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0/01/02 12:17:25 ID : 83u3Be2HCi7 0
마왕은 그때서야 깨달았다. 용사가 자신을 죽이지 못해 100번동안 되살아났다는 것을. 용사가 100번의 회귀동안 마왕성에 발을 딛은 고작 8번동안이었지만, 마왕은 태초의 신과 함께 태어났던 몸이었다. 기시감 몇 번과 동물적인 감각으로 그가 알아채는건 순식간이었다. 세상에 개입하는 무엇인지, 세계인지. 정체 모를 것이 세계의 흐름을 돌린다. 그럼 용사는 육체 그대로 과거로 돌아간다. 용사는 자신 혼자 그 기억을 모두 짊어지고 같은 시간을 100번동안 반복했다. 색다르다만 미치지 않은게 용했다. 용사는 어떤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는가. 상대도 되지 않는 적에 체념했나, 아무리 노력하고 시간을 되돌려도 희망이 없다 절망했나. 그도 아니면 미쳤던가? 기억을 곱씹었다. 손가락이 습관처럼 왕좌의 손잡이 부분을 두드렸다. 마지막의 자신에게 덤볐던 용사를 기억한다. 마왕성의 조명을 받은 그의 머리카락은 흐드러지는 연한 라일락 꽃 무리들 같았다. 하지만 그를 8번 지켜봤던 마왕은 안다. 저 머리카락이 햇빛을 받으면 새하얀 눈처럼 빛난다는걸. 황금빛 동공은 마치 타오르는 태양과 닮았다. 수축하는 동공과 홍채 하나 하나 설명하기에는 자신의 표현력이 부족했다. 그는 마치 꺼지지않고 활활 타는 촛불 같았고, 멈추지 않는 명마와 같았다. 처음 그가 마왕성에 왔을때를 기억해 본다. 정확히 세계의 흐름이 81번 바뀌었을 때 였다. 그 첫마디는 '이제야 널 보는구나' 였다. 81번이나 죽고 망가지지 않고 의지로 이곳까지 왔다는게 신기했다. 마치 이게 오래된 숙명이라는 것 마냥 구는 용사를 이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왕은 나태하다. 나태했다. 자신이 만약 세계의 흐름때문에 81번이나 죽는다면, 그럴 일은 존재하지 않겠지만 죽는다면. 저렇게 살 수 있을까? 이건 순수한 궁금증. 또한 용사의 100번의 회귀를 깨달은 마왕은 알 수 있었다. 신도 하지 못하는 일을 용사가 할 수 있다는것을. 그는 자신을 죽일 수 있었다. 용사는 죽고 처음으로 리셋되는게 아니라 경험치가 점점 쌓였다. 지금으로썬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래. 천번쯤 죽고 더욱 강해진다면 가능 할 것도 같았다. 그래서 그는 용사에게 힘을 주었다. 평범한 사람은 물론 마족도 견디지 못할 힘이었지만, 그냥 주고 싶었다. 용사가 힘을 받다 죽어도 다시 세계가 되돌아갈테니 시도해 볼만 했다. 그리고 어쩌면 나도 죽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런 생각때문에. 마왕은 오랜시간 다양한 일들을 해보았고, 이제는 그 모든게 지루하며 따분했다. 마왕은 사실 죽고 싶었다. 마왕이 한 짓이 최후의 일격이 아닌 힘을 주는 것이라는 걸, 긴밀한 용사는 알아챘다. 그리고 용사는 힘을 견디지 못해 죽은것처럼 엎어져 힘을 흡수하다가, 몇시간이 지나고서 비척비척 일어났다. 마왕의 눈엔 그것이 새까만 마왕성을 밝힐 촛불이 아스란히 다시 켜지는 모양새 같이 보였다. 용사는 아직 무리인 몸으로 그에게 검을 휘둘렀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마왕은 사실 조금, 당황했다. 힘을 주었으면 기뻐해야되는 게 아닌가. "너는 나를 기만하는구나." 우는 낛의 용사가 읊조렸다. 공허한 마왕성에 그의 음성과 폭발음이 울려퍼졌다. 마법의 힘이 허공에서 맞대어지고, 바람처럼 날라온 용사와 마왕의 시선이 가까이서 부딫혔다. 