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도 완결 못 내고 플롯도 없지만 그냥 글을 쓰고싶어서 올리는 스레. 감상, 비평, 비난 아무거나 다 좋아! 조언이나 충고는 너무 감사하고...

수정 그날은 우리 가족이 바다를 간 날이었다. 바다는 무척 잔잔하고 투명했다. 나는 누구보다 빨리 바다로 들어갔다. 시원한 물과 입안을 채우는 짭짜름한 맛에 키득키득 웃었다. 수영을 잘 못 하지만, 구명조끼가 있었다. 물론 튜브도 있었다. 나는 튜브를 낀 채로 둥둥 떠다녔다. 그리곤 뜨거운 햇살에 그냥 튜브를 던졌다. 나는 해변에서 벗어나 더 깊숙이 들어갔다. 머리카락이 젖어 어깨에 달라붙었다. 날 부르는 목소리에 장난스럽게 나 잡아봐! 라며 속도를 붙였다. 웃음에 이어 얼른 돌아와! 같은 잔소리가 들린다. 속도는 생각보다 빨랐다. 어차피 해수욕장이라 일정 이상은 가지 못한다. 얼마나 갔을까, 해변이 한 눈에 들어왔다. 멀리 부모님이 나란히 앉아있었다. 아, 추워. 나도 가야겠다. 물 속은 차가웠다. 나는 몸을 반대로 돌려, 앞을 향해 나아 갈려 했다. 몸이 막혔다. 어라. 의문이 듦과 동시에 무언가가 날 잡아 내리고 있었다. 목이 물 안에 빠졌다. 물은 점점 올라오더니, 아니. 나는 점점 내려가더니, 입과 코, 눈이. 그 후로 쭉 뻗은 팔이. 바닷속으로 끌려갔다. 억센 무언가에 몸부림친다. 코에 물이 들어가고, 입, 반쯤 떴던 눈에도 물이 들어간다. 아프다. 그래도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보고 말겠다는 생각에 눈을 똑바로 뜬다. 바다. 물이 넘실거린다. 작은 기포들이 보글보글, 위로 올라간다. 이미 숨이 막혔지만, 그런데도 숨이 막힐듯한 기분에 휩싸였다. 찬란한 성이 하나 있었다. 작은 집들이 모여있었다. 인간이 아닌 무언가가 헤엄치고, 떠다녔다. 기묘한 울림이 귀 안으로 진동했다. 그들은 내게 말을 걸고 있었다. 하지만 난 폐가 물로 가득 찬, 그야말로 죽기 직전에 상황이었다. 필사적으로 몸을 휘저으며 그들에게 손을 뻗었다. 살려줘.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들 중 한명이 내게 다가온다. 물 속이지만 이질적인 감촉이 이마에 닿는다. 헉. 그 순간 나는 더 숨이 막히지 않았다. 생명이 어느 정도 괜찮아지자 나는 미친 듯이 기침을 내뱉었다. 목이 알싸하고, 눈도 아리다. 그런 날 바라보던 그들은 서둘러 움직이더니 커다란 공기 방울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가지고 온다. 그들은 그것을 내게 씌운다. 나는 숨을 몰아쉰다. 바닷속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멀쩡히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들이 나에게 동시에 질문한다. 말보다는 진동에 가까운 것들이 윙윙 울리며 머리를 겉돈다. 그 말은 집중해 듣지 않으면 노랫소리로 착각할 만큼 아름다웠다. 여러 말소리가 겹치고 겹쳐 정신이 어지러워진다. 물에 차가운 기운을 받으며 나는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제야 나는 그들의 말을 끊어내며 그들에게 물었다. "누, 누구세요. 여긴 어디예요?" 말이 떨렸다. 긴장이나 당혹감. 감정들이 몰아닥치며 나를 헤집는다. 나를 바라보던 그들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말한다. "여긴 인어 왕국이야. 넌 인간이야?"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여긴 바다인 데다, 저기 사람들은 인어고, 나는 인어와 대화를 나누는 건가? 순간 무섭다고 생각했다. 