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9/03/23 22:07:41 ID : 0pTXwFeFcq5 0
고민상담 스레에 올리려다가, 내가 당장 글을 쓰게 된 이유 자체는 끊임 없이 지속되는 이 악몽을 동반한 가위에 있기 때문에 괴담판을 찾았다. 내가 죽인걸까? 라고 묻는 스레의 제목은 항상 지옥같은 수마에서 깨어나면 내게 달려드는 사념이다. 처음에는 작은 싹처럼 틔워진 생각들이 팽창하면서, 원래의 크기를 갖고 있던 다른 생각들을 밀어내고 하루 종일 나타나 나를 괴롭게 만든다. 내가 죽인걸까? 아무도 내 대답에 정확한 답을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해. 그러나 일단 내 이야기를 먼저 들려주는 게 도리긴 하겠지.
2 이름없음 2019/03/23 22:10:08 ID : 8jdA6pfgo2I 0
보고있어
3 이름없음 2019/03/23 22:11:23 ID : 0pTXwFeFcq5 0
당장이라도 누군가 연락이 와, 네가 이 글 썼지? 하고 물어볼 것만 같아 가슴이 두렵다. 사실 키보드를 치는 이 순간까지도 심장이 마구 뛴다. 내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서 나를 돌아보자면, 나는 내가 그 애를 죽였느냐 죽이지 않았느냐에 대한 판가름을 받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내 이야기를 누군가 들어줬으면 해서 이렇게 익명성을 부여잡고 호소하고 있는 것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렴 어찌 되었던 내가 그 이야기를 풀어내야 함은 변하지 않지. 아. 갑자기 벌써부터 후회가 되기 시작한다.
4 이름없음 2019/03/23 22:17:32 ID : 0pTXwFeFcq5 0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이 이야기는 한참 전, 그러니까 정확한 이야기의 흐름을 짚어내기 위해 적어도 .......어 11년 전으로는 되돌아 가야 한다. 이렇게 적으니까 정말 많아 보이네. 그때 나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새학기 부터 반 애들과의 사이를 망쳐버려서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었고, 선생님도 정말 나랑 맞지 않는 분이셨지. 지금도 몇몇, 정확히 기억나는 에피소드들도 많을 정도로. 아무튼 그래서 나는 반에서 조용히 지내는 편을 선택했었다. 중학교 3년을 밝고 시끄럽게 보냈던 내가 선택하기에 매우 자존심이 상했었어. 나는 원래 이런 애가 아닌데, 하는 생각으로 항상 속은 열이 끓었지. 학교가 다니기 싫었고, 사춘기의 어떠한 여파탓인지 자퇴도 고민했던 나날이었다. 아무튼간 힘든 시절이었어.
5 이름없음 2019/03/23 22:21:51 ID : 0pTXwFeFcq5 0
고리타분한 사춘기 시절의 감상은 잠깐 옆으로 치워두고, 그때 한동안 학기 초가 시끄러웠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 학교는 여자 고등학교였고, 바로 옆에 남고, 그 바로 옆에 공고가 있었는데, 간격도 그다지 좁지 않고 아침이면 등교 한다고, 밤이면 하교 한다고 마주치니 자주 얼굴을 보게 될 수 밖에. 조용히 학교만 왔다갔다 하던 나를 기억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겠지만, 당시에 우리 학교에서 꽤 쾌활하고 중학교 시절 부터 알고 지내 오던 남자애들이 많은 여자애들은 종종 그것을 과시하며 아이들 사이에서 남자가 많은 애로 낙인 찍히는 것을 좋아했다. 그중 커플이라도 생기면 학교가 꽤 떠들썩 했었지.
6 이름없음 2019/03/23 22:27:11 ID : 0pTXwFeFcq5 0
아. 11년 전이 아니었나? 10년이 조금 안 됐던가... 생각해보니 아마 11년 전이 아니라 10년 조금 안 될거야. 아무튼 그때만 해도 우리 학교는 옆 학교 애들과 사귀는 것도 학교에서 제한하고 그런 곳이어서 웬만하면 선생님들 앞에서 쉬쉬하고 뒤에서 우리들 끼리 은밀히 이야기를 나눴었다. 나는 고등학교 3년 내내 그런 이야기와는 멀게 지낼 줄 알았는데, 조용하게 지내던 내 옆에서 같이 다니는 조용한 내 친구 한명이 옆 학교 남고의 한 남자애와 연락을 주고받기 시작했다는 화제가 우리들 사이에서 돌았다. 여기서 '우리들'은, 정말 우리들. 그러니까, 나와 내 친구, 또 같이 다니는... A와 B라고 지칭해야겠다.
