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끼리 집에서 물냉면 해먹는데
내 건 그냥 하얀 육수에 면만 해서 주는 거야
아빠가 얘는 왜 이게 다냐고 할머니한테 물어보니까
양념장이 3개밖에 없었대 사람은 다섯인데
보니까 아빠 할아버지 남동생 그릇이 빨간 국물이더라고
심지어 나는 오이 고명도 못 먹어서 그냥 면에 육수만 먹었어
그 앞에서는 양념장 없어도 괜찮아요 하고 먹었는데
생각해보니까 그런 사소한 거에서 너무 당연하게 집안의 여자랑 남자의 차이가 드러나는 게 너무 서러운 거야
식사 전에 나 홈트하고 있는데 불러서 밥상 놔라 젓가락 놔라 시켜서 했는데 뒤에서 할아버지는 티비 보면서 누워 있었고
나는 장녀고 남동생은 심지어 매운 것도 못 먹는 거 알면서
부족한 귀한 양념장은 다 남자한테만 가더라
와중에 남동생은 아 양념장 있는 거 싫은데 그냥 먹을게요 하고 국물 다 남겨서 더 서러워
우리 집 어른들은 우리 집이 남녀평등한 줄 알아
집에서 전같은 거 부치면 남자들은 먹고 놀면서 너무 기름지네 어쩌네 맛 평가만 해 대고 나만 여자라고 아침부터 불 앞에 있는데
성인 되려면 얼마 안 남았는데 진짜 빨리 집 나오고 싶다
솔직히 가족들이랑 연 끊고 싶은데 우리 집이 가정사가 복잡해서 그러면 나만 패륜아 되는 거야 키워준 은혜도 모르는
이름없음2021/07/18 12:32:26ID : yJVbu3xDzbz
그깟 양념장 가지고 이러는 게 아니라 그런 사물의 표상으로 대변되는 우리 집의 너무 당연한 가부장적인 분위기가 싫어
이름없음2021/07/18 12:38:05ID : rBtfVdPinRB
그냥 연 끊어. 그런 인연을 붙들고 있어봤자 너만 고생하지. 네가 열심히 전 부칠 때 도와주지도 않았으면서 맛 평가나 해대는 사람들이랑 뭐하러 알고 지내.
이름없음2021/07/18 12:43:13ID : yJVbu3xDzbz
솔직히 할머니도 어떻게 보면 가부장의 피해잔데 그 가부장제를 고스란히 답습해서 나한테 적용하고 물려주는 게 진짜 너무 싫고 속상해 벗어나고 싶은데 한편으로는 할머니가 마음에 걸려 아빠 이혼해서 우리 봐주러 몇 십년 장사 접고 바로 오신 거거든 딸린 식구가 많아서... 근데 할머니 말하는 거나 그런 게 나한테 매일매일 너무 큰 상처야 할아버지 아빠는 말할 것도 없이 너무 싫고
이름없음2021/07/18 12:54:26ID : rBtfVdPinRB
그렇구나. 그런데 할머니가 가부장의 피해를 네게 물려준 것부터 좋은 인연이라고 하기는 어려워. 그걸로 네가 상처를 받는다면 더더욱 끊어내는 게 좋을 인연이야. 어쩌다 한 번도 아니고 매일매일이라며. 견딜 수 있으면 견디고 아니면 연 끊어. 마음에 걸리는 이유가 할머니를 사랑해서인지 그냥 불쌍해서인지 생각해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