여기가 육지인 데다, 갑자기 인어가 등장했다면 분명 생체실험이니 뭐니 말이 많아질 거다. 그런데 그들은 그렇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까? 인어라도 지적생명체인 이상 저들과 같지만 다른 인간에 대해 의문을 가질 것이다. 그래도 그들의 눈에 호의가 감돈다는 걸 위안 삼아 말했다. "네. 인간이에요. " "우와, 그 인간?" "너희들은 육지에 산다면서?" "신기하게 생겼네!" "근데 어떻게 이곳에 들어온 거야?" 마지막 질문에 인어들이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그리곤 동시에 말했다. 맞아. 어떻게 이곳에 들어온 거야? 나는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오히려 내가 더 궁금했다. 내가 어떻게 이곳에 들어온 건지. 몸을 장악한 공포감에 손끝이 떨린다. 나는 말을 더듬더듬 이었다. "그, 그게... 저도 잘 모르겠어요. 막, 바다에서 수영을 하다... 무언가가 절 끌고 와서..." 그들은 내 말을 유심히 들었다. 그리고는 떨고 있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그곳으로 가자! 같은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날 잡았다. 나는 그들에게 끌려가는 동안 주위를 둘러보았다. 빨간색, 분홍색, 초록과 노랑. 선명한 파랑, 보석 같은 보라색 산호들이 드문드문 땅을 장식했다. 바닥에는 무지개처럼 빛나는 조개가 있었다. 그건 정말 진주보다 아름다웠다. 나는 고개를 들어 물고기들을 보았다. 그것들은 종류가 정말 다양했는데, 색색에 열대어들이 헤엄치고 커다란 상어 한 마리가 춤을 추고 있었다. 나는 상어를 본 순간 몸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그런 나를 보던 인어들이 장난스럽게 상어를 타박했다. 인간이 무서워하고 있잖아! 상어는 가라! 잠시 물에 몸을 맡기던 상어는 풀죽은 모양새로 금방 사라져버렸다. 나는 그것을 바라보다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바다. 바다 안에 있는데, 이곳은 햇빛이 들어왔다. 그러자 모든 게 이질적이었다. 인어에 비늘은 햇빛을 반사하며 빛이 나고, 분명 필요 없을 코가 달려있다. 나는 이 공기를 뒤집어쓰고 여러 번 숨을 쉬는데도 공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탁해지지도 않는다. 나는 물 속에 있는데, 물 속에서 걸어다는데 육지에서 걸어 다니는 느낌이 들었다. 저항감이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야말로 비현실적의 극치였다. 애초에 현실이 맞는 건가. 그런 의문이 들었다. 나는 한 쪽 손으로 반대 손을 꼬집어 보았다. 아야. 알싸한 통증이 몰려온다. 나는 타깃을 변경해 인어를 관찰했다. 인어들은 무척 다양하게 생겼다. 꼬리 비늘이 허리까지 올라온 인어도 있었고, 어깨나 골반까지만 올라온 인어도 있었다. 비늘의 색은 다양했다. 그런데 자세히 관찰하니 색은 모두 옅은 색 이였다. 연분홍, 하늘, 연두, 연보라. 모두 그랬다. 인어들은 아가미가 있었다. 허리와 갈비뼈 주변 이였는데, 생각 외로 잘 어울려져 징그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또한 귀 주변에도 작은 지느러미가 달려있었다. 크기는 제각각이지만 아름다웠다. 아, 그래. 유일한 공통점은 검은 머리였다. 피부색이나, 얼굴, 지느러미 같이 모든 게 다른 그들은 머리와 눈 색만은 똑같았다. 검은색. 그리고 그들은 성별을 특정할 수 없었다. 목소리는 말보다는 울림에 가까웠고, 인간에 신체적 특징을 지니고 있지 않은 그들은 성별을 판단하기엔 복잡했다

