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9/11/14 20:21:29 ID : 3Qq46qlDtg0 0
예수는 어째서 서른에 누군가를 구원해야만 했는가 삭개오의 옷깃이 스친 무화과 하나가 온몸을 내던져 자신의 열은 피부를 꽃이라 부른다 누군가 이름을 물은 즉 그들은 그것을 무화과라고 부르고 이내 꽃잎도 없이 떨어진 열매를 발로 두드리며 속에 품은 것이 암술인지 수술인지 혹은 꽃잎인지
2 이름없음 2019/11/14 20:24:30 ID : 3Qq46qlDtg0 0
우리는 하나로 와서 하나로 가고 홀로 와서 홀로 간다 종착지로 향하는 굴 앞에서 맥 없이 하는 말이 가늘고 길게 살테야 기어가도 도착하고 날아가도 도착하고 가는 그저 살아가겠소만 너무 가늘지 마시오
3 이름없음 2019/11/14 20:27:45 ID : 3Qq46qlDtg0 0
따져본 적이 있어 삶이란 무성하고 창대할 수록 꽃잎만 죽이는 꼴이지 않니 나팔을 불되 행진하지 말자
4 이름없음 2019/11/14 20:35:25 ID : 3Qq46qlDtg0 0
정수기 안에는 진리가 있다 사람의 뇌가 있다 우리는 신음하듯 책상에 앉아 펜촉을 돌리니 정수기의 안에도 사람이 산다 오직 순환하는 것들이 진리를 비럭질하며, 나는 그들의 물비린내에도 쉽사리 코를 쥐어 막는다 학문 속 진리는 온통 젖어 있을 뿐이나 태양이 내리쬐어도 쉬이 물비늘을 만들지 않는다
5 이름없음 2019/11/14 20:38:48 ID : 3Qq46qlDtg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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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이름없음 2019/11/14 20:43:34 ID : 3Qq46qlDtg0 0
나무야 너는 어디까지 자랄 테니 죽은 아우와 함께 나는 너마저 가슴에 묻어두었건만 그대로 묻히지 않고 자라버렸네 나무야 너는 어디까지 자랄 거니 구름까지 걸치고 하늘까지 뻗쳐서는 기어코 하늘에 닿으면 멈출 테니 안부라도 전해주려는 걸까
7 이름없음 2019/11/14 20:49:32 ID : 3Qq46qlDtg0 0
섬에 다다라서는 팔을 내어주고 왔다 섬집 아가의 끓어오르는 성열이 파도만치 고되고 거세다 잠이 들 시간 따위는 없다만 다만, 내가 자장거리며 동그랗게 솟은 보드란 뱃가죽을 토닥이는 까닭은 어드메에서 자화상을 보았기 때문이라
8 이름없음 2019/11/14 20:50:53 ID : 3Qq46qlDtg0 0
가령 과학을 알아도 나를 탓하지 말아
9 이름없음 2019/11/14 20:55:13 ID : 3Qq46qlDtg0 0
이유를 알 수 없어 깨우침을 부르짖는다 무지의 복선은 과거부터 얼룩이 져 있고 돌아가야만 한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나는 자꾸만 발을 뻗어 앞길을 더듬는다 언제는 신앙이 내 세계의 전부였던 기억도 마치 파란 눈의 이국땅에서 몸을 팔던 성스러운 창부처럼 세례명을 등지고 피와 살을 받지 않았으니 나는 다만 앞으로 가야겠다 서시의 한 구절처럼
10 이름없음 2019/11/14 20:59:00 ID : 3Qq46qlDtg0 0
검은 휴대전화를 하늘에 흔든다 신호가 없는 것인지 발신인이 없는 것인지 납 섞인 물이 독이되어 그들만이 초청되는 그들만의 리그 먼 발치에 떨어져 어렵사리 안도감을 찾고 다시금 쉽사리 불안에 젖어든다 검은 휴대전화를 허공에 흔든다
11 이름없음 2019/11/15 01:51:41 ID : 3Qq46qlDtg0 0
거짓말도 성의껏 해 사랑한다는 말 세 번은 하란 소리야
12 이름없음 2019/11/15 02:10:48 ID : 3A7tio6o0oN 0
달은 누구에게나 빛을 주지만 달 아래 서 있을 이들은 정해져 있다 그저 그 자리가 오늘도 내 자리가 아닐 뿐 이라 오늘도 나는 흘러가는 별 아래 서 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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