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홍염살이라고 아냐? (5)
2.작년 여름 가위눌렸을때 (1)
3.문자스킬 (5)
4.괴담 이어 쓰기 (33)
5.돌아가신 친할머니가 자꾸 밤마다 찾아와서 나를 죽일려고해 (66)
6.사주 좋아하는 사람 있어...?!?! (29)
7.무섭고 기괴했던 일들 적어보자! (15)
8.얘들아 너희 혹시 (13)
9.죽은 삼촌과 나 (3)
10.자취방에서 신기한 가위 눌려봤음 (6)
11.나도 스나이퍼 할래할래!! (3)
12.미친 나 어떡함? 다 기억났어. (16)
13.실제로 경험했던 사고인데 (3)
14.룸 쉐어 하는데 룸 메이트 존나 소름끼침 (349)
15.예뻐지는 팩 어케 생겼어? (10)
16.클럽 (52)
17.호주로 워킹홀리데이 왔는데 이거 너무 소름돋아; (41)
18.유독 음산한 분위기를 느끼기도 한다는 롯데월드에서 (12)
19.[꿈]어렸을때 꿨던 예쁘고 슬픈 꿈 (23)
20.전생체험 해본사람 잇어? (4)
안녕, 내가 7살인가 9살인가 되게 어린 시절에 꾼 꿈인데 지금도 잊히지가 않아서 그냥 풀어보려고 왔어.
난 어릴 때 할머니 댁에서 살았는데 그렇다고 시골은 아니고 평범한 아파트야. 아파트 단지도 크게 조성 안되어있고 그냥 아파트가 101동 102동은 있는데 뚝뚝 떨어져있어. 그중에 내가 살던 동은 계단이 이중으로 되어있었단 말이야 무슨 궁전같이. 상가들 잔잔하게 모여있고 얕은 계단을 걸으면 주차장있고 거기서 또 계단을 올라가야 아파트가 있는 그런 구조였어. 그래서 아파트 앞 그러니까 윗계단에 앉으면 동네 풍경이 계단들 옆에 심어진 나무에 가려져서 보이는 되게 예쁜 구조야.
고마워!
동네 자체가 번화가는 아니라서 저녁에는 상가들 간판만 불켜져있고 전체적으로 조용한데 당시에 9살정도 되었으니까 꿈에서도 그랬었어. 꿈에서 밤 10시쯤 되어서 학교 체육복을 입고 갑자기 계단으로 나왔는데 주위에 사람이 하나도 없는거야. 아래에 상가들 불빛은 아직 반짝거리고 사람들 보이는데 이상하게 윗계단 부근에는 진짜 사람이 하나도 없었어. 아래에 보이는 풍경이랑 대비되게 조용하고.
근데 그 계단 중간쯤에 진짜 너무너무 예쁜 여자애가 턱괴고 앉아있는거야.
머리는 히메컷이었나 검은 생머리에 길이가 허리까지 내려왔고 결이 너무 좋았어. 옷은 고스로리풍 까만 원피스인데 카라는 아마 흰색. 구두는 에나멜 재질이었어.
머리띠도 흰색으로 했던 기억이 나. 피부가 거의 종이색에 가까울 정도로 과하게 흰색이었고 눈도 아방아방한게 구관인형이 살아있는 느낌이라 위화감이 들 정도였거든.
너무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워서 불쾌한 골짜기 현상 생긴다면 걔가 그랬어.
그래서 뭔 세상에 저렇게 이쁜 여자애가 있지..하고 놀랐거든. 나이는 나랑 동갑으로 기억해.
당시 난 체육복 차림에 운동화에 머리도 애같고 외모도 못생겼단 이야기도 장난식이지만 종종 들어서 너무 쭈구리한데 진짜 숨막히게 이쁜 여자애가 있으니까 작아지기도 하고 근데 이뻐서 시선은 가고 그랬어. 당시에 반에 이쁜 여자애들은 대부분 성격이 잘난척하고 더러워서 쟤도 그러겠구나..하고 경계했었어. 근데 걘 너무 예뻐서 성격 더러워도 시녀노릇 하겠단 생각이 어린 나이에도 들더라.
그래서 우물쭈물하는데 그 고급스러운 애가 진짜 숨막히게 이쁘게 웃어주면서 나한테 레주야~하고 인사해주는거야. 그렇게 이쁜애가 내 이름 상냥하게 불러주면서 웃는데 심장이 녹더라 진짜로. 나랑 놀만한 수준의 애가 아니었는데 뭐지 하면서 쭈뼛쭈뼛 옆에 가니까 애가 여기 앉으라고 자기 옆자리 톡톡했어. 아니 저렇게 예쁜 공주님이 나한테 말걸고 심지어 옆에 앉으라고? 진짜 너무 설레고 내가 저런애랑 동급인게 좋아서 옆에 앉았어. 날 보며 계속 방긋방긋 순진하게 웃어주더라.
이름은 미아? 미야? 그랬었어. 옆에 앉아서 별도 보고 계단 저 아래로 반짝거리는 상가들과 나무를 내려보며 같이 이야기하고 놀았어. 어두운데도 달빛에 비치는 얼굴이 숨막히게 예쁘고 나한테 너무너무 상냥하게 대해줘서, 진짜 그동안 만난 친구중에 제일 착하게 대해줘서 울고싶었어. 학교 이야기도 들어주고 아이다운 소소한 놀이들도 하고 내 말에 계속 공감해주고 내가 하는 모든 이야기에 꺄르르 웃어주면서 박수쳐주는데 정신이 어질할만큼 행복했어. 정말로.
