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9/11/24 20:17:26 ID : vg47BteE5RA 0
가끔씩 글 쓸 예정인데 좀 오래된 글들 있어서 오글거릴 가능성 있다,,,,,,
2 이름없음 2019/11/24 20:17:45 ID : vg47BteE5RA 0
1223 달리는 목적은 일등이 되는 것이라지요. 일등은 어디로 가야만 합니까. 이등에게 밀리지 않게 버텨야 하는 건가요. 달리는 주자들은 제 동료가 있는데, 일등은 사방이 적이니 무섭습니다. 아무도 제가 동료라 생각지를 않습니다. 손마디가 저릿하게 떨려옵니다. 강서백, 이름 석 자가 불리고 구정물이 말라붙어 지저분한 실내화만 바라보며 고개를 숙인 채 걸어 나갑니다. 시험 기간, 이 종이를 위해 준비하던 과정들을 곱씹습니다. 낡아빠진 책상 위엔 교과서와 공책과 필통을 올려두고 정신은 그 옆에 올려둔 휴대전화에 팔려있었지요. 성적은 냉정했습니다. 평소와 같은 중간 성적을 받았습니다. 친구들과 비교해보면 일, 이점 차이가 나는 평범한 점수였습디다. 방금까지도 문제집을 풀던 손으로 시험지를 돌려받는 제가 마치 죄인 같습니다. 죄수 번호 1223. 급작스레 떠오른 번호치고는 제법 괜찮은 숫자입니다. 낮은 성적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던 급우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그 아이들도 저만의 죄수 번호를 가지고 있을 터입니다. 만약 그들이 원한다면 그 번호를 불러 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손에서 힘이 빠져 손아귀에서 종잇장이 빠지는 느낌이 선명히 느껴집니다. 미약하게 손바닥을 긁는 나무의 시체가 소리 없이 바닥으로 추락했습니다. 떨어진 시험지를 주워들고 자리로 돌아와 다리를 직각으로 구부리고 힘을 풉니다. 예기치 못한 추락이 한 차례 더 있었습니다. 엉덩방아를 찧고 체육복 바지엔 먼지가 묻었습니다. 통증이 몰려옵니다. 폭소가 들려옵니다. 견디질 못하겠습니다. 새하얘진 머릿속엔 오직 환멸뿐. 그러나 그도 잠시였습니다. 아이들의 관심이 돌아갔습니다. 그 찰나에 저는 상체를 들었고 느린 속도로 전신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의자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습니다. 하늘은 맑건만, 저리도 쨍쨍하건만. 왜 학교의 창문엔 창살이 쳐 있을까요. 왜 옥상으로 가는 문은 잠겨 있을까요. 갑작스레 든 생각입니다. 옥상에서 아래를 보고 싶습니다. 죄수번호 1223의 추락을 보고 싶습니다. 이유는 없었던.
3 이름없음 2019/11/24 20:20:39 ID : vg47BteE5RA 0
**글 피드백은 환영하지만 적당한 선에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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