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9/08/13 21:36:59 ID : RBcE2k79hbu 0
똑소리 나는 어린 여자아이의 구두굽소리가 너의 집 앞까지 메아리쳐 온다. 너는 아이를 보지 않고도 개울에서 조금 떨어진 파란 지붕에 사는 아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저 투박하면서도 깔끔하게 또각거리는 소리를 보니 분명 펠츠 아그네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곧 5살이 다 되어가는 그녀는 네가 처음으로 이름을 지어준 아이이다. 아그네스, 정숙한이라는 뜻인데 이름의 뜻과 상반되는 아이다. 사사건건 너를 따라다니며 재잘거리는 모습이 우스울 정도로 열심이었고 때로는 귀여워 보이는 아이였다.
2 이름없음 2019/08/13 22:53:21 ID : TTWjfO5WlzW 0
그 모든 것이, 너에게는, 나에게는, 이제는 전부 과거의 이야기가 되었다.
3 이름없음 2019/08/13 23:38:39 ID : qjfQlg3Qmlg 0
뜻하지 않은 사고였다. 사고는 언제나 우연히, 그리고 강렬하게 일상이라는 뿌리를 흔들곤 한다. 여느날과 같은 하루였다. 아그네스는 내 주변을 평소와 같이 서성이고 있었고 난 그런 아그네스를 귀찮아했다. 그날따라 조금 더웠고 약간의 습기가 아그네스와 나를 에워싸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눅눅한 습기가 가득 베인 책을 넘기며 나는 아그네스를 조용히 타일렀다. "쉿, 그렇게 뛰놀다간 나무들이 놀라서 사라져버릴거야." 조금은 시원한 바람이 숲에서 불어왔다. 아그네스의 천진난만한 눈동자가 밝게 빛났다. "시원하다, 그치?"
4 이름없음 2019/08/13 23:45:04 ID : yJO03wnAY7g 0
시원하다는 그 한마디에, 알수없는 기분이 들었다. 어째서 그렇게 웃을수 있는걸까, 라는 의문이 지금까지 묻어두었던 아그네스를 향한 한가지의 감정이 고개를 들게 만들었다. 아마, 그것이 문제였을 것이다
5 이름없음 2019/08/14 13:30:16 ID : RBcE2k79hbu 0
아그네스의 부모님인 펠츠부부는 유년기에 꽤 가난했었다. 어릴적 부터 손엔 일거리가 들려있었고, 친구들과 옷감공장을 서성이며 일자리를 알아보기도했다. 매일 다를것 없이 일을하다. 공장 옆자리직원이란 이유로 더욱더 친해진 펠츠부부는 어려운 가정사에 서로에게 의지하는 일이 많아졌고, 서로도 모르는 사이에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다. 펠츠는 펠츠부인이 폭풍우속에서 바람을 맞으며 웃는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라고 아그네스에게 말하곤했다. 불행히도 그 금실 부부는 사랑에빠진 폭풍우속에 4년전 세상을 떠나버렸지만 말이다...., 부부가 끝까지 지켜낸 아이의 손엔 너의이름과 돈이 들려있었고 그것이 지금 이 천진난만한 아이가 4년째 너의 옆에있게된 이유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이유가 들어나는 기분이였다. 초록색눈동자가 너를 응시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웠으니까 말이다. 펠츠부인과 꼭 닮은 얼굴의 미소가, 왜 펠츠씨가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었는지 알려주는 것만 같다. 지금은 너도 작은 소년이 된 기분이였다.
6 이름없음 2019/11/15 21:11:46 ID : Xtbg1xvjvCo 0
"아이리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중 아그네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무슨 생각해?" 아그네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아그네스.. 참 순수한 아이. 그와 함께 있을 땐 나도 순수한 아이가 된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아무것도 아냐" "흠.." 아그네스가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빤히 쳐다봤다. "진짜 아무 생각도 안 했어! 그냥 멍때린거야." 내가 황급히 변명했다. "그으래..?" 아그네스는 못미덥다는듯 나를 흘겨보고서는 이내 다시 해맑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아이리스! 같이 나무에 올라가보지 않을래?" 그 순간 나는 아까 느꼈던 그 이상한 감정을 다시 느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 감정은 잔잔한 물결을 그리다 이내 커다란 파도가 되어 나를 집어삼켰다. 하지만 난 겉으로 표현할 수 없었다. 난 '순수한 아이'니까. 나는 귀찮다는 듯이 아그네스의 손을 잡고 어기적거리며 일어났다. "어디까지 올라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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