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화살을 시위에 매기고 정면을 보았다. 수십, 수백발을 쏘아왔던 그의 등근육은 단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굳건하게 제자리를 지켰다. 둥글게 휘곤 했던 눈매가 목표물을 마주하며 일직선으로 선을 뻗었다. 눈빛은 밝기를 잊었지만 의지를 불태웠다.
나무대가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한계까지 휘었다. 냉철한 심장은 때를 기다리며 박자를 맞추었고 숨은 일말의 오차도 범하지 않으려는 이성에 맞춰 존재감을 죽였다. 움찔, 화살깃을 쥔 손가락이 움직였다.
하나, 둘, 그리고 셋.
단 한발. 적의 급소를 꿰뚫고 승리의 고양감을 안겨주는 데엔 단 한발이면 충분했다.
>>2 귀엽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처음 쥔 활은 뻣뻣했고 시험 삼아 여러번 당겨보자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들어갔다. 화살을 끼우는데 낑낑대서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겨우 끼우고 표적을 바라보며 천천히 시위를 당길 때, 심장이 점점 크게 뛰었다. 잘못 쏘면 다치기도 하던데.. 괜찮을까, 그래도 설레었다. 어린 시절 만화 속에서 보던 궁수가 된 것 같았다. 한때 좋아했던 주황색 머리의 캐릭터를 생각하며 시위를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