함 네명의 자식을 낳고 장녀인 우리 엄마가 중고등학생때쯤 할아버지가 다른 여성분과 바람이 나서 이혼하셨어. 엄마를 포함해 자식들은 어째선지 할아버지 쪽에서 자란것 같아. 이 사실 자체도 얼마전에 알게된건데 나한테는 상당히 충격적이였어. 그런데 그 뒤로 재혼까지는 아니더라도 두분이 다시 만나고 관계를 회복하셨대.
엄마가 결혼하고 내 오빠인 아들을 낳고 몇년지나지 않았을때 무슨 이유에선지 가족들 다같이 큰 승합차같은거에 타고 어딜 가고 있었대. 운전을 할아버지가 하셨는데 사고를 엄청 크게 내서 5,6살이였던 오빠포함 엄마랑 이모랑 외할머니랑 다들 다쳤어. 그중 할머니가 진짜 위험해서 골반이랑 허리가 거의 들어 앉으셨어. 그뒤로 20년 가까이 지났는데 할머니는 아직도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계셔.
사실 여기까지만 해도 사람이 한두번 실수할 수 있는거라고 넘어갈수 있어. 그런데 할아버지는 그뒤로도, 내가 태어나고 지금까지도 쭉 금전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엄마를 너무 힘들게 하는것 같아. 우리 엄마가 말하길 할아버지는 원래 판단력이 조금 부족한 분이시래. 그래서 그 난치병때문에 먹는약도 다 나았다면서 안 드시고 병원도 자주 가시라 해도 돌팔이들이라면서 맨날 집에서 담배만 피우시는 분이야. 임플란트할 치과도 혼자서 제대로 못찾으셔서 엄마랑 이모랑 삼촌이 모은 돈 몇천만원을 날리시고 노름도 좋아하셔. 어렸을때부터 할아버지집에 다녀올때마다 엄마가 힘들어하고 스트레스 받는거를 보면서 내가 다 안쓰러웠어.
그러다 이번에 일이 제대로 터진거야. 몇년전에 당뇨를 진단받으셔서 약을 챙겨 드셔야하는데 할아버지 성격에 제대로 드실리가 없었지. 전부터 뵈러 갈때마다 다리가 저릿저릿하다 하시고 거동도 조금 불편해 보이셔서 병원 꼭 가시라고 몇번씩 말했는데 이번에 드디어 엄마가 끌고 가니까 당뇨발이래. 병원에서 이렇게 발이 썩을때까지 뭐했냐면서 대학병원에 가야한다더라. 그래서 빨리 대학병원에 갔더니 이 썩은게 뼈까지 전이되면 죽을수도 있다면서 발등을 절단해야 한대. 지금 입원해계시고 엄마말로는 수술이 끝나면 앞으로는 요양병원에서 모셔야할거래. 엄마는 우리 아빠도 내가 진짜 어렸을때 돌아가시고 엄마 혼자서 나랑 오빠 먹이고 교육시키면서 힘들게 살았는데 지금 너무 청천벽력같은거야.
매일매일 엄마가 힘들어하는걸 보는게 나도 힘들고 진짜 한순간 할아버지가 차라리 돌아가셨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런 생각이 드는 나도 너무 소름끼치고 무서워.
글을 너무 두서없이 쓴것 같은데 지금 너무 심란하다.
살짝 이해는 된다. 나도 스레주랑 비슷한 상황이야. 친가쪽이 좀 그런데 친할머니께선 우리 엄마 말을 전혀 귀담아 듣지 않으셔. 농사 짓고 계신데, 할아버지께서 파킨슨병인가? 그거 걸리셔서 예전만큼 일을 할 서가 없어. 그래서 이제 농사를 좀 줄여야 할 것 같다고 엄마가 그러셨는데 할머니가 기어코 돈주고 다른 사람을 써 가면서 농사를 하신거지. 그러다가 그 일꾼??분들이랑 밥 드시러 나가다가 교통사고가 나셨어. 차는 완전히 박살나서 폐차했고, 할머니 다리는 다 산산조각나서 한참이나 오랫동안 수술하고 입원하시고 요양병원에도 가셨었어.
난 연예계 쪽으로 나가는 게 꿈인데, 오디션에 통과해서 계약만 남겨둔 상태였어. 그날 아직도 너무 생생하게 기억나. 관계자님한테 전화가 와서 이것저것 설명 듣고 부모님이랑 연락해보겠다고 부모님 연락처까지 드린 상태였는데, 한참 지나서 엄마한테 전화가 왔어. 거기 못 보내주겠다고.. 분명 오디션 볼 때 까지만 해도 붙으면 보내주겠다고 내 꿈 밀어주던 엄마였는데 갑자기 안 된다고 하셨어. 황당하고 억울해서 왜냐고 했는데 할머니가 다치셔서 돈이 너무 많이 깨졌다고 하시더라.. 예를 들어서 평소에 우리 집에서 쓰는 돈이 한달에 300만원이라면, 그 일 때문에 1000만원이나 더 쓰게 된 셈이지.
결국은 못 갔어. 내가 그걸 포기해야 한다는 게 힘들기도 힘들었지만 아무 잘못도 없는 엄마가 할머니 때문에 고생해야 한다는 게 너무 안쓰러웠거든. 그때 당시에 난 알바도 할 수 없는 나이였기 때문에 뭐 하나 도울 수 있는 게 없었어. 그래서 포기하게 된 거였고. 지금은 그때보다 상황이 많이 좋아졌어. 할머니도 치료 다 되어서 휠채어 타고 다니시다가 지금은 잘 걸어 다니시고, 농사도 줄이긴 줄였지. 그런데도 아직 욕심이 있으셔서 우리가 친가에 갈 때마다 농사일을 하는 건 이제 거의 당연한 것 같아. 난 그거 정말 싫거든.. 나는 꿈 이루기 위해 노력해서 그때보다는 훨씬 더 나은 경험을 했지만 할머니 때문에 내 꿈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방해를 받은 적이 한번 더 있어.. 갑자기 상각하려니 뭔지 기억은 안 나는데 기억나면 적으러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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