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레딕

늘 그랬듯, 나는 무엇인가를 시작하는 것과 긴 글에는 정말 소질이 없다. 멋드러진 묘사도, 반짝반짝한 스토리도, 특출난 센스와 강한 몰입감, 영특한 개연성… 이 모든 것이 나에게는 언제나 해당되지 않는 파편일 뿐이었다. 사실, 딱히 필요성을 느끼는 부분이 아니었어서 이것저것 나열한 것과 달리 큰 동경심 없이 혼자 글을 써왔던 매일이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 분명…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예전의 날들에는 다이어리와 문구 용품들을 조금씩 모아가면서, 내 이야기를 혼자서라도 즐겁게 잘 정리를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왜 이렇게 메마르고 지쳐있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스스로에게 감정을 너무 많이 소모한 탓이겠지, 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아직도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사실 일기 스레를 세워본 것이 처음은 아닌데… 종이 일기장을 다 쓴 것과 달리, 스레는 끝까지 써본 적이 없다. 개인적으로 이 장소는 정말 괜찮은데, 여태 내가 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했다. 사소한 시작에도 부담과 두려움부터 갖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고치고 싶은 마음과 과거의 후회에 묶여서 자꾸 엄격하게 자책하다보면 무엇인가를 시작할 순간은 내게서 점점 멀어진다. 유독 이 부분은 이렇게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시작은 여전히 어렵다, 겁이 나고. 오늘은 신청해 둔 강의가 시작(8월 중순)하기 전에 붙잡고 미뤄뒀던 공부를 다시 잡는 시간을 가졌다. 재시작을 한 것 치고는 길게, 그러니까… 5시간 정도 집중을 했는데, 두통이 미미하게 온 것 빼고는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내일도 소소하게 잘 이어가고 싶다. 장마가 길 거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일찍 끝난 것 같다. 이제 점점 더 더워질 일만 남았겠지. 하필 사둔 담배만 많은데(나는 아직도 내 담배를 못 찾았다, 이러면 담배가 안 맞는 체질이라던데 하나 둘 피우다 보면 속이 개운한 기분이라 끊지는 못하겠다. 솔직히 많이 태우는 편도 아니니까 괜찮지 않을까.) 날씨 때문에 더 빠르게 맛이 변할 테니, 당분간은 스스로를 좀 채찍질해야겠다. 여태 너무 길게 쉬었기 때문에 계획들을 더 미룰 수 없다는 오기가 없지는 않은 것 같다. 사실은, 조급함이 더 맞겠지. 오늘치 공부를 끝내고 아까 방 정리도 조금 해둔 만족스러운 하루였으니 몇 대 피고 일찍 누울까, 오늘 밤은 짧더라도 잔잔했으면 좋겠다.