7 이름없음 2019/03/23 22:31:56 ID : 0k3yMo7Bs67 0
설마...
8 이름없음 2019/03/23 22:32:18 ID : 0k3yMo7Bs67 0
아니지?...
9 이름없음 2019/03/23 22:33:11 ID : 0pTXwFeFcq5 0
'우리들'은 이 이야기를 다른 애들 앞에서 약속이라도 한 것 마냥 함구했었다. 아마 저쪽의 그 남자애도 그랬겠지. 아니면 아예 주변에 알리지 않았거나. 나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여기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여기서 부터는 조금 큰 이후임에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째서 자신의 친구들에게 "내가 연락하는 여자애가 있는데 말이야." 라고 하면서, "우리 같이 걔 강간할래?" 하고 제안을 할 수 있었는지. 여기서 정말로 그 남자애가 저런 대사를 뱉었다는 게 아니라, 그 남자애가 제안했다는 말을 듣고 내가 머릿속에서 각색하여 만들어낸 대사이다. 아무튼간 발화에 대한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겠지. 어떤 말을 했던, 저런 식의 말을 꺼냈을 거고. 그리고, 그 남자애의 친구들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을 테니까 말이야.
10 이름없음 2019/03/23 22:42:27 ID : mLe0mmslvgZ 0
저기 본론은 언제 나와?
11 이름없음 2019/03/23 22:42:55 ID : 0pTXwFeFcq5 0
끔찍한 과정을 덮어버리고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내 친구는 고등학교 중퇴를 결정해야만 했다. 그것도 학교의 협박에 의해. 학교에는 임신한 학생을 지도하는 규칙이나 방침, 혹은 메뉴얼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 애는 엄마가 되면서 학생이 될 자격을 잃어야만 했다. 나는 자퇴를 하던 그 애의 뒷모습을 보면서 같이 손을 흔들던 A와 B에게 솔직히 두려움을 느꼈다. 동시에 나 자신에게 까지도. 당연지사 그 애에게는 강간을 당하던 그 날이 가장 처절하고 고통스러웠겠지. 하지만 그 애는 이미 그 순간이 있고 난 바로 다음 날 부터 학교에서 협박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무슨 말 이냐 하면, 강간을 당하고-여담이지만 그 남자애들은 이걸 무슨 돌림이라 칭하던데- 임신 사실을 본인 조차 알 수 없었던 그 시점이 되기 전 부터 이미 학교에서는 그 강간사실을 비롯한 옆 학교 남학생과의 교제 사실까지 알아 채고 그 애에게 자퇴 권유(협박)을 했다는 말이다. 누가 말을 했을까? 적어도 그게 나였다면, 나는 여기서 이런 글이나 끄적이고 있지 않을텐데. 그랬다면 이 글의 제목은 내가 죽인걸까? 가 아니라 내가 죽였어. 가 되었을테니까.
12 이름없음 2019/03/23 22:58:42 ID : 0pTXwFeFcq5 0
글쎄. 어떤 본론을 이야기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나오면 알려줄테니까 어디가서 차라도 마시고 올래.......? 끔찍한 과정의 안에는 A와 B가 있고, 괴롭게도 나 또한 있다. 아무래도 지루해 하는 것 같으니 중간 과정 다 떼고 이야기 하자면. 그래, A와 B가 이야기를 퍼트린게 맞다. 선생님이 아니라 아이들한테. 그러면서도 가장 빠르게 이야기가 선생님들 한테 까지 닿을 수 있게. 여기서 내가 제일 후회되는 건 왜 내가 그때 그 둘을 따라갔을까, 하는 것이다. 아무 설명도 없이 따라오라던 둘을 의심없이 따라가지 말 걸. 말하지 않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눈치를 주는 내 앞에서 그 이야기를 서스럼 없이 아이들에게 말하는 그 애들을 진작 말릴 걸. 그랬다면 적어도 그 말들이 께름칙스러운 또 다른 이야기로 변모해 그 애의 귀까지 들어가서는 죽음을 종용하게 되는 일도 없었을 텐데. 그 애가 학교를 자퇴하고 수개월이 지난 후, 나는 그 애의 자살 소식을 들었다. 아이는 무사히 목숨이 붙어있어서, 지방이었던 우리 도시를 떠나 서울의 인큐베이터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어디선가 잘 살고 있을 그 애의 어린 딸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의 중간이 턱 막힌다.