용사는 비통한 얼굴이었다. 분노했고 또 분노했다. 그의 저력은 굉장해서 마왕은 잠시 주춤거렸다. 마왕이 준 힘은 이것보다 약했지만, 금새 자신의 힘으로 만든 용사는 신도 깜짝 놀랄만큼 강했다. 마왕은 이것이 마치 마지막으로 타오르는 불꽃같다고 느꼈다. 꺼지기 전에 발악하는 불꽃. 풍성한 속눈썹에 감추어져 있는 황금색 눈동자에 그는 잠시 얼어붙었다. 그리고 확신한다. 용사한테 죽을 수 있겠다. 그리고 그는 그 즉시 용사를 죽였다. 하지만 아직이었다. 그를 죽이려면 각가지 귀찮안 물품과 힘이 필요했다. 힘도 마왕보다 약했으며 가호도 부족하다. 마왕은 용사가 신도 못하는 일을 해주었으면 하고 바랐다. 세상의 흐름이 되돌아가는게 느껴진다. 용사가 하루 빨리 마왕성에 도착해 자신을 죽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왕은 눈을 감고 흐름을 느낀다. 엉망이 된 마왕성이 원상복귀되고 자신을 뺀 나머지의 기억이 사라진다. 용사는 이걸 어떻게 견디었을까. 인간에겐 꽤나 힘든일이 아닐까. 그는 떠올렸다. 마지막 용사의 얼굴을. 아름다운 얼굴에 서린 분노는 조용하고 차갑다. 그를 죽이기 전에 그의 얼굴에 대고 속삭였었지. 다시 나와 놀아주길 바라, 에로스. 하고서.
2 이름없음 2020/01/02 17:30:15 ID : a5WnWryY1ip 0
내 이름은 네가 사랑하지 않은 것. 그것은 우릴 죽도록 미워하는 내 부모이자 네 원수의 소유다. 나는 불러줄 이름이 없어서 스스로를 필멸자라 하고 다녔다. 너는 나를 여름이라 불렀지. 너의 입술 끝에서 맴돌던 단어는 때때로 내가 되었고 때때로 사랑이 되었다. 배드 엔딩이 확정된 싸구려 영화의 결말처럼 내 혈육은 네 가족을 박살냈다. 가슴에 와닿지 않은 미안해, 그런 말과 잔뜩 눈물 젖은 이야기는 위로가 되지 않았다. 푸른 바다와 하늘의 경계선, 딱 그 정도 부근의 색으로 물든 하복 셔츠의 카라는 네 오읍들만큼이나 짙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건 내 부모가 생각보다 더 극악무도한 사람이란 점이었다. 나는 한 달 전부터 낡은 공중 전화 부스에서 수화기를 잡고 꺼진 너의 번호에 말들을 털어놓기 시작했어. 응. 있잖아. 나 여름인데. 오늘 학교 안 갔다. 이번 주는 아예 안 갈 거야. 그니까 지나가다 우리 반 들러서 나 찾지 말라구. 다음 전화는 언제 할지 모르겠어. 지금 쫓기고 있는 것 같애서. 안 그럴 거 같은데 혹시라두 여유 생기면 하교 시간 맞춰서 찾아갈게. 다음에 보자. 내 말들엔 항상 내 얘기 뿐이다. 섭섭할 만도 한데, 왜 그러질 않는 걸까. 함께 야자를 째고 간 여름 바다는 놀이 지고 있었어. 모래알 위에 앉아 대화를 할 때도 너는 아무 말도 하질 않았다. 들이치는 파도가 묻은 신발과 하복 바지는 눈에 띄지 않게 물이 들었어. 나는 그게 우리의 흔적이라고 생각을 해. 갑작스레 네가 얼굴을 붙잡고 입술을 부딪혀 오는 것도, 네가 깊게 파고들어서 몸이 뒤로 넘어간 것도, 하복 안에 받쳐입은 티셔츠 안을 더듬는 네 손길도, 모두 다. 내 부모는 여전히 우릴 미워하지. 너는 어디론가 사라졌니. 네가 절망으로 가득 찼어도 너와 다시 입을 맞추고 싶어. 얼마 안 남은 밤은 점점 연해져. 밝아지는 새벽처럼 너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있잖아, 나는 요즘. 너를 찾아다니느라 아주 바빠. 어둠에 갇혀 있다면 내게도 그 길을 안내해 줘. 우리를 미워하는 사람들을 피해 숨어 있다면 내가 너를 찾을 거야. 그러니 내가 서로의 마지막까지 너를 사랑할 수 있게 도와줄래. 안녕, 내 사랑. 나는 아직도 너의 여름이야.