예쁜 목소리로 계속 내 장점만 찾아서 칭찬해주고 손 쓰다듬고 내가 좋아서 어쩔줄 모르겠다는 태도였어. 애한테서 좋은 향기도 나고 정말 나랑 있어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는 모습이었거든. 내 모든 이야기에 웃어주고 내가 뭘 해도 기뻐하고 미야~라고 부르면 진짜 기쁜 얼굴로 웃으면서 내 손 잡아주고 반응해주고.. 솔직히 실제로 누가 나한테 그런 반응 보였다면 얘가 날 사랑하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 내가 하자는 놀이는 전부 해주면서 계단 위에서 놀았는데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서 밤이 깊어지더라. 그런데도 미야랑 계속 놀았어.
자존감도 낮아졌던 상태라서 미야같이 예쁜 아이가 날 그렇게 사랑해주는게(우정보단 사랑에 가깝다고 지금도 생각해) 너무 영광이고 고마웠어. 꿈에서지만 미야는 정말 천사 그 자체라서 순식간에 친해지고 그렇게 있는데 이상하게 미야랑 노는 내도록 조금 위화감이 든다고 해야하나? 그런게 있었어. 지금 생각해도 미야가 비현실적인 미모였고 밤공기가 너무 차가워서 그랬다고 생각해. 여전히 우리가 노는 윗계단 근처에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어 나랑 미야는 빼고.
그리고 한참을 더 놀다가 이제 진짜로 밤이라서 슬슬 집에 들어가서 자려는데 그냥 가면 될것을 진짜 쓸데없는 소리를 했어. 지금도 그 소리 진짜로 후회해 진짜로.. 미야랑 실컷 웃으면서 놀았는데 진짜 뜬금없이 내가 앉아있다가 "미야, 있잖아. 미야는 귀신이야?" 이랬거든. 그 상냥하고 아름다웠던 미야한테.. 날 그렇게 좋아해준 아이한테..
그냥 생각없이 뱉었던 말이었는데 이상하게 미야가 대답이 없는거야. 그래서 고개 돌려서 미야를 보니까 미야는 화도 안내고 슬퍼하지도 않고 그냥 아무 대답도 없이 날 보더라. 애가 표정이 무표정도 아니고 약간 애써 웃음을 유지하는 그런 얼굴이었어. 내가 아니라고 말하라는 뜻에서 자리에서 일어나서 미야를 보는데, 미야는 그냥 여전히 그 예쁜 얼굴로 날 보면서 턱을 괴고 가만히 있었어. 내가 말하면 무조건 반응하던 강아지같은 애가 아련하게 그저 쳐다보더라. 부정도 안하고. 그리고 그 모습까지도 아름다웠어 미야는.
방금전까지 속으로 천사니 공주니 수식어를 붙이던 그 아이를, 나를 그렇게 사랑해주고 친절하게 대해주던 그 아이를, 더할나위 없이 재밌게 놀아주며 지금도 울고싶을만큼 무한한 사랑을 줬던 그 아이를. 난 미야가 날 가만히 보는걸 보고 어린 마음에 귀신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 아이에게서 등돌리고 그냥 아래계단을 향해 막 뛰어서 도망쳤어. 미야는 따라오지도 뭐라고 하지도 않고 그냥 그 자세 그대로 내 뒷모습만 바라보더라.
엄청 뛰어서 아랫계단으로 가서 뒤로 돌아보니까 나무에 윗계단이 가려지고 거리가 거리라서 미야의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어. 그런데도 미야가 그 자리에서 내 뒷모습만 그저 바라본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어. 계단 중간쯤 내려가서 상가의 빛이 가까이서 보이고 다른 사람들이 지나가는 그 길이 되니까 그제서야 난 안심이 되더라. 방금까지 공주니 천사니 찬양해놓고 이제와서 버리고 도망갔어, 그냥.
상가의 빛에 몸을 노출하고 사람사는 세상으로 돌아와서 미야가 있던 장소를 보며 꿈에서 깨어났어.
아마 미야는 영적인 존재였다고 생각해. 난 꿈을 꾸다가 우연히 미야의 세계에 있는 미야와 만나게 되었고 그렇게 짧은시간 미야는 또래인 나랑 최선을 다해 놀아줬겠지. 드디어 친구가 생겼다고 생각해서 날 그리 상냥하게 대해줬을까. 그 곳에 혼자 있던 미야는 많이 외로워 보였어.
미야와 헤어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가더라도 만나서 즐거웠다고, 나같은거랑 놀아줘서 고마웠다고, 넌 눈부시게 아름다운 아이이고 너랑 같이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네가 날 사랑한만큼 나도 네가 좋았다고.. 그렇게 말해주고 꼭 안아줄껄. 그리고 손흔들고 헤어질껄. 아직도 후회가 남아.
짧은 이야기 봐줘서 고마워.. 갑자기 생각나서 써봤어. 나에겐 신비롭고 조금 무섭지만 그래도 아련한 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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