생각보다 공부를 잘 잡고있다, 집에 돌아오면 머리는 조금 (많이) 아프지만. 덕분에 잠을 잘 자고 있으니 괜찮겠지. 날이 덥지만 밤에는 여전히 내게 선선한 날씨. 그렇기 때문에 조금 쌓아뒀던 담배를 꾸준히 태워내고 있다. 어째 내 자리를 알아보는 것보다 맞는 담배 찾기가 더 힘든 느낌이다. 사실 잘 맞아봤자 좋을 거 하나 없는 요소인 게 맞다. 집중하는 시간을 싫어하지는 않는데, 주변을 의식해서 스스로에게 압박을 넣고 긴장도 많이 하는 편이라 늘 속병을 달고 산다. 하지만 여태 너무 늘어져 있었으니 조금 타이트하게 잡아도 될 것 같지. 하지만 날씨 핑계를 대자면… 타올랐던 것 같은 의지도 밖을 거닐고 있자면 쉽게 와르르 무너지기 쉬운 하루들이다. 동시에 다잡았던 감정도 점점 땡볕에 놓여진 아이스크림처럼 순식간에 무뎌지는 것 같아 솔직히 두렵다고 말하는 것이 맞다. 게을러지기는 싫은데 자꾸만 안주해서 늘어지기만 한다. 이래서 내가 담배를 끊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주기적으로 가는 병원에 다녀왔고, 오늘도 공부를 가볍게 잡았다. 우체국은 못 다녀왔지만 급한 건은 아니니까 괜찮겠지. (+어제 슬슬 필요해지는 가볍게 쓸 면재질의 베이지 컬러 모자도 주문했다, 내일 도착해줄 것 같다.) 스레딕을 컴퓨터로 들어오는 편은 아닌데, 이상하게 일기에 긴 글을 쓰려고 마음을 먹으면 휴대폰이 손에 안 잡힌다. 손이 작고 휴대폰도 알맞게 작은데 이상하게 글이 안 써진다고 해야 하나. 한없이 어렵게만 느껴진다. 매주 주말에는 짧다면 짧은 아르바이트 근무가 있어서 공부를 쉰다. 사실 진도를 보면 더 잡아야 하는 게 맞는데 슬쩍 두통 핑계를, 대본다. 다음 주에도 일정이 바글바글할 예정이다. 정말 정말 우체국을 들러야만 하고, 예습 교재를 사야하고, 학원 등록을 마친 뒤, 내 방 대청소를 할 예정이기 때문에. 대략적인 대청소 계획은, 일단 벽에 고정한 행거? 들을 더 단단히 고정시키기 위해 필요한 공업용 본드와 빈 공간이나 수납 공간의 폭과 높이를 줄자로 세서 거기에 둘 작은 서랍이나 바구니를 몇 개(2~3개) 구매하고, 여름 이불과 담요 빨래를 돌린 뒤, 방에 있는 자잘한 쓰레기들을 검은 비닐 봉투에 몰아서 넣고, 책꽂이 세 개를 정리한 뒤 구피 어항 청소도 제대로 끝낼 거다. 책꽂이는 여태 두 개만 청소했는데, 이번에는 방 안의 모든 책꽂이를 정리하고 닦을 예정이다. 벌써 지치지만 가뜩이나 안 되는 집중을 최대한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게다가 저번 대청소로부터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버린 탓도 있다. 다 내가 뿌린 씨앗들이지, 어휴.

아, 이 일도 중요해서 추가 기록을. 어제는 친구와 같이 서로의 공부 기록&같이 음성 채널&화면 공유로 서로를 감독해줄 용도의 디스코드 채널을 하나 만들었다. 결론적으로 진행도가 꽤 괜찮았다. 집에 있으면 아무래도 더 늘어지거나 긴장이 풀리기 마련이라 평소에는 셀프로 켜는 하이퍼랩스로 조금 더 긴장을 잡는 편인데, 이게 아무래도 어디 올리거나 누가 같이 보는 게 아니라서 효과가 떨어졌었지. 그에 비해 디스코드는 내가 탭을 따로 쓰고 있어서 친구의 모습을 같이 보는 것과 동시에 내가 감독받는 느낌도 들어서 얼추 집중은 했다. 다만 역시 긴장이 더 컸던 것이 문제지만, 어… 자주하면 조금씩 익숙해지겠지. 아마도.

지금 하고 있는 영화를 틀어둔 채 머리 식히기 용도로 하는 뜨개질을, 딱 20시까지만 해야지. 그 이후에는 정말 디스코드 켤 거야.