3 이름없음 2020/01/02 22:53:28 ID : bxu7aq0lctA 0
바다가 보고 싶어. 문득 내가 외롭고 지쳤다는 게 느껴질 때 뜬금없이 내뱉는 말이다. 내 뜬금없는 바다 타령에 친구들은 이제 적응이 되었는지, 갔다 오면 되잖아 라며 시큰둥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나는 실제 바다를 보러가고 싶은 게 아니다. 지하철로 1시간 거리의 인천 앞바다는 어둡고 칙칙하기만 해. 바람에 실려오는 냄새도 짜기만 해서 나를 더 우울하게 만들어. 부둣가 시장의 활기는 전염된다지만 어째서인지 나는 전염되지 않는걸. 내가 원하는 건 그저 조용하고 고요한 파도소리와, 맑은 물에 반사되는 예쁜 노을 빛, 그리고 나를 위로해 주는 듯한 상냥한 바닷바람이야. 하지만 이건 내 상상속에서만 존재하는 바다이기 때문에, 나는 오늘도 탄식처럼 아, 바다가 보고 싶다는 말만 내뱉고야 만다.
4 이름없음 2020/01/03 01:08:07 ID : 83u3Be2HCi7 0
그녀는 세상의 모든걸 내려다보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오만하고 당당한 눈빛이 마치 지지않는 맹수의 그것과 닮았다. 지금이라도 당장 저 분홍색 입술이 벌려지고 명령할 것 같은 모양새다. 그 옆에선 모든 걸 알고있는 남자가 쩔쩔맨다. 그녀는 내 상대가 되지 않았다. 남자는 정복욕에 뒤끓는 그녀의 옆모습을 지켜보다, 자신이 울 것 같은 얼굴로 빌기 시작했다. 그녀 모르게 내게 저런 귀여운 술수를 부리는게 못내 깜찍해 보였다. 하지만 주제도 모르는 말티즈는 혼내야지 않겠어?
5 이름없음 2020/02/24 15:37:02 ID : Ru63PhgoZeN 0
그는 내 손목을 보며 쓴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런 그를 멍 하니 쳐다 봤다. 윤기 돋는 검은색 머리카락, 머리카락 사이 사이 보이는 짙은 눈썹, 풍성하고 긴 속눈썹과 같이 돋보이는 쌍꺼풀 그리고 오똑하고 부드러운 곡선의 콧날을 따라 입술로 시선을 옮기니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에게 시선을 돌린다. 그리곤 그가 손 끝으로 내 손목의 상처를 지그시 누른다. 나는 아파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작게 신음을 내자 그는 고개를 살짝 틀어 작게 벌려진 내 입술을 항해 그의 입술이 다가 왔다. 그의 입술과 내 입술이 맞닿자 작은 알약이 내 입속으로 들어 왔다. 나는 그 작은 알약을 삼키고 나보다 차가운 그의 입술과 혀가 나로 인해 따뜻해 지는게 느껴지자 그는 다시 입술을 떼고는 아까보다 세개 손끝을 세워 손목의 상처를 누르며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 했다. “다시 이런 짓을 한다면 그땐 내가 너의 양손을 없애 버릴지 몰라...” 나는 그의 예쁘고 따뜻한 미소에 잠깐 빠져 있다가 그의 눈에 반짝이는 눈물이 뺨을 타고 떨어지자 손을 들어 그의 뺨의 흐르는 눈물을 살짝 닦아 주며 말했다. “미안해.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 부디 내 손으로 너를 만질수 있게만 해줘” 나는 그렇게 눈꺼풀이 무거워 지는것을 느꼈고 머리속에서 검은색 무언가가 일렁이는게 보이며 정신을 잃었다.