13 이름없음 2019/03/23 23:01:06 ID : 0pTXwFeFcq5 0
얼마전 사실 A와 B를 만났었다. 어른의 모습을 하고. 그러고는 곧 우리들의 카톡방이 개설되었다. 아무도 섣불리 예전처럼 말을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인연을 새로 이어붙인 기분이 들었다가, 어렴풋 그때 자살했던 그 애의 이야기가 떠오르면서 지독한 악몽에 시달린다. 가위와, 손 끝 저림. 한 날은 막 공포를 떨쳐낸 내가 잠결 섞인 손끝을 움직여 카톡방에 물었었다.
14 이름없음 2019/03/23 23:01:44 ID : 0pTXwFeFcq5 0
-저기 얘들아. -우리 예전에 --이 기억나지. -그때 걔 -자살했었잖아.
15 이름없음 2019/03/23 23:05:08 ID : 0pTXwFeFcq5 0
내 독백에 숫자 2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할 말을 고르다가 상투적으로 기억 나? 를 보내려던 내 손길이 1로 바뀐 숫자를 보고 멈추었었다. 곧장 답이 왔었다. 이 순간만을 마치 책 처럼 기술해 낼 수 있는 이유는 그때 그 순간이 너무나 억겹의 시간처럼 천천히 흘렀기 때문이다. 나는 악몽으로 인한 땀을 억지로 소매를 끌어다 지워내고 있었고, A의 답장에 감춰버리듯 휴대전화의 화면을 꺼 버렸다. 그때가 시간이 정확히 아침 7시 24분 이었다. 출근을 준비해야 하는 시각에 정말 눈이 퉁퉁 부어오르도록 울었었다.
16 이름없음 2019/03/23 23:05:21 ID : 0pTXwFeFcq5 0
-아 --이. -우리가 죽였잖아.
17 이름없음 2019/03/23 23:13:46 ID : 0pTXwFeFcq5 0
'우리'. 나는 잘 모르겠다. 내가 어떻게 그 애를 죽였는지. 지옥에 가면 누군가 그 죄를 이렇게 물을까? 너는 열 일곱살 때 네 친구를 자퇴하게 만들고, 네 친구가 옆 학교 남자아이와 그 친구들 사이에서 바람을 피다가 아빠가 누군지도 모를 아이를 배어 학교를 중퇴해야 한다는 소문을 만든 바 있다. 그러므로 너를 이 지옥의 지엄한 법으로 벌하겠다. 상상으로도 살 끝이 떨린다. 사실 내가 꾸었던 수많은 악몽중 하나의 내용이다. 지옥은 죽어서 있는 걸까? 지금이 지옥아닐까? 살아가면서 지옥의 벌을 받는 거 아닐까? 나는 당장이라도 죄책감에 죽어버릴 것 같은데, 이게 벌의 축에도 끼지 못 한다면 이건 뭐지? 나는 지옥법을 운운하는 지엄하신 누군가에게 변명하나 하지 못 한다. 여기서는 현란한 문장들로 내 과거를 미화시키고 있을 지도 모른다. 당신의 눈에는 이것마저 끔찍해 보일 지 몰라도, 이게 최대한 미화를 시킨 이야기 일 지도 모른다. 내 과거를 깨끗이 하자는 마음으로 인해. 여기서 속죄하고 싶었기에 익명성을 운운하는 사이트를 부여잡았건만, 결국에는 변명으로 초를 치는 기분이다. 여전히 나는 오늘 밤에도 한 순간도 빠짐없이 나에게 자문할 것 같다. 내가 죽인걸까? 내가 죽인걸까? 정말로 내가 죽인걸까? 내가 죽인걸까? 내가 죽인걸까? 내가 죽였니? 응?
18 이름없음 2019/03/23 23:29:13 ID : knva5Qk1du2 0
그 a라는 친구는 자기가 죽였다는 사실에 죄책감이 들었고 자기 죄책감을 덜기 위해 우리라는 수식어를 붙인 거야.
19 이름없음 2019/03/25 19:18:10 ID : 7cNBy0oIK59 0
...
20 이름없음 2019/03/25 20:21:06 ID : yIE2k2sjcmk 0
일단은 레스주... 구분 되게 고정닉 좀 부탁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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