뭔가 미스틱한 분위기의 글이네! 그런데 보여준 부분이 훅이 없는 서사 부분이라 잘 모르겠어 ㅜㅜ 본 이야기는 뒤에서 나올 것 같은데 말야. 그래두 일단 느낀 걸 말하자면 처음 두 문단은 순문학 느낌으로 문단이 아주 길고, 아래는 웹소설처럼 호흡이 굉장히 짧아. 물론 대화하는 부분이니 그럴 수 밖에 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읽어주었으면 하는 글을 쓰는거라면 문체를 조금 다듬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순문학으로 가자면 대화를 조금 컴팩트하게 줄이고, 웹소설을 한다면 문단 사이사이에 인물의 혼잣말이나 대화를 넣어서 호흡을 끊는 식으로 말이야:)

>>3 글은 아직 써가는 중인데, 역시 한 글을 오래 붙잡고 쓰긴 어렵더라ㅜㅜ 일단 삘이 와서 무작정 쓰고 있어. 그리고 조언 고마워! 사실 원래 이렇게 문단을 길게 안 하는데, 떠오른걸 막 쓰다가 문단을 끊는걸 잊어버렸나 봐. 만약 누가 읽어준다면 역시 손에 들고 읽을 수 있는 책이 좋을 것 같아서 순문학 쪽으로 다듬어봐야겠어! 그리고 대화를 컴팩트하게 줄이는 건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알려줄 수 있을까? 대화를 줄이고 문단을 길게 빼는 거야? 아니면 그냥 인물에 대화를 넣고 서술을 빼는건가..?

>>4 흠ㅁ... 난 솔직히 처음부터 '난 가독성으로는 최고의 글을 쓰겠다!!!!' 를 목표로 한 웹소설형 문체라서 잘 모르겠지만... 대충 순문학 느낌이라면 이런거 아닐까? 그들은 내게 말했다. 부터 조금만 내가 생각하는대로 바꿔볼껭 그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들린다? 들린다라는 느낌보단 물이 울려 내게 닿는 것만 같은 생경한 감각이었다. 누구지? 저 생명체는 뭐야? 우리랑 다르게 생겼어. 인간이라고 불리는 존재들인가? 뭐야, 신기해. 조금은 들뜬 듯한 목소리들이었다. 여러 아름다운 울림이 겹치며 노랫소리처럼 들린다. "누, 누구세요. 여긴 어디예요?" 그들은 내 말에 고개를 갸웃하더니 대답했다. "여긴 인어 왕국이야. 넌 인간이야?" 인어 왕국이라고? 이해할 수 없는 일 투성이였다. 여긴 바다인 데다, 저기 사람들은 인어고, 나는 인어와 대화를 나누는 건가? 이게 뭐야, 눈이 팽팽 돌았다. 상황파악이 급했지만 더 이상 대답을 하지 않다간 저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에 질식할 것 만 같은 감각에 나는 돌아가지 않는 뇌를 붙잡고 대답을 쥐어짜내었다. 어후... 역시 문단을 길게 쓰는건 어려워 ㅜㅜ 솔직히 문단이 길면 순문학이라는 생각은 이분법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웹소설의 경우는 문단이 짧아서 가독성을 극대화한 형식이니까. 그걸 피하고 싶다면 문단을 길게 쓰는게 맞다고 생각하는 1ㅅ이야..

>>5 으음! 고마워!!!! 사실 나도 갑자기 문단이 극단적으로 변하는걸 꽤 신경쓰고 있었는데, 무언가 조언을 얻으니 확실해진 것 같아! 일단 수정 먼저 해보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도 생각해볼게! 진짜 고마워!

손 사이로 무언가가 부서지듯 내려앉는다. 나풀거리는 하얀색 천. 고운 촉감이 손가락을 스치며 그대로 추락한다. 순식간에 손이 비었다. 땅에 떨어진 부드러운 천을 집는다. 하얀색이 흩날리며 배경과 동화된다. 반투명의 천 끝부분이 분홍으로 물든다. 곱고 부슬거린다.