6 이름없음 2020/02/24 22:31:51 ID : mrhy0pWlwrb 0
미안 오폭. 키워드 쓰는데인줄 알았어
7 이름없음 2020/02/25 00:25:05 ID : 5bwmts3vfPi 0
(엄마 나 좀 살자 생애 한 번만이라도 살아보자 나 좀 살려줘 살려줘 엄마 제발,) 숨 좀 쉬자, 밤마다 간헐적으로 얼어붙는다. 죽자고 간섭했지만 숨차게 목이 쉬도록 애를 앓지만 앓아도 엉킨 인생 꼴처럼 사람의 갱생은 쉽지 않다. 내 인생이 단연 쉬울리 없다. 숨 쉬라더니 졸라매는데 그 손에 내가 무던할까 봐 가끔은 밤이 무섭다. 징그러운 달이 뜨면 꼭 녹진한 이불 밑에 숨는다. 너무 메마른 건 어울리지 않으며 틀어막힌 입 대신 코로 숨쉬며 어둠이 고향 같단 생각을 한다. 조악한 어둠에 굽은 등을 더 굽혀 몸을 둥글게 말면 그제서 태고 같았다. 유일하게 아는 엄마의 옛 기억은 밤마다 징그러웠고 다신 꺼내보고 싶지 않았는데 이래서 사람이 벌을 받는가 보다. 그녀가 벌리고 간 곳엔 아침 해가 뜨지도 않아서 틈이 갈라진 판자 사이로 아무런 빛도 들지 않았다. 그럴 때 갈기를 휘날리며 덮쳐들던 건 구원도 꿈결도 아닌, 오직 어둠 뿐. 아직도 해 밑에 서면 얼굴이 부끄러운데 그제야 좀 현실답고 사람다웠다. 때가 되니 세상에 필요없는 사람이 된 것 같다고. 그럴 때면 지상에서 존재의 주소가 정나미 없이 삭제되고 말라붙는 점이 된다. 어쩜 살수록 나는 자격을 잃어가기만 하고 말라가기만 하나. 이제사 햇살 속에 살아도 그런 기억은 해줄 말이 없더라. 그저 천천히, 구석으로 들어가란 누군가의 친절한 외침을 묵살하고 다시금 허리에 몸을 박는 것이다.
8 이름없음 2020/02/25 00:29:50 ID : qpbvg3O5Pbd 0
혹시 지금 쓰는 소설이야?ㅜㅜ 문체가 너무 취향이라 부담 안 된다면 길게 보구 싶어... 너 글 넘 잘 쓴당...
9 이름없음 2020/02/27 00:24:14 ID : MlBdXBBxRwn 0
성국의 왕 귀하. 귀 왕국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최근 6개월간 귀 왕국 소속의 조직이 당국에 무단으로 침범하는 일이 4건 발생했습니다. 그들은 우리 국민의 자택에 무단 침입하여 기물파괴 및 절도를 일삼았으며, 개체보호종이나 멸종위기종인 야생동물을 마구잡이로 사냥하였습니다. 또한 왕국 내로 침입하여 왕을 살해하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당국은 3년전 귀 왕국과 불가침조약을 체결하여 양국간 평화를 유지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일련의 사건으로 양국간의 신뢰가 깨질 것이 우려됩니다. 아무쪼록 일련의 사건이 귀 왕국에서 조약을 반하는 공식적인 행위가 아니였음을 바라며, 추후 동일한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계 강화에 힘써 주시길 요청합니다. 마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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