소소하게 정신도 없고 바쁘기도 바쁜 하루들이 이어졌었다. 그에 비해 솔직히 성과는, 크지 않은 것 같아서 씁쓸하지만. 아직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으니 지속하는 게 제일 중요하지만 조급한 건 어쩔 수 없다. 천성이 뭐든 급하기만한 나다. 준비하고 있는 자격증들과 익혀둬야 할 공부들이 정말 너무 많다. 멀티 태스킹도, 체력도 안되는 나로서는 여러가지를 확실히 처리해낼 재량이 전혀 없다.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 있는 부분이고, 이 빈부분들이 앞으로 채워질 무한한 내적 가능성이라고 막연하게 낙관적으로 생각하기에는 너무 커버린 나라는 것도 뼈아프게 잘 알고 있다. 아, 진짜 담배 말려. 여름이라서 줄이려고 했는데. 그래도, 욕심만 그득그득 많고 의욕도 목표도 간절함도 뭣도 없어서 세워둔 계획을 성실히 실행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자괴감만 컸던 게으른 완벽주의자인 예전에 비하면 지금은 다시 아르바이트도 시작하고, 필요한 공부 자료들도 찾으면서 매일의 시간을 채우고 있는 부분은 소소하게 칭찬으로 보듬어 본다. 하지만 이게 과하면 또 자만하고 게을러지기만 해서 딱 여기까지만 칭찬할 거다. 정신 좀 차려. 경제적인 면에서도 아직 독립을 전혀 못해서 이번 달부터 가계부를 조금 바짝 썼다. (시도는 저번 달부터 했으나 월초만 적고 그 뒤는 흐지부지되었다.) 그래봤자 영수증을 받아와서 지출 내역을 매일 작은 달력에 이유와 함께 써둔 것뿐이지만. (이 간단한 걸, 왜 귀찮다고 저번 달은 안 썼냐고.) 이제 슬슬 아끼기도, 모으기도 해야 하는데 현실적인 부분은 막막하기만 하다. 그래도 역시 내 자리를 제대로 잡고 싶다. 홀로 서는 것은 두렵지만 그렇다고 안 할 수는 없다. 체력을 다시 키우기 위해 운동을 시작하고 싶은데, 시국도 시국이고 날씨도 정말 너무 덥다. 어제도 1시간을 걷기만 했는데 집에 오자마자 찬물로 씻고 21시도 안 되어서 잠들었다. 덕분에 오늘은 새벽 5시에 일어났지. 이건 좋다. 조금 더 내 정신을 단단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아직 속도내는 것이 두렵고 게으른 습관을 버리지 못한 나는 멘탈과 방향이라도 제대로 잡아야 내 역할을 잡을 수 있을 터다. 겸사겸사 사람 구실도 된다면 좋겠지. 너무 힘들여서 해야 한다고 버겁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해보자, 하자.

와, 어지간히 정신이 없긴 없었나 보다. 원래도 스레딕 잘 안 들어오지만 일기는 그래도 주절주절 남기려고 했는데 6일만에 글을 남기다니.

그래서 짤막하게 더 남기고 가는 에피소드. 중학교때, 초등학교가 같았던 것도 아니고 중학교때 2학년? 3학년? 같은 반을 딱 한 번 해본 친구가 있다. 그 뒤로 고등학교 3년을 다시 다른 곳으로 다니고 서로 대학 진학을 한 뒤, 우연히 버스 안에서 마주쳐서 연락처를 받은 뒤 띄엄띄엄 연락을 (한 번하면) 길게 하는 그런 사이. 그 친구가 며칠 전, 거진 1년 만에 먼저 전화를 해줘서(!) 정~말 반가운 마음에 신나게 이야기를 나눴는데, 기록을 보니 거진 1시간 반을 그렇게 통화하면서 놀았던 것 같다. 지금은 타지에 있는 회사에 입사해서 나름 잘 지내고 있는 모양, 좋은 친구라서 조만간 내가 다시 연락을 해줄 생각이다. 간간히 연락을 해도 어색하지 않은 몇 없는 든든한 친구.

인생에 최선을 다하는 방법은, (아이러니하게도) 최악과 차악의 선택을 연속하는 것이다. 애초에 최선이라는 선택지를 넉넉히 타고나지 못한 나는, 언제나 '그나마'가 붙은 선택지를 고르는 연습을 해야했다. 그마저도 요즘에서야 부족했는지 늘 하염없이 살고있지. 의의를 둬야하는 매일은 내게 부담감을 안겨줄 뿐이었다. 가볍게 살고 싶다, 아무렇게나가 아니라. 오늘도 날이 무척 더웠다. 집중의 정도는 점점 나아지고 있지만 그만큼 더 빨리 지쳐가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그래도 집에 오자마자 씻고 내일을 준비한 것은 칭찬해주자. 저녁도 일찍 챙겼으니 18시 이후로는 물만 마셔야지. 중학교 친구에게는 결국 그로부터 이틀이 지나서 급한 내가 결국 먼저 연락을 했다. 메세지 한 건을 보낸 게 전부지만, 아직도 근무 중인건지 확인도 안 했네. 디스코드는 아직까지도 생각보다 잘 쓰고 있다. 내일은 주말이라 내가 근무가 있어서, 조금 이따 친구와 화면 공유로 오늘 익혔던 부분을 복습할 예정. 책상 위를 조금 치워둬야지.