나에게는 언니가 있는 걸. 내 곁에 있어줬던, 누구보다 나랑 가까운 언니. 내가 언니를 만났던건 7년 전 여름이었다. 나는 울대로 울어 지친 몸을 이끌고 침대로 향했다. 무엇 하나가 다 절망적이였다. 느릿하고 닳은 몸뚱이를 침대에 뉘우고 눈을 감았다. 그리곤 도피하듯 암흑으로 빠져들었다. 무기질적인 공기가 맞닿는다. 건조하고 뜨뜻한 태양이 내리쬐며 날 덮는다. 내가 꿈에 빠져들었을 때, 검은 머리칼이 보인다. "안녕." 차분하고 뜨뜻한, 무엇보다 온기를 담은 목소리가 천천히 말을 건다. 안녕. 나는 무엇보다 버벅거리며 말한다. 그는 나를 보며 웃는다. 포근하다. 눈에는 애정이 서려있다. 나는 몸이 아니라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신이 나서. 혹은 그에게 내 밝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서. 괜히 자꾸 말을 건다. 이름이나 나이. 그런 것들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대답은 확실하다. 무엇보다 나를 품어주고 있으며 처음 느끼는 보금자리 같았다. 나는 내가 무엇이라도 된 기분에 들떴다. 누구보다 소중하고 빛나는 존재 같아서. 쉴 틈없이 말을 걸다 세상이 흐려진다. 언니? 내가 말을 거니 느릿하게 내뱉는다. 일어날 시간이야. 그말이 주문이라도 된 것처럼 벌떡 일어난다. 시간은 7시지만 나는 눈을 감는다. 그 꿈을 다시 꾸고 싶어서. 하지만 무언가 꿈은 꾸어지지 않는다. 나는 그제서야 꿈에서 벗어나 현실에 안착한다.

나는 일어났을 때 기묘한 충족감에 차 있었다. 그리고 그 충족감은 무엇보다 빠르게 사라졌다. 삭막한 현실에 녹아 없어져버린 것이다. 나는 그냥 그날 하루가 지나길 간절히 바랐다. 다시 꿈을 꾸면 언니가 나올 것 같았다. 그날 밤은 기대감으로 눈을 감는다. 언니! 눈을 뜨자 역시 언니가 보인다. 살짝 달라진 점은 삐쩍 마른 나무가 피어있다는 것인가. 나는 나무를 쓰다듬으며 앉아있는 언니의 곁으로 갔다. 뭐하고 있었어? 언니는 말한다. 예쁜 분홍색 나무 한 그루가 꽃을 맺었는데, 금새 시들었네. 나는 나무를 쓰다듬는다. 시들은 게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 언니는 꽃 좋아해? 언니는 뜸을 들이다 대답한다. 아니. 제법 냉정하게 잘라버리는 말에 기분이 좋아진다. 나도 꽃 싫어하는데. 나무는 이제 마른 잎을 떨어트린다. 나는 그 잎을 잡았지만, 얇게 부서저 버리고 말았다.

계정을 잃어버려서 수정을 못해... 원래 퇴고를 반복해야 더 좋은 글이 된다고 했는데

나는 언니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는 다소 파괴적인 물결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눈을 떴다. 따뜻한 온기가 스르르 사라진다. 나는 무언가 허전한 기분에 한참 멍을 때렸다. 그 상태는 하루가 지날 때까지 계속 이루어 졌다. 나는 어제보다 한참 이른 8시에 잠에 들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난 언니가 어디론가 사라졌단 걸 깨달았다. 겨우 이틀, 오늘로는 사흘이였지만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언니? 언니! 오랜만에 큰 소리를 낸다. 그렇지만 소리는 넓은 공터에 그냥 흝어질 뿐이였다. 언니가 사라지면 나는 어떻게 해.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거야? 그런 감정. 왜 아무도 내 곁에 있어주지 않는 거야? 걱정이 휘몰아친다. 격정적인 생각이, 마음 속에 눌러붙었던 슬픔이 다시 수면 밖으로 나온다. 나는 웃기게도 주저앉아 터져나오는 감정을 닦는다. 나는 엄마를 찾는 미아라도 된 것마냥 언니를 부른다. 다리를 일으켜 세우며 발을 움직인다. 언니가 어디있는지, 왜 사라진건지. 나는 흐릿한 시야와 뜨거운 태양을 뒤로하고 무작정 길을 걷는다. 내가 한참을 걸었을 때, 모든 걸 뒤로하고 잠에서 깨어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익숙한 분위기를 마주한다. 그때 처럼. 그때 느꼈던 따스함처럼. 나는 어딘가 붉은 검정 머리칼을 발견한다. 그리고는 아까 느꼈던 감정들과는 다른 심장이 쿵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검은 머리카락은 엉켜 붙었고, 붉은 빛이 감돈다. 손톱에는 미처 지우지 못한 새빨간 자국이 남아있다. 언니. 평소와는 달리 다소 불안정한 목소리가 말한다. 응.

