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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흥 2020/02/06 04:55:20 ID : eK2MpeZg6jg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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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어흥 2020/02/06 04:55:48 ID : eK2MpeZg6jg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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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어흥 2020/02/06 04:56:21 ID : eK2MpeZg6jg 0
현역에 어느 과를 입학해 백수 시절 없이 취업 의례를 통과하고, 느지막이 적금을 모으다 맘 맞는 사람 만나 인연 맺고 복덩이 낳아 잘 사는 것. 노후에는 아, 누구 댁 큰 사모님, 아니지, 어느 업계의 공동 대부, 할만치 칭송될 만한 업적 따위는 없대도 지인, 자식들에게 존경 받고 추하지 않게 잠드는 것.
4 어흥 2020/02/06 04:56:47 ID : eK2MpeZg6jg 0
날 때부터 생모 역할을 자처하던 조모가 계승한 인생철학은 이뿐이었다. 코 흘릴 만큼 어릴 적엔 그가 짜놓은 기틀이 촌스럽고 퍽 우습기도 하였지만은 머리가 좀 크고 제법 아가씨 태가 난다는 소리가 들릴 때 즈음엔 그 계산이 ‘조모의 욕심 마이너스 실제 삶‘의 공식에서부터 나온 것임을 알았다. 쉽게 풀자면, 삶의 성취를 10까지 나눈다. 욕심을 이상이라 치고 10에 둔다. 실제 조모의 삶을 그녀의 한탄에 비교해 1로 치환한다. 그러니 남은 9의 값이 그가 내게 남길 수 있는 최적의 조언이자 내 몸으로 치룰 수 있는 최선의 결말인 것이다. 이런 철없는 환산 결과를 직접 조모의 귀에 들려준 후로는 더 이상 조모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5 어흥 2020/02/06 04:57:18 ID : eK2MpeZg6jg 0
그러니 더욱 내게는 우스운 것이 되지 못 했다. 여러모로 냉소한 삶이었지만 남의 낭만을 짓밟을 정도의 인물은 아니었다. 나름 제게도 낭만이라는 것이 존재했으므로.
6 어흥 2020/02/06 04:58:03 ID : eK2MpeZg6jg 0
“그래두 말야. 내가 봤을 땐 넌 잘 해내는 중인 걸. 너 멋있어!” 막 슈크림 빵 먹기를 끝낸 소희가 단내를 풍기며 입술을 달싹인다. 이럴 땐 그냥 머리와 입의 부조화를 누려야 한다. 입 꼬리엔 호선을 그리고 재빠른 속도로 전쟁을 준비하는 시냅스의 냉소함은 저 멀리 내보내야 한다. 어릴 적부터 함께한 소희는 주변 또래의 엑스트라들 마냥 내쳐버릴 존재는 아니었다. 그 앤 또래완 달랐다. 아마 좀 더 모자랐던 것 같다. 꿈도, 낭만도 없고 소희는 그저 지난 1초와 앞으로의 1초간의 간격에만 몰두했다. 기분이 좋으면 그걸로 그만이었고, 좋지 않다면 달콤한 무언가가 있음으로 해결했다. 그 달콤한 무언가는 대체로 집 앞 빵집의 슈크림 스틱, 그 옆 노점상의 찹쌀 도너츠, 그것도 아닌 채 특별히 맘이 상할 때면 종종 내가 쥐어주는 밀크 초콜릿이었다. 단순했다. 그리고 늘 단내가 났다.
7 어흥 2020/02/06 04:58:43 ID : eK2MpeZg6jg 0
“너 사실 당뇨지? 단 거 없음 못 사는 거지? 병적인 것 같아. 현수가 그러더라. 네 근방 50m 이내로만 가도 단내가 풀풀 난다고.” “너, 내가 이렇게 진지하게 위로해 주는데 말야. 또 귓등으로 흘려듣지? 그리고 너 자꾸 현수랑 말 나누는데. 이번에도 괜한 애 꼬드기지 말구, 받아줄 맘도 없잖아.” “웃기네. 됐어, 나 먼저 가본다.” “야, 야! 너 자꾸 내 말 무시하다 아주 후회한다!” 현수가 묘한 눈빛을 가지고 늘 맴돌고 있었다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다. 제 방식대로 해결한 것뿐이다. 적당히 어울리다 여지주며 헤어지면 그 담부턴 저를 잊지 못 해 안달이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제 옆에 있는 소희를 눈독들일 일도 없었다. 이번에도 같은 진행일 뿐이다. 현수는 아주 오래 소희 곁을 맴돌았고 나는 소희를 그보다 더 자주 사랑했다. 지금은 현수, 그 전엔 민호, 또 전엔 형민, 그리고... 세자면 끝이 없었다. 처음에야 동정이 일어 자책감을 가지기도 했지만, 저에 대한 연민으로 합리화하기 시작하자 그마저도 작은 놀이거리 쯤 되었다. 내가 불쌍하지, 너희들이 불쌍하겠니. 암만 봐도 너넨 속이 까매. 난 그냥 소희를 지키는 것뿐이야. 애초에 나한테 넘어간 것 자체로 자격 미달인 걸. 내가 이런데도 소희에게 진심인 애가 나타나면, 나도 그젠 안 그러지, 그렇지, 그런 거지... 적어도 준오가 앞에 나타나기 전까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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