나에게 과분할 정도로 너무 좋은 사람들이 내 곁에 있어주는데도, 나는 이따금씩 이기적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날이 무척이나 덥고 변덕스럽다. 소나기가 꽤 잦아지면서, 동시에 (좋아하는 색을 가진) 나의 작은 접이식 우산은 이제 당분간의 외출 때마다 내 가방에서 빠질 수 없을 것이다. 짐이 늘어났지만, 우산이 그렇게 크지도 않고, 비를 맞거나 우산을 새로 사야 하는 부담이 나에게는 잠깐의 짐보다 더 무거우니까. 하고 있는 공부 진도는 생각보다 빠르고 순탄하다. 하지만 내가 실전에 정말 약한 편이라 이론보다는 문제를 더 풀어야 할 것 같지. 아, 남아 있던(묵혀 뒀던) 담배가 방이 눅눅해서 그런지 쉽게 꺾여버렸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담배 케이스를 찾아서 살까 했지만, 피울 담배도 새로 안 사고 있는데 케이스는 사치지. 애초에 피우는 양이 늘어났다고 해도 여전히 느릿느릿하니까. 문득 떠오른 것이, 예전에는 그래도 일기를? 글을? 매끄럽게 참 잘 썼던 것 같은데. 지금은 왜이렇게 중구난방으로 더딘 건지. 스스로 남기고 싶은 일이 없는 것도 아닌데 말야. 아무래도 조금 지쳤거나, 조심스러워서 그런 거라고 추측을 한다. 어느 쪽이든 좋은 방향이 아닌 것을 알기에 결국 또 조금 씁쓸해지고 만다. 뜬금없이 덧붙이자면, 지인들이 내가 무언가를 쓰는 모습을 보고 놀라서(막힘없이 종이 위에 무엇인가를 쓰거나, 타자를 빠르게 치는 모습) 소설이라도 쓰냐는 질문을 꽤 받았던 적도 있었더랬다. 하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탄탄한 세계관, 잘 짜인 개연성, 개성있는 캐릭터, 우수한 필력같은 건 내게 없다. 차라리 쓴다면 내 에세이를 남겨보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 이제 밤도, 새벽도 점점 덥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래도 나는, 결국 이번 여름도 지나갈테니 그 때는 내 안에 또 조용히 이 계절을 쌓아둘 수 있겠지, 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조금은 호흡의 길이가 길어진 느낌이 들어서 편안해진다, 거창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의 긍정적인 주문? 같은 거다.

일기장, 너무 오랜만이네… 일이 소소하게 정말 많았다. 그 중에는 나쁜 일도 있고, 보통의 일도 있고. 그래도 이렇게 잘 서있다. 그래, 좋은 일이 없지는 않았던 탓이다. 공부는 이제야 한 급수의 강의(41강)를 다 들었다. 당연하게도 머리에 완벽하게 들어왔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살면서 3번째 완강을 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 이제 다음 급수는 시험까지의 기간이 촉박해서 조금 더 바짝 정신을 차려야 할 것 같지. 나는 혼자 다지는 각오나 거는 주문?같은 게 있어서 악세사리류를 혼자 하고 다니는 것에도 거리낌이 굉장히 많이 없는 편이다. 그래서 이번에 주문한 목걸이와 각인 반지가 있는데, 일단 목걸이는 잘 도착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더 작았지만 그래도 예뻐. 각인 반지는 제작은 되었는데 검수 과정에서 내 반지 각인에 주문과 다른 오타가 났는지, 업체 측에서 죄송하다고, 작은 사은품과 함께 다시 제작하여 보내드리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급한 것이 아니니까 큰 상관은 없다. 일기에 공백 기간동안은 내 자리를 빨리 찾아야 한다는 의무감을 부쩍 느끼던 일상이었다. 예전에는 각인 팔찌나 반지에 망상이나, 꿈이나, 아주 가끔 최애의 이름을 새기는 게 좋았는데… 요즘은 나에 대한 문구만 짤막하게 새기는 것 같아서. 씁쓸하지만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해. 그래, 생각은 해.

우울증을 굉장히 심하게, 자주 겪었다. 지금도 후유증과 매일 먹는 약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나는 스스로가 예전보다 훨씬 강해졌고, 우직해졌다고 믿는다. 한 사람의 관계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넣지 않고, 최대한 다양한 사람을 얕게라도 만난다. 아르바이트라도 하면서 고정적인 수입을 받으려고 하고, 사람들에게 내 얘기를 너무 깊게 풀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취미가 예전부터 많았기에 지금까지도 계속 혼자 집중한다.