감정은 좋은 장작이다. 무엇을 하든, 감정은 획기적이다. 나는 그래서 감정을 좋아한다. 감정은 인위적이면 안된다. 또한 꾸며낸 것은 좋지 않다. 억누르는 것도 좋지 않은 선택이고, 그렇다고 분출하는 것도 좋지 않다. 감정은 신비롭지만 위험하며, 때론 사랑스러우며 냉혹하다. 감정이 다 그렇다. 물론 감정은 생존에 특화되어 있다. 행복한 것도, 두려운 것도, 열등감이나 성취감도. 모두 우리의 생존과 밀접한 연관이 되어있다.

어느날 유령이 내게 말한다. "나를 좀 도와줘." 제법 절박한 표정이었지만 그게 내 알바인가. 나는 그 유령을 못 본 척 하며 그냥 지나친다. 추운 공기가 자신의 뒤에 맴도는 것을 느끼지만 뒤돌지 않는다.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태연하게 행동한다. 그리개 그게 하루, 이틀... 나흘. 또한 이주일이 지났을 때는, 나는 그만 짜증이 나서 유령을 향해 주먹질을 했다. "저리 좀 꺼져!!" 매일 알짱거리며 수업 시간에 칠판을 가리거나, TV에서 중요한 장면이 나올때 시야를 가리거나. 나는 참을데로 참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주먹질을 했는데, 맞고는 꽤 아팠는지 빙글빙글 돈다. 나는 갈 곳 잃은 분노로 발을 동동거리면서 벽을 찬다. "윽, 힘이 좋네... 어쨌거나 나 좀 도와줘!" 내 기분 같은 건 신경조차 쓰지 않고 대뜸 물어온다. 이제는 어이가 없어 분노도 나오지 않는다. 나는 말한다. "그래. 도와줄게. 그 대신 더이상 내 앞에 나타나지 마." "좋아! 알겠어." 짜증나! 사람 기분 같은 건 신경도 안 쓰는 거야? 그래도 주먹은 통하지 않으니 무엇을 도와줘야 하는지 되물었다. "내가 뭘 도와줘야 하는 거야?" "그게 뭐냐면!" 자신만만하게 말하던 유령이 급작스럽게 멈춘다. "뭐냐면... 그게, 그... 그러니까..." 이런 현상이 적은 건 아니다. 힘이 약해지거나 너무 오랜 기간을 살아 미련이 연해지면 일어나는 현상이다. 무언가를 쉽게 잊어서 결국에는 자신도 기억 못 하는, 그래서 흔히 말하는 악귀가 되는. "기억 못 하지? 그럼 내게 말 걸지 마. 용건 끝!" 그렇지만 바보같게도 나를 간절히 바라보는 유령에 짜증스러운 말을 내뱉는다. "도와줄 수도 없잖아! 기억 해내면 와." 나름 사나운 억양에 움찔 떤 유령은 그럼에도 꿋꿋하게 말한다. "그렇지만... 날 도와줘! 제발. 이거, 곧 떠올릴 것 같단말야. 한번만." "그러니까, 떠올리는 걸 도와달라는 거야? 그래서 그 고민을 해결까지 하라고?" 염치 없다는 걸 아는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꾸한다. "응... 제발..." 멍청해! 짜증나. 하지만, 이 유령은 끈질겨서 도와주지 않으면 계속 괴롭힐 것 같았다. 나는 그렇게 말한다. "알겠어. 내일이 주말이니까, 일단 내일 얘기해. 그리고 나를 더 괴롭히지마. 알겠지?" 유령이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긍정을 표했다.

