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그냥 이야기가 하고싶었어. (19)
2.난 교회를 다녀 (26)
3.스레딕 하고싶다는 친구 (4)
4.엄마랑 너무 싸운다 (2)
5.재수 시작하기 너무 무섭다. (16)
6.취미생활을 만들고싶어 (8)
7.그냥 스레딕 유저1로써의 푸념임 (41)
8.내 동생의 네이버 아이디를 되찾아 주고 싶다 (9)
9.나는 우울증이야. (39)
10.첫사랑이 계속 꿈에 나온다... (2)
11.난 평생 아무것도 못해 (2)
12.남을 너무 신경써 (6)
13.제발 살려줘 PTSD 앓는 사람 있어? (20)
14.아빠가 수상해요 (3)
15.인생이 거지같지만 어디가서 말도 못하는 우리들 (13)
16.정신적으로 피폐해졌어. 근데 난 그걸 눈치채지 못하는 거 같아 (15)
17.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 대해 하소연 하는 글 (24)
18.열등감 때문에 힘들다 (21)
19.친구관계가 걱정되...... (11)
20.누군가가 읽어주길 바라며 쓰는 글 (8)
나는 평범한 미술입시생이야. 뭐 예체능 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공감하겠지만 예체능이 원래 좀 힘들잖아? 나도 처음엔 내가 너무 힘든 게 다 거쳐가는 과정인 줄 알고 참았어. 그림이 안 그려져도, 선생님께 지적을 남들보다 많이 받아도, 그림 실력이 늘 기미를 안 보여도 계속 참고 그렸어. 모두 그런 줄 알고. 다 힘든 줄 알고.
근데 시간이 지날 수록 힘든 감정이 없어지기는 커녕 더 심해졌어. 집에서 드로잉 연습을 해야되는데 그림을 못 그리겠더라. 조금 그리고 지우고 또 그리고 또 지우고를 계속 반복했어. 뭐라도 그려야 되는데 못 그리겠더라고. 그쯤 되니까 이게 모두가 거쳐가는 과정이 아니라 내가 어딘가 이상한 건 아닐까 생각했어.
생각해보니까 내가 유독 힘들어질 때가 다른 애들이 그린 그림을 봤을 때였어. 모두 나보다 훨씬 잘 그리고 빠른데 나만 혼자 그림 실력이 이러니까 열등감이 생겨버린 거야. 나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동안 같은 물감과 붓을 가지고 그리는데 나만 뒤쳐지니까 너무 비참했던 거야.
예체능은 멘탈이 중요하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만 열등감이 생겨버린 이후로 내 멘탈이 점점 무너지는 게 느껴져. 근데 이미 너무 깊어진 열등감을 난 못 없애겠어.
아무리 수채화를 열심히 해봐도 칭찬을 더 받는 건 다른 애고, 묘사를 죽어라 해봐도 지적을 받는 건 나야. 나도 내가 그림을 더럽게 못 그린다는 건 알아. 그래서 더 비교돼. 다른 애들 그림은 칭찬 받을만 해. 깔끔하고, 묘사도 잘했고, 색감도 좋아. 게다가 나보다 늦게 들어온 애도 너무 잘해. 난 미술 학원에 늦게 들어온 것도 아닌데 아직까지도 실력이 제자리걸음이야. 내가 이론을 잘 모르는 걸까? 내 손이 문젠가?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정말 이러면 안되지만 다른 애들을 내가 있는 이곳까지 끌어내리고 싶어. 그래서 모두를 짓밟고 올라가고 싶어.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이기적이고 못나고 찌질한 거 알아. 근데 자꾸 내 그림과 다른 그림을 보면 생각을 통제할 수가 없어. 괴로워.
이젠 내가 미술을 하고싶은 건지도 모르겠어. 사실 예전엔 미술이 즐거워서, 너무 하고싶어서 시작했는데 이젠 그보다는 원래 하던 거니까, 중간에 그만두면 너무 부모님께 민폐고 손해니까 하는 게 더 강한 것 같아. 그림을 그린다는 게 힘들어. 더이상 즐겁지가 않아. 연필을 드는 것이 두려워.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결과물이 나오고, 또 실력이 늘지도 않는데 계속 들어야 하는 지적들이 지긋지긋해. 짜증나. 무서워. 다 때려치고 싶어..
사실 오늘도 억지로라도 드로잉을 하려고 노트를 펼쳤는데 도저히 그릴 수가 없었어. 그리고 지우고 다시 그리고 고치고 지우고 했는데 결과물은 백지였어. 다른 애들은 너무 즐겁게 그리고 나날이 실력은 늘어가는데 나만 한참 밑 구렁텅이에서 썩어가고 있어. 지금도 아까 학원에서 선생님이 하신 지적 생각난다. 짜증나.
힘들다. 너무 힘들어. 열받아. 짜증나. 미술하면서 즐거운 척 하는 것도 질려. 속은 이미 썩어문드러진지 오랜데 열정적으로 배우는 척 하는 것도 진짜 못해먹겠어. 나는 왜 이 모양일까.. 내가 너무 싫다. 못 그리는 나도 싫고 이런 거에 울고싶어하는 나도 싫고 그냥 내가 싫어. 내 주변 사람들이 들으면 뭐 이딴거 가지고 힘들어하냐고 하지 않을까.