거센 천둥 소리가 안락한 잠을 방해한다. 나는 그 덕에 숨을 쉬러 올라오는 물고기처럼 수면 밖으로 나선다. 거추장스럽지만 감겨오는 눈에 다시 잠에 들고, 휴대폰 알람에 한번 깬다. 그렇게 잠에들면 천둥 소리에 눈을 번쩍! 그것도 잠시 곧 깊은 어둠으로 빠져든다.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였다. 내 친구는 모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져버렸다. 간단하다. 7월 21일, 나는 그 친구와 갈라져 집에 왔고, 7월 22일, 그 친구는 사라졌다. 나는 정말 이 이상한 현상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루 아침 제일 친한 친구가 없어진 건. 나는 그들에게 장난하지 말라며 꼬치꼬치 캐묻다가, 오히려 그들에게 장난 그만하라는 말을 듣고서야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잔뜩 찜찜한 표정은 지은채로 잠시 후퇴했고, 그 사이 부정할 수 없는 증거들이 생겼다. 선생님은 내 친구의 출석을 부르지 않는다. 내 친구는 학교에 오지 않는다. 반 친구들은 내 친구에 대해 조금의 수다도 하지 않는다. 아, 이럴수가. 이게 말이 되는가. 나는 잠시 가만히 앉아서 곰곰이 생각했다. 그렇게 하루가 끝났다. 시간이 유독 빠르게 지나간다. 나는 집에 와서, 바로 친구의 번호을 눌렀다. 없는 번호 입니다. 야속하게 기계음이 그렇게 말을 한다. 나는 다시 친구의 부모님에게 전화를 한다. 누구세요? 저 ●●인데요. 그 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 친구 있나요? 혹시 없으면 어떻게 되려고. 확인 당하기 무서웠다. 아, ●●이? 오랜만이네! 그렇게 살갑게 말하지만 별로 달가운 것 같지만은 않았다. 나는 용기를 내어 더듬더듬 말을 잇는다. 혹시, ○○이 있나요. 어? ○○? 잘 못 전화건 것 같은데... 아, 나는 그냥 매섭게 전화를 끊었다. 예의 없다 느껴질지 모르지만 난 그냥 무너지는 것처럼 바닥에 주저앉는다. 없다. 이상해.

열 여덟살이 되고 많은 게 바뀌었다. 이르게 태어난 나는 어린 게 제일 좋다는 부모님을 따라 빠른 년생이 되었으므로 만으로 따져 성인이 맞지만, 어쨌거나 미성년 취급을 받고있다. 어찌보면 남들보다 좋을 수도 있겠지만 먼저 태어난 게 무색하게 정신연령은 열 여덟살에 멈춰있다. 이유는 나도 잘 모른다. 내가 남들보다 두살 많지만 열 여덟살이다. 모든 게 그러했고 나도 스무살 취급 받기는 싫었다.

시원하고 뾰족한 새벽의 냄새가 하루아침 밍밍한 냄새로 변해버렸다. 포근하던 엄마의 냄새도, 따뜻한 이불의 냄새도, 모두 밍밍한 냄새가 되었다. 처음에는 그냥 코가 막힌 줄 알았다. 그랬으면 좋았을 뻔 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란 건 등교하고 한참 후 깨달았다. 이게 고작 코가 막힌 것 뿐일리 없다. 몇시간 동안, 나는 거의 정신을 놓고 있었다. 오늘 무슨 일 있냐는 친구들의 소리도 흘려듣는다. 화장실에 갔을 때 보이는 풍경은 똑같은데 특유에 먹먹한 물 냄새가 없다. 이상하게 그거 하나 만으로 여기가 화장실이 아닌 것 같았다. 나는 수업을 들으며 종이 냄새나 시큼한 펜 냄새가 코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다. 4교시가 되었을 때, 준비를 시작하는 급식의 냄새도 맡혀지지 않는다. 나는 그냥 울 듯한 기분이였다. 그렇다고 여기서 울고싶지도 않았다. 친구의 얼굴에는 일말에 걱정도 없다. 그렇지만 계속 괜찮아? 하고 묻는다. 나는 왈칵 짜증을 내고 싶어졌다. 평소에는 잘만 참던 충동이건만 이번에는 친구에게 뾰족한 말을 마구 뱉어내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걸 그대로 내뱉을 정도로 정신이 없는 건 아닌지라 나는 대충 대꾸하고 넘긴다. 귀찮게 뭐라 말해오는 입에서 위선의 냄새가 풍겨오는 것 같았다. 나는 서둘러 줄을 서는 애들에 따라 내 자리에 슨다. 애들은 소란스럽게 떠들며 몇몇은 줄을 이탈하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평소에는 나도 같이 떠들었을 터지만 오늘은 가만히 지켜보기만 한다. 역시나 아이들에게 그 더러운 냄새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급식실에 도착하자 아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줄을 맞춰 걷는다. 급식실에 앞인데도 급식의 냄새는 풍기지 않고 소리만이 들린다. 쇠들이 부딪히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다. 급식실은 소란스러웠고, 그만큼 도망가고 싶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출되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그들이 날 보지 않는다는 걸 잘 알지만 그랬다. 얼굴을 가리고, 내 몸을 전부 가리고, 조금의 감정도 들어나지 않게 한 다음 이곳에 있고싶었다. 그만큼 어디로든 숨고싶었다. 나는 굼뜨게 행동하며 아무곳에 앉았다. 곧 친구도 내 옆에 왔는데 나는 밥을 대충 욱여넣고 이미 자리를 일어섰다. "벌써 가게? 뭐 더 안 먹어도 돼?" 친구는 그렇게 말하며 수저를 잡는다. "응. 괜찮아." 나는 도망치듯 급식실을 빠져나온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냥 주저앉아 가만히 눈을 감고 싶었지만, 그럴 순 없었기에 그곳을 찾았다. 향기로운 들꽃들이 잔뜩 피어있었지만 아무 향기도 없었다. 바보. 왜 여기왔냐. 나는 땅바닥에 털썩, 앉았다. 안전하고, 사랑스럽고, 익숙한 곳에 오자 눈물이 나왔다. 펑펑 운다. 참지 못한 울음 소리가 세어나간다. 참으려 애쓰는 듯한 울음이였는데, 나는 참지 않고 엉엉 울고싶었다. 머리에 열이 몰려 뜨겁다. 후끈거리는 구슬이 머리를 굴러다니는 것만 같다. 끅끅거리는 울음은 멈추려했기 때문인지 더이상 떨어지지 않았는데, 난 한참을 더 펑펑 울고싶었기에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바람결에 살랑이는 꽃을 바라본다. 손으로 슬쩍 만져보았지만 간지럽기만 하다. 미묘한 바람의 냄새는 꽃에 물들여져 꽃은 다채로운 냄새가 났었다. 지금은 아닌데, 분명 그랬었다. 그게 아름다웠는데. 하늘을 올려본다. 새들이 난다. 기묘한 대칭을 이루고 있는 새 무리가 같이 날아가고 있었다. 구름이 천천히 바람을 건너간다. 태양은 구름에 가려진다. 무더운 열기가 느껴져야 하는데, 그 답답하지만 따사로운 냄새가 느껴지지 않자 열기 자체가 다 허상 같았다. 나는 천천히 바닥에서 일어난다.

>>18 비밀의 화원 원곡 들으면서 쓴 글 그리고 귀멸의 칼날에 냄새를 엄청 자세하게 맡을 수 있는 애 그 설정 따옴

학교폭력 일진 말투는 잘 모르는데 걍 임의로? 그렇게 하는 거야 혹시 학교폭력 관련 글은 보고싶지도 않은 사람들은 안 보는 걸 추천할게 어째선지 자꾸 입이 아팠다. 입술이, 혀가, 입 안이. 뾰족한 가시같은 것을 입 안에서 굴리는 것만 같았다. 꺼슬한 감촉이 혀에 맴돈다. 아파서, 너무 아파서 입 안은 피범벅이 된 것만 같았다. 실은 피가 아니라 침인데도, 입 안에 피가 고여있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다. 병원에는 별 이상 없다는 말만 들려줬다. 이런 고통이 별 이상 없을 리 없는데 말이다. 세상에 돌팔이들이 활개를 치나보다. 내일은 더 큰 병원에 가야지. 입을 몇번 매만지고 언제나처럼 등교한다. 진하게 덧칠한 화장이 꼭 입 주변에 거슬리게 바삭거리는 것 같았다. 자꾸 입에 손이가는 탓에 나는 손을 꼭 부여잡고 있었다. 등교를 하니 반갑게 손을 흔들며 인사받는다. 나는 거슬리게 앉아있는 그 아이를 보았다. 어쩜 저리 모자랄 수 있지. 아침부터 기분 안 좋게. 굼뜬 행동이 더럽게 짜증난다. 나는 그 아이를 무시하며 시선을 돌렸다. "아오, 왜 하필 저 얼굴을 먼저 봐서." "기분 잡쳤겠네. 걍 무시해." 주위 애들이 몇번 웃더니 한심하게 살살 비위를 맞춘다. 나는 이 권력에 기분이 좋아져서 필요 없는 것은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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