나보다 어리면서 잘 그리는 사람들 다 보기싫다. 잘못없는 건 알겠는데 다 시야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 그냥 나보다 잘 그리면 다 없어졌으면 좋겠다.
나 진짜 못돼쳐먹었네. 이러니까 좀 다중인격 같긴 한데 진짜로 나 저런 말 하니까 진짜 인성 말아먹은 사람 같아.
나보다 잘 그리면서 자기 너무 못 그렸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네가 못 그린 거면 난 뭔데? 진짜 비참해지는 기분 들어.
갑자기 엄마가 해준 말 생각난다.
"예체능으로 꿈을 잡은 것까진 좋아. 근데 예체능은 재능이 되게 중요한 거 알지?"
이 말이 너무 뇌리에 깊히 박힌 건가. 가끔씩 생각나. 그래서 더 날 힘들게 해. 재능도 없는 나같은 찌끄레기가 생각도 없이 미술계에 낀 건 아닌가 싶어서.
예체능은 부자들이 많이 하지. 투자비용도 만만치 않을 뿐더러 실패해도 괜찮으니까.
맘 같아선 그래도 열심히 그리다보면 실력이 늘거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현실적인 조언으로는 지금이라도 진로를 바꾸는게 어떨까 싶어.
나도 22살때 대학교 자퇴하고 다시 수능봐서 다른학교 입학했거든.
과가 안맞고 재미가 없어서.
그림 말고 하고 싶은건 없어? 그림그리는게 괴로워졌다면 그만두는게 나을것 같다.
인생은 백 년이야 지금 몇 년 뒤처진다고해서
조급해할 필요는 없어.
이렇게 말하고 나니까 엄청 우울한 스레가 돼버렸네. 이 글 읽으면 신나던 사람도 축 쳐지겠다. 미안.
이 글 봐준 사람이 있었네. 고마워. 그 생각도 안 해본 건 아닌데 사실 이제 미술이 아니면 뭘 해야될지도 모르겠어. 그동안 믿고 뒤에서 서포트해준 부모님께도 뭐라 해야할지 모르겠고 또 너무 죄송해서. 내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거 모르시거든.
부모님 인생이 아니라 네 인생이잖아. 나도 진로 문제로 부모님 속 많이 썩였지만 (제빵사 되고 싶다 그랬다가 작곡가 되고 싶다 그랬다가 게임 개발자 되고 싶다고 했다가 또 수의사 되고 싶다고 그랬음. 학원 많이 옮겨다님)
부모님께 미안하다고 고통스러운 길을 고집하다보면 미래에 후회하는건 너고 그때는 아마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이 분노로 바뀌어있을거야.
나도 22살까지 군대도 안가다가 막상 진로를 바꾸려니 앞날이 막막했어. 군대도 가야하는데 자퇴까지했으니 수능을 먼저 봐야할지 군대를 다녀와서 봐야할지도 고민했고 시간 지나면 다 아무것도 아니야.
정 부모님께 민폐끼치기가 싫으면 알바라도 하는게 좋지 않을까?
내가 걱정하는건 예체능을 한다는 애들이 학교공부는 별로 하지 않아서
다른 길을 선택할 여유가 없다는점인데
스레주도 학교공부는 손 놓다시피 하지 않았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야.
지금 고통스러운 미술을 몇 년 더해서 고통스러운 미래를 사느니
늦어버린 공부라도 다시 시작해서 원하는 미래를 사는게 낫다는거야.
공부 별로 어렵지 않아.
삼 년 손 놓았으면 삼 년 공부하면 돼. 아니면 일년동안 세 배로 노력하면 돼.
인생은 길어. 우울해 하지말고 미래에 자서전 쓰는걸 상상하며 열심히 살아봐
혹시나 이 우울한 글 다 읽은 사람이 있다면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어. 같이 기분 쳐져서 별로였을텐데. 난 이만 가볼게. 나중에 또 얘기하고 싶어지면 올게. 혹시 모르니까 인증코드 남겨놓을게. 안녕.
나가기 직전에 발견했다. 답 못해줄 뻔했네. 사실 공부는 아주 놓은 정도는 아니라서 다른 길로 갈 수 있는 정도는 돼. 근데 부모님 문제도 그렇긴 하지만 사실 내가 제일 문제인 것 같아. (자꾸 뭔가 말이 바뀌는 것 같긴 한데.. 머리가 복잡해서 그래. 이해해줘.) 나는 이미 열등감이랑 낮은 자존감에 찌들어있는 사람이라 다른 것을 시작할만큼의 용기가 없어. 잘할 자신도 없고. 미술만 계속 해서 미술 말고 잘할 수 있는 것, 흥미가 있는 것, 즐길 수 있는 것들을 다 모르겠어. 내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어. 미술이라는 길을 걸어가기도 두렵지만, 계속해서 걸어왔던 그 길을 다시 벗어나기도 두려워. 난 그냥 멈춰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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